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다 읽었다! 읽었어요 누르면서 별을 줄까말까 4개? 3개? 이거 막 망설임.ㅠㅠ 

번역이 너무해, 심정으로 넷에서 하나를 더 깎아본다. 어려운 부분은 대충 읽기 기술을 발휘했던지라 내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 게 맞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지경이지만 말이다. 설령 통째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그 중 어느 한 문장이 마음에 와 닿거나 기억할 만한 것이면 그걸로 된 거 아니겠어. 그래도 플래그 엄청 붙인 걸 보면 꽝은 아니었던 걸로. 

제목이 [여자들의 무질서]인데 1장 너무 짧았던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내가 [가부장적 복지국가]에서 주장하듯이, 복지국가의 경우에 아이러니는 여자들이 복지에 기여하라고 요구받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복지는 여자들이 가정에서 아이, 노인, 병약자에게, 그리고 남편에게 제공하는 사적인 무급의 '복지'다. 더 일반적으로 말해, 국가가 여자들에게 한 요구들은 고유한 사적 책무를 갖는다고 간주되며 따라서 시민으로서의 지위가 애매하고 모순적인 자들에게 적합합 형식을 항상 취해왔다. 여자들의 '기여'는 그들 시민권의 일부로 혹은 시민권과 유관한 것으로 간주되지 않고, 그들의 성에 고유한 사적 책무의 필수적 부분으로 간주된다. 여자들에게 부과된 요구들과 여자들의 공적 지위를 둘러싼 역설들이 갖는 복잡한 문제가 정치 이론의 중심에 있는 문제 - 시민들이 국가에, 만약 있다면, 어떤 정치적 의무를 빚지고 있는가라는 쟁점 - 에 상당히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정치 이론가들은 이런 사정에 대해 숙고하지 않았다. " (서론, p.25) 


오늘 아침에도 옆지기와 잠깐, 무슨 이야기 끝에 '집안일'이 화두가 되었다. 어김없이 따라나오는 말, "난 일을 하잖아." 비난할 생각은 없다. 단지 집에서 하는 온갖 일들이 집에 있는 사람(만)의 몫이라는 생각, 밖에서 일하는 사람이 더 힘들다는 생각, 그리고 그걸로 끝인 생각,들에 불만이다. 머릿속에서는 책의 8장 가부장적 복지국가에 나오는 임금, 여자는 배제된 관습, 결혼한 여자들의 노후생활이며 기타등등 기타등등 한번에 정리되지 않는 복잡한 내용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질문들도 솟아올랐다. 그러나 여전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 여자와 남자 '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 국가의 힘과도 연결되는 얽히고 설킨 복잡한 일, 여자의 삶. 


며칠 전 읽은 소설 <나를 찾아줘>의 한 대목을 가져온다. 이 짧은 대화에서 여자들이 도맡는 간병과 그 의미를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다. 여자들은 '복지에 기여'한다. 


"나는 정말이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상황이 좋지 않은 가장 큰 이유는 나를 뿌리째 뽑아 자신의 아픈 부모 옆에 데려다놓은 내 남편이, 나와 그의 아픈 부모 모두에게 완전히 무관심해진 것 같기 때문이다. 닉은 자신의 아버지를 완전히 지워버렸다. 그는 아버지의 이름조차 입에 올리기 싫어한다. 나는 닉이 컴포트 힐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아버지의 부고이기를 바란다는 것을 안다. 그는 딱 한 번 어머니의 화학요법을 지켜보더니 더는 못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병원도, 아픈 사람도 싫다고, 천천히 흐르는 시간과 지독하게 천천히 떨어지는 링거가 싫다고 말했다. 그냥 자기는 못하겠다고 했다. 내가 그에게 다시 해보라고 말을 꺼내려 했을 때,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 하고 그를 일으켜 세우려고 했을 때, 그는 나더러 그 일을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했다. 지금까지 쭉 하고 있다. 시어머니는 물론 닉의 잘못을 떠안으려고 한다. (중략) "닉을 너무 몰아세우지 마라. 이런 일을 하기 싫어하는 것에 대해 말이다. 난 언제나 그 앨 애지중지했고 아기처럼 대했어. 어떻게 그러지 않을 수가 있겠니? 그 얼굴을 보고서 말이다. 그래서 그 앤 힘든 일을 잘 못해. 하지만 난 정말 괜찮단다, 에이미." 

"괜찮지 않으실 것 같아요." 내가 말했다.

"닉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증명할 필요가 없어." 모가 내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 "이미 알고 있거든." " 


남자, 여자, 그리고 여자. 도망치는 남자도 싫지만 아들과 며느리를 달리 대하는 시어머니도 싫다. 나를 돌보지 않아도 걘 나를 사랑할 거야,는 대상이 며느리가 되면 사랑이고 나발이고 그건 너의 의무,로 바뀌는 세상. 너는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해. 아 정말이지... 




