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 뜨거운 기억, 6월민주항쟁
최규석 지음 / 창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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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그날을 기억하기 위해 간직해야 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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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09-08-14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를 바라보기에도 좋은 책이죠...처음 뵙습니다..꾸벅

어느멋진날 2009-08-14 21:28   좋아요 0 | URL
머큐리님 반가워요^^
서재에서 자주 뵈었는데 ㅎㅎ 저도 꾸벅 ^ㅡ^

후애(厚愛) 2009-08-15 09: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담에 봐야겠어요.^^

어느멋진날 2009-08-15 10:47   좋아요 0 | URL
만화로 되어있어 읽기도 쉬워요^^
가벼운 내용은 아니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때론 가슴 벅차게 그렇게 읽었네요,,

2009-08-15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쾌한마녀 2009-08-15 11: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만화예요??ㅎㅎ 급 호감 상승.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8-15 12:55   좋아요 0 | URL
오늘 저녁에 이 책 리뷰 올리려구용,, ㅇㅇ만화에요^^
 
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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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의 문을 열다.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며, 나는 몇 번의 잊고 싶은 기억과 숨기고 싶은 추억의 발자국을 새겼을까. 그 발자국 중에는, 되돌릴 수만 있다면 바꾸고 싶은 것들도 있고, 아애 지워버리고 싶은 것들도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시간들은 빈 공터로 남겨두고만 싶다. 그러나 시간에 공터가 있을 수 있을까. 나는 끝까지 모른 척 하고 싶은 그 시간에도, 이름 모를 꽃은 피었다 지고, 한 아이가 태어나고, 또 어떤 이는 죽음의 문턱을 밟고 있었을 텐데. 과연 시간에도 공터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해본다. 

 추억을 먹고 산다는 우리 사람들에게는, 누구나 한 대만 때리면 울음을 터뜨려 버릴 것 같은, 눈물 그렁그렁한 눈을 가진 먹구름이 있다. 비록 그것이 담고 있는 비의 양은 다를지라도. 그 비를 쏟아내지 않고 담고만 있으면 먹구름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때로는, 가슴에만 담아 놓았던 먹구름을 꺼내 소리 내어 울기도 하고, 지인과 술 한 잔 기울이며 털어내려고 하기도 한다. 

 

 신경숙 작가에게도 공터로 남겨두고 싶었던 시간이 있었다는 것은, 이 작품을 통해 알게 되었다. 건너  뛰고 싶었던 시간들. 그러나 결국은 그럴 수 없었던 시간들 속에, 외딴방의 그녀가 있었다. 위로 나이를 세어 가면 열다섯에서 바로 스무 살이 되었고, 아래로 세어 가면 스무 살에서 곧바로 열다섯이 되어 버리는, 공백의 시간. 어디로도 흐르지 못하게 공백의 시간들을 방죽 속에 고여 놓은 그녀는, 그 시간들이 햇빛에 말라가기를 기다렸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가 한 번 오면 다시 불어나버리는 방죽의 물처럼 뭐 하나 툭 건드리면 다시 채워질 그 시간들을, 그녀는 이제 고백하기로 한다. 15살에 고여 있는 방죽의 물에 길을 터내어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으로 흐르게 한다. 20살의 그녀와 만날 수 있도록. 

 

 서른일곱 개의 방 중의 하나에 그녀와, 큰오빠, 외사촌의 외딴방이 있다. 동남전기주식회사의 스테레오과 A라인 1번인 그녀가 있다.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5시에 퇴근해 영등포여고 산업체특별학급에 다니는 16살의 그녀가 있다. 그녀 소녀 신경숙. 
 

시대의 풍속화를 그리다. 

 침묵으로 묵살해버렸던, 스스로 사랑하지 못했던 열여섯,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의 소녀시절과 마주보고 선 그 심정은 어땠을까. 낙타의 혹처럼 자신의 등에 짊어지고 있었다는 그 시간들을, 이제는 내려놓을 수 있게 되었을까. 

