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책은 차곡차곡 진행중에 있습니다. 

원고는 이미 다 넘겼고, 이제 수정 작업과 책 날개에 들어갈 서평 부탁 (수락은 한 상태이나 제가 아직 원고를 못 보냈어요. 일단 완벽한 수정분을 넘기려구요) 을 해야하고. 제목과 표지 시안 회의가 남았습니다. 

만약 순서대로 일이 진행된다면 3월 말에는 수정이 끝난 원고가 완성될 것이고, 4월에는 제목과 표지를 정한다음. 5월이면 발주를 내서, 6월 초에는 책을 뽑아낸다. 입니다. 뭐 이대로 될지는 모든 일이 그렇지만 다 두고 볼 일이겠지만요. 

알라딘을 자주 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책 이외에도 연재물이 2개, 방송이 하나, 이동통신 3사와 함께 하는 연애상담이 있어서 생각보다 쉽지는 않네요. 

그래서 저도..참. 싸이월드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화면이 작아서 그럴까요? 부담이 덜 되더라구요. 흐흐 지난날 싸이월드 하는 작자들은 다 이상해 라며 외치던 제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혹시 여기서 제 소식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실까봐 싸이월드 주소를 남겨드리겠습니다. 

앞으로 책이 나오기 얼머전까지는 아마 거기서만 소식을 전하고 여긴 책 리뷰 정도나 쓸것 같네요.  

책이 나오는 그날까지 다들 안녕하시길.. 

http://www.cyworld.com/niflheim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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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9-03-1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해요. 두 번째 책. ^^ 많이 바쁘시네요.

무해한모리군 2009-03-17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서 다음권 책을 기다려보겠습니다.

마노아 2009-03-17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소가 틀렸어요. 엄한 데로 가네요. 싸이월드에서 l이 빠졌군요. ^^

플라시보 2009-04-23 0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고쳤습니다. 마노아님 쌩유~
 

살면서 나는 운이 없지도 있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노력한것 이상으로 받은적도 별로 없었고, 그렇다고 죽어라 노력하는데 아무것도 안되는 일도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저 세상. 고만고만하게 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오늘 두 번째 책의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첫 번째 책을 계약한지 꼭 1년만의 일이다. 그때 그런 생각을 했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어쩌면 내 인생의 처음이자 마지막 책이 될지도 모르는데 그게 하필 연애서구나 하는. 물론 째지게 운이 좋다는 생각도 했었다.  

작년 4월부터 인터넷에 연재했던 잡문들을 읽고 은행나무 출판사에서 연락이 왔다. 연재를 새로 시작할 당시 늘 하던 연애를 쓸 것인가 아니면 좀 더 스펙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서 다른 글을 써야할까 고민하다가 모험을 해 보기로 했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그게 반응이 괜찮았나보다.  

나는 아직도 신기하다. 내가 책을 낸다는 것이. 그리고 그 책이 사람들에게 읽힌다는 것이. 아마 이건 내가 앞으로 운이 좋아 몇 권의 책을 더 낸다 하더라도 여전히 그럴 것 같다. 어떤 일은 아무리 자주 겪어도 심드렁해지지 않는 일이 있는데 내게 있어서는 책이 그런것 같다. 

소소한 글을 인터넷에 쓰면서 나는 내게 글 쓰기가 취미 이상은 될 수 없다고 생각했었다. 정식으로 공부를 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누구나 감탄할 만한 재능이 있었던 것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사람들이 예쁘게 봐 주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이 나에게 따뜻한 말들을 해 주지 않았다면 나는 과연 계속해서 글을 쓸 수 있었을까?  

두 번째라서 많이 두렵다. 첫 번째의 경우 처음이니까 뭘 몰랐다는 변명이라도 통하지만 이제는 그것도 핑계거리가 되지 못한다. 지금 내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그리고 사람들을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기회라는 것이 그렇게 될때까지 주어지는건 아닐테니까 말이다. 연재를 모아 내는 책이라서 이미 원고는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나는 달달 떨릴 정도로 두렵고 무섭다.  

세상에는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정말이지 너무나 많다. 가끔 사람들의 블로그를 보다가 보면 아니 왜 이런 사람이 책을 내지 않았을까 싶은 사람들 천지이다. 그 중에서 내게 기회가 온 것은. 정말 순전히 운이 아주 좋아서이다.  

행복하냐고 묻는다면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고 대답하고 싶다. 책이 나오기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릴지 모르겠지만, 또 원고를 고치느라 얼마나 머리아플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은 좋다. 딱 며칠만 이 기분좋은 상태를 누리고 싶다. 그래도 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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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2-09 0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하게 축하!^0^

하루 2009-02-27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축하드릴 일이네요. :)
 

다이어트라고는 정말 안해봤었다. 내가 좀 무식하게 먹어도 살이 안찌는 재수없는 타입인지라(왕년에 별명 쓰레기통이었다.) 그런걸 신경 써 본 적이 없었다. 다이어트를 하지 않아도 내 몸무게는 언제나 44kg. 밤 좀 새서 술을 푸면 43kg까지 내려갔으니 다이어트를 하면 그게 미친거지.  

한 3일 정도 다이어트는 해 봤다. 잡지사에서 인터뷰 요청 있을때나 방송 출연 있을때. 그때는 얼굴이 좀 작아보이면 좋겠다는 욕심으로 해 본거였다. 벗뜨 그러나. 작아지라는 얼굴은 그대로고 몸에 살만 줄어서는 안그래도 좁은 어깨. 더 좁아 보였다.  

그런데 작년 10월부터 슬슬 살이 붙기 시작했다. 이야 얼굴 좋아졌구나 하는 인사는 11월 말까지만 유효했다. 그 이후로는 너무한거 아니냐, 인생 포기한거냐, 세상에 살 안찌는 체질 같은건 없구나 등등. 허나 이런 말들 보다 내가 받는 스트레스가 더 컸다. 이건 뭐. 맞는 옷이 있어야 말이지. 내가 미쳤다고 44 사이즈만 샀던가 겁나게 후회했다. 집구석에 있는 추리닝까지 XS (스몰보다 한 단계 더 아래) 뿐이니 정말 입을 옷이라고는 한여름 월남 치마밖에 없었다. 심지어 속옷들까지 다 작아졌다. 몸이 불고나니 딱 맞았던 캐미솔의 경우. 배가 훌렁 드러나 버렸고. 팬티는...에이 말을 말자. 

