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내 캐릭터(?) 중 하나인 '책사캐'. (다 읽지도 못하면서) 책 사(대는) 캐(릭터). 이 캐릭터에 충실하기 위해 짬짬이 책을 산다.(응?) 


어제는 월요일,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하는 수많은 이벤트 중에 100% 페이백 대여, 인가 뭣인가가 있다. 지금 4주차이고 여성작가의 책들이 매주 화요일에 한 권씩 소개되었다. 첫 책은 버지니아 울프의 것이었는데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그만 놓쳐버렸... 두번째는 음 뭐였더라, 뭐였지, ㅠㅠ 아! <석류의 씨>였을 것이다. 전자도서관에 있었다. 세번째가 비비언 고닉의 <사나운 애착>이었다. 이건 대여로 사야지(?). 5500원 대여하고 페이백 받기 하면 적립금 5000원이 들어온다고 했다. 일단 대여해서 읽고 종이책 살지 말지 결정해야 겠다 벼르고 있었는데 날짜가 쉬릭쉬릭 가버려 어느새 월요일. 어찌어찌 결제를 했다? 대여는 적립금 마일리지 쿠폰 등 아무것도 적용이 안 된다. 구입. 그러고 페이백을 받아야 하는데? 전자책 다운로드를 받고 알라딘서 페이백 받기를 찾아도 없다? 자정이 넘어버렸다.ㅠㅠ 그거 딱 일주일 내에 해야 되는지를 모르고 뻘짓을 했...@@ 결국 적립금 못 받았다. 켁. 
















전자책을 되도록이면 안 사고 싶다. 아무래도 친해지기 어려워서. 그런데 매달 적립금 모으면 그것도 꽤 되어서 늘 갈등한다. 보관함을 뒤져 한 달에 한 권 정도 사기는 하는데, 그렇게 사놓은 책이 지금 최근에만 대여섯 권 안 읽고 방치... 이래서야 될 일인가. 쩝. 















그래서 가격 비교적 저렴하고 할인폭이 크고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것같은 느낌의 책을 주로 전자책으로 고른다. 이 책도 그래서 당첨. 















쿠폰을 쓰기 위해 종이책을 사는 건 좀 어불성설인데 뭐 어차피 살 책들 보관함에 꽉꽉 채워져 있으니 일단 한 권씩. '성적 차이에 관한 라캉주의적 탐구'래. 와! 















'현실과 재현, 독자와 문학 사이의 비평' , 여러 저자들의 글모음 책이다. '페미니즘에 입각해 비평의 주요 쟁점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처음 봤을 때부터 진짜 읽고 싶었던 책인데 지금 보니 왜 감흥이 덜하지? ㅠㅠ 
















영화를 즐겨 보는 편은 아닌데 가끔 한번씩 보게 되면 꼭 '씹게' 된다.(아 표현 ㅠㅠ) 좀더 잘 '씹고' 싶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고 위의 책 <문학은 위험하다>와 같은 맥락으로 보고 싶어진 책이다. 목차를 가져온다. 바바라 크리드! 크리스테바! <여성 괴물, 억압과 위반 사이>! 


◆ 목차 

서론 - 페미니즘 영화이론계를 대표하는 네 명의 여성

1. 페미니즘 영화의 주요 이론과 개념
영원히 여성적인 것 / 정신분석학과 페미니즘 / 영화이론의 도구들 / 영화(속 여성)를 어떻게 볼 것인가
2. 로라 멀비 - 남성적 응시
성 정치학 / 눈의 욕망 / 여성 관객 / 서사 영화는 여성을 배제하는가?
3. 카자 실버만 - 여성적 목소리
여성적 고백 / 모성적 목소리의 판타지 / 동성애적-모성적 환상 / 여성 저자 / 여성적 목소리는 왜 음향적 거울로 기능하는가?
4. 테레사 드 로레티스 - 젠더 테크놀로지
여성의 역설을 넘어서 / 성의 테크놀로지 / 젠더 테크놀로지 / 여성영화 재고하기 / 서사에서의 욕망 / women과 Waman은 어떻게 다른가?
5. 동성애적 욕망
영화와 가시적인 것 / 성적 비非차이 / 레즈비언의 페티시즘 / 섹슈얼리티는 어떻게 주체에 뿌리내리는가?
6. 바버라 크리드 - 괴물스러운 여성성
아브젝트The Abject / 태곳적 어머니 / 메두사의 머리 / 치명적인 여성 거세자 / 재난 TV / 여성은 왜 공포스러운 존재인가?
7. 위기의 남성성
지배적인 허구 / 역사적 트라우마 / 스크린과 응시 / 남성적 마조히즘 / ‘위기의 남성(성)’이 왜 바람직한가?
8. 멀비· 실버만· 드 로레티스· 크리드 이후
■ 관련 저작들
■ 참고문헌
■ 찾아보기





오늘 11일인 거 실화? 그런데 벌써 다섯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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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2-10-1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캐??
ㅋㅋㅋ
그럼 저도 책사캐네요ㅋㅋㅋ

난티나무 2022-10-12 01:03   좋아요 1 | URL
책사캐 동지~~~~^^

라로 2022-10-11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괜찮아요, 괜찮아! 저는 300권 방치하고 있어요. ㅎㅎㅎ ᄏᄏᄏ😂😂😂🤣🤣🤣(웃는 게 웃는 게 아님. 아쉬쥬?ㅠㅠ)

난티나무 2022-10-12 01:03   좋아요 0 | URL
하핫~ 라로님 완전 동지~~~!!!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13 15:24   좋아요 0 | URL
두분 책사캐 인증! 300권 ㅎ

한국 아파트 생활하면 어려운 책사캐...라로님 댁에는 공간이 많으실듯^^

거리의화가 2022-10-12 08: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렇게 따지면 몇백권 몇천권은 우습습니다~ㅎㅎㅎ 전자책 저도 은근 쌓여서 사기만 하고 방치하고 있어요ㅠㅠ 알라딘 적립금 이벤트 저도 보고 2주차 석류의씨만 구입했어요. 다행히 저는 페이백 받기는 했는데 문제는 아직 안읽었;;;ㅋㅋㅋ 얼른 읽어야겠어요.
벌써 11일이군요ㅠㅠ 아휴 이번달 읽을 책이 왜 이리 많은지 마음이 바쁩니다^^; 난티나무님도 화이팅!ㅎㅎㅎ

난티나무 2022-10-12 18:40   좋아요 1 | URL
우리 따지지 말아요....ㅋㅋㅋㅋ
페이백 받으셨군요. 아 저의 뻘짓 ㅎㅎㅎㅎ 어쩌면 좋아요?ㅎㅎㅎ
저는 어젯밤 겨우 며칠내내 읽던 책 한 권을 끝냈습니다.^^;;;
읽어야 할 책이 느무 많은데 참 큰일이에요.^^;;;;
같이 화이팅~!!!!!

