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해두지만 나는 별벌레 다방에 대해 어떤 적개심도 없다. 하워드 슐츠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들이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아프리카의 커피 낙농가를 착취하다시피 해서는 엄청나게 비싸게 팔아먹음으로써 상상도 못할 이익을 내고 있는 것에 대해 울분을 토하며 불매운동을 일으킬 만큼 사회운동가 타입의 인간도 아니며,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심벌인 사이렌의 노랫소리에 홀려 바위에다 배를 처박는 바람에 그만 명을 달리한 선조의 한을 품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 증거로 내 집에는 이번 여름 그들이 야심차게 내어놓았던, 그들이 평소에 쓰는 테이크아웃 용기와 똑같이 생긴 여름용 텀블러를 품절이 되기 전에 재빨리 구입해서는 맥심 아이스커피와 얼음을 넣어서 다니기도 한다. 내친김에 고백을 하나 더 하자면 그들이 코인 초컬렛처럼 사이렌 심벌을 크게 찍어서 파는 초컬렛이 담긴 초록색 철제 용기를 재떨이 대용으로 아주 유용하게 쓰고 있다. 그러니까 나는 별벌레 다방의 빠순이 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나라에서 혹은 이 세상에서 그런 악덕 기업은 영원히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간은 절대 아닌 것이다.

내가 품는 불만은 제목에도 적혀있다시피 매우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불만 몇 가지이다. 따라서 그들은 내 불만 같은 것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하던 대로 에티오피아의 어린이가 하루 종일 땡볕에서 고생하며 딴 커피콩을 헐값에 사들여서 초록색 로고가 찍힌 컵에 담아 눈 튀어나오게 비싼 가격으로 팔아먹으면서 우리는 커피를 파는 게 아닌 문화를 판다는 자부심을 계속해서 가져도 상관없다. 어차피 그들의 친구로는 나이키도 있고 전 세계 기업 중 인지도 넘버원인 코카콜라도 있으니까. 내가 그 모든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더구나 걔네들은 내가 취약하기로 소문난 영어를 쓴다.) 딴죽을 걸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다. 나는 다만 누누이 말하지만 무척 개인적이면서도 사소하여 그들이 무시해도 이 땅에서 커피를 파는데 아무 탈 없는 작은 불만 몇 가지를 갖고 있을 뿐이다.

