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칭찬을 하면 학생들은 이렇게 말한다. "선생님도 어쩔 수 없는 그런 분이군요. 학생들에게 뭔가 긍정적인 말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다른 선생님들과 똑같아요." 

 친구들도 이렇게 말한다. "그래, 넌 내 친구니까, 이미 나를 좋아하는 내 입에서 무슨 다른 말이 나오겠니?"

 그만! 누군가 당신을 칭찬해 준다면, 정말 그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아무리 그런 일이 익숙하지 않고 계면쩍더라고, 계속 숨을 들이마시고 귀를 기울이고 그 말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칭찬을 받는 것이 이렇게도 좋다는 것을 반드시 느껴 보아야 한다. 작가가 되려면, 자신을 향한 긍정적이고 솔직한 격려를 받아들이는 데 필요한 여유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하니까. (108~109, 글쓰기는 사랑을 얻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계속 숨을 들이마시고 귀를 기울이고. (들이마시고,를 들이마쉬고,로 썼다가 어이쿠 하고 고쳤는데 들이마쉬고, 어쩐지 입에 쫙 달라붙는 느낌?)

칭찬에 익숙하지 않고 계면쩍은 거,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칭찬을 들었을 때 어떤 말과 표정으로 대응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아이구, 아니에요, 무슨, 그렇지 않아요, 하면서 칭찬을 거부(?)해 본 거,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그런데 칭찬받았을 때 날름, 제가 그렇죠? 그 칭찬 잘 받을게요, 하면 또 상대방 얼굴이 그렇게 뜨악해 보일 수가 없다. 이것도 나만의 생각인가? 배운 적 없고 해본 적 없어서 몸에도 없다. 칭찬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칭찬한 사람의 반응을 '겸손'으로 상정하고 있었을 테니 당황하거나 아니면 속으로 아니꼬워하거나?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얼마나 한정된 반응의 세계 속에서 살고 있는지. 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비단 이것만이 아니다. 요즘은 시행착오라는 말을 자주 떠올린다. 그만큼 실수도 잦고 방법도 모르겠고 그럴 때가 많다.



⎾ '나는 개를 본다'라는 문장이 있다. 여기서 '나'는 우주의 중심이다. 이러한 문장 구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내가 개를 보고 있는 동안 개도 나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우리의 사고방식은 문장 구조에 맞추어져 있고 사물을 보는 관점도 그 안에서 제한된다. 우리가 이 세상을 바라보고 살아가는 방식이 '주어-동사-목적어'의 틀에 짜 맞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이런 문장론에서 벗어날 때 우리는 새로운 시각을 얻을 수 있고, 신선한 세상과 만날 수 있으며, 글쓰기에 색다른 에너지를 불어넣을 수 있다.

우리는 호모사피엔스라는 지나친 우월감에 빠져 있다. 인간과 함께 살고 있는 다른 존재들에게도 인간 못지않게 중요한 그들만의 삶이 있다. 개미는 자기들만의 도시를 만든다. 개들도 그들만의 삶을 살아간다. 식물은 숨을 쉰다. 나무는 우리들보다 훨씬 오랜 수명을 가지고 산다. (114, 문장 구조에서 벗어나 사유하라)⏌


 문장 구조에서 벗어난 사고방식은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 것인가. 글이 그저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도 거기서 기인하는 게 많겠지. 생각이 굳어져 있으니까.

 인간의 지나친 우월감에 동감하는 바이다. 나는 그렇지 않다는 뜻이 아니라. 삶의 모든 면이 그렇지 않나? 이런 모양 세상을 만든 건 8할이 인간의 '지나친' 우월감이지.

 그런데 이 챕터보다 앞선 다른 챕터에서 다음과 같은 인용구가 나온다.

