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한끼 비건 집밥
이윤서 지음 / 테이스트북스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에 수많은 사둔 책 중에 비행기를 타고 온 실용서 한 권. 요리책을 몹시 사고 싶을 때가 아주 간혹 있다. 자주는 아니다. 웬만한 레시피는 인터넷에 차고 넘치니까. 그런데 얼마 전 책을 살 땐 몹시, 정말 몹시,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도록 요리책을 사고 싶었다. 그럴 땐 아주 신중하게 한 권을 골라 사는 거다. 어쩔 수 없는 당김에 의해. (사실 너무 대충 때우다시피하는 매 끼니가 자꾸 형편없어지는 경향이 있어...ㅠㅠ) 

보관함에 모셔두었던 몇 권의 채식책 중에서 중고로 구입 가능한 것을 선택했다. 사실 요리책에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다. 더군다나 '비건' 집밥이다. 비건 지향 식생활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딱히 비건요리라고 특정지을 건 없다는 생각에 큰 기대가 없었다는 말이 더 맞을 듯하다. 오히려 책에 '비건'이라는 단어가 붙어서, 1만큼 팔릴 걸 3분의 2만 팔리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아쉽다. 결과는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실려있는 모든 음식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시도한 것은 모두 성공! 맛있음. 내 입 뿐만 아니라 다른 식구들 입도 만족시켰다. 따라해 본 음식은 다음과 같다. 


토마토비빔국수

들깨버섯리소토 

표고버섯현미주먹밥 

콜라비깍두기 

적양배추발사믹볶음

양송이버섯시금치파에야

두부구이덮밥

가지토마토조림

비건마요네즈 

비건치즈 

데리야키소스

채수


음식 색에 맞추어 글자색을 바꿨더니 흠 별로군. 채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만들고 있었으므로, 음식은 아닌데 따라해 본 음식에 넣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였으나.ㅎㅎ 아무튼, 글자로 써놓으니 저게 뭐야 싶은데 실제로 해먹어보면 간단하고 맛있다. 특히 맨 위의 토마토비빔국수. 으잉? 싶지만, 그러나 의외. 토마토소스를 바탕으로 비빔소스를 만들면 맵지도 않고 딱 좋아서 벌써 대여섯 번은 해먹은 듯하다.(어제도 먹음. 요즘 단골 메뉴 되었음.) 우유나 치즈가 들어가지 않은 리조또도 맛있어서 깜놀. 마요네즈와 치즈도 비건으로는 처음 만들어봤다. 오! 이런 신비로운 일이.ㅎㅎ 맛있다 맛있어. 다른 것도 모두 해 볼 예정이다. 아아, 냉이가 없으니 냉이솥밥은 못 하겠구나. 도라지나물도, 참나물무침도, 고구마톳밥도, 더덕구이도, 우엉검은깨초절임도, 아니 이런 왤케 많아.ㅠㅠ 세발나물무침, 당귀샐러드, 호박잎쌈밥도. 흐잉. 호박잎쌈 먹고 싶다.@@ 재료 없어서 못 하는 거 빼고 다 해볼 거다. 다음 타자는 아마도, 두부스크램블? 오이고수무침? 콜리플라워구이? 아직 안 했지만 성공의 기운이 미리 폴폴~ 주방에서 수시로 들쳐보느라 물이 묻어 책이 망가져(?) 가고 있다. 책이 예쁘다. 망가져가서 마음이 좀 아프지만 ㅎ 이렇게 잘 사용하는 것이 아마 저자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겠지. 아 물론 새 책을 샀다면 더 좋았겠지만 제가 거기까지는...^^;;; 수시로 들쳐보고 계량이 필요없게 될 때까지 참고해야지.


별 넷? 별 다섯? 살짝 고민했었는데 다섯으로 결정한다. 외국 살아서 못 구하는 재료 천지인 나도 대체재료 사용해 가며 따라하는데 국내에서 재료 구하기 어렵다는 평을 보니 오기 돋아서.ㅎㅎㅎ 창의성을 좀 보태자. 

