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꽃을 주시는데
테이블에 던져놓고 잊어버린 밤

사라진 것은 밤이 아니라 빛의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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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컵 뚜껑을 깨물다
입술을 베인다
가벼운 것에 베이면 상처가 숨는다
틈으로 들어오는 것이 빛인지 어둠인지
허공을 더듬는 거미의 열기인지
허방, 이라는 계단인지

‘발등에 내리는 눈‘ 일부

아내를 잃은 남자들이 모여 내 뒤꿈치를 잡고 우는 밤
몰래 자리한 내 아버지가 가장 크게 우는 밤

‘모래와 밤‘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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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읽고 있으니 여행에세이들에 대한 향수가 살아난다.

기웃거리게 되는 읽고 싶은 여행에세이.

<발트를 걷다>

"다섯 명의 작가들이 발트3국을 여행하면서 느꼈던 소회를 적은 여행 에세이다. 다섯 작가 모두 어린이청소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그들의 작품은 쉽게 읽히면서도 그 속에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생각해 봄직한 중요한 메시지를 잘 담아내고 있다. 이들이 처음으로 어린이 독자가 아닌, 성인 독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세이를 출간했다"

 

<여행이라는 참 이상한 일>

"<온전히 나답게>를 통해 독자들과 '나다운 삶'에 대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를 나눴던 한수희 작가의 첫 여행 에세이. 아름다운 여행의 추억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던 여행의 민낯을 담은 책이다.
스무 살 무렵부터 두 아이의 엄마가 되기까지 끊임없이 여행을 해온 그녀의 이야기는 거창하지도 아름답지도 않다. 여행에서 우리가 겪었지만 잊어버리고 있었던 부끄럽고 황당하고,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순간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솔직하게 털어놓으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그 개고생을 해놓고, 왜 또 짐을 꾸리는 '이상한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걸까? "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씨네21> 이다혜 기자의 첫 여행에세이로, 여행을 일상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만드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담았다. ‘여행’과 ‘떠남’에 대한 작가만의 시선과 생각들을 때론 쿨하고 때론 정감 가는 이야기들로 들려준다.

여행은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이 ‘떠남’을 시도하는 것도, 온전히 즐기는 것도 어려울 때가 종종 있다. 하지만 저자는 여행이란 예정대로 되지 않는 일들을 평소보다 조금 더 유연하고, 가볍고, 즐겁게 받아들이게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어떤 것을 하더라도, 일단 집이 아닌 곳에 있다는 사실에 좀 견딜 수 있을 듯한 기분이 되지 않는가. ‘여기가 아니면 어디라도.’"

 

<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에세이. 임경선 작가는 2016년 '마틸다'라는 출판사를 차려 직접 책을 냈다. 바로 <임경선의 도쿄>. 어린 시절을 일본에서 보낸 터라 일본 특유의 정서를 이해하고 알려지지 않은 숨은 장소들을 많이 아는 작가는 이 모든 정보를 <임경선의 도쿄>에 담았고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다. 별도의 마케팅 없이 초판 2,000부를 모두 판매했으며 인터넷서점 여행 분야에서 한 달 넘게 1위를 고수하기도 했다.

뒤이어 교토 에세이를 준비하면서 작가는 '감각'의 도시 도쿄와 달리, '정서'의 도시인 교토는 "이 도시가 오랜 세월에 걸쳐서 일관되게 품어온 매혹적인 정서들에 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 여겼다.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는 도시, 돈보다는 살아가는 자세가 중요한 도시, 전통을 지키면서 미래의 모습을 모색하는 도시, 교토는 "결코 변하지 않을 아름다움을 지켜나가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실제로 행한다.

작가는 이 도시의 한 계절을 걸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영감을 받았고, 교토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의 정서와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본 도시의 기억을 불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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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100년 전 나쓰메 소세키는 <산시로>의 주인공으로 하여금 "가장 놀란 것은 아무리 가도 도쿄가 없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는 경탄의 소리를 지르게 했는데, 한없이 증식하고 팽창하는 도쿄는 여기서 절정에 달한 듯합니다.

..

이 책에 담긴 도쿄는 3.11 대지진 이전의 도쿄입니다. 그 장면 어디에도 불안에 떠는 도쿄의 모습은 없습니다. 대지진의 참상과 방사능의 위협을 목전에 둔 도쿄는 이제 3월 11일 이전으로 되돌아 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3월 11일 이전의 도쿄는 옛날이야기처럼 먼 과거가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런 도쿄를 꼬옥 부둥켜안고 싶습니다.

