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랭 비키니 선거운동 기사를 보다가 누군가 변희재 운운하는걸 보고 얻어걸린 동영상. 
 연예인의 사회 참여 발언, 운동이 정파에 영향을 받고 이는 나중에 차기 정권 때 잘 보여서 좋은 자리 꿰차려는 의도라고 보는 변희재에게 대체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된거죠라고 묻는 대신 강용석, 전여옥, 나경원이랑 친구라면서 왜 밥을 같이 안 먹느냐, 왜 전쟁이 날거란 가정으로 모든 사안을 판단 하느냐고 되묻는 낸시랭. '정파적인 입장'이 아니라 상식적으로 낸시랭 참 멋지다.















 '서늘한 미인'에서 낸시랭에 대한 글을 본적이 있다. 낸시 랭이 (노출이 있는) 퍼포먼스를 할 때 언니들은 눈 마주치고 즐거워하며 응원하는데 몇몇 분들은 인상 쓰면서도 훔쳐본다는 얘기를 한적이 있다. 자신의 욕망을 마주하며 솔직해지기보다는 엄숙해지고 싶은 한국 사회의 일면이 엿보인 해프닝이었다. 


 김경이 쓴 에세이에서도 낸시 랭 이야기가 나온다. 여자들이 시간과 돈을 들여 꾸미는 대신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도 좋지 않냐란 식의 이야기였다. 김경은 그 얘기 끝에 알량하게 밥값 분담을 하는 것보다 낸시 랭 같은 태도가 더 괜찮아보인다는 얘기를 했던 것 같다. (정확한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아서 찾아봤는데 즈질 검색 실력이라 보이지 않는다. 대신 이 기사가 눈에 띄었다.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527417.html )


 쓰고자한 이야기를 기사에서 대부분 해준 것 같다. 나 역시 낸시랭을 어떤 진영에 놓고 볼지 고민하는 수준이었다. 자신이 어때야한다는 주장 대신 그렇게 사는 사람을 지켜보는건 즐겁다. 요즘은 낸시랭이 그래보인다.


 나는 이효리가 예측 가능한 선행의 틀 위에서 상찬 혹은 비난을 들어가며 ‘개념 연예인’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보다는 오히려 ‘개념 연예인’이라는 말의 허상을 파괴해주길 바라는 쪽이다. 진영 논리에 따라 자기 입맛에 맞으면 ‘개념’으로, 아니면 ‘수구’로, 이도저도 아니면 계몽이 필요한 ‘백치’로 연예인 집단을 매도하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그들의 사회참여에 장벽을 쌓는 건 연예인 당사자들의 계몽 여부가 아니라 바로 그런 타자화된 시선 자체다. 얼마 전 TV 프로그램에서의 ‘뱃살 논란’이 점화된 직후 ‘아 그거 의상 때문인데’가 아니라 ‘나이 먹으면 배 나오는 게 당연하지’로 응대한 그녀의 총기가 외부의 진영 논리에 영향받지 않길 바라며. 혹여 저렴한 책사가 필요하다면 <한겨레21> 편집부에 제 연락처를 문의해주세요. 님 파이팅. (허지웅의 글,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16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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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리풀말미잘 2012-04-14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전에 변희재를 보고 와, 얜 진짜 못생겼다. 고 생각했고 역시 10년전에 낸시랭을 보고 와, 미술계에도 미녀가 있네. 라고 생각했는데. 세월이 흐르니까 다들 평범해지네요. 미와 추도 엔트로피 증가 법칙의 영향을 받는거죠. 아, 언젠가는 제 미모도 평범해질까요? 우울하네요.

이 둘은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는거 같애요. 둘 다 중증 노출증에, 전공분야에는 무지하나 밥그릇 포지셔닝엔 일가견이 있고, 사회적 관심은 많은데 별로 생산적이진 않고.. 차이점은 확고하죠. 호감과 비호감.

인용할려고 하신 김경의 에세이는 '뷰티풀 몬스터'에요. 전 이 책을 두권 샀는데 다 어디론가 사라졌네요. 밥값? 낸시랭정도면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죠. 진중권은 눈도 높아. ㅎㅎ

아,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낸시가 진중권에게 과민반응하는 건 어느정도는 아티스트로서 본질을 간파당했다고 느끼기 때문일거같애요.

Arch 2012-04-16 13:37   좋아요 0 | URL
오 미잘이다! 아차차, 말미잘이지 (밥 먹고 오면서 생각해낸 유머란게 헐)

못생겼다고 말할줄 아는 댓글이라니! 막 신나요. 톡식의 슬옹이가 미잘을 좀 닮은 것 같아요. 생긴 것보다 하는 짓이나 말하는게. 은근 귀엽더라구요. 미잘 미모도 알고보면 은근과지...