자 그렇다면 지금부터 내가 별벌레 다방 (이렇게 표현하는 것에 잠시 설명 들어가시겠다. 원래 별벌레 다방의 벌레는 bucks 라는 철자를 쓰고 있으나 그 발음이 bug's 와 흡사하여 편의상 그냥 벌레라고 쓰기로 한다. 사전에 찾아보니 bucks 의 뜻은 별과 함께 쓰기에 매우 적합지 아니하였으므로) 에 대해 품은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불만을 말해보기로 하겠다. 일단 그들이 쓰는 용어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어차피 미쿡에서 온 것이니 그 사이즈 (이것도 영어구나. 크기로 정정한다.) 를 표현함에 있어서 스몰이나 미디움 라지 같은 단어를 쓴다면 나도 별 불만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대한민국에서 영어 못하기로 소문난 나 조차도 알아들을 수 있는 저런 쉬운 용어들은 결코 사용하지 않는다. 그들이 사용하는 컵 사이즈를 표현하는 말을 보자. 일단 가장 작은 스몰에 해당하는 용어로는 톨(tall) 사이즈가 있다.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사전을 찾아보니 이 용어에 대해 네이버 백과사전은 다음과 같은 정의를 내리고 있었다. 1. 키가 큰, 높은. 2 (구어) 많은, 엄청난, 거창한, 터무니없는, 믿을 수 없는, 과장된. 솔직히 나는 평범한 잔 사이즈에 해당하는 이 용어가 어째서 크거나 높거나 비록 구어이긴 하지만 엄청난 많은 등의 의미를 갖고 있는 말을 사용하는지를 모르겠다. 뭐 그 잔에 든 내용물과 그 양에 비해 돈이 터무니없이 또 믿을 수 없을 만큼 비싸다는 것에 대해서는 대략 동의하지만 말이다. (참고로 뜨거운 커피의 경우 제일 작은 사이즈가 숏 사이즈이긴 하지만 여름이니까 아이스만 보자면 제일 작은 사이즈는 톨 사이즈이다.) 그리고 그 다음 중간 사이즈. 즉 미디움이라 표현될만한 사이즈에 해당하는 단어는 그란데 (Grande) 그리고 제일 큰 사이즈는 벤티 (Venti) 라는 용어를 쓴다. 머리가 매우 비상한 독자라면 이미 눈치 채셨을 것이다. 내가 왜 톨 이후로는 더 이상 사전을 찾지 않았는지를 말이다. 그렇다. 이건 영어가 아니다. 미국에서 만들어진 별벌레 커피가 어째서 영어가 아닌 다른나라 말로 컵 사이즈를 설명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 다방에 가려면 뜻도 모를 톨-그란데-벤티 라는 용어를 순서대로 외워야 한다. 안 그러면 종업원이 사이즈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라고 물었을 때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만만해 보인다고 해서 벤티요 라고 말했다가는 터무니없이 큰 잔에 믿을 수 없는 가격표를 단 커피를 손에 쥐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우리의 선택권을 넓혀준답시고 너무나 많은 것들을 세분화 시켜놓았다. 정말이지 거기서 커피 한잔을 시키노라면 오도방구를 몰고 와서는 ‘설탕? 프림?’ 하고 간단하게 물어주는 언니들이 마구 그리워질 지경이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어떤 커피를 마시겠냐고 묻고, 사이즈는 어떻게 하겠냐고 묻고, 시럽은 첨가를 할 건지, 우유는 저지방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보통 우유로 할 것인지 혹은 두유로 할 것인지, 위에 토핑을 추가하고 싶은 것은 있는지, 크림이 토핑이 되고 그 위에 시나몬 가루가 뿌려져 나가도 괜찮은지를 묻는다. 별벌레 다방에선 ‘그냥 커피’ 같은 건 없다. 뭐든 특별하고 매우 대단해서 하나 주문하는데도 수많은 질문에 수많은 답변을 해야 한다. 거기다 커피의 종류는 또 얼마나 많은가. (솔직히 이건 요즘의 거의 모든 커피 체인점에 해당되는 얘기다.) 나는 커피라고는 원두를 바로 내린 에스프레소. 그리고 거기다 물을 좀 타서 싱거운 맛을 낸 아메리칸 스타일. 거기다 우유를 부은 라떼. 마지막으로 그 위에 크림이랑 계피가루를 좀 뿌린 카푸치노 정도가 전부이다. (쓰고 보니 굉장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만 별벌레 다방에서는 이정도 지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그러나 별벌레 다방에서는 우리의 까다롭고 미세한 입맛까지도 모두 고려해서 다음과 같은 음료들이 널려있다. 아이스 화이트 초컬릿 모카, 아이스 캬라멜 마끼야또를 비롯해서 다크 베리 모카 프라푸치노나 초컬릿 크림 칩 프라푸치노 같은 음료도 고를 수 있다.(이런 커피 음료가 부담스럽다면 스위트 오렌지 블랙이나 아이스 타조 차이 티 라떼를 시킬 수도 있다.) 솔직히 나는 마끼야또도 프라프치노도 정확히 뭔지 모르겠고 다크 베리 모카 프라프치노쯤 되면 하나도 모르겠다. 그저 경험에 의하면 말이 길면 길수록 그만큼 엄청나게 달며 또 그만큼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커피맛이라고 하는 것과는 점점 더 멀어진다는 것 밖에는 말이다. 그 수많은 커피 종류의 알 수 없는 용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과일트럭 앞에서 오린지가 맞는지 어륀지가 맞는지 싸우고 있는 애들을 보고 있을 때 만큼이나 심란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은 제일 양이 많은 사이즈인 벤티 사이즈의 음료를 시킬 경우 오늘내로 다 마실 수 있을지 의문스러울 만큼이나 거대한 양의 커피를 팔면서 의자는 기껏해야 10분을 버티면 많이 버티고 30분 이상 지나면 이미 퇴화되었다고 배운 꼬리뼈의 존재가 새삼스러워지면서 7번과 4번 척추 및 요추, 경추에 심하게 무리가 올 만큼 딱딱하고 작은 나무 의자를 가져다 놓았다. 물론 간혹 가다 약간 폭신하다 라고 표현할 수 있을만한 의자를 두고 있기도 하지만 그런 자리는 고작 두어 개에 불과해서 적어도 내가 그곳에 갔을 때는 단 한 번도 비어 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일전에 말했던 라식 시술을 한 환자들  만큼이나, 약간 다른 의미이긴 하지만 별벌레 다방에 앉아 노트북을 펴놓고 장시간 뭔가를 하는 언니 오빠들에게 무한한 존경심을 갖고 있다. (어쩌면 그들은 나처럼 마감이 업인 인간들이나 이미 마감을 한참이나 어긴 자신들에게 일종의 벌을 내리는 의미에서 거기에 앉아 마감을 끝낼 때까지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소심한 인간이므로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별벌레 다방에 개인적 원한 혹은 단체적 적개심 같은걸 품고 있지는 않다. 한때 명동에서 쇼핑몰을 차려도 될 만큼 큰 별벌레 다방 체인점이 생겼을 때는 매우 신기해하며 들락거리기도 했고 사람 많은 곳에서 약속을 할 때는 누구나 쉽게 알아보고 찾을 수 있도록 동네마다 목 좋은 곳에 포진해있는 별벌레 다방을 약속 장소로 잡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커피 체인점에 비해 별벌레 다방의 로고 디자인은 매우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최근 별벌레 다방의 매출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하여 운영진들은 초심으로 돌아가자며 초창기 로고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하는데 그 로고는 내가 알기로는 요즘 로고보다 명백하게 복잡하고도 촌스럽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내가 가진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불만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좀 더 쉬운 용어를 사용하고 좀 더 합당한 가격을 받으며, 그들이 파는 커피를 즐기기에 적당한 의자를 제공한다면 나의 이 사소하고도 개인적인 불만은 곧 사라지겠지만 그들은 오직 자신들의 매출 감소를 로고의 문제로만 돌리고 있으니 내 불만의 해소는 요원해 보인다. 
 

