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파리
에리카 맥앨리스터 지음, 이동훈 옮김 / 마리앤미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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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enme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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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를 좋아하는 사람 손?

우선 난 파리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파리를 좋아하며 따라다닐 때도, 파리는 더럽고, 유해하며 도무지 쓸모가 없는 존재라고 (말은 못하고)더러워! 라고 말했었다. 한참 곤충을 좋아할 때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인간을 비롯 해 편견이라는 것이 없을 때라 파리는 물론 사마귀, 거미 그리고 지렁이 등 끔찍하게 싫어하면서도 좋아하는 ‘척‘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뭘 알아야 아이와 대화를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내가 제일 잘 하고 좋아하는 책으로 아이와 함께 곤충을 자주 접하곤 했다. 그러다가 만난 책, <위대한 파리>를 보고 깨달았다. 아, 나 파리를 좋아하게 될 것 같아!

1. 인간이 우주로 쏘아 올린 최초의 생명체는 무엇일까요?

국제우주정거장에는 과실파리 연구소가 있고, 이 연구소에서 하는 일은 무중력이 파리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해 우주여행이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있다. 왜? 파리 종과 인간의 질병 유발 유전자의 75퍼센트가 동일하기 때문이다.

2. 모든 모기는 인간을 물고 뜯고 피를 맛본다?

왕모기과에 속하는 모기들은 암수를 막론하고 채식성으로 인간의 피를 먹지 않는다. 여기서가 끝이 아니다. 심지어 왕모기의 유충은 다른 모기를 포식하는데 이들의 크기는 유충과 성충 모두 커서 저자가 실수로 왕모기과 유충을 다른 과의 유충과 함께 보관했다가 대부분의 유충이 왕모기과 유충에서 잡아먹혔다고 한다. 이렇게보면 왕모기과 유충을 이용 해 모기박멸을 유해한 약물을 사용하지 않고서 가능할 것 같지만 이또한 문제가 있다. 다른 모기과의 유충의 역할을 대신할 수 없는 것은 외형적으로 유사한 다른 과의 유충과 구분하기 어려워 자칫하다간 인간을 마구잡이로 물어 뜯는 유충마저 증대시킬 수 있다.

3. 초콜릿, 후추, 고추, 당근, 망고 그리고 양파 중 파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작물은?

정답은 모두 다. 참고로 저자는 초콜릿을 너무너무 싫어한다고 한다. 그런데 초콜릿의 주요 성분인 카카오의 수분매개 곤충이 다름 아닌 파리다. 초콜릿을 싫어하는데 저자는 왜 파리를 좋아할까? 그에게 고추와 후추가 없는 것은 삶이 끝장나는(진짜 이렇게 쓰여 있음)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위에 나열한 작물을 모두를 좋아한다. (솔직히 고백한다. 당근은 잘 모르겠다.)

우리는 꿀벌이 사라지면 결코 안된다는 것을 이미 잘 알고 있다. 헌데 파리가 꿀벌 못지 않은 수분 매개종이라는 것은 나도 <위대한 파리>를 읽고서야 알았다. 더군다나 수분 매개종인 떠돌이파리는 행동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실제 외모도 꿀벌과 매우 흡사하다. (사진 속 꿀벌로 보이는 곤충은 벌이 아니라 진짜 파리다.) 그들은 꿀벌같은 모습을 하고 다니며 꿀벌과 같은 일을 하지만 고맙게도 벌을 두려워 해야 하는 가장 큰 이유인 ‘침‘이 없다. 침이 없다는 것은 우리를 쏘거나 공격하지 않는다. 물론 침을 가진 파리도 있고 공격성을 가진 경우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산란과 관련된 부분이라 벌처럼 우리를 쏘는 경우는 없다고 봐야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파리에 대해 우리가 정말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무엇보다 서두에 적은 것처럼 ‘유해하고, 더럽고 무조건 죽여버려야 하는‘종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전처럼 생생한 사진과 작가 특유의 위트있는 문체로 초반부터 빠져들듯 읽었다. 사전인 줄 알았는데 너무 흥미진진한 문학같고 그러면서도 아이에게 들려줄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아서 기뻤다. 저자의 집필 목적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파리를 보는 시각이 바뀌고, 파리를 잡는 행동에 대해 두 번 생각하게 되기를 바란다‘의 의도는 확실하게 이룬 것 같다. 여름에 음식위를 날라다니는 파리를 죽이고 싶어지면 내가 좋아하는 ‘후추, 초콜릿, 망고‘를 떠올리며 두 번은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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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 인 뮤지엄 - 도슨트 한이준과 떠나는 명화 그리고 미술관 산책
한이준 지음 / 흐름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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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데이인뮤지엄
#도슨트한이준
#미술관
#명화