그 책인지 당근 알죠. 한겨레에서 찾아보려고 하는데 잘 못찾겠어서 말이죠. 진중권이 하는 말, 정말 웃겨요. 규정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가 나중엔 감당할 수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얘기한 부분이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요...

그런데 미잘, 꼬마 니콜라가 그런 애였어요. 지희는 요새 그 책만 봐요. 난 잘 모르겠던데

뷰리풀말미잘 2012-04-16 19:23   좋아요 0 | URL
슬옹이가 누구에요? 검색하면 나오나? 제 미모가 은근과라구요? 아뇨, 제 미모는 직접적이고 노골적이지 않은가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 마돈나 흉내내는거 있잖아요 왜. ㅎㅎ 이쁜척, 맹한척.

아, 꼬마 니콜라 제가 지희한테 선물한 책이죠? ㅎㅎ 짜식. 요즘도 그렇게 왈가닥이에요?


Arch 2012-04-17 11:10   좋아요 0 | URL
물론 아니죠. 미잘 미모는 은근과예요. 자꾸 보고 하는 짓 보고 또 보고 해야 배어나는, 아, 이게 미모구나. 이런거?

아티스트로서의 본질? 이건 미잘 설명으로도 모르겠어요. 알겠지만 나는 다아 설명해줘야 알아들어먹는 감없는 아치라. 방금 화장실 갔다와서 든 생각인데 전 이미지메이킹이랑 진짜랑 잘 구분이 안 돼요. 미잘이 말한 것처럼 예술로서 만들어진건지 원래 사람이 그런건지 모르잖아요. 아티스트로서의 본질에 두개 다 해당되는건가.

ㅇㅇ 지희가 왈가닥이었나요? 왈가닥은 지민이쪽이죠. 지희는 여우과^^
 
고양이를 쥐라고 우긴들 세상이 바뀌니?





 빵가게 재습격님 페이퍼에서 링크 걸린 영상을 가져왔다. 마우스랜드에서 더 이상 고양이를 뽑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캐나다의 사례로 보자면 아직 갈길이 멀긴 하지만 그래도 점점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에 비판적 지지란 말로 소수 정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기만하는 주장도 이번엔 잘 안 먹힐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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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ch 2012-04-1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야권연대를 해서 '비판적 지지'가 쏙 들어갔다는걸 모른건 안자랑
 

 

 

 윤상 작곡, 김이나 작사

 

 MV가 근친상간을 상징하는게 아닌가란 논란도 있지만 아이유 팬까페에 가보면 조목조목 그게 아닌 이유가 나온다. 그닥 와닿진 않지만. 은유적이고 아름다운 가사와 오랜만에 보는 윤상이 반갑다.

아이유의 다른 노래 뮤직비디오 때깔도 좋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노래 부르는 것도 참 예쁘다.

남들 다 좋은날 듣고 다닐 때 좋으면 얼마나 좋겠냐 했는데 뒷북답게 요즘에서야 하나, 둘 준비한 다음 내지르는 3단 고음에 빠져있다. 이럴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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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26 09: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3-27 09: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테드 글로벌 특강처럼 KT에서 하는 강의에 윤성호가 나왔다. 그가 말하는 영화 연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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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그것이 마지막 가치라면…


사진도 찍지 않았고 몇 가지 잡무를 처리하고
편지는 펑크를 낼 심산으로 밤 11시 좀 넘어 자리에 누웠다.
거의 독서를 하지 않는 내 머리맡에는 몇 권의 책이 항상 있다.
호시노 미치오의 책 세 권은 간혹 들추어 보기 위해 가장 가까이 있다.
그리고 <뿌리깊은나무>의 몇 권 책들은 읽지는 않지만 하나의 경전으로
그 옆에 놓여 있다. 그리고 아룬다트 로이의 <9월이여, 오라>도
고정 목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언급한 책들은 이를테면,
‘내가 책을 쓴다면’ 이런 책들의 가치에 절반이라도 필적해야
종이로 소용된 나무에게 미안함이 덜할 것이란 기준점이 되는 책들이다.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교체하는 책. 잡지다. 내가 읽는 유일한 잡지.
<전라도닷컴> 신년호가 지난 토요일인가 내 책 상 위에 배달되었다.
읽는데 까지 읽다가 평소 보다 이른 잠을 청할 생각이었다.
에디토리얼에 해당하는 편집장의 머리글을 별 생각 없이 읽었다.
딱 한 페이지의 글을 읽고 난 후, 일어나서 카메라를 들고 내 머리맡의
책 사진을 찍고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잡지 <전라도닷컴>이 힘들다. 사실 항상 힘들었다.
그러나 2012년 1월호 머리글에 편집장이,
‘…이러다가 잡지를 온전히 지킬 수 없겠구나…
하여 몇 번을 망설이다가 참 염치없는 부탁을 드린다.
한 분의 독자가 올해가 가기 전에 딱 한 사람의 새 독자를 만들어주시길!…’
이라는 글을 올리기까지 모니터 앞에 앉아서 깜박이는 커서를 얼마나
바라보았을지 짐작해 보면 내 가슴이 다 오그라든다.
불과 며칠 전 송년의 끝자락에 전라도닷컴의 몇 분을 지리산닷컴
송년회 자리에 청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오시지 못했다. 마지막 날까지
일을 하고 계셨다. ‘아, 31일은 놀아야죠!’ 라고, 별 생각 없이 올 수 없는
손님들에게 지청구를 부렸다.

