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문장들에서 내 경험과 비슷하게 일치하는 부분을 발견하면 기분이 좋다. 단순히 기분이 좋다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이기는 하지만 대체로 그렇다. 딱히 내 경험과 비슷하지 않아도 한눈에 공감하거나 이해되는 문장들도 있다. 어쩌면 인간의 생각과 경험이란, 같은 구조를 가진 것이 아닐까. 나도 그래, 나도 그렇다고, 손뼉을 치고 눈물을 흘리고 난 후에는, 어김없이 찾아오는 혼자만의 시간, 혼자만의 우울. 그러나 그 문장들은 또한 언제까지나 우울의 웅덩이에 머무르지 않도록 나를 꺼내주기도 하니까. 


좀 길지만 옮겨놓는 밑줄. 



-------------------------

"...... 페미니즘으로 분석을 해냈을 때 내가 느낀 기쁨이란! 나는 그 기쁨과 함께 깨어나고, 온종일 함께 춤을 추고, 미소를 지으며 함께 잠들었다. 나는 상처받지 않는 상태가 되었다. 그날그날의 운에 따라 날아오던 돌팔매와 화살들은 내게 흠집 하나 내지 못하게 되었다. 페미니즘이 내게 알려준 것을 계속 지킬 수만 있다면 나는 머지않아 나 자신이 될 것이었다.
나 자신이 되면 모든 걸 가질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자 삶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내게는 통찰이 있었고, 함께 할 여자들이 있었다. 내 삶의 경험 한복판에 나는 서 있었고, 변하고 또 변하고 있었다. 어디를 보든 방을 가득 메운 여자들이 있었고, 그들 역시 변하고 또 변하는 중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 삶이 어떻게 만들어져 왔는지에 대한 사회적인 설명을 들으며 활기를 얻고,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모이고, 같은 언어로 같은 분석을 하며, 뉴욕의 식당과 강당 그리고 아파트에서 만나고 또 만나 자신의 통찰을 자세히 설명하고 분석한 것을 전하는 기쁨을 느낄 때, 그때야말로 즐거움으로 충만한 순간이다. 혁명 정치의 즐거움이 그때 우리의 것이었다. 1970년대 초반에 페미니스트로 사는 것, 그 여명 속에 살아 있는 것은 더없는 행복이었다. 세상의 어떤 ‘사랑해‘라는 말도 그 행복에는 닿을 수 없었다. 함께가 아니라면 우리가 존재할 다른 곳은 없었다. 그때 우리 모두는 페미니즘의 느슨한 포옹 속에 살아갔다. 나는 내 남은 삶을 그 속에서 보내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54~55) 


" 그랬는데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1980년 즈음 서서히 페미니스트 연대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우리의 노력만큼 세상이 충분히 변하지 않자, 예전에 모든 여성들을 찢어놓았던 것이 우리 안에서 다시 효력을 발휘했다.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서로에게 들려줄 말이 점점 더 없어지는 것 같았다. 각자의 개성이 거슬리기 시작했고, 대화는 지루해졌으며, 개념들은 똑같은 말의 반복이 되어갔다. 회의는 귀찮은 일이 되었고 모임 소식에도 예전만큼 마음이 설레지 않았다. " (57)




" 페미니스트가 되었을 때 처음으로 떠올랐던 그 통찰의 빛이 내게 되돌아왔다. 몇 년 전, 페미니즘은 내게 일의 가치를 알려주었다. 이제 그것은 나로 하여금 새로운 시선으로 그 가치를 처음부터 다시 바라보게 해주었다. 두 번째 각성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지식이 깊어지는 각성이었다. 내 정치적 견해들이 준비해왔던 것을 혼자서 마주하리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예지력 있는 페미니스트들이 200년 동안 갖고 있던 통찰이 내게 찾아왔다. 내 삶을 지배하는 힘은 오직 나 자신의 생각을 꾸준히 다스리는 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는 통찰이었다.
 말로 하기는 쉽지만 해내려면 평생이 걸리는 일이었다.
 나는 마치 처음인 것처럼 책상 앞에 앉아 생각을 유지하는 법을 배우고자 했다. 생각을 통제하고, 확장하고, 내게 도움이 되도록 만드는 법을. 그러나 실패했다.
 다음 날 나는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또 실패했다. 

