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강우방 일향 한국미술사연구원장

To: 일본에서 미술사 공부 중인 딸 소연

이웃나라에서 날씨는 덥고 갓난애 돌보느라 얼마나 고생스러우냐. 그런 와중에 연구에 몰두하고 있으니 자랑스럽기도 하다. 대중과 만나는 것은 어느 정도 학문적 업적을 쌓은 뒤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미술사학이란 어떤 역사적 사실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작품 자체 속에 담긴 조형언어와 진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다.

너같이 미술사학을 연구하는 젊은 세대들은 무엇인가 빨리 업적을 과시하고 싶어서 조급하게 저서를 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성실하게 연구하다 보면 이제 책이 나올 때가 되었구나 하는 시기가 있다. 그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기다림이란 사람이 가진 덕목 중에 가장 고귀한 것이다. 그런 기다림 속에서 탄생한 책을 들라면 언뜻 오주석의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솔 출판사·1996)과 만해의 ‘님의 침묵’을 들 수 있을 게다.

오주석의 글은 쉬우면서도 기품이 있고 결코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오십의 나이 그의 첫 책이기도 하다. 그는 이러한 책을 열 권 내겠다고 했는데 갑작스러운 타계로 꿈을 이루지 못했다. 그림의 본질을 탐구한 우리나라 첫 저서이기도 하다.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림 자체를 자세히 살피면 그 세계 속에는 무궁한 흥미와 진리가 함축돼 있어서 그 즐거움이란 말로 형언할 수 없다. 그 책을 내면서 그림을 보는 것에 자신을 얻은 것 같다.

그 책은 다만 열한 점의 작품만을 심도 있게 다룬다. 그 가운데 윤두서의 ‘진단타려도'라는 작품이 있다. 흰 당나귀를 타고 가던 사람이 떨어지는 광경인데, 그 그림에서 그는 떨어지는 사람의 얼굴이 당황하는 게 아니라 웃고 있는 것을 보고 의문을 갖기 시작했지. 당나라에서 송나라 초까지 살았던 진단이라는 인물은 임금 노릇을 제대로 한 사람이 없다고 한탄하다 송 태조 조광윤이 임금이 됐다는 소식을 듣고 박장대소하며 너무 좋아하다 그만 말에서 떨어졌는데 그 와중에도 ‘천하는 이제 안정되리라’고 외쳤다는 것이다. 그 그림은 바로 그 광경을 포착하여 그린 것이었다. 이 그림의 비밀을 오주석이 처음 밝혀낸 쾌거라 할 수 있다.

미술사를 공부하려면 철학이나 종교, 문학 등 교양서적을 읽을 필요가 있지. 그 세 가지를 갖춘 시집이 있다.

최근 수소문 끝에 만해 한용운 전집 다섯 권을 사서 ‘님의 침묵’을 다시 읽고 있다. 모든 국민이 모든 세대에 걸쳐 근기(根機)에 따라 읽히는 쉬운 시라고 여기고 있으나 실은 난해한 시다. 독립투사이며 불교개혁론자인 ‘터프 가이’가 어떻게 그 당시 그처럼 아름다운 한글로 연작시를 썼는지 상상할 수 없다. 감탄스러울 뿐.

이 시들 역시 오랜 기다림 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만해 손끝을 통해 쓰여진 느낌이 든다. 사십대 중반 이역만리 미국에서 처음 접한 그 시를 소리 내어 읽다가 나도 모르게 노래가 되어 버리며 나의 마음이 정화되어갔던 경험이 있다.

이런 책들을 읽으며 더위를 이겨내기 바란다. 최선을 다하고 기다리면 하늘은 반드시 응답한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안녕히.

ⓒ 동아일보 & 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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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09: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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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8-14 11: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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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7-08-14 10:30   좋아요 0 | URL
아, 니르바나님, 오랜만이어요. 여름 잘 보내고 계신가요? 항상 여기 들리면 이제 니르바나님은 못 뵙게 되는 건 아닌가 약간의 아쉬움이 남곤하죠. 그래도 이렇게 뜨문 뜨문 들리시는가 봅니다. 반가움에...!^^

니르바나 2007-08-14 11:28   좋아요 0 | URL
아! 스텔라님,

오늘이 말복이라는데 어떻게 지내시나요.
이번 여름은 땅이 더워질만 하면 비가 열기를 식혀주어서
대구지방분들에겐 죄송스럽지만 정작 열대야라 할 만한 밤은 아직 맛보지 못했습니다.
제 피부가 무뎌선가 모르지만,
열대야 타령하는 에어컨시설이 잘 된 방송국사람들 감각을 못 믿겠어요.

책을 사랑하는 스텔라님.
늘 제가 응원해 드리고 있는 거 아시지요.
그림자처럼 스텔라님의 글을 읽고 있습니다.
니르바나는 가늘고 길게 이 공간에 남아 있으니까
뜨문뜨문이라도 사는 즐거움을 나누기로 해요.^^
스텔라님 화이팅!!

