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는 토끼 한마리를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한다. (127)
처음에는 먹고 살아야 하니까 돈을 벌지. 살아야 하니까. 그런데 한번 돈을 벌기 시작하면 먹고사는 일은 금세 끝이 나버려. 먹고 사는 걱정 없이 돈을 벌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돈 버는 게 재미가 있어져. 이렇게 해도 돈이 되고 저렇게 해도 돈이 되니까 신이 나. 세상이 엽전 구멍만해지고 사람들이 나한테 굽실거리는 모습이 재미있어. 그래서 한세월 또 돈을 버네. 내 생각에, 이만큼에서 멈추어야 좋아. 잔챙이일 때가 재미있어. 그래야 사람답게 살아. 돈이 돈으로 쓸모가 있는 건 이만큼으로 족해.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보다 돈을 더 많이 벌게 되면 말이오, 그때부터 진짜 큰일이 닥친다오. 더 이상 재미로 하는 게 아니야. 재미가 다 뭔가. 꾼들끼리 겨루게 되는 거지. 죽고 사는 전쟁이 되네. 그 꾼들은 말이야, 다들 제각각 들러붙은 헛것들이 있어. 그때부터는 들린다고 해야 하나, 쫓긴다고 하나, 오히려 먹고살 것이 없을 때보다 더 절박하기조차 하오. 그건 욕심이 아닌 것 같아. 욕심만 가지고서는 사람이 그리 되나 어디. 욕심하고는 달라. 사람이 아예 어딘가가 고장이 나버리는 거야. 욕심보다도 훨씬 더 무섭고 지독한 거야, 그게. (235)
자수성가한 사람들은 말이에요, 자기 어릴 때 굶고 괄시받은 기억이랑 싸워요. 그때 억울하던 생각을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내가 세상을 다 집어삼켜도 성이 안 풀려. 그래서 사람이 돌아버리지. 그럼 곱게 자란 부잣집 도령들, 재벌 2세들은 한이 없나? 그 사람들은 자기 아비하고 싸워요. 사람들이 손가락질하거든. 저놈은 아비 덕에 저걸 다 물려받았는데, 분명히 저걸 간수를 못 할 거다. 아비를 잘 둬서 그렇지 제가 잘난 건 하나도 없다고 그러거든. 그거 옆에서 보니 미칠 노릇입디다. 그래서 내가 보기엔 2세들이 더 표독하게 돈을 벌어요. 2세라고 우습게 볼 일이 아니거든. (236)
대한민국은 원래 흰머리나지 않은 여성이 존댓말 듣기 힘든 나라였다. (286)
인생을 건 진짜 사랑은, 그 자체로 훈장처럼 느껴질 때가 있거든. 어차피 사람은 죽으면 헤어지게 마련이니까. (312)
청소년기의 그가 그렇게 미친 듯이 공부를 해댄 이유는 단 하나였다. 공부를 멈추는 순간 ‘왜?’라는 질문이 해일처럼 밀어닥쳤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 질문이 파괴적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것과 싸워서는 이길 방법이 없었다. 두뇌회로에서 ‘왜?’라고 묻는 기능을 아예 삭제해버려야 했다.(329)
나는 이 세상이 그리 멋진 곳이라고 생각하지 않게 때문에 내가 박탈한 내 자식의 기회에 대해서는 별로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하나 내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낀다면, 그것은 그 아이에게 김학원이 가장 사랑하는 조카가 되는 기회를 박탈한 것이었다. 김학원의 조카가 된다는 것은 하나의 왕국을 거느리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그 아이는 생일선물로 반달곰이나 별똥별을 받을 것이다. (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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