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공간, 두번째 이야기 - 건축가가 그린 세상의 모든 호텔 여행의 공간 2
우라 가즈야 지음, 신혜정 옮김 / 북노마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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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공간>- 두 번째 이야기를 읽었다. 여행자의 손에 있던 아이가 나에게로 넘어 온 지 꽤 되었는데, 머리 맡에 두고 책등만 훑기를 몇 개월..책을 쉽게 손에 못 잡는 이유는 두 가지다. 싫거나, 좋거나. 이 책의 경우는 후자인데, 제목이나 겉표지만으로도 너무 여행심을 자극할 것 같아 미리 미루어 둔 셈이다.

 이제 읽은 소회로는 여행심을 자극한다기 보다 어떻게 여행할 것인가,에 대한 또 하나의 실례를 보았다고 해야겠다. 개인적인 관심의 방향이 같아 더 흥미롭긴 했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충분히 흥미로울 만한 책이다. 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은 숙소의 문 손잡이 하나 베겟잇의 촉감에서 디테일한 행복감에 젖는다. 저자는 직업적인 마인드로 '공간 실측'여행을 했지만, 일반인들이라도 이런 재미를 느껴봄직하겠다. 막연했던 기록의 마음들이 페이지 페이지 아주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펼쳐져 있어서 꼼꼼하게 살펴보는 설레임이 있었다. 특히나 네팔의 호텔들은 경험해보지 못한 설레임을 주기 충분했다.

 

 저자는 여행지의 숙소에 도착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 정도의 시간을 들여 자신이 묵은 방의 실측도를 그렸다. 종이는 호텔의 편지지. 수채도구는 상비하고 다닌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작은 메모지에 스케치를 하고 장면을 많이 목격한다. 카메라가 아니라 오래 앉아서 봐야만 가능한 그리기를 하고 있는 것. 자고로 여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나를 낯선 곳에 놓아 두기.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바라보기. 익숙한 것을 새로이 깨닫고 소중하게 생각하기, 등등이 아닐까. 낯선 곳의 새로움을 손으로 기록하는 정밀한 여행의 기록이 <여행의 공간>이다. 세계 도처의 수많은 공간 안에 나를 둘 수 있어 좋았다. 여행자는 어디에서나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이구나.. 저자는 정확하게 표현하는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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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입이어도 제대로 먹는 유럽여행 - 로컬들만 찾는다는 맛있는 핫플레이스 154 벨라루나 한뼘여행 시리즈 2
이재호 지음 / 벨라루나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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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으로 여행을 해 본 사람은 알 것이다. 한 끼를 제대로 먹기가 얼마나 힘이 드는지. 정보의 부재, 경비의 부담, 스케줄의 빡빡함 이 모든 것은 유럽에서 한 입 잘 먹기는 커녕 돈 내고 맛 없는 것을 먹는 낭패나 안 당하면 다행이다. 해서 나는 파리에서의 일주일을 거의 모든 끼니를 편의점 샌드위치로 해결했었다. 갑자기 가게 된 여행이라 정보가 없었고, 금융 위기 당시 어찌어찌 가진 상황이라 모든 여건이 불편해서이기도 했지만, 어디 아이들과 마음 편하게 들어 갈 식당을 찾지 못한 이유가 컸다.

 

베네치아에서 비싼 값을 지불하고 시원찮은 음식을 먹고 나온 경험도 두고두고 아쉽다. 살아 생전 언제 또 가보겠냐고 생각하면 눈 앞에 닥친 기회를 그렇게 놓쳐버린 것이 아까울 따름이다. 로마에서도 그 사람 많은 관광지의 무수한 식당들 앞에 서서 어디로 가야 아이들에게 더 이탈리아적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일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미아가 된 것 같은 느낌을 가졌었다. <한입이어도 제대로 먹는 유럽여행> 이런 책이 미리 나왔더라면, 더 씩씩하게 맛있는 여행을 하고 더 오래 추억에 남을 시간을 가졌을 것 같다.