 여태 남아있는 그 시절의 잠버릇처럼, 결코 그저 지나가버린 시간이 될 수 없는 그 시간들은 이제 소설이 된다. 그리하여 그녀의 기억 속에 방죽의 물이 되어 고여 있던, 그 시절 그 사람들이 흘러나온다. 피아노에 앉은 여자의 두 손에서 끊임없이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물고기가 쏟아진다는 한 시인의 표현처럼, 신경숙 작가의 두 손에서, 그렇게 그 시절 그 사람들이 튀어나온다.  캔디 싸는 일을 하다 오른손을 제대로 쓸 수 없게 되어 왼손잡이가 된 안향숙, 언제나 헤겔을 읽던 급장 미서, 미싱 바늘에 찔려 물에 손을 넣으면 부풀던 희재언니, 낮에는 방위로 근무하고 새벽과 밤에는 가발을 쓰고 나가 학원에서 강의하던 큰오빠, 살아가기 위해 꿈이 필요했던 소녀시절 그녀까지. 

 그들이 그려가는 소설 속 삶의 모습은, 비단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그 시간을 살아낸,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결국은 우리의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80년대의 노동자들이 힘든 삶을 살았다’가 아닌 80년대 노동자의 가족 또는 친구가 되어 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 순간부터는, 그것은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된다. 

 이 글 속엔 그녀의 말대로 수많은 ‘나’가 등장한다. 그녀는 ‘우리’라 칭하지 않고 ‘나’라고 하였지만, 같은 시간을 살아간 사람들에게 그것이 ‘우리’가 아니 될 수 있을까. 문학이란 본래 ‘우리 모두’라고 말하는 식의 총체적이고 일반적인 어떤 것을 거부하는 본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될 수 있는 한 구체적이고 세세하게 나타내려는, 그래서 더욱더 생생한 삶의 모습을 그려내려는 그런 것이 아닐지. 어쩌면 시시해보이기까지 하는 존재들을 품에 안고 존중하여, 그들의 목소리를 대신 내어주는 것. 개인의 이야기를 하여 결국엔 개개인의 공감을 얻어내는 것. 그냥 어떤 소녀가 아닌 ‘16살의 소녀 신경숙’의 이야기를, 그냥 광주 사람이 아닌 ‘화순이 고향인 왼손잡이 안향숙’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그녀의 나직한 고백이, 한 시대의 풍속화가 된 이유가 이것은 아닐까. 
 

소설과 픽션사이 

 이 소설의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은, 글쓰기에 대한 그녀의 물음이다. 끝내 답은 내리지 못한 채, 또 한 번 질문하는 것으로 이 소설은 마무리 된다.

p15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될 것 같은 예감이다. 하지만 그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p424 이 글은 사실도 픽션도 아닌 그 중간쯤의 글이 된 것 같다. 하지만 이걸 문학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인지. 글쓰기를 생각해본다. 내게 글쓰기란 무엇인가? 하고.

 

 ‘작가’라는 직업에 대해 생각해본다. 자신이 살아가는 세상의 일들을 글로 쓰는 작가. ‘미래소설이나 가상소설이라고 처음부터 작정을 해둔 게 아니면 글쓰기는 결국 뒤돌아보기 아닌가.’라는 신경숙 작가의 말처럼, 작가는 자신의 겪은 일들을 글로 쓴다. 소설이라는 무기를 가지고, 세상의 일들을 고발하는 것이다. 가장 우아한 고발장을, 아니 고소장이라 해도 좋겠다. 돌이켜 생각해봐도 믿어지지 않는 저임금. 노조 설립을 방해하는 회사의 치졸한 행태. 노동자들의 힘겨운 투쟁. 재판도 없이 사람을 끌고 가는 삼청교육대. 이렇게 고발장을 적고 있는 그녀를 누구도 방해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녀는 작가니까. 소설을 쓰고 있는 거니까. 그것이 그녀에게 주어진 최고의 무기니까. 

 그렇게 작성한 그녀의 고발장 속엔 사실 뿐만 아니라 적절한 연출도 있을 것이다. 소설이란, 진실과 픽션의 필연적 결함 품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발바닥과 발자국처럼. 소설은 ‘진실’이라는 발바닥을 쫒아가는 발자국이 아닐는지. 결국 발자국을 찍어낸 발바닥은 될 수 없지만, 끈질 지게 쫓아가 닮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닐지. 신경숙 작가의 말처럼 아무리 집착해도, 소설은 삶의 자취를 따라갈 뿐, 앞서 나갈 수도 나란히 걸어갈 수도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서 소설이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을까. 외딴방을 고백하는 그녀의 노력이 헛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외딴방의 의미 그리고 그것이 남긴 것 