12월 말에는 급기야 눈물을 머금고 옷을 다시 사기 시작했다. 늘 외출할 일이 있는건 아니지만 어쨌건 일주일에 한번 있는 라디오는 하러 가야되었으므로 (한동안 모자쓰고 괴상한 옷 입고 갔더니 PD가 집에 무슨 일 있냐고 물었다.) 근데 옷을 사러 가니까 예전 라인이 전혀 나오지 않는거였다. 무조건 그 집에서 제일 작은걸 입으면 됐었는데, 불고 나니 내 사이즈를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래저래 입어보니 55였다. (단 44가 존재하는 집에서의 55. 요새 55만 있는 곳은 거의 44라고 보면 된다.) 망가진 라인을 어떻게건 감추려니 옷 가격이 장난이 아니었다. 물론 비싼 옷을 걸친다고 해서 죽은 라인이 살아나는건 아니지만 내 심리가 그랬다. 이제 더 이상 후줄근한 옷을 이 몸에 플러스 시키면 마흔처럼 보이고 말거라는.  

그러다가 12월 31일. 아주 독하게 마음먹었다. 곧 새해도 밝아오는데 이 몸이 웬말이냐 싶은 생각이 들었다. 거기다 살이 찌니까 매사가 짜증스러웠다. 밥을 먹어도 짜증나고, 굶어도 짜증나고. 그래서 좀 본격적으로 다이어트를 해 보기로 했다. 이래가지고선 내가 못살겠구나 싶어서.  

우선 늘어진 체육복 대신. 미국에서 친구가 보내준. 거의 엉덩이 골이 다 보일듯한 트레이닝 바지를 다시 꺼내 입었다. 정말이지 이건 스키니진보다 더 붙어주셨다. 입고나니 무심코 앉았다가는 재봉선들이 터질것 같았다. 더 골때리는건 바지 라인 위로 축 쳐진 배였다. 배가... 참 뭐라 할 말도 없이 튀어나와 있는데. 아. 난 이제 다 된건가 싶었다. 그래도 악착같이 그 옷만 입었다. (덕분에 지금은 살짝 떨어졌다. 빨고는 바로 말려서 또 입고 또 입었다.)  

그리고 외출할때는 작년에 산 프리미엄진을 입었다. 그게 약간 날씬해 보이는 효과도 있긴 했지만 무엇보다도 날씬할 당시에도 흐읍 하고 호흡을 해야 할 정도로 딱 붙는 바지였다. 스키니진이 아닌 부츠컷이긴 했지만 윗부분이 장난 아니었다. 거기다 그 바지의 골반 사이즈는 26이었다. 난 허리도 26은 더 나갈것 같은데 말이지. 그야말로 골반이 뽀개지는것 같았다. 골반이 뽀개지던지 살을 빼던지 사생결단을 내지 않으면 조만간 휠체어를 타야할것 같았다.  

살을 빼느라 밥을 굶기 시작하면 제일 먼저 피부와 머릿결이 상한다. 그래서 나는 매일 세안 후에 쌀뜨물과 우유(라고 하니 몹시 그런데. 어디까지나 유통기한 지난 우유로 아주 조금만 쓴다.) 로 다시 한번 헹궈주고 머리도 감을때마다 헤어팩을 열심히 해 줬다. 그 결과. 피부도 살이 쪘을 때 보다 훨씬 좋아졌고 (솔직히 그때는 만사가 귀찮아 세수 자체를 잘 안했더랬다.) 머리에도 윤이 나기 시작했다.  

특별히 뭔가를 먹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만 밥 공기를 바꿨을 뿐이다. 대게의 한국인은 탄수화물 때문에 살이 찐다. (미쿡 아해들은 고기 되시겠다.) 따라서 밥 반찬은 그냥 먹더라도 밥의 양을 줄이면 놀랍도록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지간하면 기름진 음식은 한번 기름을 닦고 먹었다. (과거에는 접시에 흐르는 기름조차 핥았었다.) 야채도 많이, 과일도 많이, 물도 많이 먹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달달한 다방 커피 대신 여러가지 차를 구비해놓고 시시때때로 마셨다. (녹차, 루이보스티, 계피차, 귤피차, 모과차, 페파민트차를 번갈아 마심)  

마지막으로 거울을 자주 봤다. 그리고 주문을 걸었다. 나는 원래 날씬하다. 날씬하다. 날씬하다. 그리고 집에만 있으면 어찌나 부지런하신지 하루 4~5끼를 먹어대서는 자주 외출 할 일을 만들었다. 외출을 해야 그 망할 프리미엄진 (내가 진짜 이거 입고, 죽어도 그 안에서 죽는다 라는 각오로 입었더랬다.) 을 입으니까. 그랬더니 새해가 밝고 얼마 안되고부터 조금씩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러 저울에 달아보지는 않았다. 중요한건 근수가 아니라 실제 보여지는 내 몸이니까. (그거 보면 화딱지 날 것 같았다. 이썅. 이렇게 굶었는데 숫자 그대론거지 지금? 우이쒸) 

그렇게 미친듯이 뺀 다음. 지난 설 연휴에 미친듯이 나가 놀았다. 선배도 보고 후배도 보고 친구도 보고 그들이 불러댄 모르는 사람도 또 보고. 그리고 드디어 쾌거를 이뤘다. 누군가가 나 보고 최소 26에. 최대 29살로 본 것이다. 움홧홧홧. 그러니까 제일 나이 많게 봐도 난 내 나이보다 무려 5살이나 어려 보인것이다. (물론 그들은 새해 덕담이라는 말을 해서 내 손에 죽을뻔했다만)  

살이 쪘을때는 말도 못하게 나이가 들어보이더니만 (거울만 보면 웬 중년 여성이 째려보더군) 살을 빼고 신경을 쓰기 시작하니 젊어보인 것이다. 뭐. 나이 들면 나이 든대로 자연스럽게들 살라고 하지만 개뿔! 이 사회는 젊고 어린것들을 원한다. 더구나 연애칼럼을 쓰는 여자가 중늙은이 라는건 아무도 용서 안해준다.  

