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 범우사상신서 9
E.H.CARR 지음, 김승일 옮김 / 범우사 / 1996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공무원 국사 수험서의 첫 장에서 다루는것은 선사시대가 아닌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런 역사를 보는 관점은 과거의 사실을 강조하는 랑케, 액턴의 관점과 역사가의 입장을 강조하는 크로체, 콜링우드의 입장, 그 두가지를 절충하는 카의 입장 이렇게 3가지가 제시되지만, 그중 중간적인 입장에 있는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H. 카가 가장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20세기 중반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주목받고 있는것은, 그의 역사인식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낼 당시 저자가 반론하고자 했던 논리 또한 아직도 존재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사실만을 확인한다는 실증주의, 역사는 특수한 것만 다룬다는 개념, 사람은 역사에서 뭔가를 배울 수 없다는 주장, 역사에 나타나는 인물의 사생활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공적인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 문제, 역사에서 우연적 사건이 의미하는 것, 역사의 객관성, 역사가는 어디까지가 단일한 개인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와 시대의 산물인지에 대한 문제, 역사는 문학인가 혹은 과학인가에 대한 문제와 같은 당시에도 지목되었고, 지금도 지목되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카는 자신의 역사인식론을 펼칩니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관계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카의 가장 유명한 문구중 하나인 이 말은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계에 대한 그의 주장입니다. 19세기의 역사가들이 주장했던 틀림없는 사실 이라는 마법의 문구는 실증주의자들로 하여금 사실 숭배를 조장합니다. 로크나 러셀의 경험론적 철학이 이런 역사관과 조화를 이루는데, 이런 경험주의의 인식론은 주관과 객관의 완벽한 분리를 전제로 합니다. 역사란 확인된 사실의 집성으로 이루어진다는 이 주장은 20세기 초에 들어 반대에 직면하는데, 이탈리아 철학자 크로체나 미국의 역사가 칼 베커 등은 역사는 역사가가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런 두 주장은 역사가 과거에 있느냐, 현재에 있느냐에 대한 논의인데, 카는 한쪽을 다른쪽 위에 올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며, 두 논의는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역사가는 이의 없이 산업혁명을 위대하고 진보적인 업적으로서 다룰 것이다. 혁명 도중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은 초기 단계에서 공업화에 따르는 대가로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한 대가를 보고 진보를 중단하고 공업화를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주장하는 역사가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국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소련의 농민집단화 문제에 있어서 잔혹성과 무자비를 공업화의 정책에 따른 희생의 불가피한 부분으로서 논한다면, 나쁜 일에 관대하고 냉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 pp.122~123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판단할때는 어느 정도의 해석을 전제로 하며, 역사적 해석은 언제나 도덕적 판단, 가치판단을 포함합니다. 역사서에도 그런 가치판단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역사를 쓰는 역사가 또한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의 지식은 개인적인 소유물이 아닌,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축적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의 저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가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의 사건, 제도, 정책에 대해 판단을 내림에 있어서 이런 해석이 중요한 것은 역사가의 판단 자체가 현재의 가치규범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치규범 속에서 역사가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인지하고, 그것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 포이어바흐 