"... 죽은 이들은 짐승처럼 도살되어도 상관없는 이름 없는 무리가 아니었다. 그들은 인간이었고 이 세상 속에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며 숭고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아침이면 일어나 노란 치즈를 사러 가게로 향했고, 크고 작은 삶의 소망을 품고 있었으며, 동시에 이 지상의 모든 슬픔과 겨울을 겪었고 한때 쿵쿵거리는 장엄한 심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었다."(85~86)

흠흠. 이 문장들은 인간의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들이 아닌가요??? '그들은 동물이었고 이 세상 속에서 각자 숭고한 삶을 살아가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아침이면 일어나 먹이를 구하러 나갔고, 크고 작은 삶의 소망을 품고 있었으며, 동시에 이 지상의 모든 슬픔과 겨울을 겪었고 한때 쿵쿵거리는 장엄한 심장을 가지고 있던 이들이었다.' 말 안 되나?

 '짐승처럼 도살되어도 상관없는'이라는 구절이 가장 마음에 걸렸다. 왜 걸릴까? 나는 왜 이 구절이 마음에 걸리는 걸까?



⎾ 가끔 이런 이들도 있다. 아무런 재료도 준비하지 않은 채 열만 믿고 케이크를 구우려는 이들이다.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지만 아무도 그 결과물을 먹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세부 묘사가 빠진 추상적인 글쓰기에서 대개 이런 허점이 발견된다. 분명히 아주 웅장한 생각과 열정적인 마음을 가지고 쓴 글이지만 누구도 읽어 주지 않는다. (88, 케이크를 구우려면)⏌


 이 부분에선 또 왜 찔리는 건가? 글뿐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나 이러고 있는 게 아닐까?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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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3-11-13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 독서모임 할 때 모임의 회원 중 몇 명과 한 달에 한 번 글쓰기를 해보자고 한 적이 있는데 그때 모임 이름이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였어요.
이 책 읽고 이 책 내용과 제목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였던 것 같아요.
결국 몇 번 못 넘기고 흐지부지 되었는데 ㅎㅎ
이 책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데 제목만은 언제나 강렬해서 좋아요.

난티나무 2023-11-14 02:33   좋아요 1 | URL
저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 다시 펼쳤습니다.
다시 봐도 좋은 부분(각성(?)되는 부분)이 많아요.ㅎㅎㅎ
모임 이름 줄이면 ‘뼈내써‘네요?^^
모임을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일 같아요.
 

2005년 9월 9일의 나는 입덧이란 걸 하고 있었다고 알라딘이 알려준다. 내가 썼지만 18년 전 글이라고 알려준 건 북플이니깐. 태명을 알라딘이라고 하라던 이웃님들 말을 안 들었네. 그 ‘알라딘’ 놈은 지금 17살의 어수룩한 사람이 되었고, 그때의 내 몸이 지금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하게 힘든 상태. 장아찌 먹고 싶다 했더니 종류별로 장아찌를 소포로 보내셨던 이웃님들. 나는 이제 무장아찌를 내 손으로 담을 줄 알게 되었고 이웃님은 서재에 잘 안 오시고, 사진 속 장아찌들은 추억이라는 것으로 남았다. 사진을 보고서야 집에 있는 동그란 플라스틱 병들의 출처를 알았다. 문득 기회가 된다면 그 때 응원해주고 다독여주시던 많은 이웃님들께 ‘알라딘’이가 이만큼 컸다고 사진이라도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 불쑥.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낫지를 않아서 이번주 일을 포기했다. 사실은 단순하고 감정은 복잡하다. 아니 그 어떤 것도 단순하기는 어렵지. 살이가 참, 단순하지가 않아. 이상기온으로 34도인 날씨, 그럼에도 아직은 시원한 오전 바람, 수확이 한창인 포도밭, 현관 앞 내리쬐는 햇살 속에 어지러이 잠깐 서 있는 나는 이 모든 것과 심지어는 햇살과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오직 내 안부만 들여다본다. 혹여 가래가 끓을세라 잔뜩 겁을 먹으면서.

