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다음 편을 위한 워밍업~! 본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내 가난한 발바닥의 기록
김훈 지음 / 푸른숲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역사적으로 개만큼 인간과 친밀하게 지낸 동물은 없었을 것 같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많이 들어온 오수의 개 이야기라든지 플란다스의 개 이야기만 봐도, 개는 인간에게 감동과 위안을 주는 동물이었음이 틀림없다. 이런 말은 개를 한번이라도 길러본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개처럼 충성심이 강하고 이타적인 동물을 본 일이 없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개에 비유하는 것이 나쁜 뜻임을 알았을 때, 그게 참 이해가 가지 않았다. 사람들이 개만큼만 해도 그게 욕먹을 일이 아닐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언제나 자기 위주로 생각하는, 어찌 보면 가장 이기적인 동물일 인간과 가장 이타적인 동물인 개를 비교하는 것은 개에 대한 모독일 거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가 개와 함께 지낸 시간은 나의 나이와 맞먹을 정도로 길다. 나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묵묵히 내말은 다 들어주는 개한테 고마움을 느낀 것은 사람에 상처받은 그런 날이었을 것이다. 어떤 날은 내가 기르는 개가 말을 할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그러다가 아, 내가 이렇게 생각하면 본인은 얼마나 더 답답할 것인가, 여기에 생각이 미치자 개가 말을 했으면 좋겠다는 대신 내 나름대로 개의 행동을 보고 개가 하고 싶은 말을 유추해 내기도 했다. 그러자 개와 대화 아닌 대화가 가능해졌다. 개와 오래 지내다보면 개도 저마다 성격이 따로 있고,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이 또 다름을 알게 된다. 대화 아닌 대화가 가능해지면 그것들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김훈의 장편소설『개』도 개와 대화 아닌 대화를 하려는 김훈 작가의 시도인 것 같다. 사람보다 청각과 후각이 100배 이상 발달한 개는, 그렇다면 인간보다 수백 배 더 많은 삶의 체험과 느낌과 감각을 자신의 마음속에 저장해 놓고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저놈이 말을 못해서 멍멍 짖고 다닐 뿐이라고, 그렇게 김훈 작가는 자신보다 200배는 풍요로운 감각을 가지고 있는 개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개가 된다. 세상의 개들을 대신해서 짖기로 한 것이다. 풀이 돋아나듯이, 바람이 불어오듯이 저절로 이 세상에 태어난 개는, 원해서 된 일이 아니지만 태어나보니 개였고, 태어나 보니 수놈이었다. 김훈 작가는 황구 수놈이 되기로 한다. 컹컹컹...컹컹... 사람들은 무슨 개소리야~할지 모르는 소리를 사람의 귀가 아닌 개의 귀로 듣고, 이 땅의 모든 사물들을 개의 눈으로 보기로 한다.「내 이름은 보리 진돗개 수놈이다.」이렇게 철저히 한 마리의 개로 태어나 개의 이야기를 전한다.

 보리라는 개는 보통의 진돗개가 그러하듯이 매우 지조 있는 놈이다. 말을 할 수가 없기에, 종종 오해가 생기는 일이 발생하지만, 그래도 그것을 슬퍼하지는 않는다. 세상엔 기쁘고 재미난 일이 많아서, 슬퍼할 시간도 없다. 모든게 신기하고, 모든 것이 아름답다. 특히 사람들의 세상이 아름답다. 아, 할 일이 무지 많다. 어부인 주인님을 새벽 선착장에서 기다려 주인님이 던지는 밧줄을 받아야 하고, 주인님의 딸 영희 학교 가는 것도 따라가야 한다. 학교 가는 논둑길에 뱀이 나오면 쫓던가 싸우던가 해서 길을 터줘야 하고, 주인할머니 감자 농사가 망치지 않도록 들쥐를 물어 죽이기도 해야 한다. 사람 동네에서 개 노릇 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것이 운명이다. 사람처럼 신발을 신고 다니지 못해, 다니는 길마다 온전히 자신의 발바닥을 디뎌야 하고, 그렇게 발바닥에 흔적과 기억을 남긴다. 한 벌 뿐인 자신의 굳은살을 자랑스러워하는 보리는 그로인해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갈 용기를 갖는다. 지나간 슬픔을 슬퍼하기 보다는 닥쳐오는 기쁨을 기뻐하는 개의 삶을 보리는 살아간다. 가진 거라곤 자신의 발바닥에 새긴 삶의 흔적과 기억들뿐이지만, 그 흔적과 기억이 남긴 굳은살은 가난하지 않다. 세상에 단 한 벌뿐인 자신의 신발은 살아있는 동안 온전히 보리 자신 것이기에, 보리가 새겨낸 발자국은 가난하지 않다. 오히려 보리의 눈엔 한 없이 아름다운 인간 세상이 아름답지 않은 인간들의 발자국이 가난한 것이다. 그래서 보리는 인간들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알게 될 때까지 짖고 또 짖는다. 컹,컹컹컹.....우우우우......  


