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 신동엽시인 서거 50주기 기념 시그림집
신동엽 지음, 김형수 엮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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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 신동엽 지음 / 교보문고



'껍데기는 가라'의 시인 신동엽. 4월의 시인이자 저항의 시인이기도 한 시인의 작품과 그림이 함께 담긴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 익숙한 시를 대표작을 시작으로 시와 어우러져 때로는 푸르게 때로는 참혹하게 시적 분위기를 압도하는 그림이 어우러져 그림을 보면서 시를 다시금 읽게 되는 구성 자체가 정말 맘에들었다. 무엇보다 시인의 시가 참 좋았다. 우리에게 친숙한 시 <봄의 소식>은 희망이 어디론가 사라져 다시는 오지 못할 것 처럼 위독하다든가, 선지피를 흘린다는 참혹한 현실을 이야기하다가도 결국 마지막에는 '우리들 모르는 새에 이미 숨어와서 몸단장들을 하고 있는 중'이라며 꺼지지 않는 희망에로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어지는 <밤은 길지라도 우리 내일은 이길 것이다>에서도 여지없이 안타깝다는 말조차 사치로 여겨질만큼 힘없이 스러져가는 생명앞에서 나약하고 고독한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면서도 끝내는 제목에서처럼 '이길 것이다'라고 희망을 이야기한다. 이렇듯 다분히 희망으로 귀결되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끊임없이 반복되는 약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는 시들도 있다. 그런가하면 저항시인으로서 면모를 떠나 시인 그자체, 인간의 유한한 삶과 나약한 심신을 이야기하는 작품들도 있다. 처음 책을 읽으려고 했던 것은 저항시인으로서의 대표작이었으나 막상 작품을 대하고 나니 <영影>이야 말로 아, 시인이여, 하고 탄식할 만큼 마음이 흔들렸다.

영影

버스에 오르면 흔들리는 재미에

하루를 산다.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먹먹한 가슴 굳어만 갈 뿐

나타나줄 것 같은

비가 내리는

어둔 저녁에도

너는 없었다.

대폿집 앞에 서면

부서지고 싶은 대가리

대가리를 흔들면서

전찻길을 건넌다.



댕그랑 땡

미친 가슴처럼

아스팔트 바닥에 쏟아지는

통쾌한 중량의 동전닢

버스에 오르면 울고 싶은 재미에

하루를 산다.

-이하 생략-

시인이 어떤 마음으로 이 시를 적었는지 알고 싶지 않았다. 그저 '버스에 오르면 ㅇㅇ하는 재미'의 구절이 너무나 공감되어 먹먹해졌다. 흔들리는 재미에 기점에서 종점까지 하염없이 오를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울고 싶은 마음에 고속도로를 오가는 광역버스에 올라 뒷자석에 몸을 깊숙히 들이밀고 앉아 창을 바라본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치 윤동주의 <자화상>속 사내를 만나는 듯한 기분이었다. <영>과 함께 등장한 최영 화가의 작품이었다. 그의 그림은 이 책의 표제그림이 된 <그 사람에게 우리 왜 우리 인사도 없이 지나쳤는가> 등과 함께 개인적으로는 다른 작품들보다 신동엽시인의 작품과의 조화가 가장 맘에 들었다. 다시 시로 돌아오면 <왜 쏘아>라는 작품은 읽는 내내 최근에 읽었던 한국전쟁을 포함한 킬링필드를 비롯 각국의 내전에서 희생당한 사람들이 떠올라 괴롭고 힘들었다. 시의 일부만 봐도 아마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왜 쏘아.

그들이 설혹

철조망이 아니라

그대들의 침대 밑까지 기어들어갔었다 해도,

그들이 맨손인 이상

총은 못 쏜다.

왜 쏘아.



우리가 설혹 쓰레기통이 아니라

그대들의 판자 안방을 침범했었다 해도

우리가 맨손인 이상

총은 못 쏜다.

