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불안 - 더는 불안이 불안하지 않다
커티스 창 지음, 정성묵 옮김 / 두란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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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불안 #커티스 #불안 #걱정 #마음컨설팅#불안솔루션 #두포터 #나를복음으로살게한문장


한 번 더 말하겠다. 다른 사람의 불안한 자아를 받아들이려면먼저 하나님이 내 불안한 자아를 받아 주셨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한다.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는 능력은 예수님이 우리를 사랑으로받아 주셨다는 사실에서만 흘러나온다.

불안은 지금껏 내게 고쳐야만 하는 감정이었다. 나뿐 아니라 다른 많은 이들이 영적으로도 옳지 못한 나약한 감정으로만 여기는 것처럼 느낀다. 그런 불안을 <안녕, 불안>의 저자 커티스 창은 불안한 감정이 나쁜 것만은 아니고 오히려 주님께 받은 은총과 자비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또 우리가 영적으로 완성될 수 있는 것은 현재가 아니라 예수님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통해 사후에 가능하며 그 가능성을 믿는 것이 지금 우리의 할 일임을 깨닫게 해준다.

성령의 음성에서 오는 통찰은 예수님의 원음과 ‘톤‘ 측면에서정확히 일치한다. 비난하거나 수치심, 두려움, 불안을 일으키는 음성을 듣는다면 그것은 성령에게서 온 음성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음성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생각에서만 비롯한 다른 내적 목소리다. 우리가 이것을 알 수 있는 건 사복음서 어디에서도 예수님은비난하거나 수치심, 두려움, 불안을 일으키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믿음이 부족해서 불안한 것이고, 믿음이 부족하기 때문에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심지어 잘못된 믿음을 가진 이들은 누군가 앓고 있는 질병조차 약한 믿음 혹은 죄 때문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저자가 거듭 강조하는 반성이 아닌 자학에 가까운 비난은 예수님이 원하시는 모습이 결코 아니다. 이전에 읽었던 <온전한 믿음>의 저자 A. W.토저도 자책하느라 낭비하지 말라고 말했다.불안하기 때문에 가장 많이 보이는 증상은 ‘피하기’다. 피하기 방식은 보편적으로 알려진 것처럼 외면하는 방식도 있지만 좋지 않은 것에 중독되는 것도 포함된다.

우리 하늘 아버지의선물은 우리 어머니의 크리스마스 선물과도 같다. 때로 어머니는 정확히 내게 필요한 것을주신다(예를들어, 어머니가 새 지갑을 주시기 전까지 나는 내 낡은 지갑이 너무 해졌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런가 하면 머리를 긁적이게하는 선물도 있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정말 무엇일까. 시편을 통해 우리가 주님께 무엇을 강구해야 할 지를 배우고, 사복음서를 통해 성령께서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무엇을 잃을까 불안한지를 정확히 알게 되면 주님께 무엇을 구할지도 깨닫게 된다. 크리스마스가 곧 다가온다. 우리가 받고 싶은 선물과 주님께서 주시고픈 선물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먼저 받아들인다면 오지 않을 미래 때문에 ‘지금’ 불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상실을 늦추거나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기에도 부족할 뿐이다. 한 해가 저물어가면서 조금씩 불안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불안한 그 이유들을 어떻게 다스리시는지 주님께 의탁하고 지켜볼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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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 있는 삶 - 무엇을 선택하고 이룰 것인가
미로슬라브 볼프.마태 크러스믄.라이언 매컬널리린츠 지음, 김한슬기 옮김 / 흐름출판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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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햄스터도 아니다. 누군가 햄스터를 집어 올리면 틀림없이 뭔가 반응을 보일 것이다. 어쩌면 햄스터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반응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햄스터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지 않는다. 우리는 고민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의 행동에는 책임이 따른다.

행복을 추구하는 것도, 그리고 그 행복한 상태로 길고 건강하게 사는 것도 인간만이 가지는 바람일 수도 있다. 왜냐면 우리는 무언가에 기대를 걸고 가치가 있다고 믿으며 그렇게 되기 위해 고민하고 행동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가치‘라는 것이 스스로 고민하고 얻어낸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의 시선이나 이미 정해진 사회적 합리에 의한 것인지 확신할 수 있는가. 지금껏 살면서 또 독서를 하면서 한 권의 책이 삶을 바꿀 수 있다고 단정할 수도 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해왔다. 소위 연애처럼 ‘타이밍‘이 잘 맞아서 마침 누군가의 사고나 부고가 촉발제 역할을 한 것처럼 독서도 그럴 수 있다고 볼 뿐이었는데 <가치 있는 삶>의 저자들 또한 프롤로그에 당당하게 적는다. 만약 독자에게 보다 가치 있는 삶을 위한 의지나 희망 혹은 바람이 있었다면 분명 ‘이 책이 당신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라고.

