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은행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태고의 시간들 올가 토카르축 지음/ 최성은 옮김


태고. 작가 올가 토카르축이 만들어낸 상상의 장소이자 우리가 살고 있는 어디라도 분명 태고의 모습을 닮고 있을 것이다. 말그대로 그곳은 '태고'였고,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은 우리가 겪었거나 혹은 들었거나 혹은 겪게될 모습과 다르지 않았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사건과 인물들의 모습은 완벽한 '허구'가 아닌 실제 사건들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특정 화자의 입이 아니기 때문에 지독하게 잔인하고 슬픈 상황마저 담담하다. 가령 누군가에게 아이를 출산하는 일은 축하받을 일이며 반드시 보호되어야 할 대상이 되는 일이다. 하지만 거리를 떠돌며 누구의 구속도 또 어느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그녀에게 출산은 절대적인 존재를 맞이하는 계기가 된다. 그 댓가로 소중한 아이의 생명을 바쳐야 했을지라도 그녀는 원망하지 않는다. 그저 세상에 저 혼자 태어나 버텨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조차 어찌보면 거룩한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를 잃고서도 그녀는 거리를 맴돌았다. 거리를 떠돌지언정 그녀의 영혼은 그누구보다 희고 거짓이 없었다. 반면 우리가 '요조숙녀'라고 부르는 혹은 그렇게 판단하는 여인들의 속마음은 그녀와 다르게 검고 비밀스러웠으며 저도 모르는 죄의 길로 나아갔다. 남편이 아닌 남자에게 모든 것을 주는 여인, 어려운 이웃을 자신의 능력으로 돕는다고 믿는 교만으로 가득한 여인들이 그렇다. 하지만 이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도덕과 사회질서가 얼마나 황당하고 허울뿐인지를 소설은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예슈코틀레 성모는 이들에게 건강을 회복하는 힘과 능력을 주었다. 이러한 치유력을 예외없이 모두에게 주어졌다.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것이 그녀의 본성이었기 때문이다. 44쪽

​사탄은 물과 같아서 매일, 매시간, 인간의 영혼을 삼키려 든다. 그러므로 인간은 둑을 쌓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만 한다. 사소하고 일상적인 종교적 의무를 소홀히 하는 것은 이 둑을 견고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다. 유혹하는 이의 집요함은 물의 집요함과 비교할 수 있을 것이다. 59쪽


'무엇 때문에 그녀가 용서해주기를 바라는 거죠? 인간의 용서가 당신에게 무슨 소용이 있나요? 그러자 달이 대답했죠. '인간들의 고통이 내 얼굴에 검은 주름을 새기거든. 이러다 언젠가는 인간의 아픔 때문에 사그라들고 말거야.'달이 이렇게 말했어요. 137쪽


딸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집을 지어주는 아버지, 허나 이조차 순수하지 않다. 맘에 들지 않는 남자와의 결혼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한 방편일 뿐이었다. 이보다 더 못난 아버지는 제 딸을 함부로 대하면서도 지기싫은 마음에 형편없는 집을 지어주려는 아버지도 등장한다. 자녀를 사랑한다는 것, 지켜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들었다.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미래에 갖게될 가정의 모습은 또 얼마나 안타까운지도 보여준다. 호흡이 느린 소설인 줄 알았는데 아이들이 커가는 속도가 급하게 빨라진다. 그 과정에서 모든 것을 잃은 여인이 비로소 신과 화해하는 사건도 등장한다. 우리가 만들어낸 신들은 약점이 많다. 유일신도, 전능한 신도 아니기 때문이다. 약점이 많은 신을 용서하는 가련한 여인은 진짜 '신'에게만큼은 보호를 받는다. 사제라 불리는 신부조차 받아보지 못한 자비를 누리기도 한다. 신이 과연 존재하는가, 그렇지 않은가라는 의문이 두 번째 꼬리를 물었다.