<왜 쏘아 중 일부> 71-72쪽

<이야기하는 쟁기꾼의 대지>는 시인 신동엽 50주기기념 시그림집으로 뒷표지에 다음과 같은 문구가 적혀있다. '식민, 전쟁, 독재의 상처로 얼룩진 대한민국을 온몸으로 통과한 사람, 시인 신동엽'이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또 끄덕인가. 그야말로 온몸으로 통과했다는 말 외에는 적확한 표현이 없어보인다. 시인은 개인의 아픔뿐 아니라 사회의 울음을 시로 표현하는 사람 그 자체였다. 시인의 시에 더해진 그림들의 특정 화가의 작품을 언급하긴 했지만 다른 작품들도 서두에 밝힌 것처럼 조금의 부족함이나 어긋남없이 시와 잘 어우러져 정말 좋았다. 가슴을 울리는 많은 시들이 있지만 당장의 우리가 살아내는 이 땅의 아픔을 노래한 시인의 시를 모르고는 안될 말이었다. 그렇기에 이 책은 누구라도 꼭 마주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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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강승현 옮김 / 모모북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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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강승현 역 / 모모북스


모모북스에서 출간한 레프 리콜라예비치 톨스토이(이하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표제작 포함 총 7편의 단편과 역자후기로 구성된 소설집으로 해당 리뷰에서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와 <바보이반>에 관한 감상을 담으려고 한다. 우선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는 작가가 이전에 발표한 작품들에 비해 기독교적인 분위기가 진하게 묻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인간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이 세가지를 알게 되는 날 너는 다시 하늘나라로 돌아올 수 있으리라.48쪽


핵심내용은 '인간은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와 사람은 '사랑'으로 산다는 이야기다. 주님의 명을 어긴 천사 미하일이 날개를 잃은 채로 땅위로 떨어지고 이를 발견한 세몬이 처음에는 헐벗고 낯선 미하일이 두려워 그냥 지나쳤다가 이내 다시 돌아와 갈곳없는 그를 데리고 자신의 집에 데려가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예전에도 그리고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이 낯선이를 발견했을 때 드는 생각은 우선 두려움이다. 혹시 나에게 해를 가하진 않을까 겁부터 먹기 마련이다. 하지만 미하일의 얼굴을 보는 순간 세몬은 마음이 자꾸 끌리는 것을 어쩔 수 없다. 받아야 외상값을 받지도 못하고 그나마 겨우 받은 푼돈을 술마시는데 써버린 세몬이 미하일을 집으로 데려갔을 때 아내의 반응은 너무나 당연하게 냉담과 멸시였다. 하지만 왠일인지 미하일의 얼굴을 본 그녀역시 측은한 마음이 든다. 기독교에서는 하느님에 대한 절대적 사랑과 함께 반드시 가져야 할 신앙인의 마음가짐이 이웃에 대한 사랑이다. 이웃을 내 몸과 같이 혹은 그보다 더 아껴야 하는 사랑. 내게 친절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그렇지 않은 심지어 나를 미어하거나 괴롭히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서는 힘겨운 이웃사랑보다는 사랑 그자체의 힘을 이야기하고 있고, 이 보다 더 중심이 되는 이야기는 과연 우리가 기도하거나 바라는 수 많은 '바람'들 중에 진실로 자신들에게 필요한 것을 알기는 하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사실 많은 이들이 소원을 적으라고 하면 '재물'을 바란다. 재물이 있는 사람은 '명예나 권력'을 바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당장 1초뒤의 미래도 알지 못한다. 재물을 주었으나 10분뒤에 사고로 죽는다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미래를 알 수 없으니 우리는 그토록 어리석은 허상을 쫓아 살아가게 된다.


이반의 나라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모두 떠나 버렸다. 남은 사람들은 모두 바보들뿐이었고 그들은 돈이란 걸 가지고 있찌 않았다. 모두들 스스로, 혹은 서로서로 도우며 일을 해서 먹고살았다. 159쪽


<바보 이반>은 지능이 부족한 바보가 아니라 제 잇속을 챙기지 않고 불필요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의 '바보'라고 볼 수 있다. 이반과 달리 위의 두형은 권력과 재물을 탐하며 아버지의 재산을 탐낸다. 바보 이반은 열심히 제 손으로 일하며 사는것에 충분히 만족하기에 형들의 요구를 들어주라고 아버지에게 이야기한다. 허나 도깨비들의 등장으로 두 형은 모두 파산하여 이반에게 되돌아온다. 보통의 사람이라면 그런 형들을 받아주더라도 비난하거나 불평을 할 만도 한데 이반은 다르다. 애초에 욕심이 없으니 자신의 집을 나누어 쓰며 심지어 형수들의 불평에도 불만을 갖지 않는다. 도깨비들은 이 세형제를 그냥 놔두지 않고 계속해서 두 형에게는 그들의 욕심을 이용해 괴롭히려 하고 이반에게도 여러번 시도하지만 매번 실패한다. <바보 이반>을 읽다보면 욕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라면 사기를 당할일도 누군가에게 앙갚음을 당할 일도 없을거라는 것은 알 수 있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산속에서 아버지와 욕심없이 살던 소녀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있고 잠시의 쾌락을 견디지 못해 자신과 무관한 귀한 생명이 도로위에서 희생당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다. 바보가 아닌데도 바보가 되어버리는 과거였다면 현대 사회는 심지어 기본적인 생존권은 물론 생명까지 잃게 되는 사탄으로 가득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를 통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미 가진것에 대한 진실된 감사와 이웃에 대한 사랑이라면 <바보 이반>은 노동의 중요성과 함께 세상의 약자아닌 약자를 지켜낼 수 있는 올바른 양심과 인성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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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노래
나카하라 추야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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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의 노래/ 나카하라 주야 /필요한 책


