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지모를 의무감에서 나선 길이었는데
몇번이나 가본 곳이어서 기대감도 없었는데
활짝 핀, 피어가는 색색의 장미와
하얗고, 노란, 붉은 인동초를 보고
책에서도 못보았던 누운애기주름풀을 보고
흐드러진 찔레꽃을 보고
서양버즘나무, 튤립나무, 단풍나무...
큰 나무 그늘 아래를 걷고
박물관에서 옛 것들을 실컷 보고
근대건축물들의 아우라가 번져있는
골목길을 헤매다닌 것이 이만큼이나 즐거울 줄.

끌림 책을 가져가서 근대건축물을 배경으로 책사진을
좀 찍어야겠다 생각해놓고 오래 걸을 일을 걱정하느라
막상 집을 나설 때는 파라솔 하나와 휴대폰만 챙겼다.

세븐틴의 진영이 NCT의 도영에게 선물했는데
재현이 먼저 읽었다는 ‘끌림‘
아이돌들 좀 좋아하는 나님이 몰라라 할 수 없어
다시 읽으려고 보다가 깜짝 놀랐다.
기억 속의 끌림은 사진과 짧은 글 위주였는데
이 책이 이렇게 긴 글이 많은 책이었던가.

제천의 어느 산 계곡길을 걷고
평창의 어느 시골집 다락방에서 업드려 읽었던
그 때의 분위기만 생각나고 글의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재현이가 천천히 읽고 있다고 하니 나도 좀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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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보는 식물을 보았다. 홍예문 설명을 들으며 난간 너머로 고개를
쑥 빼서 보고 있는데 꽃은 주름잎인데 잎은 처음 보는 식물이 있었다.
난간 때문에 가까이서 찍지 못하고 아쉬워하며 오는데
골목길 담벼락에 핀 그 아이를 다시 발견. 잎이 넘 예뻤다.
일행들이 저만치 가고 있어서 허겁지겁 사진만 찍고 자리를 떴다.
처음 보는 식물을 본 날은 뭔가 더 뿌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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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이 고향인 독서모임 선생님의 안내로 문학기행을 빙자해 짜장면을 먹으러 갔다. 자유공원 팔각정에서 대략의 브리핑을 듣기로, 최인훈의 광장에서 주인공이 연인과 마지막 데이트를 한 곳이 월미도, 역의 동쪽 공단이 배경이 된 소설이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강경애의 인간문제,
김중미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고,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의 배경이 차이나타운이었다고 한다.

인천의 근대사이야기를 들으며 근대건축을 둘러보고 월욜이라 휴무인 신포시장의 닭강정 대신 신포만두의 쫄면과 만두, 팥빙수로 하루를 마무리.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 신포시장은 원래 좋아하는 코스 였지만 근대사박물관, 짜장면박물관, 건축박물관 등은 처음 가보는 코스라 흥미로웠다. 많이 개축이 되어 오리지널한 기품은 없었지만 근대 개항지의 분위기가 이만하게나마 보존되었다는데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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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피드에 필립로스의 책들이 유난히 많길래 혹시나하고 검색을 해보았다. 설마, 그런거야? 하는 심정이었는데 설마 그런거였다.

기분에 나는 그의 책을 다 가지고 있고, 그의 책을 다 읽었다.
기분이었다. 서가를 다 뒤졌지만 집에 있는 책은 미국의 목가, 휴먼스테인, 전락이 다였다. 집에 있다고 생각한 책들은 실은 가끔 가있는 친구집 서가의 환영이었다. 그 집 서가에서 빼든 죽어가는 짐승이 로스와의 첫만남이었다.
그리고 지독한 사랑에 빠졌다. 두어 달만에, 휴먼스테인, 굿바이 콜범버스, 전락 정도를 제외한 그의 책들을 다 읽어버렸으니까.

그리고 엊그제 새벽에 조문 가봐야하는 큰아버지 장례식에 못가고 누워있는 불안하고 죄의식에 가득찬 심정으로 휴먼스테인을 빼들었다.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포기했던, 이번엔 포기하지 않고 완독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애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휘몰아치는 심정이 되어 정신없이 읽었던 그의 다른 책들에 비해 휴먼스테인은 그런 흡입력이 없었다. 실명이 거론되는 직설적인 화법이 유난히 거슬려 책장을 덮곤 했다.

육중한 문을 억지로 밀고 들어가듯이 휴먼스테인 1권을 끝냈다. 그리고 2권으로 진입하자 아, 역시나 실재의 현실을 이렇게 다각도에서 깊이 들어갈 수 있는 소설가, 이런 소설이 진짜 소설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해결되지 않으면서 한없이 갑갑해지기만 하는 인생의 모순을 맞닥뜨리게 하는 소설을 꾸역꾸역 읽어내면서 인간에 대해, 시대의 현실에 대해 외면하지 말라는 것이 그가 얘기하려고 했던 거구나. 실재보다 더한 실재, 현실 보다 더한 현실이 있음을.

마지막 장의 연보를 보니 내가 가장 베스트로 생각하는 소설 4권이
후기작이었다. 끝에서부터 4권이다.

미국의 목가,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 휴먼스테인, 네메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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