얄라알라 2022-10-12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5000원인데 제가 아까운 건 뭐죠...아, 그 자정 그 자정..아깝네요^^:;

근데 저 최근 ‘츤데레 츤대레?‘도 언어충격이었지만
책사케는 ㅋㅋㅋ 재미있어요^^ ㅋㅋ아, 책사캐군요?

난티나무 2022-10-12 18:41   좋아요 1 | URL
아놔...ㅋ 적립금 천 원 자정 지나면 사라지는 게 왤케 아까워요? 그것도 아까운데 5천원...@@
늠 급히 만든 단어라 너무 직접적으로 의미전달이 되어버렸네요?ㅎㅎㅎㅎ

호우 2022-10-12 10: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캐?! 괜찮은 캐릭터 같은데요. 욕심을 내려놓고 살자고 해도 책에 대해서는 그러기가 쉽지 않죠. ^^ 밀리 구독해 본 적 있는데 책 핑계로 폰 중독이 될 거 같아 접은 적 있어요. 매일 신간이 업데이트 되니까 눈이 돌아가더군요. 사피엔스를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실물책을 받아 안으니까 훨씬 더 실감나고 뿌듯했던 거 같아요. 역시 종이책이 좋은 거 같아요

난티나무 2022-10-12 18:43   좋아요 2 | URL
저는 딱 책에만 좀 욕심을 내고 살기로 헀어요. 어차피 계속 살 것 같으니..ㅎㅎ
밀리.. 아 신간들 쏟아지면 정말 유혹적이죠. 그래도 책은 (아직은) 종이책이 최고죠!!!!ㅎㅎ

예닮365 2022-10-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사케 완전 재밌는 캐릭터예요^^ 저도 그 길을 살포기 기웃거리는 책린이입니다^^;;;

난티나무 2022-10-12 18:44   좋아요 0 | URL
재밌다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열심히 읽읍시다~!!

바람돌이 2022-10-12 22: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사캐..... ㅎㅎ 알라딘에 잔뜩 있는 캐릭터....
저도 저 이벤트 봤는데 일단 아직은 책은 무조건 종이책을 옹호하는지라 그냥 넘겼네요.
왠지 전자책은 읽는거 같지가 않아서 아직은 안사고 싶어요. 이것도 똥고집이긴 한데 말이죠. ㅎㅎ

난티나무 2022-10-13 03:09   좋아요 0 | URL
저도 한국에 있다면 전자책 안 살 거 같아요.^^;;
책사캐가 많아서 위로가….ㅋㅋㅋㅋㅋㅋㅋㅋ
 

북커버를 다시 만들었다. 제목을 지난번 것은 잊어주세요,라고 써야지 하다가, 그럼 나는 이 두번째 북커버를 왜 만들었지,를 다시 생각했다. 나는 이 북커버를 왜 만드는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 오늘 생각의 시작이다.


지난번 것은 잊어주세요. 나는 이걸 보이기 위해 만들고 있나? 쪼그리고 앉아 다림질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보기 싫거나 말거나 이미 하나를 만들었고 좀 덜 실용적이긴 해도 어쨌든 책이 더러워지는 것을 막아주기는 할 텐데 굳이, 더 예쁜 천으로 다시 만드는 이유는 뭘까? 읽던 책을 팽개치고 사서 고생을 하는 진짜 이유는 뭘까? 첫 시작은 물론 책을 보호하기 위한 커버가 있어야 겠다는 생각이었다. 이 지점에서 다시 의문. 책은 꼭 보호해야 할까? ^^;;; 나는 이미 답을 안다. 필요 없다. 그냥 책주머니(이것도 이미 있음)에 넣어 다니면 된다. 아무데나 얹어두지 않으면 된다. 그런데도 나는 시간을 들여 커버를 만든다. 왜? 갑자기 퐁퐁 솟아나는 창작(?) 욕구? 뭐 하나에 꽂히면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아무리 생각해도 보여주고 싶은 욕구가 없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이 글을 읽을 이웃님들, 밖에서 책을 꺼냈을 때 혹여 와닿을 모르는 사람들의 시선, 그런 것들을 바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나?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행위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보여지기 위한 행위. 그렇게 생각하자 나도 별 수 없이 인간이구나,와 함께 그래서 좀은 다행이구나, 싶기도 하고 반대로 그러지 않고 싶어지기도 한다. 시작은 그저 (필요는 없지만) 필요하다는 생각이었을지라도 결과물이 내 마음에 들지 않자(이것도 이유 중 하나이기는 하다) 서둘러 레벨업을 해야 겠다는 욕망이 생겨버렸다. 그 바탕에, 사실 더 잘 만들 수 있어요, 이만큼요,가 있다.(두번째라고 해서 썩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ㅠㅠ) 한마디로 인정 욕구 + 과시 욕구다. 결과물에 대해 그것이 얼마나 뛰어난지(?) 객관적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 결국 자기만족이겠지. 결과물에 대한 만족이라기보다는 과정과 행위에 대한.


커버를 다 만들고 책이 벌어지지 않도록 단추를 달거나 고정끈을 만들거나 해야 하는 필요를 느꼈다. 판매되는 북커버들에 똑딱이나 고정끈이 있는 이유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다가 실과 코바늘을 꺼냈다. 코바늘로 뜬 팔찌는 어느 정도 늘어나는 성질이 있어 책에 끼우면 웬만큼 고정이 될 수 있겠다 싶다. 별 생각없이(라고 쓰고 열심히 색을 골랐다고 읽는다. 이런 거 하나도 나는 얼마나 별 생각없다고 쓰는지.) 근처에 있던 녹색과 갈색실을 합쳐서 끈을 뜨기 시작했다. 절반쯤 뜨고 커버에 맞추어 보는데 색이 이내 마음에 차지 않는다. 이런. 일단 뜬다. 끈은 몇 개라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단추를 달까 그냥 통으로 이어버릴까를 고민하면서 세로고정할 수 있는 길이 하나를 떴다. 어제 본 합창경연이 생각났다. 참가팀 중에 음악을 전공한 주부&엄마들이 모여 만든 합창단이 있었다. 그들은 전부는 아니지만 대부분 다른 사람에게 아이들을 맡겨두고 출전했다. 연습기간에는 아이를 등에 업고, 가족에게 맡기고, 돌아가며 봐주었다. 그들의 노래는 아름다웠다. 보고 듣는 내내 눈물이 흘렀다. 저렇게 노래를 잘하는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하지 못하고 중단한 채 집에서 독박육아를 하고 있구나. 답답함과 억울함과 분노가 뒤섞였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수많은 여성들이 저렇게 '엄마'의 역할을 하느라 갇혀 살고 있구나. 얼마나 많을까. 얼마나 아까운가 말이다. 끈 색을 바꾸어 다시 가로끈을 하나 더 뜨면서 만약 내가 어릴 적부터 뜨개를 꾸준히 해왔다면 지금 전문가가 되어 있겠지, 뜨개 뿐이랴, 하는 부질없지만 쓸데없지는 않은 생각을 했다. 나도 아깝다. 그들도 아깝다. 저기 너머 여성들도 모두, 아깝다.