아무튼지간에 살이 쫙쫙 빠져서 이제는 더 이상 그 바지를 입어도 골반이 뽀개질것 같지도 않고. 그 트레이닝복을 입어도 배가 솟아오르지 않는다. 이제 여기서 조금만 더 덜어내면 과거 전성기때 부럽잖을 것이다.  

예전에는 그랬다. 살찐 이들이 살이 안빠져 고민할때. 속으로 그랬다. 아니 왜 살을 못 빼? 없는 키를 키우는 것도 아니고 심은하처럼 얼굴이 예뻐지는 것도 아닌 단지 살이잖아? 그거 좀 덜 먹고 움직이면 되는거 아니야? 아...지금은 실로 깊이 반성한다. 그게 꼭 그런게 아니더라고. 정말 살을 빼는건 담배를 끊는 것, 술을 끊는 것, 남자를 끊..이건 아니구나. 아무튼 그런것들 못지 않게 의지력을 그리고 꾸준함을 요하는 일이었다. 나는 단 한달을 했을 뿐이지만. 살이 좀 과하여 몇 개월을 그래야 한다면 과연 해 낼 수 있었을까?  

문득. 일평생 다이어트중인 우리 고모가 떠오른다. 고모는 볼때마다 '살 좀 빠진것 같지 않냐?' 라고 말했다. 적어도 내가 철 난 이후. 우리 고모의 첫 마디는 항상 저 말이었다.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는 우리 고모. 굶으면 오히려 부어버린다는 우리 고모. 새해에는 고모에게 살빠지는 기적이 일어나면 좋겠다. (고모 나 이제 완전 고모 이해하잖아. 그동안 입으로 안다고 했던거 뻥이었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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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1-30 09: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55가 되셨다고 살을 빼시다니.. 이기적인 몸매의 소유자시군요 ^^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 이 드라마가 DVD로 출시된다면 구입을 할지도. 그만큼 이 드라마는 내가 최근들어 가장 재미있게 (라고 말하기에는 김하늘이 나온 그 드라마도 만만치 않았다만) 본 드라마였다.  

노희경의 드라마는 모든 사람들이 다 좋아하지는 않는다. 폐인이라는 말이 생기기 전 부터. 분명 노희경 드라마에는 폐인이라 불리울 만한 마니아들이 존재했었다. 물론 드라마 작가로서는 마니아 드라마라는 다소 시청률과는 무관한 인기가 좋을수만은 없겠지만 늘 비슷비슷한 것들의 향연인 TV드라마 속에서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어필하는 드라마가 존재한다는 것은 반가운 일임에는 틀림 없다.  

일단 예전의 노희경 표민수 표 드라마가 얼마나 재미있고 좋았는지에 대한 얘기는 접어두겠다. 이건 순전히 내 개인적인 의견이지만 나는 그 콤비의 드라마 중에서 이 드라마가 가장 좋았으니까.  

이 드라마에서는 시작 초 부터 송혜교에 대한 연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솔직히 말해서 뭐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물론 그녀는 연기력에 비해. 그리고 활동 내용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평가된 면이 없잖아 있다. (그리고 그 과대평가는 정말이지 너무 이뻐버려서인거지) 순풍 산부인과에 나올때만 해도 송혜교는 예쁘장하고 통통하고 말 빨리 하는 신세대 탈렌트 정도였는데 가을동화와 올인 같은 작품 덕택에 갑자기 대스타로 둔갑하게 되었다. 따라서 나는 애초부터 그녀에게 엄청난 연기력을 기대하지 않았다. 활동 기간은 길었지만. 스스로 조용히 쌓아올리는 시간을 주지 않은건 어쩌면 대중이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녀에게 연기력 보다는 그 예쁜 얼굴을 비추는 것으로 만족했으니까.  

그러므로 나는 여기에서 송혜교가 특별히 드라마에 누가 될 만큼 연기를 못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 또 그런 사정들을 이래저래 봐 주지 않아도, 여기에서의 송혜교는 귀여운 구석과 독한 구석. 그리고 냉철했다가 와르르 무너지는. 그러니까 드라마 여주인공으로써는 꽤나 다채로운 내면을 소유하고 있는 여자 역할을 그럭저럭 잘 했다고 본다. 첨부터 끝까지 착하고 지고지순하기만 하면 되는 겨울연가라던지. 그저 곰 세마리 부르면서 귀여움만 떨어도 다들 잘 봐줬던 풀 하우스에 비해. 여기서 그녀가 하게 된 주준영이라는 여자는 현실에서 살고있는 우리들 만큼이나 갈팡질팡하는 여자가 아닌가 말이다.  

연기력 논란이라면 나는 오히려 현빈에게 그 혐의점을 발견했다. 현빈은 알다시피 그리 길지 않은 경력에 비해 연기를 잘 하는 연기자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현빈은. 늘 그랬던건 아니지만 때로는 너무 정형화되고 구태의연한 연기를 보여줬다. 캐릭터를 너무 모범적으로 분석해서인지 아니면 연기 좀 했다 하는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쪼' 가 붙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드라마에서의 그는 내내 자연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었다. 자꾸만 인위적으로 느껴졌고 어쩐지 이 역할을 버거워하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게했다. 물론 극중 역할이 송혜교와 마찬가지로 굉장히 이중적인 면을 갖고 있고, 그걸 겉으로 드러내는 편인 주준영에 비해 그가 맡은 역은 보여지는 자신과 실제의 자신이 꽤나 다른 캐릭터이긴 하다만. 어쩐지 그것 만으로는 핑계를 대기가 부족해 보인다.  

