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소녀들의 숲
허주은 지음, 유혜인 옮김 / 미디어창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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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녀제도는 고려가 몽골에 복속된 이후 원나라와 명나라의 요구로 고려 후기부터 조선 전기까지 한국(한반도/당시 고려와 조선)의 여성을 원나라 혹은 명나라에 보내는 것이었다. 기록에 따르면 한 번에 공녀로 끌려간 여성은 보통 10명이었지만, 많을 때는 40~50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고 적혀있다. 고려시대 때 공녀로 바쳐졌던 여성의 나이가 13~16세였고, 조선 세종때까지 공녀제도가 지속되었기에 조선시대의 조혼제도는 공녀로 딸을 보내기 싫었던 부모의 선택사항 중 하나였던 것 같다. '사라진 소녀들의 숲'은 역사서에 기록되어 있는 공녀제도 때문에 피해를 입은 여성에 대한 소설이다. 소설가 허주은은 인천에서 태어났지만 캐나다로 이민을 간 후에 뒤늦게 한국의 역사를 알게 된 케이스이다. 한국에서 자랐다면 중고등학교 때 국사를 배우면서 공녀에 대해 들었겠지만 캐나다에서 청소년 시기를 보내다보니 성인이 되어서야 역사서에 적힌 공녀라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을 모티브로 삼아 추리소설을 쓰게 된다.

왜 하필 배경이 제주인가 싶지만 제주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죄인의 유배지로 사용되던 곳이었다. 공녀 차출 초기에는 노비나 죄를 지은 가문의 여성이 주로 보냈으니 아마 제주에 있는 여성 중 노비나 죄인의 가족이 공녀로 많이 가지 않았을까 싶다. 공녀 제도로 인하여 중국으로 강제로 끌려가야하는 여성과 딸을 타지로 보내기 싫은 가족의 선택이 다른 어린 여성을 잡아 대신 보내고 그로 인한 납치 사건으로 인해 벌어진 추리극이었다. 사라진 것은 소녀가 아니라 도덕성이다. 인간은 '인간성'이라는 단어로 인간동물과 비인간동물을 구분지으려고 무던히 노력하지만 인간적인 인간동물보다 인간적인 비인간동물이 더 많이 발견되는 이유는 도덕적이고 이성적이며 이타적인 '인간성'을 오직 인간동물만이 가지지 않았다는 반증같다. 소설 자체의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여러 이유가 있었을테지만 그 중 한 가지는 아마 작가가 한 번도 제주도를 가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제주에 갔던 사람치고는 배경묘사가 너무 부실했다. 육지 사람이 알 수 없는 제주 특유의 문화가 소설에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는 느낌도 강했다. 조선 궁궐 배경의 추리 소설이 2023년 10월 출간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보다 더 한국적인 요소가 제대로 표현되었기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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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 - 인간과 동물의 관계를 통찰하는 인간동물학 집대성
마고 드멜로 지음, 천명선.조중헌 옮김 / 공존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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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동물학은 매우 최근에 신설된 학문이다. 동물행동학도 사실 과학계에서 '과학'으로 받아들여진지 얼마 안 된 학문이지만 인간동물학은 거의 신생 수준이다. 동물의 개별적인 객체에 대한 인식은 제인 구달이 침팬지에게 이름을 붙여주면서 진행된 연구로 인해 종이나 성별집단이 아닌 동물객체에 대한 동물행동학이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인간동물학은 인간의 문화, 사회 내에서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서 나오는 상호작용과 함께 동물과 인간의 상호작용과 인간이 동물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에 대해서 다루고 있는 영역이다. 인류학, 민족학, 심리학 등 문화인류학과 비슷한 학문이라고 생각될 수 있지만 생물학, 생태학, 수의학 등과 함께 특정 문화 내에서의 동물과 동물 자체의 특성에 대한 연구도 지속되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여 동물생태학에 대한 책을 많이 읽으면서 동물권 자체에도 관심이 많았던터라 '동물은 인간에게 무엇인가'에 나왔던 내용은 기존의 자료를 철학적으로 풀어낸 것이라 읽는데는 큰 어려움은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워낙 방대하고 다양한 자료를 하나로 엮는데 있어서 중심축을 잡는데 어려웠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인간동물에게 비인간 동물은 무엇인가? 그리고 비인간 동물에게 인간동물은 무엇인가? 동물생태학, 생물학, 동물행동학, 수의학 등 동물과 관련된 학문분야가 있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인간동물의 눈으로 비인간 동물에 대한 논의를 할 뿐이다. 동물은 기계와 같은 반응을 할 뿐이라는 인식은 아직 어떤 사람에게는 유효한 명제이다. 어떤 사람은 반려동물로 인식되는 개와 고양이의 안전으로만 동물권을 인지하지만 비거니즘을 지향하는 단체와 사람은 공장식 축산과 도축에서 안전하고 야생 그대로의 삶을 지향하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의 동물권을 말한다. 개는 반려견이기 때문에 먹을 수 없고 토끼의 눈에 마스카라를 바르는 실험은 잔인하다고 생각하면서 겨울이면 모피코트를 입고 다니며, 일상적으로 소'고기', 돼지'고기', 닭'고기'를 섭취하는 인간동물에게 비인간동물은 무엇인가? 비인간동물에게 인간동물은 어떻게 비추어질까? 비인간동물이 바라보는 비인간동물생태학과 인간동물생태학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인간동물학을 연구하는 학자는 인간동물의 시선으로 본 비인간동물의 객체성이 다분이 인간동물 위주로 서사될 수 밖에 없음을 인지한다. 비인간동물 언어와 문화를 인간동물은 언제쯤 받아들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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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트렌드 2024 - 57가지 키워드로 전망하는 대한민국 돈의 흐름
