비가 왔다. 가느다란 비가 흩뿌려서 우산을 쓰기에도 그냥 맞기에도 개운치 않은 날이었다. 외출하기 싫었다. 하지만 집 어디에도 내가 있을 곳이 없었다. 장식이 복잡한 귀걸이를 하는 바람에 불편한 옷을 걸쳤고, 옷이 불편한 김에 신발도 거추장스러운걸 신었다. 영락없이 데이트 할 때 차림이었다. 꾸민 김에 차를 타고 갈까 하다 자전거를 끄집어냈다. 자전거는 자전거로 미어터지는 보관소에서 애처롭게 고개를 처박고 비를 다 맞고 있었다.

 도서관에 도착했다. 내가 조금만 움직여도 눈치를 주던 남자가 보인다. 그를 피해 자리를 잡았다. 내 앞자리에는 해사를 공부하는 사람의 문제집과 독서대, 할리스 캔커피가 놓여있었다. 누굴까. 플라스틱 필통에 두서없이 꽂힌 연필들처럼 서로 잘 모르겠는 기분으로 궁금했다. 눈치 주는 사람은 아니었으면. 뭐하다 왔는지 내가 앉은지 한참 후에 남자가 들어왔다. 남자는 꽃청년이었다. 
 
 남자는 슬리퍼를 신고, 츄리닝을 입고 어슬렁거리는 폼새가 영락없이 도서관 죽돌이였지만 잘생겼다. 게다가 그 모든 죽돌이용 아이템을 장착하고도 환하게 빛났다. 결국 옷과 액세서리는 누가 입고 어떤 순간에 보여주는지가 중요한 거였다. 늘씬한 체격에 티끌 하나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얼굴. 자칫 맹숭한 인상을 지적이게 만드는 뿔테 안경. 날씬한 체격에 꾸민 듯 안 꾸민 듯(역시 이게 중요했다.) 걸쳐 입은 옷.

 이기호의 독고다이에 보면 도서관에는 부동산 중개법 문제집을 펴놓고 8대 일간지를 읽은 후, 나머지 시간에는 커피 자판기 앞에서 시국 토론을 벌이다 결국 몇 문제 못 풀고 퇴근을 하는 축들이 있다고 했다. 꽃청년도 문제집을 풀었다. 언제쯤 커피를 마시러가나 지켜보는데 이 청년은 문제집을 풀고, 또 풀고, 또 풀었다. 대단한 집념이었다. 그 사이 나는 신문을 읽고, 책들을 구경하고, 화집을 뒤적이고, 책을 읽고, 사설을 쓰고, (취미인!) 영어 공부를 했다. 그리고 그 많은 사이사이에서 들키지 않게 힐끔거리며 그를 쳐다봤다. 누군가의 얼굴이 이다지도 많은 상념과 불안과 환희를 줄 수 있다니.

 꽃청년이 누군가와 핸드폰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웃는다. 잠시 동안 남자 주위가 반짝거렸다. 남자 머리 둘레에서 작은 불빛들이 점멸하고,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나는 듯도 하였다. 김영하는 핸드폰이란 기계가 무표정한 사람들 얼굴에 생기를 불러일으킨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 순간만큼 그의 말이 적절하게 받아들여진 적은 없었다. 남자는 별다른 미동 없이 공부만 했다. 그의 옆모습과 그가 고개를 들었을 때의 표정을 보고 싶었다. 그가 안 풀리는 문제에 얼굴을 찌푸리는 모습과 놀라고, 화를 내고, 억울한 표정을 짓고, 비웃고, 간청하는 표정을 보고 싶다. 헛기침이라고 해볼까, 아니면 아니면……. 그가 바로 코 앞에서 질펀해진 욕망으로 어쩔줄 몰라하는 '여자 사람'을 본다면 어떨까. 그럼 난 어떻게 하지? 이토록 잔인한 바람은 순식간에 생기고 말았다.

