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듯 랄랄라 - 홍대.유럽.제주의 모퉁이에서 살다, 만나다, 생각하다
황의정 글.그림.사진 / 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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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죄로 느껴지는 자기만의 행동특질 같은 것이 있는 거 아닌가. 잡동사니를 끌어안고 사는 것, 헌책방이나 리사이클링 센터 앞을 그냥 지나치치 못하는 것, 남이 버린 물건 집으로 주워 들이는 것.가뜩이나 정리를 못하고 사는 나는, 나의 이런 행동이나 마인드를 몹쓸 것으로 치부해왔다. 하지만 어쩌지 못했다. 깔끔한 친구는 절대 집에 들이지 않고 평생을 살았다. 

 

그런데 '여행하듯 랄랄라'를 읽으며 지저분한 내 인생에 면죄부를 받은 느낌이다. 공감이라는 절대적인 소통. 찌질해도? 비루해도? 괜찮아 라며 등을 토닥토닥 두드려주는 것 같은 그런 치유의 느낌. 캠핑카로 유럽의 빈티지 시장을 순례한다거나, 자유롭게 사는 것 같으면서도 어떤 부분 치밀하고 완벽한 마인드는 참 닮고 싶은 부분이었다. 그런 가운데 계산이 안나오는 그들만의 독특한 구매법은 순간순간 유쾌하고 즐거웠다. '여행하듯 랄랄라'라는 제목에 딱 어울리는..

 

책에 나온 인도의 향료 시장이나 유럽의 빈티지 마켓은 읽고 있는 중간에도 떠나고 싶다는 충동을 울컥 불러 일으켰다. 다 읽고 나니 마음이 말랑말랑해졌다. 어, 이 책 뭐지? 하는 생각이 든다. 내용은 진솔하고, 문장은 잘 읽히며, 일러스트는 귀엽고, 사진은 느낌있다. 게다가 창조적인 만능 뚝딱쟁이 남편에 개자식 두식이, 그 숱한 손재주를 가진 글쓴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졌다(부러워 눈물이 난다). 마음이 푸근하다.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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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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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개리의 작품이 보고 싶어 우여 곡절 끝에 찾아간 독일의 바일 암 라인. 울쑥불쑥 찢겨진 종이 같은, 나 여기있음 증명의 결정체 같았던 프랭크 개리의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옆이었다. ㅏ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한 두 그루의 나무가 듬성듬성 그림 같았던 그 곳에 있는 듯 없는 듯 낮게 엎드려 있던 존재감 없음의 결정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처음 보았다.

 