그리고 하나 더 덧붙이자면, '엄격한 비건'이라는 말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책 소개 읽다가 눈에 걸린 구절이다. 나 완전 엄격하게 육식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비건을 실천하는 사람이든 아니든 비건 앞에 붙이는 수식어가 편견을 유발할 수 있다면 사용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이 책에 있는 요리들 별로 특별하지 않다. 어제 먹은 시금치나물도, 무나물도, 비건 요리다. 고기를 넣지 않고도 된장찌개 끓여먹지 않는가. 딴 세상 식성이 아니다. 이미 부분적으로는 모두가 비건이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21-09-13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나도 이 책 구비할까.... 요즘 레시피가 다 떨어져서 맨닐 돌려막기 지겨웠어요 😬

난티나무 2021-09-13 22:25   좋아요 0 | URL
시도해 보세요.^^ 요리책 사서 성공하기 좀 어려운데 이 책 저는 괜찮았어요.
 

나는 고립된 생활을 한다. 몇 년 전까지는 가까이 사는 친구들이 있어 고립까지는 아니었는데 모두 이사를 가고 난 후 친구들의 왕래가 끊겼다. 프랑스인 친구를 사귀는 것을 절대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예나 지금이나 프랑스인 친구는 없다. 시골일수록 이방인을 배척하는 문화가 짙어서 10년 이상을 산 마을에서도 여전히 이방인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산다. 

지금보다 더 철이 없던 30대 초반에는 여기 알라딘에 미주알고주알 페이퍼를 쓰며 이웃님들의 위로를 받았다. 추억을 돌아보라는 오래전 페이퍼들이 뜨면 새삼 그때 내게 다정하게 대해주셨던 분들이 생각나 가슴이 따뜻해지고 한없이 먹먹해지기도 한다. 알라딘을 떠나있던 동안에는 또다른 인터넷 세상에서 놀았다. 책은 못 읽었지만 거기에도 따뜻한 사람들은 있었다. 말을 나누었고 한국에 들어가면 아주 드물게 실제로 만나기도 했다. 지금은 거의 연락이 끊어졌다. 많은 부분 내 탓이라 생각한다. 성격 어디 가질 않지. 어떤 공통점을 발견해야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지금까지 나는 거의 모든 인연을 쳐내면서 살았던 듯하다. 보이지 않는 선을 그어두고 절대 먼저 넘어가지 않았던 듯하다. 그런 나를 알아보고 그 선을 아무렇지 않게 넘어오는 사람은 나와 친구가 되었다. 아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이렇게 소극적인. 


책을 읽으며, 인터넷에서만 친구를 (그나마) 만들고 있는 지금의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한다. "여성에게 협력적 자아란 어떤 의미인가" "여성들 간 관계의 재배열" "자기 정의(self definition)의 부재" 같은 구절들이 가슴을 툭 툭. 이주민들의 "가장 큰 공포는 낯선 곳에서 외롭게 죽을 수 있다는 것" 은 바로 내 이야기. 질병과 의사와 병원이 두려운, 작은 눈의 아시아 여성. 난 여기에서 죽고 싶지 않아. 

한국으로 돌아간다 하여 내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껏 멀리 할 수 있어 다행이었던 관계들이 나를 옥죌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가고 싶은 곳엘 갈 수 있다. 여기서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을 불러모아 음식을 나눠먹고 수다를 떨 수 있다. 같은 취미를 가진 사람들에게 손짓할 수 있다. 이 모든 것을 단지 언어 하나 때문에 프랑스 사람들과는 하지 못하고(안 하고) 산다 생각하니 한없이 내가 초라해진다. 핑계지만 어쩔 수 없다. 그것 또한 나다. 단순히 언어 때문이라 퉁 치기엔 원인이 더 복잡한 것 아닌가 또 합리화. 무서울 것이 없어야 하는데 겁이 너무 많다. 그것이 언어에 대한 두려움인지 사람에 대한 두려움인지 모르겠다. 둘 다인 것 같다. 





어젯밤에 이렇게 적어놓고 새날이 밝았다. 김현미 선생님의 강의를 들었다. 어느 순간 눈물이 났고, 그런 와중에 힘이 없고 소극적이고 겁이 많은 나에 대한 원망이 조금은 사라졌다. 고립된 생활 속에서 나는 그래도 쓰러지지 않았다. 자주 아팠지만 병들지 않았다. 우울했지만 우울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나를 칭찬하기로 한다. 