도슨트가 안내하는 미술관 산책은 어떨까. 책소개글에 박근희 여행 기자가 적은 ’저자 특유의 ‘선 넘지 않는’ 야무진 해설‘이란 표현이 적확했다. 작품이 지나치게 어렵거나 거리감이 느껴지지 않도록 작가의 의도, 제작 방식, 작품 배경들을 담백하게 소개하면서도 자신이 느꼈던 바를 양념처럼 곁들여 책을 읽는 내내 오롯하게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이전에 읽었던 미술관 관련 책들은 학술서가 아닌 이상 지나치게 사적인 부분도 많고 심지어 오류가 있는 경우도 있어 읽으면서도 어디까지가 진실인지 염려하며 읽었던 것에 비해 정말 편하게 접할 수 있었다.

그래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국내외 화가들의 그림, 그리고 그 작품과 연결 지을 수 있는 미술관을 소개해보자!‘ 했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홀리데이 인 뮤지엄‘이죠. - 프롤로그 중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 소스를 내놓는 심정‘으로 저자가 들려주는 작가와 작품들 중 개인적으로 오래도록 각인 될 작가들은 박수근, 이쾌대, 나혜석 그리고 마그리트와 에드가 드가이다. 책에서는 총 10명의 아티스트들이 소개되었는데 그 중 절반이나 차지하니 버릴 내용이 하나도 없었다고 본다. 우선 박수근은 서민들의 날 것이라기 보다는 거짓없고 선한 삶과 풍경을 닮은 작가로 유명하다. 특히 마치 돌을 갈아 캔버스에 얹힌 듯한 기법은 작가가 실제로 돌의 질감으로 최대한 가깝게 묘사하기 위해 연구끝에 탄생한 것으로 실제 돌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이 놀라웠다. 가장 맘에 들었던 작품은 ’독서‘라는 작품으로 작가의 첫 째 딸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이쾌대 작가의 경우는 이제 고인이 되신 서경식 교수의 <나의 조선미술 순례>를 통해 처음 알게 되었고, 그 책에서도 동일하게 <두루마리를 입은 자화상>이란 작품이 소개되었다. 두루마리라는 동양적인 의상을 입고 서있는 화가는 손에는 서양화구인 팔레트를 들었지만 함께 들고 있는 붓은 동양식인 모필이다. 단순히 동서양의 화구를 두루 섞었다는 점 외에도 기법은 유화에서, 작품의 배경은 한국으로 새로운 서양화기법으로 그림을 그리지만 자신의 정체성은 한국인이라는 것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앞서 소개한 박수근 작가나 이쾌대 둘 모두 사랑꾼이라는 점에서도 멋진 사람들이었다. 연인에서 부부의 연을 맺게된 과정이나 남편이 북으로 떠난 이후 경제적으로 난처해진 상황에서도 이쾌대의 대한 사랑과 작품에 대한 굳은 믿음으로 단 한 작품도 팔지 않았다는 사연은 가슴을 뭉킁하게 만들었다. 그런가하면 르네 마그리트의 이야기는 그야말로 흥미롭게 다가왔다. 조르조 데 키리코의 작품을 보고 ’‘어떻게’가 아닌 ‘무엇을’그릴 지 고민‘(162쪽)하게 되었다는 마그리트의 작품들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았다. 특히 <연인들 II> 의 경우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마음속에 남겨져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저자의 말에 페이지를 뒤로 넘겨 다시금 한참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끝으로 에드가 드가의 경우 발레하는 소녀들을 담은 작품으로 워낙 친숙한 작가인데 초반에는 다른 작품의 방향성이 달랐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드가의 작품은 그의 작품 속 발레리나와도 닮아 있습니다. 하나의 동작을 위해 수십 수백 번씩 반복하며 무대를 완성해갔던 발레리나처럼 드가 역시도 하나의 형태를 얻기까지 수십 수백 번의 드로잉 과정이 있었을 텐데요. 290쪽

