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종과 해방 사이
이다희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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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종과해방사이 #이다희 #꿈공장플러스 #육아 #에세이 #우울 #독서 #엄마 #서평 #독서모임 #여성

🍓내게 글쓰기는 즐거움이자 해방이었지. 꽉 막힌 마음에 불어오는 바람 한 줄기 같았어. 글을 쓰고 나면 속이 시원해졌거든. 55쪽

살면서 부모님과 선생님께 가장 많이 듣게 되는 말이 ’배려‘일 것이다. 내 감정보다는 타인의 감정을 살피며 조금 불편하고 손해를 보더라도 상대를 배려하는 것, 흔히 말하는 ’좋은 게 좋은 것‘. 하지만 어른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 배려하는 나를 우습게 보거나 오히려 무시해도 된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만나며 그런 가르침을 주신 ’어른‘들이 미워지고 그들에게 화를 내기도 한다. <순종과 해방 사이>의 이다희 저자는 그렇게 공부를 잘하고 말씀을 잘 듣는 ’착한 아이‘에서 ’좋은 선생님‘으로 성장하고 한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 그리고 며느리가 되고서야 깨달았다. 순종했을 뿐인 자신이 어느새 자신의 감정조차 맘대로 결정하고 표현할 수 없게 되어버린 것이다. 숨이 막힐 것 같은 우울과 답답함이 찾아왔을 때 그녀가 선택한 것은 독서와 글쓰기였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시련이 찾아오고 그때마다 세상이 말해주는 해답 중 어떤 방법을 취할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운동이나 노동이라는 극한으로 자신을 내몰기도 하고 ’생각하지 않는 것‘에 집중하기도 하고 저자처럼 독서를 하고 글을 쓰기도 한다. 어떤 방법이 더 좋고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다가온 시련을 견디고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뿐이다.

🍓
가만히 존재하기만 해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상상해본 적도 없어.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어. 하준이가 나를 향해 내보이는 신뢰와 사랑 덕분에 말이야. 무엇이 되지 않아도, 애써 바꾸지 않아도 나는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라는 사실. 존재하기만 해도 얻을 수 있는 깊은 사랑이 있다는 사실. 81쪽

나는 요즘 부정적인 감정이 밀려올 때, ’이런 감정을 가져도 되는 건가?‘라고 검열하는 대신 ’이 감정을 어떻게 하면 잘 표현할 수 있을까?‘라고 바꾸어 질문하곤 해. 이렇게 조금씩 나를 데리고 잘 살아가는 방법들을 익혀나가고 있나 봐. 105쪽

그런데 엄마, 착한 여자는 스스로에게는 절대 착해질 수는 없다는 사실 알아? 착한 여자로 사느라 미처 쏟아내지 못한 말과 감정이 곳곳에 남아 스스로를 괴롭히기 때문이야.(...)
그걸 참고 있었던 나에 대한 미움도, 착한 여자로 사는 것은 자기를 방치하는 일이었어. 119쪽

지금까지는 세상이 아이 엄마인 나에게 허락한 것까지만을 꿈꾸며 행동했다면, 지금부터는 허락 너머의 세상을 꿈꿀 꺼야. 147쪽🍓

’독서와 글쓰기‘라는 좋은 방법을 찾은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고맙게도 이렇게 책으로 내주었다. 책을 읽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나의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내보이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며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만약 저자가 이전처럼 그저 타인의 평가에 순응하며 자기만족으로만 그쳤다면 어땠을까. 독자들이 나처럼 이 책을 읽고 살뜰한 위로를 받지 못했을테고 누군가는 저자처럼 날선 걱정에 창작과 관련된 또다른 무언가를 포기하는 일이 일어났을 것이다.