멍한 머리로 타임슬립드라마를 보면서 생각했다. 과거로 간다면 나도 엄마 아빠를 못 만나게 해야지. 못 만나게 해서 나를 태어나지 않게 해야지. 따로 각자의 삶을 살았으면, 그럼 누구도 불행해지지 않고 아니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사람이 되지 않고 살 수도 있을 테니. 그렇다면 내가 없어도 좋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지금 아프기 때문일까? 그럴 일일랑 꿈에도 일어날 수 없으니 그럴까? 아니아니 다 말고 그냥 다시 2주 전으로만 갈 순 없을까? 코로나 안 걸릴 수 있었던 그 때로. 후회와 자책은 나를 갉아먹을 뿐이지만 사실은 사실로 남아 어떤 순간을 움켜쥐기도 한다.

모든 것은 우연이다. 이 말만이 나를 구원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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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9-09 19: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모처럼 서재에 글을… 이런 걸로 ㅠㅠ

은오 2023-09-09 19: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난티나무님 ㅠㅠ 코로나 독하네요. 얼른 물러가라 난티나무님 그만 아프게 하고......

난티나무 2023-09-10 03:58   좋아요 1 | URL
은오님 고마워요. 얼른 물러가라! 저도 되뇌겠습니다!

우끼 2023-09-09 20: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든 것이 우연이다.. 이 말이 저에게도 와닿습니다

난티나무 2023-09-10 04:11   좋아요 1 | URL
우끼님^^

미미 2023-09-09 2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글이다!! 하고 들어왔는데 아프시다니 ㅠ.ㅠ 알라딘 군은 난티나무님 사랑 먹고 무럭무럭 자랐겠군요! ^^ 아...다들 오래오래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난티나무님 얼른 몸 나으시길 바랍니다.

난티나무 2023-09-10 04:13   좋아요 2 | URL
고맙습니다 미미님~^^

페넬로페 2023-09-09 21: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몸이 아프면 맘도 울적해지고 여러가지 상념에 젖지요.
난티나무님!
어서 쾌차하시길요!
서재 식구들의 많은 응원을 받고 쑥쑥 자라난 알라딘군 사진 언제 한 번 보여주세요.
저도 부지런히 읽고 써서 이곳에서 난티나무님처럼 오랜 연식을 갖고 싶어요.

근데 어찌됐던
만날 사람은 만나고 난티나무님은 태어난다, 이것 아닌가요 ㅎㅎ

난티나무 2023-09-10 04:17   좋아요 2 | URL
이미 태어나버렸다…ㅠㅠ ㅎㅎㅎ
패넬로페님 고맙습니다!
 

1.

드라마를 봤다. 마음의 상처가 있는 남주, 능력 있는 남주, 그러나 어김없이 관계에 무지하고 제멋대로 자기중심적인 남주, 카메라가 남주를 비출 때마다 후광이 따라오게 만들어 '멋진 남성 떠받들기' 신화에 한몫 단단히 하고 있다. 웃는 얼굴이 이쁘고 (몸매도 이쁘고) 똑 부러지게 친절해서 '윗사람에게 이쁨 받고' 승진도 하는 여주는, 마치 여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웃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돈 없고 힘없고 빽도 없는 여자, 돈 많고 힘 있고 빽도 있는 남자, 이 구도는 여전히 변함이 없다. 문제 해결은 남자, 위로하고 보듬는 역할은 여자. 이것도 마찬가지. 속이 터진다. 거기다 할많하않 이성애 로맨스 어이없음은 기본이지.


2.

영화를 봤다. 돈도 없고 힘도 없고 빽도 없는 청춘들이 자본주의사회와 거기에 푹 절은 인간들에게 먹히고 있었다. 가장 아래에서 노동하는 사람들, 억압과 착취와 모멸을 견뎌야 겨우 먹고 살 수 있는 사람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사람들, 그들에게 갑질과 성희롱을 일삼는 인간들. 비교와 성과에 목을 매는 사회. 일이 잘못되면 가장 아래의 사람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 형사는 원인을 찾아 길을 거슬러올라가지만 거대한 벽에 부딪힌다. 촘촘하게 잘도 짜여 있지, 모두의 합작품인 이놈의 사회는. 암담하고 가슴 아프다.


3.