* 이 글 역시 다다음주나 혹은 그 다음주 원고용으로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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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스타벅스 커피 사이즈에 대한 고찰
    from little miss coffee 2009-06-16 16:37 
    플라시보님의 별다방 글을 보고, 스타벅스 커피 사이즈 ( tall, grande, venti) 에 대해 이야기 하다가, 그에 대해 조금 더 써보기로 한다.    톨, 그란데, 벤티라는 사이즈 이름은 미국인들에게조차 혼란스러운 이름임이 분명하다. 스타벅스를 애용하는 나에게는 커피빈의 '스몰' 과 '레귤러' 사이즈가 갈때마다 더 헷갈리긴 하다만( 그래서 요즘 왠만한 커피전문점에는 커피 사이즈를 주문시 확인할 수
 
 
하이드 2009-06-16 15: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벤티는 이탈리아어로 20 이에용- 20온즈라서 벤티. ^^
전 요즘 별다방 할인을 무려 3개씩.. 에 마일리지 도장까지 열심히 찍으며 ( 텀블러, 신한러브 체크카드, 엘지텔레콤카드) 받는터라, 왜 이렇게 싼거지! 하면서, 마시고 있다죠.

플라시보 2009-06-16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럼 하이드님. 벤티 말고 그란데는 어디 용어인가요? 그것도 이탈리아어인가요? 이 원고를 쓸 당시에는 지인과 토론할때 불어인가? 불어일꺼야.. 불어겠지 했었거든요. 그리고 저도 별벌레 다방을 싫어라하진 않아요. 다만 사소한 불만이 몇 개 있을 뿐이지...ㅎㅎ (거기도 할인 제도가 다양하게 있군요. 몰랐더랬어요.)

하이드 2009-06-16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 스타벅스 얘기입니다만, 애초에 스타벅스에는 숏과 톨 사이즈가 있었죠. (메뉴에는 없지만, 숏 사이즈를 요청하면 주지요) 더 큰 사이즈를 원하는 미국인의 습성상 더 큰 사이즈를 만들기 위해 그란데(이탈리어에 뿌리를 둔) 사이즈를 만들었고, 더 더 큰 사이즈를 원하는 미국인들을 위해 벤티( 20온즈, 그나마 가장 정확하고, 사이즈를 알려주는 이름) 사이즈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스타벅스에서 이탈리아어로 사이즈를 만든 것은 커피를 많이 마시는 이탈리아 사람들을 염두에 두고, 이탈리아어로 사이즈를 쓰면 쿨하지 않을까. 생각했던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다만, 에스프레소로만 마시는 이탈리아 사람들은 '벤티' 사이즈 커피를 주문한다고 한다면, 기절초풍할지도. (에스프레소 20온즈요. 꽥!)

플라시보 2009-06-16 20:43   좋아요 0 | URL
에스프레소 20온스는 정말이지 꽥입니다. 아마 마시다가 써서 죽지 않을까요? 흐흐. 보약 팔면 그 나라에 잘 팔릴것 같다는 헛생각이...(아님 칡즙이라도) 자세한 답변 감사드려요.^^

추신 : 멋댓글의 뜻을 몰랐는데 이제 보니 제일 처음 쓰신 글에다 먼댓글을 써 두셨더군요. 호홋 도움이 되었습니다. 댐 원고 수정해야겠어요.^^

마노아 2009-06-16 1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진중권 씨가 쓴 글을 보니까 작은 사이즈를 시키면서 '톨'이라고 발음하면서 위축될 법한 주문자의 마음을 어깨 으쓱으로 바꿔주는 전략이라고 하더라구요. 거창한 표현이지만, 대략 그런 의미였고, 그걸 보니까 오, 똑똑한데! 했답니다. 전 스타벅스 가면 캬라멜 프라프치노만 마셔요. 다른 건 복잡해서 이름도 기억할 수 없어요. 처음 맛보았던 그걸로 쭈욱 가고 있답니다...;;;;
그리고 의자 얘기 동감이에요. 손님을 빨리 회전시키려는 음모가 틀림 없어요.