🍓절대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았던 나만의 고요한 새벽 시간을 ’독서 모임‘으로 바꾸었더니 더 넓은 세상이 내게 펼쳐져 ’소명‘을 떠올리게 해준 것처럼, 하루하루 마음을 담아 실천해가는 크고 작은 일들은 우리 모두에게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이 되어줄 거라는 믿음이 생겼어. 270쪽

저자처럼 책을 출간하는 일이 아니더라도 세상의 엄마들은 포기 ’당하는 것‘들이 정말 많다.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고 사랑해주는 아이들마저 커가면서 응원이 아닌 부담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런 순간들이 다가올 때마다 이 책이 응원과 위로가 되어주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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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요헨 구치.막심 레오 지음, 전은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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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키 #우울증 #인간과동물 #인플루엔셜 #반려동물 #추천 #독서 #책 #소설 #요헨구치 #막심레오 @influential_book

˝나랑은 안 맞는 거 같아.˝
˝뭐가?˝
˝아, 그런 삶의 의미 말이야. 처음에는 찾아야 하잖아. 그 후에는 잃어버리지 않게 계속 조심해야 하고. 그리고 지금 당신처럼 잃어버렸다면 그게 어디 있는지 내내 고민하고 말야. 내 생각엔 그런 삶의 의미라면 짜증만 날 뿐이야. 결국 다른 일을 할 시간이 남지 않잖아.˝ 114쪽

✏️항상 비어있던 집에 한 남자가 두꺼운 끈을 목에 걸고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 고양이 프랭키. 유명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에서 따온 이름을 가진 수고양이 ’프랭키‘. 두꺼운 끈을 가지고 놀던 남자, 골드는 사고로 아내를 잃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 골드를 포함 해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한다. 학업이나 일과 관련된 성취가 이유가 되기도 하고 골드처럼 ’사랑하는 사람‘이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반면 고양이 프랭키는 그런 의미가 오히려 삶을 피곤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프랭키가 엄청나게 시니컬한 고양이는 아니다. 또 인간을 무시하는 잘난 척 하는 고양이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만나는 길 고양이, 너구리에게 한 쪽 귀를 잃은 장애가 있는 고양이, 그리고 사랑하는 고양이 앞에서 입이 얼어붙는 귀여운 고양이일 뿐이다. 프랭키는 고양이 말 뿐 아니라 부엉이, 개, 청솔모 그리고 ’인간의 언어‘까지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데 그의 말에 따르면 모든 동물이 인간의 말을 알아 들을 수 있지만 그들의 우월감을 존중하는 ’척‘하면서 오히려 그들을 군림하며 편안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 ’멍청한 척‘을 할 뿐이란다. 부모님 댁에 있는 리트리버가 꼬리를 흔들며 남편 곁을 맴도는 모습을 본 아이가, ”ㅇㅇ아, 꼬리 흔들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는 데 이 말을 알아들었을거라 생각하니 그 이후로도 여전히 남편에게 안기고 손을 내미는 리트리버의 행동이 궁금해졌다. 동시에 동물들 앞에서 함부로 떠들지 말아야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더불어 사료로 쓰이는 소고기에 대해서도 조금 놀란 부분이 있다.

물론 나도 고양이 사료를 먹어보았다. 그것도 많이. 하지만 내용물이 뭔지는 알지 못했다. (...)
왜 소고기일까? 나는 소를 잡아먹는 고양이는 알지 못한다. 그러니까 현실 세계에서 말이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사슴도 잡아먹지 않는다. 고양이는 배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보리새우나 거대한 참치를 낚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고양이 사료에 그런 것이 불쑥 들어 있다니. 인간은 인간과 비슷한 고양이를 갖고 싶은 걸까? 91쪽

✏️고양이 프랭키의 시선으로 본 인간은 ’삶의 의미‘를 찾느라고 방황하고 그 의미 때문에 우울에 빠져 급기야 자살까지 시도하면서도 사랑하는 애완동물을 ’인간‘처럼 대우하는 것이 최상의 애정이라고 착각한다. 프랭키를 읽기 전에는 ’인간의 말‘을 하는 고양이와 얼마나 많은 교감이 일어날까? 싶었는데 ’말‘을 나눌 수 있어서 교감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기분과 감정을 존중하고 살피기 때문에 교감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살면서 ’말‘이 통하지 못해 생기는 ’불편‘보다 ’말‘같지 않은 말로 상처받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프랭키와 같은 반려동물이 더 애틋함이 느껴지는 부분에서 큰 공감을 얻을 것 같다.

