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을 품은 식물 이야기 - 우리 곁에서 치명적 유혹을 던지는
김원학.임경수.손창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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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을 품은 식물이야기>라니, 으스스하다. 독을 품었다니 어떤 식물일까 하며 책장을 연다. 뜻밖에 우리 주위에 흔하게 접하는 식물들이 대부분이다. 독소를 숨긴 식용 식물 편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독을 가진 식물들의 독이 더 명확하게, 화려한 꽃 뒤에 숨은 치명적인 독소 편에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뜻밖의 꽃이 호기심을 자극했다.독하거나 독을 품었거나 그런 것들은 왠지 매력적이다. 그 매력의 깊이를 파고 든 세 명의 연구자들. 어떻게 이런 자료들을 조사했지 싶은 것들까지 모아놓았다.

 

 자연에 관해 높아진 관심 덕분에 인터넷 포털에서도 자연사전이 새로 생겼고, 왠만한 식물들은 검색만으로도 얼마든지 이름을 알거나 상세한 정보를 알 수 있게 된지 오래다. 하지만 검색으로 찾아지지 않고, 화면으로 읽었을 때 느끼지 못했던 그런 느낌들이 확실히 책에는 있다. 연구자들의 다방면의 자료조사와 다년에 걸친 연구의 실적까지 켜켜이 쌓인 그런 믿음직한 책의 부피감은 비단 책의 두께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학명이나 어원, 꽃말, 독의 성분까지 망라된, 다분히 학구적인 풍성함이 좋았다. 검색만으론 몇 번의 클릭과 스크롤의 압박이 있음직한, 그러면서도 정확성은 의심해야 하는 부담감에서 벗어나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담긴 그 내용의 실함은 든든하다 하겠다. 오랫만에 식물에 관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한 기쁨.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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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천염천 - 거센 비 내리고, 뜨거운 해 뜨고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서영 옮김 / 명상 / 200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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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며 제목이 맘에 안들어 그랬는지 눈만 가지 손이 안 가던 책이었다. 그리스 터키 여행기라면 혹해서 읽어져야 하는데, 이 책은 어쩐지 그렇게 두고 본지 오래. 오늘은 마음을 잡는 기분으로 읽었다. 하루키의 산문들을 읽으면 엽렵한 문장,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 듯한 생활의 순간 순간들을 대수롭지 않게 표현한 '느낌'들이 좋다. 여행기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열망하고 계획하고 집착하는 느낌이 아니라 쉽게 가고 그냥 돌아보고 거리두고. 그런 마인드가 공감이 안가는 듯 매력있다. 철철 흘러넘치는 그런 매력아니고 은근히 뒤돌아보게 되는 그런 호감.

 

그리스 아토스 반도 여행은 러너 하루키가 길 없는 길을 개척하는 듯 걷도 또 걷는 느낌. 상상력을 자극했다. 궂은 날씨를 뚫고 찾아가는 목적지는 거친 음식 밖에 없는 수도원. 성지순례를 하듯 그리스인들이 찾는 곳이다. 바위와 바람과 비, 태양과 바다만이 있고. 관광객들은 없는 그리스의 오지 중의 오지. 여성들은 발을 디디딜 수 없는 곳이라는데, 하루키 덕분에 가본 듯 구경 한 번 잘했다.

 

한편 하루키가 터키를 여행한 방식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디든 갈 수 있는 기운 센 자동차를 끌고, 몰랐다고 하지만 위험한 분쟁시역을 통과했다. 나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현지 사람들과 부대끼며 하는 여행을 좋아한다. 하루키는 이 책을 통틀어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느낌을 확실히 받는다. 개인 하루키의 성격 탓도 있겠지만 어쩐지 마뜩찮은 부분이다. 대체로 어느 지역이든 내륙 사람들은 순한 편이고, 바닷가나 국경지역은 좀 거친 편인데 지도를 보면 하루키는 바다와 국경지역을 연결해서 돈 셈이다. 조금 더 터키 적인 곳을 찾는다면 중앙 내륙으로 들어가야 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서 위험지역이어서 살벌한 상황을 이야기한 것으로 터키의 보편적 정서를 다루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스 터키 여행은 하루키의 남성다움. 남자 하루키가 여행하는 방식을 보여 준 책이라 할 수 있겠다. 하루키가 어쩔 수 없이 길 위로 자신을 내모는 길 위의 남자라는 것은 잘 알겠다.

 

(올 해 3월에 문학사상사에서 임홍빈 역으로 개정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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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김현지 지음 / 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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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너무 빨리 읽었다. 천천히 하나 하나 짚으며 읽고 싶은데, 누가 뒤쫓아라도 오는 듯이 나는 너를 그렇게 빨리 읽어 내려갔다. 너는 아마도 도시에선 까칠한 사람. 십 분의 시간도 허투루 쓰기 싫은 나를 닮았다. 한 시간을 기다려도 불평이 없었던 나는 어디가고, 정확하지 않고 느려지는 것에 대해 송곳 만큼이나 끝을 세우고 살아가는 요즘의 나는. 대체 어디에서 온 사람일까 생각한다.

 

그런 내게 네가 왔다. 생각해보니(생각이란 것을 안하고 살았었다) 협재에서 스노클링을 하며 예쁘디 예쁜 바다 물고기를 본 것이 백만 년 전의 일이었다. 낮고 따듯했던 바다. 난 바다에 들어가면 나올 줄 몰랐던 소녀였다. 발가락으로 모래를 헤쳐 조개를 잡고, 바위 틈을 뒤져 게를 잡으며, 누가 나오라고 소리쳐 부르기 전엔 절대 나오지 않았던, 그 바다를. 이리 오래 떠나 있었던 것을 너를 읽으면서야 알아졌다.