완성된 고정끈 색이 아무래도 마음에 안 든다. 살짝 색을 바꾸어 다시 가로끈을 떴다. 단추도 달았다. 통으로 연결하면 다른 책에 사용하지 못하니 조금 넉넉하게 떴다. 이쯤에서 북커버의 단점을 말해야겠다. 책을 펼치면 손에 쥐는 느낌이 불편하다. 책 크기에 꼭 맞는 커버라도 펼쳤을 때 책과 천 사이가 뜨게 마련이다. 책에 촥 붙지 않아서 조금 신경쓰인다. 책을 덮어두면 예쁘지만 계속 덮어둘 것도 아니고, 크기고정커버는 조금만 판형이 다른 책에 씌우면 책과 커버가 겉돌기 일쑤다. 이런 걸 왜 사고 만들고 하는 걸까? 완성 후 또 질문을 던진다. 이제 안 만들어야지, 끝! 이래야 하는데 나는 반대로 간다. 아, 다음에는 책 크기에 고정할 게 아니라 여러 책에 맞게 책날개를 조절할 수 있게 만들어야 겠다. 그러자면 보자, 음 이렇게 접어서 이렇게 고정하고 거기에 고무밴드를 달고... 응? 또 만든다고? 아니 도대체 왜??? 책이 더러워지는 게 싫으면 가지고 나갈 책만 종이로 싸주면 되지 않나? 이뻐보이지만 실용적이지는 않은 천커버(혹은 뜨개커버)에는 왜 욕심을 내는 것일까? 자기만족, 인정과 과시 말고 또 무엇이 더 있나?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1.이렇게 글을 끝내려고 하는데 지금 막, 책을 펼쳤을 때 천과 책 사이가 뜨지 않게 만드는 기가 막힌(?) 방법 하나가 떠올랐다. 이걸 시도해봐? 말아?)

(2. 그 기가 막힌 방법을 조금 더 머릿속에서 발전시켰더니 책에 단추 모양만큼의 자국이 생길 것같다.)

(3. 일단 보류.)

(4. 3을 쓰는 순간 2를 해결할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혹시 나는... 천재?)

(5. 4의 두번째 문장은 취소다.)




(사진을 어떻게 찍어도 천의 제 색깔이 안 나와서 포기한다. 두번째 가로끈 장착. 여행 준비 끝. 응?) 





(첫번째 세로 고정끈 장착하고 어둠 속에서 찍은 사진. 이게 뭐라고 색이 제대로 안 나온다고 투덜투덜. 역시 사진 하나도 보여지는 것에 매우 민감하다... 믿거나말거나 실물이 훨씬 이쁨.ㅋㅋㅋㅋㅋㅋㅋ) 





(최소한의 바느질을 추구했다. 그래도 커버 양 날개를 잇는 것과 단추 다는 건 바느질을 해야 했다는.) 





(얌전하게 안에 들어가있는 책. ㅎㅎㅎ)





(뜨개고정끈은 여차하면 팔찌로도 사용 가능.) 



(짐승일기 한정 북커버 뻘짓 끝! 그런데 어제도 나는 뻘짓을 하나 더 한 것같다? 그거슨 전자책으로 한 뻘짓... 하... 뻘짓은 계속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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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1 2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라하는 색 올리브그린 바탕에 너구리 넘 귀여워요. 뜨개로 가름끈을요 ~ 우아합니다
팔찌로도 다용도네요. 헤어밴드로도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아니 진짜 솜씨가 보통 아니에요 난티나무 님.

난티나무 2022-10-11 21:27   좋아요 0 | URL
아! 헤어밴드도 되겠어요!^^ 하고선 지금 바로 머리에 쓸려고 했더니 안 들어가네요.ㅋㅋㅋㅋㅋ 책이 작은 크기라 ㅎㅎ
☺️❤️🥰

프레이야 2022-10-11 22:19   좋아요 0 | URL
ㅋㅋㅋ 안 들어가나요

난티나무 2022-10-12 01:04   좋아요 1 | URL
끈이 짧은 건지 머리가 큰 건지?ㅋㅋㅋㅋ

책읽는나무 2022-10-11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난티나무 2022-10-12 01:05   좋아요 1 | URL
헤헷~ 🥰

거리의화가 2022-10-12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똥손인 저는 그저 놀랍기만 합니다ㅠㅠ

난티나무 2022-10-12 18:47   좋아요 0 | URL
뭘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했어서 ㅎㅎㅎ 그런데 저는 좀 마무리를 못하는 성향이 있어서, 벌여놓고 마무리 짓지 못한 미완성 무언가들이 너무 많아요.^^;;;;;;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ㅠㅠ

건수하 2022-10-12 09: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사실 저는 저번 것도 예쁘다 생각했는데요 ^^;; 이번 커버는 확실히 훨씬 더 예쁘네요!
(뭘 스스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는 자)

책표지가 코팅되어 있으면 책과 천을 양면테이프로 고정해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포르노 랜드>를 화장대에 올려놨더니 남편이 왠지 움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 아이가 포르노가 뭐냐고 물어보면 곤란하니까 안쓰던 북커버를 찾아 씌웠답니다. 크기가 거의 같아서 아슬아슬... 천의 신축성을 믿으며 억지로 당겨끼웠어요.

난티나무 2022-10-12 18:54   좋아요 1 | URL
우와 수하님, 지난번 것도 천이 얇아서 그 모냥이 되었지만 ㅎㅎㅎ 이쁘다 해주시니 고마워요, 흑흑.
(그거 추가터치 들어가는 거 안 비밀. 만들었으니 일단 쓸 수 있게!ㅋㅋ)

커버는 그냥 일반천이라서 양면테이프 고정 안 되고 제가 어제 또 미련이 남아서(못산다) 안쪽에 테이프를 달아서 좀더 책 표지랑 천이 딱 붙어있게 만들었어요. 그랬더니 좀 낫네요. 그립감도 조금 낫고요.^^

포르노랜드....ㅋㅋㅋㅋㅋㅋㅋ

2022-10-12 0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4 14: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5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호우 2022-10-12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솜씨 너무 좋으세요. 😃 책 싸 놓으니 얌전하니 참 이쁘네요^^

난티나무 2022-10-12 18:56   좋아요 0 | URL
호우님 칭찬 감사해요~^^

바람돌이 2022-10-12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와 진짜 멋지잖아요. 역시 일단 바탕 색깔이 이뻐야 하고요. 왠지 이건 팔아도 될 것 같은 고퀼러티인데요. 거기다 뜨개고정끈까지 럭셔리합니다. 난티나무님 옆에 있으면 나도 해줘하면서 막 칭얼거릴거 같습니다. ^^

난티나무 2022-10-13 03:13   좋아요 1 | URL
아하하 만들어서 팔까요?@@ 저는 수작업으로 물건 만들어 파시는 분 존경합니다. ㅎㅎㅎ
책커버 말고 팔찌는 가능~ㅎㅎㅎㅎㅎ

파이버 2022-10-12 2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뜨개고정끈 넘 멋지고 예쁜걸요. 랫서팬더 커버도 귀엽고 끈 색깔과 잘 어울려요. 머릿속의 상상을 실물로 옮길 수 있는 손재주가 마치 마법 같습니다.