플라시보 2009-06-16 2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진중권씨의 책을 꽤 여러권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스타벅스와 관련한 얘기는 못 읽어봤네요. 그런식의 해석이..하하. 손님을 빨리 회전시키는건 좋긴 한데요. 원래 커피숍이라 함은 커피 한잔 시켜놓고 주야장창 앉아있으라고 만들어진거야 라는 근거없는 생각 때문인지 마치 페스트푸드점처럼 의자를 딱딱한걸 놓아두니 영 밉더라구요. 우리의 모든 수다는 따지고 보면 커피숍에서 완성되어 술집에서 농익는데 말입니다.^^

마노아 2009-06-17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겨레였던 것 같은데, 정재승 씨와 함께 한가지 주제를 놓고 같이 쓰는 칼럼이 있어요. 한 명은 미학적으로, 한명은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거지요. ^^

플라시보 2009-06-17 18:16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아..신문에 연재되는 칼럼이었군요. 안그래도 얼마전에 진중권의 미학 오딧세이를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납니다. 진중권씨는 미학적으로 정재승씨는 (과학 콘서트 쓰신 그분 맞죠? 이분 책도 재밌죠^^) 과학적으로 접근하는군요. 재밌겠네요. 아마 곧 책으로도 기획되어 나올것 같은데요. 흐흐. 인터넷에 기사를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정보 고마워요.^^

1sosh 2009-06-17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벌레 다방?? ㅋㅋㅋㅋ 역쉬 작가님은 생각은 무궁무진무한 합니다.^
그런댈 아직 한번도 안가본덕에 잘은 모르겠지만.비싸다는 생각은 늘 했던것 같습니다.전 차라리 커피값으로 밥을 한끼 더 먹는게 낳지라는 생계형이라서요^
건물이 사람을 앞도하면 안되듯이 매장이나 가게들또한 인간들과 친숙한 서민적인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뭐랄까..좀 들어가기가 꺼려지는 그런곳들중 하나인것 같습니다..저에겐^^
언제가는 방석깔고 침대깔아 주는 다방이 나오질도 모르죠..ㅋ

플라시보 2009-06-17 18:19   좋아요 0 | URL
Sang Oxy님. 후훗. 저도 가기 꺼려지는 그런 곳들이 있어요. 꺼려진다기 보다는 뭐랄까 왠지 주눅 드는곳 있잖아요. 다른 사람들은 거기서 능숙하게 주문도 하고 또 여러가지를 즐기는데 전 처음 가는 곳이라 어리버리할때 그런걸 느낍니다. 스타벅스 처음 생겼을때도 비슷했던것 같아요. 딱 드러서자마자 메뉴판을 처다보는데 하나도 모르겠더라구요. 건물이 사람을 압도하면 안되듯 매장이나 가게들 또한 그러하다는 생각은 저도 공감합니다. 좀 편하고 만만한 공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어떤 사람에게는 이 세상이 거대한 멤버쉽처럼 느껴질때가 있으니 말입니다.^^
 

리서치 앤 리서치사의 조사에 따르면 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약 89%가 가장 공포를 느끼는 병원은 치과라고 한다. 나는 매우 평범한 인간이므로 당연히 내가 이용했던 그 모든 병원들 중에서 치과를 제일 무서워한다. 그러나 막상 내가 이빨이 아픈 것 같아 라고 말을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빨은 방치하면 방치할수록 더 큰 돈과 더 큰 고통을 요구할 것이 뻔하므로 재빨리 치과를 찾으라고 말한다. 마치 자기네들은 그 89%에 해당하지 않는 비범한 사람인 것처럼 말이다. (참고로 리서치 앤 리서치사라는 이름의 리서치 회사는 없다. 내 친구가 만들어낸 가상의 회사이다.)

치과가 왜 무서운지 말해보라면 일단 내가 진료를 받기 위해서 드러누워야 한다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대부분의 진료는 아파 구르지 않는 한 의자에 앉아 진행된다.) 그리고 내가 누워야 할 의자 바로 옆에는 내 이빨을 뚫거나 뽑아낼 각종 드릴과 펜치 그리고 석션을 위한 기구들이 즐비하며 제일 위에는 수술에나 쓰일 것 같은 커다란 등이 달려있다. 그리고 의사들은 대게 진료를 시작하면 일단 그 등을 켜고는 입을 크게 벌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쇠로된 뾰족한 것들로 내 이빨을 누르면서 말한다. ‘이 이빨이 아프시단 거지요?’ 이미 아프다고 말을 했는데도 굳이 뾰족쇠로 내 이빨을 짓눌러서 진짜로 확실하게 아프다는 것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더구나 치료시 내 얼굴에 튀길 각종 오물을 걱정해서 입 구멍만 뚫려 있는 천을 얼굴에 뒤집어씌우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오싹오싹 공포체험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까는 뻥을 쳤지만 인간은 뇌와 가깝게 위치한 부분일수록 공포감을 훨씬 더 많이 느낀다고 한다. 그리고 내가 치료를 받을 장소는 뇌에서 그다지 멀다고 할 수 없는 이빨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라식 수술을 한 인간들을 진심으로 존경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나는 이빨이 아파도 어지간하면 꾹 참는 편이다. 고맙게도 이 세상에 나와 있는 거의 모든 진통제는 두통 다음으로는 치통을 언급하며 내가 치과에 가야할 시간을 뒤로 미룰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 그런데 얼마 전 피치 못할 사정으로 치과를 가게 되었다. 그것도 이빨이 전혀 아프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출발은 그간 내가 자주 전화를 하지 못해서 약간 미안해하던 친구 (사실 그녀도 나에게 전화를 잘 걸지 않았지만) 에게 안부 전화를 걸면서부터 시작되었다.

