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젠더 모자이크 - 뇌는 남녀로 나눌 수 없다
다프나 조엘.루바 비칸스키 지음, 김혜림 옮김 / 한빛비즈 / 2021년 4월
평점 :
판매중지


일상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남편이 오면 하라고 해야 겠다, 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셀 수도 없을 정도다. 몇 달 전에는 화장실 변기 물이 계속 쿠앙콸 하고 새서, (쫄쫄 새는 정도가 아닌 심하게 새는 수준) 급히 뒤쪽 물탱크 뚜껑을 열려고 시도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뚜껑을 못 열고 옆지기 오면 해결하라고 해야지 해버렸다. 지금껏 단 한번도 그 뚜껑을 내가 연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으며. 설상가상, 물흐름을 끊는 밸브조차 오래 쓰지 않아 뻑뻑해져서 돌아가지 않았다. 물탱크 뚜껑을 여는 법은 무척 쉬웠고 아마도 몇 분 정도 끙끙거렸다면 나도 쉽사리 열 수 있었을 것이다. 늘 옆지기가 해왔으니까, 무언가를 고치는 건 옆지기의 몫이니까, 라고 생각해왔다. 거기에 더해, 어떤 일이 됐든 간에 뭐라도 하나 더 그가 했으면 하는 불만에서 나온 욕구의 결과라는 생각도 들었다. 어쩌면 후자가 더 큰 요인이었을 지도 모른다. 돌이켜보면 나는 늘 불만에 차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건 내가 좀 겸허해져야 하는 일 아닐까 싶었다. 옆지기가 살림에 관심을 두지 않고 별 생각이 없는 것처럼 나는 옆지기가 처리하는 일들에 관심을 두지 않고 별 생각이 없었다. 물론 큰 차이는 있다. 옆지기는 살림을 거의 생각하지 않지만 나는 그가 하는 또는 해야 하는 일들의 일정을 줄줄이 머릿속에 꿰고 있기는 하다는 사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내(여자)가 할 일이 아니라는 편견, 그(남자)가 해야 할 일이라는 편견, 플러스 내가 아니라도 할 사람 있다는 방관, 또 플러스 귀찮음까지, 지금껏 내가 행했을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작은 사건이었다. 이 책의 첫부분을 보았을 때 바로 그 기억이 떠올랐다. 


"남성과 여성은 성에 따른 차이가 없다고 항상 믿어왔고, 내 생활도 그 믿음을 따르고 있다고 여겼는데, 그 순간 나는 기계와 관련된 위급 상황을 '남자'가 해결해주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1장)




성별 차이를 과학적 연구 결과로 밀어붙이는 주장들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유리한 쪽으로 말만 바꾸는 기회주의자들 같다. 과학이 정치적으로 이용된다는 현실이 경악스럽다. 하긴, 지금 이 세상에서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는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몰리에르Molière는 1672년에 희극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Les femmes savantes>에서 이 두려움을 풍자했다. 여기서 남편은 집안일을 소홀히 하는 아내와 다른 과학도 여성들에 대해 불만을 쏟아낸다. "그들은 글을 쓰고 작가가 되고 싶어 해. 아무리 심오한 과학도 문제없다고 하지. 달의 운동, 북극성, 금성, 토성, 화성... 그리고 나한테 줄 식사는 챙기지 않는다니까." (2장)


아니, 잠깐만. 원서 제목이 Les femmes savantes 이다. 영문판 제목은 The learned women 이다. 그런데 한글판 제목은 왜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인 것인가? 여성 학자들, 아는 여자들, 배운 여자들, 이 학식을 '뽐내는' 여인들,이 되었네. 여성, 여자는 남성, 남자라는 반댓말이 존재하는데 여인의 반댓말인 남인은 사용하지 않는 말이다. 해변의 여인~ 이라고는 하지만 해변의 남인~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이건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말이다, 식사를 챙기는 사람은 꼭 여성이어야 한다고, 엄마나 할머니여야 한다고, 이제 그만 말하자. 옛날옛적 고리적 때부터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면 이제는 그러지 말자, 좀. 




"인간의 두뇌는 여자도 남자도 아니다. 단지 여자에게 흔하거나 남자에게 흔한 특징들이 모인 고유한 모자이크일 뿐이다. 그리고 이 모자이크는 만화경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는 색 조각의 형태처럼 일생을 통해 변화한다." (7장)


넘쳐나는 편견과 고정관념들은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를 젠더에 가둔다. 그렇게 자란 내가 불쌍하고 역시 그렇게 자란 나의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그러나 편견은 깨어질 가능성이 있다. 다 커버린 아이들의 생각도 바뀔 수 있을 것이다. 교육의 형태가 아닌 투쟁의 형태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오랫동안 여성은 기초연구 전체에서뿐만 아니라 임상 실험에서 배제되었다. 