난티나무 2022-10-13 03:14   좋아요 1 | URL
마법!!! 우와 🤩 ‘특급 칭찬’이네요. ㅎㅎㅎ (김희애가 떠오르면서 ㅋㅋ)
감사합니다~^^ 😊

그레이스 2022-10-12 23: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너무 예뻐요 😍 💕

난티나무 2022-10-13 03:15   좋아요 2 | URL
헤헷 감사해요. 칭찬 듣고 싶어 다시 만들었습니다.^^;;;;;

psyche 2022-10-13 01: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이쁘네요! 뜨개끈도 딱 맞춤이고요. 난티나무님 솜씨가 너무 좋으세요.

난티나무 2022-10-13 03:19   좋아요 2 | URL
아아 사실 그렇게 좋은 솜씨는 아니라서 좀 부끄럽지만, 감사합니다!!!! 🙏
 

(네이*블로그에서 주간일기챌린지 중이다. 그게 뭐라고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매주 쓰고 있는데 오늘은 오늘의 뻘짓을 썼다. 이게 다 알라딘에서 산 책커버 때문이라고 우겨본다. 그래서 갖고 와 보는 오늘의 뻘짓 일기.)


다음주 주말부터 며칠간 여행 간다. 무슨 책을 갖고 갈까 고민...은 아니고 생각 중인데 보아하니 몇 글자 읽지도 못할 듯.ㅋㅋ 그래도 챙겨가야 안심(?)이 된다. 참나, 무슨 안심? ㅎㅎㅎㅎ 일단 전자책 넣고. 이번달 알라딘 여성주의읽기 책이 <포르노랜드>다. 하. 이거 여행 다니면서 읽을 수 있음??? 반사~ 어쨌거나 이북리더기에 들어는 있다. 솔직하게 말이다, 전자책만 가져가면 된다. 거기 안 읽은 소설들도 있고 읽다 만 책들도 수두룩하다. 그런데 왜 책쟁이들은 읽지도 못할 책을 마구 챙기게 되는 것일까??? 마치 한 시간에 한 권씩 읽어치울 것처럼. 요며칠 한 권의 책을 틈날 때마다 읽고 있는데 두어 시간을 읽어도 한 권은 커녕 반의 반도 못 읽는다. 어쩔? 그래도 한두 권 정도는 가져가야... 어휴 정말 어쩜 좋으냐.

일단 김지승의 <짐승일기>를 챙기기로 한다. 앞부분 조금 읽고 아껴두고 있다.ㅋ 책이 얇고 적당히 작고 하드커버이고... 응? 그런데 막 가방에 넣어갖고 다니면서 꺼냈다 넣었다 하면 금세 지저분해지는데. 오늘 책 한 권 구입하면서 함께 작은 북커버(4X6판)를 사기는 했다. 그거 내 손에 들어오려면 한 달은 지나야 한단 말이야? 집에 있는 두어 개의 북커버들은 크기가 너무 크다. 몇 권의 책과 커버들을 맞춤해보면서 아니 세상의 책들은 왜 이렇게 크기가 제각각이란 말인가 했다. 그러다 금세 다른 크기의 책들이 매력 있지, 다 똑같으면 무슨 재미야, 태세 전환. 이런 뻘짓과 뻘생각을 하다가 책에 꼭 맞는 크기의 커버를 만들어버리자는 허황된 생각을 해버렸다. 잠시 검색의 시간을 갖겠습니다. 조금 얇은 천으로 책에 촥 붙는 커버를 만들어볼까 해서 천을 꺼내고 들여다보며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아 일이 너무 많아, 바느질 하기 싫은데, 이렇게 되어버림. 내 주력 손재주는 코바늘뜨기라 일단 이미지 몇 개 찾아보고 실까지 꺼내와서 5분간 뜨다가 쿨하게 포기. 응 이거 아니야. 실과 천을 모아둔 박스들을 훑다가 오래된 손수건들을 발견했다. 얇고 테두리 박음질 필요없고 잘만 하면 책에 촥 붙을 수도 있을 것같다. 오케이, 실행.

가끔 이렇게 뭐에 하나 꽂힐 때가 있다. 손으로 하는 건 주로 코바늘뜨기였... 어제는 구석에 놔둔 에코백을 꺼냈더니 그 안에서 코바늘뜨기로 만든 가방들이 우수수 떨어져서 잠시 당황. 그리곤 웃음이 나왔다. 아 뭐야. 이것들 다 뭐지. 쓰지도 않을 거 뭘 이렇게 많이 만들었담. 그러고는 의자에 주룩주룩 걸어뒀다. 조만간 손으로 그리는 그림에도 좀 꽂혔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ㅋㅋㅋ

아무튼지간에 (왤케 주절주절 길어지냐) 먼지 앉은 다리미랑 다리미판을 꺼내고 얇고 낡은 손수건을 잘 다려서 일케절케 책 크기에 맞춰 접고 또 다리고 접히는 부분은 쿨하게 그것(이름 모르겠다. 천 사이에 넣고 다리면 똭 붙는 그것. 아시는 분 알려주삼요.) 넣어 다리고. 모양을 잡아 바느질이 아니면 어케 할 수 없는 부분을 꿰맸다. 뭘 만들건 미리 재단이나 숫자 세기 이런 거 일절 안 하는 나, 이번에도 다르지 않다.ㅋ 천이 얇으면 촥 붙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거지. 또 어쩔 수 없이 가장자리를 따라 홈질을 했다. 늘 느끼는 건데 난 홈질을 못해. 비뚤비뚤. 예전에는 이런 걸 보면 니 마음이 비뚤다 어쩌구 그런 소리 곧잘 했는데 이젠 아니다. 홈질을 잘 하려면 그것만 무수히 반복연습하면 된다. 가지런히 예쁘게 홈질을 하는 사람은 그래서 잘 하는 거다. 나는 몇 년에 한 번 하는데 그걸 잘 하면 내 손은 재봉틀이게.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완성한 커버는 손수건이 낡은 만큼 좀 없어보이기도 한다. 북커버에 주로 단추를 달거나 고무밴드로 고정시키는 이유가 다 있구나 싶다. 그러니 벌어지지 않고 잘 여며지도록 나도 단추를 하나 달아야 겠다. 여기까지 오늘의 뻘짓. 그런데 이렇게 뻘짓을 하고 나니 좀더 이쁘게 만들어보고 싶은 욕망이... 헐. 그만 해. 오후에 뻘짓 하느라 재밌는 책 못 읽었잖아. 와 진짜 아까 바느질 하는데 나 이런 생각 했음. 눈이 네 개거나 머리가 두 개거나 거기에 손이 네 개면 한쪽은 바느질하고 한쪽은 책을 읽을 수 있겠구나. 그럼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면서 바느질이나 뜨개질이 가능하다면. 아 그러려면 머리가 두 개인 편이 낫겠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 뭐래니.ㅋㅋㅋㅋㅋ