 발바닥을 따라가려는 발자국의 노력. 발바닥이 남긴 것을 정직하고 치밀하게 그려내려 한 그녀. 세상의 숨어 있는 골목의 발자국을 드러내게 하고, 때론 누군가의 슬픈 고성방가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 소설이라면, 그것은 꼭 필요할 것 같다. 결국 발바닥은 되지 못하나, 이렇게 발자국을 쫓아 가다보면, 발바닥의 흔적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글쓰기란 무엇인가, 고민하는 그녀의 이야기와, 그녀의 소녀시절 이야기로 채워진다. 그녀는 이 글의 전면에 등장하여, 생생한 음성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과 작가 사이의 단절이 느껴지지 않게 글을 쓰고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쓰고 있다고.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다고. 문학은 정리와 정의 그 뒤쪽에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해결되지 않는 것들 속에 뒤쪽의 약한 자, 머뭇거리는 자들을 위해, 정리되고 정의된 것을 헝클어서 새로이 흐르게 하기가 문학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고. 글의 사실성을 더해주는 새로운 글쓰기의 구성 방식을 보여준 것, 외딴방이 남긴 것임은 틀림없다.

 또한 이 소설은 힘없고 약한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그려내어, 힘 있고 가진 자들 때문에 다친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지금도 우리는, 우리의 분신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을 끊임없이 갈구 하고 있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보는 화려하고 폼 나게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 외딴방에서 공장을 다니던 가난한 시절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애틋하고 살갑다. 정리되고 정의된 것들을 헝클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한, 우리의 이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는 한, 이 소설은 현재진행형이 될 것이다.『외딴방』의 마지막 장은 쓰여 졌으나,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가 된 이유이다.

 그녀의 고발장을 읽으며 나는 때로는 치사하고 불공평한 세상에 대한 면역 주사를 한 대 맞은 것 같다. 그녀의 외딴방이 끊임없이 정리되고 정의된 것들을 헝클어주길 바란다. 비록 환한 가로등까지는 될 수 없을지라도, 세상의 작은 반딧불이 하나가 되어주기를. 자신의 외딴방을 고백할 수 있는 용기를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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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마녀 2009-08-08 2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날님에게 먹구름이 끼면 불러요 이슬 한잔 하게요 ㅋㅋㅋㅋㅋ

어느멋진날 2009-08-08 20:08   좋아요 0 | URL
그래요^^ 마녀님께는 제 먹구름 숨기지 않을께요,, 고마워요~♥

후애(厚愛) 2009-08-09 14: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외딴방을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저도 불러 주세요~~
멀리 있어서 가지는 못 하지만 전화는 할 수가 있어요.ㅎㅎ

어느멋진날 2009-08-09 17:17   좋아요 0 | URL
ㅎㅎ 후애님도 한국에 계시면 좋을텐데,,
그래도 그곳에서 색다른 경험도 많이 하실테죠?
후애님이 그곳에서 재미있게 지내시는 거 생각하며 서운함을 달래볼께요,,
전화로 밖에 ㅠㅠ 한국에 오시면 후애님께 책 선물이라도 하고 싶어용~~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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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사법 패밀리를 일컬어 신성가족이라 할 정도로, 일반국민과 판사, 검사로 대표되는 사법 패밀리는 큰 괴리감을 안고 있다. 일반 시민들에게 법이란, 잘 지켜야 할 대상으로 인식될 뿐, 현실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로 생각되지는 않는다. 도움은커녕 의무만 짊어지게 하고 권리는 주지 않는 그런 것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시민들은 억울한 일이 생겨도, 그냥 대충 포기하고 넘어가는 경우까지 생긴다. 재판까지 하려면 돈도 많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또 돈과 시간을 투자했다고 해서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오리라는 확신도 없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 지혜’라는 믿음마저 생기게 된다. 법은 힘 있는 사람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되어줄 뿐,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는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그런 믿음의 기초가 되었을 것이다.