”소스 때문에 내가 죽는 게 싫다는 거야?“

✏️프랭키 표지의 띠지에는 ”죽는다고? 그럼 소스는 누가 뿌려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문장만 보면 마치 소스를 뿌려주기 위해 인간이 존재하는 것 같지만 모든 삶에는 ’소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인생이 매울 때 달큰한 소스가, 마음이 서글플 땐, 한 입만 먹어도 입안 가득 넘쳐흐르는 소스가 필요하다. 드라마나 영화 속 연인들이 입가에 묻은 소스를 닦아주는 소소한 일들이 삶을 이어가는 데 꼭 필요한 ’소스‘라서 그렇지 않을까. ’삶의 의미‘라는 철학적 질문에서 동물의 권리를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우울증의 심각성을 고양이의 시선으로 이토록 잘 담아낸 것이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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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 『듄』에 영감을 준 모든 것들
톰 허들스턴 지음, 강경아 옮김 / 황금가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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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의 세계 - 듄의 영감을 준 모든 것들. #듄 #듄의세계 #프랭크허버트 #톰허들스턴 #드니빌뇌브 #티모시살라메 #sf #원작 #영화원작 #황금가지 @goldenbough_books

2024년 개봉 예정 영화 중 아마 가장 기대감이 높은 작품이 <듄: 파트2>일 것이다. 지난 1편에서는 아트레이데스 가문의 후계자 폴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능력을 발견하고 꿈에서 만나게 되는 한 여인과 실제로 조우하게 되기까지의 여정을 담았다. 영화만 보면 인류가 지구라는 터전에서 벗어나 우주공간에서 새로운 거주지를 찾고, 각각의 왕국을 건설하며 높은 수준의 인공지능을 사용하며 행성간의 이동마저 단축시키는 등의 많은 과정이 생략되어 10191년이라는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시대를 마주하게 된다. 원작 독서를 읽어야하는 이유다. 작가 프랑크 허버트의 넘치는 조사력은 듄 이전의 단편소설을 집필하거나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할 때 이미 시작된 것으로 프레멘들이 활동하는 아라키스 사막의 대한 영감을 이때부터 가졌다고 한다. 아라키스에는 우주공간을 더이상 기술력이 아닌 인간의 예지와 논리로 운행할 수 있게 된 만큼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스파이스를 생산하는 행성이다. 통신과 교통수단의 다루는 만큼 이 곳은 모든 행성이 탐내는 곳이자 현재 주도권을 가진 권력자들에게는 반드시 지켜야 할 장소다. 실제 있었던 부족간 문화, 종교로 인한 분쟁 등을 기반으로 쓰여진 만큼 시대나 지리적인 부분이 가상일지라도 충분히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는 요소가 된다. 특히 영화 속 폴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겠지만 우리를 구원할 수 있는 메시아가 또 다시 ’피부가 하얀‘백인 성인 남성이다. 여성들로 구성된 베네 게세리트라 할지라도 결국 메시아는 백인 남성이다.

백인 구세주 내러티브는 다양한 형식을 띠지만, 핵심은 동일하다. 즉 유럽 혈통의 인물(주로 남성)이 ‘원시적‘ 비백인 개인 혹은 집단과 조우한 뒤, 자신의 우울한 지식이나 기술을 사용해 이 새로운 동료들을 억압 혹은 ‘어둠‘으로부터 구원한다는 것이 요지다. 81쪽