 세상이 온통 신기한 거 투성이고, 늘 재미나서 어쩔 줄 모르는 우리 집 강아지 뿌꾸. 이 녀석도 자신의 발바닥으로 세상의 많은 걸 배우러 다닐 테지. 너의 발바닥을 응원한다. 네가 다닌 길은 온전히 너의 발바닥에 닿을 것이기에, 모두다 네 것이다. 뿌꾸 너는 가난하지 않다.
너의 발바닥엔 곧 굳은살이 생길 것이기에...세상의 아름다움을 알기에...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09-07-15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아름다운 글입니다. 추천 10개를 드리고 싶은데 하나밖에 안 되네요.
제 마음이라도 받아주세요.^^
어릴적에 할머니께서 이웃집에서 개를 얻어 오셨는데요. 이름을 똥개라고 불렀어요. ㅎㅎ
똥개와 함께 한지 2~3년이 되었을 때 어느날 갑자기 도둑을 맞았어요. 그 때 정말 많이 울었지요. 찾아도 찾아도 없어서 울고 또 울고 했답니다. 저와 장난도 치고 위험한 곳이라고 생각하면 저의 옷자락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았지요. 똥개와 놀던 추억이 아련히 떠오르네요. 전에 뉴스에서 보았는데요. 개가 주인 곁을 맴돌면서 냄새를 맡고는 옆에 앉아 짓는다고 합니다. 처음에 주인이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했는데, 그게 매일 반복이 되자 하도 이상해서 병원에 갔었는데 알고보니 암이었다고 합니다. 다른 곳에서도 이런 일이 생겼는데, 개가 주인의 생명을 구해 준 셈이지요. 개가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일 많이 합니다. 집을 지켜주고, 주인을 보살펴 주고, 도둑을 잡아주고, 아이들을 지켜주고... 이렇게 훌륭한 개인데, 요즘은 개를 학대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ㅠㅠ
요 위에 있는 사진속 주인공이 뿌꾸인가요?
아유.. 너무 귀여워요~ (댓글이 너무 길어져서 죄송해요~)


어느멋진날 2009-07-15 11:35   좋아요 0 | URL
와~후애님의 마음과 제 마음이 통한 것 같네요. 이름이 똥개였어요? 촌스럽기도 하지만 무척 정감가는 이름이네요. 가족처럼 지내던 개가 하루 아침에 없어지면 그 슬픔은 말로 할 수 없지요. 저는 키우던 개가 죽었을 때 엄청 많이 울었답니다. 항상 말없이 내 곁에 있어준 개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어요.
저도 후애님이 뉴스에서 보신 그 내용을 들은 적이 있어요. 주인을 구한 개. 개가 아니라면 불가능 한 일인 것 같아요. 개처럼 주인을 위한 마음이 간절한 동물은 없으니까요. 항상 감동을 주는 개들이 있어서 인간의 삶이 조금더 풍요로워지는 것 같습니다. ㅎㅎ 사진속 주인공이 지금 저희 집을 지키고 있는 뿌꾸에요. 어찌나 말썽쟁이인지 보고있으면 정신이 없을 정도에요.ㅋㅋ 그래도 이 녀석 때문에 웃을 일이 많아요.^^ 긴 댓글이 죄송하다니요! 항상 후애님께 감사드린답니다.^^