"'가부장제'가 너무나도 빈번히 문자 그대로 해석되는 반면, '형제애'는 종종 그 문자 그대로의 의미가 오늘날 관련성이 없는 것처럼, '자유, 평등, 형제애'라는 혁명적 구호에서 그 용어들이 형제애적 유대로 이어진 남자들에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의문의 여지없이 적용되는 것처럼 여겨진다." (2장, p.73) 



흔히 '자유, 평등, 박애'라고 번역되는 프랑스의 3대 표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그것은 혁명으로 나온 것이고 박애라고 번역할 일도 아니다. 프랑스 오고 얼마 되지 않아 저 세 단어에 코웃음을 쳤다. 셋 다 없는 거 같았거든. fraternité를 나도 단순히 박애 정도로만 알고 있었거든. 형제애라니. 그거 하나는 잘 맞는 거 같다. 연대라고 표현해도 거기 여자들은 없는 것이었다. 남자들 간의 연대. 뭉쳐서 나가서 싸워서 이기자. 프랑스 국가의 가사도 그러하다. 처음 가사의 뜻을 알았을 때 어리둥절. 이런 기억들과 겹쳐져 유난히 눈에 들어온 세 단어. 

2장에서 밑줄 친 문장들 중 몇 개를 옮긴다. 


"출산하는 능력은 실제적으로나 은유적으로나 가부장적 이론에 중심적이다." (p.81) 


"남자들에 대한 여자들의 종속이 '자연 안의 토대'를 갖는다는 가부장적 주장은 남자들의 이성이 여자들의 신체를 통치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시민사회를 가족의 영역으로부터 분리하는 것은 남자들의 이성과 여자들의 신체를 분리하는 것이기도 하다." (p.82~83) 


"모든 남성 클럽과 연합들 중 형제애가 그것의 가장 완전한 표현을 발견하는 곳은 군대와 전장에서이다." (p.89) 


"불로소득에 대한 현대의 집착은 우연이 아니다." (p.90)


"시민사회의 가부장적 개념을 '재발견'하는 것은 남자들의 가부장적 권리에 도전하는 데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을 것이다. 여자들을 완전한 시민으로 포함하는 진정으로 민주주의적인 사회를 창조하기 위해 정치체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p.96) 


언젠가 옆지기에게 사회는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당연히 존재하지. 그럼 국가는? 국가도 존재하지. 3장 정치적 의무의 정당화를 읽으면서 또 질문거리가 늘었다. 실체가 없는 존재는 사람들과의 약속이다. 그 약속은 누가 했는가. 국가가 국가이기 위해 사회가 사회이기 위해 내가 한 일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정말 민주적인가. 정치에 대해 논하기를 그리 즐겨하는 사람들이 정작 정치를 위해 한 일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공리주의적 논변들은 그것들이 자주 제시되곤 하는 방식에도 불구하고 복종에 대한 논변이지 의무에 대한 논변이 아니다. 그러나 이론가들은 '의무' 대신 오직 '복종'이라는 측면에서만 논변할 리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유민주주의 국가로부터 이 이데올로기적 장막의 대부분을 제거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중심적인 자유주의적 관념들이 진지하게 다뤄진다면 자유민주주의 국가 너머로 이끌로 갈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p. 118) 




4장은 여자와 동의. 


"예를 들어, 법원은 통상 저녁을 먹자고 여자를 데리고 나간 남자에게 여자가 본의 아니게 복종하는 사건들을 재판하지는 않는데, 왜냐하면 그녀가 저녁을 먹은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고용을 유지하기 위해 고용주나 직공장에게 복종하는 사건도 마찬가지다." (p.137) 


"대부분의 강간은 어리석거나 부주의한 남자가 여자의 동의에 대해 잘못된 추론을 했기 때문에 발생하는 게 아니라 의도적인 공격의 결과로 발생한다." (p.141) 


"여자들과 동의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어떤 근본적인 변화들이 요구된다. 강간법의 필요한 개혁을 훨씬 넘어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이론과 실천 심장부에 다다르는 변화들이. 여자들의 동의는, 그리고 강간의 사례는 - 남자들과 여자들의 - 동의 문제의 한 가지 차원에 불과한데, 이 동의 문제 그 자체는 자유로운 확약의 이상 내지는 주의주의가 자유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에서 진지하게 취해질 수 있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문제의 일부다. " (p.143) 


강간 이야기는 언제 뭘 읽어도 화가 솟구친다. 

말하지 않을 뿐이지, 결혼한 부부 사이에서 '동의'의 문제는 훨씬 복잡하다는 생각이 든다. '몸'의 문제도 아주 크지만, 시시때때로 부딪히며 의견차가 생긴다. 너무 사소해서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응 네 의견은 사소한 거야, 그거 틀린 거야, 내가 아는 게 맞아, 넌 생각하는 게 이상하구나, 바보 아님? 이런 류의 말이나 눈빛은 상대를 움츠러들게 만들고 말하지 못하게 만들고 눈치보게 만들고 복종하게 만든다. 감정 폭력이다. 동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드는 것. 내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것. 이 장의 마지막 문장에서처럼 "우리에게는 도움이 될 언어가 없다." 그렇다면 동의라는 단어 자체를 의심해야 하지 않을까. 동의가 가지는 숨은 의미, 그것이 "언제나 어떤 것에게 주어져야만" 하는 것으로 쓰이는 거라면 말이다. 