‘내 삶을 바꿀 수 있을까‘하는 기대를 가지고 읽어도 좋을 것 같았다. 저자 말처럼 그냥 살아도 되는 이 생을 ‘분별‘을 가지고 살아보려는 이 시도를 위한 귀한 시간을 받았으니 허비할 수 없다. 고전에서 답을 찾을 수도 있고, 예수, 부처 혹은 누구에게라도 헌신과 용기로 찬사받을 만한 인물들의 삶을 통해 우리가 가져야 할 ‘의문‘에 대해 알 수 있다. 다만 그 의문이라는 것이 거창하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예수님을 따랐던 어부 베드로처럼 ‘그물을 놓고‘바로 따를 수도 있다. 삶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현재 자신을 관찰해보고 ‘재고 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알아야 의문을 품고 나아갈 수 있다. 또 서두에 발췌한 햄스터와 우리를 비교했을 때 가장 차이가 ‘책임 유무‘다. 책임이 따르기 때문에 어쩌면 의심하기를 그만두고 살아지는대로 살아가고 있을 수 있다. 또 다른 사람과 나의 가치가 반드시 동일하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내가 품은 의문이 상대에게는 다를 수 있고 또 같은 의문일지라도 답이 정해져 있지 않다. 저자 모두 기독교인이지만 기독교가 그 해답이라고 정해놓지 않았다. 심지어 책에 실린 내용도 자신들과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들이 우리에게 해주는 것은 ‘가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우리가 던져야 할 의문이 있고,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들과 그냥 두고 지나쳐야만 하는 순간들도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줄 뿐이다.

지나치게 노력하지 마라. ‘의문‘과 마찬가지로 진정으로 큰 그림에도 항상 위험이 따른다. 우리가 얼마나 열심히 노력하든, 중요한 문제에 잘못된 답을 내놓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중략-
그렇다고 노력을 그만둬서는 안 된다. 우리는 실수에 무력해지지 않고 위험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공존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232-233쪽

사는 동안 우리에게 뜻하지 않은 시련, 고통이 반드시 찾아온다. 그 순간을 견뎌낸 인물로 종종 ‘욥‘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데 이 책에서도 욥이 괴로운 날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견뎠는지에 대해 말한다. 욥은 끊임없이 분노하거나 자포자기 하지 않았다. 이겨내려고 억지를 쓰지도 않았다. 오래 전 괴로운 날에, 박영선 원로 목사의 ‘수동적으로 끌려가라‘라는 강론을 들었다. 내가 내 뜻대로, 내 힘으로 억지로 ‘내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서는 안될 때가 있다. 이런 고통을 인간이라면 피할 수 없다. 정보라의 <고통에 관하여>에 적힌 글처럼, ‘몸을 가진 존재는 고통을 느낄 수 밖에 없고‘, ‘결국 의문은 삶에 대한 질문이다(302쪽)‘. ‘가치 있는 삶‘은 결국 끊임없는 의문을 통해 다가갈 수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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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치백 - 2023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이치카와 사오 지음, 양윤옥 옮김 / 허블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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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고통받는 꼽추 괴물의 모습 따위, 일본의 비장애인은 상상해 본 적도 없을 것이다. 종이책 한 권을 읽을 때마다 서서히 등뼈가 찌부러지는 것만 같은데도, ‘종이 냄새가 좋다, 책장을 넘기는 감촉이 좋다‘라는 등의 말씀을 하시면서 전자서적을 깎아내리는 비장애인은 근심 걱정이 없어서 얼마나 좋으실까.


출산 후 아이를 키우며 종이책을 읽는 것이 힘들어 어쩌다보니 전자책을 이용하게 되었고, 전자책이 있어 정말 다행이다, 읽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쓴 적이 있었다. 그러면서도 묵자가 아닌 점자를 읽어야 하는 사람들의 불편만을 생각했지 소위, ‘벽돌책’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위의 발췌문을 읽는 내내 ‘도대체 나란 인간은’이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무지한 것이 사실이나 어느 부분에서 무지한 것이 부끄럽고 속상한 줄을 몰랐던 것이다. 20203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헌치백>은 장애인 당사자 이치카와 사오의 첫 일반소설로 이전에는 장르소설을 다양하게 집필해왔다고 한다. 한국영화 <오아시스>를 보았고, 일본사회의 장애인에 대한 개선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는데 한국의 현실을 안다면, 또 상대적으로 일본을 비교하며 취약한 시설과 시선을 부러워한다는 것을 저자는 알고 있을까.