동물 연구에서 암컷의 배제는 부분적으로 암컷의 호르몬 주기가 결과를 헷갈리게 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그 두려움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수컷의 호르몬 수준도, 다른 다양한 생리학적·행동적 수치와 마찬가지로, 암컷만큼 변동이 있었다.). 또 다른 이유는 특정 성별의 동물을 사용하는 관행이 수립되고 나니 바꾸기가 쉽지 않았다. 신경과학을 비롯하여 수컷 실험실 동물을 오랫동안 사용했던 과학자들은 암컷을 포함시키면 결과가 바뀌지 않을지 두려워했다. 그 결과로, 연구 분야에 원래 있던 성 편향이 몇십 년간 지속되었다." (12장) 


이 내용은 다른 책에서도 읽었다. 과학에서의 젠더 공백. 그 결과 약물과 병원 처치의 피해를 더 많이 보는 여성들. 3년 동안 식구들 모두 똑같은 독감 백신을 맞고 나만 겨울 내내 시름시름 했던 이유가 그것이었나. 4살 터울의 10대 아이들과 많이 큰 체구의 옆지기와 왜소한 내가 모두 같은 양의 백신을 맞는 것에 대해 한번도 의문을 가져본 적이 없었다. 성인 기준으로 복용하는 약의 양도 마찬가지. 이런 것들이 바로 잡히는 날이 언제쯤 올까? 




"물론 이분법적인 구분이 더 심각하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전통 사회에서 여성은 부동산을 소유하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수 없고,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운전을 하지 못하며, 남성 가족과 함께 하지 않으면 집을 나오지 못한다. 이떤 사회에서는 그 규제가 살인에까지 이른다. 여성이 가족에게 불명예를 가져왔다고 판단되면 남성 가족원이 그녀를 죽일 수도 있다. 서구 사회에서도 '#미투' 운동에서 목격된 바와 같이 여성은 너무나 자주 성적 희롱과 폭력의 희생양이 된다. 

남성도 마찬가지로 젠더 이분법 때문에 강요되는 큰 위험에 마주친다. 여자아이나 여성에게 미치는 이분법의 영향은 쉽게 인식되지만, 남자아이나 남성은 그들이 젠더 시스템에서 지베 집단이 된다는 점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받을 수 있다. " (16장) 


'여성이 남성에게 불명예를 가져왔다고 판단되면 남성 가족원이 그녀를 죽일 수도 있다.' 기원전 2천여년 전부터 만들어진 이런 악습이 아직도 현대사회에서 반복된다. 거다 러너의 책 <가부장제의 창조>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나온다. 


"만일 그녀가 정숙하지 않았으며, (집밖으로) 나가 돌아다니는 경향이 있고, 집을 황폐하게 하고 남편을 얕잡아보았다면, 그 여성은 물에 던져질 것이다. (함무라비법 CH§143) 

강간이 도시 내에서 범해졌건, 트인 벌판에서 일어났건, (공공의) 거리에서 밤에 일어났건, 혹은 도시의 축제에서 일어났건, 처녀의 아버지는 처녀를 범한 남자의 부인을 취해서 그녀를 불명예스럽게 만들 것이다. 그리고 그는 그 부인을 남편에게 (돌려)보내지 않고 자기가 취할 것이다. 아버지는 능욕당한 딸을 그녀를 능욕한 남자에게 배우자로 줄 것이다. (MAL§55) " 


당시의 법문이다. 말도 안 돼, 그런 법이 어딨어, 라고 반응하겠지만 위의 인용구에도 나오듯이 현대에도 그런 사회가 존재한다. 우리 나라는 그렇지 않아 정말 다행이야, 라고 생각하는가. 한 남자가 선배와 싸우다 '화'가 나서 선배의 여자친구를 찾아가 강간하고 죽인 사건이 얼마 전 한국에서도 일어났다고 한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단성 교육single-sex education에 대해서도 몇 가지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여학생 혹은 남학생만으로 구성된 집단을 가르치는 단성 교육은 종종 종교와 전통이라는 이유로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시행되어왔다. 그러다 최근 몇십 년 동안, 여학생과 남학생의 두뇌는 다르므로 교육도 달라야 한다는 잘못된 믿음 때문에 단성 교육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다. 단성 교육의 일부 지지자들은 진심 어린 우려를 나타내는데, 예를 들면 혼성 교육을 하는 교실을 소란스러운 남학생 몇몇이 장악하여 여학생들의 능력 개발을 어렵게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배적인 집단이 교실을 장악하면, 놀림이나 폭력의 표적이 되지 않고 마음대로 자신을 표현하기 힘든 것은 여학생이나 남학생이나 마찬가지다. 또한 교실을 압도하는 이 남학생들도 자신들의 집단이 요구하는 행동에서 벗어나기 힘들고 스스로 매여 있다고 느낀다. 따라서 소수의 남학생이 '장악'하지 않는 관용적인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남학생 없는 여학생의 '안전지대'를 만드는 것보다 더 좋은 해결책이다." (19장) 


교육 제도가 뿌리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믿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거기에 더해 젠더 인지와 감수성은 반드시 유아 때부터 행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자면 더 많은 교육인들이 필요하다. 어떻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를 고민하고 교육인을 길러내야 한다. 정책이 필요한 지점이다. 젠더 교육을 위해 힘을 쓸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지점이다. 도통 앞이 잘 보이지 않는 지점이기도 하다. 


