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있는 책에 체크를 하니 작년 여름에 내가 쓴 글이 보인다. 간보기로 한 챕터를 읽고 재미있다고 썼다. 5개월이 지나고 읽는 이 책은, 재미있지 않다. 뭐지? 5개월동안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났나? 


일단 오타와 비문이 심하게 많다. 교정 안 보나요? 이단, 이렇게 말하면 인신공격이 되려나 모르겠는데 번역자의 한국어실력을 의심하게 된다. 혹은 원저자의 영어실력... 이건 확인을 할 수 없으므로 일단 패스. 2장까지 읽은 바로는 저자의 언어센스도 그렇게 뛰어나지는 않은 느낌이다. 대학 리포트(요즘도 리포트라고 하나요 ㅋ) 읽는 느낌. 문장이 이렇다 보니 몰입해 읽으려다가도 문장 밖으로 팍 튀어나오는 경험을 반복해서 한다. 슬쩍 짜증. 대학교수의 질 떨어지는 논문을 읽는 느낌과 비슷하달까. 아 너무 까는 건가. 처음에 목차를 볼 때만 해도 기대가 철철 넘쳤었는데 말이다. 아니 지금 보니 표지도 좀 맘에 안 들어... 


그리하여, 2장까지의 내용에 딱히 더하고픈 말이 없...@@ 물음표 몇 군데 찍은 부분을 이야기하자니 쪼잔(?)하고 솔직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되지는 않아서, 그렇다고 통째로 버릴 수도 없는. 난감하다. 어여 이어서 읽어보도록 하자. 


... 


2달동안 집을 비우듯 알라딘 서재를 (거의) 비웠다. 안팎(?)으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나에게도 그랬고. 훔쳐보듯 북플을 챙겨보려고 노력했지만 댓글도 못 달고 글은 더더욱 못 썼다. 그러다보니 지금 키보드를 두드리는 것이 좀 낯설려고 한다. (키보드를 바꾼 탓도 있다. 적응기간이 필요해.) 어떻게든 두드리다 보면 또 끄적이게 되겠지 싶어 신고. 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고 그러므로 겨울은 곧 지나갈 것이다. 


그런데 이번달 리뷰와 페이퍼 당선작은 없는 것인가? 공지도 없는 듯한데 새 플랫폼 탓이려나. 나만 궁금한가. 이렇게 은근슬쩍 넘어가면 안 되지. 혹 공지나 뭐 그런 거 있음 알려주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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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1-26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ttps://blog.aladin.co.kr/town/winner/review

12월 당선작을 1월에 적립금 주니까 이게 최신이 맞습니다.
1월 당선작은 2월에 뽑아요, 난티나무 님!

저도 페미니즘 이론과 비평 생각보다 별로예요..

난티나무 2023-01-26 13:48   좋아요 0 | URL
아????? 그랬나요? ㅋㅋㅋ 그런데 이번달엔 정말 단 한 분도 당선작 이야기를 안 하심… 그래서 그렇게 생각했나 봐요. ㅋㅋ 글 안 읽는 거 티나네요. ㅠㅠ

책… 흐유 속상해요…

유수 2023-01-26 1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재를 비우셨다고요??

난티나무 2023-01-26 13:49   좋아요 1 | URL
아니 유수님 그게.. 알라딘 서재를 비웠다는 말….^^;;;

유수 2023-01-26 14:22   좋아요 0 | URL
아…….ㅋㅋㅋㅋㅋㅋ

독서괭 2023-01-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아쉽네요 ㅠㅠ 원문장도 별로인 것 같다니. 뭐 이럴 때도 있는 거겠죠. 재미난 다른 책으로 맘 달래시길요!

난티나무 2023-01-26 13:51   좋아요 1 | URL
어젯밤에 3장 읽으면서 마음 수련 했어요. ㅎㅎㅎ 읽어야 한다, 끝까지 읽어야 한다….@@ ㅋㅋㅋㅋ 이궁

건수하 2023-01-26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서재는 무슨 일로... @_@ (아 알라딘 서재요..)

수잔 왓킨스 글이 명문은 아닌 것 같고요 ㅎㅎ 번역도 좀.. 오타가 많아서 아쉽더라고요.
그래도 이론과 소설을 접목시킨다는 점에서 점수를 후하게 주기로..

