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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는다는 건 나 자신을 다루는 법을 조금이나마 더 잘 알게 되는 것. 게으르고 괴팍하며 소심하고 엉뚱한 자아를 어르고 달래면서 느릿느릿 앞으로 나아가는 것. 한심하기도 안쓰럽기도 섬뜩하기도 답답하기도 한 나, ‘이것도 팔자인데 어쩌겠니.‘
하는 심정으로 마침내 인정하고 동행하는 것. 너니나나 고생이 많다. 나 때문에 너도 참 고생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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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을 내는 것은 상황 개선에 도움이 안 된다. 무언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면 항의하고, 그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분노하자. 짜증은 분노처럼 보이지만실제로는 정면 승부를 피하며 불편한 감정을 해소하는 우회로일 뿐이다. "아 진짜. 또 시작이냐. 짜증나게. 네가 맨날 그렇지 뭐." 짜증은 관계를 파괴하고 개선을 방해한다. 차라리 성실하게 화를 내고 끝까지 다퉈보자. 그것이 상대에 대한 예의다.

욕심 없어 보이려는 것도 나의 욕심. 어쩜 가장 정직하지 못한 못난 욕심. 그렇다고 누가 마냥 욕심부리는 건 참지 못하겠으니, 욕심을 참는 시늉이라도 했으면 하는 작은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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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동안 노래를 진~짜 많이 했구나."
"언니, 나 노래 뻥긋도 안 하고 지냈는데?"
"그게 노래지 뭐니. 네가 부엌에서 지내고, 강아지하고 산책하고, 그런 하루하루가 노래지."
그때는 그 말을 바로 알아듣지 못했다.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노래를 하지 않았던 시절에 가슴속에 노래가 더 많았다.
입 밖으로 소리를 내야만 노래가 아니었다. 수술을 받아본의사가 환자의 마음을 더 깊이 헤아리듯이, 무대에 설 수 없는 입장이 되어본 가수야말로 무대를 가슴으로 품는다. -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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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소개

인형 속에 인형이 있는 마트료시카를 소재로 한 사람의 내면을 표현한 그림책입니다. 작가의 손에서 정성스레 빚어진 마트료시카 일곱 자매가 먼 나라, 어느 집 소녀의 손에 놓입니다. 아무도 의식하지 않는 고요한 밤이 오자 각자의 이야기를 간직한 이들만의 시간이 펼쳐집니다.
유은실 작가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를 오랫동안 생각하며 내 안의 아이를 줄곧 불러내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그리움과 고마움을 느끼며, 단단한 목각 인형에 깃든 여린 영혼의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김지현 작가는 저마다의 향기로 가득하고 조금은 처연한 영혼의 세계를 아름답게 가꾸었습니다. 차곡하고 보드라운 소묘, 엷게 스며든 물감 자국, 화가의 손길이 지나간 모든 곳에 지극한 정성이 느껴집니다. 다정한 글과 서정적인 그림이 들려주는 마트료시카 이야기는 우리 영혼에 깊은 잔향을 남깁니다.

품이 넓은 순으로 포개진 인형, 마트료시카 이야기는 탄생에서 시작합니다. 작가는 일곱의 몸을 빚고 하나하나 숨을 불어넣어 줍니다. 첫째, 둘째, 셋째, 넷째, 다섯째, 여섯째, 일곱째가 생겨납니다. 그들은 차례로 손아래를 품고 멀고 낯선 곳, 한 소녀가 사는 집에 정착합니다. 그곳에서 때로는 한 몸이 되어, 때로는 각자 서서 서로의 존재를 느낍니다. 적막이 흐르는 밤이면 일곱 영혼들이 나와 달빛 아래서 사이좋게 이야기를 나눕니다. 하루는 첫째가, 하루는 둘째가, 또 하루는 여섯째가 이야기를 꺼내고 나머지 여섯이 가만히 귀를 기울일 겁니다. 가장 작은 일곱째를 잃어버린 어느 날, 가장 큰 첫째는 품 안의 흰 나비를 날려 보냅니다. 흰 나비는 콩알만 한 아이를 좇아갑니다. 달빛도 들지 않는 칠흑 같은 숲 한가운데 아이가 있습니다. 아이는 원래 있던 자리, 마트료시카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이야기는 인형에게 생명이 깃든 첫 장부터 환상적으로 출발하여 곱게 만발한 꽃, 이국적인 풍경, 아늑한 시골집 그리고 영혼들의 숲을 비추며 신비로운 분위기로 채워집니다. 이야기 속 이야기로 빠져드는 서사의 몰입감과 공간이 주는 낭만적인 감성이 마음을 파고듭니다.

첫째부터 일곱째까지 고유한 문양을 각인한 마트료시카는 인생의 일곱 굽이를 닮아 있습니다. 일곱 세월의 결합이며 하나의 생을 비유합니다. 소녀의 방 안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노래할 때 각자가 새긴 인생의 순간들이 나란히 지나갑니다.
모두를 품는 첫째가 지닌 것은 ‘제일 너른 품과 가장 큰 꽃그늘, 깊은 주름 그리고 큰 손’. 풍성하게 꽃피운 만큼 고단했고 다난했던 만큼 너그러울 수 있는 노년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오직 첫째의 꽃다발에 날아든 나비 한 마리는 연륜에서 나온 성숙한 자아를 연상시킵니다. 그보다 젊은 둘째는 힘겨운 회한에 잠겨 있고, 중년의 셋째는 권태롭고 평화로운 시간 속에, 넷째는 앞이 아득한 길을 홀로 걸어갑니다. 익숙한 품을 막 떠난 어엿한 청년의 모습입니다. 다섯째 소녀는 달콤한 품 안에서 무언가 골똘히, 여섯째 아이는 싱그러운 그늘 아래서 행복을 느끼고, 이제 막 꽃망울을 쥔 일곱째는 언니들을 따라 피어날 것입니다. 인생의 시간은 이 순서로 기억되고 역순으로 덮입니다.
멀고 낯선 곳에 다다랐던 마트료시카는 유년의 어느 시절을 방문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깊은 기억이자 가장 중심인 일곱째, 내 안의 아이를 찾아서 말이지요. 그리고 잃어버린 어린 영혼을 찾은 순간, 마트료시카와 흰 나비, 마트료시카를 안고 잠든 소녀가 일치되는 듯합니다. 나의 생은 어느 굽이를 어떻게 지나고 있을까, 내가 잃은 작은 아이는 어떤 모습이었던가, 잠든 영혼을 일깨워 포근한 성찰을 이끄는 그림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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