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 - 장영희 에세이
장영희 지음, 정일 그림 / 샘터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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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장영희 선생님
 장영희 선생님, 제가 장영희란 꽃을 알게 되고 선생님이 저에게 와 꽃이 되었을 때, 너무나 안타깝게도 선생님은 아름다운 향기만을 남기 신채 먼 곳으로 떠나, 이미 이곳에 계시지 않네요. 장영희 꽃을 너무 늦게 발견한 것 같아 아쉬워요. 그러나 선생님, 선생님께선 잊히지 않는 자는 죽은 것이 아니라고, 떠난 사람의 믿음 속에서, 남은 사람의 기억 속에서 삶과 죽음은 영원히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하셨죠. 그렇다면 선생님께선 아주 가시진 않은 것이라 믿어도 되는 것인지요.

 제가 장영희 꽃을 처음 발견 한 것이, 그 꽃이 남긴 마지막 향기인,「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란 길가네요. 저는 이 꽃이 예쁘게 피어 있는 것을 보고는, 마냥 아름답고 즐겁게 사는 꽃인 줄만 알았어요. 그런데 그 꽃은 아주 어릴 때 소아마비에 걸려 평생 목발을 짚고 걸어야 했고, 많은 시간을 암 투병을 하며 보내야 했어요. 그러나 그 꽃은 슬퍼 보이지 않네요. 경험을 통해서 절망과 희망은 늘 가까이에 있다는 것을 알기에, 넘어져서 주저앉기 보다는 차라리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배웠기에 꽃은 끝없이 희망을 노래하네요.

 저는 부끄럽게도, 가끔씩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면 제 운명을 탓하곤 했어요. 크게 힘든 일이 아닌데도 심하게 엄살피고, 선생님 표현대로 마음 속 도깨비가 불쑥 튀어나오는 그런 날 말이에요. 괜히 짜증도 나고, 왜 내게만 이럴까 하는 그런 날이요. 인생은 새옹지마라 안 좋은 일이 있어도 그게 좋은 일로 연결 된다는 그런 말은 제게 더 이상 위로가 되지 못했지요. 그런데 선생님의 이 말씀은 이상하리만큼 제 맘속으로 비집고 들어왔어요. "사람이면 누구나 다 메고 다니는 운명자루가 있고, 그 속에는 저마다 각기 똑같은 수의 검은 돌과 흰 돌이 들어 있다더구나. 검은 돌은 불운, 흰 돌은 행운을 상징하는데 우리가 살아가는 일은 이 돌들을 하나씩 꺼내는 과정이란다." 바로 이 말씀이요. 제 마음속 뿔난 도깨비도 이 말에는 방망이질을 하지 못했어요. 운이 안 좋은 일들만 일어난다면, 가지고 있는 운명자루의 검은 돌들을 먼저 빼낸 것이니 앞으론 흰 돌이 더 많이 나올 거라는 그 말씀이, 사무치게 위로가 될 어떤 날이 분명 있을 것 같아요. 장영희 꽃을 발견한 많은 사람들의 그 어떤 날들이 모이면, 이 책이 오롯이 기적의 책이 되었으면 했던 선생님의 바람은 더없이 이루어지는 것이겠죠?

 선생님께선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나는 지금 내 생활에서 그것이 진정 기적이라는 것을 잘 안다고 하셨죠. 어쩌면, 운명을 탓하고 절망할 수도 있었던 그런 많은 일들을 선생님께선 기적이라고 하셨어요. 저는 얼마나 많은 기적을 기적인 줄 모르고 지나쳤을까요? 인생의 길에 발자국 하나하나 남기며 걷는 것 자체가 기적인 것을요. 기적을 기적인 줄 아셨기에 선생님의 삶은 정말 천형(天刑)이 아닌 천혜(天惠)의 삶이었을 거예요. 천형은커녕 당당히 슈퍼맨의 바통을 이어받은 선생님이시잖아요. 진짜 슈퍼맨이 되기 위해 용감한 싸움을 하신 선생님이시잖아요. 이제 선생님의 그 슈퍼맨 바통을, 장영희 꽃을 본 사람들이 이어받아 날아야 할 차례겠죠? 그런데 선생님, 저도 제가 앞으로 살면서 얼마나 높이 날 수 있을지는 몰라요. 날다가 고꾸라 질까봐 무서울 때도 있을 것 같고, 가야 할 길인데도 지레 겁먹고 돌아가려 할지도 몰라요. 그럴 때면 암 치료를 받고, 중단 했던 월간지에 ‘홀연히’ 나타나 다시 글을 연재하셨던 그 언젠 가처럼, 제 마음에도 그렇게 홀연히 나타나 주세요. 언제까지나 제가 선생님께 이어받은 바통 들고 용감하게 날 수 있도록 그렇게요.

