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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 ㅣ 소울 시리즈 Soul Series 1
성석제 외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소울푸드’란 제목과 ‘삶의 허기를 채우는 영혼의 레시피’라는 부제, 그리고 ‘살아갈 힘을 주는 맛, 상처 난 마음을 다독이는 맛, 내 인생의 잊을 수 없는 맛’이란 띠지 문구를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만화 <심야식당>의 소소한 에피소드들이었다. 남에게는 별 것 아니게 보일 수 있어도 본인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 된, 혹은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된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들, 그래서 세월이 한참 지나고 평소에는 잊고 살다가도 어느 순간 간절히 생각나서 찾아먹으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되는 그 맛이 바로 ‘소울푸드’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이 책은 그런 만화 같은 에피소드를 21인의 잘나가는 작가들이 각자 맛깔스러운 글로 풀어보자는 기획이려니 예상했다.
그래서 내 마음대로 <심야식당>이란 만화와 비교해가며 읽었는데, 결과적으로 읽어가는 재미는 엇비슷했고, 공감과 감동은 덜했으며, 무엇보다 당장 뛰쳐나가 그 음식을 기어코 찾아먹게 만드는 충동에서는 좀 많이 밀렸다(확 땡겼던 음식은 빨계떡 정도…). 아마도 만화보다 극적인 요소가 적고, 그림으로 보여주는 부분이 적었기 때문이리라. 대신 이 책만의 수확이 있었다면, 같은 주제로 여러 명의 작가들이 쓰다 보니 각자의 글 쓰는 성향이 현격히 드러나서 본의 아니게 비교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점이다. 짧은 글이지만 “아, 이런 글을 쓰는 작가였구나”하며 다시 보게 된 작가도 있었고, 글은 잘 쓰지만 내용은 좀 억지스런 작가도 있었으며, 아예 모르거나 이름만 알다가 새로 만나게 된 작가도 있었다. 또 개인사가 담긴 에피소드 덕분에 좋아하던 작가들의 새로운 면모를 알고 반갑기도 했다. 다른 곳에서 다시 이 작가들의 이름을 만나면 조금은 더 친근하게 느껴질 것 같다. 아래는 유일하게 밑줄 그은 구절.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며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고 술에 의지하며 살다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사람들에게 높게 벽을 쌓고 누구도 믿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그리고 너덜너덜해진 마음처럼 몸도 엉망이 되어 있었다. 어떻게 할 수 없이 스스로가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느끼는 순간, 문득 떠올랐다. 내가 이렇게 나 자신을 마취시키려고 술을 마신 건 아닐 텐데, 더 멋진 삶을 살기 위해 술과 함께 가려는 것 아니었던가. 달과, 자연과 더불어 마시기로 한 스스로와의 약속은 어디갔지? 술 마시며 바라보지 못한 꽃나무들도 수두룩하고, 달을 바라보며 마신 기억도 거의 없는데. 이 지구에서 아직 못 가본 멋진 곳들도 너무나 많다. 낯선 곳의 사람들이 즐거울 때, 하루를 마감하며 마시는 술들도 마셔보려면 아직 멀었는데. 힘든 하루가 끝나고 혼자 마시는 맥주 한 캔, 와인 두 잔, 소주 넉 잔이 없다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슬플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게, 술과 함께하는 내 꿈속의 인생을 위해, 난 중독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술이 유일한, 최고의 위안이자 친구라면, 난 좋은 사이를 유지해야만 했다. (19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