 사흘 뒤 나는 다시 책상으로 기어갔고, 패배한 채 책상을 떠났다. 하지만 그 다음 날이 되자 내 머릿속의 안개가 걷혔다. 다루기 힘들게 느껴졌으나 실은 간단했던 글쓰기에 대한 문제 하나를 풀자 가슴에 얹혀 있던 돌 하나가 치워지는 것 같았다. 숨쉬기가 수월해졌다. 공기에서는 달콤한, 커피에서는 강렬한, 하루에서는 설레는 향기가 났다.

 종교적 열정으로 만들어진 수사법은 내 안에서 사라지고 매일의 노력이 가져다주는 안심되는 고통이 그 자리를 채웠다. ‘일이 전부‘라고 주문처럼 계속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분명 일이 전부는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일하려고 매일 자리에 앉아있는 일은 내게 깨달음을 주었다. 내가 바라보자, 체호프의 문장이 나를 마주 보았다. ‘남들은 나를 노예로 만들었지만 나는 내게서 그 노예근성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짜내야만 한다. 나는 1970년대 언젠가 그 문장을 책상 앞에 압정으로 고정해두었지만, 내 두 눈은 10년 넘게 그 문장을 따분하게 바라보기만 했다. 나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 그제야 정말로 읽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나를 구원해주는 것은 ‘일‘이 아니었다. 매일의 고생스러운 노력이었다.
 날마다 노력하는 일은 내게 일종의 연결이 되었다. 연결되는 감각이란 강해지는 느낌이었다. 강해진 나는 내가 독립적인 사람이라고 느끼기 시작했다. 독립적인 사람이 되자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생각을 할 때 나는 덜 외로워졌다. 내게는 나 자신이라는 친구가 있었다. 나 자신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새로워진 지혜의 힘을 느꼈다. 그리스인들부터 체호프를 거쳐 엘리자베스 케이디 스탠턴Elizabeth Cady Stanton까지, 인간의 외로움이라는 본성을 탐구하는 데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모든 사람은 오직 일하는 자기 자신의 생각만이 자아의 고독을  끝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똑바로 들여다보기엔 힘겨운, 너무도 힘겨운 진실이다. 그리고 그렇기에 우리는 사랑과 공동체를 갈망한다. 그 두 가지 모두 삶에 있기를 바라기에는 썩 괜찮은 것들이지만 갈망할 만한 것들은 아니다.
  갈망은 살인자와 같다. 갈망은 우리를 감상적으로 만든다. 감상적이 되면 우리는 낭만만을 추구하게 된다. 내게 있어 페미니즘이 아름다운 이유는, 그것이 로맨스가 아니라 힘겨운 진실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전히 힘겨운 진실을 추구한다.
  내가 방금 적어놓은 모든 것을 나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몇 번이고 잊어왔다. 불안과 권태와 우울이 나를 압도하면, 그것들은 나를 지워버리고 나는 ‘잊는다.‘ 영혼의 노예 상태란 일종의 기억 상실이어서, 우리가 아는 것을 붙잡지 못하게 만든다. 아는 것을 붙잡지 못하면 우리는 경험을 받아들일 수 없다. 그리고 경험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변화는 오지 않는다. 변화가  없으면 우리 자신 안에 있던 연결은 끊어져버린다. 그건 견딜  수 없는 일이기에, 삶은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끝없이 ‘기억하는‘ 일의 연속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디에 있을까? 끊임없는 투쟁 속에 있다. ...... " (58~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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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3-02-26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이 느꼈던 감정을 저도 느낄듯하네요. 저는 페미니즘으로 인해 저런 감정을 처음 느낀건 아니지만 오래전에 느꼈던 저런 감정이 아직도 제 삶과 생각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거든요. 지금 페미니즘을 공부하는 것도 어쩌면 그 연장이구요. 이러나 저러나 비비언 고닉의 책은 꼭 읽어야겠습니다. ^^ 지금까지 딱 3권 나와서 전작하기 좋은 작가! 더 나오기 전에 빨리 빨리 읽어야겠어요. ㅎㅎ