 

'로컬들만 찾는다는 맛있는 핫플레이스 154' 가 부제인 이 책은 로마(85), 피렌체(26), 베로나-베네치아(11), 런던 (10), 파리 (43), 부다페스트 (18), 프라하 (15)의 식당들을 소개하고 있다. 얼마전 한국에서 최대 규모라는 백화점  식품부에 갔다가 정말 만족할 만한 경험을 했다. 신선하고 다양한 식재료들을 실컷 구경한 것이다. 평소 접하지 못했던 세계의 식재료들이 캔이나 유리병에 담겨서, 또는 날 것인 상태로 보기 좋게 진열 되어 있는 광경이라니...

 

이 책에서는 런던의 백화점 '헤롯'을 그렇게 소개하고 있어서, 얼마전 나의 경험에 비추어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단지 한 페이지의 간략한 소개와 사진 한 장인데도 뭔가 마구 상상이 되는 그런 기분이었다. 식당들만 소개한 책인 줄 알았더니, 로컬 시장이나 백화점 식품부를 소개하는 센스라니!!! 쫌 멋짐이다:)

 

도로를 달리는 내내 양옆으로 드넓게 펼쳐진 포도밭의 절경에 정말 혼이 쏙 빠졌다. 거기에 더해 내리쬐는 햇살과 시원한 바람은 내가 샹파뉴에 있음을 실감하게 했다.

 

잠깐! 스파클링 와인과 샴페인

흔히들 기포 있는 와인을 뭉뚱그려 샴페인이라 부르곤 하는데 잘못된 표현이다. 스파클링 와인중 오직 이 상파뉴 지역의 와인만을 샴페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샴페인은 샹파뉴의 영어식 발음이다. 프랑스 내에서도 샹파뉴 지역 외에서 만들어지는 스파클링 와인들은 샴페인이라는 표현 대신 크레망이라 부른다. 205쪽

 

샴페인 마을 에페르네를 소개한 글의 일부이다. 단지 식당 정보책이 아니라 군데군데 이런 깨알 팁들이 있어 여행을 좋아하고 여행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미소지으며 볼 수 있겠다. 이런 책을 꾸린 저자라면 당연 다정다감하겠지만 그 성격이 이모저모 책에서 다 보여진다. 뭔가 하나라도 더 알려주고픈 마음 같은 것.

 

사실 요즘은 굳이 어디로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 같은 것이 없어졌다. 열심히 읽던 여행책들도 심드렁하다. 그저그런 날들 사이에서 오랫만에 맛있는 여행책을 읽고 나니 기분이 산뜻해졌다. 물론 백프로 독파하진 않았다. 그렇게 보고 싶지 않은 책이다. 여러 날을 두고 펼쳐 볼 것이다. 상식도 쌓고, 상상도 하며 여러 도시의 미각을 간접 체험 해 볼 작정이다. 살다보면 또 어쩌다 가게 되는 날이 올지도!

 

나는 셰프가 아니다. 따라서 이 책 또한 요리 전공자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유럽으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현지의 맛있는 음식들을 제대로 즐기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책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한국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배낭여행지들을 선정하였으며, 여행중 한 번쯤 접근해볼 만한 가격대의 음식과 식당들 그리고 관광지에서 멀지 않아 전체 여행 일정에도 큰 차질을 주지 않을 곳들로 골랐다. 유럽 요리에 대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도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어 나가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서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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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끊임없이 너 자신에게서 떼어 내며, 너를 피곤하게 하고 너의 나날을 정신없이 흘러가게 하고, 저녁이면 피로에 휩싸인 너를 잠 속으로 내모는 너의 고역, 너 자신이 선택하지 않은 그 의무적인 훈련이 나는 부럽다.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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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사는 나무
장세이 글.사진 / 목수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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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신간 코너에서 이 책을 봤을 때, 단 번에 '제목 참 잘 지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서울 사는 나무'라..제목에서 부터 작가의 마인드가 느껴진다. 나무는 나무, 나는 나가 아닌 내 친구 나무 같은 느낌. 표지가 감각적인 것처럼, 글솜씨도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도 모두 감각적이다.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숲해설서 같은 나무이야기가 아니라 동네 친구랑 마실 나가서 수다처럼 고시랑고시랑 얘기를 듣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는 그런 책이었다.

