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생각은 증조모로부터 온 것이기도 했다. 할머니가 조금이라도 좋다, 행복하다, 만족스럽다, 같은 표현을 하면 증조모는 부정 탄다고 경고했다. 자식이 예쁠수록 못났다고 말하고, 행복할수록 행복하다는 말을 삼가야 악귀가 질투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돌이켜보면살면서 후회되는 일은 늘 그런 것이었다고 할머니는 말했다. 함께 웃고 즐거워하고 따뜻함을 나누는 시간을 그대로 누리지 못하고 불안에

"착하게 살아라, 말 곱게 해라, 울지 마라, 말대답하지 마라, 화내지 마라, 싸우지 마라. 귀에 딱지가 앉도록 그런 얘길 들어서 난 내가화가 나도 슬퍼도 죄책감이 들어. 감정이 소화가 안 되니까 쓰레기 던지듯이 마음에 던져버리는 거야. 그때그때 못 치워서 마음이 쓰레기통이 됐어. 더럽고 냄새나고 치울 수도 없는 쓰레기가 가득 쌓였어.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 나도 사람이야. 나도 감정이 있어."
눈물이 관자놀이를 따라 귓속으로 들어갔다. 나는 조용히 흐느꼈다. 그랬니, 그랬구나, 나도 마음이 아프다…… 아주 단순한 말로라도 엄마가 내게 공감해주기를 나는 기대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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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한 번이라도 그냥 믿어줄 순 없어? 그게 안 돼?"
엄마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서서 지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넌 이보다 잘 살 수 있는 애였어. 똑똑하고 밝고, 너 같은 애가 내딸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였어."
"지금 내가 사는 모습이 그렇게 엄마 마음에 안 차?"
내가 울컥해서 말하자 엄마가 당황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 엄만 네가 더 잘 살았으면 하는 거지."
"엄마, 이게 나한텐 최선이야. 나보다 더 똑똑한 사람들 이 세상에널리고 널렸어. 나 그렇게 특별하지 않아. 지금 직장도 내 능력에 과분한 곳이야."
"직장 얘기만 하는 게 아니잖아."
"엄마, 그만해."
"알았어."
엄마는 그렇게 말하고 속도를 높여 걸었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엄마도 알 테니까.
엄마는 일평생 내게 기대하고, 실망했다. 너 정도로 똑똑하고 너 정도로 배운 사람이라면 응당 자신은 꿈도 꿔보지 못한 삶을 사는 게 마땅하다는 것이 엄마의 주장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진 것별로 없는 그와 결혼한다고 했을 때 엄마는 내게 크게 실망했지만, 내가 결혼을 하고 정상 가족을 꾸린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하는 것으로마음을 돌렸다. 엄마는 사위를 살뜰히 챙겼다. 우리가 우리의 가족을잘 굴려나가서 남들 보기에 그럴듯한 모습으로 살기를 기대했다.

나는 엄마의 그 작은 기대마저도 충족시키지 못했다. 엄마를 철저히 실망시켰다. 엄마에게 인정받기를 기대하고 번번이 상처받기보다는 내 일에서 인정받고 친구들에게 지지를 받는 것으로 충분하다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머리로는 아는 일을 내 가슴은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자식은 엄마가 전시할 기념품이 아니야.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소리치면서도, 엄마의 바람이 단지 사람들에게 딸을 전시하고싶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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했다.
"너희도 나중에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을지 궁금하지? 내가 여러 일들을 겪으면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 그건 한 발 한 발 내믿는 것이 중요하다는 거야. 미래는 내가 꿈을 꾸든 꾸지 않든 오게 돼있어. 하지만 내가 꿈꾸는 미래는 내가 앞으로 나아가야만 오는 거야.
뭐든 일단 해야 해. 그냥 막 하면 안 되고 꿈을 생각하면서 말이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그리고 새로운 직업도 많다. 그럼, 세 번째 직업을 찾아서 떠나 볼까?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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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품고 있는 망상이었다.
평소 우리는 잘 정비된 도로 위를 달리며, 거기서 벗어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간선도로를 순식간에 이동하여 도중의 경치도 그다지 보지 않는다. 좁은 나라, 작은 나라라고 말하면서도 대부분의 장소에 한 번도 발을 디디지 못한 채 죽는다. 아직 한 번도 가보지 못한 현도 있고, TV와 사진에서봐서 알고는 있지만 실제 놀러 가본 적 없는 곳도 많다.
그렇다면 이 세상과 똑같이 닮은 세상이 세상 뒤쪽에 몰래 계속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나와 형이 망상한것처럼 부모님이 아직 살아 있고 지금까지도 열심히 일하고있는 나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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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가족이 보기에도 설명하기 좀 어렵다. 아니, 가족이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생각해보자. 당신은 자신의 가족을 얼마나 정확하게 남에게 설명할 수 있나.
오랜 세월 함께 시간을 보냈다고 해서 그 사람을 제대로이해한다고 할 수 없다. 오히려 공기처럼 그곳에 당연히 있는 존재이기에 이제 와서 구태여 어떤 사람인지 생각하지않고 속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리라.

크리스마스이브, 북반구라면 한랭기이기에 사용 빈도가높아지는 위험한 난로 굴뚝을 통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어 보이는 그 거대한 몸으로 집 안에 억지로 침입하여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마음대로 물건을 방치하는 빨간 옷을 입은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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