2007-09-09 10: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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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6: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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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0 17: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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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1 01: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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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3 18:1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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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12: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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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15:1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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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19 18:0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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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0 09:5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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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2 11: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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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9-26 17: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최근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른 책 중 하나가 ‘내 몸 사용설명서’다. 미국 의사인 마이클 로이젠 등이 쓴 책으로 현지에서도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책이다. 출판사인 김영사 박은주 사장(朴恩珠·49·사진)은 ‘내 몸 사용설명서’ 출판 기획서를 보자마자 5분 만에 출간을 결정했다.

국내 출판계에서 ‘밀리언셀러 제조기’ ‘출판 기획의 여왕’으로 불리는 박 사장의 책에 대한 직관을 보여주는 일이다. 박 사장은 사장에 오른 후 처음으로 기획한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가 출간 6개월 만에 100만부가 팔려나가 단행본 최단기 100만부 판매를 기록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역시 100만부를 넘었고,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 ‘빵장수 야곱’ 등 귀에 익은 베스트셀러 모두 그의 손에서 나왔다.

박 사장이 김영사에 옮겨온 것은 1982년이었다. 1979년 세워진 김영사의 창업주 김정섭 전 사장이 다른 출판사에 있던 박은주 사장의 재능을 알아보고 편집부장으로 스카우트했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한 박 사장은 1979년부터 다른 출판사의 ‘막내’로 일을 시작했다. 박 사장은 7년 만에 김영사 사장으로 전격 발탁되면서 출판계를 놀라게 했고, 연이은 히트작으로 또 한번 출판계를 흔들었다.

사장만 18년째인 박 사장에게 ‘CEO에게 중요한 것이 뭐냐’고 물었다. “실행(實行)입니다. ‘정직하라’는 말은 어린아이도 알지만 경영 현장에서 실행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경영 이념을 ‘정직’ ‘공경’ ‘나눔’으로 세웠어요. 사장으로서, 저자(著者)에 대해서는 인세(印稅)를 속이지 않고, 독자(讀者)에 대해서는 사재기를 하지 않아 베스트셀러 순위를 조작하지 않는 등 정직과 신뢰를 실행하려고 합니다.”

박 사장은 평소 때는 평안한 표정을 보이지만 직원들이 출판 기획서나 광고 문안 등을 가져가면, 갑자기 차갑고 무서운 얼굴로 변한다. “책이나 다른 것을 결정할 때 저의 개인적인 취향이 들어가면 안 되니까요. 100%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생각하려다 보니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나 봐요.”

박 사장은 “CEO는 바른 판단을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 저를 버리고 마음 닦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매일매일 세수(洗手)하듯 ‘마음세수’를 해야 한다면서 새벽 5시에 일어나 참선을 하고 108배를 하는 것도 마음세수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사도 IMF 당시에는 출판계가 위축되면서 함께 어려움을 만났다. 박 사장은 당시 값은 내리면서 부피를 가볍게 만든 어린이 책 ‘앗 시리즈’를 내놓아 성공하는 등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다.

그는 출판에 있어서 누구보다 엄격한 편이다. 4년 전 김영사에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목원’이란 책을 냈지만, 박 사장은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며 3000권 전량을 폐기처분하도록 지시했다. 그는 “우리가 만드는 것은 한 권의 책이지만 그 책을 받아보는 사람은 3000명”이라면서 “어떤 책도 함부로 만들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년간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었다”면서 “앞으로 10년 계획을 세운 만큼 이제는 다시 우리가 세운 경영목표를 달성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정미 기자 jms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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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4-12 09:21   좋아요 0 | URL
거저되는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남들 눈에는 어쩌다 대박인것 같겠지만, 아니오,
그렇게 노력없이 만만히 살아지는 인생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답니다 :)

2007-04-12 16: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니르바나 2007-04-13 08:40   좋아요 0 | URL
체셔님, 아니 벌써
인생의 전모를 파악하셨어요.
그렇지요.
사람들 눈에는 물밑 버둥질이 잘 안보이니까 저절로 떠다니는줄로 알기 쉽지요.
쉬운 일이 어디 있겠어요.^^

니르바나 2007-04-13 09:31   좋아요 0 | URL
눈빛이 무섭다고요.
그리 말씀하시니까 그렇게 보이는 것 같기도 하네요.

가정 하나 일구는 일도 어려운데 사업체를 이끄는 수완을 보아도 그렇고,
중간에 잘나가던 사업을 남에게 맡기고 공부하러 간다고 유학떠났던 것을 보아도
강단있는 분인 것만은 틀림없이 이 분의 인물평이 될 듯 싶습니다.