언제 한국에 돌아갈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른다. 그러나 그때까지의 나도 그 이후의 나도 쓰러지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나를 도와주었던 분들, 지금 내 손을 잡고 있는 분들, 비록 얼굴도 모르고 인터넷상에서만 만나는 분들이지만, 그럼에도 모두에게 고맙다. 내가 쓰러지지 않을 수 있는 버팀목의 많은 부분이다. 주변에서 찾을 수 없는 친구들을 인터넷에서 찾을 수 있고 연결될 수 있음에 다시 감사하기로. 직접 만나지 못하는 제약과 한계가 얼마간은 장점도 갖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솔직히 말해 지금 이것 말고는 나에게 연결고리가 없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나를 들여다보고 인정하고 그러다보면, 어쩌면, 이곳에서도 한걸음 밖으로 걸어나갈 수 있을지도 몰라, 얼굴에 철판을 까는 용기를 조금은 내어볼 수 있을지도, 몰라. 이제는 선을 끊는 사람에서 잇는 사람으로. 제발. 



"일상생활에서 너무 지치고 내가 현재 어디에 머무르고 있는지 계속 망각이 일어나잖아요. 내 자존감을 충족하지 못하고 원하는 게 뭔지 알 수 없을 때, 삶의 균형을 맞춰가려면 정기적으로 수행하는 의례화된 형태의 사회적인 관계 행위가 있어야 합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미 2021-09-12 1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이 글 너무 좋아요~♡
공감되는 부분도 너무 많고요. 저는 외동이라 그런지 사람들을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더 많아요. 대신 혼자인 시간은 오롯이 나를 들여다볼 여유를 주기도 하니 진정한 관계를 위해 소중한 시간이라 생각해요. 이렇게 온라인에서의 만남도 이곳에서 참 특별하게 생각하게 됐고요. 그런 면에서 좋은 글로 마음을 나누어주시는 난티나무님 항상 응원하고 있고 저도 오늘 칭찬드립니다~🤗

난티나무 2021-09-13 17:37   좋아요 1 | URL
부끄러운데 공감해주셔서 늠 감사해요 미미님. 좋은 말씀도~
흑흑 울고 싶다...^^;;;
‘사람들을 좋아하면서도 혼자 있고 싶을 때가 더 많아요‘ 이거 저도 그래요. 그래서 사람의 성격을 소극적이다 적극적이다 이렇게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다는 생각도 하고요.
여기는 오늘 아침 해가 좋습니다. 미미님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시기를~ 꾸벅~
 
















1강 신자유주의 경제와 여성의 일터 

이런 점에서 보여주고 말하고 퍼포먼스하면서 상호작용하는 데 있어 젠더와 섹슈얼리티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 그런 식의 퍼포먼스를 해야 할까요? 남자들의 퍼포먼스는 상당히 다르지요. 왜냐하면 남성은 감정적 피드백이나 지지, 후원을 받기 위해서 공개적으로 자기 자신을 ‘비위 맞추는 존재‘처럼 노출하는 행위를 남성성의 상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자신의 말솜씨, 허세, 과시, 카리스마, 능력 등으로 관객과 관중을 조종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방송을 합니다. 누구의 기분을 맞추고, 요구에 응하는 일은 잘 하지 않아요. 여자들은 유튜브에 자신의 요가 장면만 올려놔도 연락하고 추근대고 협박해오는 낯선 남자를 경험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죠. 여전히 ‘보여주는 행위는 권력 작용입니다. 남성은 뭔가를 보여줌으로써 인기와 돈을 얻지만 성적 위협이나 폭력은 당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짚어볼 것은 최근 여성들이 많이 일하고 있는 심미노동(aestheticlabor) 분야입니다. 심미노동은 기업이 이윤 확대를 위해 노동자의 신체를 개발하고 동원하며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노동자가 자신의 신체와 인성을 변화시켜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걸맞은 미학적 이미지를 구성해가는 노동을 의미합니다. 패션 리테일 숍, 호텔, 바, 고급 사교클럽 등에서 고객 응대를 하는 사람의 경우, 옷, 외모, 표정, 목소리, 억양, 제스처 등을 스타일 있게 표현해서 보기 좋고 듣기 좋게 매너 있는 신체를 갖춤으로써 고객의 미학적 감각을 자극 하여 이들의 소비를 끌어 내는 일을 합니다.