과거의 수많은 사실 가운데서 어떠한 것이 역사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느냐에 대해 카는 현재의 상황에 교훈을 주고, 미래를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사가들은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현재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역사적 발견과 주장이 사회의 관심사를 대변할 뿐 아니라 사회의 지적 영향력과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역사는 문학적 탐구가 아닌 과학적 탐구 영역이 되어야 하며 역사 흐름은 다양한 사회 이론과 계량화, 과학 법칙을 통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란 무엇인가 - 제3판 세상을 움직이는 책 2
E. H. 카 지음, 박종국 옮김 / 육문사 / 2011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공무원 국사 수험서의 첫 장에서 다루는것은 선사시대가 아닌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런 역사를 보는 관점은 과거의 사실을 강조하는 랑케, 액턴의 관점과 역사가의 입장을 강조하는 크로체, 콜링우드의 입장, 그 두가지를 절충하는 카의 입장 이렇게 3가지가 제시되지만, 그중 중간적인 입장에 있는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H. 카가 가장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20세기 중반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주목받고 있는것은, 그의 역사인식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낼 당시 저자가 반론하고자 했던 논리 또한 아직도 존재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사실만을 확인한다는 실증주의, 역사는 특수한 것만 다룬다는 개념, 사람은 역사에서 뭔가를 배울 수 없다는 주장, 역사에 나타나는 인물의 사생활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공적인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 문제, 역사에서 우연적 사건이 의미하는 것, 역사의 객관성, 역사가는 어디까지가 단일한 개인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와 시대의 산물인지에 대한 문제, 역사는 문학인가 혹은 과학인가에 대한 문제와 같은 당시에도 지목되었고, 지금도 지목되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카는 자신의 역사인식론을 펼칩니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관계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카의 가장 유명한 문구중 하나인 이 말은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계에 대한 그의 주장입니다. 19세기의 역사가들이 주장했던 틀림없는 사실 이라는 마법의 문구는 실증주의자들로 하여금 사실 숭배를 조장합니다. 로크나 러셀의 경험론적 철학이 이런 역사관과 조화를 이루는데, 이런 경험주의의 인식론은 주관과 객관의 완벽한 분리를 전제로 합니다. 역사란 확인된 사실의 집성으로 이루어진다는 이 주장은 20세기 초에 들어 반대에 직면하는데, 이탈리아 철학자 크로체나 미국의 역사가 칼 베커 등은 역사는 역사가가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런 두 주장은 역사가 과거에 있느냐, 현재에 있느냐에 대한 논의인데, 카는 한쪽을 다른쪽 위에 올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며, 두 논의는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역사가는 이의 없이 산업혁명을 위대하고 진보적인 업적으로서 다룰 것이다. 혁명 도중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은 초기 단계에서 공업화에 따르는 대가로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한 대가를 보고 진보를 중단하고 공업화를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주장하는 역사가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국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소련의 농민집단화 문제에 있어서 잔혹성과 무자비를 공업화의 정책에 따른 희생의 불가피한 부분으로서 논한다면, 나쁜 일에 관대하고 냉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 pp.122~123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판단할때는 어느 정도의 해석을 전제로 하며, 역사적 해석은 언제나 도덕적 판단, 가치판단을 포함합니다. 역사서에도 그런 가치판단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역사를 쓰는 역사가 또한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의 지식은 개인적인 소유물이 아닌,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축적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의 저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가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의 사건, 제도, 정책에 대해 판단을 내림에 있어서 이런 해석이 중요한 것은 역사가의 판단 자체가 현재의 가치규범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치규범 속에서 역사가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인지하고, 그것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 포이어바흐 

과거의 수많은 사실 가운데서 어떠한 것이 역사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느냐에 대해 카는 현재의 상황에 교훈을 주고, 미래를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사가들은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현재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역사적 발견과 주장이 사회의 관심사를 대변할 뿐 아니라 사회의 지적 영향력과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역사는 문학적 탐구가 아닌 과학적 탐구 영역이 되어야 하며 역사 흐름은 다양한 사회 이론과 계량화, 과학 법칙을 통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청소년을 위한 역사란 무엇인가
최경석 지음, 서은경 그림 / 살림Friends / 2008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대순으로 배열되어 있는 공무원 국사 수험서의 첫 장에서 다루는것은 선사시대가 아닌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이런 역사를 보는 관점은 과거의 사실을 강조하는 랑케, 액턴의 관점과 역사가의 입장을 강조하는 크로체, 콜링우드의 입장, 그 두가지를 절충하는 카의 입장 이렇게 3가지가 제시되지만, 그중 중간적인 입장에 있는 이 책의 저자 에드워드 H. 카가 가장 비중있게 다뤄집니다. 20세기 중반에 나온 이 책이 아직도 주목받고 있는것은, 그의 역사인식론이 완벽하지는 않지만 이 책을 낼 당시 저자가 반론하고자 했던 논리 또한 아직도 존재하는 면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역사를 바라보는데 있어 유용하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사실만을 확인한다는 실증주의, 역사는 특수한 것만 다룬다는 개념, 사람은 역사에서 뭔가를 배울 수 없다는 주장, 역사에 나타나는 인물의 사생활에 대해서 도덕적 판단을 어떻게 내려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 공적인 행위에 대한 도덕적 판단 문제, 역사에서 우연적 사건이 의미하는 것, 역사의 객관성, 역사가는 어디까지가 단일한 개인이고 어디까지가 사회와 시대의 산물인지에 대한 문제, 역사는 문학인가 혹은 과학인가에 대한 문제와 같은 당시에도 지목되었고, 지금도 지목되어지고 있는 문제들에 대해서 카는 자신의 역사인식론을 펼칩니다.