 지금보다 조금 더 어렸을 때 나는 과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누군가의 얼굴에 반한 적이 있었다. 남들은 대체 뼈만 앙상한 그 사람을 왜 좋아하냐고 했지만 난 그가 친구랑 잡담을 하면서 환하게 웃는 표정을 잊을 수 없었다. 스탕달의 결정 작용은 순식간에 생겨났고, 난 의심 한 점 없이 그를 좋아했다. 쪽지를 써서 그에게 주고, 내가 그에게 홀딱 반했단 소문을 퍼뜨리고 다녔다. 치기 어렸지만, 그땐 그런 것을 생각할 정도로 온전하지 못했다. 고백의 순간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그 날 술 먹은 나를 누군가 고이 집에 보내만 줬더라면 '우린 어쩌면 서로 맘이 있었을 거야'란 상상 정도로 맘을 접어두었을지도 모르겠다. 술은 달콤했고, 밤은 무척 따뜻했다. 고이 접혀져서 집에 들어가지 못한 나는 그 늦은 밤 술 냄새를 풍기며 도서관에 갔다. 그가 있었다. 대체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를 불러내 내가 오랫동안 당신을 좋아했노라고 말했다. 그는 예의 그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그를 안 후 처음으로 그가 좀 바보 같단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쉽게 얻어지는 마음엔 어쩜 그리 잔인하던지. 그는 마치 내가 봉인을 풀어 자신을 도서관 밖으로 끌어주길 기다린 것처럼 너무 쉽게 달아올랐다. 서로의 거리를 가늠할 수 없는 건 원치 않았다. 무려 일주 일만에 우린 서로의 정체를 파악했고, 삼개월 동안 흐지부지한 상태를 지속하다 얼마 안 돼 헤어졌다.

 꽃청년을 본 다음날 나는 A를 데리고 다시 도서관에 갔다. 꽃 청년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벌써 퇴근한 것 같다며 A를 달래고 나오려다 그가 문제집 옆에 두었던 책의 제목이 생각났다. 도서 검색대로 가서 책을 찾아보았다. 나는 책장에 기대어 그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책은 실화 소설, '나는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는 나를 죽였다'였다. A가 나를 불렀고, 나는 책을 뒤집어 책꽂이에 꽂아 놓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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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10-03-11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패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건 아니지만 그런 장소의 꽃들은 그저 그 장소의 꽃으로 남겨두는게 좋은 거 같아요. 그래서 전 중도 대출 꽃돌이를 건드리지 않는 거에요.ㅋㅋㅋㅋ

Arch 2010-03-12 10:47   좋아요 0 | URL
꽃은 꺾는 법이 아니죠. 꽃돌이들은 도서관마다 한명씩 있나봐요^^

poptrash 2010-03-12 0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저도 오늘 도서관에 갔어요. 생전 처음 가보는 모 구립 도서관.
한적하겠거니 생각했는데 왠걸, 무슨 사람이 그렇게 많은지 깜짝 놀랐어요.
원랜 죽치고 앉아서 이것도 저것도 해야지 했는데 후다닥 책만 빌려서 나왔다는.. T.T

Arch 2010-03-12 10:48   좋아요 0 | URL
어제, 제랄님 서재에서 poptrash님의 서재를 가봤는데. 반갑습니다.
도서관 자리 경쟁이 치열해요. 다들 뭔가 굉장한 일들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아요.

무스탕 2010-03-1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핀 꽃이라니 어딘지 멋있어 보이네요.
장미과 보다는 백합과가 어울릴듯 싶어요.
괜히 발 뻗으면서 툭 차보고 싶은 그런 맘이 드네요 ^^

Arch 2010-03-12 17:30   좋아요 0 | URL
꽃은 꽃이로되 향기가 없는 꽃이랄까. ^^
발 뻗다 툭 차면 거기서 이야기가 시작될까요? 히~

다락방 2010-03-12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Arch님. poptrash님 글 참 잘쓰셔요. 리뷰에 반해버렸답니다.

어제 Arch님의 소식을 들었어요. '나를 찾는 여행'을 하고 계시다는 소식이었는데 말이죠, 저는 그걸 '나래이터모델'로 듣지 않았겠습니까? Arch가 나래이터 모델? 세상의 모든 직업을 다 해보려는걸까? 저는 다시 물었어요. "나래이터 모델을 한다구요, Arch가?" ㅎㅎ

저 책 검색하러 또 가야겠네요. 나는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는 나를 죽였다.

