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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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 후 열흘 정도를 내리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서는 오엔 겐자부로의 책을 한 권 사 들고 집에 와서 독파하고, 다시 학교로 가서 다른 책을 산 후 집으로 돌아와 읽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니까 뭉뚱그려 말하자면 제가 오엔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은 것은 제 인생의 한가운데 열흘 동안입니다. 오에 씨의 책을 사서 자취방으로 돌아가 조용한 가운데 가끔 과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읽었습니다. 다 읽으면 학교로 가서 또 다른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와 읽었습니다. 열흘 동안 그 짓만 했습니다. 대학 시절 방에만 틀어박혀 모든 작품을 독파한 작가는 오에 겐자부로에 기타가타 겐조입니다….그 열흘 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72)

‘청춘문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무 근거 없이 나한테는 분명 특별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에 매진해볼까?"
"그러는 것도 괜찮겠네." 아내의 첫마디였습니다. 그냥 흘리는 말도 아니었지만, 별로 심각하지 않은 선선한 말투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선선한 반응 덕에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옳은 결정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때 아내의 말은 제게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149)

돈이 없어서 식재료를 구하지 못할 때는 자취생의 필살기, 맨밥에 버터로 한 끼를 대충 때우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 가장 심플한 반찬은 ‘음악’이었습니다. 반찬거리가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윙윙 틀어놓고 음악에 취해 후딱 맨밥을 털어넣는 게 그 방법입니다. (164)

이 작은 ‘누군가’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현실사회에 어떻게든 접하고자 팔을 필사적으로 뻗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보고 있노라면 ‘손끝만이라도 좋으니 가 닿기를’하고 기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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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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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돌아보고 있어봐야 의미 없어요. 차만 해도, 계속 백미러만 보고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사고가 난다고요. 진행 방향을 똑바로 보고 운전해야지. 지나온 길은 이따금 확인해보는 정도가 딱 좋아요." (40)

어머니가 불쑥 "아까 오카다 씨가 한 말, 좋았어"하고 한마디 했다.
"무슨 말?"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제멋대로 앞으로 간다는 말."
나는 어머니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 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는 가게 되는 거야."
과연 그럴까, 하고 대답하면서도 나는 내 몸에 달려 있을, 보이지 않는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어본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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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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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하고 싶지 않으신지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이미 평생 할 분량의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하기 싫은 일도 불합리한 일도 전부 다 참으면서요. 그만큼 월급이 많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한 참고, 돈을 모아서 그만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할 마음은 더 이상 없습니다." (97)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몸은 훨씬 더 망가져있는 법이거든요. 아직 젊다는 느낌에 분명 이런 게 안 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 되는 게 현실이에요. 안 될 리가 없다고,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면 본인의 몸이 불쌍하니까, 그렇게 못 하는 자기 자신을 인정해 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는 있잖아요." (145)

자신이 이런 생활을 선택한 것은 매일을 평온하게, 남에게 가능한 폐를 끼치지 않고, 납득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좀 더 조용히 살고 싶었다. (207)

"조금은 너 자신을 칭찬해줘도 되지 않아? 뭘 했기 때문이라든가, 무슨 일을 해줘서 상대를 기쁘게 했다든가 하는 게 아니더라도, 오늘도 무사히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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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가쿠타 미쓰요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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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일반 서점이려니 생각했는데 문을 열자 헌책방만의 독특한 냄새가 났다. 며칠 전 내린 비가 그대로 남아있는 듯한, 조용히 활자가 가라앉아 있는 것 같은 그 친숙한 냄새. 그래, 헌책방은 세계 어디나 같은 냄새가 난다. 그것이 거리에 펼쳐진 좌판이라고 해도. (17)

문득 정신을 차려 보니 하늘이 훤해지고 있었다. 대단해! 고즈넉한 방에서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 말밖에는 떠오르지 않았다. 대단해. 대단해. 대단해. 그 말만 되풀이했다. 나는 진짜 바보다. 그 말을 되풀이하면서 깨달았다. 이 책에는 수많은 말들이 넘치고 있는데 나는 대단하다는 한마디밖에는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30)

이 책에는 엄청난 낱말이 넘치고 있는데 그것은 모두 다른 사람의 말이었고, 내 자신의 말로 바꾸면 아주 유치한 한마디로밖에 안 되는 그 기분. 자신의 낱말로만, 내 자신의 말로만 뭔가를 얘기할 수 없을까. 치졸해도 되고 재미없어도 된다. 뭔가, 뭔가 없을까. 나만의 낱말을 찾기 위해 글을 쓰고 또 썼다. (131)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모든 책들이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보였다. 남몰래 시간을 빨아들였다 토해 내며 누군가가 읽어줄 때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138)

지에코는 이 책을 중학교 3학년 때 읽었다. 다 읽고 나서 하느님 감사합니다, 했다. 하느님,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라고.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스물세 살이 된 지금도, 이 책을 만난 나와 만나지 못한 나 사이에는 역시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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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게스트하우스
가쿠타 미쓰요 지음, 맹보용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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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자국과 함께 나의 자취가 전부 사라져버려 익숙했던 그 장소로 돌아가더라도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대화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 어떤 말도 나를 향해 있지 않다. 아아, 돌아왔다고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무데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돌아가다, 가 아니라 가다, 의 연속이다. 가다, 계속해서 전진한다, 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돌아갈 곳이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9)

그것은 말레이시아의 외딴섬에서 보았던 반디가 한 면에 붙어있는 거목이었다. 굉장한 광경이었다. 반디 자체는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거목에 떼지어 모여 크리스마스의 전광장식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고요하게 빛나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다가 다시 빛난다. 무수한 작은 점은 각각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고 주변의 소리라고 하는 소리는 모조리 그 빛에 완전히 갇혀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대단해, 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말하자면 그뿐이었다. 대단해, 그 세 글자. 대단해, 대단해,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만일 나라는 것이 투명한 병이라고 한다면 그 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대단해라는 그 단어로 가득차 넘칠 것 같은, 요컨대 나라고 하는 병은 대단함의 순도 1백 퍼센트다, 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자신조차 기가 죽을 정도로 나를 흡족시켰다.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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