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에서 만난 봄이 너무 아쉬워 집에 잔뜩 봄을 사가지고 왔다. 이제 자식 키우는 맛을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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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이정록 시집 창비시선 404
이정록 지음 / 창비 / 2016년 11월
평점 :
판매중지


이런 시를 읽는 오늘은 색동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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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것은
마음에 이불이 한 장씩 깔리는 일
어느 날 한꺼번에 다리를 잃어도
몸통을 핥으며 살 궁리를 하는 것

<침대 2> 중에서





흰 장송곡들의 종착역

가난한 사람들의 뒤꿈치가 모여 자는 곳
목이 쉰 남자들이 목적을 잃어버리는 곳

무덤 위에 내리는 눈은
무덤의 무덤

<이별에 관한 일곱 개의 리듬>중에서






모든 것에 실패하고 싶다

동그란 빛에 들어 자는 일
삼각형으로 생각을 세우고
그림자와 빛의 무늬를 희석하는 일


<화살과 저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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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주 중요한 시험이 있는데 내 꼬랑지에 계속 달라붙는 생각이 있어 책읽기를 방해해. 읽을 자료를 가지고 버스를 탔는데도 계속 방해하는. 하늘이 이렇게 파랗고 꽃들이 이리 만발했는데, 뭘 그갓 사람들을 그리워하나, 이런 생각을 하나 고개를 저었다가 그만 토하듯이 글 한덩이를 뱉고 말았네.

우편함에는 계속해서 다른 사람을 위한 편지가 오는데 넘의 연애편지를 읽는 것도 이젠 고역이어서 우편함을 그냥 막아버리기로 했다. 우편함 안쪽에 두꺼운 종이를 대고 테이프로 붙여버리면 우체국 아저씨도 더 이상 여기에 편지를 넣지는 않을테지. 그 중 내게 꼭 배달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내 손에 쥐어질거야.

어쨌든 시험은 이제 고작 1시간 남짓 남았는데 남의 연애편지 위에 내가 그리운 얼굴들을 그려보다가 푹 찢어버리고 말았네. 그 편지의 주인도 그걸 받을 이의 손에 직접 쥐어주는 용기를 발휘해야 할거야, 라고 편지의 갈취를 변명하면서.

어쨌든 나는 점점 작아져, 우편함도 막고 창문도 막고 집 현관문도 막고 입도 막고 눈도 감아버릴 듯. 그러다 작고작고작고작은 것이 되어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되면, 그땐 이 따뜻한 민들레에게 맘껏 손을 흔들어야지, 작고작고또작작아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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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한 편 쓸 일이 있었다. 지나가지 않을 없는 길목처럼 나를 누르던 문제를 언어로 표현해 내고서야 내가 아팠구나, 라고 나를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그런 류의 사람.. 그러니 이런 나를 버릴 수 없겠구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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