이왕 연기력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이 드라마는 그야말로 조연들의 승리이다. (사실 이 드라마에서의 대외적 주인공은 송혜교와 현빈이지만 나머지 인물들에게도 주연 만큼의 무게가 실려있다. 그 점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미덕 중 하나이다.) 말이 조연이지 이들은 전혀 조연스럽지가 않다. 주연을 위해 억지로 짜 맞춰진듯한. 주인공을 위해 한없이 희생하거나 아니면 이유도 없이 주인공들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드라마용 성격파탄자는 등장하지 않는다. 특히 배종옥의 경우. 그녀의 재발견이라 부르고 싶을 정도로 이 드라마에서는 매력적이었다. 우리나라 여배우들은 나이들면 갈길이 딱 두 가지이다. 그다지 예쁘지 않고 연기에 치중한 배우인 경우에 맡게 되는 역할은 주인공의 엄마나 아줌마.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스스로는 물론 대중도 인정하지 않을만큼 놀랍도록 젊은 외모를 유지하면서 드라마보다는 CF에 치중하면서, 어쩌다 한번씩 굉장히 비싼 출연료를 받고 자기 나이보다 훨씬 어린 역할을 하는 것. 사실 이 드라마에서 배우 역인 배종옥 역시 후자 까지는 아니지만 지 나이를 망각한채 젊고 이쁜 역할을 하고 싶어하는 여자로 주변인들에게 비춰진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이 여자에게는 삶이, 일이, 사랑이 있었고. 또 제일 중요한 진심이 있었다.  

극중에서 멋있다라는 말을 가장 자주 듣는만큼. 이 드라마에서 배종옥은 끝내주게 멋있게 나온다. 보톡스를 맞았는지 자가 지방을 이식했는지 아무튼 주름하나 없이 놀랍도록 젊고 예뻐서가 아닌. 그녀는 정말 말 그대로 멋있는 여자였다. 극중 캐릭터를 위한 과감한 의상과 큼직한 악세사리를 그녀만큼 자기 몸처럼 소화하는 배우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다들 장미희의 의상과 악세사리를 갖고 난리던데, 아름다웠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모든게 장미희 일부처럼 녹아들었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쿨하다는 말을 찌질하다는 말 보다 더 싫어하는 나 이지만. 그래도 쿨한 누군가를 꼽으라고 하면 나는 주저없이 이 드라마에서의 배종옥 역할을 꼽고 싶다. 그녀는 환상속에 살지도 그렇다고 너무도 현실적이지도 않은. 하지만 두 발은 분명 땅을 디디고 섰고 두 눈은 앞을 똑바로 내다보는 그런 똘똘한 여자이다. 그렇다고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혼자 고고한척 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녀는 누군가의 눈에 천박 내지는 싼티로 보일 정도이니까. 

또 하나의 조연중 빛났던 사람을 꼽자면 극중 작가로 나왔던 김여진이다. 김여진은 정말 여기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다. 하나도 과장되지 않고. 하나도 가식적이지 않은. 정말 이 여자 실제로 존재하는 작가인것 같다는 느낌을 발휘한건 비단 노희경이 자신의 직업과 똑 같은 캐릭터를 노련하게 탄생시켜주어서 만은 아닐 것이다. 극중에서 가장 촌철살인의 대사를 내뱉고 (내가 뽑은 베스트의 대사는 거의 이 여자 입에서 나왔다.) 또 극중에서 스스로를 냉정하게 바라보다가도 또 연민에 빠지기도 하는. 자기 자신을 대하는 모습이 가장 실제같은 인물이었다. 여느 작가라면 분명 김여진의 역할을 쿨한 여자로 그렸겠지만 여기서의 김여진은 절대 쿨하지 않다. 남의 연애사 얘기에 환장하고 (글을 위해서이기도 하겠지만 극중에서 보면 이 작가는 정말 재미있고 듣고싶어서 듣는것 같다.) 울기도 잘 울고. 사는것도 약간은 구질스럽고. 아무튼 내가 만약 작가로 살았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에 비해 온에어의 송윤아는 너무 편협하고 희화된 캐릭터였다. 물론 내가 겁나 재밌게 본 드라마라 씹기는 불편하다만. 사실은 사실이니까) 

가장 좋았던 장면은 송혜교와 김여진. 그리고 배종옥이 모여서 그냥 노닥거리는 장면이었는데. 아...정말이지 우리들이 노는걸 작가가 어디서 훔쳐본건 아닐까 싶었다. 약간 무심함을 과장하며 괜히 폼 잡다가 시선이 자기에게 집중되면 못 이기는척 하며 청중들을 향해 자신의 얘기를 날려주시는 송혜교. 어디서 어떤 얘기가 흘러나오건 절대 휩쓸리지 않고 자기 중심을 잡으면서도 결코 남들에게 위화감을 심어주지 않는 배종옥. (특히 왕언니랍시고 아가들아 인생이란 말이지 등의 훈계스런 장면이 없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자신의 얘기는 별로 없지만 남의 얘기를 듣고싶어 미치는. 또 그걸 약간은 과장되고 호들갑스럽게 표현하며, 늘 오늘 놀고 죽자의 정신으로 그날의 수다나 술자리에 임하는 김여진. (굳이 나누자면 내가 이 타입인것 같다.) 송혜교의 올망졸망한 얘기. 배종옥의 똑 부러지면서도 느긋한 얘기. 그리고 김여진의 정말 죽음인 추임세까지. 이런 장면들은 너무 소중해서 내 집 한 구석에서 무한재생을 시키고 싶을 지경이었다. 

나는 이 드라마에서 현빈과 송혜교가 연애를 하고 키스를 하고 그러다 헤어지고 만났다를 반복해서가 아닌. 드라마의 등장인물들 모두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본 것 같다. 되게 멋있지도 근사하지도 않지만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그들. 보면 볼수록 자꾸 정이 드는 그들. 정말 드라마를 만드는 일이 그들이 사는 세상과 비슷하다면 나는 왜 애진작 드라마쪽에 하다못해 막내 스텝으로라도 구르지 않았을까 뼈아프게 후회할 것이다.   

