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 소중한 내 인생과 관계를 위한 말하기 심리학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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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소개할 책은 말하기의 방향을 담은, 말하기에 사용된 내 단어와 표현의 온도에 따라 우리의 상황이 얼마나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다. 부제를 적자면 '말의 온도'라고 쓰고 싶다.

좋은 시작의 말이 책의 첫머리에 있는데, 이 불가능할 것만 같은, 말을 잘 하는 일도, 능력에 해당하고 그 능력은 학습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고.

나는 어딘가에서 배우거나 누군가 정해준 기준은 없었지만 말을 조리 있게 하거나 마음에 있는 느낌과 할 말을 그르치지 않고 잘 전달할 수 있는 일. 이것이 여태 타고나는 것이라 믿어왔는지도 모르겠다.

때로 얼버무리거나 말 문이 턱턱 막히곤 하지만, 근본적으로 말을 잘 못한다고는 생각지 않았었다.

하지만 왜인지 의미가 참으로 다르게 타인에게 전달되거나 터무니없는 오해가 불쑥 생겨나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문제가 되는 일이, 살아오며 많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면의 나를 가꾸는 일이 여전히 중요하게 생각되어 자꾸만 이런 도서를 찾게 된다.

앞에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뛰어난 화술을 갖춘 사람은 상대방의 반응에 따라 신중하게 말을 고른다.'

그렇다. 우리가 배워온 단어의 숲에서 신중하게 단어를 꺼내어 사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책의 전체적 메시지를 담은 글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는, 총 4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4개의 큰 카테고리에 들어 있는 작은 주제들은 각각의 카테고리와 인접해는 있지만 각개로도 다채롭다.

최근 여러 도서를 접해보니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여러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많은 듯하다. 이 책도 마찬가지로 20여 개가 넘는 사례가 나오고 스스로를 상황에 대입, 이해가 쉽도록 소개하는 대목이 많다.

그중 하나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인데, 거친 말들 후에 '내가 솔직한 성격이라 그래, 악의는 없어'라는 말이다.

이 예시는 아주 뼈아픈 이야기다. 이미 말의 칼에 푹 찔린 사람은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아픔을 느끼고 있지만 정작 말을 잘 못하는 사람은 '솔직한 성격이라 그래'라니. 솔직해서라고? 그저 말의 훈련이 많이 모자란 사람인 것이었다.

나 역시도 이런 말을 써본 경험이 없지 않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 나에게 이런 가시 돋친 말을 듣고 겨우 내가 한 말은 솔직한 성격이라 그렇다는 변명뿐이었음을 생각하니 상대가 느꼈을 아픔이 짐작도 되지 않는다.

'같은 일일지라도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사람들의 기쁨을 사고, 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은 사람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다.'

말 잘하는 사람에겐 기쁨을 사지만 말을 잘 못하는 사람들에게선 미움을 사는 게 아니라 지울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받는다. 때로는 대화에서 들었던 한 마디 말이 수년간 목에 걸린 가시처럼 되살아 나기도 한다.

나는 오래전에 일하던 회사에서 내가 소개하여 데려온 친구와 나를 함께 세워두고 상사가 했던 말을 6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이 날 때가 있다.

내게 맡긴 디자인에 수정이 있었고 방향대로 잘되지 않아 질책을 듣던 순간이었다. 친구는 아마도 잘 처리했던 것 같다.

"어쩜 너만 빼고 다 이렇게 쓸만하니"라는 말이었는데, 그때 입가에 돌던 미소와 기묘한 공기마저도 생생히 기억난다.

비웃음이라고 생각되었고 모멸감이 일었다. 설거지를 하다가도 툭, 무언가를 하다가 막힐 때에도. 툭 툭. 그 말이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요즘처럼 일이 비정기적이 되고 힘들 때는 갑자기 생각난 말에 마음이 먹먹해져 눈물이 샘솟기도 한다. 정말 쓸모없는 인간이었던 것일까 하는 자존감의 결여로. 어쩌면 아직 이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허우적거리고 있는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그래서 더 열심히 책을 찾는지도 모르겠다.