다락방 2010-03-12 11:42   좋아요 0 | URL
저 책 검색 안되는데요, Arch 님? 작가 이름은 뭐에요?


Arch 2010-03-12 17:33   좋아요 0 | URL
아, 어제 누굴 만났는지 짐작이 가는군요! 대단한 주당들 같으니.
저는 키가 미달이라 (얼굴은 되는데, 얼굴 큰거 빼곤 되는데 ㅋㅋ) 나레이터 모델은 못해요. 게다가 비염에 배까지 나왔으니.
그 여행 이름은 스스로 좀 민망하라고 지어봤어요.

원래 제목은 '내가 키운 남자, 내가 죽인 남자 (실화 소설)'예요. 물론 전 안 읽어봤구요. 검색은 되는데 별로 내키지 않아요.

비로그인 2010-03-13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캔커피와 도서관. 어떤 소설속 한 장면이 생각나네요 ^^ 그 장면은 아주 짧게 끝나지만, 그 잠깐 멈춤의 시간은 제 마음속에 오래 남더라고요.

Arch 2010-03-15 22:54   좋아요 0 | URL
왠지 한국 소설 같아요. 별거 아니지만 사서가 돌아다니면서 음료수는 도서관에 갖고 들어오면 안 된다고 말했어요. 꽃청년은 발그레~
 

 한겨레 신문에 박재동씨의 손바닥 아트가 실렸다. 만화를 그려서 파는 조카 얘기를 하면서 스스로 용돈을 버는 방법, 나중에 뭐가 된다는게 아니라 지금 할 수 있지 않느냐는 요지의 내용이었는데 괜찮은 것 같아서 옥찌에게 얘기를 해줬다. 옥찌에게 너도 만화 그려서 이모에게 팔라고 하니까 녀석, 신났다. 딴짓과 두루두루 참견 다 하고 다니면서 그린 옥찌의 만화. 단돈 오백원 주고 샀다.


 
 첫번째 그림에서 똥이 놀랐다는건 알겠는데 두번째 그림은 뭐냐니까.
 변기가 똥한테 유령이 있다는 소리를 들어서 안 진다나.



 박재동씨의 만화에서 작가가 어렸을 때 친구에게 권총을 그려준 얘기가 나오는데 그걸 보고 그린 그림.



 심심해서 책을 보고 있는데 엄마가 돈을 벌어오라고 한 내용이란다. 지희가 책 보는데 엄마가 왜 갑자기 심부름을 시키냐고 물었더니 옥찌는 잠시 고민하더니 그럴 때가 종종 있었노라고 말했다.

* 옥찌가 만화를 그리는 동안 민은 팽이를 돌렸다. 나보고 시합을 하재서 호기롭게 덤볐다가
좀 세게 돌려, 이모는 어른이라 못해. 어렸을때부터 열심히 해야지 등등의 잔소리를 들었다. 팽이는 어떻게 돌리는거냐고 지희에게 물었더니 민이 똑똑 박사한테 물어보란다. 민은 팽이 돌리는 기술을 알려주기보다는 힘을 잘 써야한다고 야단만 쳤다. 흑
* 옥찌가 만화를 그리는 동안 민이랑 할머니가 부엌에서 뭔가를 하고 있으니까 옥찌가 계속 신경이 쓰였나보다. 뭔가 먹고 있을거란 의심에서 자기 몰래 뭔가 재미있는걸 하고 있을거란 생각까지. 결국 옥찌 수사관~!
- 거기 둘, 지금 거기서 뭐하는거야.
라며 할머니와 민을 취조하기 시작했다.

* 옥찌랑 빨래 널다가
- 이거 누구 팬티야.
- A꺼
- 으~ A는 지독해. A가 방귀를 뽀옹 뀌니까 팬티가 이래.
한다. 또 다른걸 보더니
- 이건 누구 팬티야.
- 이모꺼
- 귀엽다.
- 이모가 좀 귀여워.
- 이모가 아니라 팬티.
라고 한다.