특정 인물의 이름도, 태고라는 지역외에 그 어떤 지역명칭도 리뷰에 적지 않았다. 누가 용서를 받은이고, 누가 어리석은 이었는지도 적지 않았다. 왜냐면 오롯이 악인이 사람이 없다. 짐승이 되어버린 '그'조차도 까닭이 있고, 그 나름으로 누군가를 보호하고 때로는 보호받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는 신이 없다고도, 있다고도 자신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우리가 과연 우리의 양심대로, 혹은 우리를 지켜준다는 신의 기준으로 '선'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만약 내가 저 '태고'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면 누구의 모습으로 살아갔을지를 생각해 볼 뿐이다. 읽는동안에도 읽고나서도 오래도록 여운이 가시질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트남 셀프 트래블 - 2019-2020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25
정승원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봄봄봄! 봄이 왔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여행준비하면서 3,4월 잘 보내고 나면 5월 가정의 달, 이르게는 6월부터 휴가가 시작되니까요!

 


배낭여행을 선호하는 편이라 여행가이드북을 고르는 일은, 여행계획을 세울 때 일순위 입니다.

 


솔직히 저의 경우는 나라보다 가이드북을 보면서,

곰손이 나도 대충 찍어도 예쁘게 나올법한 여행지,

기왕 남이 해주는 밥먹는거 호불호 거의 없는 맛집투어 등을 고르게 됩니다.

 


좀 더 시간적으로,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문화예술지 답사가 추가됩니다.

 

 

 


 

 


셀프트래블 베트남 가이드북을 보는 순간,

그렇지요. 늘 베트남은 제 희망여행지 1순위 입니다.

지난 해는 졸업여행때문에 베트남을 포기했지만 올해 강제여행 계획이 없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셀프트래블 베트남 편을 열심히 보게되더라구요. 물론 가이드북은 무조건 '최신판'을 봐야한다는 주의기 때문에 19~`20 최신판으로 확인합니다.

 

 

 

 

 

 


정승원 작가님이 소개해주는 베트남 여행 미션 첫 번째는 CNN이 주목한 베트남의 관광지 투어입니다. 노트르담 성당을 비롯, 마치 중국에 온듯한 광활한 섬과 사원까지 CNN이 주목할만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책 속 이미지만 봐도 이렇게 가슴이 확 트이는데 실제로 가서보면 누가찍어도 멋진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촌스럽게도 전 베트남 하면 포, 쌀국수 정도밖에 잘 몰라요.

다녀오신 분들끼리 쌀국수는 기본으로 다른 메뉴 추천해주실 때마다 꼭 먹고말겠다! 했던 저인데, 책에 보면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이 무엇이 있고, 또 베트남 커피!커피!와 음료, 스낵류에 관한 내용도 나와있습니다.

 


이제 더는 쌀국수 먹으러 베트남 간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좀 더 구체적으로 맛집투어를 계획중이라면 하노이, 호이안 등 지역별로 유명한 음식을 찾아 가는 것도 좋겠죠.

해산물을 좋아하는 분들 혹은 포를 중심적으로 공략해보고 싶은 분들도 책을 보시면서 대략적으로 지역을 설정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전 무조건 호이안 입니다.

왜냐구요? 그 이유는 이 리뷰의 끝에 나옵니다.^^

 

 

 

 

 

 


요즘은 브랜드 커피도 커피지만 특정 국가의 유명 브랜드 커피가 정말 핫합니다. 베트남에서 맛보는 달큰하면서도 향마저 완벽한 커피를 즐기고 싶은 분들은 책에 소개된 카페를 꼭 일정표에 넣어두시면 될 것 같아요. 관련 추천 일정도 당연 셀프트래블 베트남에 실려있습니다.

 


 

 

 


일정을 다 계획했어도 숙소때문에 마지막에 변경하거나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가끔 발생합니다.

특히 배낭여행객들에게는 부킹해놓은 숙소에 문제가 발생하면 일정 전체가 꼬이기 때문에 숙소만큼은 국내에서 완벽하게 예약 및 확인 과정을 번거롭더라도 꼭 하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베트남은 아니었지만 런던에서 숙소예약이 꼬이는 바람에 고생했던 경험이 있었거든요.