유쾌한마녀 2009-07-15 1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릴때부터 항상 개를 키워왔는데 집 사정상 작년부터 안키우고 있어요 근데 완전 허전해요 ㅠㅠㅠㅠㅠㅠㅠㅠ 멋진날님네 놀러가서 개 봐야겠음 비록 날 보고 짖더라도 ㅋㅋㅋ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7-15 18:14   좋아요 0 | URL
ㅎㅎ 우리 뿌꾸가 마녀님 보고 으르렁댔죠?ㅋㅋ 애가 지조가 있어서 그래요^^ 마녀님 집에서 봤던 황구가 기억나는데,, 지금은 없군요,, 키우다 안 키우면 정말 허전하겠어요,,ㅠ

유쾌한마녀 2009-07-15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서 저도 뿌꾸에게 맞대응하잖아요 ㅋㅋㅋ 전에 키우던 진돗개가 생각나네요 ㅠㅠㅠㅠ

어느멋진날 2009-07-16 10:22   좋아요 0 | URL
ㅋㅋ녀석이 주인밖에 몰라 그래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또 이쁜 강아지 키우세요,,정말 허전하실듯,,

프레이야 2009-07-16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뿌꾸, 넘 귀여워요.^^
몇해전 읽은 책인데 님의 리뷰 보니 새롭게 다가오네요.

어느멋진날 2009-07-16 10:23   좋아요 0 | URL
ㅎㅎ 귀엽죠? 아주 말괄량이에요,,ㅋㅋ 프레이야님은 이미 이 책을 읽으셨구나^^ 프레이야님 종종 여기도 놀러오셔요^^

2009-07-16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6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6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6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0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09: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7-17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잔잔한 울림을 전해주는 글이네요^^.
사실 전 김훈이라는 작가의 책을 한번도 읽어보지 않았습니다. 중고등학교 선생님부터 친구까지 너무나 많은 사람이 추천하는 책들이 있었는데도, 오히려 정이 안가더군요. 이상하죠? ㅋㅋ 그런데 왜 그랬는지는 이유를 잘 모르겠어요. 그냥 손이 안간다고 해야할까...
근데 이 글을 읽어봤더니, 이 책만큼은 꼭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어릴적부터 오랫동안 집에서 개를 키워왔거든요. 오래전에 떠나보내긴 했지만, 저보다 1살 어린 동생과도 같은 개도 있었죠. 그리고 저희 집에서 3대째 살고있는 개가 있답니다. 할머니에 어머니에, 딸이 모두 저희집에서 살았었고, 지금도 살고있죠.
오랜 시간동안 먼곳에 떠나있다가 집에 다시 돌아올때에도, 한결같이 반겨주는 개들이 참 좋습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지금은 제가 타지에 나와있지만 고향집에 있을 개들이 생각나서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김훈씨의 이 소설을 읽으면 그 감동이 더 커질것 같아서 기대가 됩니다.

저는 향기가 나는 책들이 좋습니다. 사람과 삶의 향기가 나는 책이요.
이 책은 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것 같지만, 여기에서도 역시 향기가 날것 같네요.
도서관에서 빌려서라도 꼭 읽어봐야겠네요.
고맙습니다. 좋은책 소개해주셔서요.^^

어느멋진날 2009-07-17 15:51   좋아요 0 | URL
별을낚는어부님~ 반가워요^^ 제 리뷰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개를 키우는 사람은 개의 마음이 어떤지,, 궁금할 때가 많죠. 이 책은 김훈 작가가 한 마리의 개가 되어 그 심리를 묘사한 책이에요. 아직도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개를 이해하는 마음이 조금은 더 생긴 것 같아요. 별을낚는어부님도 이 책을 읽고 저와 같은 마음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비로그인 2009-07-1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강아지 이름 보고 생각이 났는데...
예~전에 KBS에서 방영하던 국산 만화영화 이름이 "두치와 뿌꾸"였는데 거기에서 따오신건가요? ㅋㅋ