인터넷 기사를 봤다. 성과 젠더가 나오기만 하면 득달같이 댓글 다는 인간들. 무지가 아주 빛을 발하는데 공감하는 인간들은 뭐냐. 분노가 치밀어 싫어요를 눌렀다. 다음 댓글에 또 눌렀다. 10초에 한 번 누를 수 있다는 안내가 뜬다. 기다린다. 좀처럼 댓글도 보지 않고 공감도 누르지 않지만 오늘은 참을 수가 없다. 10초를 기다려 또 누른다. 세 번째가 되니 악성 뭐시기라고 뜬다. 욕이 나온다. 기사 내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허튼소리 모욕적인 말 퍼붓는 댓글이 악성 아니고 뭐냔 말이냐. 화면에 뜬 숫자와 알파벳을 꾹꾹 눌렀다. 싫어요 한 개. 10초 기다림. 싫어요 한 개. 10초 기다림. 악성 어쩌고. 숫자 누름. 10초 기다림. 싫어요 한 개. 암울하다. 또 다른 기사에서는 직장에서 바람직한 (그러나 여자는 마땅히 벗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들에게는 못마땅한) 일을 한 여성이 인터넷 '마녀사냥'으로 해직당한 이야기가 나왔고... 극악한, 어이없는, 성차별과 거대한 '남성성'을 편드는 사회, 직장, 가족, 정부... 


4.

1, 2, 3이 도처에서 반복되고 일상에서 변주된다. 끊임없이, 과격하게. 1,2,3,4,5,6,7,8,9,10................................


5. 

나는 슐라미스 파이어스톤이 <성의 변증법>에서 한 말들에 대체로 수긍하고 동의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이 나오게 되었는지 알 것 같다. 가슴에 얼마나 분노가 차올랐을지 짐작된다. 알게 되면, 깨닫게 되면, 세상은 이렇게 암흑이다. 앞서간 똑똑한 사람들은 그걸 견디지 못했으리라. (파이어스톤은 보부아르가 '견뎠다'라고 헌사에 썼다. 동의한다.) 평범(?)하고 보잘것없고 때로 가부장 자본주의와 타협하기도 하는 나는 가끔 터질 듯한 분노에 우울해하기도 하지만 대체로 그냥저냥 살아버리고 있다. 모든 게 내 일 내 마음이 되면... 못 살 것 같다... 아무도 내 말을 들어주지 않고 아무도 말을 하지 못하게 한다면... 못 살 것 같다. 그러니 서로 편을 들어주자. 파이어스톤에게 편 들어주는 사람이 몇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 그의 수많은 저작을 읽고 있었을 수도 있으니.


6. 대체로 동의한다고 했다. 아주 가끔 읭?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매우 급진,이라고 들었으나 생각보다 급진이 아니었다. 아마 '여자'가 주장한 것이라 더 급진적이라는 소리를 들었을지 모르겠다고도 생각한다. 그러고도 남을 세상 아닌가. 


7. 울분이 차올라 책을 샀다. 그래도 해소되지 않는 분노는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러다 다른 데 신경 쓰느라 금세 잊고는 새롭게 분노하는 시간이 또 오겠지. 그렇게 잊어버리는 것이 어쩌면 견디는 힘이 되는지도. 참 바보 같지만. 세상 참, 지랄맞다는 생각 이틀째. 






얼레, 많이 안 붙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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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7-31 23:3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7월 마지막 날, 리뷰 쓰기에는 시간이 없고... 책도 어제 겨우 다 읽었음. 생각이 익을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서 그냥 감상으로 대신한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내 마감 내가 못 지키는 듯한 느낌. 뭔가 할 말이 더 떠오르면 그때 리뷰를 쓰도록 하자. 7월의 책 끝. 자정 되기 30분 전. ㅋㅋㅋ

유수 2023-07-31 23:4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같은 책, 같은 시기에 읽었어요. 난티나무님. 감상 좋아요. 안 쓰여진 부분도 많이 겹칠 테고요.

난티나무 2023-08-01 01:50   좋아요 1 | URL
유수님 😍😍 이따 유수님 리뷰도 읽으러 갈게요~~~~
어휴 며칠 힘드네요. 엉엉. 견디자!!!!! ㅠㅠ

책읽는나무 2023-08-01 10: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 많으셨어요.
이 책은 제겐 다른 책들보다도 작가의 삶에 이입되어 며칠 좀 우울했었던 것 같아요.
마지막 옮긴이의 말에서 좀 아프게 읽혔어요.