난티나무 2023-02-27 02:33   좋아요 0 | URL
네 글에서는 페미니즘 모먼트가 나오고 있지만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이 삶의 여러 분야에도 적용된다는 생각을 했어요. 페미니즘은 삶 자체이기도 하고…^^
고닉 책 저는 두번째예요. 헤헷
 

책을 읽다가 어느 부분에서 어젯밤 전화 통화가 생각났다. 아, 그래, 그 이야기를 써야겠어. 몸을 일으켜 컴퓨터의 새 창을 연다. 커서가 껌벅이는데, 손이 키보드에 갔는데, 써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아까 어디를 읽다가 생각이 났더라? 다시 책을 펼쳐 그 부분을 찾아 읽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어, 이 부분 아니었나? 그 뒷부분도 읽는다. 역시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무언가가 생각났다가 흐릿하게 지워진 흔적을 헤집어보지만 소용없다. 이야기는 달아났다. 이미 여러 번 그랬음에도 새 책에다 낙서를 하는 느낌을 꺼려 해 손에 연필을 쥐지 않음을 후회해 본다. 독서란 참으로 어려운 것이다.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목도 아프고 눈도 아프고 이제는 손에 연필을 쥐고 날아가는 생각들을 잡아채야만 하니 말이다. 바로 옆에 연필이 있어도 그 연필을 집어 드는 순간 생각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망할. 오늘 아침에는 꿈이 잊히지 않길래 느지막이 꿈 일기를 쓰다가 어라 생각보다 기억이 잘 나네? 하면서 주절댔다. 마침 또 혈액검사하러 나가는 날이라 그만 노트를 덮어야 했는데 잊어버릴까 봐 노트 구석에다 미처 못 쓴 내용의 키워드를 적었다. 지금 점심 먹은 후, 아직도 안 썼다. 노트를 펴면 꿈이 다시 생각날까? 그러다 잊어버리는 거지. 그나저나 나는 아까 뭘 쓰려고 했을까?@@ 


+ 아침에 빵 썰다 손가락을 같이 조금 썰어버렸다. 왼손 가운뎃손가락. 키보드 두드리면 아플 줄 알았다. 괜찮아서 다행이다. 얼마나 베었는지 들여다보기 무서워서 밴드 떼기가 싫다. 고작 손가락 하나를 밴드로 감았을 뿐인데, 그럴 때마다 그랬음을 아는데도, 불편하다. 건조한 눈에 인공눈물을 넣고 잠시 눈을 감고 있는 사이 벽을 더듬어 욕실과 주방을 왕복했다. 익숙한 공간, 익숙한 생김새를 손으로 더듬어 짐작하고 빛이 들어오는 곳을 피부로 느낀다. 어느 한 부분 귀하지 않은 곳이 없다, 몸은. 



















+ 좋을 것 같아서 못 꺼내고 있던 책(응???)이 예상대로 좋을 것 같을 때 기분이가 좋다. 좋으면서 싫다. 휘리릭 펼친 부분이 눈에 쏙쏙 들어와 박히고 가슴을 텅 때릴 때 내 감정을 이미 제대로, 잘, 훌륭하게, 쓴 사람에게 말도 안 되는 질투와 동질감을 동시에 느끼는 거다. 좋을 줄 알았어. 몇 장 안 읽었지만. 