 

네가 나에게 온 것은 인연이겠지 한다. 발버둥 쳐도 올 것은 오고 갈 것은 간다는 생각은 몹시 위험한 생각이라지만, 나는 그렇게 허무하게 세상을 바라봤고 그렇게 살아왔다. 지금 나는 내가 몹시 대견하다. 아직은 살아있고, 너 같은 마음으로 제주를 그린다. 다음 달 초에 먼 곳에서 오는 친구가 제주에 가고 싶다 한다. 나는 망설이고 있다. 여행이 힘든 사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지금, 네가 왔다. 네가 묻는다. <우리 제주 가서 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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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화집, 허브
이소영 지음, 정수영 감수 / 유어마인드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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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전 청원 인터체인지 부근의 상수허브랜드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허브가 신기한 외래식물 같은 느낌이었다. 이제 전국 방방곡곡 허브랜드가 없는 곳이 없고. 화원 군데 군데 허브는 토종 식물보다 더하게 넘쳐난다. 허브가 일상화가 되다시피했고 화분마다 이름표가 꽂혀 있기도 하지만,봐도 봐도 갸가 갸인 듯한 와중이기에 <세밀화집, 허브>는 제목 만으로도 충분히 반갑다.

 

<세밀화집, 허브>로 말하자면 책 뒷 표지에 있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허브 식물종의 식별을 위한 세밀화 모음집'이란 설명이 딱 정확하게 하겠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에서 이용해 온 전통 허브를 포함하여 다양한 종의 허브를 직접 수집, 관찰, 기록한 도감. <세밀화집, 허브>는 식별을 위한 도감이다. 시원한 사이즈의 판형과 색을 쓰지 않고 펜으로만 그린 담백한 식물 그림 30종이 펼쳐져 있다.

 

전체모습, 잎, 꽃, 암술, 수술, 씨방, 꽃받침, 종자를 따로 그리고 배율을 표시해놓은 생물책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쪼그리고 관찰하던 식물을 눈 앞에 크게 낱낱을 볼 수 있으니 편하고 속이 시원하다. 외에 학명 과명 영명이 소개되어 있고, 간단하지만 매우 쓸모있는 해설도 곁들였다. 허브식물의 얼굴마담 겪이라 할 수 있는 '로즈마리'가 라틴어인 '이슬(Ros)'과 바다(Marinus)'의 합성어로 '바다의 이슬'이란 뜻이며, 원산지인 지중해 연안 바다의 바위틈에서 자생하는 것에서 그 이름이 유래되었단다. 로즈마리가 비틀리면서 자라는 듯한 수형이 태생에서 비롯되었던 것이었다. 바질의 원산지가 인도이며, '향기가 나는'이란 뜻의 그리스어 동사에서 이름이 유래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스위트바질을 주로 재배 이용한다던지 하는 깨알 정보들이 반갑다. 그리고 타임은 우리말로 백리향이라고 부른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즐겨마시는 카모마일티가 국화과인줄 이렇게 큰 그림으로 잎과 꽃을 보니, 딱 보니 알겠고, 세이지는 종류가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서 요즘 부쩍 재배되는 남미 쪽 세이지가 아닌, 유고의 달마틴 세이지가 품질이 가장 우수하다는 고급정보까지 체크한다.

 

처음 휘리릭 보았을 땐 색이 없으니 뭐가 뭔지 구별이 더 안된다 싶었는데, 자꾸 보니 오히려 색에 현혹 되지 않고 차분히 형태를 볼 수 있어 더 좋았다. 세이지의 경우 전체식물은 커먼 세이지를 그려 놓았지만, 잎은 핫립 세이지와 파인애플 세이지를 그려놓아 비교할 수 있는 점도 좋았다. 마지막에는 컬러 인덱스가 있어 색을 입힌 식물들이 열람되어 있기도 하다. 우아함으로는 티테이블 위에 얹혀있어야 할 것 같은 책이지만, 사이즈나 용도가 어울리지 않고, 주방 한켠에 두고, 틈날 때 마다 본다면 요리에 입혀지는 허브의 향기가 더욱 새로울 것 같다. 그렇다고 주방용 책은 아니지만, 허브 식물을 알아가기에 더한 책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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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텨요 청춘 - 비행기 옆자리에 앉았던, 그 남자의 일탈 그리고 사랑 이야기
최전호 지음 / 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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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불편한 도미토리에 누워 늦게까지 안 일어나는 당신은 방랑자네요. 어디에 누워도 무엇을 보아도, 좋은 사람을 곁에 꼭꼭 붙잡아 둔다해도, 결코 소멸 되지 않는 것이 불안 인것을... 당신은 알고도 모른척 불안의 정처를 끊임 없이 찾아 떠도네요. 어딜 가도 당신의 오막살이를 지고 있는, 당신은 나쁜 사람이네요. 공기와 길과 마을에겐 곁을 주어도 사람에게만은 곁을 주지 않네요. 어디에서나 옹그리고 있는 당신의 마음자리. 이별에만 흔들리지말고 그 전에 곁을 주어요. 저녁이 저녁처럼 어둡다는 당신. 땅에 붙박힌 당신은 계절을 견뎌야만 다시 방랑자가 될 수 있겠죠. 찬바람이 부는데 다시 떠나지 못하는 당신이 걱정 되네요. 견뎌요, 다시 방랑자가 되기 위해. 버텨요, 오래 청춘일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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