나카하라 주야의 <염소의 책>은 1934년, 시인의 첫 시집이며 같은해에 그의 첫 아들 후미야가 탄생했다. 안타까운 것은 후미야가 만 세살이 되기전에 세상을 떠난 뒤 시인도 신경쇠약에 시달리다 결국 서른이라는 젊은 나이에 요절하고 만다. 그의 두 번째 시집<지난 날의 노래>가 세상에 나오기도 전이었다. 사실 나카하라 주야의 첫 시집은 물론 사후 작품집이 출간되었을 때만해도 큰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좋은 작품은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것처럼 2019년, 이웃나라에 번역본이 출간될 정도로 시에 녹여져 있는 그의 감성은 더할나위없이 시인의 감성 그 자체였다.


상실한 희망 (p.127-8)

어둔 하늘로 사라져 갔노라

내 젊은 날 불태운 희망은,


여름밤 별 같은 것은 지금도 여전히

머나먼 저 하늘에 보였다 말지, 지금도 여전히.


어둔 하늘로 사라져 갔노라

내 젊은 날 꿈과 희망은,


지금 다시 여기 엎드려

짐승 같은 것은, 어둔 생각을 하지.


그러한 어둔 생각 어느 날

맑게 갤지 알 길 없어서,


빠져든 밤 바다에서

하늘의 달, 찾는 것과 같지.


그 파도는 너무도 깊고

그 달은 너무도 맑아,


서글퍼라 내 젊은 날 불태운 희망이

바야흐로 이제 어둔 하늘로 사라져 가 버렸지.



시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이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다. 하지만 단 한 줄, 아니 단 하나의 시어가 마음을 흔들어도 그 작품은, 또 그 작품을 쓴 시인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위의 발췌한 작품의 경우는 시어 하나하나, 행 하나하나가 다 와닿아 읽고 또 읽었다. 나이얘기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게 되는 중년이라 그런건지, 희망이 문자 그대로 희망이 아니라 남은 생을 버텨내기 위한 마지막 보루임을 알아서인지 반복되는 '내 젊은 날 불태운 희망'이란 말에 탄식이 절로 나왔다. 뒤에 이어지는 <내 성장의 노래>도 만만치 않았다. 이 작품이 맘에 들었던 또 다른 이유는 눈이 내리는 밤의 서글픔을 잘 표현해서이기도 했다. 이 작품은 특별히 직접 찾아보았으면해서 이곳에는 옮겨놓지 않았다. 눈이라는 존재가 시인의 성장과 관련해서 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를 유년기, 소년기, 그리고 청소년기에 이어 스물 셋에 이어질 때까지 표현했는데 마치 이 작품을 읽고 있는 동안에는 한 겨울 깊은 밤 가로등밑에서 홀로 눈을 맞고 있는 듯한 기분까지 들었다. 서럽고 서러운지 느꼈던 적이 있다면 분명 시인의 작품을 한 번 아니 오래도록 곁에 두고 혼자 몰래꺼내 여러번 보게 될 것같다. 이와 같은 감성을 가진 것이 축복인지 저주였는지 아이를 잃고 난 후 얼마나 상심이 컸을지를 생각하니 아무리 시를 다양한 감정으로 마주하려해도 쉽지가 않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지금 내 감정 상태가 이런 작품들에만 반응했었기에 모든 시에 다 마음이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누군가는 천진한 작품에도 마음이 동했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아니면 내년 봄에 다시 시집을 펼쳐본다면 어떨까. 다다이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시인 나카하라 주야. 정말 오랜만에 이런 문학적 분석과 이론을 다 멀리하고 작품에만 몰입해서 빠져들었던 것 같다. 가을인데 가을인데, 자꾸만 등장하는 시인의 '눈'이야기 덕분에 한 겨울 눈내리는 밤 한가운데에 계속 머물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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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강현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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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 / 강현식 지음 / 메이트북스