 


저가가 권하는 숙소 및 경비관련 팁도 책에 나와있으니 베트남 여행을 올해 혹은 내년에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계신분들은 꼭 읽고 가세요.

아낄 수 있는 경비는 아껴서 맛있는 음식 하나 더 먹거나, 관광지 코스를 추가하거나 숙소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으니까요.

 


 

 

 


여행계획 세우다 말고 제 시선을 붙들었던 하롱베이 바위섬들과 승솟동굴.

하롱베이1일 투어로 아침일찍 출발하면 이 모든 곳을 한번에 볼 수 있다고 합니다.

 


 

 

 


요정의 시냇물은 하롱베이 섬들과는 달리 도대체 왜 저곳이 요정의 시냇물이라 불리는지 납득이 되지 않아서 올려보았습니다.

실제 방문하면 또 모르겠네요. 판티엣 캐니언이라고 보르는 곳으로 그랜드 캐니언을 축소해 놓은 것 같다하여 리틀 그랜드 캐니언이라고도 불린다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입장료가 무료인만큼 기회가 되면 제가 가보고 말씀드릴게요. 어째서 저곳이 요정의 시냇물이라 불리는지.

 


 

 

제가 베트남에 가게된다면 호이안으로 가겠다고 아까 말씀드렸던 이유는 바로, 위의 사진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호이안 하면 '노란빛'이 바로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평소에 노란색을 엄청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빨간색이나 무채색을 제외한 컬러가 특정 도시를 상징한다는 것이 정말 맘에 들었거든요. 그래서 베트남에 가게된다면 호이안으로 가보고 싶어요. 대표음식도 먹어보고, 커피도 마시면서요.

 


베트남으로 딱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셀프트래블 베트남을 만나게 되시면 아마 저처럼 어느새 특정 도시, 유독 눈에 띄거나 맘에 들어오는 투어나 요리, 여행지가 들어올거에요. 저자의 말처럼 숙소나 마사지샵, 맛있는 음식들도 매력적이지만 베트남이 가지고 있는 자연적인 것들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곳, 베트남 여행을 계획중이라면 셀프트래블 베트남과 함께하시길!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 -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
백종옥 지음 / 반비 / 2018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두 번의 세계대전과 동서 분단 그리고 재통일로 이어지는 격동의 현대사를 통과해온 독일의 수도 베를린은 여전히 남북 분단의 현실과 마주한 한국 사회가 철저히 참고하고 탐구해야 할 대상이기도 하다. - 8 쪽 프롤로그 중에서-


베를린은 저자가 말한 것처럼 역사적 맥락을 보았을 때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중요한 탐구대상이 된다. 추천서를 쓴 최호근 고려대 사회학교수의 말처럼 '인문에서 조형의 세계로 올라가는 것보다 조형에서 인문의 세계로 내려오는'방향으로 쓰여진 이글은 미술잡지 <퍼블릭아트>에 베를린의 기념조형물들을 소개하는 원고덕분에 탄생한 책이다. 출발이 분명 조형이었던 것이다. 그덕분에 회화를 전공하고 역사는 늘 의무감처럼 여기는 나같은 소인에게도 <베를린, 기억의 예술관>은 좋은 지식과 지혜를 쌓을 수 있는 기회였다.


사실 저자가 큐레이터로 참여했던 2018 광주비엔날레에도 학교행사차원에서 참관하였지만 도슨트분들의 설명을 듣지 않거나 작품해설이 많지 않았던 작품은 전공자로서, 또 3년이 넘는기간 도슨트활동을 했음에도 어렵기만 했다. 오랜시간 활자로 정보를 습득하는데 익숙했던 까닭이다. 그런 내게 가장 와닿았던 기념물은 베벨 광장 한가운데 설치된 가로, 세로 120센티미터 크기의 정사각형 유리창을 통해 텅빈 공간을 보여주는 이스라엘 예술가 미하 울만의 [도서관]이란 작품이었다.