<다락방의 미친 여자>가 워낙 좋은 책이 아닐까 생각해요 ^^

난티나무 2023-01-26 19:37   좋아요 0 | URL
ㅋㅋ 글 수정해야 겠네요. 오해의 소지가 ㅎㅎㅎ

그쵸!!! 아 진짜 읽기 너무 힘들어요….@@

바람돌이 2023-01-2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에 문제 있다에 동의합니다. 읽다가 턱턱 막혀요. 그런데 번역만 문제인거 같지 않고 저자의 생각도 툭툭 튀어요. ㅎㅎ 그래도 오랫만에 오셔서 좋아요. ^^

난티나무 2023-01-26 19:40   좋아요 0 | URL
완전 문제 많아요. 말씀대로 저자의 문장도 중구난방 ㅋㅋㅋㅋ ㅠㅠ 😭 비문 너무 많아 정신을 못 차리겠어요.
오랜만!!! ㅎㅎㅎ
 

오랜만에, 읽는 중인 책들 정리 좀 해보려고 들어왔다. 책을 읽는 일도 정리하는 일도 쓰는 일도 생각하는 것까지도 마구 불안한 상태. 나만 그런 것도 아니겠고 그래서 더 휘적휘적 왔다갔다 갈피를 못 잡는 상태. 사람의 마음은 일관을 잃기 일쑤다. 


















혼자 읽기 힘들 듯해서 두 분과 함께 낭독으로 읽고 있던 책인데 여행하느라 2주간 쉬었다가 이번주에 다시 읽기에 도전. 읽을 때는 음음 고개를 주억거리고 읽고 나면 머릿속이 뿌얘지는 경험을 반복하는 중이다. 중간에 잠시 쉬었더니 흐름은 좀 끊어진 느낌이고 여전히 글자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읽기에 어렵지는 않아 다행이다. 286쪽까지 읽었고 남은 분량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이걸 다 읽고 나서도 정리를 못할 것같은 예감이 든다. 미리 슬프다. 며칠 생각의 회로를 중단시킨 듯 책을 읽어도 떠오르는 생각이 거의 없다. 다른 책을 읽을 때도 마찬가지. 어쨌거나... 캐주얼 섹스에 대해, 여남 간의 관계에 대해, 사랑과 섹스에 대해, 이 시대 젊은이들의 사랑과 섹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책이라 생각해야 하는데 생각은 되지 않고...... 
















지난달 <포르노랜드>도 제대로 끝내지 못했다. 함께 훑어나 볼까 해서 펼쳤던 <포르노 판타지>를 계속 조금씩 읽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차이가 여기서도. <포르노랜드>는 전자책이라 펼치기가 쉽지 않다. 습관의 문제이겠으나 색색깔의 모양을 하고 얹혀진 종이책을 펼치기가 훨씬 더 쉽다. 그런 이유로 <포르노랜드>를 제쳐두고 이 책을 읽고 있다. 재독이라 더 술술 읽히기도 하고 또 재독이라 새롭게 밑줄긋는 부분도 있고 그렇다. 다 읽으면 <포르노랜드>와 함께 정리를 해보고 싶은데 잘 될지는 미지수. <포르노랜드>에 비해 깊이가 얕다고 할까, 더 대중적이라고 할까, 아무튼 그런 느낌적 느낌은 있다. 내가 얼마나 남성의 책에 편협한 시각을 보태는지를 실감하는 중.ㅋㅋㅋ 
















지난달 끝내지 못해 계속 읽어 끝내야 겠고. 

















새 책으로 접하니 기분이 좋구나. (어째서 '기분이가 좋구나'로 쓰고 싶을까? 간혹 조사 '이'와 '가'를 실제 언어생활에서 함께 쓰는 사람을 만나면 그 이유가 궁금했다. 그건 그냥 장난으로 쓰는 게 아니라 습관으로 굳어진 거였는데.) 서문 클리어. 올초에 이 어마어마한 양의 텍스트를 읽는데 얼마만큼의 시간(과 노력)이 드는지 경험했기에 이번에도 매주 분량을 나누어 읽어나가기로 한다. 그렇다. 재독에 도전한다. 분석대상인 소설들을 웬만하면 읽고 재독하자 싶었는데 역시 계획과 다짐은 계획과 다짐일 뿐. 
