이 책의 출발점은 바로 여기였습니다. 심리학 대중서와 전공서의 가굑 역할을 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심리학에 대한 대중의 기대에 어느 정도 부응하면서도 가능한 학문으로서의 심리학의 입장을 ㅁ낳이 담아내려고 노력했습니다. 9쪽


계절이 바뀌고 마지막 학기가 남아있었다. 미루고 미루었던 교육심리학 수강신청을 한 후 소장하고 있거나 읽으려고 메모해두었던 도서리스트를 확인해보았다. 오래 전 학부시절 공부했던 심리학은 그저 나를 괴롭혔던 과목으로만 남겨져 있었던데 비해 읽기 쉬운 심리학 혹은 심리치유관련 에세이 서적들은 다시 볼 요량으로 계속 소장했을 만큼 흥미도의 차이가 극과 극이었다. 그랬기에 전공서를 읽기 전에 대략적으로 읽기 좋은 책을 찾던 중 위의 저자의 말이 확 와닿았다. 내가 찾던 바로 그책, 너무 가볍지도 않으면서 심리학과 관련된 핵심용어만큼은 미리 공부할 수 있는 그런 책. 이 책은 전문성과 대중성의 조화를 갖추려고 쉬운 이해를 위해서는 다양한 매체를 인용하기도 하고 전문성을 위해서는 관련 실험의 내용까지 담았다고 했다. 그렇게 추리고 추려서 총160개의 개념으로 정리, 해당 개념을 또 각각의 범주로 나뉘었다. ㄱㄴㄷ 순으로, 분야별로 나뉘어져있기 때문에 특정 심리학 용어가 궁금할 때도 나처럼 교육심리학 과목과 관련된 학습심리학 혹은 구성주의 등의 키워드를 바로 확인하고 싶을 때도 편리했다. 물론 이렇게 특정 키워드나 분야가 아니라 심리학 전체를 아우르는 용어에 대해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된다. 나의 경우를 좀 더 예로 들자면 교육심리학의 기본적인 이론과 더불어 2~3주동안 뇌와 관련된 생리심리학 부분을 공부했는데 사실 뉴런이나 신경계 등의 단어는 한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강의를 듣기 전에 대략적으로 책을 통해 뇌의 대표적인 구조물과 기능을 공부하고 난 후 강의를 들었더니 확실히 이전에 느꼈던 심리학이 곧 괴로움이라는 공식이 느껴지지 않았다. 책에서는 아무래도 축약된 부분이 많았는데 이 부분을 보강해주니 좋았다. 책은 책나름대로 핵심만 설명해주어 중복된듯한 지루함도 느껴지지 않아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전공서적의 보조개념으로만 이 책을 활용한다는 것은 아쉽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좀 더 중요한 부분이거나 일상 생활에서 밀접한 관계가 있는 부분은 좀 더 자세하게 내용이 담겨져 있는데 가령 '수면'과 관련된 부분의 경우는 수면 그 자체에 대한 내용 뿐 아니라 몽유병으로 연결되고, 또 몽유병이 잠이 깨지 않은 상태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이와 관련된 REM수면에 관한 것, 또 REM수면 상태에서 일어나느 현상과 함께 불명증 치료법에 대한 이야기도 등장한다. 나처럼 심리학을 수강하는 학생들 뿐 아니라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내용까지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를 160개 키워드로 추린다는 것 자체가 꽤나 고된 과정이었겠구나 싶은 부분이었다.


