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는 흥미롭게도 비밀주의를 즐기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로 인해 극적인 효과가 숱하게 발휘되었지만, 가장 친한 친구인 나조차도 속으로만 짐작할 뿐 계획이 정확히 뭔지 몰랐다. 홈즈는 비밀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은 혼자서 작전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는 금언을 극단적으로 밀고 나갔다. 나는 세상의 누구보다 홈즈와 가까웠지만, 항상 그와의 거리를 의식하고 있었다. (41~42)
정말 우린 집안으로 들어갔다. 그것도 놀랍도록 신혹하게....분홍빛 전등을 간간이 켜놓은 방 안은 어슴프레했다. 나는 숙녀가 어슴프레한 조명을 선호하는 나이가 된 모양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자존심 강한 미인이라도 나이는 어쩔 수 없는 법이다. (138)
저토록 차가운 가면 뒤에 숨은 충실함과 애정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라면 한번쯤 다치는 것도 괜찮았다. 아니 여러 번 다치더라도 좋았다. 맑고 강인한 눈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더니 굳게 다문 입술이 바르르 떨렸다. 나는 오직 한번, 위대한 두뇌뿐 아니라 위대한 마음을 엿보았다. 평생에 걸친 나의 소박하지만 한결같은 봉사는 바로 그 순간에 최고의 영예를 입었다. (197)
홈즈는 정해진 습관대로 사는 사람이었는데, 나는 그의 습관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는 바이올린이나 독한 담배, 오래된 검정 파이프, 참고서적...과 비슷한 존재였다....나는 그의 정신을 벼리는 숫돌과 같은 존재였다. 나는 그에게 자극이 되었다. 그는 내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걸 좋아했다. 사실 그가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말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의 얘기 중에는 침대를 앞에 놓고 말해도 무방한 것이 많았다. 그럼에도 그런 습관을 들인 뒤에는 내가 친구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말참견을 하는 것이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되었다. 내가 질서 정연하고 둔한 정신으로 그를 자극할 때, 그의 불꽃 같은 직관과 인상은 더욱 빠르고 생생하게 타올랐다. 우리의 동맹 관계에서 나의 보잘것없는 역할은 그러했다.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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