저자도 허버트를 두고 그가 성장과정에서 읽고 들었던 내용들로 인해 자연스럽게 형상화되어 실제 집필과정에서도 영향을 미쳤을거라고 추측한다. 작가를 비판하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가 메시아를 떠올리거나 상상했을 때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종, 성별이 가능할 수 있도록 탁월한 작품이 등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윌리엄 폴 영의 <오두막>만 보더라도 기존의 백인 청년의 모습으로 묘사되었던 예수가 중년 여성의 모습이거나 흑인 청년의 모습 등 여러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듄의 세계를 읽으면서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았던 부분은 ‘사다우카 병사‘들이었다. 앞서 언급한것처럼 SF작품에서 등장하는 전쟁은 인간과 인간의 전쟁이기 보다는 뇌파로 연결된 회로 혹은 그마저도 영적인 싸움으로 번지거나 아니면 거대한 비행선 혹은 극대화된 기계개체였다.

전기 작가 티모시 오라일리가 썼듯, ‘근접 전투는 허버트가 자립성과 개인의 능력을 강조했음을 보여준다. 듄에서는 SF에 단골로 등장하는 우주선을 사용한 전술이나 공중 폭력을 볼 수 없다. 전투 중 원거리 무기를 사용할 수 없고, 우주 조합이 핵무기 사용을 불법화하고 성간 여행도 제한했기 때문이다. 대신 전투는 다시 한번 대인 전투 형태로 회귀해 최첨단 무기나 기술력이 아닌 개인의 재주나 훈련에 의존하게 됐다. 116쪽

제국간의 연합 혹은 분쟁은 여전히 지속되더라도 결국 ‘인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를 끌어올리는 성장소설 방식의 통쾌함과 동시에 대리만족을 충분히 누릴 수 있다. 하지만 듄이 위대한 것은 이런 이유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의 과학 교수 대니얼 페르난데스는 <듄>이 상상해낸 기술 중 하나를 실제로 구현해냈다. 페르난데스가 개발한 공기 중 수분을 포집하는 ‘포그캐처‘ 시스템은 프레멘의 이슬 채집기와 여러모로 유사하다. 192쪽

미래 사회를 꿈꾸면서 당장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무엇일까. 고도의 기술발전으로 인해 노동시간의 단축과 계급과 계층의 붕괴일까? 아니면 막연한 편리함일까. 어떤 것이든 가능하겠지만 인류자체가 존속하려면 지금 우리가 밟고 있는 흙, 누리는 공기부터 유지해야만 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허버트의 다음의 말이 듄을 위대하게 만든 이유자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일 것이다.

˝환경 보호에 관한 이야기는 인류의 생명 보호에 관한 이야기와 다를 것이 없다.˝ -프랭크 허버트.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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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다해 주일예배 - 준비하고 함께하는 만큼 은혜롭다
폴 트립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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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다해주일예배 #폴트립 #주일예배살리기 #주간묵상집#2024년 #공동체필독서 #두포터 #나를복음으로살게한문장

<마음 다해 주일예배>는 다른 신앙서적과 좀 다른 부분이 있다. 예배 드리기 전에 거룩한 마음가짐으로 준비를 하고, 함께 나누며 무엇보다 내가 받은 좋은 것을 이웃에게 나누려는, 복음을 전파하려는 사도의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권고는 당연히 공통된 점이다. 다른점은 현재 내가 아이를 양육중이라는 부분과 남편과 그의 가족들이 기독교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평소에는 그저 아쉬움 정도로 느껴졌던 반면 책을 읽는 내내 절절하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일요일(주일)에 교회에 갈지 말지 힘들여 토론하지 않았다. 10쪽
이런 갖고 문화를 물려준 부모님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11쪽
우리 부모님이 주일마다 나를 교회에 데려갔기에 나는 하나님에 관해 배웠고 그분을 알고 따르게 되었다. 223쪽
어릴 적부터 들인 ‘주일에 교회 나가는 습관‘의 가치는 수치로 환산이 불가능하다. 같은 쪽