이처럼 낯선 환경에서 빠르게 동료들 안으로 들어가야 일을 할 수 있는 이 여성들은 가짜 친밀성(fake intimacy)을 매우 자주 연기합니다. 실제 마음과 달리 이런 대사를 하면서요. "어머, 오늘 우리 팀장님, 너무 멋있으세요. "오늘 날씨 화창한데, 우리 그럼 또 옥상에서 티파티?"(웃음) 그런데 여성들의 이런 퍼포먼스가 매우 잘못된 메시지로 읽힙니다. 여성이 처한 이 구조적인 조건을 모르는 사람들은 여성들이 왜 그런 방식의 친절과 세련됨을 수행하고, 빠른 시간 내에 친밀함을 보여주고, 옷을 예쁘게 입고, 초창기에 명랑하고 빠릿빠릿한 척 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사실 이 여성들은 노동 시장의 구조와 열악한 노동 조건 때문에 가짜 친밀성, 연출된 친밀성으로 빨리 회사에 진입해서 일하기를 택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이는 단순히 수치적 평등에 도달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그만큼 일터가 여성에게 ‘정의롭지 못한 위치를 지속적으로 강요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한국 사회에서의 남성성은 집과 같은 사적 영역에서 발휘되는 것이 아닙니다. 남성성의 발휘는 공적 영역에서 남성들과 함께 있을 때, 남성 동성사회의 권력 전시장 안에서 일어나는 행위입니다.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서 나의 힘을 과시하고, 남성 동성사회에 속해 있다는 느낌을 갖고, 남성들에게 인정받아 지위를 획득하려는 것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남성들의 파워 게임이나 사나이 게임에서는 남이 보는 앞에서 대범하게 여성을 희롱하고 추행하는 전시적 성폭력이 매우 흔하게 벌어집니다. 자신이 남성 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는가를 여성의 신체에 대한 접근도로 과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을 하는 여성들이 대다수이고 일을 쉽게 그만두지 않을 것이며 능력도 있다면, 우리는 이제 게임의 룰을 바꾸는 데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요? 구조화된 여성 불평등은 이미 여러분이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여성으로서 우리 삶이 아름답다고 느껴지는 한순간을 만들어보는 것. 즉 삶의 미학화, 일상의 미학화를 실현하기 위해서 우리가 조금만 더 흔들려보고 조금만 더 다른 방식으로 이동해보려는 시도가 필요합니다. 일과 노동, 우정과 연대, 취향과 살림살이와 경제력을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잘 결합해서 자존감 있는 노동자가 되고, 활력 있는 일상을 꾸려갈 것인가를 논의해보자는 이야기입니다. 여성들의 일 경험이 이미 바닥을 쳤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바로 거기서 뛰어오를 수 있어요. 바닥에서 뛰어오르는 활력과 힘을 믿어보면서 일터와 삶터를 재배열하고 변화시켜보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듣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해도 계속 자기 정의를 내려가며 스스로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는 것은, 어떤 면에서 소수자가 스스로를 대변하는 소수자 정체성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이런 행위가 무슨 의미냐는 질문은 이 표출 자체를 막아버릴 수도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남성 동성 사회는 끊임없이 여자 얘기, 섹스 얘기를 하는 남자들을 양산하지만, 결코 이성애 사회는 아닙니다. 여성인 ‘인간‘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나 관심이 없거든요. 남성끼리의 갈등 해소, 연대, 위계 확인을 위해 여성을 성적 대상이나 온건한 아내로 고착시키는 데 모든 에너지가 집중된 사회이기 때문입니다.

동성 사회적 성향이 강하면 강할수록 개별성을 지닌 남성이 탄생하기 어렵습니다. 이들을 묶어내는 것은 성적인 것에만 집중된 카텍시스(cathexis)입니다. 프로이트에 의해 개념화된 카텍시스는 상대에 대한 애착이나 집중된 에너지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으로 특정 대상에 대한 관심이 끊임없이 지속되면서 자기 감정이나 에너지, 즉 리비도가 집중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남성은 이런 카텍시스가 성적인 것에만 집중되고, 여성을 남성 쾌락의 대상물로만 사유하기 때문에 남녀 관계에서는 정신적, 정서적, 인격적, 대화적 차원이 사실 불가능한 것이죠. 멀쩡해 보이는 남자도 끼리끼리 모이면 여성을 성적으로 모욕하고 희화화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전혀 내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이것은 또한 강력한 남성 동성사회에서 살아남는 남성성의 각본입니다.

좋은 삶이란 요컨대 일과 삶의 선순환 체제에서 나의 능동성을 회복할 수있느냐의 문제예요. 어떻게 내가 결정하고, 내가 조절하고, 내가 나의 품위(decency)를 지켜나갈 것인가? 다시 말해 근로주의와 초남성적 발전주의에 빼앗긴 우리의 시간과 정서를 회복하자는 것입니다.

