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되다 - 인간의 코딩 오류, 경이로운 문명을 만들다
루이스 다트넬 지음, 이충호 옮김 / 흐름출판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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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추천 #도서 #인간이되다 #루이스다트넬 #흐름출판 #오리진

인간이 가지는 고유성과 취약점에 대해 가볍게 한 두가지 정도는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과 손의 도구화를 넘어 고차원적인 수의 활용과 기술의 발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반면 취약점을 놓고 보자면 인간은 도구 없이 맹수 혹은 작은 벌레나 균에 의해서도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이 책은 본래 전공이 생물학자였던 저자 스스로, ’홈그라운드로 되돌아가는 것 같다(20쪽)‘고 했을 만큼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한다.

진화는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에 충분히 괜찮은 차선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진화는 새로운 조건과 생존 문제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할 때 이미 갖고 있는 것을 가지고 어떻게든 해나가야 하는 제약이 있다. 제도판으로 되돌아가 처음부터 재설계할 기회가 없다. 13-14 쪽

인간이라는 존재는 우리의 모든 능력과 제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결과이다. 즉, 우리의 결함과 능력은 모두 현재의 우리를 만드는 데 기여했다. 그리고 인류의 역사는 양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진행되었다. 14쪽

그리고 엄청나게 긴 시간 동안 성장과 정체, 발전과 퇴보, 협력과 갈등, 노예 제도와 해방, 교역과 약탈, 침략과 혁명, 역병과 전쟁을 거치면서도, 이 모든 소란과 열정 속에서 변함없이 유지된 것이 한 가지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14쪽

이 책에서 포함하고 있는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인류의 역사를 깊이 파고들면서 문화와 사회와 문명에서 기본적인 인간성이 어떻게 표출되었는지, 인류의 독특한 특성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과 공유한 우리 몸과 행동의 특징도 살펴볼 것이며, 인류학과 사회학의 최신 연구를 바탕으로 일상생활에서 얼마나 많은 측면이 우리의 생물학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런가하면 인간의 주요 성향인 무리 행동 편향은 빠른 판단 도구기능을 하므로 시간과 인지 노력을 절약해주는 반면 경제적인 부분이 있어서는 버블 위기를 낳기도 한다. 또, 저자가 이전에 출판했던 책과 이어져 있음도 알 수 있다. 이 책은 웅장한 규모의 역사와 현대 세계가 만들어진 과정을 다른 각도에서 탐구하기 위해 쓴 삼부작 중 마지막 책이다. 첫 번째 책은 <사피엔스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과학 지식 - 지식은 어떻게 문명을 만들었는가>, 두 번째 책 <오리진 - 지구는 어떻게 우리를 만들었는가> 그리고 마지막 이 책이다. 오리진은 워낙 스테디셀러라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첫 번째 책은 이 책을 읽기 전 먼저 읽어봐야할 것 같다. 이렇게 적으면 마치 강의 전공서처럼 느껴질테지만 단순히 이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과 밀접한 부분도 다루고 있는데, 정신작용물질(마약과 같은)에 대해서도, 낭만적 사랑과 인간 가족에 대해서도 그리고 감염병에 관해서도 다룬다. 무엇보다 개인을 넘어 집단에 이르기까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위험적인 요소가 되기도 하는 정신적 결함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초반에 명사들의 추천글에 등장하는 책들과, 저자의 이전 책들까지 포함하면 아마 이 책 한권으로 시작해도 꽤 주요한 책들을 함께 읽는 흥미로운 인간의, 인간에 의한, 인간을 위한 독서여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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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 예술 과학 철학, 그리고 인간
케네스 클라크 지음, 이연식 옮김 / 소요서가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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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 #소요서가 #예술 #과학 #철학 #인간

문명의 적은 무엇일까요? 그건 무엇보다 공포입니다. 25쪽

1969년 영국 BBC에서 방영되었던 내용을 2017년 단행본으로 엮은 뒤 2017 다시 개정된 판본을 번역한 이 책은 서문만 읽어봐도 저자 케네스 클라크가 여러가지 염려되는 부분을 안고서 집필 되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저자소개를 잠시 하자면 마치 히어로물이나 스릴러물에 등장할 법한 이력, ‘역대 최연소인 30세의 나이에 내셔널갤러리 관장으로 발탁‘(얼마나 소설같은 일인지 전공자들은 공감할 만한)되었으며, 옥스퍼드 교수로 있었고, 이 책의 기반이 된 다큐멘터리 <문명>을 제작한 이후 종신 귀족 작위를 받았다고 한다. 저자소개만 읽고서도 이 책은 무조건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문명의 적에 대해 묻고는 그 답이 다름아닌 공포라고 대꾸한다. <멋진 신세계>의 문명인들은 공포를 느낄만한 상황에 노출될 일이 거의 없다. 그런 맥락에서보자면 그들은 분명 완벽한 문명사회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저자가 원하는 문명은 그런 것들이 아니었다. 적의 존재가 없는 것이 아닌 적을 인지하고 고통을 느끼며 예술(혹은 문학)의 힘을 아는 상태여야한다.