차학경의 <딕테>를, 어깨 너머 훔쳐만 보는 기분에서 텍스트 너머 훔쳐보는 기분으로. 어렵다고 하기도 난해하다고 하기도 어렴풋이 어렴풋하기만 한 이 텍스트 모양을 한 텍스트 읽기. 아무래도 수박 겉핥기에 그치지 않을까 짐작한다. 이웃님이 이웃님과 본격 읽기를 하신다기에 끼워달라고 했다. 어제 앞부분 읽으면서 아주 약간 후회를 했다. 아 왜 한다고 했지. 일단 자신이 없고 이단도 자신이 없다. 함께 읽을 논문들도 있다. 아침에 태혜숙의 논문을 프린트해 놓았다. 그걸 읽고 이해해낼 자신도 없다. 큰일이네. 




* 이 밖에도 펼쳐놓고 읽다 만 책이 책상 위에 그대로 쌓여 있다. 최근에 다 읽었다고 표시할 책도 없다. 힝. 아침에 눈 떠 침대에서 이리저리 꼬물락거리면서 폰과 친구하는 시간에 책을 읽었으면 벌써 몇 권은 다 읽었겠다 혼자 타박한다. 오늘 아침에는 정말,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기가 힘이 들었다. 바야흐로, 겨울이 온다. 


*아래는 이번달 (마저) 읽어야 하는 책들.(함께 읽기 책들)

















---

* 그리고 읽어야 겠다고 생각한 책들.(<저주토끼>는 소설이니 그래도 금방 읽겠지만 다른 두 권은 생각만 하고 실천은 무리지 싶은데 어쨌거나 노력은 해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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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11-05 12: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이 오면 정말 이불에서 나오기 힘들죠ㅠㅠ 올 겨울은 그러지 않으려고 마음을 다잡고 있는데 과연…

난티나무 2022-11-05 19:42   좋아요 2 | URL
추위를 핑계삼아 기상시간이 점점 더 늦추어질 것만 같습니다.ㅠㅠ
이제 정말로 추위 대비(카펫 깔기. 창문 틈새 막기, 두툼한 양말과 털슬리퍼 준비 등등등)를 해야 할 시간이에요. 윽 시러라...

공쟝쟝 2022-11-05 13: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분이 좋구나! = 일반적인 기분이 좋은 느낌!
기분이가 좋쿠나! 기분이라는 주체까지 생겨서 구체적으로 능동적으로 좋구나!ㅋㅋㅋ

내가 기분을 좋게 느끼는 게 아니라 기분이 나를 사로잡은 상태? ㅋㅋㅋ

난티나무 2022-11-05 19:43   좋아요 1 | URL
기분이라는 주체! 기분이 나를 사로잡은 상태!!! ㅋㅋㅋㅋㅋ
👍♡♡

바람돌이 2022-11-05 16: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실험을 해봤는데요. 여기 북플에 안들어오면 책이 많이 읽어지더군요. ㅎㅎ
그런데 단점은 리뷰던 페이퍼든 쓰야 하는 책이 막 쌓이니까 이게 부담이 되고 또 그래서 그냥 에이 그냥 넘어가자라는 마음이 돼서 기분이가 꿀꿀해진다는..... ㅎㅎ (쟝쟝님 말씀대로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꿀꿀한 상태입니다. )

난티나무 2022-11-05 19:45   좋아요 1 | URL
으 맞아요. 아침에 북플 글 읽는 게 루틴이 되어버렸어요.^^;;;
쓰기는 정말 습관화하지 않으면 어려운 거 맞고요. 동감~ㅎㅎ
아 능동적으로 꿀꿀하다니, ㅎㅎㅎㅎㅎㅎ 말 되면서도 늠나 웃겨요.ㅋㅋ😂