나 : 친구야 오랜만이구나

친구 : 그렇구나. 근데 너 요즘 바쁘냐?

나 : 글쎄 뭐... 그러니까 바쁘다면 바쁠 수도 있겠지만 딱히 그렇다라고 하기에는...

친구 : 안바쁘구나 그럼 너 내 부탁 좀 들어줘야겠다.

나 : 음.......

친구 : 내가 알다시피 회사를 다니느라 바쁘잖니. 근데 내가 얼마 전 눈에 넣어도 안아플 내 딸을 양치시키다가 충치를 발견했거든? 그래서 말인데 나대신 니가 치과에 며칠 좀 데리고 가줘야겠다.

뒤늦게 나는 여차여차한 일들로 내가 얼마나 바쁘고 거기다 피곤하기까지 한지 설명하려 했지만 친구는 이미 마음을 굳힌 뒤였다. 그래서 나는 내 친구의 세 살배기 여자 아이를 데리고 치과를 가게 된 것이었다. 사실 내 친구의 부탁도 부탁이었지만 그 딸아이가 나를 ‘공주 이모’ 라고 부른다는 것도 그 아이를 데리고 놀이공원도 동물원도 아닌 치과를 데리고 간데 단단히 한몫 하기는 했다. (그 아이는 백화점에서 만난 이모는 백화점 이모. 공주 인형을 선물한 이모에게는 공주이모라고 부른다. 그래도 어쨌건 내가 이 나이에 이 외모에 어디가서 공주 소리를 듣겠나 싶은 건 사실이다.)

편의상 그 여자 아이를 민지라 부르기로 하자. 민지를 처음 데리고 간 치과는 시설도 좋아 보이고 치과 의사가 무려 열댓 명은 포진하고 있는 무척 큰 병원이었다. 가자마자 나는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반항해대는 아이를 3명의 간호사와 함께 간신히 치과 의자에 눕혀서 치아 상태를 확인한 다음 코디네이터라 부르는 사람과 (정확하게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담을 했다.

코디네이터 : 어머니 아이의 치아에 현재 4개의 충치가 발견되었거든요?

나 : 저는 얘 엄마는 아닌데요...음..뭐 그건 중요한건 아니지만...근데 애 이빨을 보면 까맣게 썩은 건 하나거든요?

코디네이터 : 어머니 많은 환자분들이 까맣게 썩어서 육안으로 확인 가능한 치아만 충치라고 생각하는데요. 속이 썩어 있어서 진료를 통해 발견하게 되는 것도 있답니다.

나 : 아....네... (나 어머니 아닌데)

코디네이터 : 그래서 말인데요. 민지가 아직 어려서 아직 4개의 충치를 치료하려면 공포감이 너무 심해서 억지로 치료를 강행할 경우 트라우마가 생길수도 있고 해서 저희 병원에서는 이런 어린 아동의 경우에는 마취를 권하고 있습니다.

나 : 치과 치료는 당연히 마취를 하는 거 아니었나요?

코디네이터 : 부분 마취가 아니라 전신마취를 말하는 겁니다.

나 : 충치 치료하는데 전신마취요?

코디네이터 : 걱정 마세요. 저희 병원에는 마취 전문의도 있구요. 어제도 세 살 난 남자 아이가 전신마취로 충치 3개를 무사히 치료했습니다.

나 : 아...네.... (근데 충치 뽑으려고 전신마취는 좀 심한 거 아닌가?) 그럼 비용은 얼마나?

코디네이터 : (매우 밝게 웃으며) 네. 바로 그 부분 때문에 제가 어머님과 상담을 하는거랍니다. 일단 충치 치료에 전신마취까지 하시구요. 그 다음에는 불소 치료를 하셔야 합니다. 불소치료가 꼭 필요한 이유는 아이의 이빨에 불소를 씌우면 차후에 발생할 충치를 미연에 방지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면 이렇게 전신마취까지 해 가면서 충치 치료를 하시러 올 일도 없어지는거죠. 
 

나 : 아....네.... 그래서 비용이 전부 얼만가요?

코디네이터 : 네. 다 해서 380만원인데요. 저희가 특별 행사 기간이라 40만원 DC해서 340만원에 해 드리겠습니다.

