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리는 작가가 되겠어, 계속 쓰는 삶을 위해 - 출세욕 먼슬리에세이 2
이주윤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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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삼천 원을 치르고서 서울 그 어디서라도 이러한 고요를 구독할 수 있다면 그리할 텐데, 잡지나 신문만이 아니라 영상, 가전, 의류, 음악, 식료품까지도 구독하는 이 시대에 어째서 고요만은 구독할 수 없는지. 소란을 기피하는 건 진정 나뿐인가 자문해본다. - P94

장기하를 접한 이유로 나는, 내 글을 글이 아닌 노래라 생각하며 쓴다. 그리하여 다 쓰고 난 후에는 노래를 부르듯 글을 불러 본다. 눈으로 볼 때는 매끄러워 보였던 문장도 소리내어 읽으면 걸리는 것투성이다.
글을 읽다가 발음이 걸리면 부드럽게 고치고, 문장의 리듬이 마음에 걸리면 두 문장을 한 문장으로 합쳐보기도 했다가 한 문장을 두 문장으로 쪼개보기도 하며 적절한 리듬을 찾아낸다. 쉽표도 여기 찍었다 저기 찍었다, 쉼표 따라 숨을 여기서 쉬었다 저기서 쉬었다, 글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한 군데도 걸리는 곳 없이 능구렁이처럼 능글능글 읽힌다면 그제야 손을 뗸다. - P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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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가까운 사이 (스노볼 에디션) - 외롭지도 피곤하지도 않은 너와 나의 거리
댄싱스네일 지음 / 허밍버드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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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정체성과 독립성을 잃지 않기 위해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자율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이를 독일말로 ‘슈필라움(Spielraum)’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우리말에는 슈필라움의 의미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고 한다. 개념이 없다면 그 개념에 해당하는 현상도 존재하지 않는다. (김정운)

나라님이 아니래도 내가 기분이 나쁘면 나쁜 거다. 내 불편함에 타인의 허락은 필요하지 않다. 이 오지랖 넓은 세상 속에서 적어도 자기 감정에게만은 있는 그대로 존재할 자유를 줄 수 있기를.

배려받는 데 익숙한 사람일수록 상대방의 불편감을 놓치기 쉽다. 단순히 내가 편안하니 상대도 편안할 거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반대로 배려하는 성향이 강한 사람은 스스로가 자주 불편감을 느끼는 만큼 타인의 불편감에도 민감하기 마련이라서 자연히 점점 더 배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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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 - 홍승은 폴리아모리 에세이
홍승은 지음 / 낮은산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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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합의하지 않았어도 이미 사회에서 연인은 몸과 감정의 독점적인 소유가 전제된 관계로 정의되어 있었으니까. ‘정상 연애‘ 문법에서 친구와 연인은 서로에게 기대되는 무언의 약속과 책임의 무게, 몸과 마음의 독점권에서 뚜렷하게 구분되기 때문이다. - P28

기존 연애 공식 따위가 들어설 자리가 없는 지금의 상황은 방황이 되었고, 방황은 소통으로 연결됐다. 혼란은 대화를 만들고, 그 대화는 우리를 어디로든 이끌 수 있다. - P32

어쩌면 나는 연애라는 역할극에 젖어서 상대를 고유하게 바라보는 법을 잊어버린 게 아닐까. 나에게 연애는 타자를 만나는 일이 아니라 ‘남자친구‘의 역할을 채우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관계의 양상은 조금씩 달라졌지만, 내가 그에게 기대하고 그가 나에게 기대하는 바는 비슷했다. 관계의 고유성을 찾지 못하니 고유한 글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했다. - P97

어떤 노동은 벽돌처럼 차곡차곡 쌓여 돈,예술,인정,명예가 되고, 어떤 노동은 모래알처럼 손가락 사이로 흔적도 없이 빠져나간다. 한 번에 수십 가지 작업을 수행하는 고도의 전문적인 노동임에도 가족을 벗어나는 순간 이력서에는 공란만 남는다. - P230

다른 방식의 사랑은 불가능할까? 서로를 통제하지 않고, 존중하는 사랑은 불가능한 걸까? 단지 좋은 상대를 만나면 된다고 여기기에 사회에서 이야기하는 사랑의 모습은 낭만과 폭력이 위태롭게 공존하고 있다. 연애에도 전복적인 사유와 공부가 필요하다... - P36