난티나무 2023-08-01 19:08   좋아요 1 | URL
맞습니다 책나무님. 그렇게 제대로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사라진 여성들이, 똑똑한 여성들이, 얼마나 많았겠어요… ㅠㅠ

2023-08-01 14: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19: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달자 2023-08-07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난티나무님 종이책은 알라딘배송으로 종종 구매하시는 건가요?

난티나무 2023-08-07 22:23   좋아요 1 | URL
알라딘직배보다 모아서 소포로 받는 것이 조금 더 싼 거 같아서 그렇게 하고 있어요. 코로나 때문에 배송비 올라서 ㅠㅠ 배보다 배꼽이 더 클 때도 많고요. 아 저는 동생 집으로 택배 보내고 한 달에 한번 소포 받아요.^^;;;
 

얌얌 야금야금. 그동안 산 책들. 그동안 = (거의) 안 읽고 (절대로) 못 쓰고...@@ 

지난번 책 샀다고 글 올린 게 5월 17일이니까... 두 달 10일동안 산 책들이네. 헛. 헛헛헛. 기간이 길어서(책이 많을 것 같아서) 가장 최근에 산 책들부터. 
















철학아카데미 엮음 <처음 읽는 프랑스 현대철학> 


프랑스 철학을 공부하겠다는 마음은 아니고, 하도 이 책 저 책 다 나오니깐 맛만 좀 보려고. 예전에 공쟝쟝님 서재에서 보고 찜해뒀던 책들 중 한 권이다. (수없이 소환되는 그 이름 공쟝쟝 ㅋㅋㅋ) 전자책으로 사려 했었으나 전자책으로 공부(??)가 되게써? 싶어서 종이책으로 질러버림.ㅠㅠ 
















지바 마사야 <현대사상입문> 


그러니까요, 이 책을 다들 사시고 읽으시더란 말이에요?? 그래서 저도 한번 읽어보려고 샀...ㅎㅎㅎ 쟝님 책임을 지시오... (끝없이 소환되는 그 이름 ㅋㅋ) 

















김환석 외 <21세기 사상의 최전선> 


어쩌다 보니(이 말 좀 싫어하지만) 사상 책이 세 권이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응?) 전자책으로 샀다. 위 두 책은 종이책이라 아직 내 손에 없고 만만한 게 전자책(이 말을 뒤집으면 그만큼 잘 안 읽히는 게 전자책)이라 슬쩍 펼쳤 아니 켜봤더니 챕터 너무 짧은 거 아뉨?? 그래도 다루고 있는 사람들 이름이 쫌 맘에 들어서. 쟝님 서재에서도 이 책 본 거 같다. (ㅎㅎ)

















조애나 버크 <수치> 


리뷰 적립금으로 어떤 책을 살까 고민하다가 이걸로 질러버렸다. 정희진샘 팟캐도 생각나고 그래서. 성폭력의 역사 ㅠㅠ 안 읽고 싶은 마음 절반... 끙. 하지만 어여차!!! 하였음. 
















그라치아 델레다 <악의 길> 


살까 말까 꽤 오래 망설였던 책. 어려운 책들이 통 눈에 들어오지 않아 소설을 읽으려고 전자책으로 구입. 잠자냥님이 최근 쓰신 오별리뷰를 책 다 읽고 봤다. 음, 며칠 전까지는 할 말이 꽤 있었는데 지금 왜 생각나는 게 하나도 읍냐. 음냐음냐.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아구아 비바> 


덮어놓고 샀다. 왜인지 나도 알 수 없다. 집에 있는 리스펙토르는 아직도 안 읽고 그대로라 한다. 
