집안이 모두 기독교인 교인들을 볼 때면 가장 부러워했던 것이 엄마 혼자서 아이를 달래가며 교회에 데려가지 않아도 되는 것이었다. 특히 명절과 주일이 겹칠 때면 신앙이 없는 친가에서는 아이가 나서지 않으면 억지로 데려갈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혼자라도 눈치보지 않고 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했고, 돌아와 아이의 손을 꼭 잡아주는 정도로 만족했다. 물론 유년시절 나 또한 부모님의 손을 잡고 교회에 간 기억은 거의 없다. 그나마도 청소년기는 교회에 전혀 다니질 않았고 성인이 되어 독립해서 살며 자유로이 교회를 다녔지만 소속감 없이 혼자였다. <마음 다해 주일예베>에서도 나오지만 주님께서 내미신 손을 외면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심지어 교회가 길 건너에 있을 때 조차 나와 맞지 않는다는 핑계로 외면했고, ‘주일마다 꼭 가야해? 한 번 정도는 괜찮지 않아?˝라는 말을 내가 했던 적도 많았다. 하지만 주님은 포기하시는 분이 아니다. 한 두 번 거절당하셨다고 나를 미워하시는 분도 아니셨다.

성경은 하나님이 느부갓네살에게 그분의 경고를 받아들여 자기 영광을 버리고 죄에서 돌아설 시간을 1년이나 주셨다고 밝힌다. 잠시 하나님의 인내심을 생각해보라. 당신이 부모라면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키고 나서 아이가 그것을 하기까지 열두 달이나 기다릴 수 있겠는가? 우리는 아이가 즉각 말을 듣지 않고 몇 분만 꾸물거려도 버럭 화를 내곤 한다. 202쪽

이전 리뷰에도 적었지만 등원준비 중에 전날 만든 레고를 자랑하는 아이에게 딱 두번까지만 웃으며 칭찬해주었다. 하지만 아이도 알았을 것이다. 그 두 번도 순수하게 기뻐하며 공감해주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행스럽게도 전보다는 그래도 버럭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여전히 내 눈은 아이를 기다려주기보단 아이가 내게 맞춰주길 바란다. 사회인으로 성장하기 위해 정해진 시간, 규칙은 반드시 지켜야하기 때문이다. 반면 가장 중요한 주님과의 약속장소에는 아이를 데려가려는 노력을 상황에 봐가며 해왔던 것이다. 책 첫 페이지에 다음의 추천사가 있다.

어린 세 아들을 데리고 교회에 갈 준비를 하는 신간은 때로 난장판이었다. 울고불고 소리 지르는 일의 연속이었다. 아이들보다 내가 더 그랬다. -중략-
이 책을 몇 년전에 만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은 당신과 당신의 온 가족을 위한 귀한 선물이다. -앤 윌슨의 추천사 중

이 책을 새해에 만나게 되었으니 얼마나 귀하고 큰 선물인가.
아이와 함께 교회에 가는 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지지 않도록 다시 처음부터 돌아가 매주 이 책의 펼쳐야겠다. 나약해지고 실패하더라도 분명 주님께서 좋으신 계획을 가지고 계심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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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 직업 - 확장하는 미래에 투자하는 AI 전문가의 삶 마음산책 직업 시리즈
유재연 지음 / 마음산책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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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하는직업 #AI #임팩트투자 #유재연 #마음산책 #직업시리즈 #인문학

유재연 AI 전문가의 주요 관심은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HCI)으로, ‘소셜 임팩트 벤처캐피털 AI 펠로우‘다. 임팩트 투자란 수익과 함께 사회에 선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저자가 하는 일은 투자 여부를 꼼꼼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AI 기술과 벤처 투자는 물론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끊임없는 학습의 과정일지도 모른다.