108배,
저는 성철스님의 참회108배가 생각납니다.
님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친구는 지금 어디 있나요.^^

2007-04-23 1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머니투데이 스타뉴스 김현록 기자]

한석규. 사진=홍기원 기자 xanadu@
배우 한석규가 내로라하는 독서광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을 끈다.

지인에 따르면 한석규의 독서량은 한달 평균 100권. 소설과 수필, 실용서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흥미를 끄는 책들을 직접 골라 읽는다.

평소에도 책 읽기를 즐기는 것으로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정평이 났지만 어마어마한 독서량을 알고 나면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주위의 전언이다. 이따금씩 드러나는 조리있는 말솜씨 역시 방대한 독서량의 결과인 것 같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한석규의 한 측근은 "서점에 들러 직접 책을 고르는데 한달 평균 100권에 가까운 책을 읽는다"며 "최근에야 알게 된 사실인데, 언제 책을 읽는지 알 수가 없다"고 혀를 내둘렀다.

지난해 영화 '음란서생'과 '사랑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로 관객들을 만났던 한석규는 현재 3∼4개의 작품을 놓고 고심하며 차기작을 고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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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ky@mtstarnews.com김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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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3-28 18:47   좋아요 0 | URL
역시, 그랬구나^^

니르바나 2007-03-28 18:52   좋아요 0 | URL
배혜경님 안녕하세요.
책을 많이 읽는 배우라서 마음에 들어요.
이래서 배우 한석규를 좋아하는 이유가 한가지 더 늘었습니다.^^

stella.K 2007-03-28 19:07   좋아요 0 | URL
정말 100권을 완독할까요? 그런데 굉장하긴 하네요.
아직도 못 읽고 제 손 타기만을 기다리는 책이 제방에
그득합니다. 그리고 또 지르고...ㅜ.ㅜ
쟤네들도 빨리 제 손을 타야할텐데...으흠...

니르바나 2007-03-28 19:15   좋아요 0 | URL
그러고 보니 스텔라님과 제가 우리 문화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장본인들이네요.
초대권만 이용하는 문화인들과 비교되는 실 세 문 화 인 이요.^^

달팽이 2007-03-28 19:30   좋아요 0 | URL
양적인 것이 몇 권이냐가 꼭 중요하지는 않지만...
그의 인생에서 독서가 차지하는 비중이 느껴지는군요..
배울 점입니다.

비로그인 2007-03-28 19:41   좋아요 0 | URL
오... 한석규씨 이런 매력이...
급 다시 보입니다요 +_+
요즘은 영화로는 좀 뜸하셔서 궁금하던 차인데.
뭔가 책으로 내공을 충전하고 계신 중이 아닐까요?

뽀송이 2007-03-28 20:07   좋아요 0 | URL
^_*
제가 좋아하는 배우가 책까지 좋아한다니...^^
역시!!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분위기가 남다르지요.^^;;
조만간에 영화든, 드라마든 만나고 싶은 배우입니다.^^*

기인 2007-03-28 21:18   좋아요 0 | URL
오.. 케네디처럼 속도하시는 스타일이신가 보네요. 저는 하루종일 읽어도 한권 읽을까 말까던데.. 소설은 쫌 빨리 읽겠지만요 ^^;

마늘빵 2007-03-28 22:30   좋아요 1 | URL
헙. 한달 백권은... 믿기지 않는걸요. 일년 백권이라면 믿겠지만. -_- 허.

니르바나 2007-03-29 09:06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 한석규씨가 설마 만화만 한달 백권을 읽지 않겠죠.
저도 기자 특유의 과장이 한 몫 했을거라 생각합니다.^^

니르바나 2007-03-29 09:10   좋아요 0 | URL
기인님, 안녕하세요.
기인님이 읽는 무게있는 책으로야 설마 백권 읽겠습니까.
기사내용은 책을 많이 읽는 배우라는 수사로 생각이 되는데요.
케네디가 속독가였군요.
그리고 보니 오랜만에 속독이야기를 듣는군요.^^

니르바나 2007-03-29 09:14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요즘은 코메디 소재로 까지 이용되는 한석규의 목소리가 저는 참 좋아요.
신인시절 드라마 '아들과 딸'에서 부르던 가곡 '목련꽃 그늘 아래서~'하고 부르던 기억이 나는군요. 그 시절엔 연기가 조금 어색했는데 그런대로 좋았죠.^^

니르바나 2007-03-29 09:45   좋아요 0 | URL
체셔님, 천품이 배우인 사람들도 그 능력만 믿고 울거 먹다가다가는 오래 못 갈겁니다.
책을 많이 읽는 배우는 일단 공부하는 자세가 마음에 들어요.^^

니르바나 2007-03-29 09:22   좋아요 0 | URL
달팽이님, 그렇지요.
물량만 따지다보면 부실해지는 것은 독서나 사람이나 마찬가지지요.
연예계에서 활동하려면 책읽는 일이 말처럼 수월하지 않을텐데
이런 기사가 나온 것을 보니 '배우 한석규'로 불러주어 손색이 없는 분인 듯 싶습니다.