뿌꾸라는 어감이 참 좋네요 ㅎㅎ

어느멋진날 2009-07-17 15:54   좋아요 0 | URL
헤헤,, 두치와 뿌꾸 맞아요^^ 원래 두치도 있었는데 옆집 아주머니께서 부탁하셔서 보냈답니다. 사람도 이름에 영향을 받듯이 개도 그런가봐요,, 두치와 뿌꾸라고 지어놨더니 둘이 같이 다니면서 어찌나 말썽을 피우던지,,ㅋㅋ 그래도 참 귀여워요. 지금은 뿌꾸밖에 남지 않았지만 에너지가 넘쳐서 보는 사람을 즐겹게 해준답니다.^^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코엘료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작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 자히르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연금술사』로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작품에 감동을 느끼고 공감하는 사람 역시 많지는 않은 것 같다. 물론 그의 작품『연금술사』를 너무나 재미있게 읽고 그의 다른 작품들을 찾아 열심히 읽는 독자도 많겠지만, 오히려『연금술사』를 읽고는 그의 다른 작품을 찾지 않는 나 같은 사람도 있을 것이란 말이다. 나는『연금술사』이후로 한동안 코엘료의 작품을 찾지 않았다. 세계적인 작가의 책을 일부러 피하고 싶지는 않았으나, 그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느끼고 나자, 다시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연금술사』를 읽고 코엘료에 공감하지 못했다면,『오자히르』나『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를 읽어보라는 지인의 말에 힘입어 다시 코엘료의 작품을 찾게 되었다.

 나와 오 자히르와의 만남이 코엘료와 나 사이의 거리감을 좁혀주길 바라며, 얇지 않은 이 책을 한 장씩 넘겨갔다. 이 책을 넘기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이 책이 소설인지, 자서전인지 확인하기 위해 표지를 확인했다. 파울로 코엘료 장편소설. 소설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읽어가는 내내 이 책이 코엘료의 자서전 같다는 생각을 떨쳐내지 못했다. 이 책의 주인공 ‘나’는 베스트셀러 작가다.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책이 출간되고, 남들이 부러워 할 만큼의 부를 축적한 작가의 모습이 코엘료를 계속 연상케 한다. 코엘료가 아니라면 어떤 작가가 이런 주인공을 내세울 수 있을까. 그와 닮은 주인공과, 실제로 그가 만났던 사람들을 소설 속에 영입시킴으로써 그의 사유와 성찰을 좀 더 설득력 있게 만든다.

 베스트셀러의 작가와 그의 아내. 다른 평범한 사람들처럼 사랑해서 결혼했고, 때론 다투기도 하고 사랑하기도 하며 특별할 것 없는 날들을 보낸다. 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비교적 안락한 가정을 꾸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인공의 아내가 없어진 것. 그러나 그는 아내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어딘가로 간 것임을 알고 있다. 많은 것을 가진 아내가 왜 나를 떠났을까. 왜... 왜... 그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엉켜버린 실타래를 찾아내 풀어야했다. 어느 순간부터 행복하지 않다는 그의 아내는 어떤 책에서 읽었다는 “프리츠, 넌 모든 게 지금 같았다고 생각해?” 하는 물음을 끌어들이며 그에게 말한다. 그 질문(한스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다고.

 아내가 없어진 후 그는 매순간 떠난 아내에게 집착하게 된다. 어떤 질문도 답변 없이 놓아두지 않고, 모든 공간을 점령해 버리고, 우리로 하여금 만물의 변화 가능성을 생각하지 못하도록 만든다는 자히르. 그의 아내는 그에게 자히르가 되어버렸다. 자신의 빈 공간을 꽉 채워버린 자히르가 된 그녀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그도 한스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나서야 한다.