*** 


어떤 주장을 뒷받침하는 과학 자료나 통계 자료 같은 것들은 신빙성 있는 정확한 숫자로 많이 제공되면 될수록 좋다. 그 주장을 믿지 않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러나 숫자와 통계에 약한(그렇게 키워진 ㅠㅠ) 나는 이 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험 결과와 통계 자료들에 조금은 질렸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다 읽고 바로 글을 쓰지 못했고 생각이 정리되지도 않았다. 작가의 글 쓰는 방식 때문인지 번역 문체 때문인지 단순하게 내 집중력이 떨어져서인지(전자책이라는 점도 영향을 미친 듯) 알 수는 없다. 밑줄 그은 부분들을 중심으로 책 전체를 다시 훑어보았다. 처음의 느낌은 어디 가지 않았다. 시간차가 적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여자나 남자나 다를 건 없다고, 지금까지의 과학이 100% 신뢰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이것 아니면 저것으로 나누는 사고방식은 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런 책들이 계속 쏟아져 나오기를 바란다. 너무 많이 쏟아져서 도대체 왜 이렇게 많이 쏟아져 나오는가 궁금증을 못 이겨 책을 집어드는 사람들이 더욱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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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25 05: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책 읽고 있어요 ^^ 천천히 읽고 있는 와중에 흥미로운 논문을 읽었는데요, covid-19 바이러스감염에 여자가 남자보다 생물학적으로 강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더라고요. gender-specific behavior (예를 들어, 증상이 나타나더라도 남자들이 여자들보다 병원을 늦게 찾아서 병의 severity가 더심해질 가능성)을 감안하더라고, 생물학적 구조자체가 여자들이 면역체계에 강하다는 내용이었어요. 저는 생물학적 부분을 잘 이해를 못해서 그쪽 연구하는 친구에게 물어봤더니, 실제로 많은 연구들에 의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생물학적으로 월등이 뛰어난 점이 많다고 밝혀졌데요. (이 내용를 포함한 논문 좀 찾아봐야할 것 같아요..)

포인트는 누가 월등하냐, 열등하냐보다는, 생물학적 차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인것 같더라고요. 차이를 사회적으로는 차별로 귀결되는 반면에, 난티나무님이 언급하셨듯이 임상시험에서는 차이를 배제시키고 차이를 묵살하는 셈이겠죠. 변화가 일어나고 있긴 한것 같아요. 요즘은 쥐실험하는 연구에서는 반드시 여자 쥐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규정이 생겼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다 남자쥐만 가지고 실험했다는 말인데...ㅠㅠ

더 많은 근거도 필요하지만,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고 그리고 지속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난티나무 2021-06-25 14:37   좋아요 1 | URL
오오 그렇군요!! 여자가 생물학적으로 더 낫다니 이런 내용의 책도 얼른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생명을 가진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정말 몸은 신비로운 거 같아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게 얼마나 더 많을까요? @@
마지막 문장에 격하게 공감합니다. 그리고 책 다 읽으시면 엄청 멋진 리뷰 쓰실 것 같은 예감이….^^

난티나무 2021-06-25 14:48   좋아요 1 | URL
댓글 계속 반복해서 읽었어요. 여러 가지 면에서 제게 위로?가 된달까, 이걸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고심하다 아아 뭐라 똑 부러지게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서 급 시무룩해졌어요. 😞

han22598 2021-06-29 12:23   좋아요 1 | URL
우리는 일단 더 많은 위로를 받아야만합니다. 더욱 치열하게 파헤쳐보고, 집요하게 달라붙어서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 제가..이런걸 제일 못하지만, 그래도 위로라는 전리품을 차지하고 싶은 마음에..일단 시도는 해보고싶어집니다. ㅎ

수이 2021-06-26 17: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위에 한님 말씀 듣고 보니 아니 내가 생물학적으로 더 낫다니...... 이런 자부심이 드는 건 어찌할 수가 없네요. 더 많은 근거와 더 많은 목소리가 필요하고 지속되어야 한다는 한님 말씀도 좋고_ 한편 숫자와 통계에 약해서 주식의 ㅈ도 모르는 저 역시 우리는 결국 이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고 그래요. 논조에 딱 맞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ㅎㅎㅎ 난티나무 언니 마지막 문장도 좋아요. 더 많은 이들이 더 많이 더 넓게 읽는 것도 좋고_ 미친듯이 쏟아져나오고 연구되고 읽히고 그러면 좋겠어요.

난티나무 2021-06-26 19:08   좋아요 1 | URL
저도 비슷한 고민 합니다. 특히 돈,과 관련된....^^;;;;;
왜 우리는 숫자와 통계에 약할까요? 알면서 또 묻는다...ㅎㅎㅎㅎㅎ
진짜 막 미친 듯이 쏟아져나오면 좋겠다는.

공쟝쟝 2021-06-27 01:25   좋아요 1 | URL
안약해요 젠더화된 사회가 그렇게 만든거지. 뇌단련ㅅㅣ키십시다 ㅋㅋㅋ 뇌는 변하니까요.

난티나무 2021-06-27 01:49   좋아요 2 | URL
그러니까요! 안 약하다!!!

공쟝쟝 2021-06-27 01:52   좋아요 1 | URL
약하진 않지만 관심이 없을 순 있으니 ㅋㅋㅋㅋㅋ 원하면 관심 가져보시는 걸루 ㅋㅋㅋㅋ 안약해 ㅋㅋㅋ 그냥 안쓴 것일 뿐이야 ㅋㅋ

han22598 2021-06-29 12:28   좋아요 2 | URL
약하지 않은 훈련이 부족해서 약했졌다면 이제부터 채워넣으면 되는데, 사실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함으로도 이미 충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머 그까이 숫자 통계 별거 아니니껭 ㅋㅋㅋㅋ 난티나무님, 비타님,공쟝쟝님이 보유하신 필력! 이것이야말로 최고의 힘!!!!!!