2007-03-29 1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화 걸어놓고 말없이 끊는 일을 당해도 꾹 참던 제가 앞선 일을 겪고서야
발신자 전화번호 표시 써비스를 신청했습니다.
써비스를 신청하기 위해 검색해보니 이런 정보가 있어서 올립니다.
하도 자주 변경되는 통신정보다 보니 그새 또 바뀐 것은 없는 지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발신자 표시기능 전화기도 따로 장만하고,
전화국에 매달 납부해야 되는 써비스비용 1,500원이 더 들어가게 생겼습니다.
오호통재라^^

 

"030으로 시작하는 전화 번호에 대해 아시는 분있나요. 050x-xxxx-xxxx, 이런 번호가 수신창에 뜨는데 이것도 휴대전화 번호인가요."

전화번호 앞에 쓰이는 식별번호가 비슷한 유형이어서 헷갈려 하는 사람들이 많다. 정보통신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다양한 식별번호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요한 전화가 왔는데도 식별번호체계를 몰라 스팸 전화번호로 오해하고 전화를 받지 않는 경우가 생기면 곤란하다. 다양한 전화번호 식별번호를 유형별로 정리해본다.

 

◇ 이동통신 대표번호 '010' = 현재 3천913만에 이르는 이동통신 가입자의 약 40%가 010 번호를 사용하고 있다. 정보통신부는 지난 6월 국가정보원, 경찰청, 군 등정부기관을 대상으로 010 번호로 전환을 완료했다.

또 정보통신부는 현재의 2세대 이동통신에 새로 가입하거나 3세대 이동통신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에 가입하는 이용자에게 010번호를 부여하는 등 번호 전환을 유도해 나가고 있다. 식별번호가 011처럼 특정업체의 광고 목적 등에 활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정통부는 전체 가입자 중 010 번호 사용자가 80%에 달하는 2008~2009년 쯤 모든이동통신 가입자 번호를 010으로 강제통합시킬 계획이다.

 

◇'030' 통합메시징서비스, '050' 평생전화, `060' 스팸의 대명사 = 식별번호 030은 PC로 팩스를 보내거나 휴대전화로 e-메일을 보내는 등 단말기에 관계 없이 음성ㆍ팩스ㆍe-메일 등을 통합 운영하는 통합메시징서비스(UMS) 식별번호다.

그리고 050은 집ㆍ사무실ㆍ휴대전화 전화번호 등 여러 통신수단의 번호를 하나로 통합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평생전화 식별번호이다. 따라서 여러 지역에서 순환 근무를 하거나 이동이 잦은 소비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전화번호이다.

그러나 일부 사업자가 030과 050번호를 이용자에게 인터넷 전화의 착신번호로 부여하는 등 당초 목적과 다른 방향으로 사용하자 정통부는 지난 4월 인터넷 전화번호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070 식별번호를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이에 따라 기간사업자는 지난 6월 말, 별정사업자는 오는 9월 말까지 식별번호를 070으로 변경하도록 요구했다. 6월 말 기간통신사업자의 실제 가입자수 약 100만명 중 030과 050을 인터넷 전화번호로 사용하다가 070으로 전환한 수는 2천명 수준이다.

별정사업자까지 전환을 완료하는 9월 이후 030과 050은 각각 UMS와 평생번호 용으로 사용된다.

060번호는 정보제공자가 음성정보장치를 통해 이용자에게 녹음한 음성을 제공하는 서비스에 부여된다. 대학 합격자 발표나 증권정보제공의 용도로 쓰이기도 하지만성인광고 등 스팸 광고 전화에 주로 이용돼 기피대상이 돼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업자들이 02, 051 등 지역번호와 030, 050 번호도 스팸 전화번호로 사용하고 나아가서는 010으로 시작되는 이동통신번호와 1588 등 대표전화번호로도 스팸 광고 전화를 발신하고 있다.

따라서 060 등 식별번호 만으로 스팸 메일이나 스팸 전화를 구분해낸다는 것은엄밀한 의미에서 불가능하며 또 '060'으로 시작하는 번호의 전화가 모두 스팸 전화라고 할 수 도 없다.

 

◇ `070' 인터넷 전화 대표번호, 080 고객센터 대표번호 = 070번호는 인터넷망을 통해 전화를 거는 인터넷 전화(VolP)의 대표번호다. 지난 6월 정보통신부가 030과 050로 시작되는 다른 인터넷 전화번호를 회수하고 070으로 통합하면서 인터넷 전화의 대표번호로 거듭났다.

070 번호는 특히 그동안 인터넷 전화가 발신만 가능했으나 이제 착신까지 가능하도록 번호를 부여해 쌍방향 통화가 가능하다.