김도윤 외 지음 / 북모먼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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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는 부분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같은 내용을 보더라도 돈을 벌고 싶다면 이것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로 연결할지 고민을 하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언제나 '위기는 기회다.'라는 문장을 옆에 두고 살지만 진짜로 위기를 기회로 만든 사람은 드물다.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은 '돈의 흐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이것이 왜 트렌드인지 핵심 목적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돈은 멀리 있지 않고, 우리의 일상 가까이에 있다. 다만 그 단서를 보고 돈으로 연결하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으로 나눠질 뿐이다.'라고 썼다. 트렌드에 관련된 책을 읽어도 그 내용을 피상적으로만 접근한다면 절대 돈을 버는 성공은 하지 못 할 것이다. 김용섭 소장의 문장처럼 '트렌드를 돈으로 연결할 수 있는 생각을 하는 관점을 기르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라는 고민이 되었다.

두 번째는 '57가지의 머니 트렌드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중 1가지 방법을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이라는 문장이었다. 전반적인 트렌드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잘 모르는 분야를 가지고 성공하는 것은 어렵다. 다양한 트렌드 중에 내가 제일 잘 알고 할 수 있는 분야 1가지를 내 삶에 적용하여 바꾸는 것이야말로 트렌드와 관련된 책을 읽는 궁극적인 목표라는 생각이 들었다. 머니트렌드 2024에도 다양한 트렌드에 대한 내용이 있었지만 실제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고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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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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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는 유명한 일본인 작가이다. 스페인의 서점에 스페인어로 번역된 아시아 작가 중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나 에세이가 제일 많았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의 소설이나 이민진의 소설 파친코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있기는 했지만 한국의 소설보다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이 압도적으로 더 많이 눈에 띄었고 그 다음이 스페인어로 번역된 중국 소설이었다. 한국에서 상실의 시대로 더 유명한 무라카미 하루키가 쓴 노르웨이의 숲은 나도 읽었었고 영화로도 보았지만 언어로 설명할 수 없는 불편한 감정 때문에 딱히 좋아하지 않는 작품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나 다른 소설, 에세이를 읽을 시도는 해보았지만 잘 읽혀지지 않았다. 독서모임 송년회에서 굳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스스럼없이 집은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익숙하지 않은 글에 대한 도전의식 때문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명한 이유는 어쨋거나 글을 잘 쓰기 때문일테고, 나는 익숙치 않음에 거부감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20년이라는 시간 동안 무라카미 하루키가 방문한 곳의 여행에세이를 한 권으로 묶은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의 목차를 보았을 때, 내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서 느끼는 낯설음은 그저 익숙치 않음에 대한 거부감이 아니었다.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종자부터 다른 사람이었다. 나도 살면서 여러 번 해외여행을 갔었고 꽤 다양한 나라를 다녀보았음에도 무라카미 하루키가 갔던 곳과 단 하나도 심지어 나라도 일치하지 않았다. 이러기도 쉽지 않을텐데, 그냥 나와 무라카미 하루키는 뭐 하나도 전혀 안 맞는 사람이었던 것이다.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를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의 방식으로 본 세상의 일부를 알 수 있었지만, 나와 다른 사람의 존재에 대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글 읽기였다. 내가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도 이상한 사람은 아니다. 그저 서로 안 맞는 사람일 뿐이었다. 앞으로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계속 글을 쓰고 출판을 할테고 나도 책을 읽다보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에 닿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 만나지 않는 평행선이 될 수도 있지만 아시아 문학의 한 부분으로서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은 예술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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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이 : 러시아가 재편하는 질서 - 페레스트로이카 이후 30년, 러시아는 지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정연한 지음 / 박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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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전이相轉移를 읽을 결심을 하게 된 것은 현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 알기 위해서는 러시아의 상황도 파악해봐야한다는 개인적인 생각때문이었다. 상전이相轉移를 쓴 사람은 특이하게도 러시아연방정부 재무대학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한국인 최초로 러시아 공인세무사이기도 하다. 러시아에서 오랜 기간 살았고 현재도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에서 국제경제학을 전공하였으며,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 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어떤 모습일까?