이 작품은 1933년에 있었던 분서사건이 토대가 되었다. 비독일을 반대하는 즉, 나치에 반대하는 책과 저자가 유대인인 책 2만 권을 광장 한가운데에서 불태웠던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진시황의 분서갱유를 떠올리게 했던 사건이다. 미하 울만도 이를 경고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든 것이다. 사실 독일은 인쇄술이 발달한 곳이며 지금까지도 가장 많은 책을 년간 출간하는 나라이며 도서전의 출발지인 나라이기도 하다. 역사적 아이러니 속에서 우리는 이렇게 또한번 어리석은 인간의 만행을, 또 그토록 어리석은 인간들마저 책, 활자의 무서움과 힘을 알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기념물은 베르나르 거리일대에 세워진 '베를린장벽 추모공원'이다. 해당 공원은 주제별로 크게 4개, 다시 소주제별로 3~7개로 나뉘어져 있다. 분단하면 장벽을 떠올린다. 한국이 3.8선, 곧 분단으로 연결짓는것과 같다. 베를린장벽에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을 추모하기 위한 작품 [추모의 창]을 만날 수도 있고, 장벽을 넘어 도주하다 사살된 '오트프리트 레크'를 위한 추모 표시물은 장벽이 서있던 자리를 나타내는 철재 막대들 앞에 세워져 있다. 이렇게 기념비와 기념물이 공간을 거스르지 않고 조화를 이뤘다는 것 자체가 예술적 가치를 가지지만 장벽이 의미하는 바를 별도의 해설관을 두어 잊지 않고 기억하려는 독일시민들의 태도도 본받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부제는 '도시의 풍경에 스며든 10가지 기념조형물'이다. 현대 공공미술은 사실 이제 주변을 조금만 둘러봐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 책을 계기로 주변의 설치된 공공미술에 관심을 갖고 내가 살고 있는 지역, 나라, 그리고 지구에 어떤 일들이 기념되어지고 있는지 관심을 갖는 것 또한 역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시간을 내서라도 한번은 읽어보면서 조형물이 가지는 역사적 의의에 대해 고민해보고 알아갈 수 있는 뜻깊은 만남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엄마의 주례사 - 사랑에 서툰, 결혼이 낯선 딸에게
김재용 지음 / 시루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러가지 의미로 결혼을 앞둔, 결혼생활이 고된 여성들에게 한 번은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이 네개뿐인건 이 책을 이미 읽거나 앞으로 읽게되면 알게  될 듯 싶다.