공쟝쟝 2022-11-05 21:39   좋아요 1 | URL
꿀꿀이가 합니다 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1-05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차학경의 딕테가 반갑네요. 저도 그 책 읽어야 하는데^^; 마이너 필링스 읽으면서 생각한건데 아직도...ㅎㅎ 저도 책상이 읽어야 할 책들로 너저분합니다ㅋㅋㅋ 근데 대부분의 독서인들이 이렇지 않을까요?ㅎㅎ

난티나무 2022-11-06 05:35   좋아요 2 | URL
맞아요, 대부분 그러실 듯~ ㅎㅎㅎ 여러 권을 돌아가며 읽으시는 분들^^

<마이너 필링스>가 아주 큰 몫을 한 거 맞죠? <딕테>를 알리는 데에요. 차학경님이 계속 책을 영화를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작품을 만들었다면 그건 얼마나 멋있고 훌륭했을까, 싶어요…ㅠㅠ
 
[eBook] 포르노랜드 : 당신이 웃어넘긴 야동의 실체 열다 페미니즘 총서 5
게일 다인스 지음, 신혜빈 옮김 / 열다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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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깐 본 티브이프로그램에 미국의 ‘반전’ 배우들 이야기가 나왔다. 누군지도 벌써 생각나지 않으려 하지만 남자고 유명 배우였고 나락으로 떨어졌다가 재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였는데(한국프로그램) 그 ‘힘든’ 과정에 “부인에게 폭력을 행사해 이혼”한 것을 고통스러운 이혼 뭐 이런 식으로 묘사했다. 아놔. 지가 잘못해서 이혼한 걸 힘들고 고통스럽다고? 한참을 버럭버럭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잠깐 펼친 <포르노랜드>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 사진은 아래에 있다.
“21세 때까지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 파산이라는 소용돌이를 통과해야 했으며 마침내 …에 이르렀다.”
이 부분은 타임지 기사의 일부이다. 심지어 플린트(잡지 허슬러를 만든 인물)를 까내리는 기사다. 그런데도 결혼 이혼 파산 같은 주제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이 느껴지지 않는다.

70년대 기사나 2022년 티브이프로그램이나 미국이나 한국이나 발화의 형식은 바뀌지 않는다. 언제까지 남성의 ‘힘들었던’ 삶을 영웅화할 것인가. 언제까지 우쭈쭈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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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0-15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기사는 뭔가 스트립 클럽을 열었다는게 구국의 영웅쯤 되었다는 투로 말하네요. ㅎㅎ

난티나무 2022-10-17 01:3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역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스토리. ㅋㅋㅋ 그나마 되게 부정적으로 쓴 기사인데도 우쭈쭈.ㅋㅋㅋ

호우 2022-10-16 09: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바람돌이님 의견에 동감. ‘마침내‘ 스트립 클럽 여덟개를 열어 성공한 인생이 되었다는 뜻인가요? 으이 ㅆ.

난티나무 2022-10-17 01:37   좋아요 0 | URL
그러니 다른 성공 스토리는 어떻겠습니까.. ㅠㅠ
 
















두번째 읽기(시도)이므로 나는 이 책의 내용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대체로 어떤 내용인지는 이미 안다. 이 책을 언제 읽었나 찾아보니 2020년 9월이다. 무려 2년 전! 자 그렇다면 이번의 읽기는 그동안 내 생각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혹은 변화하지 않았는지를 살필 좋은 기회다. 그땐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구절들이 있을 수도 있다.(아마 많을 것이다.) 2년이라는 갭을 생각하니 좀 즐거워진다. 내용에 대해서는 즐거워할 수가 없지만. 문제는! 나 토요일에 여행 가거든??? 10월 말까지 느긋한 시간이... 없을 예정이거든??? 하. 어떡하지. 예전에 읽을 때 간단히 메모 형식으로 글을 남기기는 했으나 성에 차지 않았었다. 이번엔 좀 조목조목 읽고 쓸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시간이 나를 돕지 않는구나.(응?) 