문명인이라면 적어도 공간과 시간의 양면에서 자신이 어디에 속해 있는지 알고, 자신이 지나온 곳과 나아갈 길을 의식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읽고 쓰는 능력은 이를 위한 아주 편리한 도구이지요. 40쪽

읽고 쓰는 능력을 가지고 단순히 매뉴얼만 읽고 보고서 작성을 위해서만 살아가는 삶이 과연 문명인의 삶일까하는 것에 대답은 굳이 적지 않겠다. 저자가 생각하는 문명의 의미를 알았다면 이제 본격적인 문명, 즉 예술적 맥락안에서 들여다보면 서구사회에서는 기독교를 제외시키고는 설명되지 못한다. (동양에 대한 부분이 빠진 것은 저자 서문에 밝힌 것처럼 언어를 알지 못하면서 문화를 안다고 할 수 없기 대문이다). 기독교 미술을 수강하면서 스테인드글라스, 즉 빛으로 표명도는 절대자의 전능의 시작을 이 책에서도 잘 다루고 있었다.

그러나 쉬제르가 교회 건축에서 첨두아치만이 아니라 채광창과 트리포리움 같은 여러 높은 창의 채광까지 포함해서 고딕 양식을 도입했다고, 아니 사실상 발명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는 ˝새로운 빛이 충만한 거룩한 건물은 찬란하다˝라고 기록했는데, 이로써 이후 2백 년 동안 행해진 온갖 건축의 대계획을 예언했던 것입니다. 79쪽

쉬제르가 창안한 장미창은 명동성당에만 가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장미는 성모마리아를 상징하고, 명동성당의 주보성인이 바로 ‘무염시태마리아‘이기도 하다. 이런 내용을 알고 다시 미사를 마치고 장미창을 바라보면 이전에 수업에서 의미를 알았을 때보다 더 큰 감명으로 바라보게 된다. 책에는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사진이 수록되어 있어 책을 읽으면서 여러차례 다시 사진을 들여다보곤 했다. 이어지는 내용에서도 초기 기독교사회에서 그다지 관심받지 않았던 성모마리아가 어떻게 주요 인물과 순명의 상징으로 성당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는지의 과정을 보여준다.

사람의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포괄적인 세계의 여러 종교, 인간 존재의 모든 부분에 파고드는 이집트, 인도, 중국 등의 여러 종교는 여성 중심의 창조원리를 적어도 남성 중심의 그것과 동등하게 중시했습니다. 244쪽

이후 등장하는 네덜란드 사회에 이르러서는 ‘개인의 재능‘과 관련지어 램브란트의 예술관을 만나게 된다. 종교적 신념을 가졌던 그였지만 오래전 아벨라르와 마찬가지로 보다 과학적인 증명을 원했고, 17세기 사람들에게 있어 수학은 사람들에게 칭송은 물론 ‘당시 가장 뛰어난 지식인들의 종교‘(276쪽) 이기도 했다. 사담이지만 데카르트의 경우 사색하기를 좋아하는 까닭에 친구들의 방문에도 누워서 ˝생각하고 있네˝(278쪽)라고 답했다는 부분은 누구라도 나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 얘기라고 놀리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이성과 경험이 예술사에 미친 내용을 읽다보면 당연하게도 인간에 의해 꽃피워진 문명이 탐욕으로 인해 어떻게 퇴색될 수 있는지도 볼 수 있다. 종교에서 멀어진 인간이 다음 경의의 대상으로 자연을 택한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선택이었다. 자연을 경외하는 이들의 시구절을 볼 때면 그 자리에 신 혹은 연인을 대입해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과 클라크가 언급한 것처럼 후대역시 낭만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에서 낭만주의 역시 성공적으로 부흥할 줄 알았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1810년 무렵에는 앞서 18세기에 사람들이 품었던 온갖 낙천적인 희망이 결국 거짓이었다는 게 분명해졌습니다. 인권, 과학의 발전, 산업의 혜택 등 모든 것이 망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혁명으로 얻은 갖가지 자유는 곧 반혁명, 혹은 혁명정부를 장악한 군인 독재자가 박탈했습니다. 412쪽

