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레 사진관 - 상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네오픽션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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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 순발력보다는 지구력이다. 그리고 지구력을 키우는 것은 순발력을 단련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다. (1-51)

"학생한테는 아직 그런 경험이 없겠지만 어른이 되면 틀림없이 생길 거예요. 생판 모르는 타인, 그저 단 한 번 스쳐 지나는 타인에게, 가깝고 친한 사람에게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신상 이야기를 털어놓는 경험. 그런 건 대개 택시 안이긴 하지만." (1-172)

지울 수 없는 희망은 설령 그것이 진정한 희망이라도 사람을 좀먹는다. (1-352)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이따금 죽은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는 법이야. 난 그건 대단히 소중한 거라고 생각해.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말이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건 현세밖에 모르는 사람들이란 생각이 절실히 들어." (2-49)

장례식이란 고인의 삶의 방식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남은 인간들의 본성을 까발리는 장이지. (2-369)

그렇구나, 기미짱은 행복하구나, 에이이치는 생각했다. ‘행복’이라는 말은 일상어였구나, 생각했다. (2-471)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자기에게 매우 중요한 일을 어떤 사람이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지. 어떻게든 알아주길 바라지. 하지만 상대가 그것을 알아버리고 나면, 그때까지와 똑 같은 거리로는 더 이상 지낼 수 없는 일도 생기는 법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아주길 바라지. 그 사람은 자네한테 고마워했어." (2-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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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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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일할 때에는 아무 생각이 없었던 거 같아. 내가 어떤 조직의 부속품이 되어서 그 톱니바퀴가 되었다 해도, 이 톱니바퀴가 어디에 끼어 있고 이 원이 어떻게 굴러가고 이 큰 수레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그런 걸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난 내가 무슨 일을 왜 하는지도 모르겠고 이 회사는 뭐 하는 회사인지 모르겠고, 온통 혼란스러웠달까. 아니 아예 알려고 하지도 않았지. 중고생과 다름없었던 거 같아. (19~20)

행복에도 ‘자산성 행복’과 ‘현금흐름성 행복’이 있는 거야. 어떤 행복은 뭔가를 성취하는 데서 오는 거야. 그러면 그걸 성취했다는 기억이 계속 남아서 사람을 오랫동안 조금 행복하게 만들어 줘. 그게 자산성 행복이야. 어떤 사람은 그런 행복 자산의 이자가 되게 높아….어떤 사람은 정반대지…행복 자산에서 이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이런 사람은 현금흐름성 행복을 많이 창출해야 돼. (184~185)

한국 사람들이 대부분 이렇지 않나. 자기 행복을 아끼다 못해 어디 깊은 곳에 꽁꽁 싸놓지. 그리고 자기 행복이 아닌 남의 불행을 원동력 삼아 하루하루를 버티는 거야. 집 사느라 빚 잔뜩 지고 현금이 없어서 절절 매는 거랑 똑같지 뭐.
어떤 사람들은 일부러라도 남을 불행하게 만들려고 해. 가게에서 진상 떠는 거, 며느리 괴롭히는 거, 부하 직원 못살게 구는 거, 그게 다 이 맥락 아닐까? 아주 사람 취급을 안 해주잖아. ..
정말 우스운 게 사실 젊은 애들이 호주로 오려는 이유가 바로 그 사람대접 받으려고 그러는 거야. 접시를 닦으며 살아도 호주가 좋다 이거지. 사람대접을 받으니까. (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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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도 괜찮겠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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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열흘 정도를 내리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서는 오엔 겐자부로의 책을 한 권 사 들고 집에 와서 독파하고, 다시 학교로 가서 다른 책을 산 후 집으로 돌아와 읽는 생활을 반복했습니다.
그러니까 뭉뚱그려 말하자면 제가 오엔 겐자부로의 소설을 읽은 것은 제 인생의 한가운데 열흘 동안입니다. 오에 씨의 책을 사서 자취방으로 돌아가 조용한 가운데 가끔 과자를 우적우적 씹으며 읽었습니다. 다 읽으면 학교로 가서 또 다른 책을 사 들고 집으로 와 읽었습니다. 열흘 동안 그 짓만 했습니다. 대학 시절 방에만 틀어박혀 모든 작품을 독파한 작가는 오에 겐자부로에 기타가타 겐조입니다….그 열흘 동안 참 즐거웠습니다. (72)

‘청춘문학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아무 근거 없이 나한테는 분명 특별한 인생이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아닐까요.

"회사를 그만두고 소설에 매진해볼까?"
"그러는 것도 괜찮겠네." 아내의 첫마디였습니다. 그냥 흘리는 말도 아니었지만, 별로 심각하지 않은 선선한 말투였던 것을 기억합니다.
그 선선한 반응 덕에 결심을 굳히게 되었습니다. 옳은 결정이었는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때 아내의 말은 제게 최고의 선물이었습니다. (149)

돈이 없어서 식재료를 구하지 못할 때는 자취생의 필살기, 맨밥에 버터로 한 끼를 대충 때우기도 했는데, 지금까지 먹은 음식 중 가장 심플한 반찬은 ‘음악’이었습니다. 반찬거리가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윙윙 틀어놓고 음악에 취해 후딱 맨밥을 털어넣는 게 그 방법입니다. (164)

이 작은 ‘누군가’는 자기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현실사회에 어떻게든 접하고자 팔을 필사적으로 뻗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보고 있노라면 ‘손끝만이라도 좋으니 가 닿기를’하고 기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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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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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만 돌아보고 있어봐야 의미 없어요. 차만 해도, 계속 백미러만 보고 있으면 위험하잖아요. 사고가 난다고요. 진행 방향을 똑바로 보고 운전해야지. 지나온 길은 이따금 확인해보는 정도가 딱 좋아요." (40)

어머니가 불쑥 "아까 오카다 씨가 한 말, 좋았어"하고 한마디 했다.
"무슨 말?"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으면 제멋대로 앞으로 간다는 말."
나는 어머니의 옆얼굴을 바라봤다.
"왠지 마음이 편해지지 않아? 기를 쓰지 않아도 저절로 앞으로는 가게 되는 거야."
과연 그럴까, 하고 대답하면서도 나는 내 몸에 달려 있을, 보이지 않는 기어를 드라이브에 넣어본다. (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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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지 않습니다 - 연꽃 빌라 이야기 스토리 살롱 Story Salon 2
무레 요코 지음, 김영주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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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일을 하고 싶지 않으신지 알려주실 수 없을까요?"
"이미 평생 할 분량의 일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침부터 한밤중까지, 하기 싫은 일도 불합리한 일도 전부 다 참으면서요. 그만큼 월급이 많았기 때문에 참을 수 있는 한 참고, 돈을 모아서 그만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일을 할 마음은 더 이상 없습니다." (97)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몸은 훨씬 더 망가져있는 법이거든요. 아직 젊다는 느낌에 분명 이런 게 안 될 리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안 되는 게 현실이에요. 안 될 리가 없다고, 너무 그렇게만 생각하면 본인의 몸이 불쌍하니까, 그렇게 못 하는 자기 자신을 인정해 주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조금씩이라도 나아가고는 있잖아요." (145)

자신이 이런 생활을 선택한 것은 매일을 평온하게, 남에게 가능한 폐를 끼치지 않고, 납득하면서 살고 싶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 좀 더 조용히 살고 싶었다. (207)

"조금은 너 자신을 칭찬해줘도 되지 않아? 뭘 했기 때문이라든가, 무슨 일을 해줘서 상대를 기쁘게 했다든가 하는 게 아니더라도, 오늘도 무사히 지낼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잖아."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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