 

언젠가 '내가 책을 쓴다면?' 어떤 책을 쓸 수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어떤 강의를 듣는 와중에 숙제로 주어진 질문이었는데, 그 때만 해도 쓰기로서의 책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숙제니까 하고 열심히 궁리를 해 보던 중에, 이런 제목이 떠올랐었다. '서울의 가로수' 그래, 서울의 가로수에 대해서 책을 쓴다면 기쁘게 즐겁게 쓸 수 있을 것 같아. 딱 거기까지만 생각하고 그만 둔지 오래인데, 왠지 이렇게 신속하게 쓴 것 같은 잘 빠진 책의 첫 장에서  '길가 사는 나무'라는 문맥을 보니 반갑고 즐거웠다. 가로수 라는 판에 박힌 단어 대신, 길가 사는 나무라니..신선했다. 이렇게 이 책은 '길가 사는 나무','궁궐 사는 나무','공원 사는 나무' 세 장에 모두 28종의 나무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새로 지은 국립현대미술관 앞의 '비술나무', 여의도 공원의 '피나무'는 내가 특히 관심있게 들여다 보았는데, '오래 된 비술나무의 둥치엔 막걸리는 부어 놓은 듯 선명한 흰 띠가 있다' 라니 재밌고 눈으로 확인하고픈 궁금증이 일었다. 국립 현대 미술관을 찾지 않더라도 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눈에 바로 띄는 비술나무를 좀 더 눈여겨 봐야겠다.

 

피나무는 몇 년 전 살 던 집 테라스 앞에 떡 하니 자라고 있던 나무이다. 열매 위에 날개가 달린 독특한 모습 때문에 도감을 뒤지고 또 뒤졌건만 정명을 결국 찾아 내지 못하고 감만 잡고 있던 나무인데 왜 정명을 찾기가 어려웠는지 이 책에 답이 있었다. '피나무과의 피나무, 찰피나무, 염주나무, 보리자나무는 구분이 잘 안되는데, 붕어빵처럼 닮아도 너무 닮았다.' 전문가들도 구별이 힘든 피나무 형제들을 보고 또 보고 사진만으로 구분을 하려고 했으니 찾아질리가 없었던 것. 봄에 새잎이 유난히 눈부시고, 열매의 모양 또한 특색이 있어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피나무. 사진을 부분 부분 잘 찎어 놓아서 더욱 잘 구분이 되었다.

 

간단한 서울 여행기라고도 할 만하고, 심플한 도감이라고 할 만한 <서울 사는 나무>가 아침 기분을 상쾌하게 해주었다. 이제 여름 열기가 빠져 나간 자리에 바람이 불고, 나무들이 예쁜 옷을 갈아 입을 차례가 되었다. 나무 책들에 더 자주 손길이 가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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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8-26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가 사는 나무. 좋네요.
담아가요 쑥님^^ 고니도 지나가나봐요. 비 그치고 차분한 거리입니다. 좋은하루 보내세요
 
너 없이 걸었다 - 뮌스터 걸어본다 5
허수경 지음 / 난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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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우연의 도시 어느 우연의 시인

 

책장을 덮으며 생각한다. 그래, 시인은 이렇게 푹 젖어 사는 사람이구나...  

책이 이렇게 예쁠 수도 있구나!  

읽기도 전에 손에 잡힌 촉감 만으로 이미 책을 다 읽어버린 느낌이다.

 

 서문에서 시인은 맹인 독자를  직접 손을 잡아 이끌 듯 뮌스터로 안내한다. 말로 공간을 대충 그리는데 그 흐릿함이 오히려 명확하게 다가온다. 지도를 펼치라 했건만 지도쯤은 펼치지 않아도 머릿 속으로 대충의 위치를 짐작할 수 있다. 마르고 닳도록 지도를 봐서가 아니라 명확함이 싫은 그 아스라함만으로 뮌스터는 벌써 마음 안에 머릿 속에 자리한다.