가족 내 민주화나 성평등을 이루지 못하면, 여성들 스스로가 여성이라는 자신의 자원을 남용하면서, 변화하지 못하는 남성들을 양산하는 것을 방관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셈이 됩니다.

가사노동을 누가 누구와 어떻게 하느냐, 다시 말해 우리의 시간을 재배열하는 과제는 성혁명의 토대가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얄라알라북사랑 2021-09-10 04: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고 좋아서, 김현미 교수님 어떻게 이렇게 말씀도 잘하시고 글도 잘쓰시는지 경탄하며 또 다시 읽은^^ 난티나무님 읽으시니 다시 읽을까? 또 훅 올라옵니다

난티나무 2021-09-10 17:59   좋아요 0 | URL
좋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는데 얄라알라북사랑님도 좋으셨군요.^^ 저도 좋았어요. 오늘 아침에 다 읽었는데 역시 다시 읽어야 할 것 같아요. 밑줄을 얼마나 그었는지..ㅎㅎㅎㅎ
 


8월에 항공소포로 받은 책들. 블로그에 올리면서 알라딘에는 안 올렸는데 9월 읽을 책 골라놓고 보니 이 사진과 크게 다른 게 없어서 겸사겸사. 여기 사진에서는 <하나이지 않은 성>(11월 여성주의읽기 책. 11월 맞지 아마? 아 그런데 <여성과 광기> 또 며칠 늦어진다고 연락 왔던데...) 빼고 나머지가 대체로 9월 읽을 책. 그리고 여기에 더해 전자책 <페미니스트 라이프스타일> 대출전자책 <인간만세> <숲 속의 자본주의자> <불멸의 자각 1> 정도가 있다. <숲 속의 자본주의자>와 함께 <40세에 은퇴하다>를 읽을까 생각 중이다. 오늘 알았는데 두 저자가 부부더라고. 난 또 <40세에 은퇴하다>를 종이책으로 갖고 있지. 














































사두었던 책커버도 가벼우니 항공소포에 넣어달라고 했다. (굿즈 사진 잘 안 찍는데 책 도착한 날 막 신이 나서 이거도 일일이 다 찍었네.ㅎㅎ 아까우니 올려보자.)





알라딘 119REO 커버 매우 마음에 든다. 두툼한 <제2의성> 넣었더니 딱 맞춤이다.






노랑이는 첨부터 디자인이 맘에 드는 건 아니었지만 시험삼아 사본 건데 역시나. 안쪽에 코팅이 되어있어 꽝이야.

119보다 더 큰 책이 들어가니 그걸로 위안을. 사진은 <제2의성>보다 더 크고 두꺼운 <포유류의 번식 - 암컷 관점>을 넣은 모습이다.






북 슬리브는 상품 사진보다 색이 더 어두웠고 냄새가 심하게 나서 바깥 창고에 걸어두었다. 그래도 나갈 때 큼직한 책 넣어갈 수 있어 유용할 듯 하다. 빨아서 써야지. (갈 곳이 없네.@@)




이런 거 막 제값 다 주고 사댔는데 꼭 며칠 뒤에 할인행사 하더라. 알라딘 밉.

(9월 10일까지 알라딘굿즈 20% 할인쿠폰 사용가능.)


더 작은 책을 넣을 수 있는, 천으로 된 부드러운 책커버 더 사고 싶다. 얼마 전 우연히 동네책방에서 만들어 파는 거 봤다. ↓↓↓ 음청 사고 싶던데. 힝.


(출처 : 문학소매점 인스타그램)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락방 2021-09-04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과 광기 늦어져서 짜증나요 ㅠㅠ

vita 2021-09-04 10:27   좋아요 0 | URL
어제 문자 오더라구요 더 늦어집니다 하고 알라딘에서

잠자냥 2021-09-04 11:05   좋아요 1 | URL
광기가 느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1-09-10 23:34   좋아요 0 | URL
아아 제가 댓글을 안 달았네요?

책이 자꾸자꾸 늦어지니 그만 읽고 싶은 마음도 함께 늦어집니다요.ㅎㅎㅎㅎㅎㅎㅎ

초딩 2021-09-04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선물이네요~
좋은 주말 되세요

난티나무 2021-09-10 23:35   좋아요 0 | URL
초딩님 답글이 늦었습니다.^^;;;
일주일 지났네용 ㅠㅠ 즐거운 주말 보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