포르노에 대한 내 생각은 그동안 크게 바뀌지 않았다. 반대합니다, 여성혐오와 폭력으로 점철된 포르노! 이랬는데, 며칠전 읽은 책 한 권 때문에 아주아주 조금 흔들흔들하고 있다. 구분이 필요하다. 이게 구분이 가능한 일인가 하는 의문이 있는데 바람직한 상황에서 바람직한 전제가 있다면 가능할 것도 같다. 그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도 어떤 의미인지 이해는 가지만(그래 무슨 말인지 알아! 안다고! 하지만) 포르노에 대한 내 거부감이 너무 커서 이해와는 별개로 용인&동조하고 싶지는 않... 물론 거기서 말하는 포르노는 <포르노랜드>에서 비판하는 '곤조포르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남성들이 포르노를 대하는 태도로는 그 저자의 의견이 지지받지 못하리라는 사실은 너무도 자명... 그러므로 책을 읽는 여성들도 쉽게 거부감을 가져버릴 거라는 사실도 자명... 그런 이유로, 그런 일부분 때문에, 그 책을 무지무지 소개하고 싶으나 그러지 못하고 있다.ㅠㅠ 아 슬퍼. 



◦◦◦

"주류 잡지, 포르노 업계, 심지어는 일부 페미니스트조차 이런 변화를 두고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성적으로 자유로워지고 있다는 증거라며 축배를 드는 동안, 나와 대화를 나누는 많은 여학생들은 그 축제를 즐기지 못한다. 그들은 압박받고, 교묘하게 조종당하고, 획일화된 모습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고 느낀다. 이들이 만나는 남자는 포르노 섹스를 기대한다. 그것은 유대감도 친밀함도 없이 익명으로 전개되는 섹스이며,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나설 뿐이다. 여자가 남자의 기대에 부응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포르노 문화에서는 어떤 여자든 어느 정도까지 통상적인 '섹시함'의 기준을 충족한다면 다른 여자와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머리말, 전자책 25/433)



'그것을 얻지 못한 남자는 그저 다른 여자를 찾아나설 뿐이다.' '어떤 여자든' 

이런 구절들을 읽는데 마침 이번주에 읽었던 다른 책의 구절이 떠올랐다. 


◦◦◦

"캐주얼 섹스를 묘사하는 수많은 글은 서로 이름도 모르고 섹스하는 것을 자랑삼아 강조한다. 리사 웨이드가 미국의 대학 캠퍼스에서 이뤄지는 섹스를 연구한 보고서에서 밝혔듯, 남성은 파티에서 뒤에서 다가가 여성의 엉덩이에 자신의 성기를 비비는 것으로 성적 의도를 표현한다. "남성은 일반적으로 여성의 뒤에서 다가가는 탓에 여성은 자신의 엉덩이를 건드리는 페니스가 누구의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에바 일루즈 <사랑은 왜 끝나나> 116) 



여성이 누구든, 이름이 무엇이든, 몇 살이든, 상관없다. '그녀'는 '엉덩이'를 가졌으니까. 이렇게 확실하게 여성을 성기로만 보는 경우라니. 그렇게 이루어지는 캐주얼 섹스(대체로 여성에게는 거부하지 못하게 되는 이유와 상황들이 있다.)는 아래의 장면처럼 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

"페미니스트이자 작가 겸 배우인 리나 더넘의 작품에 등장하는 섹스는 철저하게 날것이다. 리나 더넘의 2010년 영화 <타이니 퍼니처>에 나오는 섹스 장면은 (좀 우울하기는 하지만) 가장 현실적으로 묘사된 장면 중 하나일 것이다. ...... 두 사람은 대략 십 초 정도 키스를 한다. 남자는 바지 지퍼를 내리고 아무 말 없이 여자의 머리를 자기 아래쪽으로 밀어낸다. 남자는 여자에게 "더 세게 빨아"라고 말하며, 쉴새없이 울려대는 여자의 스마트폰에 대고 욕을 한다. 그 다음에는 허둥지둥 여자의 몸을 돌려 뒤쪽으로 삽입한다. 남자는 피스톤 운동을 하다가 사정을 하는데, 사정까지 고작 일 분도 걸리지 않는다. 남자는 단 한 번도 여자의 얼굴을 보지 않는다. 오라의 표정은 흥분 상태에서 당황함, 약간의 실망감, 그리고 체념으로 변해간다. 관계 후에 남자는 문자를 확인하면서 작별인사를 한다. 이 장면을 보면 민망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가슴 아프고, 고통스러우며, 당황스럽고, 현실적이다." (페기 오렌스타인 <아무도 대답해주지 않은 질문들> 전자책 75/438)