그 당시 어린 시절부터 모진 발레연습을 했던 아이들은 노동자 계급 출신이었다고 한다. 자신은 물론 가족들까지도 가난에서 벗어나 계급을 바꿀 수 있었다고 한다. 그저 예쁘고 아름답게 보였던 <발레 수업>을 다시금 찬찬히 바라보게 된 까닭이다. 이처럼 이미 알고 있는 작가를 만나면서도 저자의 담백한 해설로 또 다른 모습을 마주하며 작품과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었다. 저자가 집필을 한 그 목적에 맞게 작가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미술관은 물론 미처 담지 못했던 곳들은 비밀노트에 담아 놓았다. 맛집을 찾아 떠나듯 이제는 미술관을 찾아 떠날 수 있도록 친절한 안내자로 느껴진다. #미술관투어 #미술관산책 #그림 #흐름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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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욘 포세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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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욘포세 #소설 #아침그리고저녁

아침 그리고 저녁은 요한네스가 태어나는 순간과 죽음을 이야기한다. 그가 태어나는 순간이 그의 아버지의 시선을 통해 보여지는데 사실 초반에는 같은 이야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마침표가 없는 문체가 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게 느껴졌다. 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처럼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아 눈을 감고 싶지만 어느새 다음 장면이 계속 펼쳐지고 있었다. (물론 책장을 넘긴 건 내 손이며 나는 나의 손을 내 의지대로 아직까지는 컨트롤 할 수 있다.) 사실 이 불편함은 마지막 문장을 읽는 순간까지 이어졌는데 한편으로는 이것이야말로 작가의 엄청난 능력이 아닐까 싶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영화는 상연관으로 들어가면 왠만해서는 끝날 때 까지 앉아서 보기 마련인데 소설은 언제고 재미없다 싶으면 덮을 수 있다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영화도 아닌 ’꿈을 꾸는 것처럼‘ 책장을 완전히 덮는 것이 아니라 끝을 보고 말겠다는 의지를 불타오르게 한다.

요한네스는 위로 누나가 있지만 안타깝게도 성인이 되기 전 죽고 만다. 아버지의 다짐대로 어부가 되었으며 어부의 삶이란 것이 고기가 우선 많이 잡혀야 좋은데 거기서가 끝이 아니었다. 많은 고기를 누군가가 제 값을 치르고 사줘야만 그의 삶의 풍족해질텐데 안타깝게도 나이들어 연금을 받기 전까지는 경제적으로 그다지 여유롭지는 못했다. 다행인 것은 부부사이가 좋았으며 자녀들도 큰 사고나 말썽없이 성장 해 막내는 걸어서 쉬이 찾아갈 수 있는 위치에서 가정을 이루어 거의 매일 같이 그를 만나러 와주었다. 안타까운 것은 사이가 좋았던 아내를 먼저 보내고 그의 삶이란 노화로 인한 통증과 이렇다할 변화와 목적이 없는 무료함이 채우고 있었다. 서로 이발을 해주던 절친도 세상을 떠나고 그의 삶은 한번 쯤 보았음직한 연극무대 위의 혼자 남은 노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희극작가라서 그런지 장면 장면이 그대로 연상되었다. 글이 끝없이 이어지는 부분도 서평을 쓰는 지금 떠올려보니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배를 연상시키고, 삶이라는 바다에 배를 띄운 요한네스 혹은 보통의 인간이지 싶다.

요한네스가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 머무는 동안 육신의 고통이 없다는 점에서 다시금 육체가 가지는 여러 속성들을 생각해본다. 육체라는 물성 넘어 탐욕이나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들. 또 이를 넘어 습관처럼 굳어진 행동들을 통해 아버지의 죽음을 유추하게 되는 딸의 모습을 보며 나의 죽음이 그와 같다면 무엇으로 유족들이 짐작할 수 있을까 생각도 해본다. 점점 더 서두에 불평을 늘어놓았던 것이 부끄러워진다. 이래서 책을 읽지만 말고 짧게라도 소감을 몇 자 적어봐야 하는 것 같다. 한줄평, 탄생과 죽음을 200페이지도 안되는 분량안에 이토록 완벽하게 그릴 수 있다니 놀랍다.
그나저나 2023노벨 문학상 수상자 욘 포세로 발표되자마자 바로 구매 후 다음날 새벽에 받았던 책은 3부작이다. 헌데 서평은 ’아침 그리고 저녁‘을 쓰고 있다;;

#서평 #희곡 #노벨문학상 #수상작 #작가 #소설가 #쓰기 #추천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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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서블 - 일상 기록을 통해 꿈을 현실로 만드는 법
김익한 지음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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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서블
#기록 #월간 #다이어리 #거인의노트 #김익환 #기록생활자 #실행

김익한 교수의 전작 <거인의 노트>를 읽은 독자라면 <파서블>을 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왜냐면 기록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이미 알았기 때문이다. 전작에서 내가 깨달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기억나는 일들을 토대로 짐작해온 나의 과거와 기록을 통해 객관화 된 시선으로 그려본 나의 과거가 크게 달랐다는 사실이었다. 어느 작가의 말처럼 일기에서조차 거짓말을 말하는 것이 사람이라고 하지만 ‘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노력하고 어떤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지 제대로된 계획을 수립할 수 없게 만들고 결국 꿈에 다다르지 못할 수 있다.