한 권 더, 뭘 갖고 갈까? 못 말린다. ㅠㅠ

















(깔려 있는 초록천으로 만들고 싶었...@@ 바느질 싫어서 패스했는데 결국 바느질함.ㅋㅋ 사진으로 다시 보니 저 너구리 천 늠 이쁜데? 다시... 만들...까?????@@ 애초에 실패할까 봐 제일 낡은 걸 골라든...ㅋㅋㅋㅋ 내 이럴 줄 알았쥐.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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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2-10-09 06: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잠깐만… 저기 저 너구리… 너구리가 맞나 살펴보다가… 슬마… 너구리의 탈을 쓴 사람…????????@@)

라로 2022-10-09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ㅎㅎㅎㅎ 다 만들어요!! 너구리 진짜 이쁨이고요, 악어는 음 갑자기 그 악어 책 생각 나고요. ㅎㅎㅎ 근데 훌륭하십니다!! 코바늘!! 알라딘엔 왜 이리 손재주까지 좋은 분들이 많은 겁미꽈?? 의상 전공한 저는 뭡미꽈??(눈뭉 찔끔)

얄라알라 2022-10-09 18:09   좋아요 0 | URL
라로님!!!의상 전공하신 후 전혀 다른 분야 프로페셔널 되신 거였군요
와 이전에도 감탄이었는데 더더욱 놀랍고 존경스럽습니다.

난티나무님 옷감(원단?이 더 정확한 단어일까요?) 고르시는 감각과 바느질 솜씨!! 와우!

난티나무 2022-10-09 22:53   좋아요 0 | URL
라로님 우리는 전부 전공과는 별로 상관없는 삶을 살고 있지 않습니까? ㅋㅋㅋㅋㅋㅋ
저 오늘은 코바늘 갖고 이래저래 해보고 있어요… 못말린다…..하아…ㅎㅎㅎㅎ

난티나무 2022-10-09 22:57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저는 책욕심 다음이 천욕심…@@ 이젠 좀 많이 내려놓기는 했지만 ㅎㅎㅎ 아직도 미련을 못 버리고 수납장 한가득….@@ ㅋㅋㅋㅋㅋㅋ

얄라알라 2022-10-09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응 이거 아니야.˝

ㅋㅋ 저 이 문장 환청처럼 귀에 맴돌아요 ㅎ

난티나무 2022-10-09 22:58   좋아요 1 | URL
그 주문 항개도 소용없어요.ㅋㅋㅋㅋ 오늘 코바늘 요래조래 난리치고 있어요.ㅎㅎㅎ

바람돌이 2022-10-09 1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막 혼자 중얼중얼하면서 열심히 바느질 하는 난티나무님 상상 ^^
지금 완성된 저 북커버는 그럼 짐승일기 깔맞춤인가요? 박음질도 괜찮아요. 다만 색깔이...
자 이제 연습하셨으니까 아래쪽의 너구니라 악어로 새로 만드심이 어떨지요. 굉장한 작품이 나올듯합니다. ^^ 그리고 옷감속에 넣는건 그냥 접착심 아닌가요? 울 어머니가 바느질 하셔서(저는 안합니다) 저렇게 부르는걸 들은듯요.

난티나무 2022-10-09 23:00   좋아요 2 | URL
네! 완전 짐승일기 맞춤 북커버! ㄱ
그런데 보신 것처럼 너무 ㅠㅠ 낡아버림…ㅋㅋㅋ 그래서 저건 좀 터치(?)를 가해서 써볼까 하고요. 다시 만들어야 겠어요.ㅋㅋㅋㅋㅋㅋ 못 살아…
접착심 접착테이프 이렇게 부르는 거죠? 혹 다른 이름이 있나 싶었어요. 이거 최대로 활용해볼려고 머리 굴리는 중.ㅋㅋㅋㅋㅋ

노란곰 2022-10-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치보에서 나온 아이 레인코트랑 비슷한 천이네요^^ 난티님의 책을 애정하는 마음이 전해져서 저도 기분이 좋아요 :) ㅎㅎㅎ (색연필들고 막막 줄그어야지 다짐하고는 결국 3m 찾는 아이)

난티나무 2022-10-11 21:35   좋아요 0 | URL
비슷한 무늬를 보셨군요.^^ 저는 좀 비뚤어진 애정 아닐까요??? ㅎㅎㅎ 결국 다시 만들었어요.ㅋㅋㅋㅋ
 
페미니즘
데버라 캐머런 지음, 강경아 옮김 / 신사책방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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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버라 캐머런의 책 <페미니즘>을 다 읽었다. 매주 한 챕터씩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 책이다. 시간은 오래 걸렸지만 페미니즘의 여러 논제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해도 되겠다.

요즘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내가 '지금' 하는 생각들은 이미 여러 사람이 거쳐 지나간, 어떤 초심의 단계? 같은 것을 나타낸다. 사람에 따라 내 말이 '초보'의 말로도, '급진적'인 말로도 들릴 수 있다. 이런 걸 설명하자니 좀 웃프기도 한데 아무튼 그렇다. 말/글로 내 생각을 표현할 때 검열의 형태로 보게 되고 이래도 괜찮을까 저래도 괜찮을까 이런 말은 좀 우습게 들리지 않을까 염려도 된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게 지금 내가 하는 생각들이고 나는 그만큼의 자리에서 그만큼의 생각을 쏟아내면서 이 과정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이름이 가져온 표현의 자유나 설명 가능성 등의 어마어마한 이점들이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에 의해 한계지어지고 여러 의미들을 그 한 단어 안에 가두게 되는, 딱지와 오인의 여지를 두는, 그래서 '페미니스트'들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이 뭔지 모르지만 이미 페미니스트의 면모를 보였고 그렇게 살아온 여성들의 모든 행위와 노력들을 싸잡아 격하시키는 단어가 되어가는 것같은. 한마디로 가차없는 백래쉬, 이쪽저쪽그쪽 진영을 나눌 것도 없이 모두 깡그리, 백래쉬. 아무리 '페미니즘은 그런 게 아니야'라고 말해도 '어차피 너는 페미니스트, 니가 말하는 건 페미니즘, 난 듣고 싶지 않아, 세상에 그런 건 필요없어'라고 반박하는 사람들. 비난하는 사람들. 비난과 비판의 차이를 알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들. 비판이라 생각하고 말하지만 사실은 비난을 하고 있는 사람들. 이 작고 얇은 책은 나 스스로 비난과 비판의 차이를 명확히 구별하고 비난의 자세가 아닌 정확한 비판의 자세를 취할 것을 다짐하게 한다. 사람이 아니라 상황을, 정체성이 아니라 구조를, 자아가 아니라 언행을, 개인을 통한 전체를, 전체를 통한 개인을, 등등. 각각의 장(지배 구조/권리/노동/여성성/성/문화/경계와 미래)에서 매우 중립적인 태도로 최근의 페미니즘 경향까지 맥락을 짚고 문제를 지적하고 여러 다양한 의견들을 모아놓은 내용 모두가 좋았지만, 그래서 특히 마지막 장 '경계와 미래'가 더 눈에 들어왔다. 내가 생각하는 페미니즘이라는 것, 그것을 어느 한 페미니즘의 범주에 넣어 경계를 짓기보다 좀더 열린 시각을 갖는 게 중요할 듯하다.