 

"정치적 영역은, 언제나 시민들의 손에 닿지 않는 채로, 물화된 존재자로 남아 있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형식적으로 시민권은 정치적 지위이고 시민들은 정치적 행위자로서 투표하기에 그 두 영역이 이론적으로는 민주주의 선거권이 행사되는 동안 한데 묶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이런 일이 결코 발생하지 않으며 발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p.172) 


"시민권은 사적인 삶을 자연 거주지로 삼는 개인들을 일시적으로 덮는 '정치적 사자모피'다." (p.172) 


"도덕적[사회적] 문제에서 가능성의 한계는 생각보다 좁지가 않다. 그것을 축소시키는 것은 우리의 유약함과 악습과 편견이다." (p.188) 


5장 승화와 물화. 맞는 말씀. 




"자유주의는 개인주의적, 평등주의적, 관습주의적 교설이다 : 부권주의는 위계적 예속 관계가 남자들과 여자들의 자연적 특성들로부터 필연적으로 결과한다고 주장한다." (p.193) 


"자연과 문화 혹은 여성 개인과 남성 개인의 보편적 이분법 안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 " (p205) 


"여자들이 이 '사적인' 일과 동일시되어 있는 한, 그들의 공적인 지위는 언제나 약화될 것이다. 이 결론은 통상 주장되는 것처럼 남자들이 아닌 여자들이 자녀를 낳는다는 자연적인 생물학적 사실을 부인하는 것이 아니다 ; 이 결론은 여자들이 자녀를 낳는다는 자연적 사실로부터 오직 여자만이 자녀를 양육할 수 있음이 뒤따른다는 가부장적 주장을 부인하는 것이다. " (p.220) 


6장 공과 사의 이분법에 대한 여성주의적 비판들. 

이분법. 이분법. 예전에는 몰랐는데 요즘은 짧은 대화들에서도 이분법적 생각들을 본다. 특히 늘 옆에 있는 사람이 그런 식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면 대화가 힘들어진다. 글자 그대로 '띠~옹~' 혹은 '헐~' 하는 상태가 되는 일이 잦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공평정대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다. 나도 그런 경향이 있을 것이다. 때로는 흑도 아니고 백도 아닌 내 생각이 또다른 이분법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때로는 흑백을 벗어나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걸 갖다붙이는 건 아닌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는 너무 나를 의심했고 검열했고 혼란스러워했다. 만약 다시 생각해 본 후에도 그것이 잘못 말한 거라고 느껴지면 그때 내 잘못을 인정하기로 한다. "이분법 안에서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발견되지 않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일상생활에서 느껴진다. 



7장 [시민 문화] 에서는 내내 헛웃음을 지었다. SES, 사회경제적 지위, 의 약자인 저 세 알파벳. 단어가 나올 때마다 쭉쭉 뻗은 머리카락이 생각나 웃을 수 밖에.ㅠㅠ (나만 그런 거 아니죠?) 

"비참여증후군"과 "시민 문화는 인민의 참여가 아니라 인민의 비참여에 의존한다." 만 기억해보는 7장. 


"'보호' - 종속을 지칭하는 공손한 방식" (8장, p. 287) 


"민주주의적 이상들과 정치는 부엌과 아기 방과 침실에서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 (9장, p.345)


"과거로부터 배울 교훈은 이렇다. 동시에 여성주의적이지 않은 '민주주의' 이론과 실천은 근본적 지배 형태를 유지하는 데 복무하며, 따라서 민주주의가 구현한다고 여겨지는 이상들과 가치들을 조롱한다." (9장, p.346)



그러니 정신차려! 정치/사회학자들아!! 더불어 여성주의자들아! 그리고 어려운 책 읽느라 고생하는 독자들아! 문제를 제대로 보라구! 네 저는 이렇게 읽었습니다. 

막판에 임시저장 안 하고 글올리기 눌렀다가 잠시 끊긴 인터넷 때문에 날아간 밑부분!! 다시 쓰느라 힘들었어요. 마지막 넉 줄 정도 정확히 기억 안 나요. 읽긴 다 읽었는데 어쩌구저쩌구 멋진 말 주절주절, 그래서 나는 암울하다 뭐 이런 식이었는데...ㅎㅎㅎ 암튼 되게 멋있는 마무리라고 생각한 그 석 줄 다 날아감. 흑흑. 중간에 또 덧붙인 거 날아갔을지도 모름. 어차피 날아가고 없으니 멋있었다고 뻥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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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딩 2021-02-28 0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매번 저 표지를 볼 때 마다
어떻게 된건지 궁금하네요 ㅎㅎㅎ

난티나무 2021-02-28 00:44   좋아요 3 | URL
저도요.ㅎㅎㅎㅎ

수이 2021-02-28 09: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 고생하셨습니다 난티나무님! 저도 페이퍼 써야하는데;;;; 뭐라고 정리를 해야할지......