‘임신과 중절이 하고 싶다.’낙태금지를 매일 같이 외치는 편에서는 이런 내용 자체를 두고 불쾌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샤카가 말하는 중절이 살아있는 존재로서 할 수 있는 ‘생의 자격과 의무’라는 점을 오히려 반박할지도 모른다. 죽음이 생이 될 수는 없다고. 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포기하고 죽여야만 하는 샤카에게도 그 말이 해당이 될까. 상대적으로 기독교의 영향이 크지 않은 일본에서 나고 자란 저자이기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다지 오래지 않은 과거에 장애인들의 중절을 사회적으로 권고 아닌 다른 의미의 책임으로 강요하던 시절이 있었다. 낙태는 금지라면서 장애인들의 생명은 해당되지 않은 그런 인식이 법이 개정되었다고 함께 달라진 것 같진 않다. 노골적인 표현들 때문에 이 책을 수상 전에 읽은 작가의 아버지는 화를 냈다고 한다. 마치 영화 오아시스 속 절정에 이른 여동생의 소리를 고통에 몸부리치는 비명으로 오인한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쓰는 나는 과연 얼마나 다를까 자신할 순 없다. 다만 이전에 소설을 읽으며 가지는 자기반성이 일시적으로 그치지 않기를 바란다고 했다면 그런 찰나의 빛들이 매일 이어진다면 그것이 연속성이자 일상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소설을 읽고 같이 읽자고 이렇게 비루한 글을 남긴다.

#헌치백 #이치카와사오 #일본소설 #아쿠타가와상 #장애인 #추천 #소설추천 #종이책 #허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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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믿음을 추구함 - 하나님 뜻과 내 삶이 하나 되는 길
A. W. 토저 지음, 이석열 옮김 / 두란노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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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믿음을추구함

온전한 믿음을 추구함

때때로 여러분을 넘어지게 만드는 유혹은 여러분이 진정한 그리스도인이 아니라는 증거일까? 아니다. 그것은 여러분의양심이 섬세하며, 여러분이 하나님과 매우 가까이 있으며, 주님이 맹렬한 유혹을 통해 여러분에게 스스로를 믿지 말라는마지막 교훈을 주려 하신다는 증거다. 209쪽

살다보면 ‘시험받는’기분이 드는 순간이 온다. ‘어디까지 하실텐가.’싶은 시기도 오고 때로는 ‘도대체 제게 왜이러세요!’라며 분노를 터뜨리고 싶은 순간도 온다. 어느때고 모두 우리를 ‘혼자’두시진 않는다. 그런데도 우린 곧잘 신은 존재하지 않으며, 신의 존재를 분명하게 믿는 교인들조차 미지근하게 온전히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조금도 봐주지 않고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읖어준다.

우리는 지금 성장에 대해, 앞으로 나아감에 대해, 평균을 넘어서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 일은 대중적인가? 인기가있는가?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하는가? 그리스도인은 이런 사항을 물을 것이 아니라, 그 일이 하나님의 뜻인지를 물어야한다. 천국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51쪽

‘뼈 때리는 말’이라고 해야할까. ‘천국은 우리의 뜻이 이루어지는 곳이 아니다.’ 모든 것이 완벽한 날 우리는 ‘천국’이라고표현한다. 그 완벽은 주님의 뜻이 아니다. 누군가를 위한 희생, 고통을 동반하는 봉사가 아니다. 또 서로가 서로를 위해 양보하고 포기하는 상황을 두고 결코 ‘천국’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토저는 14세기에 쓰여진 작자미상의 ‘하나님을 감추는구름’과 영적 성장의 4단계, 그리고 빌립보서 3장을 중심으로 우리가 온전한 신앙인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말한다. 미리 밝혀두지만 생전에는 결코 최고의 위치, 4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만약 우리가 우리의 영혼을 갑자기 하나님의 외부적 시각으로 볼 수 있다면, 우리는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략- 우리는 우리 영혼이 얼마나 빈궁한지 알면서도 하나님께 그 사실을 말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가 그토록 오래 기다려야 하는 이유다. 119쪽

가끔 가족이나 지인들과 죽음에 관해 대화할 때면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을까?, 만나게 되면 고개나 들 수 있을지, 고개를들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무엇을 물을 것인가.’등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가 있다. 예배시간에 혹은 기도 묵상이나 나눔시간에 주님과 함께 하길 원한다면서도 정작 우리는 ‘싫은 것’이 분명 존재함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자책하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저자는 처음부터 한결같이 우리에게 호소하는 것, 작자미상의 <하나님을 감추는 구름>과다른 한 가지, 들을 귀 있는 있는 사람들을 위해 외친다. 누구도, 심지어 자신도 탓하거나 책망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라고. 자신이 현재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는지 알았으면 이제 맡기고 그 사랑에 살면 그만이다. 우리가 그렇게 주님 만나기를 갈망한다면 기도하고 기도하는 대로 행하면 된다. 결국 ‘온전한 믿음을 추구함’이 전부다.