"교차성을 논하는 것과 실제로 행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다."(150) 이 문장을 다각도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 교차,라는 단어는 단순한 교차로와 같은 길을 떠올려서 복잡하게 중첩된 상황을 표현하기에 무리가 있다는 지적을 어느 책에서 보았는데 그건 논외로 하더라도 나는 이 문장이 페미니즘 활동가의 영역 뿐만 아니라 일상 속 개인과 개인의 관계에도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혹은 어떤 상황을 논(비판)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로 행(실천)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이다. (비판하는 대로 실천해야 한다면(단 하나의 '흠'도 없어야 한다면) 지구상에 페미니스트라고 불릴 만한 사람은 없지 않을까.)

"우리는 "그자가 페미니즘을 하는가?"라고 묻지 않고 "그자는 페미니스트인가?"라고 묻는다."(156) 이 한 문장의 의미도 되새긴다. 당신은 페미니즘을 합니까? 페미니즘을 공부합니까? 오케이.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다"라는 구호의 의미 중 하나는 개인의 선택을 완전히 '자유로운 것'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개인의 선택은 언제나 선택이 내려지는 맥락에 따라 형성되기 때문이다. 정체성과 선택을 둘러싼 현재의 논의에서도 알 수 있듯, 이는 페미니즘 그 자체에도 적용된다."(158) 신자유주의가 손을 뻗치지 않는 곳은 없다는 사실을 또한번.

그저 당연하겠거니 혹은 그렇다 하니 그런가 보다 했던 문제들을 다시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인간은 정의내리고 분류하고 단계를 나누면서 깊고 넓은 다각도의 문제들을 착착 접어 각각의 서랍에 넣는 일을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나는 어느 서랍에 누구와 같이 들어갈까를 혹은 들어갈 수 없을까 봐를 고민하면서 말이다.


작은넘이 열이 나고 머리가 아프대서 해열진통제를 주었다. 50킬로그램 이상의 성인&어린이는 네 시간 이상의 간격을 두고 한번에 1000mg까지를 복용하라고 되어 있다. 어림잡아 800 정도를 먹였다. 그거 알아? 이런 약을 제조해서 용량을 정할 때 대부분이 표준 남성을 기준으로 해왔다는 거? 엄마, 어떻게 여자 빼고 남자만 표준으로 삼을 수가 있어? 그게 말이 안 되는데. 50킬로 이상이면 여자도 남자도 다 해당이 되는 거지 약 복용서에 기준이 남자라고 쓰여있는 건 아니잖아? 한동안 또 열변을 토해야 했다. 제약 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다, 그렇게 생겨먹은 게 이 세상이야. 지금까지 그래왔고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아. 페미니즘 책을 몇 권이나 읽었지만 아이들은 아직 이론 따로 일상 따로인 것만 같다. 그 말이 안 되는 상황이 지금까지의 우리 현실이다.

이 훌륭한 페미니즘 개괄&안내서의 마지막 문장이 "페미니즘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저항에 직면할 것이고, 논쟁을 일으킬 것이지만, "여성은 인간이라는 급진적 개념"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사실은 그래서 더욱, 좀 슬프다.



◦◦◦◦◦◦◦◦◦◦◦◦◦◦◦◦◦◦◦◦◦


"확실히 페미니즘은 각양각색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그 모두는 다음의 두 가지 근본적 믿음에 기초한다.

1. 현재 여성은 사회에서 예속 상태에 있다. 여성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함을 겪고 체계적 불이익을 받는다.

2. 여성의 예속은 불가피하지도 않으며, 바람직하지도 않다. 이는 정치적 행동을 통해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만 한다." (서문 16)


"두말할 것 없이, 무슬림 여성의 말을 듣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특정 집단 여성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라는 요청으로 정치적 논쟁이 해결되는 일은 좀처럼 없다. 특정 집단 여성의 말을 듣다 보면 그들이 모두 한목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같은 정체성을 공유한다고 해서 정치적 분석까지 같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종교적 권리를 지지하는 무슬림 페미니스트도 있고, 그에 반대하는 무슬림 페미니스트도 있다.

......

영국의 무슬림 페미니스트 야스민 레만은 여성이 베일 착용을 선택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항상 행위성이 행사된 결과로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고한다. 니캅이 공적 논쟁으로 떠오르기 오래전, 영국에 거주하는 남아시아 여성들은 살와르 카미즈Salwar Kameez(헐렁한 튜닉과 바지) 같은 전통 복장을 강요받는 것과 (비무슬림 집단에도 있는) '정숙한' 복장에 대한 집단의 규범이 여성과 소녀를 통제하는 데 쓰인다고 지적한 적이 있다. 레만은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인종주의에 불씨를 댕기지 않으면서 소수민족의 문화적 풍습을 비판하기가 무척이나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페미니스트는 주류 공동체 내부에서 성차별에 저항하는 여성들을 기꺼이 지지하는 것처럼, 공동체 내부에서 성차별적 규범에 맞서 싸우려는 소수민족 여성을 옹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2장 권리 58~59)


"하지만 가사노동에 임금을 지급하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도 있다. 이는 성별 분업 체계를 문제 삼지 않으며(여성이 가사 노동을 하는 대가로 돈을 받는다면, 남성은 가사 노동을 분담할 이유가 더 줄어든다), 집에서 집안일을 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고립된 일이자 성취감이 없는 일이기에 그 누구도 이를 전업으로 삼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도 다루지 않는다." (3장 노동 79)


'위대함'이나 '가치'를 판단하는 데 사용하는 기준, 혹은 애초에 무엇이 예술이나 지식으로 여겨지는지에 관한 기준들은 중립적이지 않다. 이는 남성에 의해, 남성을 위해, 남성의 관념으로 만들어진 문화적 전통이다. 시몬 드 보부아르는 "남성은 [세상을] 그들의 관점으로 설명하면서 이를 절대적 진리인 양 착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렇기에 페미니스트는 펜, 붓, 카메라를 드는 이가 누구인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이는 성별이 여성일 뿐인 예술가 개인에게 동등한 기회를 줘야 한다는 요구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다른 관점, 즉 가부장적 전제와 기준에 대적하는 관점으로 세계가 재현되길 바라는 문제이기도 하다.

......