시민을 향해 총을 겨누는 고야의 <5월 3일>을 오래 전 고야전에서 본 기억이 났다. 또 책을 읽는동안 관람했던 <빅브라더 블록체인> 전시작품 중 조승호 작가의 <은신처>와 김혜미 판화가의 <피난처>를 연결지어 보게 되었다. 전시주제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히 작품에서 건져올릴 수 있는 내용도 달라지기 마련이지만 이 두 작품의 사전적 의미를 잠시 언급하자면, 전자는 몸을 숨기는 곳이고 후자 역시 고통이나 전쟁등으로 인한 외적인 것으로부터 피해 숨는 곳이다. 은신처는 망루와 같은 높은 곳에 설치하고 감시당하거나 감시를 하는 양쪽 모두를 아우르고 있고, 피난처는 ‘내면의 도피처이자 안식처이자 처한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것‘(작가 인터뷰에서 발췌)으로 책에서 말하는 인간이 만들어놓은 작품 자체가 예술가들의 은신처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피난처로 가변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었다. 자연숭배에 이어 빛, 인상주의로 이어져오는 과정이 너무나 ‘자연‘스럽다.

비슷한 시기에 존 버거는 클라크와 마찬가지로 TV를 통해 이야기를 펼쳤는데 훨씬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고, 문화와 예술을 둘러싼 담론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 결실이 <다른 방식으로 보기>였다. (역자 후기 중)

비슷한 시기에 아는 분도 존 버거의 책을 추천했던터라 의도치 않게 이 두 책을 다 읽는데다 앞서 나열한 전시 중 어느 한 편도 제대로 감상을 적지 못했다. 그러니 서평을 적으면서도 이렇게 정제되지 않은 글을 남겨도 되는 것인지 자문도 해봤다. 하지만 역자의 말처럼 클라크가 문명이 무엇인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는 대신 ‘문명이 아닌 것‘에 이야기하면서도 구체적인 인물과 건축, 그리고 작품등을 통해 보여준것처럼 나또한 어설프게나마 내가 이해한 바를, 내가 보았던 것들에 기대어 적었다고 믿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료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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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지음, 프레드 포드햄 그림, 문형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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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가 소담출판사에서 프레드 포드햄의 각색으로 그래픽 노블 버전으로 출간되었다. 다소 표지의 그림이 자극적이긴 하지만 고통을 멀리하고 단순한 쾌락만이 유용한 문명 세계, '멋진 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멋진 신세계'란 어떤 모습일까. 고통과 공포로 인해 불편한 점이 많은 내게는 소마 한 모금으로 평안을 얻는 문명인들의 삶이 부정적으로만 보이지 않았다. 계급이 존재한다는 것, 그것도 수정단계에서부터 이미 정해진 계급을 결코 개인의 노력으로 바꿀 수 없다는 점은 결코 수긍하기 어렵지만 더이상 출산과 양육으로 차별과 강요에 의한 인내를 발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으로 보여진다. 더군다나 요즘처럼 여성이란 이유로 폭력의 피해자와 생존자가 될 수 있는 사회라면 '절대적 안전사회'를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분명 존재하리라 생각한다.


​헉슬리가 예견한 '멋진 신세계'를 읽다보면 조지 오웰의 '1984'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기술은 발달했지만 '통제'되고 욕구를 만족시킨다고는 해도 결국 감정마저 자유롭지 못할거란 두 작가의 예견은 그들에게 있어 미래사회를 사는 내게 결코 틀렸다고만은 할 수 없을 것 같다.


문명화되지 않은 지역으로 휴가를 떠나서 여전히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는 사람들의 존재가 '말도 안돼'는 거라고 느끼는 문명인의 반응은 같은 인간이지만 갑질이 만연한 현재, 특권과 지위를 악용하는 이들의 모습 그대로였다.


문명인이었던 엄마에게 어릴 때부터 문명사회의 풍경과 제도, 생활방식을 듣고 자란 존은 더이상 노화가 없는 문명사회에서 노화로 인해 변해버린 엄마를 놀리는 사람들에게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그들은 '엄마'라는 존재를, 그저 한 인간일 뿐인 존재를 위해 단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과 수십년을 다투고 배신하며 사는 삶 자체에 분노한다. 어떻게 단 한 사람과 연애를 할 수 있을까? 물론 이 생각은 조직화된 문명사회에서만 일어나는 의문은 아니다. 실제세계 여러 국가의 회원을 가진 자유연애 조직이 존재한다. 그들은 서로의 삶을 통제하는 것은 자유에 반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통제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진정으로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조금이라도 젋어 보이기 위해 엄청난 고통과 비용을 감수하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합법적인 약물이 아닌 그들만의 '소마'를 마시며 일시적인 안정과 지속적인 쾌락을 원하는 사람들도 실재한다.