난티나무 2021-06-29 21:51   좋아요 1 | URL
han22598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함‘ 이 말 너무 좋으네요.^^
 

얼마 전 서점 갔다 진열된 책들 표지 보고 서재친구분들 생각했다. 

 1도 관심 없는 책인데 ㅎㅎㅎ 표지만으로 막 생각남.






친숙한 책들도 있어 찍어보고. 

아 니켈의 소년들 저자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쓴 사람이구나. 허허 몰랐... 





이 사진은 마트 안 책 코너. 평소보다 문고판 엄청 많길래 휘휘 봤는데 사고 싶은 책이 없었... 다행인 건가. 


북플로 폰의 사진을 바로 올렸더니 컴퓨터 버전에서도 크기 편집이 안 되는군.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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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6-22 19: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 사진 윗쪽은 극장이나 공연 포스터로 보였어요ㅋㅋㅋㅋ
문고판들 아름답군요. 서점가고싶네요~^^♡

난티나무 2021-06-22 22:12   좋아요 0 | URL
아아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ㅎㅎ
오랜만에 서점 갔더니 막 책들 사진 찍고 싶은데 마침 저렇게 똭~ 서재에서 본 표지들이~ㅋㅋ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1-06-22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리저튼 표지 너무 예뻐요!! 😍

Falstaff 2021-06-22 20:45   좋아요 0 | URL
난티-산 님께서 생각하신 서채 친구분이 거의 다락방 님이 아닐까 싶습니다.

난티나무 2021-06-22 22:1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6-22 22:14   좋아요 0 | URL
Falstaff님, 다락방님 외 ㄷ님과 ㅅ님도 있습니다.^^

수이 2021-06-22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불어판이 훨씬 고급진 😉

난티나무 2021-06-22 22:13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는 어 비슷하다 이랬어요. 자세히 안 본 티남.ㅎㅎ

수이 2021-06-22 22:28   좋아요 0 | URL
불어로도 읽을래 언니!!!!! 이러면 지금 준비하는 책이나 제발 제대로 읽지 않으련?! 이라는 음성이 저 멀리 어딘가에서 들리는 ㅋㅋㅋㅋㅋㅋㅋ

단발머리 2021-06-22 22:34   좋아요 0 | URL
브리저튼 시리즈 너무 이쁘네요. 한글이랑 영어판 밖에 모르지만 불어판이 젤 이쁜 듯 합니다! 최강미모 프랑스판😍

수이 2021-06-22 22:36   좋아요 0 | URL
에헴 문득 이탈리아어판은 어떨지 궁금하여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제가 좀 뒤져보겠습니다

단발머리 2021-06-22 22:42   좋아요 0 | URL
뽜야!!!!! 🤨🤨🤨🤨🤨

난티나무 2021-06-22 22:48   좋아요 0 | URL
프랑스판도 여러 판본이 있으니 구글검색을 추천합니다.ㅎㅎㅎㅎㅎ
 

내 이럴 줄 알았지. 5,6월에는 작고 아름답게 매달 딱 5권 읽고 리뷰도 쓰고, 그러고 시간이 되면 한눈 팔자 생각했는데 생각이 생각대로 되면 그건 정말 너무나 계획대로 실천하는 인간 아니겠어. 인간미 없다, 그렇지 않나? 하고 합리화. 


한눈 판 책들 중 그냥저냥이었던 책들 모음. 
















강혜영 외, <몸의 말들> 

이 책 전체에서 맨 앞 정희진의 추천사가 가장 좋았다. 다양한 분야의 일과 경험 속 몸 이야기는 뭔가 이거다! 싶은 느낌이 덜 왔고 풍부하지 못한 느낌이다. 뭘 바라는 게 있었나? 어떤 이야기를 기대했나? 진짜 난 뭘 기대한 거지?? 추천사가 너무 강했어! 정희진 선생님 탓이네! 

















임경선, <태도에 관하여> 

작년 어느 즈음에 요조/임경선의 <여자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였던가를 잠깐 들춰본 적이 있다. 말 그대로 들춰본 거라 그 때의 느낌은 안 읽어도 되겠다, 였다. 그 뒤 요조의 책은 두어 권 읽었는데 나쁘지 않았다. 임경선의 책은 왠지 손이 선뜻 가지 않았다. 선입견. 그래 어느 블로그 평을 읽고 한번 읽어보자 싶어 대출 가능한 책 중 <태도에 관하여>를 읽음. 제목이 무지 헷갈린다. 태도에 관하여,인지 태도에 대하여,인지가. 끈기있게 읽어나가려고 노력하다가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설렁거리다가 휙휙 넘기다가 눈에 띄는 단어가 있으면 다시 돌아가 찬찬히 읽다가. 왤까. 문장들이 나에게 와닿지 않는다. 아니면 내가 문장들에 다가가지 못하는 것일 수도. 선입견 깨보려고 도전했으나 깨지 못하고 끝까지 읽는 것도 포기.

