(영화 속 여자와 남자는 심지어 처음 만나는 사이도 아니었다... )


포르노 문화로 인해 남자들이 여자를 바라보는 방식이 심하게 왜곡되는 건 당연지사다. 이 책들에서 공통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친밀감 따위 개나 줘버려 마인드'로(대부분의 남성은 친밀감이 뭔지 모른다) 여성을 쾌락 충족의 도구로 사용하는 남성의 행태다. 그 저변에는 포르노 문화가 있다. 문제는 인터넷에 차고 넘치는 곤조포르노 뿐만이 아니다. 사회는 이미 어딜 봐도 그런 이미지들로 넘쳐난다. 유모차를 탄 아기들도 길거리 광고판에서 벗은 여자의 몸, 얼굴 없이 (흔히 쇠사슬과 함께) 진열된 여자의 몸을 볼 수 있는 세상이다.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에서 포르노를 보며 섹스를 배운다. 자본주의 상품과 여성의 몸을 결탁시킨 광고들, 포르노 간접 광고, 일상에서 들리는 성적 대상화 발언들...  끝이 없다. 와 진짜 이 문화 어떻게 바꾸나??? 


머리말 겨우 읽고 페이퍼 하나 겨우 남기고 오늘은 여기서 뿅. 


+ <포르노랜드>와 함께 보려고 꺼내놓은 <포르노 판타지>를 방금 펼쳐봤는데(이 책도 2020년에 <포르노랜드>와 함께 읽었었다) 아 이런 이 책도 다시 읽고 싶어진다. 워쩔. 오늘은 13일이지만이지만이지만이지마아아아안... 저기 근데 여행 갈 때 이 두 권을 들고 갈 수는... 없지는 않지만... 내 눈 내 머리 내 감정 어쩔? 안 돼. 그럴 순 없지. 월말까지 다 못 읽을 수도 있으니 이번엔 느긋하게 11월에라도 리뷰 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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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0-14 06: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무도 대답하주지 않는 질문들.. 을 사야겠네요?
언급하신 영화속 장면, 아주 많은 영화에서 그런 장면들이 보여지죠. 제가 봤던 영화 <블루 발렌타인>에서도 콘돔 없이 갑자기 남자가 뒤에서 순식간에 시작하고 끝을 내거든요. 여자는 콘돔 없이 하지 말라고 했는데도 남자는 그냥 합니다. 둘은 연인 사이었고요. 그리고 여자는 네, 혼자! 임신하고 혼자! 아이를 키우게 되죠.. 후..

난티나무 2022-10-14 23:58   좋아요 0 | URL
후아... 맞아요 지금까지 우리가 봐온 영화속 섹스신...ㅠㅠ
책들을 훑어보면서 한국에서도 이런 책이 빨리 나왔으면 하고 생각했습니다. 일상의 이성애와 연애, 사랑, 에 대한 책이요. 똑똑한 여자들아, 책 좀 더 많이 써줘라요~~~~~~!!!! 더더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얄라알라 2022-10-14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편의점 담배 광고가 (잠재적 소비자가 되야만 하는) 청소년 타겟으로 낮게 설치되었던 데 시정 요구가 있다는 글 읽었었는데....


난티나무님 글 읽다보니, 유모차 탄 아가들도 고개 돌리면(다행이 글자도, 광고 뉘앙스도 모르지만), 여성의 몸 사진이나 요란한 광고문구를 볼 수 있는 세상 맞네요....흑..

난티나무 2022-10-15 00:00   좋아요 0 | URL
원치 않게 끊임없이 그런 이미지들을 접합니다. 담배도 알콜도 모두 그렇지만 이 포르노문화는 어떻게 규제/처벌해야 하는지 아득하네요. 개념 없는 정치인들, 일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

얄라알라 2022-10-14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년 만에 다시 읽으시며, ˝내 생각이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 혹은 변화하지 않았는지를 살필 좋은 기회˝라 하시는 난티나무님께,
지금 제가 옆에 두고 읽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 개정판 후기 문장을 올려드리고 싶어졌어요. 당연히 이미 읽으셨고, 마음에 새기고 계실지 모르는 문장이겠지만요....