"오, 멋진 신세계!


오, 멋진 사람들이 사는 멋진 신세계여!"




지금 내가 사는 곳은 어떤 의미의 '멋진 신세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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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심리학 공부 - 시시각각 변하는 우리 아이 마음, 심리학이 답하다!
이경민 지음 / 믹스커피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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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방문을 억지로 열고 들어가면 안 됩니다. '해와 바람'이야기처럼 거친 바람으로는 옷을 벗길 수 없습니다. 따뜻한 햇살로 다가가야 합니다. 아이의 닫힌 방문은 잠시 피하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

아이가 방문을 닫는 순간은 언제 오려나? 하던 때가 있었다. 아이 방에 미끄럼틀을 두고, 볼풀로 채워주었던 이전 방의 문을 아이는 단 한 번도 닫지 않았다. 그러던 아이가 장난감을 거실로 옮겨 둔 새 집에서는 툭하면 방문을 닫고 들어가버린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데. 장난하듯 닫아버릴 때도 있지만 서로 의견이 달라 서운하거나 조금 화가 났을 때는 '혼자 있고 싶어'라고 분명하게 말하고 문을 닫아버리니 차마 열지 못하고 거실에서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멍하니 쳐다보게 된다. '나는 나쁜 엄마인건가.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부족한 엄마인가.'하는 마음이 떠나질 않는다. 관련 교육을 석사과정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달라지지 않았다. 별도의 관련 교육을 배우러 다녀도 아이의 마음을 읽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러다가 우연한 기회로 만난 이 책, <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시림학 공부>는 학교에서 배웠던 상담관련 부분과 엄마들의 모임 등 '경험을 바탕으로' 배운 교육은 물론 엄마, 나 자체에 대한 고민과 위로가 모두 어우러져 있었다.

*나의 생각과 감정의 흐름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주관적 의미를 부여한 평가에 중심을 두고 있지는 않은지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이 자녀와 긍정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 발췌

이 책의 저자인 이경민 심리상담가는 조금 다른 행동을 보이는 아이에게 '문제'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것은 지양해야 하지만 어설프게 판단하기 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말한다. 원가족으로 부터 습득한 엄마의 성향 혹은 기질이 육아중인 아이에게 그대로 드러나는 경우, 이전의 책에서는 엄마의 과거 상황을 정리하고 토닥이는 것에만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 책들을 읽으면서 반발심까지는 아니지만 거부감이 드는 부분이 있었는데 '과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란 것을 알았다.

'어떠한 부모가 될 것인가?'

갈등의 최고조의 순간에도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질문입니다. 처벌로 어떠한 행동을 간신히 금지시킬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처벌로 긍정적인 행동을 시작하게 되거나 촉진하기는 어렵습니다. - 발췌

아이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아야 할 때 보상을 제시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정확하게 잘못된 부분이 파생시킬 수 있는 부분을 지적해줘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처벌하려 할 때 그 판단이 아이의 행동이 아니라 격양된 내 감정에 의한 것이라면 저자의 조언대로 '상황을 기록하고 정리'하려는 여유가 필요하다. 처음에는 화가 난 상태에서 갑자기 자리에 앉아 마음을 다스리고 아이에게 시간을 준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책을 읽고 난 후 조금씩 노력하니 완벽하진 않지만 적어도 바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을 참을 수 있었다. 그렇게 겨우 아이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해하고 기다리긴 하지만 여전히 부족한 엄마라는 생각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하지만 그 감정에 오래도록 붙들려 있진 않는다.