전아리, <어쩌다 이런 가족> 

표지만 보고 만화라 생각했고 제목을 보고 에세이인 줄 알았다. 소설이었다. 에두르지 않고 직진. 인물과 사건을 쉽게 설명. 그래서 죽죽 읽히긴 했다. 뭔가... 말하려는 바는 알겠는데 왠지 꺼림직하다? 왜 있는 집 사람들의 변명이나 핑계처럼 느껴지는 걸까? 한없이 잔인하다가 갑자기 착한 척 하는 것도 웃기고 그 계기가 새 생명이라는 것도 진부하다. 결국 상황을 해결하는 건 고아 출신 남자와 조연인지조차 헷갈리는 단역 가난한 집 여자의 소극적 대응. 그래서 부자인 너희 주인공네 가족은 무얼 한 건데? 윽박지르고 약점을 계기로 협박해 이용해 먹고 이기주의 때문에 사람이 죽기까지 했는데 끝까지 잘 사는 건 너희들이네. 그러면서도 가족이 중요하다고, 한번 가족은 영원히 가족이라고, 지금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다 내버릴 수 있는 거라고? 끝까지 영악한 둘째딸 캐릭터는 또 어떻고. 이게, 뭔가 특권층이 가지는 희한한 사고방식을 보여주려 한 건가? 사람이 변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사람은 누구나 외로울 수 있다. 그것이 모든 행동의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제임스 클리어, <아주 작은 습관의 힘> 

생각만 하지 말고 실천을 해라. 생각하는 건 누구나 한다. 공부해야지, 책 읽어야지, 오늘은 꼭 운동을 해야지. 안 하면 그 뿐이다. 루틴을 만들어 습관화하기, 행동이 무의식적으로 반복될 때까지. 습관에 대한 책들을 읽으면 나오는 이야기. 정말 그렇네, 읽을 때마다 무릎을 치고는 또 안 한다. 다 알면서도 나쁜 습관은 계속된다. 앞으로도 습관에 대한 책은 계속 나올 것 같다. 헛웃음. 

















복주환, <생각 정리 기획력> 

하도 생각이 많고 정리가 안 되고 진전이 없어서 이런 책도 가끔 빌려본다. 이미 읽은 지 오래고 내 손에 책이 없으니 내용을 복기하는 일도 힘들다. 말은 누구나 한다. 아무튼,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말을 책으로 내는 것도 재주다.


















이동진 외, <뭘 할지는 모르지만 아무거나 하긴 싫어>

이건 왜 빌려봤지?@@ 아, 얼마나 참신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나 싶어서. 설렁설렁 보고 반납. 부제가 '여행에서 얻은 외식의 미래'이다. 첨에 자기계발서인 줄 알았던 건 안 비밀. 
















이슬아, <나는 울 때마다 엄마 얼굴이 된다> 

이슬아의 책은 한권도 제대로 읽은 것이 없다. 읽어봐야 겠다고 결심하고 한 권을 빌렸으나 끝까지 읽기 전에 반납 기한이 닥쳤다. 그러니까 이 책은 읽으려고 애썼으나 시간에 밀려 끊어진 책이다. 역시 반납한 지 며칠 지나니 대부분이 기억에서 지워졌다. 일단 제목 너무 공감. 너 니네 엄마 표정이랑 똑같아, 이 소리 정말 듣기 싫어하는 나. 너무 닮기 싫은데 표정마저 닮았대.ㅠㅠ 이 책을 여기다 올려야 하나 잠시 망설였으나 절반 정도 읽는 동안 와 대단해 내지는 오 괜찮은데 혹은 멋찌십니돠 같은 소리가 안 나왔..다고 나의 희미한 기억력에 기대어 말해본다. 담에 다시 읽어볼게요! 


*** 

이 외에 한눈 판 다른 두 권은 각각 따로 글을 썼으니 패스. (<나는 아무 생각이 없다>와 <쿨한 여자>) 


그리고 지금 한눈 팔고 있는 중인 책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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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8 1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조 책 한 권인가 두권 읽었고 임경선 한 권 읽었는데 둘다 더 안읽어도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임경선은.. 완전 별로였어요. -.-

난티나무 2021-06-18 17:11   좋아요 0 | URL
그렇죠? 그래도 요조는 뭐랄까... 뭐라 표현하기 어렵지만(많이 안 읽어서 ㅎㅎ) 읽다 보면 어? 하는 지점이 있더라고요. 근데 임경선... ㅠㅠ 저도 계속 안 읽을 것 같아요.^^;;;

공쟝쟝 2021-06-19 01:26   좋아요 1 | URL
저도... 임선생님 책 표지가 이뻐서 한권 읽었는데 ... 완전 ㄲ..ㅗ..ㄴ..ㄷ..ㅐ.. ㅋㅋㅋ 솔직히 그 때는 진짜 옛날이라 꼰대니 페미니 그런 기준도 없었는 데, 읽다가... 으음... 그 뒤로 회개(?)하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안읽게됨..