세상에는 사라져 가는 마지막 가치들이 있다.
이제는 ‘종이 책’이라고 부른다. 비트 언어로 만들어진 다른 책이
책 시장의 주인으로 자리할 것이란 예측을 하기도 한다. 그런 소리에 대해,
‘그래도 종이를 넘기는 맛’을 논하는 사람들은 생 후 1년이 되기도 전에
아빠의 아이폰을 터치해서 저장된 사진을 보는 아이들이 느끼는 ‘맛’의
힘과 지속성을 과소평가 하는 것이다.
잡지 <전라도닷컴>은 2012년 1월 현재 통권 118호까지 발행하였다.
거의 광고가 없는, 단행본도 아닌 잡지를 118호까지 발행하는 것이
가능한 경우의 수는 두 가지다.
발행인 집안이 재력가이거나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이 미쳤거나.
둘 중 어떤 경우의 수이건 잡지 <전라도닷컴>은 마지막 가치다.
종이와 비트의 접점에서 마지막 가치가 아니다. 그것은 담는 그릇의 종류
문제에 불과하다. 지금의 <전라도닷컴>을 만드는 ‘미친 사람들’이 아니면
더 이상 ‘그런 이야기를’ 발로 쫓아다닐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마지막 가치다.
아직은 안 된다.
118호를 발행하는 동안 전라도닷컴이 전해왔던 이야기들은 사라져 가는
마지막 가치들의 목소리를 붙잡는 일이었다.
잡지 <전라도닷컴>을 잃는다는 것은, 마지막 가치를 담을 그릇을 잃는 일이다.

이전이나 지금이나 돈 빌려달란 전화를 하기 전에는 담배가 잣고
가슴이 오그라든다. 그러나 구차해 보이고 싶지 않아 항상 당당하고
뻔뻔하게 용건을 이야기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것과 다르게 가슴이 오그라든다.
필요한 가치를 지키자는 부탁을 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을 오그라들게 한다.
커피를 파는 가게는 커피 맛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밥을 파는 가게는 밥맛으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책은, 잡지는 내용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상은 그 내용들을,
그 가치들을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는다.
결국 작은 힘들을 보태야 한다. 한 번의 잡지를 발행할 수 있는 광고도
물론 고마운 일이지만 결국 광고라는 ‘자본’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성을
보장받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구독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길 이외에는 없다.

잡지 <전라도닷컴> 정기구독을 권한다. 일 년 정기구독료 오만 원이다.
팍팍한 우리네 삶에 쉽게 지출할 수 있는 액수는 아니다. 쇼핑몰은 아니지만
이곳에서 간혹 뭔가를 팔아 보니 삼만 원이 심리적 기준선인 듯하다.
그러나 자신 있게 권한다. <전라도닷컴>이 전하는 이야기들의 가치를
자신하기 때문이다.
http://jeonlado.com 로 가셔서 신청하실 수 있다.
062-654-9085로 전화를 하셔서 신청하실 수도 있다.
이 글을 보고 신청하실 때에는 <지리산닷컴 소개로 신청한다>고 말씀해 달라.
그런 분이 일백 사람이면 <전라도닷컴>에 밥 한 그릇 사라고 행패를 부리고 싶다.
이 글을 만드는데 거의 두 시간 걸렸다.
일상적인 글 보다 두 배는 더 걸린 것이다.
나 역시 깜박이는 커서를 바라보는 시간이 길었다.


4dr@naver.com

 

 

 메리포핀스님 서재에서 보고 지리산닷컴을 방문해 글을 퍼왔다.