미국에서는 800으로 부여된 080식별번호는 착신 과금 서비스의 식별번호로 주로고객이 주문, 예약, 상담 등의 목적으로 업체에 전화를 할 때 기업이 요금을 지불하도록 하는 번호로 사용되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업들이 080 전화를 통해 고객상담을 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중 080 식별번호를 사용하는 수는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 전국 대표번호와 그외 식별번호 = 현재 KT는 '1577','1588', 데이콤은 `1544','1644', 하나로텔레콤은 '1566','1600'를 국번으로하는 전국대표번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국 대표번호서비스는 고객이 기업의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면 발신 지역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지점으로 전화를 연결한다.

가령 KT가 제공하는 1577 번호 서비스는 발신자가 위치한 지역의 '동(洞)' 단위가 같은 지점으로 전화를 연결이 가능해 주로 프랜차이즈업계나 공공기관, 전자제품수리업체 등이 주로 사용한다. 그 외의 대표번호서비스는 발신자의 전화국번 단위인시,도 단위로 연결, 한다. 발신자가 통신비용을 부담한다.

그외 1541, 1595, 1633, 1677은 각각 KT, 하나로텔레콤, 데이콤, 온세통신이 제공하는 수신자 부담 전화 서비스다. 각 식별번호에 수신자 전화번호를 이어 누르면 된다.

1580은 방송국, 여론조사기관 등에서 전화투표를 실시할 때 쓰는 전화서비스의 국번이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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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3-27 21:17   좋아요 0 | URL
접니다 체셔 :)

(너 누구냐! 고 물으시길래;; - 뻘쭘)

프레이야 2007-03-27 22:44   좋아요 0 | URL
이런 전화, 어떨땐 참 피곤하지요. 담아갈게요.

뽀송이 2007-03-27 23:46   좋아요 0 | URL
^^;;
이렇게나 복잡하다니...^^;;
배혜경님 서재에서 보고 따라와봤어요.^^ 저도 담아갈께요!!

니르바나 2007-03-28 18:26   좋아요 0 | URL
뽀송이님, 안녕하세요.
이리 찾아주셔니 감사합니다.
저도 사실은 배혜경님 서재에서 자주 뵙고 있습니다.
앞으로 올려주시는 글들을 더 유심하게 보겠습니다.
알라딘 서재를 통해 더 행복한 일상이 되시길 빕니다.^^

니르바나 2007-03-28 18:35   좋아요 0 | URL
배혜경님, 맞어요.
제가 이런 일을 겪고 나니까 전화받는 것이 참 많이 신경쓰이는 일이 되었어요.
문명의 이기는 분명히 두 얼굴이 있는 듯 싶어요.
사용하는 사람들의 의도가 그래서 더 중요하게 된 기기들입니다.^^

니르바나 2007-03-28 18:39   좋아요 0 | URL
반가워요. 체셔님 ㅎㅎ
저야 항상 체셔님을 부르지요.
당신은 누구십니까. 나는 무엇입니까!
 




[인터뷰]<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펴낸 정 민 교수

[북데일리]정 민(47)교수의 글은 빠르게 읽힌다. 반복과 부연이 ‘덜’ 하기 때문이다. 군더더기 없는 그의 ‘마른’ 글은 중고생이 읽어도 무리가 없을 만큼 쉽다. 그 어렵다는 연암도, 다산도 정민 교수의 손을 거치면 평이해진다.

그는 “학자들의 글은 어렵다”는 통념을 깬 저술가다. 특정 독자층을 대상으로 한 전문적인 단어 대신 보편적인 단어와 문장을 통해 고전읽기를 대중화시켰다. <한시미학산책>(솔. 1998) <미쳐야 미친다>(푸른역사. 2004) <다산선생지식경영법>(김영사. 2007) 모두 그가 만들어낸 베스트셀러다.

이번에 발표한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휴머니스트. 2007)은 2001년부터 7년에 걸친18세기 탐구에 대한 중간 결산작업이다. 18세기의 특징적 문화현상, 조선 지식인의 자의식, 지적 경향 등을 다뤘다.

19일 그가 재직 중인 한양대학교를 찾았다. 병원 차트 보관대에 꽂힌 수백 개의 자료파일, 이중으로 만들어진 거대한 크기의 서가. 연구실 곳곳에 붙어 있는 메모들이 치열한 연구의 흔적을 드러냈다. 정 교수는 저술법과 연구과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2시간여에 걸쳐 밝힌 학문을 향한 고백은 뜨겁고, 순수했다.

-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의 도입부를 보면 한 분야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는 <미쳐야 미친다>에서 엿볼 수 있었던 ‘벽(癖)’의 예찬론입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정한 ‘벽’의 의미란 무엇입니까.