하지만 여성이 만든 재현물이 많아지면 자동적으로 색다른 그림이 탄생한다고 그토록 단순하게 가정해도 될까?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조차, 그러니까 세게를 바라보는 모든 이의 시각은 가부장제 전통에 따라 형성되지 않는가?" (6장 문화 138~139)


"그(존 버거)의 논의 중 가장 유명한 구절은 삶과 예술에 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남성은 행동하고 여성은 보여진다. 남성은 여성을 바라본다. 여성은 보여지는 자신을 본다. 이는 대부분의 남녀 관계 뿐만 아니라, 여성이 자기 자신과 맺는 관계도 결정한다. 여성의 내면에 존재하는 감시자는 남성이며, 감시당하는 이는 여성이다. 그렇게 여성은 자신을 객체로 바꾼다. 특히 시선의 대상으로, 하나의 광경으로 바꿔놓는다.


...... 남성 예술가는 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며 남성의 욕망을 적극적으로 간청하고 이를 즐기는 여성을 그리기도 한다. 혹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감탄하는 여성의 모습을 그린다. (버거는 이런 그림이 특히 위선적이라고 말한다. "이들은 여성의 손에 거울을 직접 쥐여줘 놓고 그림에 <허영>이라는 제목을 붙인다. 자신의 쾌락을 위해 나체의 여성을 그린 뒤 이를 도덕적으로 비난하는 것이다.") 여성의 육체는 그 나체를 그리는 남성과 그 여성을 그리도록 비용을 지급한 남성 간의 거래에서 상품이다. 하지만 여성을 재현하는 관습은 마치 여성이 통제권을 지닌 것처럼 보이게 한다. " (6장 문화 140~141)


"각 사례는 모두 있었던 일에 비해서 그에 대한 반응이 너무 과도해 보인다. 여성의 얼굴이 들어간 지폐 한 장쯤이나 여성이 주연을 맡는 주류 영화 하나쯤 세상에 있어도 되지 않겠냐는 생각에 왜 그토록 많은 사람이 위협을 느꼈을까? 이토록 강렬한 분노는 문화가 남성의 전유물이라거나 그래야만 한다는 확신을 보여주며, 오늘날 성 정치의 중심이 문화적 문제에 놓여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매니니스트meninist'라 불리는 대안 우파의 유명 반페미니스트 논객들은 문화 정치에 에너지를 가장 많이 쏟아붓는다. 그들은 문화가 변하려면 정치가 변해야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로 정치 변동에는 문화 변동이 필수 조건이라고 믿는다. 페미니스트와 반페미니스트는 문화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이라는 테제를 잘 알고 있다. 관념, 이미지, 이야기, 이론은 불평등을 지속하는 데도, 이에 도전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회근, 대안 우파는 이제 서구 민주국의 남성에게 남은 것은 문화적 특혜밖에 없다는 느낌을 이용해왔다. 이들을 비웃기는 쉽다("여성 전투기 조종사/프로 축구 선수/ 총리는 허락해도, 여성 고스트버스터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안 돼!"). 하지만 이들의 분노는 실재하며, 심각한 결과를 낳을지도 모른다. 페미니스트에게 이곳은 새로울 것 없는 전장이다. 하지만 문화의 현재적·미래적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6장 문화 146~147)


"또 다른 대답도 있다. 현대 젠더 정체성 정치는 무엇이 '여성'이라는 범주를 정의하는지에 관한 근본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키는데, 페미니스트들은 여기서도 의견이 나뉜다. 거의 모든 페미니스트가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는 데 동의한다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래서 어떻게 여성이 되는가? 누구나 여성이 될 수 있는, 아니면 특정 종류의 개인사를 거쳐야 하는가(소속된 문화에서 태어난 순간부터 당신을 남아와 정반대 방식으로 여아로 대우해주는 등)? 여성이 되는 것은 특정 신체를 지녀야 한다는 조건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가? 육체는 사회적 맥락 속에 존재하기에 체현 경험은 사회의 영향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여성 억압을 끝내려는 페미니스트의 활동이 고려해야 할 물리적 육체의 현실이 존재하는가?

......

페미니즘의 '물결' 모델은 각 세대의 코호트 내에 존재하는 정치적 차이를 납작하게 만들어 축소해버린다는 것이다. 페미니즘이 무엇이고 페미니즘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관한 의견이 다르면 젠더의 본질과 의미에 관한 관점도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들은 현재에도, 과거에도 그랬듯, 페미니즘의 미래에도 함께할 것이다.

현대 페미니즘 속 젠더 정체성의 중요성은 문화 전반에서 정체성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보여준다. 또, 이는 오늘날 페미니즘의 현황에 대한 비판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실비아 월비는 21세기에 페미니즘은 정치적 활동이라기보다 점차 일련의 개인적 정체성으로 개념화되고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자가 페미니즘을 하는가?"라고 묻지 않고 "그자는 페미니스트인가?"라고 묻는다. 월비는 이처럼 자기 정의에 방점을 두는 것은 교차성과 포용이라는 목표를 거스를 수도 있다고 말한다. 노동조합의 예처럼 실제로는 여성 억압에 저항하고 여성 진보에 힘쓰는 등 페미니즘을 행하지만, 그 구성원이나 조직이 페미니즘이라는 용어를 중심으로 자신을 정의하지 않으면 이를 '페미니스트' 활동으로 인정하지 않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정확하게는 이런 활동들이 젠더와 인종, 계급의 교차성에 중심을 두고 있기에 이들을 페미니스트 활동으로 보지 않고 승인하지 않는 것은 노동계급과 흑인, 소수민족 페미니스트를 주변화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 (7장 경계와 미래 154~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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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08 1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가부장적 전재와 기준은 워낙 막강한데다 자본주의 이익과도 잘 맞아떨어져 고착화되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거기 거스를만한 주장들은 너무 쉽게 공격당하고 한계지어지고 모난돌이되는...이 책 저도 좋았어요! ^^*

난티나무 2022-10-09 05:29   좋아요 1 | URL
제가 지금 읽고 있는 책에서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돈‘의 발명이 변화를 가져왔다, 그 시점부터 남자가 돈의 기능을 이용해 남성세계를 구축하고 여자의 모든 것은 사라졌다,고요. 지금 자본주의 행태를 보면 정말 일리있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책은 좀더 읽어보고 나중에 소개해 볼게요. 재미있어요.^^)

공쟝쟝 2022-10-09 23: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장 사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저는 주변 관계부터 시작해서 일상에서 생겨나는 소소한 질문들을 도외시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페미니즘은 나의 질문들이 사소하지 않다는 것을 가장 많이 알려주고, 여전히 질문하는 나 자신을 유별나다고 생각했던 그런 나 자신을 좀 괜찮은, 멋진 사람인 것처럼 여기게 해주었다지요.
그런 의미에서 난티나무님은 참 페미니즘 잘한다~! ㅋㅋㅋ
저도 이 책을 읽어봐야 하겠어요. ㅋㅋ 일단 사야하겠고요?ㅋㅋㅋ