역사란 역사가와 사실 사이의 부단한 상호작용의 관계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 

카의 가장 유명한 문구중 하나인 이 말은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에 대한 관계에 대한 그의 주장입니다. 19세기의 역사가들이 주장했던 틀림없는 사실 이라는 마법의 문구는 실증주의자들로 하여금 사실 숭배를 조장합니다. 로크나 러셀의 경험론적 철학이 이런 역사관과 조화를 이루는데, 이런 경험주의의 인식론은 주관과 객관의 완벽한 분리를 전제로 합니다. 역사란 확인된 사실의 집성으로 이루어진다는 이 주장은 20세기 초에 들어 반대에 직면하는데, 이탈리아 철학자 크로체나 미국의 역사가 칼 베커 등은 역사는 역사가가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을 합니다. 이런 두 주장은 역사가 과거에 있느냐, 현재에 있느냐에 대한 논의인데, 카는 한쪽을 다른쪽 위에 올려놓는 것은 불가능하며, 두 논의는 서로에게 필요하다는 주장을 합니다.

아마도 대부분의 역사가는 이의 없이 산업혁명을 위대하고 진보적인 업적으로서 다룰 것이다. 혁명 도중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은 초기 단계에서 공업화에 따르는 대가로 불가피한 것이었음을 인정할 것이다. 그러한 대가를 보고 진보를 중단하고 공업화를 하지 않는 편이 좋았다고 주장하는 역사가가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영국의 산업혁명과 마찬가지로 소련의 농민집단화 문제에 있어서 잔혹성과 무자비를 공업화의 정책에 따른 희생의 불가피한 부분으로서 논한다면, 나쁜 일에 관대하고 냉소주의적이라는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 pp.122~123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판단할때는 어느 정도의 해석을 전제로 하며, 역사적 해석은 언제나 도덕적 판단, 가치판단을 포함합니다. 역사서에도 그런 가치판단이 나타나는데, 이것은 역사를 쓰는 역사가 또한 역사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역사가의 지식은 개인적인 소유물이 아닌, 여러 세대에 걸쳐 많은 사람들이 축적한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의 저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역사가의 사회적 배경을 고려해야 합니다. 과거의 사건, 제도, 정책에 대해 판단을 내림에 있어서 이런 해석이 중요한 것은 역사가의 판단 자체가 현재의 가치규범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가치규범 속에서 역사가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인지하고, 그것을 초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 포이어바흐 

과거의 수많은 사실 가운데서 어떠한 것이 역사로서의 가치가 있으며, 그것을 역사로 받아들여야 하느냐에 대해 카는 현재의 상황에 교훈을 주고, 미래를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역사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현재의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역사가들은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현재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는지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역사적 발견과 주장이 사회의 관심사를 대변할 뿐 아니라 사회의 지적 영향력과 정치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역사는 문학적 탐구가 아닌 과학적 탐구 영역이 되어야 하며 역사 흐름은 다양한 사회 이론과 계량화, 과학 법칙을 통해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끼치는 지식기반이 되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역사란 무엇인가 - 역사 인식은 과거를 구명하는 데서 끝나서는 안 된다 내 손안에 썸씽 클래식 Something Classic
에드워드 H. 카 지음, 서상원 편역 / 스마트북 / 2013년 11월
평점 :
절판


1961년, 카는 세상을 향해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문제를 거론하였다. 그는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열린 트리벨리언 강연에서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여러 관점에서 제시하고자 했다. 카의 강연은 영국 BBC 라디오에서 방송된 후 단행본으로 출판되어 전 세계적으로 약 25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카는 역사와 연대기를 구분해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역사'는 과거를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시도이며, 사건의 원인과 배경을 설명하는 작업이다. 반면에 '연대기'는 사건들을 상호 연결시키지 않고 단순히 목록화하는 것이다. 연대기 작가는 사건들을 순서대로 나열하는 데 만족하지만 역사가는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을 일으킨 과정이나 그 사건이 끼친 영향까지도 설명해야만 한다. 물론 카는 어떤 사건이 발생했다는 사실을 확정하고 선택하는 것이 역사가의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것은 역사가의 가장 기본적인 작업이다. 그러나 역사가의 작업 가운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본 작업을 바탕으로 해석과 설명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카의 관점으로 보면 역사가는 연구 조사를 성실하게 이행하고 사실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자세를 갖춰야만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연대기 작가에게 사실이란 과거에 발생한 그 무엇이지만 역사가에게는 어떤 과거 사실을 역사 서술과정에서 선택하고 사용할 때에만 비로소 그 사실이 하나의 '역사적 사실'이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카는 역사학자의 임무는 단순히 과거에 누가 무엇을 왜 했는가를 살펴보는 것 이상이라고 생각했다.