결혼안하냐는 질문을 건네는 것이 당사자인 나보다 상대방이 오히려 미안해야 할 만큼 나이를 먹은 내게 결혼은 먼나라의 이야기였다. 그런 내게도 결혼이 곧 찾아올 듯 싶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거냐고 묻는다면 그건 또 아니다. 행복한 엄마. 라는 말이 맘에 들었다. 좋은 엄마, 좋은 아내, 좋은 며느리이기전에 행복한 엄마라는 말이 좋았다. 여기서 행복한 엄마라는 수식어를 제공하는 사람은 자식이 아닌 '본인' 즉, 엄마 스스로 행복해져야 한다는 조건이 특히 맘에 들었다. 자식복, 남편복을 탓할 것이아니라 스스로 행복해지는 것.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데 아직 엄마가 되본적 없는 내가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세상의 엄마들에게 뭐라할 자격은 없지만 탓만하는 엄마들이 실상 많기는 하다. 혹시나 싶어 전제를 두자면, 행복할 수 있는 노력과 여건이 되는데도 탓하는 경우를 말한다. 우리 엄마는 어떠했을까.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과거의 우리 엄마는 좋은 엄마였을 뿐 행복한 엄마는 아니었다. 그게 늘 가슴이 아팠다. 독립해서 혼자 살게 된 이후부터는 이따금 나 혼자만 행복한 것은 아닌지, 엄마의 행복을 야금야금 빼앗아 나혼자만 행복하려는 이기적인 딸이라는 생각이 든 적도 있었다. 결국 좋은 엄마라고는 했어도 100% 좋은 엄마라고 할 수도 없다. 물론 행복한 엄마가 좋은 엄마냐고 묻는다면 이쪽도 반드시 그렇다고 말할 수 없다. 솔직히 엄마가 행복한 엄마이기만 하고 나쁜 엄마였다면 리뷰가 어떻게 변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우리엄마는 지금분명 행복한 엄마다. 그리고 여전히 좋은 엄마다. 우리엄마가 행복하지 못했던 이유는 아빠를 탓하고 시댁을 탓하느라 그런 것이 아니었다. 희생이었다. 엄마혼자 참아내면 모두가 행복하다는 잘못된 희생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그렇다면 <엄마의 주례사>의 저자인 김재용님은 무엇이 달랐을까. 이 분은 신혼 때는 엄한 시어머니, 무뚝뚝한 남편탓을 했었다. 하지만 그런 날이 길지 않았다. 행복한 엄마가 되기 위해 스스로 행복을 찾았다. 남편에게 책상을 사달라고 부탁한 후 늦게 귀가하는 남편을 마냥 기다리는 전과 달리 책을 읽고 일기를 썼다. 시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을 때는 남편에게 의지하기 보다는 솔직하게 잘못한 것은 인정했으며 시어머니의 불평의 원인을 되짚어가며 같은 불행에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직접 가게를 운영한 이력도 있기 때문에 집에서 살림을 한다는 것의 중요성과 가정주부가 느낄 수 있는 기쁨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혼자 나가서 미술관을 다니기도 하고 친구와 만나 맥주 한잔에 마음을 터놓기도 하면서 고립되지 않도록 애쓰기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아이들을 전적으로 지원하고 믿어주었지만 대리만족하려 하는 이기적인 부모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자신의 행복을 아이에게 구하려는 것만 버려도 아이들도, 부모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행복해질 수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좋은 엄마가 된다는 것도, 행복한 엄마가 된다는 것도 쉽사리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저자의 말처럼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고 말하는 부분에서는 다소 지나친 자신감이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상대가 변하기 전에 먼저 변하려고 애썼던 저자의 모습은 분명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했다. 어느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저자의 딸이 인정한 '행복한 엄마'라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독자들의 심기가 불편한 부분이 보였다고 하더라도 저자가 엄마로서 살아온 삶은 가치있는 삶이었다고, 저자의 딸에게만큼은 정말 좋은 엄마였음을 인정해야 한다. 더불어 상황이 더 좋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어쩌면 그랬기 때문에 좋은 엄마로만 살아왔어야 했던 우리엄마에게 더 감사한 마음이 들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예순이 넘은 지금에서야 행복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엄마를 응원하고 싶어졌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곧, 주말
시바사키 토모카 지음, 김미형 옮김 / 엘리 / 2018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쿠타가와수상 작가 시바사키 토모카의 단편 8작품이 실린 <곧, 주말>. 한 작품을 제외하고는 20대후반~30대초 여성이 화자다. 지나치게 평범하게 맞이하는 주말이 있지만 지나치게 특별했던 까닭으로 이미 오래전 지나버린 그저 한번뿐인 주말이 세월이 흘러 지금의 주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 주말도 있다. 저자의 말처럼 주말이 배경이라는 것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오늘'의 이야기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작품 한 편 한 편을 짤막하게 건드리자면, '여기서 먼 곳'이 아마도 보통의 직장인들의 주말을 대하는 자세, 즉 주말이란 휴식을 뜻하지 않을까 싶다. 회사에 큰 불만이 없더라도 노동자에게는 휴식이 간절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특별할 만한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지금의 내 주말을 패턴을 깨뜨리기란 쉽지 않다. 어디 주말뿐이던가. 설혹 그것이 과거의 짝사랑했던 상대와 관련된 일이라 해도 오늘이라는 일상에 정착해 있다면 과거도, 타인의 시선이 대수랴. '하르툼에 나는 없다'는 아쿠타가와수상 후보에 올랐던 작품이라고 했다. 다른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담담한 어조였다. 하르툼은 화자가 가본 적 없는 곳이다. 그렇다고 무조건 가보겠다고 버킷리스트에 올린 여행지도 아니다. 그저 쉽게 갈 수 없기에, 지금 이곳과 다른 날씨로 하루하루를 맞이하는 장소다. 그것이 하르툼이 될 수도 있고 누군가에게는 발레와 같은 가깝지만 멀고, 멀지만 그다지 멀지도 않은 어떤 '이상'이 아닐까 싶다. 그 다음 작품 '해피하고 뉴, 하지만은 않지만'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 '연예인 걱정은 쓸데없다'였다. 물론 작품속 등장하는 대화처럼 소속사를 잘못만나서 고생길에 접어드는 아이돌들도 있겠지만 삶이란게 결국 스스로 키를 붙잡을 수 없는 상황 혹은 내맡겨버리는 순간 뜻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감기때문에 명절에 혼자남은 화자도, 가족도 남편도 다 있지만 찰나의 사소한 실수로 사적으로 통화해본 적도 없는 직장동료의 집에서 명절을 보내는 에츠코도 그냥 그럴 수도 있을 뿐이다. 주말이라고 반드시 연인과 함께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듯 명절에는 가족과 함께 있는 것만이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럴 수 있는 환경이라면 감사할 일이고. 삶도 마찬가지다. 이건 아닌데 싶은 순간에 바로 잡아야 한다. 아닌데싶으면서도 그대로 흘러가게 되면 단순히 명절에 혼자지내는 외로움으로 끝나지 않는다. 나도 느끼지 못하는 외로움을 어느 누군가가 더 안타깝게 바라볼 수도 있게 된다. 물론 이조차도 신경쓰지 않고 마이웨이 할 수 있다면 상관없지만.