“벽이란 자신까지 잊는 ‘몰두’입니다. 벽은 맹목적이고 저돌적이죠. 예전에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해서 늘 지나친 것을 경계하고 차단했습니다. 과거에 ‘벽’이 터부시 되었다면 지금은 ‘벽’이 요구되는 시대입니다. “미치지 않고 뭘 할 수 있나?”라는 자문이 끊임없이 필요합니다. 실로 ‘벽 신드롬’이 일어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18세기 지식경영의 배경, 조선지식인들을 살펴보면 이렇듯 미칠 듯한 몰두가 엿보입니다. 18세기는 외형적으로는 ‘정보화의 문화’ 내부적으로는 ‘벽의 추구’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 교수님의 방대한 저술량을 보면 스스로도 ‘벽’ 의 기질이 다분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 가지에 몰두하면 끝을 보는 성격입니다. <한시미학산책>을 쓸 때 얘긴데. 우연히 어떤 논문에 있는 새 울음소리로 만든 금언체(禽言體) 시를 보게 됐습니다. 딱 4수였는데 퍼즐을 풀 수가 없어 무척 답답했죠. 밤낮으로 그걸 고민하다 보니 같은 시기의 다른 논문집에 실린 또 다른 금언체 한시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몇 년간 금언체 한시를 모았습니다. 논문을 써야겠다는 결심이 서자 새에 대한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죠. 당시 대만에 교환교수로 가있었는데. 대만조류협회에가서 중국에서 새 관련 책자, CD, 테이프, 우표를 사서 공부했습니다. 일본에 가서 조류도감도 가져왔죠. 그렇게 필요한 게 있으면 어디든 가서 찾아와야 직성이 풀리는 편입니다. 대부분의 작업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됩니다. 보이는 대로 자료를 모으다 보면 먼저 모이는 것이 생기죠. 그 중에서 ‘나 좀 어떻게 해주세요’라고 외치는 것들이 다른 것보다 먼저 책으로 만들어집니다”

- <18세기 조선 지식인의 발견>을 통해 찾아낸 18세기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입니까.

“18세기는 조선이 체험한 최초의 정보화 사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세기를 실학의 코드로만 설명하는 것은 전면적이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실학은 유용성의 담론이기 때문에 가치의 유무만 따지죠. 어찌 보면 유득공집비둘기에 몰두한 것이나, 앵무새, 화초, 꽃에 미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실학기준으로 보면 잡학일 뿐입니다. 그러나 18세기에 정보화의 대 변혁이 일어나며 많은 변화들이 있었습니다. 18세기는 지금과 닮은 점이 많습니다. 예전과 비교해 볼 때 지금은 무가치하다고 생각되던 정보들이 중요시되고 있습니다. 판매가 되고 수요층이 있기 때문이죠. 정보의 우선순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여기서 강조 되는 것이 바로 ‘편집’의 능력입니다. 정보를 어떻게 선별하고 취할 것인가로 고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이라면 많이는 알되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박제가나 유득공처럼 급제를 하지 못한 서얼들은 지금으로 말하자면 대학은 나왔지만 취직을 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학문을 향한 태도만큼은 다릅니다. 시험에 관계없이 학문을 향해 열정을 불태우던 그들과 달리 지금의 젊은이들에게는 열정이 없습니다. 그래서 18세기를 정보화 하고 체득하는 과정을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 과거 시대의 인물. 그 중에서도 특히 조선시대 인물들에게 특별한 애착을 갖고 계신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도 정말 꼽고 싶은 인물이 있다면요.

“다산과 연암을 빼놓을 수 없겠죠. 10년간 연암을 연구했습니다. 다산은 미국에 가서 본격적인 연구를 시작했죠. 기질로 봐서 저는 다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꼼꼼하고 소심한 편이죠. 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연암입니다. 연암을 알고 나서 저의 많은 부분이 바뀌었습니다. 공부하는 스타일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죠. 지금처럼 다양한 주제에 폭넓은 관심을 갖게 된 것 모두 연암의 영향입니다. 연암을 체험하기 전에는 전통적인 한문학을 연구하는 학자 일 뿐이었죠. 그러다 또 이덕무에 빠져서 여러 해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덕무하면 우선 삐쩍 마른 몸. 퀭한 눈이 떠오릅니다. 어쩌면 인간이 저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죠. 책읽기와 학문을 향한 그의 성실한 태도는 배울 점이 정말 많습니다. 다산에 도착하면 또 달라집니다. 다산 역시 성실의 화신이지만 이덕무가 주는 인간적인 면은 없죠. 엄청난 절망 속에서 자신을 세우려는 의지가 강한 인물이었습니다. 18세기 문인들은 소통의 글쓰기를 실천했습니다. 그들의 글을 읽다 보면 스스로가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매번 매료되곤 합니다”