친구 관계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고, 다른 하나는 활기찬 상태여야 만날 수 있는 관계다. 첫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방해물을 치운다. 두 번째에 속하는 사람들은 일정표에서 빈 곳이 있는지 찾는다.
(확실히 이 부분 어디였는데...) -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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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3-02-21 23: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

난티나무 2023-02-22 00:35   좋아요 2 | URL
그런 관계 ♥️♥️♥️

유수 2023-02-22 0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손가락.. 밴드 좀 더 나중에 떼세요..
전화 통화 돌아와라 얍!!

난티나무 2023-02-22 05:43   좋아요 1 | URL
잘 준비 하면서 밴드 갈았어요. 얼마나 베였는지 가늠이 안 됩니다 ㅋㅋ 상처 아무는 데에도 너무 오래 걸리는 슬픔….😳
통화… 안 돌아올 거 같아요 ㅠㅠ ㅋㅋㅋㅋㅋㅋㅋ

자목련 2023-02-22 08: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 님의 글도 좋을 줄 알았어요. 저도 드디어 이 책을 곁에 두었는데 읽기도 전에 좋으네요^^

난티나무 2023-02-22 17:04   좋아요 0 | URL
어맛 자목련님!!! ☺️
마지막 한 장까지 좋기를~~~~^^ 📖

거리의화가 2023-02-22 0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책이라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 책 좋다고 말해주시는 분들이 정말 많네요.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가 역시 좋습니다^^*

난티나무 2023-02-22 17:07   좋아요 0 | URL
좋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쟝님이 떠오르네요 ㅎ) 왜 좋다고 하시는지 좀 알 것 같기도 하고요. 앞부분만 읽고 설레발 쳤는데 끝까지 좋을 거라 생각합니다.^^;;;;
서로에게서 활기를 얻는 관계!!!

라로 2023-02-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님, 정말 저는 가끔 난티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제가 쓸 것 같은 글과 넘나 비슷해서 놀라요. 저도 어떤 책 읽고 바로 그랬거든요. 휘발돼 버린 기억.ㅠㅠ 그리고 저도 오른손 다쳤어요. 저는 요즘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하는데 암튼, 프라이팬에 뭘 굽다가 그거 뒤집었는데 기름이 제 오른손 검지와 중지 사이, knuckle이라고 하는 그 부분과 손목을 데었어요. 시간이 없어서 찬물에 대강 아픈 곳을 대고 일하러 왔는데 부풀어 오를 것 같았는데 밤에 그렇게 된 거예요. 그런데 손을 씻다가 다친 것을 잊어버리고 수건에 손을 막 비벼가지고 상처가 덧나서 지금도 고생이에요. 엉엉 속목은 괜찮은데 검지와 중지 사이의 knuckle요. 거기는 우리가 넘나 자주 사용하는 부분이네요,,ㅋㅋ 어쨌든 상처는 오픈 투 에어가 좋습니다. 얼렁 밴드 떼세요!ㅋㅋㅋ

난티나무 2023-02-22 17:15   좋아요 0 | URL
아이쿠 손을 다치셨군요. 이야기만 들어도 손이 쓰립니다.ㅠㅠ 얼른 나으셔야 할 텐데요. 오픈 투 에어라니, 밴드 떼야 하나요 ㅎㅎ 상처 난 곳은 항상 어딘가에 부딪치고 그래서 덧나더라고요. 벌어지지 않게 밴드 꼭 감아두었는데… 물만 닿아도 금세 벌어질까 무섭 ㅋㅋㅋㅋ

기억 휘발은 자주 겪어요. 진짜 눈 깜박하는 새 날아가요. ㅎㅎ 아무리 해도 다시 생각 안 나죠?? ㅠㅠ 떠오르는 순간 메모하는 습관을 들여야 겠어요. 펜 드는 사이에 잊어버리기도 하지만요.ㅎ
 