 장영희 선생님, 선생님께선 삶과 죽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영겁 속에서 하루는, 1년은, 아니 한 사람의 생애는 너무나 짧은데, 그런데도 우리는 왜 먼저 이 세상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내일 봐요”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냐고 하셨죠. 아직 이곳에 남아 있는 우리들의 그 몫을 잊지 않고, 용감하게 살아가겠습니다.
떠난 사람을 보내는 아픔을 달래기 위해 하는 그 말을 저도 해봅니다. 
내일 뵈어요, 장영희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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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6-17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녀가 모두 영문학을 공부했는데 이제 두 분 다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네요.

어느멋진날 2009-06-18 00:02   좋아요 0 | URL
그게 너무 아쉬워요. 아, 역시 노이에자이트님은 모르시는게 없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8 15:28   좋아요 0 | URL
그런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어느멋진날 2009-06-18 16:34   좋아요 0 | URL
장영희 선생님 책 또한 읽으셨다는 뜻이겠죠? 너무 늦게 알아서 후회가 되요,, 내 생애 단 한번도 곧 읽어봐야겠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8 22:27   좋아요 0 | URL
장영희 번역 중 제일 많이 팔린 게 앤 타일러 <종이시계>일 거에요.이거 정말 재밌어요.가족끼리 지지리 궁상떠는 이야기.

어느멋진날 2009-06-19 10:12   좋아요 0 | URL
종이시계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노이에자이트님 감사합니다.

프레이야 2009-06-18 2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일 뵙자는 말이 따뜻하고 친근하게 들려요.
이 책 참 조용조용한 위로가 되더군요.

어느멋진날 2009-06-19 10:04   좋아요 0 | URL
그렇죠? 내일 뵙자하면 조금은 슬픔이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읽으면서 킥킥 웃기는 대목도 있고, 눈물도 찔끔 나게 되는 대목도 있고 그랬네요. 희망, 힘을 주는 책이었어요^^

2009-06-19 0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6-19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이] 2009-06-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구해서 읽어봐야 겠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어느멋진날 2009-06-21 13:06   좋아요 0 | URL
감사하긴요^^ 제가 해이님한테 어느 작가에 대해 물어보면 대답해 주실거잖아요ㅎㅎ

유쾌한마녀 2009-06-20 1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이 책 보고싶었었는데~!!ㅎ

어느멋진날 2009-06-21 13:06   좋아요 0 | URL
한번 읽어보세요^^ 저한테 빌려가셔두 되구용~ㅎㅎ
 
오래된 일기
이승우 지음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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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르 클레지오가 한국 문학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는다. 또 그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이 이승우 작가라는 것 역시 그렇다. 르 클레지오 작가가 우리나라에 관해 상당히 호의적인 말들을 많이 했지만, 그 중 내가 가장 반갑고 설렜던 말은 우리나라에서도 노벨 문학상을 수상 할 작가가 곧 나올 것이라고 말해준 것이었다. 그의 말대로 우리나라에서도 머잖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 작가가 나오기를 염원하며 이 책을 펼쳤다고 해도 과장은 아닐 것 같다.

 이 책 오래된 일기는 이승우 작가가 몇 년간 문학지에 발표한 단편소설들을 하나로 엮어놓은 책이다. 따로따로 있었을 때에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었겠지만, 이렇게 하나로 묶어 놓아도 각 작품들이 어딘 가 모르게 연결 된 부분들이 있어, 번잡하거나 어색하거나 하는 것이 없다. 잘 엮어진 그물처럼 촘촘하고 꼼꼼하게 각 작품들이 얽어져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그 잘 짜인 그물에 걸린 작은 물고기 쯤 되었을까.