책에서도 말하지만 어떤 소통이든 언어 방면과 비언어 방면 두 가지가 다 있다고 한다. 표정, 자세, 어조, 억양 및 호흡의 빈도까지도.

얼마 전 읽은 다른 도서에서도 '사람 됨됨이가 정직한 것은 장점이지만, 너무 정직하게만 말하는 것은 단점이다. 설령 주변 사람들이 당신의 막말에 적응한 것처럼 보일지라도 상처를 받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라는 대목이 있었다.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된다.

내가 가진 슬픔의 상처를 당장은 깨부수지 못했지만 1장부터 4장까지 다 읽고 나니, 내 기존의 모든 틀을 깨야 새로운 나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게 되었다.

나 역시도 불완전하고 거친 돌덩이 같다는 느낌과 함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가까운 사람, 그저 목소리만 듣는 사람, 일로 만나는 사람 등 상대가 누구라도 진심으로 그를 가정하고, 그 사람의 있는 그대로를 바로 볼 수 있어야 하며 매 순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말의 내용과 몸짓, 억양.

더 따스한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런 나처럼 갑작스레 떠오르는 말로 누군가 아프지 않기를.

문득, 자주 보는 프로그램 중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가 생각나기도 했다. 나는 이 프로를 보면서 항상 느꼈었다. 강형욱 강사님은 문제견을 가르치러 가는 게 아니라 그들을 기르는 주인을 가르치는 것만 같다고. 왠지 늘 문제는 개가 아니었고, 그 개를 기르는 주인이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개의 행동이 달라지던 그 때문이었다. 아마도 그 문제의 견주처럼 내 말의 주인이 나인 것 같았다. 말과 사람이 아니라 내가 문제의 핵심이었음을.

모든 문제의 나아짐은 인식에서 출발하고, 인지한 다음은 아마도 행동일 것이다. 내가 알고 있는 지식 안에서 스스로 만들어 두었던 오래된 밀랍을 뚫고 밖으로 나가는 일. 그리고 새로운 시작에 따른 선순환.

내 몸처럼 마음도 영양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소설이나 수필의 도서가 아님에도 읽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다.

'달걀은 밖에서부터 깨지면 음식이고, 안에서부터 깨지면 생명이다.'라는 한 기업가의 멋진 글귀도 있었다.

내가 밖에서부터 깨지지 않게 나를 단련하고 사랑해야 함을, 이 책을 포함하여 많은 도서들이 말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몸과 나이만 자라고 마음은 아직 5살 어린아이인 채 머물러 있었던 것은 또 아닐까.

한때 나 역시 단어에 대해 골몰하던 시절이 있었다. 사람들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사전속 잠들어 있는 예쁜 단어를 쓰고 싶다는 묘한 욕심. 마치 빨강 머리 앤의 지독한 단어애 처럼, 내게도 말에 몰두하고, 표현에 고민하던 학창 시절이 분명 있었다.

이제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 내가 사용할 아름다운 단어를 신중히 골라야겠다.

정감 있는 나만의 특별한 글과 표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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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커리어 가이드북 - 빅데이터는 무엇이고, 빅데이터 전문가는 어떤 일을 할까?
조성준 외 지음 / 길벗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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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근한 성탄절이 있는 12월. 누군가는 화려한 연말을 준비하는 이때에도 포트폴리오와 사업의 활동, 이직과 구직에 목마른 저로서는 빅데이터 커리어라니! 어떤 일인지 호기심이 마구 일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빅데이터'라는 단어의 등장 이래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그 생소함은 가셨을지 몰라도 무슨 일을 하는 분야인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고 있었고


실제로 근무하는 분들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니다 보니 그 현실감이 없었다고 할까요. 그럼에도 IT 업종 종사자로서는 궁금함이 가득해 공부해야 할 것이 많겠구나 생각하며 책을 폈습니다.