샤워를 했다. 많이 늦지 않은 저녁이다. 몸에 밴 음식 냄새를 씻어내느라 아주 오랜만에 비누를 사용했다. 집에서 음식을 만들 때 싫은 점 하나는 몸에 배는 냄새였다. 내용물이 끓는 냄비 앞에 서 있노라면 아침에 감은 머리카락, 아침에 갈아입은 옷이 금세 무용지물이 된다. 전이라도 한 장 부칠라치면 그 날은 얼굴에서도 기름 냄새가 난다. 어제 새로 입었는데 또 갈아입어야 하다니. 어제는 볶음요리를 하는 주방에 앉아있기만 했는데도 냄새가 온몸에 배어버렸다. 한 끼 식사를 마련하기 위해 세탁물을 늘리고 샤워까지 해야 한다면 이것은 효율적인가? 그러니까 지금 샤워와 음식과의 상관관계를 말하려고 했던 건 아니고. 


" "너무 늦었네." 유도라는 그렇게 말했었다. "피곤해 보이는구나. 잠시 누워 있을래?" 그가 침대 위 자기 옆으로 오라는 시늉을 했다.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총알처럼 뛰어 올랐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나는 더듬거리며 대답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라고는 오늘 아침 이후로 몸을 씻지 않았다는 사실뿐이었다. "저...... 저 어차피 샤워를 해야 해서요." 

 유도라는 이미 책을 집어 든 뒤였다. "잘 자렴, 치카." 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내 방 침대에서 벌떡 일어서서 온수기의 불을 켰다. 유도라의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 

(전자책 338/539) 



 아! 우리의 '오드르'는 머릿속에 샤워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샤워를 하지 않았기에 침대에 같이 있음에도 유도라에게 손을 대지 못했(않았)다. 기본 중에 기본 아닌가? 섹스 전에는 샤워를 한다. 그녀는 샤워를 하고 유도라에게 갔다. 

 

 이해할 수 없는 영화 속 섹스장면들이 생각난다. 그들(여자와 남자)은 사무실에서, 골목에서, 지하실에서, 창고에서, 들판에서, 아무튼 그곳이 어디든, 샤워실이 딸린 호텔방이라 하더라도, 씻지 않고! 그대로! 고고씽!!! 가장 최악은 공중화장실. 우리 나라 화장실은 깨끗하니깐요?????? 어제 본 드라마에서도 그들(여자와 남자)은 외출했다 집에 들어가 그대로 엉겨붙었고 옛날에 본 드라마에서도 옴팡지게 온몸에 땀을 흘린 여자가 남자 집에서 엉겨붙었으며 옛날에 본 영화에서도...... 


 나는 오드리 로드가 이 장면을 의도적으로 넣었으리라 짐작한다. 어쩌면 자기검열을 했는지도 모르지. 그러나 전자라고 믿고 싶다. '오염된' 섹스 장면을 너무 많이 봐왔다. 우리에겐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고 로드는 그 역할을 충분히 해주고 있다. 그러니 로드님이시여, 좀더 자세하게 묘사 좀 해주시면 안 되렵니까????? 


 + 안타까운 한 가지 : 여자와 남자가 키스할 때, 여자와 여자가 키스할 때, 어느 쪽에 '흥분' 혹은 '이입'하십니까? (아... 혹시 남자와 남자?? 혹은, 구별 없이??) 나는 이성애자일까, 궁금하지만 아직까지는 이성애에서 벗어날 수 없나 봅니다. 후자가 궁금한데 몰입은 안 됩니다. 섹스 장면도 마찬가집니다. 자꾸 보다 보면 달라질까요? 그러나 재미집니다? 로드님이 그것만 재밌게 썼겠습니까? 페이지터너입니다.^^ 얼마 남지 않았어... 힝... 