- 고전읽기 붐이 일고 있습니다. 직접 쓰신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비롯해 많은 책들이 고전 읽기의 새로운 방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고전의 진정한 가치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시공간을 초월해 가치 있게 읽히는 것이 고전입니다. 지금 수업 중에 강독하는 것이 <고전명문감상>인데 학생들이 굉장한 혼란에 빠집니다. 글이 갖고 있는 충격이 굉장히 무겁게 다가온다고 합니다. 자꾸 지금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해요. 심지어 어떤 학생은 책을 읽다 수업 중에 울기도 합니다. 리포트 쓰다 우는 학생도 많았습니다. 모두 자신이 새까맣게 잊었던 것을 회복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과거 그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이렇듯, 미친 듯이 열정을 쏟지 않고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라는 자문을 하게 되는 것이죠. 지금 대학생들을 보면 답답함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모두 영어공부, 취업공부에만 매달리고 있습니다. 12년간 대학에 들어오려고 공부하고, 대학 와서는 취직을 위해 공부하고, 직장에 들어가면 안 잘리려고 공부하고. 결국 자신을 위한 공부는 하지 않습니다.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이 적습니다. 얼마나 잘 먹고 잘 살 수 있을까에 대한 관심만 있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문제에는 관심이 없죠. 고전은 그 본질적 문제를 명확히, 깊숙이 찔러줍니다. 그리고 확인시켜주죠. 그러니 지금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요. 지금 지식은 전부 실용적인 것들뿐입니다. 고전에는 도구적인 것을 뛰어넘어 삶의 자세를 가다듬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 600페이지가 넘는 <다산선생지식경영법>을 6개 월 만에 쓰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왕성한 저술력의 비결이 궁금합니다.

“어떤 관심사가 생기면 일단 메모를 시작합니다. (병원카트에 꽂혀 있는 파일 철 세 개를 가져와서) 얼마 전에 <에도시대의 여행문화>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그걸 읽으면서 왜 조선시대를 소재로 한 이런 책은 없을까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시작한 것이 ‘18세기 조선의 여행문화’라는 이름의 파일을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백지에 어떤 내용들이 가능할까 쭉 써내려 갑니다. 그러면 30개 혹은 40개에 달하는 소재들이 정리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다시 두 장짜리 세부안을 만듭니다. 여기에는 추가적인 메모들이 곁들여집니다. 미쳐 생각 하지 못했던 것을 다시 붙이고 추가 하는 작업이죠. 그 다음에는 ‘내가 왜 이 책을 쓰고 싶은지’에 대한 집필 의도를 씁니다. 스스로를 설득하지 못하면 쓰지 않습니다. 이렇게 만들어 놓은 파일 철이 (차트를 가리키며) 저기 꽂힌 것들입니다. 이렇게 만들어진다고 해서 바로 논문이나 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죠. 몇 년 후에 완성될지 몰라요. 그렇지만 떠오르는 것들은 반드시 파일로 만들어 놓습니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운명적으로 다시 만나게 될 때 본격화 하는 식이죠”

- 교수님의 글쓰기는 중고등학생이 읽어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다는 평을 받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단문체의 비결, 쉽게 쓰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글은 반드시 짧게 씁니다. 퇴고 할 때 글 자르는 게 일이죠. 글이 짧으면 속도감이 생깁니다. 마냥 늘어놓으면 뜻이 접속이 안 됩니다. 관용어절을 끌고 들어가는 습관을 매우 싫어합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영희언니를 만났다’라는 문장을 예로 들어볼까요. 벌써 내가 좋아하는 게 영희인지 영희 언니인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글쓰기에 있어 구문의 간결성은 무척 중요합니다. ‘조선후기고문론(문장론)연구’가 제 박사학위 논문입니다. 예전 한문가들의 문장을 연구했죠. 글쓰기에 있어서 간결함, 표현의 함축성을 추구하는 것이 제 전공입니다. 그러다보니 글쓰기에 굉장히 예민한 편입니다. 우리나라 문장에는 ‘이다’ ‘있다’ ‘것이다’ 체가 있습니다. 모든 글쓰기의 기본은 ‘이다’체가 되어야 합니다. ‘있다’는 늘어지고 ‘것이다’는 권위적인 느낌을 줍니다. ‘것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쓰면 ‘00은 것이었던 것이다’라는 문장까지 쓰게 됩니다. 강조하는 데 매달리게 되는 거죠. 권투로 말하자면 ‘이다’는 ‘잽’ ‘있다’는 ‘어퍼컷’ ‘것이다’는 ‘스트레이트’입니다. ‘어퍼컷’이나 ‘스트레이트’는 아무 때나 쓰면 안 됩니다. 결정타로 정말 필요한 곳에만 써야 합니다. 자신이 쓴 글을 읽어 보면 스스로가 ‘이다’ ‘있다’ ‘것이다’ 중 어느 형의 인간인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학자들의 글을 보면 그 세 가지 분석이 가능합니다”

- 글쓰기를 두려워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동어 반복을 피하는 방법도 들려주시죠.