에크먼은 여러 연구를 통해 행복, 분노, 슬픔, 놀라움, 혐오, 두려움이라는 여섯 가지 정서와 얼굴 표정이 동양이나 서양, 문명사회나 원시사회를 비롯해 어느 곳에서나 보편적임을 알게 되었다. 357쪽


심리학을 좀 더 재미있게 공부하기 위해서 서문에서 밝힌 것처럼 이 책은 다양한 매체, 그것도 미드 <라이 투 미>를 언급하며 얼굴표정과 감정의 관계에 대해서도 설명해준다. 위의 발췌문은 실제 현존하는 표정연구가 에크먼 박사의 이야기다. 이 박사의 연구결과를 바로 미드 속에서 사람의 표정을 연구하여 사건을 해결한다는 내용과 연결시켜 재미나게 보았던 미드의 내용이 현실적이며 실제 일어나고 있는 학술적인 내용이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고 공부를 하거나, 이미 본 미드와 연결시켜 그 순서가 달라지더라도 어찌되었든 책의 제목처럼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심리학 공부>라는 취지에는 잘 부합되는 것이다. 쉽지만 재미있게 그리고 제대로된 개념과 용어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한 권 소장해두고 활용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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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 - 무례한 세상 속 페미니스트 엄마의 고군분투 육아 일기
박한아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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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유명한 말이지만 보부아르의 이 말을 인용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여자는 여자로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자로 만들어진다"라는 말을.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로, 남자아이는 남자아이로 길러진다. 100쪽



책<남자아이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습니다>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 처럼 지나치게 성별에 민감한 사회의 분위기와 더불어 양육그자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민감하게 해석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아이를 기르는 '여성'으로서, 또 아이가 '남자' 아이로 혹은 '여자'아이로 자라게끔 만드는 이 사회를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였구나 싶은 반성도 느끼게 해주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고 또 양육을 미리부터 준비하는 부부들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부모들은 양육에 있어서는 초보라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흔히 말하는 '뱃속에 있을 때 가장 편하다'라는 말이 깨닫게 되는 순간이 출산 후 한달이 지나기 전이라는 것도 경험상 공감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지나치게 '완벽주의'에 가까운 양육을 희망한다것이 얼마나 무모한 가에 대해 책을 읽는 내내 깨닫게 되었다. 물론 이런 완벽주의 양육과 관련된 흑역사를 저자 또한 솔직하게 고백한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이유식을 만들어줄 때 영양소 파괴를 최소한으로 하려고 손으로 직접 재료를 으깨는 작업등을 하려면 그 시간동안 아이를 방치할 수 밖에 없다. 그러면 아이는 자신을 봐주지 않아 짜증을내고 짜증을 내는 아이때문에 엄마역시 짜증을 내고만다. 이런 사례는 비단 저자 뿐 아니라 당장 내 주변만 봐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차라리 영양소파괴를 어느정도 받아들이고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 그로인해 아이도 엄마도 덜 피곤해지는 방법이 있다. 곧 이유식을 만들어야 하는 개월수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이런 식으로 조금씩 완벽주의를 내려놓고 여유를 가지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저자의 고백보다 더 크게 와닿았던 부분은 엄마라는 이유로 아이에 대해서 잘 안다고 착각한다는 내용이었다.



당신은 자녀를 완성시키지도, 파괴시키지도 못한다. 자녀는 당신이 완성시키거나 파괴시킬 수 있는 소유물이 아니다. 아이들은 미래의 것이다. -주디스 리치 해리스, 최수근 역, <양육가설> 본문 169쪽



발췌문을 봐도 짐작하겠지만 이 책은 개인의 육아소감만을 담지 않았다. 육아의 관심도 없던 저자가 한 권 한 권 찾아읽었떤 육아서, 찾아 본 관련 강의 등을 적절하게 본문에 인용하거나 별도의 팁으로 소개되기도 한다. 이처럼 저자가 직접 양육을 하면서 느꼈던 부분을 뒷받침해주는 인용구를 읽다보면 원래 힘든 육아를 더 힘들게 해왔구나를 깨닫게 된다. 십여년 후 테러에 가까운 범죄를 일으키는 아이가 내 아이가 될 수도 있다고 미리부터 가정하고 두려움에 떨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가정교육이 문제가 되어서, 아이를 사랑하지 못한 부모때문에 범죄가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내 아이를 다 안다는 자만도, 모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하다는 것을 받아들이며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성차별적인 사회분위기와 본인도 모르게 남과여로 나뉘는 행동들에 대한 주의도 필요하다. 아이를 기르기 위해서 부모도 함께 처음부터 다시 새로 배워야 한다는 말을 늘 기억해야한다. 또한 부모라고 해서 아이를 이끌어주고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아이를 통해서 부모도 성장하며 그럴 수 있도록 오늘도, 앞으로도 계속 배워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주었다. 당장 어떤 책을 읽어야 할 지 막막하다면 우선 이 책부터 읽고 부모로서의 자신을 뒤돌아보며 저자가 추천해준 책과 강의 및 육아자세를 하나하나 점검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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