 물고기가 된 나는 그가 쳐 놓은 그물에서, 한없이 캄캄하고 어두운 그 어떤 것들을 만나게 되었다. 밝은 빛을 찾으려 팔딱 거려 보아도 어디에도 나를 비추는 빛은 찾아 볼 수가 없었다. 그의 다른 작품들도 그러하다고 평가되고 있듯이, 이 작품 역시 그리 밝지 않다. 비상금 숨겨두듯 꼭꼭 숨겨두고만 싶은 어릴 적 트라우마나, 그것의 크기가 크든 작든 누구나 언젠가는 느꼈던 죄의식들을 굳이 잡아 끌어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작품의 표제작 오래된 일기에서 그는 누구나 죄를 지을 수밖에 없는 세상에, 자신의 분신 일 주인공의 정직한 일기장을 공개함으로써, 우리들이 불편해 할 내밀한 진실을 밝힌다. 인간이기에 누구나 저질렀을 죄, 그것이 자신이 원한 것이든 그렇지 않은 것이든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가야 할 죄(무슨 일이든, 아무 일도, 풍장-정남진행2), 가슴엔 담아도 차마 고백은 하기 힘든 빚진 마음(실종 사례) 이런 것들을 모두 불러 모은다. 이런 것들을 불러 모은 자리가 편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난 이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어요, 라며 슬그머니 이 자리를 빠져 나오려는 것은 더욱 편치 못할 일이다. 그래요, 나도 살면서 어쨌든 죄 짓고 살았어요. 그래서 어쩔 건데요? 하고 대들어 볼까도 했지만 그는 나를 혼내려는 생각도 없어 보인다. 어쩌면 자신도 그렇다 하며, 내가 실수로 컵을 깨트릴 때, 자신은 비싼 도자기를 깨 보임으로써 그걸 입증해 보이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그의 작품 속에 나타나 있는 이런 것들은 인류의 시조인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 먹은 죄 때문에 모든 인간이 날 때부터 가지고 있다는 그 원죄 의식과도 맞닿아 있을지 모른다. 그가 굳이 비싼 도자기를 깨면서 보여주고 싶었던 건 그런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가 분신을 통해 적은 일기장처럼 훗날 내 일기장에는 정직하게 나의 죄를 고백할 수 있을까. 불편하지만 언젠가는 마주쳐야 할 진실들을 정면으로 보게 된 나는 이제 더 이상 도망치지 않게 될까. 이 책을 덮고 난 밤 나는 꼬리를 물고 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했다. 책으로가 아닌 실제로 작가를 만나 무슨 이야기를 들은 듯 한 느낌이 지워지지가 않아서였다.

 여담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또 하나 느꼈던 사실은 작가들은 참 생각이 젊다는 것이다. 글을 쓰는 것이 작가의 생각을 젊게 하는 것인지, 생각이 젊은 사람들이 작가를 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작가의 신체 나이가 몇 살이든 관계 없이 여러 연령층의 독자와 소통을 할 수 있는 것이 작가들의 생각이 젊다는 것을 뒷받침 하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작가와 소통을 했다고 하면 외람된 말일 지도 모르지만, 그의 다른 작품들에도 호기심이 생긴 것을,앞으로 자신과의 소통을 허락한다는 이승우 작가의 무언동의 쯤으로 여기고 싶다.

 글을 마치기 전에,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었는데,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작가의 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나의 훌륭한, 이타적인 독자들에게 인사한다. 또 넘어가주고 넘어간 척해주고, 또 빈말해 달라. 그러면 나는 또 엄살 부리고 스스로를 달랠 힘을 얻겠다.

어쩌면 그가 말한 것처럼 나도 그에게 넘어가 준 건지도 모른다. 나는 그가 쳐 놓은 그물에 일부러 뛰어들은 물고기였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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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14 2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어느멋진날 2009-06-14 23:32   좋아요 0 | URL
많이 길고 지루한 글이었을 텐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ㅡ^

노이에자이트 2009-06-14 2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르 클레지오가 화순 운주사를 방문했을 때 인상이 깊었다고 말하더군요.
이승우의 작품을 높이 평가했군요.한승원,이청준과 고향이 같아요.전남 장흥.