* 세상의 모든 음악을 듣고 있는데 모짜르트 음악이 나왔다. 옥찌에게 모짜르트가 누군지 아냐고 물었더니 자신있게 안다고 하는거다. 누구냐니까.
- 머리 뽀글거리는 사람이잖아.
란다. 우리 옥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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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3-02 2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뿌다 ㅠㅠ
자기가 웃으면 어떤 효과를 상대한테 줄 수 있는지 아는 그런 웃음이에요. 나도 어릴때부터 저런걸 배웠어야 되는데 ㅠㅠ
아 이뻐요 ㅠㅠ

옥찌의 미소에 추천!

Arch 2010-03-02 23:41   좋아요 0 | URL
나도, 어렸을 때 저런거 누가 좀 알려주면 지금의 내가 이렇진 않았을거란 자괴감이 찌릿하게 밀려오는 밤이에요.

마노아 2010-03-02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만 불짜리 미소는 이런 미소를 가리키는 거죠? 아, 사르르 녹아요!

Arch 2010-03-03 19:15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얼어라~ ^^ 저녁을 잘못 먹은 것도 아닌데 이런 썰렁한!

조선인 2010-03-03 0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찌랑 민이 보고 싶어요. 사진이 아니라 실물을!

Arch 2010-03-03 19:16   좋아요 0 | URL
우리 언제보죠~ 아 조선인님은 옥찌들만 좋아하고.
요새는 옥찌들이 엄마랑 합체해서 저한테 틈을 잘 안 주는데... 흑흑

무스탕 2010-03-03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옥찌는 저렇게 이쁠까요? (울 신랑이보면 뿅~ 반해버리겠어요 +_+)
이모를 닮은거겠죠? ㅎㅎㅎ

Arch 2010-03-03 19:19   좋아요 0 | URL
히히~ 이모는 아주 조금 닮고 엄마를 많이 닮았다고 쓸려고 했는데.. 동생이 옆에서 궁시렁대서 그냥 이모 덕으로 할래요. 히~

L.SHIN 2010-03-03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모가 아니라 팬티.

ㅋㅋㅋㅋ 아, 이런 센스쟁이~

Arch 2010-03-03 19:1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좀 무안했지만.

비로그인 2010-03-06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만화는 고대 이집트인의 시각과 참 닮아 있군요!!!

그나저나 세상의 모든 음악. 시그널인 "Tiger in The Night" 참 좋죠?? ㅎ

Arch 2010-03-07 21:58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예리하신데요!
세음의 모든 음악은 다 좋아요. 그렇게 선곡을 할 수가 없는데 꼭 정말 괜찮은 곡들만 들려주고, 짱이에요.
 

 서평을 써야할 일이 있는데 알랭 드 보통에 대한거에요. 제가 왜 이 작가를 좋아하고, 근작이 내게 어떻게 다가왔는지는 알겠는데 다른 사람들은 왜 보통을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알랭 드 보통을 왜 좋아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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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알랭 드 보통의 철학
    from 책과 더불어 소통하기 2010-02-25 13:00 
    알랭 드 보통의 생각을 좋아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는 걸 주위 반응을 보고 알았어요.  보통이 사유하고 천착한 글 속에서 사소한 단상이 철학과 결합하고 추출될 때는 이것이  "삶을 보는 관점의 명료함이구나!"하는 생각을 매번 해 본답니다.  일상과 유리된 실존과 이상은 결국 허무할 수 밖에 없음을 의미하기도 하구요.  그래서 알랭 드 보통을 유쾌한 철학자로 내세우나 봅니다.  <object wi
 
 
다락방 2010-02-2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좋아하지 않아요.

Forgettable. 2010-02-24 16:28   좋아요 0 | URL
아주 가끔.
낚시터에서 새우 쪼가리로 손낚시하다가 대어 걸리는 확률로
락방님과 취향이 겹치기도 하네요 ㅋㅋ

다락방 2010-02-24 23:06   좋아요 0 | URL
우리가 겹치는 취향이 더 있을텐데요, 뽀님. ㅎㅎ

Arch 2010-02-25 01:00   좋아요 0 | URL
이럼 곤란한데. ^^

비로그인 2010-02-24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깊이에 대해 감탄했어요. 이 사람에게 있어 소재는 아무 것도 아니구나. 결국은 모든 문학은 문체를 향해 나아가는데, 이 사람은 반짝, 하는 작은 빛이 아닌 깊이와 문체를 아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요.

무스탕 2010-02-24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지질 않아요..