 날로 심해져가는 양극화현상, 삼성사건의 재판, 촛불집회 관련자 처벌 등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을 가질 수밖에 없는 시국에(역사적으로 우리나라 사법부가 국민에게 믿음을 준적은 없지만.) 자칭 이류 법학자 김두식 교수가 내부고발, 내지는 사법부와 국민의 다리가 되어 보려는 시도를 했다. 통계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지만 대신 통계가 잡아낼 수 없는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는 질적 조사를 통해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적나라한 고찰을 펼쳐냈다. 우리나라 사법과 관련되어 있는 판사, 검사, 변호사, 소송 당사자가 되었던 사람, 법원 공무원 등의 솔직한 이야기를 일반시민들에게 들려주기로 한 것이다. 바로 이 책을 통해서.

 김두식 교수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잘못된 관행(지금은 사라졌다는 실비, 휴가비, 떡값 등을 받는 것), 사법시스템의 구조적 모순, 그로 인해 생겨나는 ‘의사소통의 부재’, ‘원만함이라는 신성가족 이데올로기’의 문제들을 지적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 사법부가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우리나라 사법부의 눈에 보이는 뚜렷한 잘못들을 지적함은 물론이고, 작고 세세한 문제까지도 지적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내가 그의 지적 중에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의사소통의 부재’였다. 판사와 검사의 권위주의 적인 태도에 의해 생기는 의사소통의 부재가 시민들의 불신을 만든 것이다. 판사와 검사는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아니다. 갑자기 생긴 어떤 사건으로 인해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등), 갑자기 만나게 되는 것이다. 갑자기 만나게 된 판사와 검사는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구구절절 들어주지 않는다. 사실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은 얼마나 할 말이 많겠는가. 그러나 할 일이 쌓여있는 판사와 검사들은 그 억울한 한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줄 시간이 없다. 오히려 한 사람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어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다른 시민들에게 해가 될 것이라고,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빨리 빨리 사건을 종결해 버리는 것이 좋은 것이라 생각한다.(많은 사건을 처리해야 승진에도 유리한 것도 물론 작용할 테지.)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는 판사와 검사들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법’에 대한 불신은 더욱 확고해진다. 안 그래도 일반시민이 판사와 검사 앞에 설 때는 약자의 심정으로 서는데, 어렵게 그 자리에 섰는데 사법은 일반시민을 더욱 작게 만들어버린다. 일반시민들은 생각하게 된다. 역시 사법은 미지의 세계이며, 먼 세계라고.  판사, 검사가 범접할 수 없는 먼 세계임은 물론이고, 피고인을 대변해주는 변호인조차 직접 대면하지 못하고 브로커를 통해 만나야 할 일이 생기면서 그렇게 신성가족의 장벽은 높아져만 갔다.

 이 책의 저자 김두식 교수는 일반 시민과 법조인들과의 거리를 좁혀주기 위해 어쩌면 다리가 되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을 것 같다. 그는 신성가족에 몸담았지만 일반시민의 입장에 서서, 친절하게 우리나라 사법시스템을 알려 주려한다. 책 전체를 존댓말로 쓰고, 말을 해주는 식의 화법을 써서 자칫 어렵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일들을 쉽게 풀어내준다. 그는 우리나라 어느 사회에서라도 있을법한 사법의 비리들을 집어내면서 ‘우리사회 어떤 분야도 판검사들만큼 막강한 재량과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다른 어떤 사회 분야의 비리들과 비교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판검사들이 가지고 있는 막강한 권한만큼이나 강한 직업윤리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오히려 자신이 몸담았던 신성가족에게 더욱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 것이다. 이만하면 김두식 교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자신이 쥐었던 신성가족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핑계를 대는 대신, 신성가족을 해체시켜달라고 한다. 자신이 당사자가 된 사건은 자신만큼 사건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이 없을 것이기 때문에, 판검사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말하라고 한다. “판사님, 검사님 저하고 얘기 좀 하시죠!” 이렇게. 
 더는 사법의 테두리를 의무라고만 생각지 말고, 자기 권리를 지키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라고... 용기와 지혜를 가지라고 격려해준다. 신성가족을 해체시키기 위해선 시민들의 힘이 필요하다고 도와달라고 외친다.

