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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 다다오의 도시방황
안도 다다오 지음, 이기웅 옮김 / 오픈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프랭크 개리의 작품이 보고 싶어 우여 곡절 끝에 찾아간 독일의 바일 암 라인. 울쑥불쑥 찢겨진 종이 같은, 나 여기있음 증명의 결정체 같았던 프랭크 개리의 비트라 디자인 박물관 옆이었다. ㅏ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한 두 그루의 나무가 듬성듬성 그림 같았던 그 곳에 있는 듯 없는 듯 낮게 엎드려 있던 존재감 없음의 결정체, 안도 다다오의 건축물을 처음 보았다.
건축물이, 공간이 이렇게도 심플할 수 있구나! 그 때 느꼈던 잔잔한 감동 이래로 다다오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었다. 그 중 이번에 읽은 도시방황이 가장 역동적이고 취향저격인 책이었다. 다다오에 관한 책을 한 권 읽으라면, 이 책이다라는 생각을 했을 정도로.
<안도다다오의 도시방황>은 그가 젊은 시절 건축가의 꿈을 꾸면서 순례했던 여러 도시와 건축물들에 대한 이야기다. 해외 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시절이었음에도, 꿈을 품고 그것을 실행해 옮겼던 다다오의 집념과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다다오의 해박한 미술사적인 지식과 단단한 남성다움 뒤의 감성들이 읽는 내내 긴장감을 주어서 가슴이 쿵쾅거렸다. 르 코르브지에의 책을 헌책방에서 보고 여러 날 돈을 모아 그 책을 산 에피소드나 존경하는 이에 대해 그가 품고 있던 순수한 마음들이 반전으로 다가왔다. 대개의 사진들에서 보여지는 인상들은 따듯함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건축 기행이긴 하지만, 건축 이외에도 다다오의 다양한 분야의 관심들이 아주 다채롭게 펼쳐져서 새삼 건축이 종합예술임을 돌아보게 되었다. 여러 건축물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보여지는 추진력과 단호한 의지는 다다오라는 인간을 짐작하게 했는데, 결론은 너무 멋있다는 것이다. 박력있고 지적인 종합예술인.하트 뿅뿅이다. 한 분야의 대가가 되는 사람들은 이런 지치지 않는 열정과 모험심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이 책의 멋있는 점 중 하나는 번역이 아주 맛깔나다는 것이다. 어휘들이 아주 자연스럽게 적재적소에 배치되었다는 느낌을 주는 이 글의 번역가는 누구지? 다다오의 문장이 지적인건지, 번역을 그렇게 한 것인지,일단은 진심 반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