은유 작가는 "사랑은 신앙이 아니라 생활양식"이라고 했다. 사랑과 연애는 낭만적 판타지가 아니라 함께하기 위한 끊임없는 협상과 노동이다...타자와 함께하는 일은 언제든지 배울 자세가 되어 있지 않으면 위태롭거나 권태로워진다. - 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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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책)방 - 공간욕 먼슬리에세이 4
이유미 지음 / 드렁큰에디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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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가 습관을 만들기도 한다. 독서 스팟이야말로 책 읽는 시간을 만들어준다고 나는 생각한다. 독서에 필요한 조건을 갖춰놓으면 얼른 그 자리에 앉아 책을 읽고 싶어지니까. - P21

서점은 책방 주인이 콘텐츠다. - P173

좋아하는 걸 지켜내기 위해서는 감내해야 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 P187

돌이켜보면 삶이란 ‘점을 찍는 일‘ 같다. 그리고 그 점들이 ‘선으로 연결되는 순간‘, 꿈으로 완성되는 게 아닐까 싶다.
좋아하는 책을 부지런히 읽는 것, 밑줄을 긋고 필사를 하고 내 글을 쓰는 것, 시간을 쪼개가며 좋아하는 일들을 그렇게 짬짬이 이어가는 것, 그런 순간들을 점처럼 찍다 보니 어느새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 P33

본능적으로 사람은 자기만의 공간을 필요로 한다. 그게 숨 쉴 구멍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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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혼자인 사람들의 일하기 - 비대면 시대에 우리가 일하는 방법
김개미 외 지음 / 글항아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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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기대고 의지하는 사람일수록 하나의 공간에 매몰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해진다. 돌아오기 위한 목적으로 떠나는 여행자처럼, 진정한 집순이는 집이라는 베이스캠프를 온전히 누리기 위해 짧고 긴 외출들을 적절히 안배한다. (김영글) - P200

쓰는 글의 완성을 위해 나는 언제나 "나는 춤을 출 때는 춤만 추고, 잠을 잘 때는 잠만 잔다"는 몽테뉴의 말을 지침으로 삼는다. 적어도 글을 쓰는 동안은 글만 쓸 수 있도록 나를 관리한다.
"춤을 출 때는 춤만 추기 위해" 에너지가 손상되는 일에 말려들지 않고 기분을 그르칠 체험이나 만남을 회피하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사교를 좋아한다면 글 쓰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불필요한 사교와 거리를 둔다는 뜻이다. 물론 사교와 거리두기는 절대적이지 않다. 사교와 거리두기는 "춤만 추기 위해서"이지 세상으로부터 나를 고립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춤을 출 때는 춤만 추기" 위해 불필요한 세상과의 사교로부터 거리를 둘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그 이유로 제한적으로 사교와 거리를 두고 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을 친구로 두면 된다. (노명우) - P122

프리랜서는 빛을 믿으면 안 됩니다. 영감은 매일 찾아오지 않습니다. 프리랜서의 생명은 성실성과 끈기라고 저는 믿습니다. 그렇게 일하다보면 영감님이 이 양반은 누구인데 이렇게 매일 문을 두드리냐면서 가끔 얼굴을 비추는 것입니다. (김겨울) - P16

나는 자유롭고 외롭다. 내면에 집중하고 거기서 들려오는 소리를 소재로 시를 쓴다. 생활은 단조롭고 생각은 단순하다. 이 상태를 유지하려고 엄청 노력한다. 심리적 항상성을 유지해야 시를 쓸 수 있다...우울감에 빠지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쓴다. 우울에 대한 시조차 우울한 상태에서는 쓸 수 없다. 그러므로 최선을 다해 고요하고 즐겁게 지낸다. 내가 나에게 쏟는 시간과 노력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 (김개미) - P38

가족의 성원이라면 누구나 자기 성향에 맞는 일을 택해 가사에 참여해야 하며 그러지 못해 집안이 어지러워지고 가족 간에 불화가 생기면 오히려 돈 버는 일에 지장이 생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려면 바깥일과 집안일을 분리해서는 안된다. (김택규) - P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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