 그는 촛불집회에 대한 법원 지도부의 이상한 대처 국면마다 일부 단독판사들의 저항이 있었던 것, 신영철 법원장의 이메일이 폭로된 일(촛불집회 관련자를 현행법대로 처벌하라고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낸 일) 등 그래도 우리에게 희망은 있으니, 사법에 대한 꾸준한 관심과 감시를 해달라고 한다. 그러나 나는 사법 패밀리의 일원이었으면서도, 사법의 작고 세세한 잘못까지 집어내 고쳐야 한다고 정직하게 말하는 김두식 교수도 우리의 희망이라 말하고 싶다. 자꾸 신성가족에 채찍질하는 그가 있고, 제 몸을 태워가며 정의를 밝히는 촛불이 있고, 건강한 시민들이 있기에.... 우리에게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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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쾌한마녀 2009-07-20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법 관련 수업을 들었던 학생이라 달라도 뭔가 다르군요^-^// 멋진날님 말대로 확실히 이 작가는 아름다운 촛불이네요 ㅎㅎ 멋진날님도 어느 한 분야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촛불이 되길 바랄께요 ^^

2009-07-20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0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0 2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후애(厚愛) 2009-07-21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법은 힘 있는 사람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방패가 되어줄 뿐, 힘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은 아니다' 이 말에 동감합니다. 전 법에 관해서 잘 모르지만 법은 결코 힘없는 사람들의 편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앞으로 좋아져야 하는데... 희망을 품어봅니다 ^^

어느멋진날 2009-07-21 12:46   좋아요 0 | URL
네~정말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한 적이 많아요.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에게 법은 오히려 자신의 방패죠. 법이 힘 없는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을 지켜주기를 기대해 보려구요. 희망을 버리지 않는 한, 또 노력하는 한 그런 날은 올거라 믿습니다.^^

[해이] 2009-07-21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단 사람이 참 많아요ㅋㅋ 한번 잡아봐야 겠어요~

어느멋진날 2009-07-22 08:57   좋아요 0 | URL
네^^ 정말 읽고선 잘 읽었다 싶었어요,, 해이님도 읽어보셔용^^
어제에 이어 오늘도 해가 떴네요~! 좋은 하루요,,

2009-07-22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2 16: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2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3 12: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3 00: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4 1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7-2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사소통의 부재"...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말했군요. 작자가 정말 용기있게 제대로 찝어서 말한 것 같군요. 여기 올 때마다 좋은 책들을 소개받고 갑니다. 리뷰 잘 봤습니다 ^^

어느멋진날 2009-07-24 22:37   좋아요 0 | URL
와~ 어부님 컴백하신거에요??
정말 이 책은 많은 사람들이 읽어봤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힘을 모으면 우리나라 법조계의 안좋은 점들이 조금은 나아지리라고 봐요. 계속해서 이런분이 나와 문제제기를 해주었으면 좋겠어요.
용기있는 자가 세상을 바꾼다!

2009-07-25 10: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5 11: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5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5 1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5 1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5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5 2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26 0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불멸의 신성가족 - 대한민국 사법 패밀리가 사는 법 희망제작소 프로젝트 우리시대 희망찾기 7
김두식 지음 / 창비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나라 사법부에 대한 정직하고 적나라한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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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혼혈 왕자 - 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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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해리포터. 그 이름은 아직도 날 설레게 한다.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해리포터 시리즈 첫 영화가 나왔을 때 그러니까 개봉 날은 중3 연합고사 날이었다. 난 그 시험을 보고난 후 결과를 궁금해 하는 부모님을 뒤로한 채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갔고, 그게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와의 첫 만남이었다. 내 나이가 어리기도 했지만, 그때 난 해리포터의 판타지에, 그 마법의 지팡이에 매료되어 잘 보지도 못한 시험지는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를 바라보며 나도 부엉이 한 마리와 함께 그 기차에 탑승하고 싶은 충동을 느꼈으며, 똑똑한 헤르미온느가 외우는 마법주문들을 나도 달달 외워서 써먹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었다. 그때까지 책에 큰 관심이 없던 나는, 영화를 본 후 해리포터 시리즈들을 날 새는 줄도 모르고 읽었다. 책 이라는 것이 참 재미있는 거구나, 하고 느꼈던 것도 해리포터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해리라는 이름은 날 설레게 했고, 그 판타지 세계는 오랫동안 날 매료시켜,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가 개봉 할 때는 언제나 영화관을 찾았다. 영화를 잘 보지 않았던 고3때도 예외는 아니었다. 마법의 주문과 지팡이, 퀴디치 게임은 그렇게 오래도록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이제 대학생도 되었고, 어엿한 성인이지만 습관처럼, 버릇처럼 해리포터 시리즈 영화『해리포터와 혼혈왕자』가 개봉하자 또 다시 영화관을 찾았다. 때가 되면 돌아오면 철새처럼.^^
오랜만에 보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참 반가웠다. 주인공들은 어느덧 나처럼 어른이 되었다. 주인공들도 나처럼 해리포터 시리즈와 함께 성장기를 보낸 것이다. 그동안 나처럼 해리포터 시리즈를 쭉 영화를 통해 혹은 책은 통해 봐왔던 분들은 오랜만에 보는 주인공들 모습만으로 해리포터와 혼혈 왕자에 만족할 것 같다. 해리포터 시리즈 1편이 영화로 나왔을 때, 주인공들이 참 귀엽다는 생각이었는데, 어느덧 훈훈한 기럭지를 자랑하며 나타난 주인공들을 보며, 내심 흐뭇했다. 특히 .^^ 나는 해리포터 주인공들 중에 론이 제일 좋다. 내가 삼국지에서도 유비,관우,장비가 아닌 조자룡을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역시 취향이 독특하다고 할지도 모르나, 론이 귀여운 걸 어떡케~~♡ 여전히 귀여운 론의 표정에 웃음 포인트가 집중되어 있다. 론 특유의 개구쟁이 같고 익살맞은 그 표정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것이다.