루이자 메이 올콧 <가면 뒤에서 - 또는 여성의 힘> 


올콧의 단편 모음집이 두 권인데 <초월주의의 야생귀리>랑 이 책이다. 두 권 다 제목이 좋다. 한 달 전에 사서 버얼써 다 읽었고 역시 할 말이 좀 있었는데 시간과 함께 날아가버림... 어쩔... 재밌었다. 나중에 또 읽어야지. 
















필리프 데스콜라 <타자들의 생태학> 


보관함에서 오래오래 내 시선을 받았던 책. 에라 모르겠다 하고 사버렸는데, 아까 잠깐 눈에 띄어 책을 펼쳤더니 아 왜 샀지 싶은 생각이 스물스물. 프랑스 사람이고 아내인 앤크리스틴 테일러도 학자인데 둘이 함께 연구한 걸로 데스콜라가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그럼 테일러는? 박사학위 땄을까가 몹시 궁금하고(궁금하지만 찾아보지는 않는다) 그 이후의 행적에도 영향을 미쳤을까가 궁금하고 아마도 그랬을 거라고, 아마도 남편이 더 '인정'받았을 거라고, 지레짐작하는 바람에 더 책을 째려봤던 것 같다.^^;;; 민속학자, 라는 단어를 보니 드라마 "악귀"가 떠오르는군. 
















데어라 혼 <사람들은 죽은 유대인을 사랑한다> 


얼마 전부터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다. 사서 소포로 받아서 읽고 있네. 허허. 뭔가 눈에 쫙쫙 달라붙거나 수시로 뼈를 때리거나 하지는 않지만 간간이 헉 하는 문장들이 등장한다. 유대인 대신 나를 넣어도 말이 되고 성소수자나 장애인 등을 넣어도 말이 된다. 몰랐던 역사적 사실들이 튀어나오고 한국의 역사도 다르지 않을 텐데 싶고, 아는 건 없고. 
















정해경 <섹시즘 - 남자들에 갇힌 여자> 


책을 받아보고 나서 아주 조금 구입을 후회했다. 오래 되기도 했고... 안 읽어도 되지 않겠나 하는 오만방자한 마음이 스물스물. 그러나 읽어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이성미 <다른 시간, 다른 배열> 


시집을 자주 보시는 이웃님 따라 가끔 지르는 시집. 내 마음은 어디로 늘 그렇게 떠돌아다니고 있는지 시 한 편 진득하게 보지를 못하는구나. 

















마릴렌 파투-마티스 <파묻힌 여성> 


여성주의읽기 책들은 미리미리 잘 구입한다. 그나저나 오늘 29일인데 <성의 변증법> 아직 다 못 읽었다구. 어쩔. 
















샌드라 길버트, 수전 구바 <여전히 미쳐 있는> 


나도 펀딩했지. 여미쳐,를 닉넴 앞에 달면서, 회원가입시 적은 이름으로 올라간다는 안내문구에 응? 그럼 여미쳐난티나무 안 됨? 하고 살짝 불안했으나 여러 분들이 올려주신 사진으로 여미쳐 확인.^^ 그러고 보니 제목이 참 중의적이다. 

















메리 비어드 <여성, 전적으로 권력에 관한> 


시집 이웃님이 알려주신 메리 비어드, 궁금해서 전자책으로 샀다. 들춰보기만 하고 아직 안 읽... @@ 엄청 유명한 사람인 거 같은데 몰랐음. 뭐 이것만 모르겠냐... 

















빅토리아 베이트먼 <우리가 있었다-경제학이 외면한 인류 번영의 중대 변수, 페미니즘> 


강렬한 표지의 빨강에 스며드는 흰 글자. 나중에 사야지 하고 담아두었었는데 책친구가 같이 읽어보자고 하셔서 낼름 구입. 그러나 내 사정으로 못 읽고 있다. 이틀만에 쫙쫙 읽고 토론하는 거 재밌는데 말이다. 

