 모든 것은 지금 같지 않았다. 살아가며 자신이 이룩한 역사에 얽매여, 자신에게 주어진 공간에만 머무르는 감옥에 갇힌 죄수가 되었으며, 그로 인해 더 넓은 길로는 다니지 못하게 되었다. 어느 순간 우리는 삶에서 앞으로 나아가길 포기했고, 우리가 가진 것에 순응하게 된 것이다. 사는 것이 다 그렇지, 하며 오히려 다를 것 없는 일상을 감사히 여기며, 다른 사람들이 이것이 ‘너’야 하고 규정해 준, 이것이 나의 모습이야 하고 자신이 믿고 있는 모습만을 간직한 채 살아간다. 어쩌면 자신이 이룩한 역사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주인공은 알게 된다. 그는 더 이상 자신의 개인적 역사는 중요하지 않으며, 삶은 축적된 경험의 역사이기를 멈추고, 자신으로부터 벗어나는 여행을 시작한다. 나는 가끔, 때론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나의 과거를 잊기 위한 방편일 수도 있으며, 같은 일상과 같은 행동에서 벗어날 수 있는 탈출구 일 수도 있다. 평소의 내가 하지 않았던 도발적인 행동을 해도 나를 몰랐던 사람들은 당황하거나 놀라지 않을 것이기에 사람들이 그게 너야, 너 다운거야, 하며 씌워준 가면도 벗어젖힐 수도 있을 것이다.

 정해진 나의 모습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나의 욕구와 아내를 찾기 위해 한스의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 나선 그와 어느 순간 만나게 된다. 나 개인의 과거사로부터 해방되자, 예전의 열정이 되돌아왔다는 그는 사라져가는 열정을 가만두지 말라고, 자신이 뭘 위해 투쟁하고 있는지를 잊었을 때는 이유를 찾아 나서라고 한다. 더욱 자유롭기 위해, 새사람이 되기 위해 쌓는 법만 배우지 말고 비우는 법도 알아야 한다고, 내 안의 모든 창문을 활짝 열어 젖혀 모든 것이 나갈 수 있도록, 밖의 모든 것은 또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하라며 내 안의 창문에 노크를 한다. 나는 그리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가진 자히르를 내보내고 더는 현실에 안주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직은 대답할 수 없지만 내가 그가 보낸 자유의 메시지를 받은 것은 확실하다. 또한『연금술사』를 읽고 코엘료의 작품에 감명을 받지 못했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며 권해준 지인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든 것도 확실하다. 이 작품이 내가 코엘료에게 한걸음쯤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이 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그가 보낸 자유의 메시지를 보관함에 넣어두고, 내 마음의 창문이 굳게 닫힐 때면 다시 활짝 열 수 있는 스위치로 활용하려 한다.『베로니카 죽기로 결심하다』도 곧 읽게 될 것 같다.


댓글(1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애(厚愛) 2009-07-11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표지가 마음에 들어요. 너무 이뻐요^^
마음껏 책을 못 읽는 대신에 이렇게 좋은 리뷰 덕분에 제 눈이 즐기고 있어요. ㅎㅎㅎ
리뷰 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어느멋진날 2009-07-11 11:07   좋아요 0 | URL
와~후애님이 오셨네요^^ 표지 정말 이쁘죠? 저도 그 생각했었어요ㅎㅎ 한국에 계신 것이 아니라 책을 맘껏 못 읽으시는군요. 멀리 계시지만 마음만큼은 멀리 계신 것 같지가 않네요.

유쾌한마녀 2009-07-13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히르'가 단어였군요!! 전 제목만 봐서는 대체 무슨 내용인지 몰랐는데...저도 멋진날님처럼 코엘료에 대해 거부감이 있었는데 이 리뷰 보고 살~짝 관심이 가는데요?? 나중에 함 읽어봐야겠어요 ^^

어느멋진날 2009-07-13 20:41   좋아요 0 | URL
오늘 코엘료 신간을 예약 받는다는 문자를 받았어요.ㅎ 전 신간에도 관심이 간다는,, '자히르'는 아랍어래요. 어떤 대상에 대한 집념,집착,탐닉,열정 이런 것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유쾌한마녀 2009-07-13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끌리는 단어!!! 멋진날님에게 있어서 자히르는 뭔가요?