#AW토저 #두포터 #하나님의뜻 #믿음의사람 #나를복음으로살게한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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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 부엌 - 도쿄 일인 생활 레시피 에세이
오토나쿨 지음 / 유선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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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의부엌 #오토나쿨 #도쿄 #도쿄일인생활레시피에세이

지금은 남편 한 명, 아들 한 명과 함께 거주하며 육아가 삶의 중심을 자리하고 있지만 결혼 전까지만 하더라도 15년 동안 중간 중간 언니와 함께 동거하긴 했어도 거의 10년 가까이 혼자 살았다. 당시에도 마음이 힘들거나 아플 때면 부엌으로 나와 더운 음식을 해먹으며 기운을 차렸다. 그래서인지 ‘재생 부엌’이라는 타이틀에 공감이 갔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적극적으로 부엌을 통한 재생을 희망하며 후기를 적는다.

어두운 우울의 심연에 빠졌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계기가 돼준 곳이 부엌입니다. 228쪽

이 책의 표지 혹은 타이틀을 보고 읽고 싶다고 생각한 분들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생각해본다. 처음 이 책을 읽으려고 했을 때의 나처럼 ‘일본식 부엌, 영화 리틀 포레스트의 현실화’ 혹은 ‘1인 살림’이나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정갈한 일본 가정식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 모두 다 담겨져있다. 무엇보다 서두에 밝힌 것처럼 이 책은 ’재생의 부엌‘ 그 자체였다. 재생하기 위해 부엌을 찾을 수도 있고 특정 음식을 떠올릴 수도 있다. 혹은 ’맥주‘와 같은 주류와 함께 했던 추억이 발단이 될 수도 있다. 책에서 유일하게 네 번이나 등장하는 빵이 저자의 애정품목이라면 내게는 아마도 ’맥주‘이지 않을까.

사실 맥주는 계절과 상관없죠. 135쪽
슬플 땐 맥주 앞으로. 150쪽

술을 거의 마시지 않는 남편과 산다는 것은 술로 인해 싸울 일이 없다는 장점도 있지만 술 한 잔 기울이며(물론 한 잔만 마시지 않고 저자처럼 삿뽀로 큰 병은 마셔줘야) 인생을 안주삼는 기쁨도 없다는 단점이 있다. 남편이 잘 마시지 않으니 밖에서 마시는 것도 편치 않아 한 여름 아이를 재우고 안주 없이 마시는 맥주 한 캔도 점점 줄어들었다. 그러다 이 책에서 무려 4~5페이지 걸쳐 펼쳐지는 회와 구이와 비루의 향연을 읽으면서 괴롭고 행복했고 남편이 함께 잘 마셔주던 연애때가 그리웠다. 심한 편식가인 저자가 무를 두고 ’어른의 맛‘이라고 했다면, 나마비루(생맥주)야 말로 내겐 ’어른의 맛‘인 셈이다. 그렇게 마시지도 않았느나 읽다가 취한 상태에서 어머님께 해드린 도미 밥 편을 읽었다. 나만 모진 말을 하는 철없는 자식은 아니었구만‘하며 웃으며 읽다가 약속을 지키기 못했다는 문장을 읽고 울컥했다. 생선을 싫어하는 자녀가 성장 해 생선을 굽고 대접했을 때 그 맛이 얼마나 감동이셨을까 싶다. 그 밥을 드실 수 있어서, 편식도 나아지고 당신이 좋아하던 몸에 좋은 생선을 알아서 잘 먹게 된 걸 아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작년에 처음으로 엄마 칠순 때 부쳤던 전들이 생각난다. 내 입에도 꽤 잘 부쳐서 내가 잘한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알았다. 내가 잘 한 것이 아니라 엄마를 위해 그 음식에 마법이 이뤄졌음을. 자식을 사랑하는 엄마들에게만 허락된 그 마법이 다른 이들에게도 많이 많이 퍼지면 좋겠다.
날이 추워서인지 거의 끝자락에 실린 ’나베‘요리도 당장 해먹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전골요리, 샤브샤브 등 ’국물이 끝내주는‘요리를 함께 나눠먹는 것, 다른 계절보다 겨울에 더 느낄 수 있는 까닭은 맥주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 저자 말대로 여름을 제대로 느끼는 것과 같을 것이다. 늦은 시간 피곤한 줄도 모르고, 마스크와 모자를 벗지도 않고 식재료를 준비하는 자신이 ’주는 사람‘이라는 저자의 말에 박수치며 공감한다. 음식 대접을 직접 받진 않았지만 이 책을 읽는동안 충분히 느꼈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글의 감칠맛이 더해져 좋았다. 다음책이 벌써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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