카는 역사가란 역사 속에서 보다 광범위한 역사적 추진력, 즉 경제적 변화와 산업화, 계급 형성과 계급 갈등 등을 살펴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러한 역사적 추진력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역사가는 마르크스주의적 관념이나 맑스 베버적 패러다임, 사회학적 관념 등 오늘날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이론들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카는 연구 과정에서 이러한 이론들을 다양하게 변용해서 이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전체적으로 폐기해야만 할 때도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론의 도움을 받든, 받지 않든 역사가의 핵심적인 과제는 과거의 패턴을 파악하고 해석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다.

카는 이러한 작업이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으며, 그러한 일에 도움이 될 때에만 과거에 관심을 가졌다. 카는 역사를 우연이라는 관점에서 설명하거나 혹은 위대한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구현해 나간다는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다고 생각했다. 우연한 사건과 원인은 역사적 흐름에 부분적이고 일시적인 영향만을 줄 뿐 역사의 거대한 흐름과 경향에는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들이 무엇을 왜 했는지를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결코 그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없기 때문에, 역사적 변화는 누구도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방향으로 전개되기도 한다고 생각했다. 카의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역사적 사건의 원인과 경향이 역사가가 속한 사회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때 '역사가'들은 '연대기 작가'들과 달리 그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카가 30년 이상 연구한 러시아 혁명을 우리가 연구할 때, 우리의 관심사는 카가 관심을 가졌던 혁명적 갈등의 드라마나 차르 체제, 자유주의, 민주사회주의, 아나키즘 같은 역사 속에서 실현되지 못한 역사의 추동력에 관한 관념과 행동의 문제가 아니다. 또 소련 공산주의의 또 다른 대안들이 왜 그렇게 쉽게 실패했는지의 문제도 아니다. 왜냐하면 그런 것들은 오늘날 우리 시대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신 역사가는 볼셰비키가 권력을 장악한 후 그들이 구체화시킨 이념을 어떻게 발전시켰는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계획경제 이념이 어떻게 그들의 사고와 정책에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에 관심을 집중해야 한다. 카가 이와 같은 관점을 갖게 된 것은 그 자신이 역사가로서 특이한 배경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역사란 무엇인가?》는 역사 이론 분야에서 역사학도들이 가장 많이 읽을 정도로 비중 높은 책이었지만, 카는 어느 대학 사학과에서도 교수직을 맡지 않았으며, 학술단체의 역사 분야 석좌를 차지하지도 않았다. 카는 고전을 연구했으며, 20년 간 영국 외교부에서 일했고, 국제관계를 강의했으며, 런던〈타임〉지 직원으로 근무했다.

사실 요즘에는 국제관계 분야에서 쌓은 그의 업적이 역사 이론분야에서 진행한 연구보다 훨씬 더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특이한 배경 때문에 카는 역사와 역사 연구에 대한 도구주의적 관점을 갖게 되었다. 대다수 공무원들처럼 카는 정책 결정에 기여할 수 있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다. 또 그는 사건을 주도할 만한 권력이나 조직도 없고 교육도 받지 못한 사람들, 즉 대다수 과거 사람들에게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비평가들이 지적하듯이 카는 전적으로 주요 집단들에만 관심을 보였다. 그는 정부와 권력자들의 행동들을 쉽게 동일시했고, 어떤 일이 발생했든 그것은 역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생각했으며, 오히려 외교부 관리로서 현재의 국제 정치 상황을 다루어야 했으므로 과거에 일어났을 법한 일들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카는《역사란 무엇인가?》를 저술할 당시 1960년 무렵에는 역사의 무대에 막 출현한 급진적인 학생 세대, 즉 전후 베이비 붐 세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시대에 있었던 교육 기회의 확대와 경제적 번영, 일반적인 의미의 정치적 해방을 활용하였다. 그 세대는 역사가 현재를 설명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공한다는 이유로 역사에 관심을 가졌다. 혁명과 혁명가들, 폭동과 반란자들, 노동운동, 파업과 데모, 급진파와 반항아들은 당대의 폭압적인 권위주의와 구태의연한 관행에 저항한 사람들로서, 1960년대의 흥분된 분위기 속에서 발굴하고 구명해야만 하는 인물들이었다. 그들은 당시로서는 중요한 인물들이 아닐 수도 있지만, 오늘날 그들의 사상이 가진 영향력과 그 사상이 미래를 위해 내건 승리의 약속을 감안하면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한다. 산업사회 이전의 원시적인 반란자들은 원시적이었기 때문이 아니라 반항자였기 때문에 주목을 받았는데, 그들의 반항은 비록 뚜렷한 목적을 지닌 것은 아니지만 사회주의 운동을 지향하였다. 사회주의 운동은 서유럽과 미국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에도 잔존해 있던 차별을 일소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형태로 전개되었다.