코디네이터와의 상담을 통해 알게 된 것은 코디네이터가 뭐하는 사람인지를 알게 된 것 이외에 네 살배기 아이의 영구치도 아닌 유치의 충치 치료에 우리 할머니의 위아래 틀니 제작에 버금가는 돈이 깨진다는 것, 그리고 그녀가 안전하다고 몇 번이나 강조한 전신마취에 관해 어떠한 일이 일어나도 병원을 상대로 절대 이의를 제기하지 않음과 동시에 모든 책임은 사인을 한 당사자에게 있다는 각종 문구에 사인을 요구한다는 것이었다. 나는 즉시 친구에게 전화를 했고 친구는 수소문 끝에 다른 병원을 알려주었다. 그래서 나는 그리로 아이를 데리고 갔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돈은 줄였지만 생각지도 않은 복병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치과는 뭐랄까 무척 한가해 보였다. 원장님 한분이 진료를 하시고 간호사도 딱 한명이었다. 아까보다는 현저하게 비용이 적게 들겠다 싶었지만 이게 웬일인가. 그 의사는 너무 심하게 세심했다. 내가 이전의 병원에서 알려준 비용과 전신마취를 운운하자 의사는 마치 심하게 상처라도 받은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말했다.
‘그렇게 치료를 하고 나면 아이가 치과의 공포에서 벗어날 방법은 영원히 사라지는 겁니다. 당연히 부분 마취만 하고 치료를 해야지요’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지금도 사탕을 빨고 있는 민지의 충치 치료는 4개 정도로 끝이 나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미리부터 치과에 적응해서 마치 약국에 진통제를 사먹으러 가듯 치과를 아무런 공포감 없이 가게 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곧 이어 매우 공포스런 말이 그녀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일단 애들은 엄마가 하고 나면 자기들도 따라하지요. 그러니까 어머니 먼저 이 의자에 누워 시범을 보이시겠어요?’
이젠 뭐 더 이상 엄마가 아니라고 설명하는 것도 귀찮아서 나는 그래 시늉인데 뭐 어때 저 어린것도 잠시 후면 드릴로 이빨을 갈아야 하는데 싶어서 눈 딱 감고 의자에 누웠다. 그런데 의사가 갑자기 탄성을 질렀다. 그녀의 말에 의하면 지금 중요한건 민지의 충치 치료가 아니라 내 이빨의 상태가 매우 좋지 않다면서 예의 그 뾰족쇠로 여기저기 찔러가며 지금 당장 치료를 해야 할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니라고 했다. 나는 잠시 갈등했다. 마음 같아서는 내 이빨일랑 잊어버리시고 그냥 계획대로 아이나 치료해달라고 하고는 싶었으나 저 멀리서 사탕을 빨며 의심스런 눈초리로 나와 의사를 번갈아 쏘아보고 있는 민지를 보고 있자니 어쩐지 어른으로서 약간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못 말릴 착한 심성이 비집고 나와서 그만 OK를 해 버렸다.

그래서 나는 지금 일주일째 민지와 함께 내 치과 치료를 하고 있다. 민지의 치료는 언제 하냐고? 그건 일단 내 치료과정을 모두 지켜봐서 민지가 치과 치료는 전혀 무섭지 않아 라고 충분하게 느낀 다음에야 한단다. 물론 나는 민지가 그렇게 느끼도록 아무리 아파도 오른손을 드는 것으로 여태까지 비명이 해 왔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민지 덕분에 비록 내가 알지 못했으나 속에서 썩어 들어가고 있던 내 이빨들을 더 큰 비용과 고통의 쓰나미가 닥치기 전에 치료하게 된 것은 뭐 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솔직히 나는 이렇게 말 하고 싶다. 왜 하필 지금 이 순간이냐고 난 마음의 준비도 전혀 안되었는데 말이지. 치과 치료 따위에 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냐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리서치 앤 리서치사의 조사에 따르면 무려 89%의 인간들이 치과를 무서워한다고. 그리고 나는 매우 평범한 인간이라고. 
 

*이번주 마감할 원고인데 어제밤 갑자기 아파트에 정전이 되는 바람에 매우 스펙타클한 상황에서 완성이 된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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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9-06-1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 저도 세상에서 치과가 제일 무서워요. 하지만 나이 40에 벌써 이를 5개나 뽑아낸 친오빠가 있답니다. 오빠는 잇몸이 약해 임플란트도 할 수 없어 더 많은 이를 뽑게 되면 그때 틀니하라는 조언을 받은 상황이죠.
그러니 아무리 무서워도 치과는 꼬박꼬박 가요. 최소한 임플란트나 틀니하는 것보다는 나을 거라는 위안을 하면서요. @.@

플라시보 2009-06-15 20:54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 네 그렇지요. 치과는 늦으면 늦을수록 더 고통스럽고 돈이 많이 드는곳이죠. 그런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쩜 이렇게 가기가 싫을까요? 아침에 일어나면 몸살이 걸렸기를 바라는 요즘입니다. (몸살나면 치과 치료는 안하는게 좋다고 해서요.)