난티나무 2021-06-19 01:51   좋아요 0 | URL
회개 ㅎㅎㅎ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6-18 1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오늘 신간 한 참 뒤졌는데, ˝난티나무˝님 소개해주신 책들 지금 처음 봐요! 신나게 저장할게요. <몸의 말들> 추천사에 정희진 선생님, 조합이 짱인데요^^

난티나무 2021-06-19 01:51   좋아요 1 | URL
음, 위에도 썼지만 ‘그냥저냥‘이었던 책들이라... 추천하지는 않습니다.^^;;
빌려보시와요~^^

syo 2021-06-19 0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죄송스럽게도 임‘경‘선 선생님은 syo가 품은 오랜 의문의 주인공입니다.
‘이렇게까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

난티나무 2021-06-19 00:57   좋아요 1 | URL
아 맞아요 syo님 글에서 본 기억 납니다.ㅎㅎㅎㅎㅎ
(그런데 이름 오타.. 속닥)
의문의 주인공이 점점 늘어나네요. 허허.

syo 2021-06-19 01:00   좋아요 0 | URL
수정했습니다. 고마워용 😉

희선 2021-06-19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별 계획없이 책 봐요 그냥 보고 싶은 걸로... 몇해 전에는 잘 좀 보자고 했는데, 다시 좋아하는 걸 더 보게 됐습니다 버릇은 자신이 하고 싶은 건 하다보면 돼요 다른 건 잘 안 되고 안 좋은 버릇은 쉽게 들죠 세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니...


희선

난티나무 2021-06-19 16:28   좋아요 0 | URL
저도 별다른 계획은 없지만 매달 읽을 책을 미리 골라두니 은근히 푸쉬도 되고 좋더라고요. 물론 다 읽지 못했을 때의 좌절 비스무리한 감정도 함께 하기는 하지만요.ㅎㅎㅎ

수이 2021-06-21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못해도 죄책감 전혀 안 드는 경우가 있죠. 임경선 에세이는 사람들이 엄청 읽던데 건드리는 감성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어요. 이병률도 마찬가지 입장에서 대리 만족으로 읽는건가 싶기도 하고. 요조는 좋아하는데 글은 노래 정도는 아닌 거 같아요. 그래도 독서인들 사이에 자리 잡았으니 운이 좋은 것도 같고. 임경선 에세이는 한 번도 안 읽었는데 (읽다가 집어던진) 소설집은 에세이보다 나았던 거 같아요. 어릴 때 읽은 신경숙 느낌도 살짝 들었고.

난티나무 2021-06-22 19:09   좋아요 0 | URL
아, 저는 이병률도 그닥....ㅠㅠ 안 맞아요.ㅎㅎㅎㅎ
취향은 다르니까요.^^
요조는 그러고 보니 선입견이 좀 있는 걸 인정해야 겠네요. 다른 직업으로 먼저 알려진 사람이 책을 내면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그런... 사실 잘 모르겠어요. 아무튼, 떡볶이 만 완독하고 책방무사 책은 훑어보기만 하고 아직 안 읽었거든요. ㅎㅎㅎㅎ 나쁘지 않다, 뭐 그 정도... 막 찾아읽어야지 이렇지는 않은 것도 맞고요.
 


전자도서관 들어갔다가 우연히 눈에 띈 제목, <쿨한 여자>. 쿨한 여자는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져서 대출했다. 작가에 대한 정보 1도 없이 앞부분 1부를 읽고, 이걸 계속 읽어야 하나 싶은 생각에 작가 검색. 뭔 상도 받고 작품도 많고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책도 냈다. 그렇다면 참고 더 읽어보자 하여 끝까지 읽음.ㅠㅠ


"그녀를 다시 만난 건 순전히 외로웠기 때문이다. 

...

어쨌든 우리는 외로웠던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외로웠다. 왜냐면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녀는 나와 헤어지고 난 후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여러 명(열두 명은 충분히 넘을 것이다)의 남자친구를 만나왔다. 대부분 멍청한 이들이었길 바란다. 

...

말하자면, 나는 그녀의 남자친구가 군대 간 틈을 꿰차고 새로 등장한 골게터였다. 골키퍼는 나라를 지키느라 몹시 바빴으므로, 한가하게 여자친구 따위를 지킬 수만은 없었다. 그것은 주로 할 일이 없는 백수나 설거지를 취미로 삼는 남편들이 하는 일이라고 이 사회는 가르치고 있다(이것은 절대로 내가 한 말이 아니다). 은하계에서 가장 절박한 생물인 군인의 여자친구를 뺏은 나는 은하계에서 가장 비열한 생물이라는 생각을 5분 정도 하기는 했으나, 그뿐이었다. 나로서도 어쩔 수 없었다. " 


연애소설이라고 못박아놓은 문구가 있기는 하지만 연애도 사람이 하는 것인데 말이다. 어째서 화자의 외로움은 그저 옆에 누군가가 없다는 것이고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냐는 소리를 해대고, 여자는 뺏고 뺏기고 지키고 이런 존재라고 생각??? 이 화자가 대한민국 남자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그저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을 그려내어 무언가를 돌아보게 혹은 비판하게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고 작가가 말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런데 과연 그런가? 


(표시해 놓은 구절들이 많은데 그걸 일일이 글자로 치려니 내 손목이 아까워서 사진으로 대신한다.)




여자는 항상 외모가 묘사되고(지는 외모가 어떤지 안 나옴) 가장 좋았던 순간, 기억에 남는 순간은 목덜미에 키스하는 순간이고 , 그걸 순수하다고 표현하고. 도대체 뭐가 순수한 건가요. 성욕 없이 키스하면 순수한 건가. 경계는 있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접촉이라 해놓고 아래는 또 뭐지. 





순수 아니구만. '여자아이의 표정은 어찌 보면 싫지 않다는 것 같고'. 이런 착각을 아이들의 행동을 통해 표현하다니. 우웩.