어느멋진날 2009-06-14 23:40   좋아요 0 | URL
노이에자이트님은 모르시는게 없는 것 같아요.정체가,,,?? ㅎㅎ
그래도 하나는 알았어요^^ 광주에 사시는거 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6-15 00:11   좋아요 0 | URL
제가 아는 게 많지요? 모르는 것 빼고 다 알아요.

어느멋진날 2009-06-15 00:27   좋아요 0 | URL
깜짝 깜짝 놀라요,, 노이에자이트님 때문에,,ㅎㅎ 두루두루 박식하신 것이 부럽네요. 연륜이 쌓이고 내공이 쌓이면 저도 언젠가 그 모습 닮아가겠죠? 하하,,

노이에자이트 2009-06-15 01:17   좋아요 0 | URL
연륜이라뇨...저 아직 청춘이에요.청춘남녀끼리 다 아시면서...

어느멋진날 2009-06-17 12:53   좋아요 0 | URL
헤헤~알다마다요^^ 노이에자이트님 청춘!

[해이] 2009-06-15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밌게 읽었어요. 처음 들어보는 작가인데, 주목해야 겠어요^^

어느멋진날 2009-06-15 00:26   좋아요 0 | URL
네^^저두 주목해 보려고 하는 작가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노벨 문학상이 꼭 나왔으면 좋겠어요.

어느멋진날 2009-06-19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6월 3주 이주의 다음 블로거뉴스 특종으로 선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ㅡ^
 
오래된 일기
이승우 지음 / 창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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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부재를 통해 그 존재를 가장 잘 드러낸다.-17쪽

진부함과 지루함이야말로 삶의 속성. 진부함은 편안하고 지루함은 안정감을 준다.-42쪽

지진이야 늘 일어나지. 땅은 살아 있으니까. 사람이 의식하든 않든 땅도 생명체처럼 숨을 쉬고 꿈틀거리는 거지. 아주 가끔 사람들이 그 움직임을 눈치채고 호들갑을 떠는 거지. 그게 지진이지.-59쪽

자신의 생명을 조금씩 떼어내서 하루씩 삶을 연명하는 거랍니다. 삶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내놓아야 하는 거지요. 그것이 인생이에요. 떼어낼 것이 없어지면 삶도 멈추는 거겠지요.-91쪽

같은 일이 반복되거나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그게 일상이지. 다른 사람이라고 뭐 다를라고.-96쪽

그러니까 타인과의 삶을 상정하는 윤리의식이라고 하는 것 역시 넓은 의미에서 개인의 이기심에서 발원하고, 또 그것에 기여한다고 할 수 있다. 심지어 개인의 모든 윤리적 활동의 동기가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인 이기심일 뿐이라는 주장도 아주 터무니없지는 않다.-1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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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6-13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리직톤의 초상> 읽은지가 가물가물...이승우 씨는 여기 광주에 살면서 조선대 교수로 있어요.광주에 산다는 것을 작년에 처음 알았네요.

어느멋진날 2009-06-14 00:25   좋아요 0 | URL
아~그렇군요^^ 이승우 작가님이 광주에 사시는군요. 전라남도 광주 말씀하시는 거 맞죠? 생각했던 것 보다 가까이 사신다니 그냥 기분이 좋네요. 내일쯤 해서 오래된 일기 리뷰를 쓰려고 먼저 밑줄긋기로 시동 걸어놨어요ㅎㅎ

노이에자이트 2009-06-14 14:46   좋아요 0 | URL
광주가 광역시 된지 오래되었어요.그런데 광주 사람들까지 전라도 광주라고 하는 통에 아직도 전남 광주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더라구요.그래서 저는 "인천이나 대구는 다 광역시인줄 아는데 광주 사람들까지 전남 광주라고 부르니 타지역 사람들이 광역시인줄 어떻게 아느냐"고 혼내?주지요.하긴 기자들까지 전남 광주라고 하는 것을 오늘도 봤네요.

