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하루종일 날이 흐려 집에만 있기 아까워 낮시간에도 좀 걸었다. 올레길 21코스 지미봉 둘레길을 접어 들었는데 노랑 나비 한 마리가 힘없이 날고 있었다. 평소에 너무나 팔랑거리고 잠시도 앉지 않아서 사진으로 한 장 담고 싶어도 그렇게 기회를 안줘서 애간장을 태우더니, 오늘은 시부적거리며 날더니 예덕나무 이파리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비 오기 직전의 습기가 날개를 무겁게 한 탓인가 보았다.

덕분에 실컷 소원풀이하고 근처에 있던 예덕나무 꽃도 실컷 보았다.
꽃은 처음보는데 밤나무꽃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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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아침먹고 도서관에 가서 하루를 보냈다.
연체를 넘 심하게 해서 7월말까지 책을 빌리지 못하는 관계로
도서관에서만 책읽기.

잔뜩 겁을 먹고 나사의 회전을 펼쳤는데 생각보다 가독성이 좋아서 반을 읽고 친구 대출증으로 한 권을 빌릴 수 있어서 아버지의 유산은 빌려왔다.

어른 없이 3형제가 와서 책을 읽는데 막내가 큰 형아한테
자꾸 집에 가자고 졸랐다. 귀여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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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 30분 전에 집을 나서서 해뜨고 30분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일몰 30분 전에 집을 나서서 해 지고 30분 후에 집으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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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악은 그가 자신의 연기를 바라보듯 자신의 몰락을 바라본 것이었다. 고통이 정말 극심했는데도 그것이 진짜인지 의심했고, 그 때문에 상황은 한층 더 악화되었다. 14쪽

무너져내리는 인물을 연기할 땐 거기엔 질서와 체계가 있다. 그러나 무너져내리는 자신을 지켜보는 건, 자신의 종말을 연기하는 건 전혀 다른 일이다. 극도의 공포와 두려움으로 가득한 일이다.14쪽

밤이면 그는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고 자신의 재능도, 이 세상에서의 자기 자리도, 자신의 본모습까지도 박탈당한 남자의 역할에 갇힌, 결점만 줄줄이 모아놓은 존재에 지나지 않는 혐오스러운 남자의 역할에 여전히 갇힌 자신을 발견하곤 했다. 아침마다 그는 몇 시간씩 침대에 숨어 있곤 했는데, 그런 역할에서 숨는다기보다는 단순히 그 역할을 연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마침내 침대에서 일어났을 때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자살에 대한 게 전부였지만, 그것을 흉내내지는 않았다. 죽고 싶어하는 남자를 연기하는 살고 싶은 남자였으니까. 15쪽

한편 푸로스퍼로의 가장 유명한 대사가 그를 내버려두지 않았는데, 아마도 아주 최근에 그가 완전히 망친 대사였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머릿 속에서 어찌나 자주 되풀이되었던지, 완곡한 의미조차 없고 어떤 실재도 가리키지 않았음에도 그 대사는 얼마지나지 않아 개인적인 의미가 충만한 주문 같은 힘을 지닌 아우성이 되어버렸다. ˝이제 우리의 잔치는 다 끝났다. 말한 대로 이 배우들은/모두 정령이었다/이제 다 흔적도 없이,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는 혼란스럽게 되풀이되는 ˝흔적도 없이˝라는 두 마디를 머릿속에서 도통 몰아내지 못한 채 아침 내내 침대에 무력하게 누워있었고, 그 두 마디는 점점 의미를 잃어가면서도 뭔가 모호한 비난의 분위기를 띠었다. 그의 복잡한 전인격이 ˝흔적도 없이˝라는 말에 완전히 휘둘렸다.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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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면 비가 와서 쨍하면 쨍해서 집중이 안된다는
핑계를 만들어 책을 읽는다.
뒹굴뒹굴 주로 누워서, 욕창 생길 지경이지 싶으면
식탁에 앉아서 읽었다.
2년전쯤 한 번 읽은 책인데
이 사람, 뭐지? 다 살아 본 사람인가?
맹인이었던 시절이 있었던거야?
했었던. 대단한 작가 비페이위.

게을러터져서 옮겨적기 같은 건 못하고
그냥 사진을 찍어가며 읽었는데
그나마 사진도 게으르게 찍었음이다.

책 속에 사람들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 지금 삶 인간.
현실세계의 총체적 묘사라는 건 이런거구나 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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