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집에 돌아와서 엉망이 된 집을 치우고 가져온 짐 정리를 했다. 한국에 남게된 딸의 옷가지와 신발 등을 정리하고 그간 공부했던 프린트를 정리하고 또 버렸다. 열심히 필기한 흔적들을 보면서 이런 화학이나 물리를 영어로 공부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생각하면 안쓰럽기만 하다. 하지만 한편에는 아이가 엄마 몰래 그림들과 그간 몰래 해 먹은 음식들의 레서피가 쭉 적혀있는 수첩들을 발견하고 다행이다 싶기도 했다. 아직은 잘 모르겠으나 네가 하고 싶은 길로 가는 것이 맞는 것이라 나는 믿는다.

딸 아이가 없는 넓은 침대에서 혼자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그간 한국집에서 강도높게 이루어진 대청소에 어제 하루 또 이 집 대청소를 했더니 손가락 관절이 아프고 뻣뻣해져서 결국 잠자기를 포기했다.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손을 넣어 한참을 풀어주고서야 손가락을 구부리기가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다시 일상. 기차를 타고 여행 간다는 생각을 하면, 돈벌이 하러 가는 일이 고되지 않다.(고 자꾸 마인트 컨트롤.)

바르샤바로 가는 기차 안에서, 퇴색된 주황색 지붕들이 나무들 사이로 빼곰히 얼굴을 내밀고 아는 척 한다. 나도 손을 흔들어 인사을 하면서 이 땅의 나무들처럼 손을 덜 타고 무성한 하루하루를 보낼 수 있길 바래본다.

여행엔 한 권의 책. 좀 무겁지만. 이 책이 뻑뻑한 눈을 좀 감게 해도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국을 떠나면서 가방에 넣은 책은 내 책은 세 권이다. 두 권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한 권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항에서 무게 초과로 걸려 아들이 담은 <진화심리학>은 결국 애들 아빠의 손에 들려 다시 집으로 돌아게 되었고. 내가 가져온 책 중 한 권은 내가 생각해도 뜻밖에 책이었다. 왜 그 책을, 가방에 넣었을까.

물론 한국에 있으면서 내가 내내 한 일은 가져갈 책들을 스캔을 하는 일이었고 스캔본으로 컴퓨터에 넣은 책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는데..어쨌든 나는 이 책을 만지면서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폴란드의 기차 안이다. 길고 긴 여정이다. 싼 비행기를 택한 덕에 거의 이틀 동안 움직이고 있다. 기차를 탄 순간, 내가 그리워 했던 풍광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금세 알아차렸다. 폴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의 선들. 거친 나무의 무리들. 겨울들판을 상상하게 하는 광활한 평야들.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내가 가진 언어의 표현력의 한계에 절망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지만, 그만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도 노르웨이나 아이스랜드에 다녀온 사람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이 땅의 아름다움을 어떤 문장에 담아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리고 한숨이 푹푹 새어나오면.... 그 답을 내가 담은 저 책 안에서 찾을 수 있을까....

거의 집. 이제 30분 남았네. 이곳도 저곳도 다 내 집이 되어버리고 고향이 되어버린 기분. 오늘은 먼지를 떨고 한국집에서 가져온 먹거리와 옷들을 잘 정리해야겠다.

다들 잘 있기를, 무탈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주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 마지막 대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 오는 날 욱신거리는 수술 자국 같은 존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아이야, 너의 첫 선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