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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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랑스 소설가 로맹가리가 에밀 아자르라는 필명으로 발표한 소설이다.

이 소설은 유대인 로자 아주머니의 손에서 자란 모하메드(모모)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젊은 시설 매춘일을 하며 먹고 살았던 로자 아주머니는 나이가 들어 더는 그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자신과 같은 직업을 가진 여성들의 아이를 돈을 받고 대신 키워주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그녀를 거쳐간 아이들 중 모모는 남달리 예민하고 상상력이 풍부했으며, 로자 아주머니의 사장을 독차지했다.

 책을 읽는 초반에는 책의 배경이 된 상황을 읽어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진 것이 없어 몸으로 먹고살아야 하는 여자들. 그런 여자들을 판매하며 사는 남자들. 그들의 미래. 그들의 자식들.

 책을 읽는 것이 간접경험을 하는 이유 중 하나라면 이 책은 그 역할을 톡톡히 해 내고 깊은 상념에 빠지게 만들어 주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결코 내가 경험하지 못할 세계를 엿보았다.

아랍인 모모가 본 프랑스 사회. 프랑스의 여러 도시 중에서고 빈민들이 모여있는 그곳.

그곳에서 태어나 그 속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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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의 노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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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훈 작가님의 남성적이고 힘 있는 문체에 대한 소문은 익히 들었다.

그럼에도 쉽사리 읽으려는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남성적 여성적을 구분하는 그 말이 썩 유쾌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친구와의 책 교환을 통해 드디어 읽게 되었지만, 쉽게 손이 가지 않았다.

  그러나 첫 문단을 읽고 문장과 문체에서 느껴지는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깨달았다.

 자신을 신뢰하지 않는 주군 밑에서 자신에게 기대고 의지하는 백성들과 가솔들을 거느리며 치르는 전쟁은 '이순신' 그로 하여금 어떤 부담감을 안겨주었을까. 나로서는 상상도 못 할 그 고뇌 속에서 그는 살았다. 한순간의 느슨함도 없이 이어지는 비장함 속에서 책을 읽어 나가는 것이 그리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책을 읽는 내내 긴장감은 계속되었고, 그 긴장감에 지쳐 그만 읽고 싶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버텨내는 사람은 그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것이 그 상황을 살아갔던 사람들의 일상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전쟁이라는 상황 속에서 '이순신' 그가 스스로를 다잡아야 하는 순간들이 현실로 다가오자 비장함과 긴장감 속에서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새삼 인지했다. 머릿속의 이미지만으로 존재하는 전쟁. 경험한 적도 경험하지도 않았던 그 나날들이 여전히 가깝게 와닿지는 않지만,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되는 긴장감이야말로 이 책을 이끌어가는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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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은 길을 가라
로랑 구넬 지음, 박명숙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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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삶에 완벽하게 만족하는 사람이 과연 이 세상에 있을까?

적어도 나는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되는 삶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살고 싶지는 않다.

그것이 무엇을 추구하는 삶이 되었든지 간에

내 삶의 목표는 내가 정한 길이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의 삶이 불행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대로 살면 안정적으로 순탄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상황이 견디기 힘든 게 아니라, 뻔히 어떻게 살면 행복할지 앎에도 불구하고 두려워서 시도조차 못 하는 자신이 어리석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는 이런 류의 책도 꽤 도움이 된다.

내 인생을 대신 살아줄 것도 아닌 이 책의 말들을 맹신하지는 않지만,

허무맹랑한 상상이나마 희망사항의 세계를 마음껏 부유하고 다니다 보면

현실을 살아갈 수 있게 실낱같은 구멍을 만들어 준다.

숨통이 튈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딱 그것뿐인 책이지만, 지금 내가 딱 그 정도의 위로가 필요하니까.

 책 내용 중에 나에게 필요한 조언들만 정리하자면....

1. 먼저, 모든 게 가능한 세상에 살고 있다고 꿈꾸세요. 아무 제약도 없고 모든 걸 할 수 있다고 상상합니다. 완벽한 학위를 갖추고, 좋은 성품과 자질, 뛰어난 머리, 인간관계에 대한 발달된 감각, 완벽한 외모.... 원하는 것은 무언이든 가능하다고 생각하세요. 모든 걸 이룰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는 거지요.

그런 다음 그 속에서 삶이 어떨지를 상상해 보세요. 무엇을 하는지, 직업, 여가 시간에는 또 무엇을 즐기는지, 즉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그려 봅니다. 모든 게 가능하다는 사실을 항상 염두에 두세요.