책은 빅데이터 세상, 빅데이터 직무, 빅데이터 지식, 빅데이터 취업까지 크게 4가지로 분류되는데 개인적으로 직무와 지식 파트가 궁금했습니다. 어떤 지식이 있어야 그 직무를 이행할 수 있는지 궁금했고 그 지식에 다가가기 위해 무슨 준비들을 하는지가 가장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빅데이터 세상에서는 전반적인 소개를 하고 빅데이터 세상과 직무 부분에서 본격적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채용 사례들을 보여주며 데이터 엔지니어, 데이터 애널리스트,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리서처,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데이터 기획자로 나누어진 해당 직무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를 이어갑니다.


같은 IT 분야인 디자인도 그렇지만 빅데이터 관련 직무 역시 비슷한 단어를 사용해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업무를 하고 있는 직종이 있는데, 디자인만 해도 회사마다 그 채용 기준이 다르고, 같은 직무의 구인인데도 실제로 입사해 보면 직무와는 전혀 다른 업무를 하게 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웹디자이너를 채용해도 실제로 웹만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는 잘 없으니까요.


이것은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분들은 자주 겪는 일이기에 '빅데이터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정보만으로도 아주 유익할 도서라고 생각되더군요. 실제 근무 중인 대표이사 등의 인터뷰 사례들과 해당 직무에 활동하게 된 계기 등 준비자의 입장에서 흥미롭고 또한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아닐까 생각돼요. 마치 취업 포털 사이트에 각자가 경험한 면접 이야기를 리뷰처럼 공유하듯!



빅데이터 지식 부분은 확실히 스터디를 위한 안내로, 좀 더 깊이 공부할 사람들을 위한 자료가 있는데 잘 정리된 유튜브의 링크라든지 주제에 관계없이 다양한 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 MOOC, 교육 콘텐츠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 등을 알려줍니다. 디자이너인 저에게도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시각화'인데, '구상'과 '구현'으로 크게 나뉘어 시각화를 공부하는 기초 강의까지 있어 나름 유익했습니다. 흡사 시험 전 만들어 두는 핵심 정리 노트 느낌.


캐글 출처의 직업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언어의 비중(도표 이미지), 자주 사용하는 시각화 라이브러리, 머신 러닝 프레임워크 등 분포된 퍼센트의 내용은 재미있었고 해당하는 자료의 근거는 온라인에서 또 한 번 확인할 수 있도록, 쉽게 정리한 QR code 링크가 책 곳곳에 있었습니다. 일도 그렇지만 추상적이기만 한 '공부하기'를 한 뼘 가깝게 끌어당기는 것은 아마 이런 부분에서 비롯되는가 합니다.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자료로의 통로가 많아, 그 문이 활짝 열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핵심 부분인 취업에 도달하면, 빅데이터 직업 시장정보와 직무 그리고 관심 도메인의 선택과 활동. 그리고 나에게 적합한 회사를 찾는 과정 등을 소개합니다.


관심 도메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보통 선택하지 않고 회사에 들어가 그 회사가 자신의 도메인이 되는 경우가 많아 경력마저도 자동으로 쌓이는 경우가 있고, 미리 지식 도메인을 선택하고 회사에서 요구하는 지식수준을 파악해두고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 현실적인 내용은,


비단 빅데이터에만 국한되는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되어 매우 와닿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실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열심히 공부하고 자격도 갖췄는데 막상 취업 과정에서의 작은 실수라든지 잘못된 루트로 입사하여 자칫 인생에서 지울 수 없는 경력을 쌓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이것은 바로 잡기도 어렵고 그 방향을 갈아타기가 참으로 난감한 것입니다.


취업의 전단계에 해당하는 인턴십, 공모전, 프로젝트 참여 그리고 헤드헌터와의 관계까지. 각각 준비하는 부분에서 꼭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가 있는데 이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준비해 담았다는 느낌을 받는 도서였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데이터에 관한 책인지라 더 세심하게 자료를 모으고 분류하여 잘 전달하는 데 목적을 둔 것이라 그럴까요?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는 용어도 많아 눈이 휘둥그레 했었음에도 세심한 배려가 엿보이는 북맵을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점은 가이드성 도서에서 유용하게 작용했으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기 위해 다녔던 공부의 시간, 업무로 알고 있는 단어와 용어들을 마주함에서는 반가움마저 일었습니다. 물론 주로 전문 분야 종사자가 아니면 잘 알지 못하는 것도 있는데 책의 가장자리에 비어있는 공백을 통해 주석으로 그 단어와 용어의 뜻을 제공합니다. 이 밖에도 유튜브, QR code 리스트 등 추가적 자료가 책의 전체에 많이 기록되어 있어 해소하는데 어렵지 않다고 생각되었습니다.