어느멋진날 2009-07-13 21:20   좋아요 0 | URL
저에게 자히르는.... 공무원 시험?? ㅠㅠ 흑흑,,

유쾌한마녀 2009-07-13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날님의 자히르가 즐거운 낭만이 되는 날이 빨리 왔음 좋겠군요 ㅎㅎㅎㅎㅎㅎㅎㅎ

어느멋진날 2009-07-13 21:2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네요. 마녀님두요. 우리 청춘이잖아요ㅠ 빨리 끝내 놓고 놉시다!

유쾌한마녀 2009-07-13 2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은 60세 부터래요....ㄷㄷㄷ......;;;;;

어느멋진날 2009-07-13 21:31   좋아요 0 | URL
맙소사!! 그럼 우린 청춘되려면 멀었네요ㅠㅠ 앙앙ㅠㅠ

유쾌한마녀 2009-07-13 2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까지는 36년이나 남았어요; 그때까지 뭐할까요??ㅋㅋㅋ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7-13 21:35   좋아요 0 | URL
뭐 그냥 청춘인 양 즐깁시다.ㅋㅋ 놀러두 가구^^ 책도 읽고,, 강태공처럼 때를 기다립시다. 청춘의 때를? ㅋㅋ

유쾌한마녀 2009-07-1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태공이요?? 낚시만 하자구요?? 누굴 낚을까요?? 란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킹콩을 들다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공부가 제일 편한 거야!" 학교 다닐 적 어른들이 늘 하시던 이 말씀이 정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공부야 힘들면 좀 쉬었다 하고, 아프면 약 먹고 좀 괜찮아지면 또 다시 시작하면 되는 것이지만, 운동은 부상당하면 자칫 선수인생이 끝날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의 길을, 다칠지도 모르지만, 꿈이 좌절 될지도 모르지만 열심히 앞을 향해 나아간다. 수많은 사람들의 많은 운명들 속에는 몸을 써야하는 운동선수의 운명도 있을 것이다. 밤하늘의 무수한 별들처럼, 이런 별도 있고, 저런 별도 있는 것이 여기 이 세상에서도 적용되는 룰이기에.

그래서 어떤 사람은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경기 종목 중 가장 이해가 안 되는 종목이야!" "왜 그런 무거운 걸 드는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그 종목을 자신의 운명으로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대개의 운동 종목들이 그렇듯이 역도 역시 메달 색깔에 따라 대우도 달리 받으며, 또 올림픽 때 잠깐 말고는 사람들의 관심도 받지 못한다. 88올림픽 때 부상으로 동메달에 그친 역도 선수 이지봉은 그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세상은 그를 쉽게 잊었고, 금메달이 아닌 동메달리스트인 그에게는 노력의 대가라는 값진 선물도 없었다. 남은 것은 운동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는 자신과 대면해야 하는 것과 부상으로 생긴 영광 아닌 흉터자국뿐이었다.

 그는 자신에게 호락하지 않은 세상을 전전하다 시골의 한 여중학교의 역도 선생님으로 가서 가난과 놀림과의 싸움을 해야 하는, 그렇지만 꿈만은 충만한 시골소녀들과 만나게 된다. 역도라는 것을 배워봤자 좋을 것이 없다며, 부상당하면 쓸모없는 사람이 된다며, 지금 내 모습이 좋아 보이냐고 하며 다른 것을 배우라고 하는 그에게 이것은 자신의 선택 사항이 아니라며, 역도를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도 해본 적이 없다고 가르쳐달라고 시골소녀들은 다부지게 말한다. 그렇게 자신들의 영혼을 물들일 이지봉 선생님과 시골 소녀들의 잊지 못할 순간은 시작된다. 각본도 대본도 없는 그래서 더욱 재밌고 극적인 그녀들의 스포츠 드라마가 펼쳐지는 것이다.