 주인공들의 성장에 걸맞게,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에서는 그동안 해리포터 시리즈에서 볼 수 없었던, 로맨스가 가미된다. 사랑도 사람이 커가는 과정에 느끼는 일종의 성장통이라면, 주인공들은 그 성장통을 철저하게 겪고 있는 것이다. 엇갈리는 사랑 속에 힘들어 하기도 하고, 용기내 자신의 사랑을 표현하기도 하고 하면서 그렇게 사랑의 아픔과 기쁨들을 겪게 된다. 
 또 하나 관전 포인트를 꼽자면 선과 악의 대결 구도라고 할 수 있겠다. 더욱 강력해진 악의 세력과 맞서 싸워야 하는 주인공들.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액션신도 영화의 볼거리를 더해준다.악의 무리 중 대표라 할 수 있는 볼드모트. 그의 어린 시절의 흔적들을 찾아내서 호그와트의 평화를 지키려 노력하는, 덤블도어 교장과 해리포터. 

 해리포터 시리즈가 다음 편이 마지막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영화『해리포터와 혼혈왕자』는 다음편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마무리가 된다. 이번 영화는 다음 편 본게임을 위한 워밍업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혹자는 만들다만 영화라고 적잖이 실망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번 영화를 보고 다음 편도 볼 예정이라면, 본게임을 위한 워밍업을 지켜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게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주인공들이 힘을 합쳐 악의 세력에 대항할 다음편이 더욱 재미있을 듯.

 * 영화 상영 시간이 무려 2시간 30분이나 되니 보러 가실 분들은 영화관 입장하기 전에 꼭 화장실에 가실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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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09-07-17 16: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6탄이네요.소설은 벌써 완결됬고 영화도 6탄이니 조만간 해리 포토 시리즈도 소설,영화 모두 완료되겠네요.
코멘터리를 즐겨 보느라 극장에서 보는것보다 dvd를 즐기는데 어서 나왔을면 좋겠습니다^^

어느멋진날 2009-07-17 18:20   좋아요 0 | URL
카스피님^^ 영화 다음편이 마지막이라고 해서 좀 서운해요.ㅠㅠ

후애(厚愛) 2009-07-17 1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녁에 티브에서 해리포터를 쓴 작가 조앤 K 롤링이 인터뷰를 하는 걸 보았는데요.
6편이 완결이라고 하네요. 전 해리포터가 쭈~욱 나가길 원했는데...
그런데 주인공들이 너무 자라버려서 아쉬워요ㅠㅠ
저도 얼능 dvd로 나오기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어요~ ^^

어느멋진날 2009-07-17 18:21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저도 쭈욱 나가길 원했는데 ㅠ
주인공들 정말 많이 컸더라구요,, 어른이에요,,
론의 팔 근육,,멋있어요!ㅋㅋ

2009-07-17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7-17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