˝부끄러움 속에서 내가 깨달은 것은, 결국 나는 자기 변화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물론, 내가 ‘나를 바꾸고 이저노가 같이 생각하지 않기 위해서 책을 쓴다.‘는 미셸 푸코와 같지는 않겠지만....(288)


저는 [포르노랜드] 이번 주말부터 읽기에 합류하겠나이다!

난티나무 2022-10-15 00:01   좋아요 1 | URL
오 <페미니즘의 도전>! 저도 2년 전쯤 읽었을 텐데 조만간 다시 읽으려고 하고 있어요.^^
맞아요, 자기 변화를 위해!!! 나는 귾임없이 변한다!!!ㅎㅎㅎ

<포르노랜드> 화이팅입니다. 아주 그냥 욕지기가 수시로 나오지만...ㅠㅠ
 

자아는 없다.(정말?) 시시각각 변화하는 것이 인간이다. 자아성찰, 자아실현, 다 헛소리. 우리는 자본주의의 바람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보잘것 없는 존재들이다. 존재하고 있는 것은 맞는가. 내가 여기 이렇게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는 것은 환상이 아닌가. 거기 앉아 나를 보고 있는 너는 실재인가. 자존감, 자존심, 자기정체성 등을 정립하고 지키라고 하는 말들은 그렇게 해서라도 살아남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어째서 인간의 뇌는 이렇게 진화했단 말인가. 하필이면. 오늘도 두서없이 시작하는 뻘글. 


"쓰시마 유코는 "내가 나에 대해 단언할수록 나는 거짓말이 되었다"고 했고, 엘렌 식수는 "내가 말하기 시작하면 나는 내가 말하는 것이면서도 일부는 나에게서 빠져나간다"고 했다. 비슷한 문장 중 주디스 버틀러의 것을 제일 좋아하는데 "내가 생각하는 '나' 안에는 내가 아닌 무언가가 이미 들어와 있다"라는 그의 글을 반복해 읽으면 이미 '나' 안에 들어와 있는 무언가로 공포영화를 여러 편 찍을 수 있다. 어쨌든 나는 거짓말이고, 어쩌다 남은 것들이고, 이미 들어와 있는 것의 이웃이므로 나는 나에 대해 말할 수 없음으로 말하기 시작한다."

김지승 <짐승일기> 12




주말에 프랑스 남부에 있었다. 볼일이 있었고 내 볼일은 아니지만 겸사겸사 갔고 바다가 가까웠지만 바다에는 가지 않았다. 그깟 바다, 안 봐도 상관없다, 이런 마음. 풍경 그게 다 무슨 소용, 이런 마음. 유난히 고속도로 위의 시간이 길게 느껴졌고 그래서 피곤했다. 결혼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라고 핑계를 대고) 이탈리아 여행을 온 동생이 급 벙개를 외쳤다. 남부에 있다고? 그럼 놀러 와! 못 올 이유 없지? 그럼 고고! 귀가 종잇장보다 얇은 나는 혹하고 말았다. 장장 500킬로미터 이상을 달려야 동생이 있는 곳에 갈 수 있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700킬로미터 가까이 되었다. 거리가 문제야? 아니라고 생각했다. 물론 차를 오래 타는 일은 이젠 정말 피곤하고 힘들지만, 고만고만한 생활에서 이런 경우는 흔히 일어나지 않으니까. 동생을 보고 싶어서? 놉. 동생의 남편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럼 나는 왜 혹했던 걸까? 습관에서 벗어나기. 그걸 해보고 싶었다.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삶. 나도 너도 대체로 그렇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무엇,을 해보고 싶었다. 난 그런 성격 아니야, 계획을 해야 안심이 돼,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게 습관이라는 거 알지도 모르지. 하루를 달려 드넓은 호수만 보고 다시 하루를 달리더라도, 얻은 것 없이 잃는 게 많아도, 그럴 만하다고 생각했다. 아니 그럴 만하지 않냐고 나를 설득시켰다. 동생이라는 좋은 핑계가 거기 있었다. 2주 뒤에 만날 예정이라는 사실은 제쳐두고.