🌿 성장을 위한 기록의 첫걸음은 오늘 하루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감정을 놓치지 않고 매 순간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30쪽

전작에서는 기록이야 말로 나를 제대로 알게 해주는 도구가 됨을 깨닫게 해주었고, <파서블>에서는 바로 그 기록의 방법을 알려주는데 막연하게 그날의 일을 줄거리 요약하듯 기록하는 것은 변화를 일으킬 수 없고 반드시 ‘생각’과 ‘실행’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록은 바로 생각과 실행을 연결해주면서 발전해나갈 수 있는 필수 과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매년 연초에 한 권의 다이어리를 구입해 막연하게 계획을 적고 중간에 포기하거나 미루는 것이 아니라 크게는 월간 다이어리를 작성하고 세부적으로 일주일 단위로 그리고 매일 매일 기록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드는 것이다. 저자가 이때, 루틴과 습관이 결코 동일한 의미는 아니라고 조언한다. 저자가 말하는 루틴은 분명한 ‘목적 의식’을 가지고 실행에 옮기는 것을 뜻한다. 그렇게 의식하며 행동에 옮긴 것이 습관화 되고, 또 습관화 된 일들이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잡으면 비로소 습관의 리스트에서 해당 부분을 삭제하면 된다. 월간 다이어리, 주간, 일일 다이어리 작성법도 예시를 들어 각각 가지고 있는 차이점을 설명해 준다. 또 계획을 세울 때 이루고 싶은 과제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일, 관계, 가족, 쉼 그리고 성장이라는 5가지 영역으로 나누고 이를 일주일 계획에 옮길 때는 하고 싶은 일, 해야만 하는 일 그리고 중요한 일로 나누며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배척하는 계획은 포기를 야기할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월간 계획을 세울 때에도 중간에 변수가 생기면 포기하거나 미루지 말고 오히려 자신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므로 자율적으로 변화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해준다. 이런 ‘기록’들이 쌓이면 단순히 어떤 목표에 도달하는 효용을 넘어 감정을 들여다 보며 관계를 개선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특히 이런 모든 행위에 바탕이 되는 것이 ‘정리’인데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거나 미루는 등의 행동을 보이는 사람은 과거에 연연하고 불안에 빠지기 쉽다는 말에 지난 날의 내 모습을 반성하게 되었다.

🌿 하루를 계획한다는 것은 결국 ‘선택’의 문제다. 하루 계획의 시작은 오늘 나에게 가장 중요한 일을 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182쪽

책과 함께 실제 월간, 주간 그리고 하루 계획을 실천해볼 수 있는 ‘파서블 월간 다이어리’에 ‘자기 선언’을 적으면서 바로 실행에 옮길 수 있도록 구성된 부분이 맘에 들었다. 기록을 체화시키기 위해서는 기록해야 할 상황이 끝난 즉시, 앉으면 무조건 그리고 점심 전에라도 미처 기록하지 못했다면 반드시 기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남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혹은 누군가의 방법이 좋다고 해서 지나치게 그 방법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저자의 말처럼 적절하게 유연성을 가지고 활용한다면 기록을 통해 내가 가진 생각과 그 생각을 실행에 옮기면서 선언 했던 목표를 반드시 이룰 수 있을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 기록을 많이 한 사람은 이성적 판단과 감각 사이의 혼돈이 줄어들고 나아가 이성과 감각이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된다. 255쪽

기록의 중요성은 알았지만 방법을 알지 못했던 이들은 물론이거니와 ‘기록의 힘’을 의심하는 이들이라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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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국에서의 일 년
이창래 지음, 강동혁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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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알에이치코리아 #타국에서의일년 #이창래 #장편소설 #소설 #소설스타그램 #소설추천 #독서그램 #책스타그램 #북리뷰 #RHK북클럽

• 삶 속에 숨겨진 단 맛을 찾아가는 소설, 타국에서의 일 년

자기 몫의 달콤함. 이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아마도 오래도록 곱씹게 될 말이 아닐까 싶다. 사는 동안 맛보지 못한 달콤함은 무엇이며 결코 맛볼 수 없는 달콤함이 존재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하는 씁쓸함까지 맛보게 하는 이창래 작가의 <타국에서의 일 년>. 작가의 전작도 워낙 ’대작‘이라 기대를 안한 것도 아닌 데 ’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장소와 시간적 제한에 갇혀 나도 모르게 ’도대체 그 때, 거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라고 작품이 줄 수 있는 ’달콤함‘을 축소시켰던 것 같다. 내가 맛본 달콤함은 이렇다.