마노아 2009-06-1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이 스펙타클이라니! 이건 그냥 소설인데요! 5분짜리 드라마로 만들어도 대박일 것 같아요. 이거 실화 맞지요? 안쓰러운데 막 웃음이 나와요, 어째요.....;;;;;

플라시보 2009-06-15 20:55   좋아요 0 | URL
네. 실화 맞습니다. 아니고서야 이런 허섭스러운것을 소재로 어떻게 글을 쓰겠습니까. 흐흐. 근데 웃음이 나오시다니 이거 서운합니다. 낄낄 전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데요...

마냐 2009-06-16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컥. 반전이...--;; 그 '럭셔리 어린이 치과'는 비추입니다. 그리고 럭셔리 중에서도 좀 심하군여. 살살 달래서 치료하는게 정답이라 생각함다. --

플라시보 2009-06-16 00:54   좋아요 0 | URL
제 생각에도 그렇더라구요. 비용도 일단 큰 문제이지만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아직 어린아이에게 수술을 하는 경우도 아닌데 전신마취를 하다니 허걱 했더랬습니다. 그런데 문젠 제가 좀 괴롭다는 것이지요. 크흐흐. 그러나 어린 새싹을 위해 이 한몸 투신하기로 했습니다. 뭐 덕분에 제 이빨들도 치료를 하게 되었구요. 흐흐흐.

웽스북스 2009-06-18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플라시보님. 리서치앤리서치라는 회사 있어요- ㅎㅎ

플라시보 2009-06-18 01:47   좋아요 0 | URL
정말요? 언제 생겼데요? 혹은 원래 있었나? 아...내 친구가 즐겨 사용할때만 해도 없었던것 같은데..으흐흐 이제 어쩌죠? 원고 이미 훌렁 넘겨버렸는데..
 

원래도 스킨케어에 관심이 많았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느끼게 된다. 

왜냐면. 확실히 가꾼 애들이 덜 늙고, 더 예쁜걸 눈으로 확인하니까. (그렇다. 우리 모두 다 같이 늙어가는 처지가 된 것이다. 적어도 내 지인들과 난 그러하다.) 

내가 집구석에서 하는 간단한 (벗뜨 그러나 효과는 좋은) 스킨케어는 이러하다. 

겨울철이랄지. 피부가 유달리 건조하고 영양분이 없다 싶으면 마지막 세안에 우유를 쓴다. 

우유로 세수한다고 하면  

먹을것도 없는데 그걸로 바르는것도 아니라 세수를 한다고라? 라고 하겠지만  

물세안 하듯 하는게 아니라. 마지막에 찍어 바르듯 세안을 하는거라 우유가 얼마 안든다. 

이런 우유는 주로 마트 자체상품으로 개발된 것들을 이용한다. (보통 큰것들은 다른 우유보다 500원가량 저렴하다.) 

그리고나서 화장품을 바르기 전에 

마린워터라고. 일본에서 나온 해양 심층수를 스프레이에 넣어서 발라준다. 

그 다음에는 오이즙을 솜에 뭍혀서 얼굴에 톡톡 두드려준다. 

-오이즙은 강판에 갈거나 믹서기에 오이를 갈고 (오이 끝부분을 이용. 중간은 먹음) 거즈로 즙을 짜 준 다음 적당한 밀폐용기에 냉장보관하면 된다. 그리고 한동안 두면 윗부분은 좀 맑아지는데 이걸 스킨처럼 사용하고 아래 가라앉는 진한 초록 부분은 나중에 황토팩이나 각종 천연팩을 할때 사용한다. 너무 많은 분량을 만들지 말고 그때그때 하는게 좋은데 보통 오이 한개의 밑동 부분을 사용할 경우 3일 정도 쓸 분량이 나온다.)- 

그 이후에 비로서 각종 스킨이라 로션. 에센스 단계로 들어간다. 

요는 그거다. 

화학약품 덩어리에 방부제 천지인 화장품을 피부에 넣어주기 전에 

일단 천연 재료들을 먼저 발라준다는거. 

뭐 화장품 만들어쓰면 좋겠지만 

알다시피 게으름 하면 대한민국에서 빠지지 않는 내가 그런걸 하긴 좀 무리이고. 

다만 그런 화학약품을 피부에 넣기 전에 좀 더 안전하고 깨끗한 재료들을 피부에 먼저 넣어준다고 

나 할까?  

화장품을 안쓸수는 없다. 

그러나 되도록이면 소량을 쓰려고 노력한다. 

나중에 죽어서 얼굴 안썩음 어쩌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마스크 시트팩을 적극 활용한다. 좀 싼걸 사서 거의 매일 해주다시피 하면 피부가 많이 촉 

촉해짐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자외선 차단제. 

차단제는 정말 듬뿍 발라줘야 한다. 약간 펴발라 두드려 흡수시켜버림 말짱 도루묵이다. 

거의 피부에 한겹 씌운다 생각해야 한다. 물리적으로도 차단이 되어야 한다는 소리다. 

그래서 나는 아무런 향도 없고 색도 없고 메이컵 베이스나 기타 기능이 없는 순수한 자외선 차단제 

를 먼저 피부에 바르고. 

