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과 함께 나의 자취가 전부 사라져버려 익숙했던 그 장소로 돌아가더라도 아무도 나를 기억하지 않는다. 아무도 나를 기다리지 않는다. 사람들의 대화는 알아들을 수 있지만 그 어떤 말도 나를 향해 있지 않다. 아아, 돌아왔다고 안심할 수 있는 장소가 아무데도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돌아가다, 가 아니라 가다, 의 연속이다. 가다, 계속해서 전진한다, 는 것은 확실히 매력적이지만 그것이 매력적인 이유는 돌아갈 곳이 있어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9)
그것은 말레이시아의 외딴섬에서 보았던 반디가 한 면에 붙어있는 거목이었다. 굉장한 광경이었다. 반디 자체는 전혀 본 적이 없었다. 그것이 거목에 떼지어 모여 크리스마스의 전광장식처럼 희미하게 빛나고 있다. 고요하게 빛나서 빨려들어가듯 사라지다가 다시 빛난다. 무수한 작은 점은 각각 그것을 되풀이하고 있고 주변의 소리라고 하는 소리는 모조리 그 빛에 완전히 갇혀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대단해, 라고 생각했다. 생각하고 있었던 것을 말하자면 그뿐이었다. 대단해, 그 세 글자. 대단해, 대단해,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때 내가 느꼈던 것은 만일 나라는 것이 투명한 병이라고 한다면 그 병 안에 있는 모든 것이 대단해라는 그 단어로 가득차 넘칠 것 같은, 요컨대 나라고 하는 병은 대단함의 순도 1백 퍼센트다, 는 것이었다. 그것은 내 자신조차 기가 죽을 정도로 나를 흡족시켰다. (114~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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