+ 머리카락 말리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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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3-02-20 07: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정. 덜 읽은 표가 나는 말을 했다. 키스를 보고 ‘흥분’하는 건 육체의 반응일 뿐이라고, 이성애가 주입된 결과라고 하지 않았나. 나는 성급하게 로드의 ‘성애’를 ‘이성애적’ 시각으로 보는 것같다. 어쩜 그의 묘사는 그리도 아름다운지.

단발머리 2023-02-20 10: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글 다 좋아하지만, 요즘 너무 텐션 터지시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섹스 글에 이렇게 강하신 줄 미처 몰랐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 부탁드려요^^

난티나무 2023-02-20 19:50   좋아요 0 | URL
텐션이 좀 ㅎㅎㅎ 그렇죠?ㅋㅋㅋㅋㅋ 아놔 ㅋㅋㅋㅋ
저는 그저 단발머리님이 ‘좋아한다‘고 말씀하시는 게 쏙쏙 좋을 뿐이고요~~~~~~ ♥️♥️♥️😍😍

다락방 2023-02-2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난티나무 님과 같은 불만을 가지고 쓴 글이 많습니다. 특히 영화에서 맨발에 구두 신은 여자의 구두를 벗겨주면서 섹스할 때 그 발냄새를 어쩔려고 그러나 싶고요, 그리고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여자가 오럴 해줄 때 그 고추 냄새는 정말 ㅠㅠ 왜들 저렇게 씻지 않고 냄새나고 더러운 몸으로.. ㅠㅠ 너무 싫어요 ㅠㅠ
일전에 애인에게 섹스할 때 뭐 특별히 주의할게 있냐고 해서 무조건 씻고 해야 한다고 말했던 생각이 나네요. 나갔다 들어와서 손도 안씻고 어딜 만져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잠자냥 2023-02-20 12:02   좋아요 0 | URL
구두만 벗겨주고 끝나면 다행.......
스타킹 신었던 그 발에 입맞추고 이러면..... 하 도저히 몰입 불가. ㅋㅋㅋㅋㅋㅋ
주말에 본 영화(프랑수아 오종, <영 앤 뷰티풀>)에서는 심지어 섹스하고 나서 씻지도 못하게 하더라고요. 젠장

다락방 2023-02-20 12:11   좋아요 1 | URL
진짜 미치겠어요. 발가락에 키스하거나 발가락 입에 무는 거 저도 좋다 그겁니다. 그런데 그 전에 좀 씻으라고요. 왜 냄새나는데 그걸 참아가면서 .. ‘사랑하면 냄새가 안나‘이딴건 말짱 거짓말 입니다. 냄새 잘만 나죠. 사랑한다고 냄새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흑흑 너무 싫어요 ㅠㅠ 저는 그런 섹스신에 몰입이 안돼요 ㅠㅠㅠ

잠자냥 2023-02-20 12:28   좋아요 0 | URL
영화에서 제발! 아침에도 양치질하고 딥키스하자.... 뽀뽀까진 인정... ㅠㅠ
(근데 왜 우리 난티님 방에서 ㅋㅋㅋㅋㅋㅋ)

다락방 2023-02-20 13:45   좋아요 1 | URL
그럼 이쯤에서 멈추는 걸로...흠흠..

난티나무 2023-02-20 19:55   좋아요 0 | URL
저 안 그래도 영화 이야기 하면서 그, 맨발구두쪽쪽 그거 떠올렸어요. 다락방님 글도.^^ 저는 어제 드라마 보면서, 많은 수의 남자들이 화장실 가서 오줌누고 손도 안 씻고 나온다는 이야기가 생각나더라고요. 윽. 어느 드라마에서인가 본 장면이기도 하고요.

잠자냥님 와 진짜 공감. 아침키스 시러요. 냄새 나... 나도 나고 너도 나고 에브리바디 나.........

그래서 저는 오드리 로드가 넘나 좋았습니다! 흠흠.
 

읽고 있는 책들 정리해보기. 리뷰도 페이퍼도 못쓴 책들이 여전히 많다. 왜때문에 뇌세포가 가동하지 않는 느낌이지. 2월이다. 그래서 그렇다. 그렇다고 치자. 