“리듬 살리는 것에 주의하다 보면 동어반복은 피할 수 있습니다. 글에는 리듬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머릿속에 들어옵니다. ‘그러나’가 나오면 그 다음은 ‘반면에’로 다음은 ‘또한’으로 고쳐야 합니다. ‘00처럼 00 처럼 00 처럼’이 아니라 ‘00처럼 00이냥 00같이’로 다양하게 바꾸어야 합니다. 어미를 다르게 하면 완전히 다른 글이 됩니다. 글을 쓸 때는 반드시 소리를 내서 읽어야 합니다. 더 좋은 것은 남이 읽어주며 퇴고하는 방법입니다. 제 글의 대부분은 아내가 읽어줍니다. 듣다 보면 ‘턱’ 걸리는 부분이 나옵니다. 잘못된 문장이죠. 그러면 고칩니다. 읽히기 위해 쓰는 것이 글입니다. 읽히지 않으면 글이 아니죠. 그래서 퇴고는 아무리 해도 부족합니다. 끊임없이 고치고, 또 고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 글쓰기와 함께 거론 되는 것이 독서의 중요성입니다. 책읽기의 필요성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책을 읽는다는 것은 통찰력을 기르는 과정입니다. 자신의 삶을 운영해나가는 기본적인 힘을 기르는 과정이 독서죠. 지금 사람들은 대부분 정보취득의 목적으로 책을 읽습니다. 잘못된 방법이죠. 책이 잘 읽히고 않고 손이 가지 않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독서는 삶의 안목과 통찰력을 길러주고 그것으로 인해 자신의 삶이 업그레이드 될 수 있습니다. 삶의 기본을 가르치는 책을 처음부터 소리내어 읽는다면 그것이 갖는 힘은 실로 대단할 것입니다. 동종 분야보다는 다른 분야의 책에서 더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다양한 책을 읽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정보는 자신의 관심사에 의해 ‘재배열’이 됩니다. 같은 책이라도 읽는 이에 따라 효과가 달라집니다.

실용위주의 책읽기가 아닌 자신의 자양분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책읽기가 필요합니다”

- 글 쓰고 공부하는 것 외에 다른 취미가 없다고 들었습니다. 이덕무처럼, 정약용처럼 오직 좋아하는 것에 몰두하고 계신 듯 보입니다. 지금의 삶에 행복을 느끼십니까.

“물론 행복합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니까요. 글은 주로 저녁에 씁니다. 낮에는 강의도 있고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도 있거든요. 저녁 11시 12나 돼야 집에 갑니다. 강의실에 있을 때도 부재중으로 해놓고 문을 잠가 놓을 때도 있어요. (웃음) 토요일 일요일에도 주로 학교에 나와 있습니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실은 그때 밖에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그래도 연구실에 조용히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예전에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시간도 종종 갖곤 했는데 요즘에는 시간이 아까워서 못 마십니다. 어떻게 보면 삶이 무미건조 한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그 안에 묘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그건 다른 사람과 같이 나눌 수 없는 나만의 즐거움이겠지요”

[김민영 기자 bookworm@p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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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팽이 2007-03-23 07:30   좋아요 0 | URL
퍼갑니다.
니르바나님.

프레이야 2007-03-23 10:01   좋아요 0 | URL
저도 담아갑니다. 글쓰기와 글읽기의 단순하고 근본적인 이유가 담백하네요.

기인 2007-03-23 10:55   좋아요 0 | URL
퍼갑니다. :)

비연 2007-03-23 14:06   좋아요 0 | URL
저도 담아가요, 니르바나님^^

니르바나 2007-03-23 18:18   좋아요 0 | URL
달팽이님, 안녕하세요.^^
배혜경님, 같은 내용도 쉽게 전달하는 저자들이 있지요.
물론 쉬운 내용도 어렵게 설명하는 분들도 있지만요.^^
기인님,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비연님, 오랜만에 니르바나가 인사드립니다.^^

stella.K 2007-03-23 20:06   좋아요 0 | URL
저도 가져갈게요. 요즘 잘 지내고 계시죠? 자주 뵐 수 있어서 좋습니다.^^

니르바나 2007-03-24 14:58   좋아요 0 | URL
스텔라님도 안녕하시지요.
요즘 자주 뵙고 있는 건가요.
가늘고 길게 서재활동하기.
끊어질 듯 하다 이어지는 마치 여릿여릿한 거미줄마냥 쭈~욱 이어집니다.^^
이게 文才없는 제풀에 넘어지지 않는 방법입니다.

팔랑개비 2007-06-28 10:56   좋아요 0 | URL
퍼갑니다 불쑥 찾아와 인사도 없이 참...

니르바나 2007-06-28 19:28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팔랑개비님
이렇게 인사나누면 되는것죠.
부디 좋은 글과 생각을 만나는 알라딘 서재 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