카는 1960년대 초 전통적인 대학이 여전히 답습하고 있던 영국사회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폭넓은 기초 위에서 역사를 연구, 교육할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예를 들면 서구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많은 계획경제를 주장한 러시아와 중국의 역사, 더 나아가 식민 지배에서 갓 해방된 제3세계 역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의 이런 주장은 케임브리지 대학의 역사가들 사이에 격렬한 토론을 불러 일으켰으며, 마침내 5년 후 학부 역사 교육과정이 카의 주장대로 개혁되었다. 영국과 유럽의 테두리를 벗어난 역사를 더 많이 가르쳐야 한다는 카의 주장은 역사학과 사회학 간의 더 많은 지적 교류, 더 많은 사회사 연구, 더 많은 저술과 교육 활동을 호소한 다른 주장과 함께《역사란 무엇인가?》에 반영되었으며, 1960년대의 학생 세대와 당시 많은 젊은 역사학자들의 지지를 받았다.

역사가들이란 그들이 속한 시대의 산물이라고 카는 생각했다. 역사는 개별적인 역사가들이 과거에 대해 저술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한 사회가 시간적으로 멀리 떨어진 다른 사회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보았다. 물론 역사가들은 자신들이 품고 있는 편견과 선입견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항상 그것을 초월해야 한다. 또한 왜 자기들이 역사를 저술하고 있으며 자기들의 작업이 사회에서 어떻게 이용될 수 있을 것인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이 메시지를 가슴 깊이 간직한 젊은 역사가들은 자기들이 유용하고 의미 있는 중대한 일을 하고 있으며, 자신들의 업적이 정치적으로 중요하고, 자기들의 발견과 주장이 사회의 관심사를 대변할 뿐 아니라 바로 그러한 이유로 사회에 진정한 의미의 지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철학자들은 세계를 여러 가지로 해석해 왔는데 정말 중요한 것은 세계를 변화시키는 일이다. - 포이어바흐 

카는 역사가 본질적으로 문학적 탐구가 아닌 과학적 탐구 영역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역사를 입증하는 기준과 절차는 과학의 경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카가 역사가의 중요한 도구(수단)라고 여긴 역사 흐름과 규칙성은 과학 법칙을 적용해 한층 분명하고 명확하게 규정할 수 있다. 객관적 역사가는 이러한 방법을 통해 과거의 인물, 제도, 사건들이 역사 흐름에 공헌한 정도에 따라 그 가치를 평가해야 한다. 역사는 과거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며 거대한 역사적 추동력과 장기적인 발전의 관점에서 역사적 사실을 해석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 이론과 계량화, 사회과학의 다른 도구의 도움을 받아 현재의 정치적 행동과 정치적 결정을 내리도록 확고한 지식 기반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울의 밤문화 - 낮과 다른 새로운 밤 서울로의 산책 서울문화예술총서 1
김중식.김명환 지음 / 생각의나무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한 사회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있어서 밤문화는 빠져서는 안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구한말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밤문화의 역사와 종류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술과 춤, 사창가 문화에서 새로운 복지로서의 밤문화에 이르기까지 서울의 밤문화의 변화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구한말부터 박정희정권에 이르기까지 밤문화는, 술과 여자, 노래와 춤으로 대변되는 향락의 문화였습니다. 구한말부터 1930년대까지는 기생문화로, 당시 사회에서 기생들의 역할과 의미 등을 알수 있습니다. 기생들이 조합을 결성해 사회 일원으로서 당당히 활동하고, 강점기 시절 독립운동가들과의 사랑이야기와 은신처 제공 등을 제공한 반면 밤과 낮이 엄격히 구분되는 사회였기도 합니다. 1930년대부터 광복전후까지는 청계천 남쪽의 명동, 충무로를 중심으로 한 일본식 카페문화와 한국식 선술집 문화로 나뉩니다. 당시 젊은이들은 일본인 주류의 카페거리로 나가 촬스톤이란 댄스를 추며 밤을 즐기기도 했습니다.