디자인적인 요소겠지만 전체적으로 책 중앙으로 글들이 쏠려있어 편집 디자인과 가독에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고 서문 어디에도 있었던 내용처럼 책을 한 번 읽어서는 그 내용을 한 번에 파악하기 쉬운 도서는 아닙니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읽고 자료들도 꾸준히 공부한다면 빅데이터 관련 직무에 꿈을 키우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소중한 가이드라는 생각이 듭니다. 디자인을 처음 시작하던 시절 이런 도서가 있었더라면 저는 아마 늘 겨드랑이 사이에 책을 품고 다녔을 겁니다. 좋은 책도 많고 고급 지식들도 넘치는 말 그대로 빅데이터의 세상에서 바로 그 빅데이터를 다루는 직업을 향해 가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한 도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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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탄자니아 나의 첫 다문화 수업 3
허성용 지음 / 초록비책공방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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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나마타타, 가장 높은 킬리만자로, 쭉 뻗은 기린과 붉게 물든 석양 위를 질주하는 동물들.

아마도 내가 알고 있는 탄자니아에 대한 지식은 이것이 전부였을까?

사실 좋아하는 커피 때문에 탄자니아라는 나라 자체에도 궁금증이 일어, 도서로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생각보다 도서가 일찍 도착했고 한 손에 쏙 잡히는 작은 사이즈라 카페를 가는 길에 품고 가서 금세 마시듯 읽었다.

실지로 책을 읽고 나니 탄자니아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배낭 속에 넣고 갈 책이 아닌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곳의 문화와 스와힐리어, 문화의 발상지 등 일상생활에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인사부터 꼭 그들에게 조심해야 할 표현,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 신경 써야 할 팁과 국민게임 바오와 유명한 힙합그룹, 먹거리까지.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제법 다양하고 이것저것 잘 엮어둔 가이드북을 닮았다. 가이드라 칭하는 건 지명이나 건축물을 따라 이어진 안내서 느낌이 아니라 직접 그 나라에 방문한 여행자의 입장에서 작성된 소개서랄까 그런 느낌이 든다.

요즘처럼 동영상의 자료가 차고 넘치는 때에 커다란 검색 사이트 들을 통해서 금방 확인 가능할 만한 정보도 있겠지만, 마치 시험기간 요점정리 노트처럼, 하나하나 메모한 것들을 책으로 엮어 수시로 꺼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생각됐다.

자칫 심심하고 지루해질 수 있는 국가 소개라는 테마를 지루하지 않게 전달하고자 편집과 구성 등 애쓴 흔적도 많이 보인다. 특히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직관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는 작은 사진들과 하단에 QR code로 찍어 폰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들은 흡사 여행자들을 위한 꿀팁처럼 느껴진다. 역시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 있는 부분은 커피의 재배 지역과 수확, 공정 커피에 관한 부분이었는데 예상대로 커피만을 다룬 전문서는 아니다 보니 개념 언급과 이해를 돕는 정도의 정보가 있었다. 지도상에서 르완다와 부룬디가 참으로 작은 편이고 탄자니아와 케냐가 인접해 있는 지역적 특성이 커피를 자주 마시는 나로서는 반가웠다. 한편 나의 첫 다문화 수업 03이라고 상단에 기재된 각주를 보았는데, 아마도 01, 02도 있는 듯하다. 나라별로 이런 도서 형태의 안내서가 있다면 우리나라는 또 어떤 느낌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있는 그대로, 지금의 탄자니아 책의 소개를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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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
황즈잉 지음, 진실희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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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부터 시작을 하면 이 책의 '좋은 부분을 잘 소개할 수 있을까?'하는 진심의 마음이 드는 책.


오늘 소개할 책은 최근 읽은 것 중, 개인적으로 가장 '저림'이 많았고, 머뭇 머뭇 멈추어 생각이 많았던 책입니다.