케이트 밀렛 <성 정치학> 

숙제처럼 여겨지는 두꺼운 책들이 있다. 그 중 한 권이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이다. 4분의 3 가량 읽었다. 오 많이 읽었어! 로렌스 분석 끝부분과 헨리 밀러 그리고 장 주네 작품 분석한 부분이 남았다. 솔직히 이 사람들 작품 이야기 별로 보고 싶지 않은데 ㅎㅎㅎ 너무 열심히 분석해놓아서 또 그냥 넘어갈 수는 없고. 프로이트도 아주 대차게 까주셨고. 이 책이 출간되었을 때(1970년)의 '충격'이 짐작되는 바이다. 그러나 지금은 2023년. 페미니즘 비평서 몇 권을 읽고 뛰어난 학식을 갖추게 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동안 책 몇 권 읽었다고 밀렛의 책이 좀 심심(?)하게 느껴진다. 어쩔. 다 읽고 뭐라도 쓸 수 있을까? 다시 읽어야 하는 것일까? ㅠㅠ















스크로파 <더웜카인드> 

얼마전에 앞부분 좀 읽다가 멈췄던 책이다. 다시 처음부터 읽고 있는 중. 부제가 '우리의 손으로 쌓아 올릴 수 있는 새로운 세계'이다. 앞부분 읽을 때 이건 옆지기가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 읽히기도 했다. 같이 읽고 토론하면 좋을 듯. 좀더 읽어봐야 하겠다. 너무 앞부분이라. 책날개의 저자소개를 보면 스크로파의 이름 설명이 나온다. 라틴어로 암퇘지를 의미하며 동일 유래를 가진 이탈리아어 스크로파는 돼지 / 정숙치 못한 여성을 가리키는 속어로 쓰인다고. '이 이름은 타인이 우리에게 정숙치 못한 여성이나 혹은 돼지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것을 두려워하던 과거의 우리를 넘어서려는 시도입니다.' 
















앨리슨 스톤 <페미니즘 철학> 

음 이것도 서문과 1장만 읽은 상태. 뭔가 되게 똑부러지는 느낌을 준다. 1장에서 '섹스', '젠더' 의 구분, 그것에 대한 페미니즘의 여러 주장들, 저자의 주장 등이 정리되어있다. 아주 유익했다. 나중에 또 페이퍼를 쓸 수도 있겠지만 한없이 모호하고 경계가 없어보이는 섹스/젠더를 다시 생각하고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해서 깔끔완벽하게 뭔가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말은 아니다.^^;; 뒷부분 기대 중. 
















케이트 만 <남성 특권> 

이 책은 3월 여성주의읽기 책인데 독서모임에서 읽고 있던 책이라 본의 아니게 선행학습하는 중이다.^^;; 따라서 긴 말은 생략한다. 다음달에 페이퍼 쓰겠음. 
















김현주 <하는, 사랑> 

산 지는 꽤 됐지만 이제야 꺼내보는 소설. 이 책은 왜 샀냐 하면. 제목의 '하는'이 '섹스하는'이기 때문이다. 이성애섹스에 대해 더 알고자 하는 마음이었겠다고 지금은 추측하지만 초반 읽으면서 아... 나 이거 왜 샀지... 일케 되어버리는 거. 부분으로 전체를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끝까지 읽어보기는 할 텐데, 진도 나가기가 힘드네? 힘들다. 하. 남편 사정액을 왜 받아먹으라고 시키는 거야. 웩. 심지어 그거 포르노에서 나온다고 말도 하면서. 뒤로 가면 좀 재밌을까? 끙. 