난티나무 2021-02-28 17:06   좋아요 1 | URL
좀 난감하죠? ㅎㅎㅎㅎ
쓰면서도 어쩔... 했어요..^^;;;;

비연 2021-02-28 0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페이퍼 잘 읽었어요, 난티나무님~^^ 전 중간에 몇 번 쓴 걸로 퉁치려고 하는 (먼산.;;)

청아 2021-02-28 09:33   좋아요 2 | URL
이렇게 어려운 책은 그래도 될것 같아요! 비연님과 다락방님 그래도 될만큼 써주신 몇번의 글들이 다 좋았어요♡

난티나무 2021-02-28 17:07   좋아요 1 | URL
그럼요 그럼요!! 되죠!! 막 이래...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2-28 09: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리 생각해도 자연스럽지 않은 포즈예요ㅋㅋ요가도 아니고ㅋ 그 대단하다는 프랑스혁명때 여성들이 당했다는 수모를 생각하면 역사의 기록은 역시 절반의,승자들의 기록이구나 싶어요ㅠ

난티나무 2021-02-28 17:11   좋아요 1 | URL
사진 또 봐야 겠어요.ㅎㅎㅎ
으으 정말 알면 알수록 괴로운 것들이 느무 많아요..ㅠㅠ

다락방 2021-02-28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읽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이번책 저도 힘들게 겨우 읽었지만 난티나무님 말씀처럼 플래그 덕지덕지 붙인 거 보면 좋은책인건 맞다고 봅니다. 난티나무님의 페이퍼 읽으니 더 좋네요.
그나저나 제가 이 페이퍼 씐나서 읽다가 지하철 내릴 역을 지나칠 뻔 했어요!! 어휴 후다닥 뛰어 내렸네요.
3월 도서는 좀 쉽게 읽히길 바라봅니다.

난티나무 2021-02-28 17:15   좋아요 1 | URL
아아 3월 책은 들춰보지도 않았지만 일단 두께의 압박이 ㅎㅎㅎ
좋은 책임은 분명한데 되게 아쉬워요. 비단 번역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
무사히 내리셔서 다행입니다!! ㅎㅎ

단발머리 2021-02-28 12:0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번주에 간신히 읽기를 마쳤는데, 아쉬운 점이 있기는 하지만, 마치고 나니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난티나무님 감상 잘 읽었습니다. 날아간 아쉬운 세줄.... 멋있는 문장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난티나무 2021-02-28 17:16   좋아요 1 | URL
동감입니다, 단발머리님! 또 알게 되는 것이 있었어요. 근데 생각은 더 복잡해지는 것 같기도....
이제 정말 하나도 생각 안 나는 석 줄 ㅎㅎㅎㅎㅎㅎㅎ

라로 2021-03-01 0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제 기를 죽이세요? 이렇게 잘 읽으셨으면서!!🙄

난티나무 2021-03-01 05:09   좋아요 0 | URL
옝? 기죽인 적은 없지 말입니다.ㅎㅎㅎㅎㅎㅎㅎㅎ 😅
 

2월의 책은 <여자들의 무질서>. 

조금만 집중이 흐트러지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고 마는 신비로운(?) 책이라서 요며칠 머릿속이 복잡해 펼치지 못했다. 번역, 어려운 일이라는 건 잘 알겠다. 그래도 이건 좀. 논문은 원래 어려운 말을 많이 써야 하는 건가. 사실 이렇게 어렵게 쓰지 않아도 되는 거 아닌가.


한국어로 된 책을 읽으면서 외국어 책을 읽는 것 같은 경험은 새롭다. 아니, 외국어책을 읽을 때 자주 느끼니 그 기분은 아주 익숙하지만 ㅠㅠ 한국어인데! 이런 경험은 자책과 자괴감을 불러일으킨다. 나는 바보구나. 외국어 책이라면 난 요만한 바보구나, 한국어 책이라면 좀더 나아가 나는 모국어도 이해 못하는 바보구나. 이렇게 생각하는 순간 나는 진짜로 바보가 되는 것 같으므로 얼른 나의 덜 바보같은, 좀은 똑똑한 점을 찾아 머릿속을 뒤진다. 쉽게 나오진 않겠지만 말이다. 

문득 바보,라는 단어가 걸려 뜻을 검색한다. 역시. 찜찜한 느낌이 맞았다. 비하. 순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이젠 쓰지 말아야지. 나더러 바보라고 하지 않을 핑계가 생겼다. 그럼 이제 똥멍충이,라고 해야 하나. 신이 났다가 풀이 죽는다. 


오늘은 25일이고 이미 오후이고 2월은 28일로 끝이다.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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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26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

난티나무 2021-02-26 18:13   좋아요 0 | URL
비연님 흑흑 ㅎㅎㅎ 그래도 웃어요!!!

psyche 2021-02-26 0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안 읽어본 책이지만 다른 분들의 페이퍼도 보니 번역이 이상한 걸로...
근데 저도 해외에 사는 기간이 길어질 수록 한글 영어 둘 다에서 찐따인듯한 느낌을 종종 받아요. ㅜㅜ

라로 2021-02-26 06:44   좋아요 1 | URL
여기 한 명 더 추가요!! ㅠㅠ

난티나무 2021-02-26 18:14   좋아요 0 | URL
오 맞아요!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ㅠㅠ 이도저도 아닌 삶인 것 같은... 흑흑

수이 2021-02-26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제가 쓴 페이퍼인줄 ㅋㅋㅋ 완독 축하 🥳 인줄 알았는데 앗 완독은 아직 아니네요. 그래도 완독을 향하여 아자!!