건축물이, 공간이 이렇게도 심플할 수 있구나! 그 때 느꼈던 잔잔한 감동 이래로 다다오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었다. 그 중 이번에 읽은 도시방황이 가장 역동적이고 취향저격인 책이었다. 다다오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으라면, 이 책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안도다다오의 도시방황>은 그가 젊은 시절 건축가의 꿈을 꾸면서 순례했던 여러 도시와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이었음에도, 꿈을 품고 그것을 실행해 옮겼던 다다오의 집념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다오의 해박한 미술사적인 지식과  단단한 남성다움 뒤의 감성들이 읽는 내내 긴장감을 주어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르 코르브지에의 책을 헌책방에서 보고 여러 날 돈을 모아 그 책을 산 에피소드나 존경하는 이에 대해 그가 품고 있던 순수한 마음들이 반전으로 다가왔다. 대개의 사진들에서 보여지는 인상들은 따듯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건축 기행이긴 하지만, 건축 이외에도 다다오의 다양한 분야의 관심들이 아주 다채롭게 펼쳐져서 새삼 건축이 종합예술임을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건축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추진력과 단호한 의지는 다다오라는 인간을 짐작하게 했는데, 결론은 너무 멋있다는 것이다. 박력있고 지적인 종합예술인.하트 뿅뿅이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는 사람들은 이런 지치지 않는 열정과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책의 멋있는 점 중 하나는 번역이 아주 맛깔나다는 것이다. 어휘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이 글의 번역가는 누구지? 다다오의 문장이 지적인건지, 번역을 그렇게 한 것인지,일단은 진심 반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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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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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참 잘 뽑았다. 서점에서 제목을 보는 순간 가슴이 쿵덕 하고 내려앉았다. 머릿말을 읽으면서 부터 괜히 울컥해서 읽는 내내 중간 중간 눈시울을 붉어 졌다. 읽다보니 작가와 호흡을 같이 하며 히말라야를 걷고 있는 내가 보였다. 침 바를 새도 없이 책장이 휙휙 넘어갔다. 완전 푹 빠져서 방황을 같이 했다.  히말라야..그렇게 가고 싶지도 않았다면 거짓말인가..음..암튼 그랬고, 읽는 내내 뭔가 작가의 한에 공감하며 죽을 힘을 다해 한풀이를 하는 작가와 내가 오버랩 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과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을 우연히 한 주에 읽었다. 남자와 여자의, 도시와 오지의, 극과 극의 방황이야기 두 편. 둘 다 참 내 코드와 맞았다. 방황이란 코드는 인간의 유전자에 인식된 가장 공통적인 분모인지, 읽고 나니 도시로도 오지로도 떠돌고 싶단 생각 뿐이다. 바람 제대로 들었다. 방황 든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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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 픽처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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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누구나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있다. 특히나 그 가지 않은 길이, 부모나 환경에 의해 가지 못한 길이었다고 하면 더 그렇다. 가지 않았든 가지 못했든, 그 길은 처음에 가고 싶었던 길이었기에 사는 내내 아쉬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다시 태어난다면 이란 가정하에 어떤 일을 하며 살것인지 꿈꿔본 적이 있으리라.

 

이 소설은 다음 생이 아닌 이 생에서 자기 삶을 버리고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한 남자의 이야기다. 그 댓가가 비록 가혹했지만 독자로서는 흥미진진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만 하는 일 사이에서 늘 갈등하고 공허해하는 도시인의 삶에 대해 가슴 무겁게 돌이켜 봐졌다. 진행이 빠른 미드 같기도 하고 대중에 포커스를 맞춘 베스트셀러의 전형적인 느낌이 나기도 했지만 다 읽고 나니 뭔가 내 마음 속에 있는 많은 이야기들을 풀어 내야 할 것 같은 숙제를 받은 기분이었다.

 

조금은 지루한 도입부를 지나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박진감이 손에 땀을 쥐게 한다. 특히 인물들의 개성이 잘 살아 있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한 명 한 명의 모습이 영상처럼 안 잊혀진다면 이 작가는 소설적인 성취를 이루어 낸 것이라고 본다. 주인공의 직업이 사진가인 만큼 사진에 대한 전문적인 깨알팁들을 읽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뭔가 거친 듯 황량한 분위기가 책 전체를 지배하는 느낌도 괜찮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더글러스 케네디의 소설을 세 권 더 읽었다. 여름이 훅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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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선생이다
황현산 지음 / 난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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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미처 다 읽기도 전에 누군가에서 선물하고 싶어지는 책들이 있다. 읽자마자 그렇게 마음을 홀리는 책이 있는 것이다. <밤이 선생이다>는 제목의 담백함 만큼이나 문장도 그렇다. 잔잔하고 담담하게 써내려갔지만 작은 주제 하나로도 깊이 있고 진솔한 이야기를 펼쳐내  설레임을 주는 매력이 있다. 현실과 문학과 영화와 시, 사진..일상 다반사에 이르기 까지 저자가 가진 오롯한 울림이 있는 시선과 성찰은 그냥 살아가기만 하는 나 같은 이들에겐 감사한 삶의 지침이 된다. 깊은 밤 수도원의 조용한 창가에서 촛불 하나 밝히고 앉아 있는 그런 마음으로 한 편 한 편을 감사히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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