난티나무 2022-10-10 00:16   좋아요 2 | URL
우리는 멋진 사람들!!!! ㅋㅋㅋㅋㅋ
이라고 말해놓고 쭈구리모드로 돌아가는 거, 저만 그런가요?^^;;;;;; 안 해야지 안 해야지 하면서도 자뻑상태 유지하기가 힘들....ㅋㅋ 사실 그게 자뻑이 아니라 ‘사실‘일 수 있는데 말이죠. 하핫.
저도 좀전에 책 또 사고 왔답니다? ㅋㅋㅋㅋ

2022-10-10 00: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2-10-10 00:22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소심하게 들키면 안되는 것 처럼 두리번 거리며....)
......... 저도요.. 쭈그리 왕 쭈그리.......... ㅜㅜ 맨날 걱정하고 불안하고 안절부절하고........ 하지만 과거의 나보다는 지금의 나가 좀 덜 쭈구리라 이 방식 쭉 밀고 나갑니다... ㅋㅋㅋ

2022-10-10 0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아는 없다.(정말?)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 인간이다. 자아성찰, 자아실현, 다 헛소리. 우리는 자본주의의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보잘것 없는 존재들이다. 존재하고 있는 것은 맞는가. 내가 여기 이렇게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은 환상이 아닌가. 거기 앉아 나를 보고 있는 너는 실재인가. 자존감, 자존심, 자기정체성 등을 정립하고 지키라고 하는 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째서 인간의 뇌는 이렇게 진화했단 말인가. 하필이면. 오늘도 두서없이 시작하는 뻘글. 


"쓰시마 유코는 "내가 나에 대해 단언할수록 나는 거짓말이 되었다"고 했고, 엘렌 식수는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이면서도 일부는 나에게서 빠져나간다"고 했다. 비슷한 문장 중 주디스 버틀러의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 안에는 내가 아닌 무언가가 이미 들어와 있다"라는 그의 글을 반복해 읽으면 이미 '나' 안에 들어와 있는 무언가로 공포영화를 여러 편 찍을 수 있다. 어쨌든 나는 거짓말이고, 어쩌다 남은 것들이고,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의 이웃이므로 나는 나에 대해 말할 수 없음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김지승 <짐승일기> 12




주말에 프랑스 남부에 있었다. 볼일이 있었고 내 볼일은 아니지만 겸사겸사 갔고 바다가 가까웠지만 바다에는 가지 않았다. 그깟 바다, 안 봐도 상관없다, 이런 마음. 풍경 그게 다 무슨 소용, 이런 마음. 유난히 고속도로 위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고 그래서 피곤했다. 결혼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고) 이탈리아 여행을 온 동생이 급 벙개를 외쳤다. 남부에 있다고? 그럼 놀러 와! 못 올 이유 없지? 그럼 고고! 귀가 종잇장보다 얇은 나는 혹하고 말았다. 장장 5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야 동생이 있는 곳에 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700킬로미터 가까이 되었다. 거리가 문제야?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차를 오래 타는 일은 이젠 정말 피곤하고 힘들지만, 고만고만한 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흔히 일어나지 않으니까. 동생을 보고 싶어서? 놉. 동생의 남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럼 나는 왜 혹했던 걸까? 습관에서 벗어나기. 그걸 해보고 싶었다.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 나도 너도 대체로 그렇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무엇,을 해보고 싶었다. 난 그런 성격 아니야, 계획을 해야 안심이 돼,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게 습관이라는 거 알지도 모르지. 하루를 달려 드넓은 호수만 보고 다시 하루를 달리더라도, 얻은 것 없이 잃는 게 많아도,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럴 만하지 않냐고 나를 설득시켰다. 동생이라는 좋은 핑계가 거기 있었다. 2주 뒤에 만날 예정이라는 사실은 제쳐두고.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집에 있다. 그 즉흥성을 따랐다면 가르다 호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겠지. 습관은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끝까지 우겼다면 아마 옆지기는 따라나섰을 것이다. 그래서 후회하냐고? 아니. 나는 어차피 못 갈 것을 알고 있었다. 가고 싶지만 안 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혹은 내 습관의 패턴은 빤하다?) 충동은 자주 쉽게 포기로 이어진다. 포기가 잘 안 될 때 괴로워진다. 나는 뭘까? 나는 인간일까? '(나는 인간인데) 너는 뭐냐?'라는 물음 때문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고 정희진샘이 말했다는데(쟝쟝님 글에서 읽음), 그 말을 보고 나니 이젠 스스로 나는 뭐, 누구, 이런 질문 안 하고 싶어졌는데.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니까. 표현할 수 있는 성질조차 변화무쌍하니까.


풍경 까짓 거, 라고 생각은 했으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점심을 먹으러 간 한 마을은 눈이 부시도록 예뻤고 까짓,은 느무좋아,로 바뀌었다. 이탈리아를 포기하는 대신 예정에 없던 식사를 하느라 두어 시간을 지체했다. 내 결정이었다. 선택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결정이나 선택이나 결국 내가 하는 것처럼 보이겠으나, 이 또한 내 습관성 행동이겠다. 아쉬움의 표현. '선택하지 않는' 선택.(에바 일루즈 읽는 척 하는 중) 그 와중, 때로는 까짓 풍경이 마음을 달래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렇게 스쳐지나가지만 넉넉한 시간을 갖고 여행으로 오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이 또한 실현이 어려운 소망일 테지. 넉넉한 시간이란 곧 돈을 의미하니까. 사람들은 나중에, 언젠가는,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그것을 붙잡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체 없는 희망은 늘, 천천히, 늦게 오고 어쩌면 흔히, 올 생각도 하지 않음을, 우리는 애써 지우려고 하지는 않나? 나는 이제야 조금씩 '충동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


타인이 없으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타인 보기, 타인들의 조각 모습, 이것이 미치는 영향,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나라는 모습. 책 목차의 소제목이 눈길을 붙든다. "내가 나의 타인이다." 어쩐지 사람들이 그렇게 MBTI 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우리는 아니,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엉망으로 쪼개진 파편으로 살아가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정주하지 못하고 일관되지 않으며 규칙에 반하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할 때마다 달라지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잘 잊히기 위한 고군분투의 기록일 뿐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매일 마지막 낮잠에서 깨고 마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등 뒤로 줄 서 있는 슬픔들이 있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이름 없이 단 하나 남은 부족민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용서하지 않을 거고 용서받지 않을 텐데 우리는 아니, 나는 즉흥적이고 정직하게 울고 싶은데 우리는 아니, "

김지승 <짐승일기>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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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05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현하신 그 내면의 느낌 어떤건지 알아요. 물론 저는 이미 떠났고 동생과 만나서 어쩌고저쩌고 했다는 글까지 올렸겠죠. 🥲🥲🥲 코딱지 만한 충동에도 흔들거리는 저보다 님의 성격이 더 부러워요. ㅎㅎㅎ

난티나무 2022-10-05 14:29   좋아요 0 | URL
하핫 라로님^^ 이미 떠났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별것 아닌 일인데 그냥 하지 않음, 포기가 일상의 습관이 된 건 아닌가, 생각하는 계기였어요.^^;;;

2022-10-05 09: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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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14: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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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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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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