난티나무 2021-02-26 18:16   좋아요 0 | URL
수연님 다 읽으셔서 후련하시겠어요. 전 아직 한 챕터 남았습니다. 오늘 끝내야죠. 아자!!!

cyrus 2021-02-26 1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자들의 무질서>에 대한 다른 분들의 리뷰를 봤는데, 책이 문제인 것 같은데요. 난티나무님, 바보라고 자책하지 않아도 됩니다. ^^

난티나무 2021-02-26 18:18   좋아요 0 | URL
cyrus님 감사합니다! 좀 멍충이는 그래도 맞는 거 같아요. 어쩔... ㅎㅎㅎㅎㅎ 모르는 거 늠 많고요. 그래도 자책은 조금만 하고 말아야죠. 그 시간에 한번 더 읽기! 하겠습니다!
 

줄기차게... 끊임없이... 찔끔찔금... 적립금 모아 산다. 이번엔 우주점 중고 공략. 

(책 샀다고, 혹은 책 사고 싶다고 페이퍼 쓰는 일이 세상 즐겁네. 이런. 이제 안 사야지 해놓고 2월에만 벌써 몇번째야.)

















조해진, <단순한 진심> 

작년부터 사고 싶었던 책, 보관함에 정말 오래 있었다. 되도록 전자책을 사자, 다짐했으나 다짐은 다짐일 뿐. 

















정이현, <상냥한 폭력의 시대> 

몇년 전까지 정이현 소설 좋아했는데, 지금은 모르겠다. 다시 읽어봐야 알겠다. 집에도 몇 권 있다. 지금 산다고 바로 읽을 수 있는 거 아니니까 미리 사둔다. 몇개월 뒤를 위하여. 













이윤석, <Simplicity> 

색소폰 연주 씨디. 옆지기 요청으로 이거 중고로 사면서 위 소설 두 권 함께 구입. 
















레이첼 브라이언, <동의 : 너와 나 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조카에게 선물할 책. 

















보선, <나의 비거니즘 만화> 

역시 조카들에게 읽히려고 선물. 

전자책으로 빌려보았는데 설명이 조목조목 잘 되어 있고 만화라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 
















이디스 워튼, <제인의 임무> 

샬럿 퍼킨스 길먼, <내가 깨어났을 때> 

전자책으로 살까 말까 며칠 망설이다가 한 중고서점에 함께 있길래 구입. 여름을 위해 저장해두는 소설들. 책이 갖고 싶게 생겼어.^^;;; (다 핑계라구. 여름에도 전자도서관은 있을 거고, 갖고 싶은 마음은 욕구일 뿐이야!)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자들> 

역시 오래 보관함에 있었다. 중고인데 비싸...
















김선우, <40세에 은퇴하다> 

40세 지난지 한참 되었지만. 왠지 옆지기에게 건네주고 싶은 책이라 전자책 말고 종이책 구입. 




그리고 한두 권씩 사는 프랑스어 책.















아고타 크리스토프, <L'Analphabète> 

<아무튼>과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상) 을 갖고 있는데 프랑스어로 글을 썼다는 걸 몰랐다. '쉽게' 쓰였다고 해서 얼마나 쉬운지 사본다. 책은 엄청 얇은데 가격은 비싸구나. 번역본 없는 듯. 


















마르그리트 뒤라스, <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어디서 봤는지 고새 잊어버렸지만 어디선가 본 이 소설의 문장들이 훅 마음에 들어왔다. 한글번역판 책 이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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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21-02-26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뒤라스의 책을 원서로... 부러울 뿐임다~

난티나무 2021-02-26 18:09   좋아요 0 | URL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지만 원서를 사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입니다.^^;;;;;;; 아무튼 사니 기분은 좋아요!!!! ㅎㅎㅎㅎㅎㅎㅎㅎ

라로 2021-02-26 0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또,,,, 사셨어,,,,,요??ㅠㅠ (난티님 서재에 와서 왜 계속 우는지?ㅎㅎㅎㅎㅎ)

난티나무 2021-02-26 18:12   좋아요 0 | URL
라로님 ㅎㅎㅎㅎ 사세요! 할랬더니 저 위에 벌써 사셨다는 페이퍼가 ㅎㅎㅎㅎㅎㅎ 잘 하셨어요!!!! 아자!!!
 
[전자책] 나의 미친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나비클럽 소설선
민지형 지음 / 나비클럽 / 2019년 5월
평점 :
판매중지


페미니스트,로 검색하면 전자도서관 목록에 뜨는 소설이라 대출예정목록에 올려두었었는데 이웃님의 하이퍼리얼리즘,이라는 평을 보고 궁금해져 빌려서 후루룩 읽었다. 제목을 볼 때마다 내용이 궁금했다. 