 

'어느 날, 트라클의 시를 읽다가 내가 잊고 있던 뮌스터의 첫인상이 20년이라는 세월을 뒤로한 채 문득 찾아 왔다. 아주 짧은 시간의 층이라 얇야서 없어져 버린 줄 알았는데 트라클의 시가 내 시간의 얇은 지층 하나를 돌려주었던 것이다. 시를 읽는 어떤 시간은 이런 시간이다. 잃어버린 줄 알았던 것이 돌아오는 시간, 그 시간을 새로 발견하고는 그 시간으로 들어가보는 것.' 32쪽

 

그녀는 '트라클'이란 강에 몸을 깊숙히 담구었고,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우리는 그녀의 온기로 기화되는 트라클의 수증기를 가만히 바라보거나, 공기 중에 흩어진 수증기의 입자가 우리에게 닿아 소멸 되는 것을 그냥 느낄 뿐이다. 대상에게 침잠했던 시인이 대상의 시세계에서 건져올린 사유를 가만히 되뇌인다.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는 단지 그녀가 가진 물기를 호흡할 뿐이다. 그녀와 나 사이의 거리엔 수 많은 겹이 있고, 꿈이 있고, 결국은 떨어지고 말 별똥별이 대기하고 있다.

 

부드럽고 따듯해서 마음이 촉촉해진다. 결국 눈가도 촉촉해지고 만다.

 

기차역에서

칠기박물관 앞에서

뮌스터의 푸른 반지

츠빙어에서

소금길, 그리고 다른 길들

 

뮌스터의 반을 걸었다. 그냥 걸은 것이 아니라 외로움과 그리움의 사유들과 함께. 시인이 사랑한 시들을 읽으며 오래 된 길들을 걷고, 사람과 건물들을 만났다. 기차역이든 박물관이든, 짙은 숲그늘의 가로수길이든 과거의 유적 앞에서든 시인은 고향을 그리워하고 '너'와 '나'를 향해 가는 질문들을 한다. 시인을 떠나오게 했고, 돌아가고 싶게 만든 영원의 질문들이 뮌스터의 거리 곳곳에서 불쑥 불쑥 튀어 나온다. 시인은 열다섯 시간의 거리 그 너머에서 고향이 가깝다고 말한다. 갑자기 베낭하나 둘러 메고 프랑크푸르트행 비행기를 타는 상상을 한다. 그리고 4시간 반 기차를 타면 뮌스터. 우연의 일치로 어제 마저 읽은 헤세의 <황야의 이리>도 뮌스터가 배경이다. 소설 속에 배경이 특정한 역할을 하지도 배경의 묘사도 거의 없지만, 허수경 시인의 뮌스터와 '하리 힐러'의 뮌스터가 오버랩 되면서 글이 더 쫄깃하게 읽힌다.

 

지도는 깜짝 선물이다. 다 읽어 버리기 아까워 반을 남긴다. 남아 있는 동안은, 읽어 가는 동안은 먼 곳의 그리움을 시인과 함께 느낄 수 있겠지. 시인이 좀 덜 외로웠으면 한다.

 

상점 거리의 시작을 박물관이, 상점 거리의 끝을 성당이 장식한다는 건 이 도시가 제 중심부를 그저 상인들에게  내어주지 않았다는 걸 의미한다. 시간을 보존하는 박물관과 마음을 달래주는 성당이 있어야만 비로소 자본주의 상점들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을 도시의 설계자들이 진즉에 했는지도 모르겠다.네게로 가는 길을 잃어 버렸을 때 역사를 바라본다는 건 휴식을 뜻할 수도 있다. 잃어버린 것을 찾으려고 기를 쓰면 진짜 잃어버린다. 그 때는 잠시 덮어두는 것이 최고다.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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