읽고 있다가는 모르지만, 책을 덮고 누우면 눈물이 쏟아지는. 그런 순간이 있었던. 사유할 시간을 주는 책이랄까요.


'상처받은 아이는 외로운 어른이 된다'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어린 시절 기억과 각자가 부모와 형성했던 삶의 경험이, 어른, 그러니까 현재의 모습에 기여한다는 내용이 주 내용이며 그 근거를 실제 심리 상담을 했던 저자의 사람들로부터 실화를 소개해 줍니다.


그리고 각각의 스토리마다 후문에 '마음의 쉼터'라는 한두 장의 코너를 넣어, 독자로 하여금 본인의 경우에 대입해 과거를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지는 형식의 도서입니다.


나는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읽으며 결국 우리가 살면서 보는 삶의 장면들이며 이미 흔하디흔한 관계의 여러 형태이기도 하며 또 조금 더 둘러본다면, 주변에서 아주 자주 목격 가능한, 그저 우리 모습 자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당연하게도 100퍼센트 모두에게 해당되는 모습은 아닐 겁니다. 환상적인 환경과 이상적인 가족들에게서 자라 느껴볼 틈이 없는 아름다운 분들도 분명 있을 테니.


사실 저는 이런 종류의 책을 많이도 찾아 읽었고, 영상 또한 꽤 열심히 듣고 보고 합니다.


해서, 뻔한. 감정에만 호소하는 형태의 글, 읽는 이의 마음에 달려있으니 너의 마음을 고쳐먹으세요!라는 반복 주입식 내용의 책은 이미 물릴 대로 물려있었습니다. 어쩌면 모두 일기를 쓰고 그 일기를 책으로 낸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만큼, 제겐 와닿지 않았기에.


사람은 누구나 다 다르게 태어나 모두 다른 환경에서 자라납니다. 행여 똑같은 곳에서 자라나도 형제자매의 순서, 부모와의 사이나 서로의 관계의 친밀함에 따라서도 다른 방향으로 성장하는 게 바로 우리이기에.


이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을 찾기가 참으로 어렵다고 생각되었고 평생을 소모해도 이유를 모른 채 이곳을 떠날 수 있겠구나 생각해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다양한 경우에 비추어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도록 안내한 구성은 다른 도서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제 목마름의 모든 요소가 해소됐다고는 생각지 않지만, 한편에 뭉쳐 있던 마음의 응어리 그 문을 열기에는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결핍, 군중 속에서도 느껴지는 지독한 외로움, 그리고 내면에 잠재한 이 아픔들을 스스로 치유하기에는 우리 삶 속의 관계들은 너무나 버겁고 겹겹으로 복잡합니다. '이것'은 그 중압감마저 강력하여 삶 자체를 등지고픈 약한 마음마저 드는 순간이 허다했기에 저로서는 더욱 주목했던 것은 또 아닌지.


방어기제라는 말도, 회피형, 혼란형, 애착 등 이런 용어들은 우리나라의 일반 교육과정에서 접하거나 취미로 배우러 다니는 사람은 아마도 없기에 관심으로 찾아보지 않는다면 스스로가 어떤 모습인지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세상을 살아가게 되니까요.


아마도 저처럼 많은 검색을 하고, 삶에서 외로움의 이유를 자신에게서만 찾고 있는 분들, 불필요한 존재라는 느낌, 주변 사람에게 끊임없이 휘둘린다는 생각이 드는 분,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까 노심초사, 관계를 잃는 것이 두려워 차마 다가가지 못했던,. 다가가는 방법을 몰라 사랑을 표현할 수 없었던 분들이라면, 저와 같은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권하고 싶어지네요.


책 중, 핵심적이라고 생각되는 대목들은 워낙 많았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지금 시작해야 할 것은 '알아차림'인 것 같습니다.


'P7. 끊임없이 반복되어온 패턴을 알아차리면 그때부터 변화가 일어난다 - 즈잉' 어떤 문제와 현상이든 '인지'에서 출발하는 것 같습니다.


살면서 무엇이 문제인가 의문조차 하지 않았던 나날들.