남자의 입장에서 보는 페미니스트. 제목이 정확히 그 남자의 시각을 반영한다고 본다. 그 남자는 일반적인 한국 남성이다. 유럽의 남성이라 해도 별다르지 않다. 30세건 50세건 별다르지 않다. 하는 말도 똑같다. 20대라고 다를소냐. 10대도 다르지 않던데. 구시대적 남성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정말 쩜쩜쩜이다. 

소설은 현실을 반영한다. 나는 이 소설이 남자의 모습을 축소했다고 본다. 82년생 김지영,의 남편처럼, '보통'의 남자와는 다르게 살짝 미화된 느낌? 어떻게든 나쁘지 않게 만들려고 애쓴 느낌. 계속 문장을 썼다 지운다. 여기까지. 


연애하는 사이 뿐만 아니라 결혼해 살고 있는 부부들에게도 얼마든지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연애하는 사이면 헤어지기나 하지, 결혼한 사이면 그것도 쉽지 않다. 매일 옆에 붙어있는 사람과 대화가 안 되는 상황을 십년 이십년 겪어보았는가? 뒤늦게 깨우친 사실(혹은 진실)들에 얻어맞은 뒤통수가 너무 아파서 삶이 허무해진 적은? 

소설 속 그런 남자, 나도 너무 잘 알지. 나는 연애 아니고 심지어 함께 산다네. 함께 산지 20년이 넘었다네. 어쩜, 소설 속 남자의 말들 내가 들은 말과 다 똑같네?  

나와 옆지기의 최근 1년에 비추어 소설의 제목을 바꾼다면 <나의 미쳐가는 페미니스트 아내> 정도가 되겠다. 옆지기가 읽고 무슨 말을 할까 궁금하다. 읽는다면 말이다. 


별을 다섯 줄 생각은 없었는데... 다섯 찍는다. 이런 소설 많이 나오기를 바라며. 여러 형태로 나왔으면 좋겠다. 직설적이어도 좋고 우회해도 좋다. 마구 쏟아지면 좋겠다. 3~40대부터 7~80, 90대에 이르기까지 부부의 페미니즘 이야기도 듣고 싶다. 혼자 살면서 연애하는 페미니스트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다. 70세 여자가 뒤늦게 페미니즘을 접하게 되었다면? 반대로 부부 중 남자가 먼저 페미니즘을 '깨우쳤'다면?(오! 이런 경우 생기면 얼마나 좋을까! 놀라워라~) 변해가는 여자의 모습도 반가울 것 같고 변해가는 남자의 모습은 더욱더 반갑겠다. 







" "사람들이 말하는 메갈은, 듣기 싫은 소리 하는 여자들이지. 그냥 그동안 살았던 것처럼 사는 게 편한데, 자꾸 이러쿵저러쿵 이건 불편하다느니 잘못됐다느니 큰 소리로 따지고 설치고 나대는 여자들."
...
"그리고 한남은, 여자들이 맞고 강간당하고 죽는 동안에도 내 기분이 나쁘니까 그런 얘기 하지 마라, 남자를 싸잡아 일반화시키지 마라, 여자들은 군대도 안 가면서 말이 많다, 무고죄나 강화해라, 요즘엔 역차별이 더 문제다, 그런 소리 하는 남자들이고."
"야, 내가 그런다고 생각해? 내가? 나 안 그래!" "

" 내가 좋아하는 문장이 하나 생각나네. 설명해 주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해 줘도 모르는 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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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디 우드, <해빗> 



누구나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그것이 편견이거나 선입견이거나 잘못된 통념이었다는 것을 깨달을 때의 희열. 그러나 책을 통한 희열도 그순간 뿐일 때가 얼마나 많은지. 




"사람이라면 누구나 흔히 겪는 일이다. 우리는 변화를 원하고, 강력한 의지를 세운다. 그 정도면 충분할 것이라고 자평하며 벌써 절반 정도는 목표를 완수한 것처럼 뿌듯함을 느낀다. 하지만 만약 실패하면? "너는 충분히 간절하지 않았던 거야!", "너 정말 최선을 다한 거 맞지?"라는 주변의 지적에 깊이 공감하며 가망 없는 또 다른 목표를 세우기 시작한다. 가련한 사람! 이런 소모적인 반복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시작되어, 불행하게도 암과 같은 병마와 맞서 싸워야 하는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도 수그러들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의 의지력이 전부'라는 게 이 사회의 정신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겠다는 목표에 대해 사람들은 그 사람의 정신력을 평가하는 것으로 주제를 축소한다. " 


이 책을 읽으면서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의 형태(?)를 조금씩 바꾸었다. 인용문에 나온 두 문장을 나도 예전에 아이에게 자주 말로 했다. 스스로에게도 했다. 늘 그랬던 것 같다. 결과는 자책. 내가 못나서, 끈기가 없어서, 용기가 없어서, 소극적이라서, 의지가 약해서, 엄마로서 모자라서.  




"하지만 예상은 틀렸다. 참가자들의 삶에서 습관이 차지하는 비중에는 개인차가 발견되지 않았다. 개인적인 성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자신의 삶이 습관에 의존하는 수준은 모두가 똑같았다." 