쓰다보니 얘기가 너무 길어져서 빠졌지만 여기에 잘 나가는 PD -이름은 모르겠다만 예전에 시트콤에서 이해영 상대역으로 나왔던- 도 충분히 매력적이었다. 다른 인물들에 비해 조금은 과장된 감이 없잖아 있긴 했지만 뭐랄까 제대로 된 나쁜 남자는 이런 남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나쁘다는게 아니라. 나쁜 남자는 여자에게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참 나쁘다는 것을 보여줘서 좋았다. 그리고 원로 여배우 트리오도 만만찮게 좋았고. 그 여배우 하나에게 징징대는 파마머리 -CF에서 인상적이었던- 배우도 좋았다. 신인인것 같은데 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발군의 캐릭터 해석력과 연기력을 보였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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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장미 2009-01-10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드라마 좋아했는데, 비슷한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 등장인물들이 모두 사랑스럽죠? 현빈과 송혜교는 또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으흐 보기만 해도 좋더라구요!

마노아 2009-01-10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전 노희경씨 책을 보면서 드라마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글을 보니 또 빠심이 충전되고 있어요. 저도 송혜교 연기가 왜 논란이 되는지 참 이해가 안 갔어요. 김여진씨랑 윤여정씨 참 좋았답니다. 아, 그리고 겨울연가는 최지우가 주연이었고 송혜교는 가을동화 주연이었어요. 전 가을동화는 못 봤지만^^

2009-01-10 15: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선생 2009-01-11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재밌게 본 드라마에요. 일하면서 모니터 화면에 쪼끄맣게 창을 띄우고서라도...
님이 잘 기억못하는 그 PD 손규호 PD로 나온 배우는 엄기준이랍니다. 제가 참 좋아라하는 배우죠. 뮤지컬도 하고 연극도 하고. 요즘 이 배우가 너무 좋다했더니만 남편이 또 바뀌었냐 하더군요. ㅋㅋㅋ

보물선 2009-01-12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좋아서 받아놓은 파일 그대로 소장하고 있지요~ 나중에 또 볼라구요*^^* 뽀글머리 파마한애는 최다니엘입니다. 정말 이드라마의 모든 캐릭터는 하나하나 살아있어요!!!
 

더 화려하게, 더 대담하게... 전세계를 사로잡은 그녀들이 온다. 더니 정말로 왔다. 다만 카피처럼 더 화려하고 대담한게만 돌아온건 아니다. 그녀들은 나이를 먹었으며 (극중 사만다 존스가 50회생일을 맞이한다.) 사랑과 결혼에 대해 어느정도의 해답을 찾아서 돌아왔다.

적자에 허덕이며 꺼져가는 HBO를 기적같이 살린 드라마 한 편이 있었다. 바로 섹스 앤 더 시티가 그 주인공. 드라마의 주연은 영화나 드라마보다 연극쪽에서 재능을 더 인정받았던 사라 재시카 파커. 솔직히 나는 사라 재시카 파커를 화성침공에서 처음 봤었는데 (단발머리 리포터로 나와서는 나중에 개와 몸이 바뀐다.) 그 긴 얼굴 생김새하며, 가뜩이나 긴 얼굴을 더 길어보이게 하는 단발머리에 괴상한 옷차림을 보고는 뭐 저런 여배우가 다있나 싶었었다. 피어스 브로스넌의 상대로 나올 정도면 영~ 신인은 아닌것 같은데 암만 봐도 카메라 맛사지를 받은 여배우의 그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사라는 캐리 브레드 쇼 라는 딱 맞는 옷을 입음으로써 미운오리 새끼에서 (헐리웃에서 그랬다는게 아니라 나한테서) 백조로. 그야말로 극적 재탄생을 하게 되었다.

드라마에는 총 4명의 뉴욕 맨하탄에 사는 여성이 나오는데. 신문에 연애 칼럼을 쓰는 캐리 브레드 쇼.(이 드라마의 제목이 바로 캐리의 칼럼 제목이다.) 홍보회사 대표로 있는 사만다 존스. 미술관 큐레이터인 샬롯. 그리고 변호사로 있는 미란다 홉스. 이렇게 4명이다. 극중 그들은 절친한 친구로 나오는데 나이는 사만다가 가장 많고 (다른 사람들보다 2살 정도 연상인듯) 나머지는 비슷한 나이이다. 네 명의 캐릭터는 각자의 역할이 분명하나 가장 불분명한게 바로 주인공인 캐리다. 캐리는 요조숙녀도 그렇다고 섹스에 대범한 여자도 아니며 로맨스를 믿는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척 현실적인 여성으로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로맨틱함에 목숨을 거는 샬롯과 섹스의 화신 사만다. 그리고 이성적이기 그지 없는 미란다를 적당히 잘 섞고 거기다 몇가지 양념을 더하면 캐리가 된다. (그 몇가지 양념에는 패션에 대한 활활 타오르는 열정을 가장 많이 넣어야함은 물론이다.)

뉴요커답게 이들의 패션 아이템은 정말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마크제이콥스, 디올, 랑방, 크리스찬 라끄르와, 루이비통, 샤넬, 프라다, 에스까다, 베르사체, 돌체 앤 가바나, 구찌, 비비안 웨스트우드. 거기에다 저 유명한 구두 브렌드인 마놀로 블라닉과 지미추까지. 뉴욕에 사는 이 싱글 여성 4명은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상표를 달고 나오며. 시즌 내내 단 한번도 같은 옷을 입고 등장하지 않는다. 내 생각이지만 이들의 의상 담당은 시즌마다 이들에게 새로운 패션을 입히기 위해 전세계의 모든 브렌드를 다 뒤졌을 것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그 중에서 캐리 브레드쇼는 특히 패션에 죽고 패션에 산다. 강도를 당했을때도 다 가져가도 자신이 아울렛에서 억지로 건진 마놀로 블라닉 만큼은 가져가지 말라고 애원하며 (목숨이 아닌 구두를 애원하다니..) 전세금이 없어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면서 자신에게 있는 구두를 전부 모으면 집 한채 값임을 한탄하고 (그렇지만 또 다시 사제끼고) 지나가다가 너무 예쁜 구두 (지미추인지 마놀로인지 헤깔린다만) 를 보고는 시즌 내내 단 한번도 보여준적 없는 너무나 애절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헬로 러블리' 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 구두는 나중에 미란다가 그 위에 양수를 촥 하고 쏟아주신다.)