무해한모리군 2010-02-24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여기다 저도 안좋아해요 라고 쓰려니.. ㅎ

비로그인 2010-02-24 1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홀로 사랑이로군요! 하지만 영원한 사랑일거라 확신 중!

LAYLA 2010-02-24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땜에 좀 구리게 보이는 면이 없잖아 있지만(문체 자체가- 번역하면 좀 허세스러운 문체처럼 보이는거 같아요) 이 작가가 생각 하면서 사는구나 싶어서 좋아해요. 배운대로 철학하면서 사는구나-

프레이야 2010-02-2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우선 <동물원에 가기>를 읽고 좋아하게 되었어요.
사소한 것들을 바라보는 사유의 깊이와 문장이 매력적이란 생각을 했더랬죠.
<우리는 사랑일까>는 좀 그저그랬구요.
우리집 큰딸도 아주 좋아해요. 신간이 나오면 바로 구매해 달라죠.^^
왜 좋으냐고 언젠가 제가 물은 적이 있어요.
왠지 깊이가 있고 문체가 마음에 든다고 하더군요. 이제 고2에요^^

Arch 2010-02-25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드님, 대체적인 평이 비슷한거 같아요. 저도 그런 이유로 좋아해요. 쥬드님 우리 꿋꿋이 더 좋아하도록 해요 ^^
무스탕님, 에휴. ^^ 그럼 보통 좋아하는 사람은 나랑 쥬드님 뿐?
휘모리님, 에휴... 몰라요~ ^^
라일라님, 그럴 수도 있겠구나. 배운대로 철학하는점! 그렇죠.
프레이야님, 동물원에 가기를 읽고 보통을 안 좋아할 수야 없죠. 큰딸이 좋아하는 이유가 궁금해요. 깊이, 문체 말고.

문체에 대한 의견이 생각보다 많네요. 실은 젊은 사람들이 보통에 대해 열광하는 이유를 좀 알고 싶었어요. 내가 보통을 좋아하는건 유머러스하고, 일상을 낯설게 볼 수 있어서, 철학을 삶과 접속시킬 수 있어서 등등이었는데 왜 다른 사람은 보통을 좋아하지란 물음 앞에선
보통이 유행이라서, 허세부리고 싶어서, 왠지 들고다니면 폼 날 것 같아서란 (너무 어렵지도 쉽지도 않은 책이니까) 생각을 떠올리더라구요. 어이가 없어선! 나만 로맨스고 남들은 불륜이란 것도 아니고. 어렵네...

turnleft 2010-02-25 0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좋아해요.(아.. 목적어를 빼니 어째 아치님께 하는 고백같아 -_-*)
읽다보면 저자와 내가 "사유"라는 행위를 공유하는 느낌이 든다고 할까요..

Arch 2010-02-26 01:02   좋아요 0 | URL
고백 좋은데, 목적어 탈락이 이렇게 달콤할 수가! ^^ 아, 그 느낌도!

나비80 2010-02-25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좋아하려구요. ㅋㅋ 보통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보통 예민하고 감각적이라고 말해지는 작가들이 추상적인 감수성만을 늘어놓는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면(그런 작가들은 곧 사라지죠) 보통은 철저하게 물질성에 기반하여 그 감각과 사유를 지탱해 나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수고가 많습니다. 아치님! ^^

뷰리풀말미잘 2010-02-25 22:11   좋아요 0 | URL
저는 보통은 보통이지만.

소이부답님 글을 읽으면 이성의 성감대가 애무받는 느낌이에요. ㅎㅎ 아, 너무 좋아.

Arch 2010-02-26 01:10   좋아요 0 | URL
원하는 글이 나오기까지 좀 시간이 지체될 것 같지만 좋아요, 전 재미있어요.

미잘! 얼레리 꼴레리~

꿈꾸는섬 2010-02-25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통을 좋아해요. 아치님이 정리하신대로 삶과 철학이 동떨어지지 않는게 마음에 들어요. 그리고 보통이 갖고 있는 유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사람나름의 코드가 달라서라고 생각하는데 전 그의 유머도 좋더라구요. 아, 사실 보통 책을 읽은게 1년도 넘은 것 같지만 분명 그의 책을 읽고 참 좋아라했어요.
<프루스트를 좋아하세요>랑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읽었는데 둘 다 좋았어요.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문체도 좋았고 보통 사람들의 생각과 좀 다르다는 것이 특이해서 좋았던 것 같아요.