그 위에 약간의 색이 들어가서 피부 전체 톤의 보정 기능이 있는 차단제를 BB크림을 사용하듯이  

덧바르고. (라슈포제 제품이 가장 약하게 색이 들어가있다.)

마지막으로 집중적인 화이트닝 및 피부 개선이 필요한 (이를테면 컨실러를 사용하는 부위) 부분에 

는 스폿 제품의 색상 보정 효과가 뛰어난 자외선 차단제를 쓴다.  

이렇게 3단계로 발라주면 그 어떤 자외선에도 끄떡없다. (단 하루종일 유지되지는 않는다. 중간에 

반드시 세안을 하고 다시 발라줘야한다.) 

그리고 또 하나 좋은점은. 저렇게 하고 나면 메이컵이 필요가 없다는거다. 

BB크림. 다들 가볍다고 엄청 바르는데. 그것도 계속 쓰다가 보면 좀 무겁다는 느낌이 들것이다.  

차단제 바르고 다시 메이컵 베이스에 BB크림을 바르면 여름에는 화장이 밀리기 마련. 

저렇게 바르고 나서 나중에 화장이 필요하다면 파우더 정도만 톡톡 두드려주면 된다. 

파우더도 부담스러우면 순간적으로 피부의 기름기를 싹 빨아들이는 프라이머 제품을 쓰면 된다. 

(그러면 적어도 피부가 번들거리지는 않는다.) 

단. 파우더 역시 자외선 차단 기능이 있는걸 써줘야한다. 

외출시 세안을 하고 차단제를 바르기는 매우 힘드니까. 

파우더로나마 자외선을 차단해주어야 한다. (대게의 파우더의 지수는 SPF25라서 큰 기대는 말아 

야 하지만 안하는것 보다야 낫다.) 

 

자외선을 이렇게 철저하게 막아줘야 하는 이유는 

단지 미백의 문제뿐 아니라 피부의 모든 노화 (주름), 문제 (기미, 주근깨, 잡티) 등이 대부분 자외 

선으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외선만 철저하게 차단을 해 주어도. 주름이나 잡티를 개선 

하는 고가의 화장품을 써 줄 필요가 없다.  

 

아무튼. 

좀 게으른 인간이라 하더라도 

적어도 피부 만큼은 부지런해야 한다. 

부지런한 인간들이 확실히 피부가 좋기 때문이다. 

20대때 좋은 피부 하나 믿고 전혀 관리를 안한 친구들은 

지금의 내 피부를 보고 말한다. 

'부럽다' 

후훗. 나도 과거에 니들이 엄청나게 부러웠으니 

이래야 공평하지 않겠어? 그리고 내가 피부에 들인 공이 얼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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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5-09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플라시보 2009-05-12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저는 그런 사실까지는 몰랐지만 잔여분이 남아있는 느낌이 싫어서 박박 열심히 씻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유는 좀 그럴것 같은데 오이로 만든 스킨은 괜찮을것 같아요. 그것만 발라주는 것도 아니고 그 위에 방부제 풍부한 다른 화학 화장품도 발라주니까. ㅋㅋ
 

수술을 했다. 

이제 이 세상에서 나를 알아 볼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 그리고 어쩌면... 부모님 조차도 나를 못 알아 볼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나는 꼭 수술을 해야만 했으니까.

물론 수술을 하기까지 많은 일이 있었다.  

허나 지면관계상 그건 생략하기로 하자 (이게 원고냐? 지면관계 운운하게..) 

그리고 남의 개인사를 그렇게 시시콜콜 알고 싶어하면 다친다.  

각설하고. 

수술은 생각보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 태어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마취주사를 맞는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고 어금니를 꽉 깨물게 되었다.  

그래. 

이제 이전의 플라시보는 없는거야. 

나약하고 어리석은 나는 더 이상 없어. 

난 노시보로 다시 태어나는거야. 

귀에 있던, 구은재보다 열배는 더 큰 사이즈의 점을 뺐다. 어찌나 달라 보이는지 나조차도 나를 못 알아볼 지경이다. 점의 사이즈로 보나, 겁 많아서 마취크림 대신 주사제 쓴걸로 보나 구느님보다 아무래도 내가 좀 한 수 위인것 같다. 

재미삼아 써봤는데 생각보다 재미없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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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4-30 1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 축하축하 저희 어머니 아버지는 둘이 손 꼭 잡고 같이 점 빼러 가시더이다 호홋

플라시보 2009-04-30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점이 크긴 해도 귀에 있으니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저는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아주 어릴때부터 있던건데 이게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약간 볼록 올라오기도 하구요.
암튼 겁나서 아예 생각도 안하고 있다가 관리받는 피부과 원장님이 아프면 자기가 밥사준다시길래 했어요. ㅋㅋㅋ
 

살면서 가장 힘이 드는 순간은 

용서가 안되는 사람을 만나는게 아니라 

용서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나 자신을 만날때다. 

'너그럽고 착한 나' 같은건 요원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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