 어설프기 짝이 없는 선수 입문 초기시절부터 제법 선수 티가 나게 되기까지 6명의 역도부 소녀들은 서러운 일도 함께하고, 무시당하는 것도 함께 당하고, 상 받는 것도 함께 받으면서 가족 못지않은 따스함을 나눈다. 그 중 누군가 울면 달래기보단 더 서럽게 같이 울었고, 또 누군가 아파하면 그보다 더 아파하며 서로에게 비빌 언덕이 되어준다. 다부진 근성을 가지고 허리통증이 와 고통스러워도 이지봉 선생님의 위로 몇 마디에 다시 용기를 내는 영자, 자신의 무게보다도 더 무거운 것을 번쩍 들면서도 자신의 사랑 앞에선 수줍어 머리를 귀 뒤로 슬며시 넘기며 뺨을 붉히는 소녀, 단지 역도복이 예뻐 보여 역도부에 들어와 메달은 하나도 못 땄지만 다른 역도부 소녀들에게 멘탈트레이너가 되어준 소녀, 효심 지극한 소녀, 그런 소녀들을 끝까지 믿고 응원해준 킹콩 이지봉 선생님... 그녀들과 이지봉 선생님이 만들어 가는 드라마에는 누구보다 유쾌한 코미디, 로맨스, 너무나 가슴 아픈 이야기, 극적인 일 이 모든 것이 녹아있다.

 심판 판정 시비가 적어 자신의 체력과 힘만으로 결과를 내는 정직한 스포츠를 그녀들은 우직하게 또한 가슴 찡하게 해 나간다. 그녀들이 온 힘을 다해 자신 앞에 주어진 역기를 들어 올리고, 성공 했다는 부저 소리가 울릴 땐 내 온몸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뭉클했다. 살아가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역기를 들어 올렸을까. 이 정도쯤이야 문제도 아니지, 하며 번쩍 들어 올린 역기도 있었을 것이고, 시도해 볼 엄두조차 나지 않는 무게의 역기를 들어 올리려다가 다치기도 했을 것이다. 그렇게 성공과 실패를 거듭해가며 우리는 어른이 되가는 법을 배웠는지도 모르겠다.

 금메달 땄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금메달 인 것도 아니고 동메달 땄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인생까지 동메달이 아니라는 이지봉 선생님의 말이 맞다면, 우리는 어떤 일에 최고의 성적을 내지 못했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면 스스로에게 금메달을 수여해도 될 것이다. 매 순간 노력하고 도전하려는 자신만 있다면, 어쩌면 우리는 킹콩 보다 더한 것도 들어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어찌보면 결말이 뻔해 보이는 스포츠를 다룬 영화인데도 무한한 감동을 준 건,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선수들을 응원하는 마음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침부터 쏟아 붓는 비속에도 오늘 이 영화를 함께 보러 간 친구의 한마디는 "영화 잘 골랐네.^ㅡ^" 였다. 배꼽 빠지게 웃다가 눈물범벅이 되어 영화관을 나왔다. 내가 들을 킹콩의 무게는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더욱 가벼울 것임을 확신하며...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해이] 2009-07-08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이런 류의 영화는 너무 손발 오그라들거 같아서 안보는데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7-08 14:26   좋아요 0 | URL
킹콩을 들다 안보셨죠? 안 봤으면 말을 하지 마세요 ㅋㅋ

[해이] 2009-07-08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ㅋㅋㅋ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7-09 09:00   좋아요 0 | URL
ㅋㅋ 제 유머가 재미없었나요?

[해이] 2009-07-09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배꼽이 빠졌어요ㅋㅋㅋ 수술해야 할듯

어느멋진날 2009-07-09 14:11   좋아요 0 | URL
ㅋㅋ 배꼽까지 빠지시면 어뜩해요~^^

유쾌한마녀 2009-07-0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진 안았지만 이거 엄청 재밌다고 요즘 난리도 아니던데요??ㅎㅎ

어느멋진날 2009-07-09 22:48   좋아요 0 | URL
정말 재미있었어요^^ 웃다가 울다가 ㅋㅋ 언제 영화 한편 같이 보아요^^

유쾌한마녀 2009-07-10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용~!ㅎㅎㅎ

어느멋진날 2009-07-13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1주 이주의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으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