서문에서

 

여러분 중에도 아마 '자기 찾기'를 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진정한 자기'같은 건 없습니다. 있는 것은 지금 거기에 있는 자신뿐입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우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깨닫는 일입니다. 그리고 자기 안의 모순을 그대로 껴안고 모든 거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자기 찾기'의 여행에 필요한 것은 바로 그 각오와 담력입니다. 21

 

그렇게 생각하면 국립신미술관이 롯폰기에 생겼다는 것도 무척 의미있는 일로 여겨집니다. 이곳은 글로벌 자본주의를 상징하는 거리, 보편적 이념이 없는 포스트모던을 상징하는 거리입니다. 그러므로 그 지역에 현대의 성지로서 미술관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그렇게까지 예술에서 가치를 찾아내려 하는 걸까요. 그것은 결국 예술이 교환 분가능한 것, 유일무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43

 

여행은 흔히 인생의 전기가 되기도 하고,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그것은 여행이 순수하게 '보는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 아닐까요. 우리의 일상은 늘 뭔가를 위해 생각하거나 행동하는 것으로 채워져 있는데, 여행을 떠나면 그것이 텅비게 됩니다. '뭔가에 도움이 되니까'라는 생각과도, 공리적인 목적과도 전혀 상관없이 그저 '보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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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산책자를 읽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산책하듯 어떤 지점들을 서너페이지의 단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재일지식인 특유의 공손한 화법과 깊이 있는 사유와 폭넓은 지식들이 풍경과 함께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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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도매시장에서 구이용 전어를 샀다. 만원 어치가 대략 서른 마리쯤 되었다. 너무 많아 대략 난감이었지만 일단 가열차게 열마리 남짓을 구워서 맛있게 먹었다.
딱 거기까지. 온 집안에 냄새가 얼마나 진동을 하는지 다시는 생선을 집에서 굽지 않으리라 다짐에 결심을 거듭해놓고 남은 생선을 처리하기 나빠서 이틀사이에 결국 두 번을 더 구웠다. 결론은 처음 질색을 했던 것도 잠시, 세 번을 다 맛있게 먹었다는 것. 만원의 행복.

혼자 마트에 간 남편이 세일한다고 사 온 장어와 전복도 각각 만원. 장어는 양파를 채썰어 깻잎에 싸먹고 전복은 전어 비린내 제거용으로 칼칼하게 물회로 먹고 내장은 죽을 끓였다. 외식을 거의 안하다보니 주말 삼시세끼가 고역인데 가을철 먹거리로 지루함을 잠깐 탈출했지만 다이어트도 물건너 갔다는 얘기다.

찬바람 도니 식재료가 다양해지고 입맛도 돈다.
많이 먹으니 책장만 펼치면 졸음이 몰려 온다는 게 함정인데, 마쓰시에 마사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졸다가 읽다가 하고 있다. 출간 당시 요란한 홍보문구가 거슬려 읽고 싶지 않던 책인데 어쩌다보니 소재가 건축가 이야기란 걸 알고 손에 들었다. 이런 책인줄 알았으면 정작 읽을걸. 진도가 술술 나간다.

선생님은 홋카이도 도립대학교의 새 캠퍼스 실시 설계를 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광활한 부지 내에 있는 부속도서관에 심혈을 기울였다. 엄동설한에 학생들을 어떻게 도서관에 오게 할 것인가,라는 과제에 종래의 열람실과는 별도로 마루 형태의 큰 방을 준비하고 방 중심에 사방개방형 원통 난로를 설치했다. 그리고 마룻바닥을 한 단계 낮춘 뒤 난로를 빙 둘러 싼 공간에서 불을 쪼이면서 책을 읽을 수 있게 했다. 아동용 코너말고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는 타입의 열람실은 유래가 없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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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학생의 도서관 이용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문학부 지망생이 점차 줄어가는 시기에 도립대 문학부 지망생이 는 것은 난로가 있는 도서관 덕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 얘기를 들은 선생님은 ˝대학도서관에 난로가 있는 곳은 도립대학뿐이거든˝이라고 여느 때와 달리 만족스러워했다고 한다.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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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의 이 낯선 꿀꿀함을 감당하지 못한다.
날씨 탓이야.
어떤 쾌할함은 가장 악랄하게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그녀는 알까?

소망한다라는 말 진짜 싫어하는데
어쩌자고 소망한다고 말해버렸다.
내일도 없는데 내년이라니...
헛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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