상전이相轉移에서는 러시아가 현재의 러시아가 되기 전, 1917년 혁명으로 인하여 없어진 러시아 제국의 마지막 모습부터 소비에트 연방이 왜 실패하였으며 그 이후 러시아가 어떤 과거를 지나왔는지 알기 쉽게 설명해준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 소속이 되었는데 그 과정에서 있었던 마찰이 나비효과가 되어 지금의 전쟁이 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크림반도는 우크라이나의 남쪽 흑해로 돌출해 있는 반도로, 본래 러시아 영토였다가 1954년 우크라이나에 편입되었는데, 크림반도는 이를 반대했다. 실제로 현재 크림반도에 살고있는 사람은 우크라이나계가 아니라 러시아계 사람이 많고 문화적/인종적/역사적으로 스스로 우크라이나인이 아닌 러시아인으로 내재화되어있는 상태이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에도 크림반도를 우크라이나의 한 부분이 아닌 크림반도 스스로의 자치권을 달라고 요청하였으며,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에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독립을 하거나 다시 러시아로 편입되기 위한 노력을 했다. 이 부분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아래에 있는 신나치주의자가 크림반도에 가서 지역 주민을 탄압하는 일이 벌어진다. 우크라이나 지역 내에서도 러시아와 가까운 서쪽 지역 몇 곳(크림반도, 돈바스 지역 등)은 러시아계 주민이 많으며, 민족주의자가 있어 우크라이나에서 독립이나 자치권을 원하는데 우크라이나 정부는 신나치주의와 함께 행동하며 해당지역 내 민족주의자의 민족자결권을 억압하고 폭력을 휘두르며, 참정권도 주지 않는 상태였다. 이게 옛날상황도 아니고 무려 전쟁 직전까지 있었던 상황이고, 여기에 크림반도, 돈바스 지역에 살고 있는 러시아계 사람이 러시아어를 못 쓰고 하고 러시아 문화 말상정책을 지속하고 있었다. 이 부분은 일제강점기 시설 일본이 한국인에게 한국어를 못 쓰게 하고 한국 문화 말살 정책을 폈던 것과 같다. 여러가지 정황이 있어도 싸움이 일어나면 언제나 먼저 때린 사람이 불리한 것처럼 전쟁을 먼저 시작한 러시아가 불리한 상황인 것은 맞지만, 과연 러시아가 노력을 하지 않았을까? 전쟁이 시작되기 전, 러시아가 먼저 NATO에 연락하여 '우크라이나는 중립국으로 둡시다.', '우크라이나 내 민족 말살 정책을 억제해야한다.'는 내용은 없던 일이 된 것은 옳은 것일까? 신나치주의의 민간인 폭행은 정당한 것일까? 서방세계 주도로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학살하고, 점령 지역의 인프라를 파괴하고 있다는 뉴스가 보도되고 있지만, 이 부분이 100% 사실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우크라이나 민간인이 학살된 시점에서 러시아 군은 해당 지역까지 진출하지 못하였으며, 우크라이나 지역 내 떨어진 폭탄은 러시아 군이 아닌 우크라이나 군이 사용하던 폭탄이었고, 러시아에서는 점령지가 파괴되면 추후에 인프라 재건이 더 어려우니까 최대한 파괴를 하지 않고 재건사업을 힘쓰고 있다. 어떤 것이 진실인지 확답할 수는 없으나, 일부러 누군가 러시아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고 있다는 의심이 들 수 밖에 없다.

그 어떤 경우에도 전쟁을 옹호할 수 없지만 '정치적'으로 생각했을 때, '어떤 판단을 해야하는가'와 실제로 이 상황을 '누가 이용하고 있는가'는 고민을 해야하는 문제이다. 한국은 미국의 우방이기는 하지만 지리적인 거리는 러시아와 가까우며, 과거에 러시아와 맺었던 협약 덕분에 북한에 대한 군사 및 경제 제재 부분에서 이득을 본 것은 사실이다. 전쟁에서 누구의 편도 들 수 없으니 도망하는 비겁한 사람이 되면 안 되지만, 그렇다고 피해자의 피의자를 구별하지 못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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