솔직히 말하자면 신문에 칼럼쓰고 책 한권 낸 캐리 브레드쇼가 그토록이나 많은 브렌드의 많은 제품을 어떻게 다 구입하는지 정말 신기할 따름이지만 (1자당 5달러를 받는다고 쳐도 말이다.) 여하튼 그녀는 모든 브렌드의 모든 아이템을 다 갖고 있는. 그야말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보여지듯 그녀의 집은 보그나 엘르 같다. 사실 캐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는 좀 좁은 편인데 그 많은 구두와 가방과 옷과 악세사리들을 다 어떻게 수납하는지 용하기도 하다. 아마 그녀는 연애칼럼이 아닌 마샤스튜어트의 날씬하고 패셔너블한 버전이 되어 '완전하고도 완벽한 수납공간 활용' 같은 책을 냈으면 더 대박을 쳤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4명의 여성들이 늘 패션에만 목숨을 거는것은 아니다. 그녀들은 사랑에도 우정에도 목숨을 건다. 매주 토요일이면 느긋하게 브런치를 즐기며 서로의 일주일을 얘기하고 (이것 때문에 우리나라에도 어지간한 카페에는 모두 브런치 메뉴가 생겼으며. 늦은 점심먹자 란 말 대신 브런치 어때? 라고 말하는 느끼족들도 속속 출몰하는 계기가 되었다.) 둘씩. 혹은 셋 씩만 만나서 볼일 (거의 쇼핑이지만) 을 같이 보기도 한다. 극중에서 가장 바쁠것 같은 사람은 사만다지만. 실제로 그녀는 거의 바쁘지 않아 보인다. 그녀가 일을 하는 장면은 직접적으로 나온다기 보다는 홍보를 맡은 회사의 오너와 바람이 난다던지 하는 식으로 간접적으로만 표현이 된다. 하지만 가끔 그녀는 힘을 썼다면서 최고의 포터그래퍼와 디자이너를 한군데 모으기도 하고 패션쇼 앞자리를 4개쯤은 우습게 빼내며, 협찬을 받지 못하는 명품 브렌드는 없다. 정도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럼 극중에서 누가 제일 바쁜가. 바로 변호사 미란다다. 내 생각에 그녀는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도 이만저만 초과하는게 아니다. 그녀는 자수성가에 똑 부러지며 이성적인 타입으로써 내가 4명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이기도 하다. (특히 아기 낳을때 간호사나 의사가 힘줘요. 어머 어쩌고 저쩌고 호들갑을 떨지 못하도록 캐리에게 당부하고 '끙' 하고 한번만 힘을 준 다음 브레디를 낳는 장면은 그야말로 내가 여태까지 본 아기 낳는 장면을 다룬 모든 드라마, 영화, 다큐 중에서 가장 감동적이었다.) 안바쁘기로는 캐리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맥북을 들고 설치기는 한며. 극의 마지막은 주로 캐리가 찍어대는 글짜들이 화면에 나오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샬롯 요크가 가장 한가하다. 그녀는 있는 집 자식으로 태어나 있는 집에 시집가서 이혼한다음 위자료를 왕창 받은 케이스로 (그렇다고 해서 그걸 받아내려고 오만가지 악의적인 방법을 다 쓴건 아니다. 왜냐면 샬롯은 가장 비현실적인 캐릭터로 나오기 때문이다.) 늘 부자로 산다. 하지만 패션에 있어서는 가장 뒤진다. 왜냐면 그녀는 주로 조신녀 패션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지루하기 그지없는 랄프로렌이나 버버리를 가장 많이 걸치고 나온다. 저런 이유에서 대게 여자친구 때문에 억지로 이 드라마를 보는 남자들은 샬롯을 가장 좋아라한다.

사랑에 있어서 샬롯은 늘 백마탄 왕자님을 기다린다. 하지만 실제로 꽃미남 스타일을 만나서 연애하지는 않는다. (마지막에 유태인 아저씨는 완전 미니미처럼 생겼다.) 다만 늘 로맨스를 꿈꾸고 로맨틱한 상상을 즐겨하며 어떤 일에도 오바스런 반응을 보이나 그걸 사랑스럽게 승화시킬 줄 안다. (예쁘니까.) 반면 미란다의 사랑은 샬롯의 정 반대 지점에 있다. 그녀는 사랑에 있어서도 철저하게 이성적이다. 누가 변화사 아니랄까봐 말도 엄청 조리있게 한다. 바텐더와 사귈때도 섹스가 끝나면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러니까 억지로 웃어주면서) 즐거웠어 잘가. 이게 다다. 그렇지만 그녀는 냉혈한은 아니다. 캐리가 가장 믿음직하게 여기며 이런저런 충고를 받는 존재이며, 가끔은 그녀도 매우 인간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다음은 미란다. 미란다야 말로 가장 심플하고 확실한 사랑을 한다. 바로 섹스에만 포커스를 맞추기 때문이다. 그녀는 오히려 미란다보다 더 관계의 심플함을 추구한다. 사랑이나 감정같은게 구질구질하게 따라붙는것을 싫어해서 선물을 받으면 꼭 아무 의미가 없는지를 확인 한 다음 기뻐하며 받는다. (약혼 반지랄지 그런걸 질색한다.) 극중에서 가장 화끈한 베드씬을 가장 많이 연출하는데. 실제로 그녀의 비중은 매우 작았으나 인기가 크게 올라서 매 시즌마다 분량이 늘어나고 이때문에 캐리와의 불화설도 끊임없이 떠돌았다. 어찌되었건 생각보다 대중의 사랑을 화끈하게 받는 사람이 있다면 단연 사만다다. 마지막으로 캐리 브레드 쇼. 극 중에서 가장 많은 남자를 만나지만 가장 사랑에 힘들어하는 사람이 바로 주인공인 캐리다. 중은 제 머리를 못 깍는다는 내 지론과 딱 맞아떨어지게도 그녀는 연애 칼럼니스트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연애에 능숙하지 않다. 가끔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어떨때는 거짓 관계에 눈이 멀어서 진정한 사랑을 알아보지 못하고 보내기도 한다. 허나 제각각으로 보이는 이들의 사랑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싱글이라는 점이다. 싱글을 지향하건 (캐리. 사만다. 미란다.) 싱글을 지향하지 않건 (캐리.샬롯) -그렇다 캐리는 여기저기 중복되는 복잡한 캐릭터이다.- 그녀들은 모두 싱글로 나온다. 물론 샬롯이 결혼을 두 번 하게 되고. 미란다는 결혼은 하지 않지만 바텐더와의 사이에 사내아이를 낳고 (나중에는 한다만) 살긴 하지만 그녀들은 모두 싱글로 보인다. 아니 딱 싱글스럽게 산다.