 광복이후 밤문화는 문화인들이 주류를 형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서양술인 맥주, 양주가 보급되며 맥주바 등의 고급술집이 선보였고, 곡식주 금령을 통해 막걸리 주류의 문화에서 소주 문화로 변화하는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은 춤과 노래를 중심으로 즐겼는데, 당시 유행했던 카바레와 고고클럽은 젊은이들과 여성(주로 유부녀)의 해방구 역할을 했습니다. 당시 카바레에 빠진 여성들로 인해 사회문제가 제기되기도 했으며 제비족이란 단어가 나오기 시작합니다.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밤문화의 주류는 여전히 상류 권력층, 부유층이 주를 이루었으며 군사독재시절 요정정치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통금으로 인해 통금이 해제되는 새벽 4시까지 마시는 통금형 상품이 등장하기도 했으며 종로3가, 청량리588 등이 번성합니다.

 박정희정권이 물러나고 전두환정권이 들어서며 통금이 해제됩니다. 이는 전두환정권의 민심책이였으며 시민들은 통금으로 인해 해보지 못했던 것들을 누리기 시작합니다. 야간 포장마차가 등장했고, 야간 관광코스도 등장했으며 야간 결혼식마저 등장합니다. 이는 국민들이 얼마나 통금 해제를 목말라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후 서민의 밤문화라 불리우는 라디오 드라마와 TV가 보급되기 시작하며 시민들은 점차 생활속에서 밤을 즐기기 시작합니다. 밤문화는 소수의 향락문화에서 대중의 여가문화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서울은 그야말로 방의 도시다. - 백승만,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경제위기 이후 밤문화는 10%(일급 도우미를 확보한 마담들이 전체 술값의 10%를 가져가는것) 룸살롱과 상류층 점유화 현상, 여성의 몸을 사는 주색문화에서 보는 주색문화로 변모합니다. 현대에 들어 PC방, 노래방, DVD방.. 수많은 방문화가 한국문화의 중심으로 자리잡기 시작합니다. 가장 최근의 방문화중 하나인 찜질방은 이러한 방문화의 총집결이라 부를 만하며 찜질방은 그 특징으로 인해 부와 지위, 세대와 남녀구분을 탈피하는 민주주의적 요소를 보이기도 합니다. 사람의 은밀스러운 행위인 수면마저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는 찜질방의 공간은 새로운 변화의 상징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밤문화는 대중의 술문화의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술에 대한 관념이 많이 누그러지는 것이 특징인데, 술이 덜 깬채 출근하는 것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남자의 49%, 여자의 41.9%가 문제없다고 답변했으며 직속상관의 경우 30%이상이 이러한 경우를 모른체 넘어가는 것으로 조사됬습니다. 이는 비정상적인 생활, 노동강도에 대한 문제가 있음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청산해야 할 음주문화 때문에 병들어 있다면 그것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주도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생활문화 전체가 병들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박재환, 《술의 사회학

현대에 들어 서울은 24시간 활동하는 도시, 낮과 밤이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시민들은 더욱 다양한 밤문화를 원합니다. 술집, 극장, 대형마트, 찜질방 뿐만 아니라 지속적이고 여유로운 휴식의 밤문화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인사동, 청계천, 대학로 등이 문화지구로 지정되는 등의 개선이 이루어졌지만, 문화지구로 지정된 이후 오히려 문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부작용이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문화지구 지정 이후 부동산값이 폭등했고, 2003년 문화지구 지정 당시만 해도 인사동에는 172개의 골동품점, 87개의 표구사, 108개의 화랑이 있었지만 자본주의 논리에 따라 높아진 임대료를 내지 못한 대부분의 전통가게들은 문을 닫고, 카페와 중국제 기념품가게 등이 들어섰습니다.

 현대의 밤은 문화 복지, 문화 민주주의를 앞세운 새로운 밤의 가치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정 이후에도 계속되는 야경, 문화시설물은 전체의 18.8%에 달합니다. 서울은 바쁘고, 복잡하며, 고유의 이미지를 빠르게 뒤엎고, 변화하는 고정되지 않은 곳이 되었기 때문에, 서울에선 다양한 문화가 생겨나기 쉽고, 마찬가지로 소멸하기 쉽습니다. 600년 도읍의 역사를 지닌 서울은 이것이 한국의 문화다 라고 대변할 수 있는 많은 밤문화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