우리가 달달하다라고 표현하는 것은 ’미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누군과의 만남 속 관계에서도, 또 그런 관계들을 그저 바라보는 순간에도 우리는 그 상황을 ’달달하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반드시 그 달달한 순간이 기쁘거나 ’선‘에 가깝지만은 않다. 때로는 지나치게 달아서 뱉어버리고 싶은데도 그럴 수 없는 순간이 오고야 만다. 티의 삶은 어떠했을까. 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떠난 후 결코 채워지지 않을 커다란 구멍이 생겼음에도 마치 거대한 폭풍이 휩쓸고 지난 후 처럼 결국은 살아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드물게 회의에 참석하러 도시로 나가 있었고, 대신 옆집의 친절한 노부부가 나를 데려다주었다. 그들이 마침내 차를 몰고 떠날 때, 그들의 뒤통수가 점점 작아지고 보이지 않을 만큼 멀어질 때까지, 내 마음은 여전히 그들을 따라 달려가고 있었다. 482쪽

퐁과 함께 떠났던 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경험으로 ’이전에는‘이라며 스스로 달라졌다고 거듭 강조하지만 어째서인지 이전보다 더 많은 감정과 사연을 이해하는 폭이 커졌을 뿐 ’다른‘사람이 된 거라고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 나아졌느냐고? 그랬으면 좋겠다. 더 관대하고 현명해졌느냐고? 그럴지도 모른다. 아니면 그냥 나 자신의 더 용감한 버전이 더욱 확고한 취향을 가진 틸러가 됏을 뿐일까? 그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쪼개서 까 보지 않는 한 무엇이 정말로 발전했는지는 알 수 없다. 242쪽

이 책이 티라는 청년이 특별한 체험을 통해 성숙 혹은 성장해가는 성장소설이라고만 보면 안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시에 작가의 필력이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이다. 소설은 형편없는 헤어 스타일마저 신경쓰이지 않을 만큼 모든 것이 완벽한 ’퐁‘과의 만남 전 후, 아무리 모성이 그리워도 쉽사리 이해할 수 없는 ’밸‘이라는 여성과의 동거중인 현재를 오간다.

벨과 함께할 때의 요점은, 과거가 언제나 현재 속에 살아 있다 해도 계속 눌러 끄다 보면 현재가 어쨌든 굴러간다는 것이다. 112쪽

그래, 뭐. 이런 말이 나에게 관해 어떤 의미를 드러내든 상관없으니 그냥 말하겠다. 그건 엄마의 포옹이었다. 엄마가 시간을 벗어난 곳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영원하다면 그리고 우주만큼 품이 넓고 비판적이지 않다면 말이다. 120쪽

퐁을 만나기 전 ’제 몫의 달콤함‘을 깨닫지 못했던 이유인 엄마의 부재는 곧 다른 이들의 ’엄마‘의 역할과 기억들을 소환할 수 밖에 없다. ’엄마들‘의 모습을 통해 독자인 나는 티의 성장만큼이나 ’엄마‘이자 ’그녀‘들의 이야기에도 쉽게 매혹당할 수 밖에 없었다. 어디에나 책을 늘어놓고 항상 ’무언가를 읽고 있는‘ 모습,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리고 돌아왔을 때 테라핀 냄새를 풍기는‘ 모습 등은 실제 내 아이에게 보여주었거나 현재진행형이자 앞으로도 이어질 모습이어서 더 그랬을 것이다.

나는 자식이라면 누구나 자기 부모의 본질적 성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 우리가 나중에 뭐라고 주장하든 말이야. 우린 부모를 그 씨앗까지 꿰뚫어 볼 수 있어. 201쪽

퐁의 말대로 우리들의 이야기는 결국 우리 부모들의 이야기이기에 <타국에서의 일 년>이라는 ‘똑같은 소설’을 읽고도 우리가 음미하게 될 ’자기 몫의 달콤함‘은 저마다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이 길고 긴 이야기를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읽었는지 열심히 찾아보게 된다. 아마 이 서평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짐작해본다. 혹 아직 읽지 않은 미래의 독자 중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 혹은 경험하기 전의 조언‘을 얻기 위함이 독서를 하는 이유 중 하나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적극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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