'개구리 왕자와 할리우드'는 아마도 이 책의 표지에 해당되는 이야기이지 않을까 싶다. 소설을 읽기전에 표지를 봤을 때는 도서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읽고나서 다시보니 도서관보다는 서점에, 그것도 요조가 일하는 서점이 이렇겠구나 싶었는데 파란색 티셔츠인걸 보니 반드시 해당 이야기를 토대로 그린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이성 혹은 나와 결이, 방향이 다른 사람에게 갖는 호기심을 다룬 내용정도라고 말하고 싶다.

나머지 네 작품은 지나치게 리뷰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하게 책 속 구절로 대신해본다.



이대로 영영 제비가 돌아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을 했다. 걱정을 했다니, 좀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나는 제비가 돌아오든 말든 아무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이고 아마도 금방 잊어버릴 테니까. 그저 아주 약간, 불안해졌을 뿐이다. 152쪽 [제비의 날]중에서.


어딘가 틈 같은 데라도 좋으니까 세상의 풍파가 비켜간 곳에서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 두 달 후의 내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나는, 아직은 남의 일처럼 그렇게 생각한다. 184쪽 [나뮤기마의 날]중에서.


"그거, 사줄까"

(중략)

"필요 없어."

(중략)

"왜?"

"이게 어딘가 존재한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됐어." 209쪽 [해안도로]중에서.


자기 이외의 것은, 자기와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할 것.257쪽 [지상의 파티] 중에서.


지나치게 타인의 시선안에서, 혹은 내가 무작정 세워둔 나의 이상향안에서 갇힌 상태로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주말. 이제 막 주말을 벗어난 월요일 밤. 이 책의 리뷰를 더 미루지 말자고, 대충이라도 적고자 했던 것은 내 스스로에게 다시금 다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너무...갇히지 말자. 쉬자. 주말에는. 내 방식대로. 그냥.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