캐롤 M. 코니한 <음식과 몸의 인류학> 


완전 흥미로운 제목이라. 갈무리 시리즈(카이로스 총서) 중 하나다. 흥미로워서 사고 공부해야 해서 사고 재밌을 거 같아 사고 사야 할 것 같아서 사고 꼭 읽고(갖고) 싶어서 사고 때로는 그냥도... 사고... (먼산) 




자, 이제 끝! 하고 싶으나 페이퍼 제목이 '책 산 기념'이다. ㅋㅋㅋ 그저께 이 페이퍼 쓰다 말았는데 오늘 또 샀다.ㅠㅠ 














김서영 <내 무의식의 방> 


꿈을 하도 꿔서, 한동안 아침에 눈 뜨자마자 꿈일기를 적었더랬는데 일정한 패턴도 있고 반복재생되는 것도 많고 도대체 내 무의식이 무슨 짓을 하는 건지 모를 때도 잦아서 자주 꿈 해석이 궁금했다. 김서영이라는 이름을 어떻게 알게 되었더라, 잊어버렸는데 저작을 다 찾아보고 보관함에 몇 권 담아두었더라. 융 별로 안 좋아하지만(뭐 아는 게 없어서 좋다 아니다 할 정도도 안 됨) 한번 읽어보자 싶어 중고로 (충동) 구매. 

















하마노 지히로 <성스러운 동물 성애자> 


한때 서재를 뜨겁게 달구었던 그 책,을 나도 샀다. 안 읽고 싶은 마음 반, 호기심 반, 리뷰와 페이퍼로 다 읽은 듯한 느낌적 느낌, 책을 읽으면 어떨지 대략 견적 나오는 ㅎㅎㅎ 네, 저도 조만간 읽어보겠...ㅎㅎㅎ 
















엘리자베스 쇼버 <동맹의 풍경-주한미군이 불러온 파문과 균열에 대한 조감도> 


동물성애자,가 중고로 떠서 꿈 책이랑 묶어 산 건데 쿠폰 적용이 안 돼??? 그래서 새 책을 또 한 권...@@ 이게 뭔 짓인지. 뭐, 언젠가는 살 책이었으니. 정희진샘 기획 '메두사의 시선' 세번째 책이다. 전자책도 나와 있어서 꽤 고민했는데 역시 종이책이라는 결론. 그리고 두번째 책 <남성됨과 정치>도 종이책으로 갖고 있으니까. 이렇게 되면 첫번째 책을 안 살 수가 없는데... 아놔. (<성차별주의는 전쟁을 불러온다>) 




그나저나 7월 언제 다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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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7-30 09: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30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30 19: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7-31 0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끼 2023-07-30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월 언제 다 갔어요..? ㅠㅜ

난티나무 2023-07-30 18:03   좋아요 1 | URL
7월 1일 되면서 성의 변증법 시작한 기억은 나는데 언제 한 달 다 갔는지는 기억에 없???? ㅋㅋㅋㅋㅋ 시간 완전 순삭이네요…. 흑흑 😭

2023-08-01 21: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3-08-01 22: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공쟝쟝 2024-04-13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구아 비바 덕에 이 페이퍼 다시 읽고 빵터졌잖아요 ㅋㅋㅋㅋ 왤케 나를 불러요? 응? ㅋㅋㅋ

난티나무 2024-04-13 23:37   좋아요 1 | URL
ㅋㅋㅋ 끝없이 소환되는 그 이름!!!!!!! ❤️❤️🧡💛💚🤎 급 보고 싶따??????? ㅎㅎㅎ
 

6장 도입부

사랑을 다루지 않은 급진적 페미니즘에 관한 책은 정치적으로 실패작일 것이다. 왜냐하면 오늘날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출산보다도 훨씬 더 여성 억압의 주축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것이 놀라운 사실을 함축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우리는 사랑을 없애기를 원하는 것인가?
사랑에 대한 어떤 위협에도 느끼게 되는 공포는 사랑의 정치적 중요성에 대한 좋은 실마리가 된다. 사랑이 여성 또는 성심리에 관한 어떤 분석에서도 중심적이라는 또 다른 징후는 그것이문화 자체에서 누락되어 있고 ‘사생활‘로 격하되었다는 사실이다.(침실에서의 논리에 관해 들어본 사람 있는가?) 그렇다, 그것은 소설, 심지어 형이상학에까지 그려져 있다. 그러나 그 속에서 사랑은 묘사되어 있거나 더 낫게 재창조되어 있기는 하지만, 분석되어 있지는 않다. 사랑은 충분히 경험되어 왔고 그 경험이 전달되었을지는 모르지만, 결코 이해된 적은 없다.
분석의 부재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즉, 여성과 사랑은 기본토대이기 때문에 그들을 검토한다는 것은 문화의 구조 자체를 위협하는 것이 된다.*(본문 강조)
‘남성들이 걸작품들을 창조하는 동안 여성들은 무엇을 하고있었는가?‘라는 지겨운 질문은, 여성은 문화에서 금지당했고 어머니의 역할에서 착취당했고, 또는 역으로, 여성은 자녀들을 창 - P183