2. 플라시보 효과에 관해 연구한 결과를 찾아오세요.

3. 당신의 꿈을 방해하는 것이 무언인지 모두 적어 보세요.

4. 꿈을 실현하기 위해 부족한 능력을 키워나갈 방법과 그 부족한 능력을 보완해 줄 이들을 찾으세요.

5. 용기를 꺾고 힘 빠지는 말을 한 사람은 가능하면 멀리하세요. 그런 사람들에게 계획을 솔직하게 털어놓아서도 안 됩니다.

6. 주위에 자신을 믿어 주는 한두 사람을 확보해 두는 게 바람직합니다

변화를 시도하는 계획을 추진할 때, 예를 들면 직업을 바꾸는 경우 말입니다. 이런 때는 필연적으로 부침을 겪게 됩니다. 꿈이 실현될 것을 믿고 꿈꾸다가도 어느 순간 회의를 품고 더 이상 믿지 않기도 하지요. 실현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변화와 낯선 일을 두려워합니다. 그런 순간에 혼자 있으면, 포기하기 십상입니다. 그럴 때 만약 주위에 믿음을 가지고, 반드시 꿈이 실현될 거라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의구심을 떨쳐 내게 도와줄 겁니다. 더불어 두려움 또한 마법처럼 사라지지요. 그리고 그가 갖고 있는 믿음은 전염성이 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는 힘과 태산이라도 옮겨 놓을 수 있는 에너지를 주지요. 자신의 계획을 실행할 때, 힘이 되는 누군가와 함께 있으면 혼자일 때보다 훨씬 강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반드시 도와주거나 조언을 해 줄 필요는 없어요. 중요한 건, 그가 믿는다는 사실입니다.

7. 성공한 삶 이란 어떤 걸까요?

자신의 바람과 일치하는 삶입니다. 언제나 가치관과 배치되지 않는 행동을 하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있는 그대로의 자신과 조화를 이루는 삶 말입니다. 가능하다면, 자신을 넘어설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삶입니다.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행동인지 아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그 행동을 할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살펴보세요. 만약 가치관과 배치되는 행동이라면 왠지 모를 불편함과 거북함, 또는 죄의식을 느낄 테니까요. 그런 느낌은 그 행동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과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또 하루를 마치고 난 후, 그날 일 중 뿌듯함이 느껴지는 일이 있는지 생각해 보세요. 비록 사소한 일이라도 뿌듯하게 느껴지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가치관과 배치되는 행동을 하면 우리는 발전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 마저도 힘들어집니다.

8. 언제나 선택은 스스로 해야 한다는 걸 말하고 있는 겁니다.

살다 보면 어느 순간에는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을 때도 있고, 선택 자체가 고통스러울 때도 있지요. 하지만 그런 때도 선택은 해야 합니다. 결국, 삶을 결정하는 것은 자신입니다. 언제나 자신이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하ㅔ요.

발전하는 삶에서는 자시을 얽매는 믿음에서 더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지요. 선택은 곧 자유를 의미하니까요.

 옮긴이의 말 부분에 이런 내용도 나온다.

  인생이라는 너른 바다를 향해하기 위해서는 향해술을 배우기 앞서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를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내 삶의 방향키를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는 없는 법이니까. 행해하는 동안 맞닥뜨리게 될 암초와 거친 풍랑이 두려워 지레 겁먹고 다른 사람의 판단에 자신의 삶을 내맡겨 버린다면 그보다 어리석고 비걱한 일이 없지 않겠는가.

우린 어쩌면, 행복해지려고 하기보다는 불행해지지 않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곧, 희망보다는 두려움에 더 많은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는 애기일 것이다. 자신이 행복해질 수 있는 길을 알면서 모르는 척 외면하고 깊이 묻어둔 채, 두려움과 용기 없음에 타협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참 자존감도 낮고 용기가 없다.

그런 나에게도 존경스러운 친구들이 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이루기 위해 치열하게 현실을 살아가는 그녀들.

그녀들이 자신의 꿈에 다가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여전히 뒷걸음질 치고 있는 자신이 안타깝다.

 그렇다고 용기를 내어 결단을 내리지도 못한다.

본인이 가진 재능이나 실력에 대한 자신도 없고 이룬다고 해도 밥벌이를 못 할 가능성이 다분하니.

 그럼에도

 내 인생에 딱 5년만 제대로 그 일에 미친다고 해서 내 인생이 망한 인생이 된다면

제대로 망가뜨려보자는 결심에 이르기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다.