이 드라마는 시즌이 끝나고 난 이후 재방송을 하는 기간에도 시청률이 엄청나게 높았고 전 세계로 팔려 나갔으며, 이들은 드라마 코메디 뮤지컬 부분 최초로 케이블 드라마가 오스카상을 거머쥐는 쾌거를 이루게된다. (아..오스카 아님 어쩌지? 기억이...) 캐리 브레드쇼가 주연상을 받았고 한참 뒤 인기가 오른 사만다 존스는 조연으로 상을 받게 된다. 아무튼 이 드라마의 파급 효과는 대단해서 캐리를 비롯한 3명의 여성은 패션 아이콘으로 등극하게 되고. 전세계에서 곱창머리끈을 몰아내는데 일조를 한다. (이번 영화로는 바나나핀을 몰아 낼 것이다. 아.마.도.) 사정이 이러니 이게 영화로 제작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다. (이상한 일은 프렌즈도 마찬가지. 아직 안나오다니.) 그래서 개런티 문제로 몇년이나 난항을 겪었지만 결국 사라 제시카 파커를 비롯한 3명의 여배우들이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되고. 엄청난 보안속에 영화는 촬영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영화가 한국에는 지난 5월 6일 개봉을 했다. 나는 물론 개봉 당일 마놀로 블라닉 대신 버켄스탁 쓰레빠와 샤넬 정장 대신 돌체 앤 가바나의 런닝구 같은 원피스 (그야말로 한 조각으로 이어진 옷일 뿐. 원피스라는 어감에서 오는 느낌은 그 어디에도 없다.) 를 입고 루이비통 대신 오휘 화장품사고 사은품으로 받은 비니루 가방을 들고 떡하니 가려 했으나 못그랬다. 왜냐면 6월 10일날 책이 나오는 기념으로 지인들과 함께 극장을 빌려 조촐한 출간기념으로 섹스 앤 더 시티 보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날 게스트가 아니었으므로 제대로 영화를 보지 못했다. 중간중간 사람들은 들락거리지. 늦게 오는 인간들과 인사해야지. 영화에 집중하기에는 너무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내 여동생이 이 영화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는 말을 듣고는 당장 영화관에서 다시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DVD가 출시되자 마자 댐시 사서 소장 할 예정이지만 그때까지 도저히 기다릴수가 없었다. 그래서 지난 토요일 이 영화를 다시 봤다. 내 오랜 지인과 함께. (그는 영화 보는 내내 영화표를 오징어처럼 접어서는 '오징어 먹을래?' 라는 말로 딱 한번만 영화를 방해했을 뿐. 조용하고도 참신하여 영화같이 보기 최상의 파트너쉽을 발휘해주었다.)

아...내가 이 주제가를 얼마나 좋아하는가. 딴딴 따단 딴딴딴 따라라 딴딴 따단 딴딴딴 따라라 딴 하고 나오면 어깨가 절로 들썩일 지경이었다. (오죽하면 싸이에 내 배경음으로 이게 깔려있겠는가) 나는 그때 이 영화를 보러 온 모든 이가 일어서서 기립 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 환호성을 날릴 줄 알았는데 다들 좌석에 앉아서 흥분을 억누르고 있었다. 역시 그런 명장면은 메트릭스 하나 뿐이었나보다. (메트릭스 2 개봉당시 모 영화관에서 초록색 디지털 타이포가 주루룩 떨어지는 저 유명한 장면에서 모두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치고 휘파람을 불고 소리지르고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그 경험 이후 나는 모든 영화를 그렇게 보고픈 환상에 시달리고 있는데, 지인인 모 영화사 잡지 기자는 그러려면 기자가 되어 칸에 가라고 해서 나를 좌절시켰다.) 하지만 군데군데 이 드라마를 모두 본 이들만이 알아듣는 코드가 나왔을때는 옆사람 신경쓰지 않고 박장대소를 했으며, 특히 미란다의 에피소드에는 모두들 감탄사를 내뱉느라 정신이 없었다.

영화는 매우 유쾌했다. 하지만 이 유쾌함 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많은 부분들도 있었다. 오히려 그런 장면들은 이들이 추구하는 화려한 드라마적 장치로 인해 가려지는 안타까움이 있을 정도로 명장면들이 많았다. (특히 캐리가 초췌해져서는 거울을 보는 장면에서는 정말이지 나도 울뻔했다. 여동생이 말한 장면이 바로 이 장면이었음은 따로 물어 볼 필요조차 없었다.)