어느멋진날 2009-06-14 14:49   좋아요 0 | URL
아~ 광주가 광역시인지 몰라서 전남 광주냐고 하는 게 아니구요,, 경기도인가에도 광주가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곳을 구분하기 위해 전남 쪽 광주 이렇게 말들을 하는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06-14 14:59   좋아요 0 | URL
어린시절(군사정권 때)에 강원도 영월에서 광주로 이사를 가게 되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경기도 광주로 가느냐고 물어봐서 저기 전라도로 간다고 하니까 와...엄청나게 먼데로 간다고...하기야 지금도 영월에서 광주가 먼데...영월은 가보셨나요? 우리동네 바로 앞에 동강이 있었는데...

어느멋진날 2009-06-14 15:01   좋아요 0 | URL
정말 멀리 이사 오셨네요^^저는 이사를 몇 번 하긴 했지만 전라북도는 벗어나지 않았네요,,조용하고 공기 좋은 곳을 쉽게 벗어나진 못할 것 같아요.ㅎㅎ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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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맘대로 되는 일 하나도 없다. 그래서 순간순간이 재미있다.-154쪽

상처 받고 있다는 사실이 그만큼 살아 있다는 징표이기도 하다.-1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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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 - 공지영 에세이
공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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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을 구독한지 1년여 가까이 된다. 매일 읽는 것은 아니고 가끔 시간이 나면 들춰보는 정도였는데 거기서 우연히 공지영 작가가 연재하는 에세이를 보게 되었다. 그러나 너무나 안타깝게도 그 에세이의 발견시점은 연재가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던 것 같다. 연재 글을 더 보려고 지난 신문을 찾았지만, 날짜 지난 신문의 운명이 대개 그렇듯 집 마당에서 고기 꾸어먹을 때 쓰고, 마늘이랑 양파 깔 때 밑에 두둑이 깔아두고... 그렇게 신문은 유명을 달리했다. 나는 간다 말 한마디 못하고 가버린 신문들 때문에 슬펐지만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그 후 이런저런 일에 신문과의 이별을 잊고 지낸 어느 날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라는 제목으로 책이 나온 것을 발견했다. 나는 다시 그때 안타깝게 세상을 하직한 신문을 떠올렸고, 공지영 작가의 연재 글이 나와 인연이 아주 없지는 않았구나 생각하며 이 책과 매우 반갑게 해후하였다. 
 

나는 소설도 좋아하지만, 일상의 사소한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래서 여러모로 공감이 가는 에세이도 좋아한다. 현실이 많이 투영된다고는 하나 픽션인 소설과는 다르게 작가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는 것이 좋다. 내가 작가와 같은 것을 보고 있고,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 같은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사무치게 느껴진다고나 할까. 그런 것들을 느끼는 것이 퍽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공지영 작가는 나에게 어떤 공감을 얻어내 어떻게 위안을 해줄지 궁금했다.
상처 하나쯤은 가슴깊이 숨기고 있을 이 세상 사람들에게 과연 공지영 작가답게 토닥토닥 얼러 주지는 않지만, 유쾌하고 호탕하게 손을 내민다. 익살스럽게 사람 좋게 넉살 떨면서도 그러나 과장되지는 않은 그녀의 이야기들 때문에 그녀가 내민 손을 꼬옥 잡을 수밖에 없었다. 그 손을 잡고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걱정이 되었다. 소설가로서 유명한 작가의 반열에 오른 그녀가 자신을 너무 까 벌리는 것이 아닌가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독자들을 어르고 달랠 수 있다면 내 어떤 모습도 소재로 삼을 수 있어! 하는 투철한 직업정신 때문에 혹여 그녀가 손해 보지는 않을까 걱정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내 이 걱정을 들었다면 이 책한 구절을 들이 밀어주겠지?