제목 그대로 어떻게 세상을 학습해왔는지, 그 과정의 좌충우돌 스토리를 다뤘다. 목적은 한가지. 이 배울 것 많은 세상에서 함께 공부하며 살자고, 그거 꽤 재밌다고 여기저기 알리고 싶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함께 공부하자고 초대하는 투자 전문가의 말투는 의외로 친절하고 따습다. 그녀가 이공계 공학을 배우기 전 학부 전공은 프랑스어다. 언어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오해를 막아줄 뿐 아니라 서로 다른 언어권 사이의 분쟁을 조율해 주기도 한다. 그런 언어를 공부했던 사람이라 그런지 기술 자체보다는 인간과 기술이 어떻게 하면 더 잘 협업할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도 다들 성장이라는 한 방향을 향해 달리고 있다. 그 방향은 분명히 맞는 길이고, 옳은 길이다. 성장해야 하고, 대박을 내서 엑시트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그 방향으로 가는 와중에 다른 지표를 두드려볼 수도 있다. -중략- 성장의 방법을 한 가지로 만 보기엔, 세상에 고민해 볼 만한 관점이 너무 많다. 100-101쪽

저자의 이력을 잠시 보자면, 외국어를 전공하고 언론사에서 결코 짧지만은 않은 경력을 쌓았다. 보도를 위해 재난현장을 오가면서 자신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더 나은 상상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공계로 옮겨오고, 이제는 그 좋은 기술이 투자자를 만나 제대로 확장하고 뿌리내릴 수 있는 투자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녀가 한 쪽 방향으로만 성장해왔다면, ‘고민해 볼 만한 관점이 너무 많다‘라고 말할 수 없었을지 모른다. 그녀가 꾸준히 학습을 이어온 이유는 성장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사는 동안 피할 수 없는 무기력과 과열로 인한 번아웃 상태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그럴 때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는 힘은 그동안 얼마나 공부해왔는지, 세상을 얼마만큼 열심히 학습해왔는지에 있는 것 같다. 한 뼘이라도 더 알면, 근육이 조금이라도 더 단단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못할 게 뭐야‘라며 자신감도 붙는다. 207쪽

학습과 함께 그녀가 여러 번 언급하는 것은 ‘운동‘ 그리고 다양한 취미였다. 무엇 하나 전문가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배우고 싶은 것이 많은 세상이라고 느껴지는 것 자체가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운동은 본능이다. 내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한계를 알게 된다. 134쪽

자신의 한계를 자발적으로 깨닫고 공부하며 극복하거나 다른 방식의 성장을 꿈꾸는 것은 정말 좋은 일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 저자는 새로운 기술을 알게 될 때마다 그 기술로 인해 상대적으로 불편을 겪는 사람이 없는지 살핀다고 했다. 또 AI 역시 학습을 통해 우리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만큼 학습되는 데이터세트의 목표나 정해진 기준에 편향된 결과를 가져올 만한 것은 없는지 반드시 분석해야 하고 무엇보다 좋은 기술이라면 원하는 누구라도 학습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살펴보는 저자의 ‘감성‘은 분명 기계가 내릴 수 없는 결정일 것이다.

AI 기술이 창작의 효율을 크게 높여줄 수 있는 세상이 됐지만 AI 자체가 창작의 왕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건 마치 우마차가 돌아다니던 시절에 자동차가 새로운 이동 수단으로 등장했음에도 ‘이동의 왕‘이라는 주체는 여전히 인간인 것과 같은 이치다. 131쪽

AI 기술과 관련된 여러 문제 중 과거에도 신기술이 사회경제 측면에서 변화를 가져왔을 뿐 디스토피아적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편향과 편견, 차별로부터 지켜낼 수 있다면 저자의 말처럼 낙관적인 미래를 기대해 볼 만하다. 개발 분야에서 여성의 비율이 여전히 낮은 추세지만 여성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분야를 넘어 개발자로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과학자들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끝으로 ‘저자의 솔직한 고백이 용기 있게 반영된 책‘을 읽고 나면 저자와 사랑에 빠지는 건 시간문제‘(132쪽)라며, ‘자신에게 애정을 가지는 분이 있기를‘(같은 페이지) 바라는 저자에게 ‘여기요!‘라고 화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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