Arch 2010-02-26 01: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유머가 보통이 아니라니까요. '물류'편에서 자기 자신을 빗대 표현한건 정말 귀엽지 않았어요?
젊은 베르테르의 기쁨은 더 좋아하실 것 같아요.

2010-07-21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는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어요. 요즘은 <불안>과 <여행의 기술>을 읽고 있습니다...글쎄요 이남자 말을 재밌게 잘 하잖아요
연애할때 맞아,,너도 그렇구나 나도 그래 라는 속으로만 생각했던 이야기들을 몽글몽글(ㅎㅎ) 나누고 싶은 친밀감이 특히 좋았어요,,<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이십대 중반에 썼다고 하죠..대단한 보통씨라고 생각합니다. 그 점이 20대에 어필하는게 아닐까요.

때로는 쪼잔함이 아닐까 싶은 섬세함을 아무렇지 않게 대놓고 얘기하는 솔직함...사물을 대하는 각도가 조금 다르지 싶다 생각했어요..그리고 굉장한 철학적 지식, 사물과 인간에 대한 깊은 사고와 관찰력,,음...잘생겼구요...유머있고 세련되고 유창한 말발(ㅎㅎ),,머 그런게 좋아요^^
<불안>과 <여행의기술>을 읽고 나면 훨씬 훨씬 할말이 많아질 것 같아요...
 

 * 옥찌가 친구들이랑 그려온 그림을 보는데 여자랑 남자랑 손을 꼭 잡고 있는거다. 그래서 여남은 왜 커플이냐고 물었더니, 옥찌가 요상하게 몸을 비틀며 말하길,
- 둘이 섹시하거든.
이란다. 별꼴이다.

* 띠조사하는 민의 숙제. 네칸 밖에 없자, 지희가 지민일 꼬득이며 말하길
- 지민아, 그럼 큰 이모 빼, 큰 이모. 너 생각의 의자를 생각해봐. 생각의 의자
라고 했다.
지민인 고민하는척 하더니
- 그래? 그럼 누나 뺄게.
란다.  지희는 쿨하게 자길 뺐을 경우 어떤 불이익이 생길지 자긴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꽤 힘들어질거란식으로 무리수를 뒀다.

* 아주 매운 떡볶이를 해먹었는데 할머니가 드시더니 당신 '스타일'이 아니라고 하자, 옥찌 웃겨 죽겠다며 방을 데굴데굴 구르는거다. 그래서 내가 '옥찌, 스타일이 뭔말인줄 아냐'니까 그건 모르겠지만 정말 웃긴다며 어쩔줄 몰라하는거다. 내 추측으론 옥찌 느낌상 '스타일'은 할머니의 언어가 아니라고 생각한게 아닐까.

* 옥찌가 할머니한테 수수께끼를 냈다.
- 할머니, 나무는 나무인데 돈이 많은 나무는 뭐게.
- 은행나무
옥찌 '아니 어떻게 할머니가 이렇게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를 맞췄지'란 표정으로 할머니와 책을 번갈아가며 쳐다봤다.

* 몇주 전에 옥찌들과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서 놀 수 있는 곳에 다녀왔다. 실내는 건조하고, 아이들 떠드는 소리로 공간은 들썩일 정도로 울렸다.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같이 간 사촌 애기들 뒤치닥거리하느라 아플새도 없었다. 같이 미끄럼틀을 타고, 공을 가지고 공대포 공다트를 하니까 그런대로 재미는 있었다. 삼성어린이 박물관을 흉내낸 것 같은데 대개의 어린이 시설이 그렇듯 조악한건 어쩔 수 없었다. 한참을 뛰어놓다가 좀 쉬고 있는데 놀이기구에 흥미를 잃은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이기 시작했다. 누가 정한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술래를 정해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하기 시작했다. 옆에서 지켜보던 옥찌는 내 도움 없이 대장으로 보이는 언니에게 가서 자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옥찌는 이제껏 놀았던 것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 우린 주말마다 산에 가기로 했다. 옥찌는 다리 아프고 힘들다며 징징댔다. 옥찌에게 조금만 더 가면 달짝지근한 요구르트를 먹을 수 있을텐데 이렇게 주저앉을거냐고 했다. 옥찌는 잠시동안 요구르트의 맛을 머릿 속에서 그리더니 꼭 사주는거라고 내게 약조를 받아냈다. 그럼, 그럼 지희야.
 민은? 민은 달리기 시합만 할 수 있다면 정상까지 올라가도 문제없다는식이어서 같이 뛰어주기만하면 됐다.
 아마 이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산은 무슨 얼어죽을 산이냐고, 늙은 이모나 갔다오쇼라고 하겠지. 그땐 조금 걸으면 나오는 오뎅집이며 요구르트집에서 같이 먹던 그 맛이 생각나 괜히 5초도 안 돼 숨을 헐떡일 뜀박질을 할지도 모르겠다.