조했기 때문에 작품을 그릴 필요가 없었다는 명백한 대답 이상의 가치가 있다. 사랑은 그것보다 훨씬 심층적인 방식으로 문화와 관련되어 있다. 여성이 그들의 에너지를 남성에게 쏟기 때문에 남성은 생각하고, 글을 쓰고, 창조한다. 즉, 여성은 사랑에 몰두하기 때문에 문화를 창조하지 않는 것이다.
여성은 사랑을 위해 살고 남성은 일을 위해 산다는 것은 판에 박힌 말이다. 프로이트는 이러한 이분법의 근거를 개인의 정신에서 찾으려고 시도한 최초의 인물이었다. 첫번째 사랑의 대상인어머니에 의해서 성적으로 거부된 남아는 그의 ‘리비도 libido‘-성적 (삶의) 에너지의 보고寶庫를 더 일반화된 형태의 사랑을 얻으려는 바람에서 장기간의 계획으로 승화시킨다. 그러므로 그는 사랑에 대한 욕구need for love를 인정에 대한 욕구need for recognition 로바꾼다. 여성에게는 이러한 과정이 그만큼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대부분의 여성은 직접적인 따뜻함과 승인approval을 끊임없이 찾는다.
‘모든 남자의 배후에는 여자가 있다‘ 그리고 ‘여자는 왕좌 배후의 권력이다‘라는 진부한 말에는 진실성도 많이 있다. (남성)문화는 여성의 사랑 위에 그리고 그것의 대가로 세워졌다. 여성들은 그러한 남성의 걸작품들의 내용을 제공했다. 수천 년 동안 그들은 그 일을 해왔지만 그 수혜가 남성에게 돌아가고 남성들의 업적이 되어버리는 일방적인 감정적 관계에서 고통을 받아왔다. 그래서 만일 여성이 남성 경제의 주변부에 의지해 사는 기생적인 계급이라면, 그 반대 역시 진실이다. *(남성) 문화는 호혜성reciprocity 없이 여성의 감정적 힘을 먹고 자라는 기생적인 것이다.* (본문 강조)
더욱이 우리는 이 문화가 보편적인 것이 아니라 경험한 전체의 - P184

절반만 제시하는 편협한 것임을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앞으로 보게 되겠지만, 문화의 구조 자체가 모든 점에서 남성 사회의 이익 안에서, 남성 사회의 이익을 위해, 남성 사회의 이익에 의해 운영될 뿐만 아니라, 성적 양극성 sexual polarity 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나 전체의 절반인 남성이 문화의 모든 것이라고 불리지만, 남성은 여성의 ‘감정적‘ 절반이 있음을 잊지 않았다. 그들은 은밀하게 그것으로 산다. 그들 안에 있는 여성을 거부하는 싸움의 결과로서(우리가 설명해온 오이디푸스콤플렉스), 그들은 사랑을 문화적 문제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은 사랑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사랑이 ‘여행과 모험‘의 커다란 남성 세계에서 사내다움을 증명하려 작정하고 덤비는 모든 남성의 약점이듯이, 사랑은 (남성)문화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기도 하다. 여성은 남성이 사랑을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이 필요를 부정하는지 언제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여성이 보편적으로 남성에게 느끼는 특이한 경멸("남자들은 완전 멍청해")을 설명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여성은 그들의 남성이 외부세계에서 가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P1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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