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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 캔자스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나
토마스 프랭크 지음, 김병순 옮김 / 갈라파고스 / 2012년 5월
평점 :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는 2004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쓴 책인데 최근에 번역되었다. 저자는 고향인 캔자스 시에서 일어난 변화를 중심으로, 노동자들이 자기배반적인 투표를 하는 이유를 분석했다. 한국과 유사점도 많은 내용이었다.
공화당은 종교적, 도덕적 가치를 내세우며 노동자계급을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편 노동자 계급이 '라떼를 마시며 볼보를 타며 으스대는 자유주의자'를 증오하게 만든다. 언론과 상업주의매체와 합작한 공작은 정교하게 작동하며 대중의 분노를 자극한다.
네오콘 성향의 정치인들은 낙태와 동성애, 진화론, 총기 소지 문제같은 문제를 언급하며 도덕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한다. 그 결과 많은 사람들이 부자들에게 이익을 안겨주는 투표를 한다. 샘 브라운백은 '가난은 체제가 아닌 영적인 문제'라고 설교한다.
보수적 언론인인 브룩스는 계층구조에 따라 계급을 생각하는 건 마르크스주의적인 사고방식이라고 비판한다. 고등학교 구내 식당처럼 우리도 어느 계급에 속할지를 스스로 결정한다는 주장한다. 무엇을 입고 먹고 사느냐가 계급을 결정한다는 말이다.
"가난한 소농들은 자신들을 땅에서 내쫓는 사람들에게 자랑스럽게 표를 던진다. 가정에 헌신적인 가장은 자기 아이들이 대학교육이나 적절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없는 일에 조심스럽게 동조한다."
이처럼 노동자 계급 스스로가 '누진세를 비례세로 전환하고. 자본이익에 대한 세금, 부동산세를 폐지하고, 사회보장을 포함한 총체적 민영화와 규체철폐, 개입없는 자유시장'을 주장하는 공화당에 적극적으로 투표한다. 비단 미국의 상황이라고 볼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선거에 이념 논쟁, 세대 갈등, 성 차별, 복지, 막말 논쟁 같은 도덕적 쟁점이 정책 논쟁보다 앞서며 경제적 정책은 실종된다. 보수 기독교계와 언론의 행태는 네오콘과 매우 유사하다. 보수파의 벤치마킹 능력은 뛰어나다."-장행훈
추천사를 쓴 장행훈의 말을 참고할 만하다. 공화당의 가치 선동만으로 이러한 계급 투표가 이루어진 건 아니다. 민주당은 블루칼라 유권자를 외면하고 자유주의 성향을 띤 부유한 화이트칼라와 기업에게 유리한 정책을 내놓았다. 경제문제에 공화당보다 ‘약간 더 나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전통적 지지자들은 갈곳을 잃었다.
저자는 공화당과 민주당 둘다 보수이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된 셈이라고 주장한다. 한국도 야당이나 여당의 시장경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근소하다. 거기다 지역감정이란 특수한 요소까지 보수우파의 집권을 돕는다. 새누리당의 지지층이 절대 변심하지 않는 이유다.
한국의 현실과 유사점을 찾기 위해 읽은 책인데, 캔자스 시에 대한 분석이 주를 이룬다는 점이 아쉬웠다. 노동자계급이 빠르게 보수화되는 건 경제정책의 실패 탓이 큰데, 그에 대한 분노로 다시 부자의 편을 들어주는 '자기착란적' 투표 개념은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