지리산닷컴을 보니 http://haeumj.tistory.com/94 이런 포스팅도 있다. (이분 밥상 완전 부럽다)

개인적으로 구독이 어렵다면 동네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에 구입 신청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언젠가 잡지가 매체에 소개되어 이 잡지를 왜 나만 몰랐나 안타까워서 계속 안타까워한적이 있다.

안타까움이 이어져 바로 잡지를 찾아서 본다거나 구매를 하는 연속적인 과정은 늘 그랬듯 지지부진이었다.

 우연찮게 시장 구경을 하다가 조그만 건물에 자리한 사무실을 발견했고 사무실을 찾아가 따뜻한 차 한잔 얻어마시며 편집장인 황풍년씨 책도 보고 민들레 통신이란 책도 봤다. (사무실도 가봤다고 자랑하는 중이다.) 보고 싶은 책이 너무 많아 이것저것 사들고 나왔던 기억이 난다.

그날 천원짜리 국수에 오뎅을 빠뜨려 먹으며 이런 국수는 맨날 먹어도 좋겠단 생각을 했는데.

 

 전라도닷컴, 재미있다. 부러 해학이니 풍자니 하지 않아도 단어 하나마다 표정 한컷마다 재미있어 뜨뜻한 구들에서 같이 읽으며 얘기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안타까움이 계속 이어지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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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잘라 2012-01-0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밥상 사진 보니 금방 또 배고파요. ㅇ.ㅇ
아치님 글 읽으니 과월호도 받아보고 싶어졌어요.
음~ 새해부터 너무 지르면 안되는지라, 그래도,
음~ 심각 모드.. ㅋ

Arch 2012-01-04 19:17   좋아요 0 | URL
제가 다 읽고 보내드릴까요? 저도 여태 안 읽고 있어서...
정말 맛난 밥상이죠!

메리포핀스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숲노래 2012-01-05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라도만 아니라
경상도도 경기도도
서울도 인천도 부산도
충청도도 강원도도
저마다
재미난 이야기잡지가
태어나면 좋겠어요..

Arch 2012-01-05 12:45   좋아요 0 | URL
^^ 그러니까요. 모든 매체가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어 아쉽습니다.

하이드 2012-01-05 05: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좋은데요? 어떤 책인데요? 구구절절 사연보다 어떤 글들이 있는 책인지 힌트라도 있으면 마음이 더 동할것 같은데요.

Arch 2012-01-05 12:44   좋아요 0 | URL
전라도 닷컴은 전라도 사람들, 전라도 문화, 전라도 풍광까지. 전라도의 모든 것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잡지입니다.

이 잡지가 좋은 이유는 우선 전라도 이야기를 하는 게 좋고, 사투리 그대로 기사를 써주는 게 좋아요. 전라도 이야기를 누군가 먹고 즐기기 위해 겉절이로 하는게 아니라 바로 옆에서 보는 것 마냥 생생하게 전해줘서 더 좋아요. 어르신들의 입담이 고스란히 녹아든 지면을 읽는 재미가 있어서, 교훈이나 감동을 주려고 글을 쓴게 아닌데도 잡지를 읽다보면 나도 그 자리에 끼고 싶을 정도로 포근해서 좋아요.

송년회 모임 기사 일부인데요. 잡지의 정서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것 같아 발췌해봤습니다.

나희덕 시인(조선대 문창과 교수)의 시낭송이 먼저 마음을 덥혔다. 독자들과 함께 나눈 시는 ‘방을 얻다’. 담양이나 창평 어디쯤 방을 얻고 싶어 고즈넉한 마을만 보면 들어가 기웃거리던 시인이 수더분한 꽃들 피어있는 마당에 들어서 ‘저어, 방을 한 칸 얻었으면 하는데요’ 말 꺼내자 그 집 아짐이 들려준 대답이 아름다운 시이다.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글씨, 아그들도 다 서울로 나가불고
우리는 별채서 지낸께로 안채가 비기는 해라우.
그라제마는 우리 집안의 내력이 깃든 데라서
맴으로는 지금도 쓰고 있단 말이요.
이 말을 듣는 순간 정갈한 마루와
마루 위에 앉아 계신 저녁 햇살이 눈에 들어왔다.
세 놓으라는 말도 못하고 돌아섰지만
그 부부는 알고 있을까,
빈 방을 마음으로는 늘 쓰고 있다는 말 속에
/ 내가 이미 세들어 살기 시작했다는 걸.>

http://jeonlado.com/v3/
검색하면 나오겠지만 사이트 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