* 요즘 옥찌의 자는 시간이 늦다. '공부의 신' 본방 사수를 해서 다음날 아이들과 얘기를 해야한다며 내가 오는 시간까지도 텔레비전 시청을 하기 때문이다. 내가 올 때면 다양한 포즈로 자는척을 하는 옥찌. 금세 들켜 내 방으로 와 종이 오리기며 글씨 쓰기를 한다. 내가 씻고 오는 사이 어느새 잠이 든 옥찌.
 자는 아이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 주말에 시간이 없어 옥찌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옥찌들과 놀지 못하는건 둘째치고 매번 누군가에게 아이를 맡겨야한다는게 여간 신경쓰이는게 아니었다. 지금쯤 아이들이 뭘하고 있을지, 밥은 잘 먹고 있는지보다 내일은 누구에게 맡기고, 다음주는 어떻게 할지에 더 신경을 썼다. 뜨끔했다. 누군가를 항상 최선을 다해 좋아할 수는 없지만, 귀찮아하고 있었고, 어떻게 해야할지 정도로만 생각해서.
 평일엔 옥찌들과 마주칠 시간이 없어 주말에 아주 신나게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늘 엉터리다. 주말에 아이들이랑 놀다보면 지난주보다 한뼘쯤 자란 아이들이 보인다. 옥찌들은 내게 말을 걸어주고, 가만히 듣는다. 나는 아이의 표정과 말의 내용, 행동을 지켜본다.

* 나의 원대한 꿈중에 하나는 누구네 집 아이들이랑 누구누구네집 애들 다 데리고 산이며 들로 뛰어다니는거다. 이번주엔 내가 다음주엔 누구네 아빠가 다다음주엔 누구네 이모, 삼촌이 보는 날.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장소에서 서로 싸우고 화해하면서 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왜 모든 육아와 가사는 개별적이고 개인적이어서 각자의 부담을 가중시키기만 할까.

* 민은 잘 토라지고, 수시로 삐진다. 삐진 민을 흔들면 민은 아주 무서운 표정으로 내게 겁을 주고 앵앵 우는 소리를 한다. 나는 다른건 다 괜찮은데 그 앵앵 소리는 정말 싫다며 하루에도 몇수십번 약속한 '화내지 않기'를 져버리고 민에게 화를 낸다. 정말 이건 방법이 없는걸까. 얼마 전에 '한겨레 신문'에서 읽은 기사에 따르면 아이들이 날 마뜩치 않은 표정으로 보거나 내 말을 듣지 않는건 인생이란 긴 시간에 비춰볼 때 아무것도 아니란 내용을 접했다. 아이의 반항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다. 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와 나의 관계에 있어선 아주 찰나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참을 수 없는건 내 맘대로 되지 않아서,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 투성인데 아이 맘 하나 내 맘대로 하려고 해서란걸 알았다. 아는 것과 별개로 정말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양육에 관한 내용이 늘 다짐과 반성으로 점철되는 것도 꽤 오래 해온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도 나름 양육에 관한 코멘트들의 장점은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랄까. 자기계발서들의 유효기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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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0-02-20 2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막 그 표정들이랑 행동들이 그려지는 듯 해요오. ㅎ 귀여우신 아이들과 함께 일상을 보내는 모습이 웃음짓게 하네요 ㅎ

근데 여기 올때마다 궁금해지는 건데요~ 이 배경 화면은 어디일까요? 저 오른쪽 헤드폰도 좀 궁금하고요^^

Arch 2010-02-20 22:58   좋아요 0 | URL
바람결님, ^^ 저는 난삽한 기록자일 뿐인걸요. 제 조잡한 글의 어느 부분이 조금이나마 재미있거나 의미있다면 그건 다 조카들 덕분일 거에요.