집집마다 사연은 제각각입니다. 양육 과정에서 경험하는 고충과 괴로움도 조금씩 다릅니다. 다만 한 가지 공통된 사실은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진심이라는 점입니다. -발췌

아이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은 진심이지만 그 마음을 전달하는 방법은 배워야 하는 것 같다. 책의 제목처럼 '우리 아이를 위한 첫 심리학 공부'는 그야말로 아이를 위해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늦은 밤 아이에게 버럭하고 영상이나 책을 찾아 잠을 이루지 못하는 엄마라면 이 책 한 권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 '걱정은 비우고 확신으로 채우는 육아 필독서'란 문구가 그야말로 적확하다. 아동학을 전공하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이 책을 꼭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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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과 신자유주의 - 새로운 정치 질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Philos 시리즈 28
게리 거스틀 지음, 홍기빈 옮김 / arte(아르테)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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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중심을 이루는 정치적 사건 전개의 틀을 지칭하는 용어로 미국에서 오랫동안 사람들이 선호했던 용어는 보수주의다. 그런데 왜 이 책에서는 20세기 말과 21세기 초에 미국을 지배했던 저치 질서를 보수주의 질서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질서라고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

신자유주의는 자본주의의 권력을 완전히 자유롭게 풀어놓을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신조다.

15-16쪽

하버드대학교 역사학 교수 스벤 베커트는 이 책을 두고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표제에서부터 이미 정치경제 부분을 아우르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책인 것은 분명하지만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라는 부분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없기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우선 신자유주의에 대한 저자가 정리한 부분은 위의 발췌문을 참조하면 되고, 또 한가지 밝혀둬야 할 부분은 이 책의 주제분야가 정치경제라기 보다는 역사학에 가깝다는 부분이다. 자유주의를 열망했지만 그 경계에 대해서는 합일된 상태로 발전되어 온 것은 분명 아니었다.

하지만 이와 더불어 중요한 사실은 자유쥬의 진영 내부에서도 자유주의 라는 터전을 버리지 않고 자유주의의 내용을 처음부터 다시 생각하고 다시 만들어 가고자 하는 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147쪽

위와 같은 흐름에 따라 신자유주의가 1970년대에 시작되어 그 안에서도 노동과 자본의 교환으로 인간행동을 판단하는 이론과 이를 반대하는 이론으로 나뉘는 등 지속적으로 변화를 맞이하였다. 그 안에서 계급과 인종 그리고 종교와 지배 엘리트의 음모론이 등장하는데 사실 꽤 지나긴 했지만 엘르트 계층의 부정적인 시선을 담은 책을 읽었던터라 이와 반대되는 저자의 해석에 좀 더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다. 또 레이건 대통령의 집권 배경과 막말퍼레이드는 책의 내용을 떠나서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특히 레이건 대통령의 열망이기도 했던 소련의 붕괴는 70-80년대의 가장 주요한 사건이기도 하다.

1989년까지도 소련은 세계 양대 강국 중 하나였다.(...) 내부적으로도 이미 70년이 넘도록 존속해 오면서 역사가 이언 커소가 "근대의 가장 놀라운 정치적 실험"이라고 불렀던 일들을 이루었다. 자본주의를 공산주의로 대체했고, 사적소유를 공공이 운영하는 사업체들로 대체했으며, 호모에코노미쿠스를 "소비에트 인간"으로 대체했다. 258쪽

소련의 해체는 시장의 질서에도 당연히 큰 영향력을 미쳤는데 신자유주의가 정점에 오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당시의 노조를 바라보는 사측의 입장은 공산주의의 붕괴로 전세계의 모든 곳에 공장을 설립하고 값싼 노동력을 취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주었다. 이는 해당 국가에서 일자리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로 인해 일자리창출 및 실업률 감소(269쪽)으로 이어졌다.

이어지는 미국 전대통령들의 경제 및 정치체제를 둘러 보는 재미를 나누고 싶지만 지면의 한계가 있어 빠르게 생략하는데 혹시라도 이 부분과 관련해서 알고 싶은 분들이라면 5-7장을 중심으로 읽어보길 권한다. 신자유주의의 흐름을 정리한 책이기 때문에 관련한 내용이 정말 흥미롭게 쓰여져있다. 다만 첫 문단에 적었던 스벤 베커트 교수가 말했던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란 부분과 이 책의 방점이 정치경제이기도 하지만 '역사학'에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고 싶다. 저자는 기존의 신자유주의와 관련된 연구내용들의 한계 '금융을 중심으로 한 자본과 지배엘리트의 반란'(547쪽)을 보는 시각의 장단점을 이야기하며 뉴딜 질서와의 연결지어 다른 시각으로 보고 이전까지의 다른 담론으로 신자유주의를 바라볼 것을 권한다. 그러면서도 '현재를 지배하는 것은 정치적 무질서와 기능부전일 뿐'(536쪽)이라고 말하며 다음의 질서에 대한 의문과 궁금증을 자아낸다. 결국 한 권의 책으로 자신의 대안을 강요하기 보다는 관련된 내용들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만드는 탁월한 제안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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