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앉도록 진심으로 초대받은 적이 없기에, 나는 그 자리를 떠난 적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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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걸, 용기라고 말할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나는 내 감정에 늘 충실한 편이었다. 그것을 누르거나 소멸시켜야 할 경우가 당연히 대부분이었으나, 어쨌든 그 감정들을 내 안에서라도 직시하려고 노력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정직한 편이었고 그래서 가슴 안에 가진 많은 기억들만으로 충만하고 든든하다.

사랑하지 않는다해도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것이 상대방 때문이 아니라, 공간 때문인지, 밤과 같은 시간 때문인지, 아름다운 석양 때문인지, 혹은 나의 허함 때문인지 몰라도 그냥 입 밖으로 사랑한다고 툭 뱉어버리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그럴 때 그냥 사랑한다고 말을 해야지, 그리고 사실은 아닐수도 있다고 1분 뒤에 정정해야지, 다시는 내 입에서 이따위 고백을 듣지 못할 거란 말도 덧붙여야지. 그런 기분이 들어,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한다면 말이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마도 20년, 30년을 산 남편에게나, 혹은 딸과 아들과...엄마에게만 진실로 할 수 있는 일상의, 그러나 정직하고 무거운 표현이겠으나 음....가을의 서늘한 바람과 석양과 또... 기운없음 때문에...내가 나에게...그렇게 던져 본다. 사랑한다. 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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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떠나면서 가방에 넣은 책은 내 책은 세 권이다. 두 권까지는 생각이 나는데... 한 권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공항에서 무게 초과로 걸려 아들이 담은 <진화심리학>은 결국 애들 아빠의 손에 들려 다시 집으로 돌아게 되었고. 내가 가져온 책 중 한 권은 내가 생각해도 뜻밖에 책이었다. 왜 그 책을, 가방에 넣었을까.

물론 한국에 있으면서 내가 내내 한 일은 가져갈 책들을 스캔을 하는 일이었고 스캔본으로 컴퓨터에 넣은 책들의 수는 헤아릴 수 없는데..어쨌든 나는 이 책을 만지면서 읽을 책으로 선택했다.

폴란드의 기차 안이다. 길고 긴 여정이다. 싼 비행기를 택한 덕에 거의 이틀 동안 움직이고 있다. 기차를 탄 순간, 내가 그리워 했던 풍광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금세 알아차렸다. 폴란드에서만 볼 수 있는 하늘의 선들. 거친 나무의 무리들. 겨울들판을 상상하게 하는 광활한 평야들.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내가 가진 언어의 표현력의 한계에 절망한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지만, 그만의 아름다움을 지녔지만도 노르웨이나 아이스랜드에 다녀온 사람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이 땅의 아름다움을 어떤 문장에 담아낼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그리고 한숨이 푹푹 새어나오면.... 그 답을 내가 담은 저 책 안에서 찾을 수 있을까....

거의 집. 이제 30분 남았네. 이곳도 저곳도 다 내 집이 되어버리고 고향이 되어버린 기분. 오늘은 먼지를 떨고 한국집에서 가져온 먹거리와 옷들을 잘 정리해야겠다.

다들 잘 있기를, 무탈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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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 마지막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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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욱신거리는 수술 자국 같은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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