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 아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79
손서은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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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낯익은 이야기
처음 접하는 작품이었고, 우리나라 작가가 쓴 시리아 난민 소년의 이야기라는 색다른 면이 있는데 이상하게 낯설지 않은, 익숙한 느낌이 드는 이야기였다. ‘유령 아이’로 지내야하는 시라아 난민 마이크의 인권에 초점을 맞추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엠마와 같은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라 낯익은 것인가 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이 작품이 떠올랐다.

자기 앞의 생
소외된 이들끼리의 연대라는 면에 공통점이 있었을까? 실상, 이 작품은 연대라기보다는 마이크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는 결말로 마무리되었는데 말이다. 그래도 마이크를 기억하고 눈물을 훔치는 마리아 아주머니가 있고, 유령처럼 존재가 사라져야 존재할 수 있는 마이크의 이야기는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 속 모모와 로자 아주머니와 닮아 있다.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
마이크는 누구보다 꿈을 이루고 싶은 강한 의지가 있었다. 그 꿈이래봐야 번듯한 레스토랑의 웨이터가 되는 것이지만 그 꿈이 마이크에게는 너무나도 멀고도 강렬한 꿈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관광객 호객꾼으로 하루에 일당 몇 푼을 건지는데 급급한 것. 호객의 대상이 되는 관광객에게 연민을 느끼는 순간 마이크는 위태로운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환상인지 알 수 없는 마이크의 하루는 보금자리를 잃고 떠돌이로 살아가는 마이크의 실질적인 감정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이크가 선택한 것은 난민의 삶이었을 뿐이다. 그래야 살 수 있었으니까.

엄마를 찾아 그리스로 온 엠마 역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다. 엠마는 엄마 옆이면 숨을 쉬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엠마를 기다리는 엄마도, 엠마라는 존재를 인정해주는 어느 누구도 없었다. 외로운 마이크와 서로 위로하고 의지하는 사이가 되었다면 좋았을텐데 존재가 불투명한 이들에게는 그조차 사치였을까?

개운치 않은 장면들이 조금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 이 작품은 다 읽고 가라앉는 마음에 쉽게 기록을 남기기 어려웠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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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래빗
김미숙 지음, 이명환 그림 / 현암주니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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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래빗>을 읽기 전에는 전혀 모르던 이야기였어요. 한국전쟁 당시 학도의용군으로 활약했던 소년병의 이야기에 가슴 뭉클한 기억은 있는데 정식 명칭도 없었던 소녀 첩보원이라니, 상상도 못한 이야기에요.

이 책을 쓴 작가님도 21년 여름, 다큐멘터리를 보고 ‘래빗’의 존재를 알았다고 하니 최근에야 알려진 사실인가봐요.

모르고 지났을 이야기를 발굴해 어린이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좋은 책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방송과 출판사가 해야할 일들이 바로 이런 일이라고 생각해요.

엄마 차, 아빠 차 타고 다니느라 대중 교통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 요즘 어린이 시후는 혼자서 시외버스를 타고 양평 할머니댁에 가는 것만으로도 큰 모험입니다. 사실 시후는 씩씩하고 모험을 즐기는 열 한 살인데 말이지요. 시후는 여름방학동안 외할머니댁에서 지내며 수상하리 만큼 자주 울리는 할머니 전화기에 호기심이 생깁니다. 아무도 모르고 있었던 할머니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 그동안 할머니가 청심환을 매일 드신 이유, 제주도 가족여행을 못가신 이유를 알게 되지요.

한국전쟁 당시 정체를 감추고 활동해야 했던 소녀 첩보원은 전쟁 중이라 제대로 된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적진에 침투해 주요 시설과 동태를 파악했다고 해요. 당시 첩보원으로 활동했던 분들의 증언에 따르면 ‘발각되면 절대 정체를 드러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해요. 가족들에게 첩보원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데도 제약이 많았다고 합니다. 북한을 다녀왔다는 사실 만으로 적군이라고 의심당하는 시대였기 때문이지요.

나라 사랑하는 마음, 전쟁 중 가족을 잃은 아픔을 치유할 마음으로 활동했던 소녀 첩보원의 공로는 2022년에서야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는데요. 군번도 없는 비정규군이라 활동을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해요. 돌아가신 분도 많아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늦었지만 그들을 알고 기억할 수 있게 되어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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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문자답 나의 1년 2023-2024
홍성향 지음 / 인디고(글담)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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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다이어리처럼 생긴 이 책은 라이프코치 홍성향님이 만든 질문을 읽고

내가 답을 찾아 적어, 나만의 책을 만든다. 


한 해를 반성하고 새해를 계획하기 적당한 시즌에 맞춘 책이라고 생각하며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이 작업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QR코드가 제공된다.


곱고 조용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이야기는 내가 나에게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리고 책에서 던져주는 질문으로 시작한 나를 발견하는 시간과 공간에 빠져들 수 있었다.