"정기적으로 출퇴근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약간 더 체계적인 하루를 보냈다. 그들의 행동 대부분은 말 그대로 습관적이었다. 이와는 달리 어린아이와 함께 사는 사람은 습관의 가짓수가 약간 더 적었다. 타인의 영향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더 유동적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다. 우리 삶에서 타인의 존재는 혼란을 증폭한다." 


위안이 되는 구절. '개인적인 성격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갖는 죄책감을 좀 덜어내어도 되는 것인가. 

주부도 출퇴근 시간이 있어야 한다. 예전에 어느 책에서 인상깊게 읽고 따라 해본 적이 있다. 늦게 귀가한 아이가 밥 달라고 하자 엄마가 "나 8시에 주방에서 퇴근했으니 니가 알아서 챙겨먹"으라고 말하는 거다. 딱 한번 해봤다. 나 주방에서 퇴근했다! 하지만 주방에서만 퇴근이고 나머지 영역에서는 퇴근일 수 없었...... 뜬금없이 이런 생각. 

"타인의 존재는 혼란을 증폭시킨다." 완전 동감합니다. 혼란은 처음부터 올 수도, 중간에 훅 올 수도, 끝까지 숨어있다 나를 무너뜨리며 나타날 수도 있어요.ㅠㅠ 




"이 모두가 말할 것도 없이 어리석은 행동이다. 하지만 그만큼 습관의 힘이 강력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차를 모는 게 서툰 초보 운전자만이 의식적 자아에 의지하면서 순전히 운전에만 모든 주의를 집중한다. 오직 그들만이 도로에서 마땅히 경험해야 할 공포와 긴장을 느낀다. 그리고 몇 개월도 지나지 않아 이들은 이 놀랍도록 복잡한 기계를 다루는 법을 터득하고선 습관에 핸들을 넘겨준다. 자신은 딴생각과 스마트폰의 뒤편으로 물러나버리는 것이다. 이것이 습관의 양면성이다. 습관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기 시작하면 의식적 자아의 실행제어기능은 점차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습관을 제대로 활용하면 가치를 측정할 수 없을 만큼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그 이면에는 언제나 가공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 


정말 적절한 예가 아닐 수 없다. 운전. 몸에 익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일. 옆지기가 가끔 보는 블랙박스 어쩌구 프로그램을 보면 운전에 관한 터무니없는 행동들이 등장한다. 운전을 하는 것도, 길을 걷는 것도, 공포로 느끼게 된다. 내가 아무리 조심하고 방어해도 소용없다는 생각. 남의 생명을 위협하는 '습관'. 




" 아침은 의식적 자아가 개입하기에 가장 불리한 환경이다. 대개 우리는 아침에 서두른다. 자녀의 책가방에 숙제를 밀어 넣는 동시에 찬장 위에 놓인 그릇을 무의식적으로 집어 든다. 음식이라는 걸 알고 있고, 과일과 채소만으로 식단을 꾸려 건강을 되찾은 이웃의 사례를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행동은 바뀌지 않는다. 꽤 익숙하게 들리지 않나? 왜 우리는 아침식사는 그토록 철두철미하게 챙기면서 그것만큼이나 삶에 활력을 주는 습관인 채식주의는 철저하게 외면하는 걸까? 

 사실 우리는 할 수 있다. '아침을 챙겨 먹으려는 경향'도 슴관이고, '고기보다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으려는 경향'도 습관이고, '고기보다 과일과 채소를 더 많이 먹으려는 경향'도 습관이다. 단지 전자가 후자에 비해 훨씬 더 강력하게 작동할 뿐이다. 식사는 습관 형성의 기본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는 드문 예다. 자주 발생하고, 주로 비슷한 상황에서 행해지며, (적어도 처음에는) 보상을 기반으로 형성된다. 그런데 왜 어떤 식사 습관(아침식사)은 몸에 착 붙고, 어떤 식사 습관(채식주의)은 그렇지 않을까? 앞에서 배웠듯이, 단지 뭔가를 알기만 해서는 습관이 길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 순간 세상을 객관적으로 인식하지 못한다. 무엇을 어떻게 인식할지는 이성이 아닌 우리의 습관이 결정한다." 


채식에 관한 이야기가 나와 끄덕끄덕. 육식은 습관이다. 관습이며 통념이기에 사람들이 그렇다고 믿고 있는 것 뿐이다,라고 이야기해도 통하지 않는 습관의 벽. 나쁘다는 걸 알지만 그만두지 못하는 습성. 