결론을 말하자면, 지금 나는 집에 있다. 그 즉흥성을 따랐다면 가르다 호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겠지. 습관은 충동을 이기지 못했다. 내가 끝까지 우겼다면 아마 옆지기는 따라나섰을 것이다. 그래서 후회하냐고? 아니. 나는 어차피 못 갈 것을 알고 있었다. 가고 싶지만 안 갈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나는 나를 너무 잘 안다? 혹은 내 습관의 패턴은 빤하다?) 충동은 자주 쉽게 포기로 이어진다. 포기가 잘 안 될 때 괴로워진다. 나는 뭘까? 나는 인간일까? '(나는 인간인데) 너는 뭐냐?'라는 물음 때문에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온다고 정희진샘이 말했다는데(쟝쟝님 글에서 읽음), 그 말을 보고 나니 이젠 스스로 나는 뭐, 누구, 이런 질문 안 하고 싶어졌는데. 몇 마디 말로 표현할 수는 있겠지만 그게 다는 아니니까. 표현할 수 있는 성질조차 변화무쌍하니까.


풍경 까짓 거, 라고 생각은 했으나 피곤한 몸을 이끌고 점심을 먹으러 간 한 마을은 눈이 부시도록 예뻤고 까짓,은 느무좋아,로 바뀌었다. 이탈리아를 포기하는 대신 예정에 없던 식사를 하느라 두어 시간을 지체했다. 내 결정이었다. 선택이라고 말하지는 않겠다. 결정이나 선택이나 결국 내가 하는 것처럼 보이겠으나, 이 또한 내 습관성 행동이겠다. 아쉬움의 표현. '선택하지 않는' 선택.(에바 일루즈 읽는 척 하는 중) 그 와중, 때로는 까짓 풍경이 마음을 달래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이렇게 스쳐지나가지만 넉넉한 시간을 갖고 여행으로 오고 싶다는 바람이 생긴다. 이 또한 실현이 어려운 소망일 테지. 넉넉한 시간이란 곧 돈을 의미하니까. 사람들은 나중에, 언젠가는,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헛된 희망을 품는다. 그것을 붙잡고 살아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실체 없는 희망은 늘, 천천히, 늦게 오고 어쩌면 흔히, 올 생각도 하지 않음을, 우리는 애써 지우려고 하지는 않나? 나는 이제야 조금씩 '충동적인' 인간이 되고 싶다.


타인이 없으면 나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렇게 말할 수 있을까. 끊임없는 타인 보기, 타인들의 조각 모습, 이것이 미치는 영향, 거기에서 만들어지는 나라는 모습. 책 목차의 소제목이 눈길을 붙든다. "내가 나의 타인이다." 어쩐지 사람들이 그렇게 MBTI 에 열광(?)하는 이유를 알 것만 같다.


"우리는 아니,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엉망으로 쪼개진 파편으로 살아가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정주하지 못하고 일관되지 않으며 규칙에 반하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할 때마다 달라지는 이야기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잘 잊히기 위한 고군분투의 기록일 뿐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매일 마지막 낮잠에서 깨고 마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등 뒤로 줄 서 있는 슬픔들이 있는데 우리는 아니, 나는 이름 없이 단 하나 남은 부족민인데 우리는 아니, 나는 용서하지 않을 거고 용서받지 않을 텐데 우리는 아니, 나는 즉흥적이고 정직하게 울고 싶은데 우리는 아니, "

김지승 <짐승일기> 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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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05 0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현하신 그 내면의 느낌 어떤건지 알아요. 물론 저는 이미 떠났고 동생과 만나서 어쩌고저쩌고 했다는 글까지 올렸겠죠. 🥲🥲🥲 코딱지 만한 충동에도 흔들거리는 저보다 님의 성격이 더 부러워요. ㅎㅎㅎ

난티나무 2022-10-05 14:29   좋아요 0 | URL
하핫 라로님^^ 이미 떠났고 ㅋㅋㅋㅋㅋㅋㅋㅋ
별것 아닌 일인데 그냥 하지 않음, 포기가 일상의 습관이 된 건 아닌가, 생각하는 계기였어요.^^;;;

2022-10-05 0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5 14: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05 09: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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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5 14: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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