해마다 연말이면 새 다이어리에 새해를 더 잘 살아보자는 다짐을 적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잘 버티기 위해서는 올 한 해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

나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들, 다시 시도해보고 싶은 것들을 생각해보며 해야할 일과 나아가야할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Q. 올해 내게 있었던 기회는 무엇이었나요? 나는 그 기회를 어떤 태도로 받아들였나요?


라는 질문이 제일 마음에 들었다. 유난히 새로운 일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던 올 한 해, 나는 기회를 잡기도 했고

놓치기도 했다. 그 기회에 대한 내 태도를 리마인드해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것을 추구하는지 이해하는 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라캉이 말하는 '욕망의 타자성'처럼 내가 하는 많은 행동은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사회적인 관계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인생의 반환점에 선 꽤 익은 나이에 내가 생각하는 '나'를 가장 소중하게 여기게 되어 내가 나를 잘 돌보는 데 

시간을 내보는 이 경험이 괜찮은 경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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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나도 철학이 알고 싶었어 - 누구나 궁금한 일상 속 의문을 철학으로 풀다
이언 올라소프 지음, 이애리 옮김 / 애플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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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바쁜 도시 뉴욕의 파머스마켓, 도서관 앞, 지하철역 등에 ‘철학자에게 물어보세요(Ask a Philosopher)’라는 부스를 설치하고 지나가는 사람들의 질문을 받는 철학자라니, TV 예능 프로그램같은 설정이 재미있다. ‘무릎팍 도사’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저자 이언 올라소프는 철학이 어렵고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라 일상 생활과 밀접한 사람들의 것이며 철학자가 아닌 사람들의 생각과 질문도 충분히 철학적일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나보다.

부스에서 사람들이 던진 질문에 철학자가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목차를 살펴 마음에 드는 질문부터 먼저 골라 읽어도 상관없다. 목차 속 질문을 살펴 보며 나는 어떻게 생각하지?를 고심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인가? 싶게 일상적이고 엉뚱하지만 나도 한 번쯤 생각해본 질문이 많다.

‘철학이란 무엇일까?“에서 시작한 질문은 ’과학과 종교는 양립할 수 있을까?‘, ’내가 바꿀 수 없는 일에 화내는 것이 의미있을까?‘, ’케첩은 스무디일까?‘, ’아기 히틀러를 만난다면 죽여야 할까?‘ 등 누구나 해 본 적 있는 질문부터 엉뚱한 상상까지, 내 생각은 어떤지 반문해볼 법한 질문으로 가득하다.

질문에 대한 답을 읽고 명쾌하게 ‘아 그렇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말했듯이, 이 책은 철학자의 답에 초점을 맞춘 책이 아닌 것 같다.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일깨워 당신도 철학자가 될 수 있다는, 우리가 살아가는 이 삶 자체가 철학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책이니까 말이다.

한 꼭지 씩 따서 함께 책읽는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소재로 활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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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절반은 협상이다 - 상황을 역전시키고 주도권을 잡는 딜메이커되기
안준성 지음 / 비전비엔피(비전코리아)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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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국제 협상의 전문가다. 협상을 가르치는 교수님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려운 책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영화, TV 프로그램 속 상황, 실제 협상했던 사례를 들어 설명해 쉽게 이해되고 재미도 있다. 


협상의 목적은 협상 주체와 타결에만 있지 않다. 협상 자체를 결렬시키기 위한 목적도 있다는 설명에 마치 필경사 바틀비가 '하지 않는 편을 선택하겠습니다'에 맞먹는 깨달음을 얻었다. 일상 속에서도 대화를 통해 내 뜻을 전달하고 상대의 뜻을 전달받아 합의점을 찾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어디 한 번 떠들어봐. 절대 들어주지 않을테다'라는 자세로 시종일관 상대의 의지를 꺾을 때도 있지 않은가. 


개인 간의 대화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무게감이 느껴지는 기업 간 협상이나 국제 협상의 경우 더 획기적인 기술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고 말과 글로 이루어지는 일이다보니 태도의 진정성이 큰 힘을 갖는다는데 동의한다. 논리적으로 말하고 쓰는 법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이 책 역시 수업에 접목할만한 것을 찾으며 읽었다. 


토의토론과 발표할 때 지켜야 할 매너와 자세는 큰 물이라 볼 수 있는 국제 협상에서도 다를 바 없었으며 결국 대화의 주도권을 누가 잡는가. 그 주도권은 어떤 태도와 자세일 때 가질 수 있는가. 말하기보다 듣고 상대를 관찰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우며 서로 발표하겠다고 손 드는 학생들에게 말하기도 듣기도 항상 중요하며 무엇보다 집중하는 것, 진정성을 가지는 것의 중요성을 지도해야겠다. 저자의 국제 무대 사례와 예시로 든 영화, TV 프로그램 사례는 이제 이 논술선생의 지인이 되어 수업 시간에 주의 집중과 논리적 말하기, 쓰기, 듣기의 사례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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