그러나 섹스 앤 더 시티를 보지 않았으며 마놀로 블라닉이나 지미추가 뭔지 모르면 이 영화는 더없이 이상한 영화로 보일 것이다. 4명의 여자가 나와서 마구 떠들고 웃고 결혼하고 헤어지고 아기낳고 어쩌고 하다가 (더구나 명품 브렌드는 쉴새없이 화면을 잡아먹을듯 가득 메우고) 띠링 하고 끝나버린다. 여자친구 때문에 억지로 끌려온 남성 관객들은 모두 빗금을 그으며 봤는데 충분히 이해 할 만했다. (근데 우리 여자들은 웨스턴 무비나 액션 영화도 재미있게 보는데 남자들은 자기의 취향 및 분야를 벗어나면 받아들이는 스펙트럼이 너무 좁은것 같다.) 허나 드라마를 매번 챙겨봤으며 영화 때문에 샤넬 레이디 백을 사기 위해 돈을 모으고 지미추나 마놀로 블라닉을 사려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져봤었다면 이 영화는 백프로 관객을 만족시켜준다. 드라마보다 훨씬 더 많은 제작가간과 돈을 들였으니 이건 안그래도 재미있던 드라마가 빵빵하게 업그레이드 된 느낌이다. 더구나 너무 짧은 드라마에 비해 시간도 넉넉하다. 러닝타임이 무려 2시간 반이다. (한국 배급사와 극장주들이 어떻게 편집을 안했는지 신기할지경) 러닝타임이 긴 만큼 보는 내내 아이스티나 콜라등을 쪽쪽거렸다가는 반드시 한번은 화장실을 가야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맞다. 내가 저랬다.) 그러나 한 장면만 놓치면 다음 이야기와 연결이 안되는건 아니지만. 모두가 눈에 아로새겨넣어야 할 만큼 의미있고 중요한 장면이므로 화장실을 다녀오면 대략 낭패다. (난 이전에 봤던 장면을 골라서 갔다오느라 참는동안 오줌보 터지는줄 알았다.)

영화의 평은 극과 극이다. 좋았다는 사람 이것도 영화냐고 하는 사람. 물론 나는 전자쪽이지만 후자쪽의 의견도 일면 이해는 간다.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제시하는 각종 코드를 모른다면 영화는 더없이 재미없다.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그 되도않은 번역이다. 아...정말이지 없는 말 더하고 있는 말 빼고. 할 말이 없다. (이렇게 쓰니 내가 참 영어를 잘 하는것 처럼 느껴진단 말입지) 그대로 번역을 해도 이 영화를 보러 온 대부분의 마니아들은 알아들었을텐데 영화는 계속 3살박이 아이도 알아듣게 하고 말꺼야를 고집한다. 거기다 한국식 번역. 이를테면 지금 유행하는 인터넷 용어따위를 쓰는 일은 제발이지 내 얼굴이 더 화끈거리니까 좀 안그랬으면 좋겠다. 한국 영화도 아닌데 굳이 한국인만 알아듣는 단어를 영화와 붕 뜸에도 불구하고 집어넣어야 할 그 이유가 나는 진짜로 궁금하다.

장담컨데 이 드라마를 재미있게 봤으면 분명 영화도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드라마를 한번도 못 봤거나 이 드라마를 보긴 했으나 영 정을 못 붙였으면 안봐도 그만이다. 나중에 케이블채널에서 하면 보던가 아니면 비디오로 봐도 된다. (중간에 온갖 딴짓을 다 할 수 있으니 영화가 지루해서 죽진 않을 것이다.)

아... 나는 댐시 영화OST를 살 것이며 DVD가 나오자 마자 예약구매를 할 것이다. 그리고 도대체 캐리가 비서한테 선물한 그 루이비통 백은 어디가면 살 수 있지? (매장 기웃거려봤는데 없더만. 오리엔탈해서는 늙어서도 들기 딱 좋을 롱롱 아이템인데 말이지..) 그리고 나는 이런 내가 하나도 쪽팔리지 않다. 좋아하는 것에 대해 열정을 표현할 수 있는것. 그건 나이제한이 아닌 정신연령제한의 문제니까.

사족) 아놔. 다 쓰고나니 논문 한편이 따로 없다. 내가 칼럼을 이렇게 열심히 썼으면 진짜 지금쯤 한국판 캐리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하나만 더. 영화에서는 TV드라마때 도입 부분에 늘  나왔던 자기 얼굴이 그려진 버스가 지나가고 물이 튀겨 당혹스러워하던 캐리가 입었던 옷이(발레복같은) 등장한다. TV시리즈를 볼때는 참 골때리는 옷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화에서보니 어찌나 반갑던지. 나도 그녀들처럼 합격을 외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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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와 2008-06-2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터 빅의 역활이 이 작품에서 얼마나 강렬(?)한지
다른 드라마 뉴욕경찰시리즈물인가 암튼 경찰로 나오는 역활에선 이상하리만치 어색하더군요.
(백프로 저의 주관적인 생각입니다만..ㅋ)

플라시보님!
저도 캐리가 입었던 그 발레복에서 TAKE라고 크게 외쳤어요!
아하하하~

플라시보 2008-06-24 1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이렇게 반가울때가 동지를 만났네요. 암만요. 그 발레복같은 옷은 당연 살아남아야지요. 드라마의 도입부분에 꼭 나오니 무슨수로 정을 안붙이겠어요. ㅋㅋ 물론 그런 옷 있는데 입을래? 라고 한다면..으..사양하겠지만요. 옷장에 보관해두죠뭐. 캐리의 비비안 웨스트우드 웨딩드레스처럼요.^^

빅은 정말이지 미스터 빅으로 나올때가 가장 어울리죠? 사라 재시카 파커도 그런것 같아요. 드라마 찍으면서 3편인가 영화를 했었는데 뭘 해도 캐리 브레드쇼만 보이더라구요.

박관식 2009-10-18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느껴보고 싶어 왔어요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박종문 2010-03-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멎진세상입니다

박종문 2010-03-06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멎진세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