p84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가 하고 있는 걱정의 80퍼센트는 일어나지 않을 일이며, 나머지 20퍼센트 중에서도 우리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이 대부분이며 우리 힘으로 할 수 있는 일은 2퍼센트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면 결론은?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녀가 이토록 유쾌하고 가벼운 이야기를 쓸 수 있었던 건 주변의 좋은 친구들 공이 반 이상은 될 것이다. 자신의 이야기는 글에 적지 말라고 하면서도 술 한 잔 들어가고 나면 이거 적으면 재미있겠다 해주는 친구, 술과 안주와 예의만 있다면 누구든 웃으며 반겨줄 지리산 시인들, 겨울이 오면 사람은 괜찮지만 너구리, 오소리, 멧돼지, 산토끼들은 어쩌지 하며 걱정하는 시인친구, 다시 사랑을 해야 한다며 까짓것 상처밖에 더 받겠느냐고, 인생에 상처도 없으면 뭔 재미로 사냐 말이야 하는 노은님까지 아, 또 빠질 수 없는 그녀의 세 애물단지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며 촛불시위에 동참해 소감까지 말해주는 딸 위녕과 담임선생님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친구를 위해서 시위(?)를 주도하는 용감한 둥빈과 조금만 아파도 죽을 똥 울어 제치는 엄살쟁이지만 좋아하는 여자 앞에선 순정파가 되고 마는 막내 제제 말이다. 이 모든 존재들이 그녀가 깃털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에너지가 되어주었던 것 같다.
 그녀는 그들에게서 받은 에너지를 꾹꾹 눌러 모아 그녀가 내민 손을 맞잡은 사람들에게 나눠준다. 짧다면 짧고 또 길다면 긴 인생길에서 한 번도 넘어지지 않거나, 한 번도 지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넘어져도 창피해 하지 말고, 지쳐도 너만 그런 게 아니야 하고 알려주는 이 책 때문에 나는 아무래도 다시 일어나서 걸어야 할 것 같다. 넘어지고 다쳐봐야, 상처받고 다스리고 해야 마음에 근육이 생긴다고 알려주는 이 책 때문에 나는 마음을 운동시켜야 할 것 같다.

p98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는 것의 차이 중 가장 뚜렷한 것은 살아 있는 것들은 대개 쓸모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게 화분이라면 필요 없는 누런 이파리나, 그게 꽃이라면 시들거나 모양이 약간 이상한 꽃 이파리들을 달고 있다는 것이다.

 가끔은 너무 지쳐 마냥 쉬고 싶은 내 마음도, 가끔은 아무 생각 없이 TV만 보는 내 모습도, 사람에 치여 상처받는 내 가슴도 내가 살아 있는 증거라니, 어쩌면 살아간다는 건 생각처럼 무겁고 큰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상처받고 있다는 사실조차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된다면 말이다. 그것 또한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면 말이다. 그렇다면 그녀의 말대로 아주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p213 가끔 그런 모습들을 보면 소리 없는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다. 아침마다 떠오르는 태양이, 달빛이, 우리를 숨 쉬게 하는 공기들이… 그 깊은 산에서 솟아나는 샘물이… 그리고 모든 선한 것들이.  

  영화 우주전쟁에서 우주인들의 지구 침략이 결국 아주 작은 미생물들 때문에 실패로 돌아가 지구인들을 살린 것처럼 정말 사소한 것들이 우리를 살게 만든 건지도 모른다. 내일은 꼭 길거리로 나가서 좋아하는 오뎅을 사먹어야지 하고 다짐하자 조금 행복해졌다는 오뎅 마니아 공지영 작가처럼 그녀가 내 몸에 달아준 아주 가벼운 깃털 하나를 달고, 내가 좋아하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야하겠다. 내가 좋아하는 그 맛있는 음식들도 나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느끼며^^ 깃털이 뽑히기 전에 얼른 먹으러 가야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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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애ㅋ 2009-06-04 1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창피하지만 자신을 깊숙한 곳까지 글로써 들춰내는 것, 그게 글을 쓰는 사람들의 어쩔 수 없는 운명 아닐까?ㅎ 덕분에 이렇게 공감하는 독자를 얻잖아 ㅎ

어느멋진날 2009-06-04 20:06   좋아요 0 | URL
맞아^^ 그래서 더 공감을 얻는 글을 쓸 수 있었을 거야~ 내가 공지영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겠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