왜 늘 같은 이유로 헤어지고, 잊히는지. 왜 내겐 이런 사람들만 모이는가? 생각했던 많은 순간들.


아마도 '우리는 상대방에게 불평하는 동시에 관여하고 있으며 자신을 그렇게 대하도록 단련시키고 있다.' 책의 한 대목처럼 스스로가 방치해둔 것은 또 아닌지.


'모든 일이 하루아침에 일어났을 리 없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모여 인생이 된다.'


과거의 경험을 토대로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저절로 사고하고 행동하며 당연하다 여기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이 인지를 시작한 분들이라면 깊이 들여다볼 시간을 가지시기를.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그 먼 시간에서부터 나를 다시 치유하고, 살아오며 굳은살처럼 베인 생존 습관들을 조금씩 떼어 낼 준비를, 40이 지난 지금에야 비로소 시작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애초에 목적했던 '더 나은 관계로 가는 길' 은 어쩌면 더 많이 나를 알아가는 길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이 불문하고 마음 안에 커다란 외로움 품어진 그 누구라도 읽어보시기를 원하며 소개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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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나뭇잎 웅진 우리그림책 83
박은경 지음, 서선정 그림 / 웅진주니어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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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사이에 특히나 짧아진 계절 봄과 가을.

모든 것이 무르익고 물드는 풍요로운 계절.

햇볕과 밤바람을 쐬고 잘 말라 오그라진 한 개의 빨간 '나뭇 잎' 한 장을 소재로 시작되는 이야기다.

뜨거운 가을 빨갛게 오므라든 나뭇잎은 다양한 생명들의 휴식처가 된다.

"나 좀 들어가도 되니?"

"비가 와도 끄떡없지. 어서 들어와."

나를 무섭게 하는 네발나비의 점박이 무늬도,

아찔하게 나를 옭아 메는 거미줄을 치는 거미도,

숲의 두려움의 상징인 한 마리 매도 숲 들쥐도 꿩을 피하던 무당벌레들도,

모두 빨간 나뭇잎으로 지어진 집에서 만난다.

어떤 생명이든 서로의 이해관계를 막론하고 가져온 꽃 차를 나누어 마시기도 하고 음식을 만들기도.

그렇게 도란도란.

외부로부터 몸을 숨길 수 있는 집의 기능처럼, 이 빨간 한 장을 매개로 어둡기만 한 부분조차도 포근한 잠자리가 되어 주는 곳.

책 속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손뼉을 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뜻해졌어요.' 이런 대목은

아이들이 동화를 읽고 생활에서 충분히 찾아낼 수 있는 따스함의 근원을 은은하게 암시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마 읽어주는 어른들에게 있어서도 잊고 있던 소소한 기쁨, 그 소중함을 일깨워 줄 소박한 조각이 아닌가 합니다.

애초에 가장 궁금했던 일러스트는 다채롭고 따스한 컬러로, 이야기에 잘 곁들여 상상 가능한 숲의 알록달록함과

따스함에 중점을 둔 모습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숲 곳곳에 쌓인 잎 속에, 조그맣게 그려진 사색 중인 동물들의 표정은, 이야기의 골짜기에서 잠시 잠시 머물게 하고,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림 대비 글자가 작고 여려 굵기나 크기로 가독을 좀 더 올렸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른들이 읽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어 보였습니다.

빨갛게 오므라든 잎. 집. 공간.

이 빨간 공간은 포근히 감싸주는 집에서 출발해 나중에는 무심하게 내린 빗물조차 모아, 마침내 커다란 바가지가 되고

모든 지나는 생명의 갈증을 해소하는 좋은 '물 맛'이 되기도 하는 변화까지.

짧지만 담백한 상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해 보이네요. 아이들이 자라면서 만나게 될 다양한 네발나비, 거미, 숲 들쥐, 무당벌레.

모두에게 선입견을 갖지 않고 마음의 문을 열어 줄 따스한 사람이 되기를,

가득 고인 달콤한 빗물을 목마른 누구에게나 나눠줄 수 있는 푸근한 마음의 사람이 되기를.

이야기 속에 꼭꼭 숨겨 잘 입혀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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