 자신이 없을수록 이런 책은 견딜 힘을 준다. 그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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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종과 나비
장 도미니크 보비 지음, 양영란 옮김 / 동문선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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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아침에 로크트 인 신드롬(locked-in syndrome)에 갇히게 된 장 도미니크 보비의 기록.

  알파벳표를 보다 원하는 글자에 그가 눈을 깜박이면 상대방은 그 글자를 받아 적는다. 똑같은 과정은 그다음에도 또 다음 글자에서도 계속 반복한다. 그렇게 한 단어가 완성되고 문장이 된다. 그렇게 눈깜박임을 통해 세상에 남긴 그의 기록은 읽는 내내 여러 감정들이 요동치게 만들었다.

  어떻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자신의 일을 글로 남기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프랑스여서 가능했을까?

 때로는 재치 있고 때로는 담담하게 자신 앞에 주어진 삶에 대해 고찰할 수 있을까. 그는 이 소설이 출간되고 얼마 되지 않아 육체를 옭매는 잠수종에서 벗어나 나비가 되었다.

 그가 나비가 되기 전에 한 사유들은 만나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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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호위
조해진 지음 / 창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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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 작가의 작품을 다 찾아서 읽은 적이 없다.

몇 년 전까지는 이 작가의 작품은 다 읽었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작가와 그의 작품은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 뿐이었다.

하퍼 리의 유일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그 책이 워낙 훌륭하니까.

그러나 어떤 연유가 있었든 간에 파수꾼을 출판했고, 실망하고 싶지 않아서 그 책 읽기를 포기함으로써

이 작가의 책은 다 읽었어요! 하는 작가가 없게 돼버렸다.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글을 소비한다는 개념이 아닌 그 사람의 사상과 세계관에 동의한 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내내 생각했다.

셰익스피어가 좋아서 그의 글과 시를 다 읽었다는 친구

오에 겐자부로의 전쟁에 대한 인식, 책과의 추억 등이 좋아서 다 읽었다는 친구

작가의 책이 아닌 작가를 좋아하는 것이 신기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믿을 수 없는 것은 나에게는 당연한 일이다. 나는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한 작가의 책을 접하고 흥미롭다는 생각에

작가의 이력을 검색해 보고, 다른 책을 읽어보고...

그렇게 다른 책으로 이어진 경험은 물론 있지만, 그렇게 읽은 책이 전부가 다 좋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 작가가 좋아요라고 말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는 작가와 그녀의 작품을 만났다.

적어도 지금까지 읽은 그녀의 책은 항상 마음을 울리고 생각할 여지를 주니까 혹시 모른다.

한 작가의 세계를 온전히 사랑하는 일이 나에게도 있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나는 '조해진' 작가의 글에 빠져있다.

 그러던 중 작가의 인터뷰를 읽게 되었다.

 궁극적으로 이런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마음속에 그리는 상이 있는지도 더해 물었다.

  좋은 소설을 쓰고 싶다는 마음이 가장 크지만, 그 마음 못지않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럼 멋진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분도 계시겠죠. 저는 착한 사람도 '멋지다'에 포함된다고 생각해요. 착하기만 해선 소설을 잘 쓸 수 없다고 걱정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솔직히 착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순진하다거나 어리석은 의미의 착함이 아니라 타인의 보이지 않는 눈물까지 상상할 줄 아는 착함....

 

  저 인터뷰를 읽고 왜 내가 조해진 작가에게 끌리는지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이 행복한지 이해할 수 있었다.

물론 같을 수는 없겠지만, 비슷할 수는 있는 거겠지. 작가의 글에서 그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가 은연 중에 스며드는 거니까.

 '빛의 호위'에 수록된 여러 단편들 중에 내가 가장 처음에 만난 단편이 바로 '빛의 호위'이다.

여러 겹의 이야기들이 어우러져 더욱 절묘한 감정을 자아내는 이 이야기는 단 몇 줄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잘 짜인 소설이다.

  권은은 각기 다른 시대와 역사에서 출항한 배에 탑승한 승객처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알마 마이어와 그녀는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고 있다고 말한다. 마치 두 사람을 태운 전혀 다른 두척의 배가 똑같은 섬에서, 똑같은 풍랑을 견디며 잠시 표류한 적이 있기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권은은 그렇게 알마 마이어의 삶을 자신의 삶과 투영해서 본다. 그녀에게 장이 있었듯이 자신에게도 그런 존재가 있었다. 홀로 남겨진 어두운 골방에서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준 사람. 적어도 그 사람은 자신이 다른 사람을 살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고 그렇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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