밤바람이 시원하면 하는 게 키스고 껴안기던가. 뭔가 진중하게 발전한다는 건? 도대체 이 화자에겐 진중함의 의미가 무엇인가? 





술 아니라고 했는데 한강 가서 굳이 또 할 거 없다고 술 마시자고 하는 남자. 그렇게 술을 멕여야 겠니. 술 없으면 말도 못하는 머저리도 아니고 이 행동 이해 안 됨. 여자의 마음과 감정은 아웃오브안중, 자신의 감정(감정이라는 게 있다면)만 중요한 사람. 좋아했다고 하면서 회상하는 게 죄 여자의 외모다. '수녀'라니.@@ 그러니까 술 한잔 어때,라는 말은 이미 섹스 한 판 어때,라는 의도를 품고 있다는 말이잖나. 





자아도취라고밖에는 볼 수 없다. 너의 삶의 심장이 그녀의 목덜미냐. 상실한 건 도대체 뭔데. 솔직하게 이야기하지 못하고, 어느 정도 여성성을 방어기제나 무기(?)로 사용하는 여자 캐릭터도 고구마 만 개지만 이건 뭐. 





세세한 몸 구석구석 말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느낌을 받는지를 알려고 노력하라고. 서로에게 공평한 마무리? 아름다운 이별? 나는 왜 *뼈다구같은 소리로 들릴까? 





ㅠㅠ 뭐라 할 말이 없다, 진짜. 





그녀와 내가 연애를 하며 종종 나누던 '데리다'나, '푸코'나, '보부아르'가 등장하는 지적 대화. 덧붙임을 보면 아마도 화자가 하는 말이 '지적'인 것이었을 테지. 어떤 식으로 지적이었는지는 안 나오지만 말이다. 내가 보기엔 화자도 관심은 오로지 떡*밖에 없는 것 같은데. 뭐가 달라. 철학자 이름 나열은 잘난 척으로밖에 안 보임. '나 이런 사람이야.' 





이런 착각은 자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ㅠㅠ 





'그녀가 내게 건네는 감정의 모든 것'이 무엇인지 알기나 하는지? 소설 전반에 걸쳐 그녀에 대한 이야기는 온통 몸, 몸, 몸인데. 아무리 몸과 정신을 분리할 수 없다고 해도 이건 좀. 그래서 감정 = 섹스, 인가? 





도대체 여자가 생각한 '생의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작가가 이 여자캐릭터를 통해 말하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쿨한 여자는 어떤 여자인가? 입으로 쿨하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쿨하지 못한 것이 여자라는 말인가. 쿨해지려 해봐야 소용 없다는 말인가. 작가는 '쿨'하다는 단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하고 싶었을까? 

화자가 사랑한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했다는 사실의 기억'이 아니라, 화자 자신이다. 스스로 도취되었다. 스킨쉽과 섹스가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남자인가? 여자도 그러한가? 뭐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면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쓰면 안 되지 않나.(사실 쓰는 사람 마음이니 내가 된다 안된다 하는 것도 웃기지만) 그것이 사랑의 전부라고 착각하면 정말 큰코 다칠 일 아닌가. 그래서 이 소설의 주제는 뭔가요, 묻고 싶다. 사랑을 어떻게, 뭐라고 생각하냐고 묻고 싶다. 정말 이게 사랑이라 생각한 건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비꼬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 비꼬는 것이었다면 독자가 눈치챌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소설 보는 눈이 부족한가, 그런 거 못 느꼈다. 문장을 칭찬하는 말도 있던데 동의할 수 없다. 오히려 눈에 거슬리는 이상한(?) 문장들이 눈에 띄었다. 이것 또한 내가 문장 보는 눈이 부족해서 그런 걸 수도 있겠지. 혹시나 이 소설 읽으신 분들 계시면 좀 알려주세요. 내가 너무 삐딱선을 탄 건지. 그러나 읽어보라고는... 못 하겠어요. 



***

요즘은 소설 읽기가 힘들다. 단연코 소설을 제일 좋아한다고, 소설만 읽는다고, 말하고 다녔는데(사실은 그리 많이 읽지도 못했으면서), 이제는 그렇게 말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 소설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내내 머릿속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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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6-16 21: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뭐에요. 지적하신 거 다 맞지만 추가해서 이 작가 글도 너무 못쓰는데요 ㅜㅜ

난티나무 2021-06-17 01:38   좋아요 0 | URL
아 속 시원해요! 못 쓰는 거 맞죠! 진짜 아닌 문장들도 올리려다가 말았어요.ㅠㅠ 인용구보다 더 심한 부분들도 있다는...ㅎㅎㅎ

공쟝쟝 2021-06-16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닠ㅋㅋㅋ 아닠ㅋㅋㅋㅋ 아닠ㅋㅋㅋㅋ 보부아르 무덤 찢고 나와서 울부짖을 소설이여 ㅋㅋㅋ 울 보부아르온니 아무나 입에 올리지 말라고 ㅋㅋㅋ

난티나무 2021-06-17 01:42   좋아요 1 | URL
보부아르와 사르트르의 이야기를 하지 않았을까요. 아마도? 저도 두 사람의 책을 아직 제대로 읽은 거 없지만 이런 이야기는 할 수 있거든요.^^;;;;;;;
다산책방 이미지 좋았는데 이 책 땜에 완전 깎아먹네요.
 