배경 화면은 어떤 분의 영화 상영장에서 찍은거에요. 삼천동에 있는 까페를 빌려서 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참 좋더라구요. 공간마다 영화를 볼 수 있게 헤드폰을 비치해뒀구요.

2010-02-20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20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10-02-21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다보니 참 부러워지는게요,Arch님.
옥찌가 조금 더 자라야 Arch님은 늙은 이모가 되겠지만,
제 조카는 태어나자마자(7월 예정이랍니다) 늙은 이모를 만나겠네요. 우리 조카 좀 안됐네. 어린 시절에 젊은 이모가 좀 놀아주었으면 좋았을텐데. 흐음..

Arch 2010-02-22 00:23   좋아요 0 | URL
'늙은'은 맘 먹기 나름 아니겠어요. 전 옥찌들이 나이든 나를 내치면 난 어리광 부리고 그럴건데.
여름 아이는 정말 건강할 것 같아요. 여름에 이모가 되는 소감은?

다락방 2010-02-22 08:25   좋아요 0 | URL
여자는 소주고
계절은 여름이죠! 후훗
 

  내가 어른이었을 때, 옥찌는 아주 작은 아이였다. 혼자서 서지 못해 몇번씩 넘어졌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터무니없이 나약한 아이. 나는 나약해서 내가 아니면 원하는 곳에 닿지 못하고 혼자 바로 설 수도 없는 옥찌를 좋아했다. 벅벅 기어다니던 녀석이 아장아장 걷기 시작하고, 말을 하고, 떼를 쓰고, 울다가 박꽃처럼 환하게 웃었다. 박꽃을 한번도 본적이 없는데 아이의 웃음은 꼭 박꽃처럼 환할 것 같았다.
 가방을 매고 유치원에 다니고, 친구 얘기를 늘어놓고, 동생이랑 투닥거리다 혼나서 눈물을 쏙 빼놓기도 하면서 옥찌는 나 모르게 쑥쑥 자랐다. 유치원에 갈 때도 좋아하는 친구가 있다며 귓속말로 소근댈 때도 몰랐는데 예비소집을 갔다와서야, 우리 옥찌가 많이 컸구나 싶어졌다.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 것처럼 점점 철이 없어지는데 옥찌는 언제 이렇게 큰걸까. 언제 이렇게 커버려서 학교 갈 때 필요한걸 저렇게 적을 정도가 됐을까.

    

 
- 이모, 목요일이 입춘이었던거 알았어?
- 아니, 그런데 입춘이 뭐야.
- 봄이 오는거.
- 봄이 오는데 왜 이렇게 춥지?
- 겨울이 가기 싫나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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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0-02-06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사랑스럽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아이 옥찌!
이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 또 얼마나 많은 이야기 거리을 만들어올까요.
(학교에 갈때 '원피스'도 필요하군요 ^^)

Arch 2010-02-08 11:46   좋아요 0 | URL
저는 충실한 기록자가 되고 싶어요.
저도, 원피스에서 빵 터졌어요. ^^

순오기 2010-02-06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옥찌가 학교에 가는 군요. 축하해요~
1학년에게 샤프는 필요없고 4B연필로 준비하면 돼요.^^

Arch 2010-02-08 11:47   좋아요 0 | URL
옥찌에게 전해줄게요. 이 녀석은 샤프펜슬로 쓰면 대단한 글이 나올줄 알고 있어요.


2010-02-06 2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8 1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08 16: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1: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뷰리풀말미잘 2010-02-07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핸드폰은 무슨. 학교가서 비즈니스 하냐? 라고 전해주세요.

Arch 2010-02-08 11:49   좋아요 0 | URL
왜 이렇게 꼬였담. 꽈진 미남같으니 ^^

2010-02-09 15: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2-10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