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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꽃에서 멈추다
박윤희 지음 / 현자의마을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사실 이 책은 나를 위한 독서라기 보다는 '엄마'에게 권해드릴 만한 책인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골랐다. 어릴 적 엄마가 내가 손 닿을 수 있는 위치에 늘 책을 놓아두신 것처럼 나도 그렇게 강요가 아닌 자연스럽게 손 닿을 수 있는 곳에 책을 놓아드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꽤 오랜 시간 그렇게 여러 권의 책을 무언으로 권해드렸는데 엄마가 60세라는 인생 2막에 접어드신 후로는 그다니 맘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아, 내가 엄마보다 나이가 어리다는 것이, 엄마가 지금껏 살아온 삶을 제대로 이해할 수도 그런 노력도 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고 엄마가 읽었을 때 좋을 책을 찾는 다는 것은 지금 내 기준에서의 '추천도서'가 아닌 엄마에게 '언니'가 되어주고 '인생 선배'가 되어줄 수 있는 분의 책이었다. 박윤희님의 [활짝 핀 꽃에서 멈추다]는 그렇게 내곁에 왔다.
이 글의 주인공은 소위 '잘 나가는, 성공한 5%'의 사람이 아닙니다. 평범한 우리 주변의 할머니이며, 어머니이며, 이모이며, 언니입니다.
내가 십대였을 때 엄마가 들려주는 추억과 스무살 이후 들려주는 엄마의 추억이 다른 것처럼 어쩌면 이 책도 아직 내가 읽기에는, 엄마에게 권해드릴만한 책인지 판단할 자격이 내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 인생 선배님들은 어떻게 살아오셨을까? 하는 정말 아이같은 호기심으로 책을 읽었다. 잘나가는 누군가의 자기개발서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묵묵하게 자기 삶을 살아오신 분들의 이야기는 그 어떤 자기개발서에서도 얻을 수 없는 생생한 삶 그 자체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저자의 노년기의 삶을 이야기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만났던 우리 선배님들의 내용을 재구성 한 것이다. 그덕분에 한 사람의 이야기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평소에 만날 수 있는 분들의 연애사, 고난, 극복 등 다양한 드라마를 만날 수 있었다. 그분들의 이야기는 전혀 낯설거나 촌스럽지 않았다. 그분들이 하던 연애도, 결혼도 그리고 다툼과 좌절이 약간의 변형만 있을 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그대로였다. 만약 젊은 작가의 시선으로 '오래된 그녀'들의 이야기를 접했다면 같은 이야기도 다르게 전달되었을지도 모른다. 손주를 봐주고 있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도 어머니가 아닌 며느리의 입장에서 설명되었을 수 있고, 가난하고 능력없는 배우자와의 결혼 이야기도 그와 이별하고 재기에 성공했다는 식의 다른 결론이 나왔을 것만 같다.
"혼을 불태우며 살아야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자신이 한 선택에 집중해야 해요. 그리고 좋은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 성실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고, 기다려야 하고, 죽지 않을 정도로 무리도 해야 해요. 그리고 자신이 한 노력의 결과로 행복해져야 하죠." 137
저자가 서문에 밝힌 것처럼 '고령사회'라는 담론에 대해 우리는 지나치게 부정적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만 아마도 우리가 부양을 책임져야 할 세대인 까닭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의 리뷰를 적으면서 내가 기대하는 것은 적어도 이 책을 읽은 독자라면, 그리고 이 리뷰를 읽은 사람들이라면 조금은 다른 인식을 가질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우리가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행복이 목적이라면,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살기위한 자기개발서를 원한다면 '오래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