"꼭 난파선 상황이 아니더라도 남자들은 가부장적 서열에서 권력을 쥔 집단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종종 가혹한 처지에 놓인다. 전쟁에서 떼 지어 죽는 것도, 업무 관련 사고에서 부상을 당하는 것도, 때로는 마음 속으로 예술 분야처럼 수입이 불확실한 직종을 갈망하면서 할 수 없이 가계 부양자의 책임을 맡는 것도 대부분 남자다. 이 모든 것이 지배 집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 집단에 속하는 것은 권력의 소유와 행사뿐 아니라, 권력을 갖지 않은 사람들을 도우며, 지배적 위치가 주는 스트레스를 감내함을 의미한다. 여자아이와 마찬가지로 젠더 이분법이 남자아이에게 주는 폐해는 어릴 때부터 시작된다. 그 중 가장 우려되는 결과는 감정 영역에 있다." (16장) 


난파선 이야기는 영화 타이타닉이다. 옛날옛적에 영화를 볼 때 식구들과 했던 말들이 떠오른다. 여자가 조금만 더 날씬했더라면 둘이 같이 나무판자에 올라갈 수 있었을 텐데, 라고 여자의 몸을 탓했고, 웃었다. 정말 여자가 날씬했다 하더라도 둘이 올라갈 수는 없었을 테니 농담이라고 생각하며. 여전히 여자를 탓했구나, 나조차도. 책에 나오는 것처럼 당연히 여자를 살려야 한다는 '기사도' 정신은 가부장제의 결과물인 것을. 또 구명보트에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태우는 장면에서 발휘되는 '기사도' 정신은 남자식구들의 입에서 억울함을 내장한 발언이 되었다. 할 만큼 하지 않았어? 내 목숨보다 여자와 아이들을 먼저 살리려고 하잖아. 그런데 왜 여자들은 불평불만이지? 이런 식의 생각들. 그러니까. 그게 여자들 탓이 아니라 가부장제 탓이라니까? 이렇게 받아칠 줄 몰랐던 나는 좀 어이없었지만 뭐라 대꾸를 하지 못했었다. 하긴 그렇게 대꾸했어도 뭐라니~ 하는 반응들이었겠지만. 지금 생각하면 이 영화도 내 몸 바쳐 여자를 구했으니 고마워해라, 어쨌든 남자는 영웅일 수밖에 없다, 뭐 이런 말 하는 거 같아 매우 찜찜하네. 


위의 구절을 읽으면서 가장 중요한 문장에 밑줄을 긋는다. "이 모든 것이 지배 집단에 속하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이 사실은 인정하지 않으려 하면서 폐해들을 내세우며 남자도 피해자다, 여자만 억울한 게 아니다, 이런 주장을 한다. 남자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이 사회이며 가부장제이며 가족과 결혼제도라는 것을 모른다. 알고 싶어하지 않는다. 나는 이제, 남자도 피해를 본다구! 하는 말에 좀 대꾸를 할 수 있으려나. 


마침 읽고 있는 다른 책에 기사도 정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사랑이 여자아이 전유물이라는 착각에 빠져 살며 우리는 여성과 남성의 관계에 대해서도 성차별적인 고정 관념에 갇혀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세월이 지나면 꽉 막힌 이 시야는 성차별적인 폭력, 특히 커플 간 폭력의 기반이 된다. 남자아이들이 사랑하며 성장하는 것을 방해하고, 자신이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보다 남들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기준에 맞추어 행동하게 한다. (중략) 

기사도보다는 예의를 갖추라고 가르치자. 페미니스트 블로거인 크레프 조제트가 콕 집어 말했듯 겉으로는 몹시 친절한 기사도 정신 역시 성차별의 다른 형태일 뿐이다. 그녀는 프랑스 대표 사전 라루스가 기사도를 가리켜 '여성 주변에 집중되는 예절과 친절'이라 설명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중세 시대 궁정에서의 사랑에서 전해 내려온 기사도 정신은 원래 여성들이 편히 이동하고 머물 수 있게 해주려는 데에서 시작되었지만 그와 동시에 유혹의 방편이기도 했다.(숙식을 제공해 주니 말이다.)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문제가 있다. 일단 기사도라는 것은 여성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실만으로도 전적으로 성차별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둘째, 여성은 작고 약한 존재라 혼자서는 자기 옷도 하나 걸지 못하고 가방도 들지 못한다는 점을 암시한다. 셋째, 기사도는 종종 '대가'를 기대한다. 예를 들면 내가 밥값을 냈으니 이 여자도 내게 뭔가(대개는 섹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방식이다. 이쯤 되면 기사도 시대는 그만 끝을 내고 예의범절에 집중하는 것이 합당하지 않은가. 다른 이를 위해 문을 잡아준다든가 무거운 장바구니를 함께 들어준다든가 버스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등의 행동은 예절에 속하며 남녀 구분 없이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여성을 떠받들게' 두는 것은 몹시 겁나는 일이다! 따라서 우리 아이들에게, 성별을 떠나 모든 사람에게 호의적이고 친절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자.(여자는 공주가 아니다. 게다가 남자가 여자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해서 그 여자가 그에게 신세를 진 것도 아니다.) "

- <나의 아들은 페미니스트로 자랄 것이다> 중에서 


이 부분을 읽으니 기사도 정신의 유래에 대해 찾아보고 싶네. 엄청 많은 이야기들이 또 숨어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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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6 0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