"누구나 죽을 때까지 양치질을 반복하지만 양치질의 달인이 되진 못한다. 우리는 수십 년간 출퇴근을 반복했지만 여전히 일하기는 죽기보다 괴롭다. 이불 빨래, 욕실 청소, 쓰레기 분리 배출, 걸레질... 이런 예를 들자면 끝도 없다. 하지만 수많은 사람이 이런 일에 꾸준히 시간과 노력을 바친다. 이 모든 게 탁월함을 추구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절대 아니다. 반복이 습관 형성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건 잘 알겠다. 하지만 그것이 충분조건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더 나아가, 우리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 





"습관은 더 나은 삶을 이끈다. 단지 생산성의 차원만이 아니다. 우리는 생각이 너무 많다. 지나치게 많은 생각은 불안을 낳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들고 삶은 금세 헝클어진다. 과도한 생각은 정작 중요한 일을 완수하는 데 불쑥 장애물로 등장해 우리를 괴롭히기도 한다. 이에 대한 처방으로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라는 치료법이 관심을 얻고 있다. 머릿속에서 길을 잃지 말고 본질을 자각하라는 개념이다. 과거의 실수에 얽매이거나 앞으로 맞이할 과제를 앞서 고민하지 말고 '지금' 그리고 '여기'에 집중하라고 주문한다. 습관은 아마도 이런 마음의 '비평가 상태'를 달성하는 가장 자연스럽고도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습관적 마음은 철저하게 무심한 마음이다. 이 마음은 인생의 과제를 올바른 위치에 정렬시킨다. 그리고 권한을 위임한다. 교차로에 자리를 잡고 노선을 배정한다. 아이들은 언제 잠자리에 들지 결정하는 데 집착하지 않는다. 그 대신 자신의 상황에 주어진 수면 신호에 반응해 늘 하던 대로 잠이 든다." 


요며칠 내 머릿속을 딱 꼬집어 말하는 부분이다. 책을 읽은지는 며칠 되었고, 읽을 때 아 정말 그렇다, 지금, 여기, 라고 주문을 걸었음에도, 새로 생긴 고민거리로 이삼일을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이럴까 저럴까 이러면 어떡하지 저러면 큰일인데, 걱정도 사서 하고 심지어는 불쑥불쑥 옛날의 이불킥 실수들을 떠올리면서 혼자 부끄러워하고 나를 새롭게 싫어했다. 이런 식이라면 하루종일 청소만 해야 할 판이다. 




"이런 습관의 권태는 오래된 결혼 생활에서 절정을 이룬다. 결혼 기간이 길어질수록 부부는 서로에 대해 생각하는 일을 줄여나간다.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다. 무의식 밑에 깔린 습관에 조종당하는 것뿐이다. 아침에 늘 함께 일어나고, 항상 같이 밥을 먹고, 매주 주말을 함께 보내고... 이런 일에는 아무런 생각이 필요없다. 우리 삶은 워낙 복잡하고 번잡하니까. 이번 주말에 남편이 무슨 일을 할지 궁금해할 필요도 없다. 경험을 통해 충분히 알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권태가 세를 넓히고 부부의 감정은 차게 식어간다. 인정하긴 싫지만 불타올랐던 열정은 완전히 사라졌다. 새 소파가 더는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은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이 점차 침몰하고 있다는 사실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바로 이때 런던 지하철 통근자들이 겪은 습관 단절의 효과를 결혼 생활에도 적용할 수 있다. 짧은 별거는 일시적인 단절 효과를 낸다. 출장이나 여행이 좋은 기회다. 짧은 의견 충돌이나 논쟁도 이와 유사한 단절 효과를 낼 수 있다. " 


유의할 점 : 단절 효과를 노리다가 완전한 상태의 단절을 경험할 수 있음. 




"이 책을 읽는 동안 당신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본 횟수는 몇 번인가? 혹시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이웃의 새 게시물을 확인하지는 않았는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 인터넷에 검색해보겠다는 핑계를 대고 유튜브나 트위터를 켜지는 않았는가? " 


윽 찔린다. 나는 물론이고 네 식구가 인터넷의 노예가 된 기분이 든다. 집에만 있어 더욱 그러하다. 폰이나 컴퓨터를 가진 지구상의 인간들이 더 디지털중독자가 되는 데에는 코로나가 큰 몫을 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습관이라고 했으니 폰과 거리두기 습관을 만들어야 겠다고 다짐을 해본다. 그러나 의지만으로 되지 않는 게 습관이라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렇게 또 딜레마에 빠진다. 생각하지 말고 행동을 하라구! 




"많은 사람이 헛된 목표와 동기를 세운 뒤 자신을 착취하며 침몰하고 있다. 실현할 수 없는 과제를 수립해놓고 그 목표 지점과 점점 멀어지는 스스로를 바라보며 좌절하다 눈물을 흘린다. 자기혐오에 빠져 보잘것 없는 능력과 인내심을 자책하며 아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길을 택한다. '무기력'은 생각보다 합리적이고 손해 볼 일 없는 선택지다. 적어도 밑져야 본전이니까. 그럴수록 우리는 입을 앙다물고 앞으로 나아간다. '네가 늘 포기하고 실패하는 건 네 인내심과 의지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다 거짓말이다. 꿈꾸던 삶과 실제 삶이 조금씩 멀어지고 있다면 당신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해야 한다." 


거짓말이라고 말해줘서 고마워요! 난 속고 있었어! 단순하게 살자.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점검하라 했으니 일단 내 생활을 되돌아보...............니 역시 난 안 돼...라는 생각이 들고 마는데... 흑.... 이렇게 또 지는 건가. 지고 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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