오드리(오드르) 로드 <자미> 

가장 최근에 산, 따끈따끈한 전자책. 처음에는 로드의 엄마 때문에 이상야릇(?)한 여러 가지 감정들이 솟더니 중반을 넘어가는 지금은 조금 심드렁해졌다가 스물도 안 된 나이에 여자랑 섹스하고 쾌락과 욕망을 탐구하는 로드를 보면서 괜한 질투심도 품고, 단순하지가 않다?? 아무튼 이거도 다 읽고 뭐라도 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진짜 모르겠다. 일단 다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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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 2023-02-16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자미 진짜 책하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부러워하고 앨라이하게 되지 않아요? 또 혼자 벅차오릅니다.. 웜카인드 얼마전에 서점에서 손에 들었다가 내려놨는데 토론감 내음이 나는 책이군요. 다음번에 마주치면 펼쳐봐야겠습니다.

난티나무 2023-02-16 01:44   좋아요 3 | URL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 는 말이 왜 생각나죠.ㅎㅎ 나도 내 떡잎 찾고 싶다… ㅠㅠ 지금 찾아도 나무 되긴 글렀지만 어쨌든 잃어버린 거 찾고 싶게 만드는 책이에요.ㅎㅎㅎ 로드는 너무 재주꾼이네요!!!!!
웜카인드 앞부분 저는 좋았거든요. 좀더 읽어볼게요.^^

유수 2023-02-16 13:42   좋아요 0 | URL
로드도 자기 혼란의 시기를 고스란히 겪어 내서 그런 거잖아요. 난티님 떡잎 문제 없음!

난티나무 2023-02-16 23:49   좋아요 1 | URL
이런 말 좋아요!!!!! 필요함!!!!!! ㅋㅋㅋㅋㅋㅋㅋ 🥰🥰🥰

바람돌이 2023-02-16 21: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만만치 않은 책들이네요. 열심히 공부하시는 모습에서 또 자극받고 있습니다. 아 진짜 저는 한달에 한권 읽기 따라가기도 너무 벅차요. ㅠ.ㅠ

난티나무 2023-02-16 23:47   좋아요 2 | URL
이전에 (이성애)섹스 관련 책들을 읽었더니 머리가 아파서 ㅋㅋㅋ 좀 가벼운(?) 거 읽고 싶은데 잘 안 되네요. 이도저도 싫을 땐 놀러가기!!!! 라고 외치면서~ㅎㅎ (아 놀러가고싶다) 권수만 많고 영양가는 흠흠… ^^;;;;;;;

얄라알라 2023-02-20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정리하려고 룰을 세우면, 저 같은 경우에는 계속 계속 리뷰를 못 올리게 될 듯 합니다. 요샌 벌려만 놓고 수습 못하는 읽기의 연속이라. 난티나무님, 이렇게 중간중간 정리하시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계속 갈 책과, 좀 오래 쉬어갈 책도 걸러질 것 같고.

저도 요새 점점 서가가 무거워져서 중간 정산을 해야겠네요^^

ZAMI 평은 알쏭달쏭,^^ 그래서 더 궁금증을 키워주네요 ㅎ 다 탐나요

난티나무 2023-02-20 05:01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 저도 그래요.^^;; 수습 못하는 읽기의 연속...ㅠㅠ
머리가 안 돌아요.ㅎㅎㅎ
자미, 음, 거의 다 읽어가는데 뭐라고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생각을 해야 하는데.^^;;;
 
















(3장 흥분에 대하여) 


(이렇게 매 장마다 페이퍼 쓰려고 한 건 아닌데 하다 보니 그렇게 되어 3장도 따로 페이퍼를 쓰려고 창을 열었으나 뭐라고 써야 할지 생각은 안 나고 그래서 밑줄긋기 옮겨보고 이렇게 그냥 4장으로 넘어갈까 하다가 그래도 몇 글자 써야지 하고 끄적거려본다.)


한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섹스에서 '흥분'이라는 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아니, 그러고 보니 '흥분'과 '욕망'에 대해서 생각은 많이 했다. 앞뒤전후 맥락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말로는 부르짖어놓고 정작 내 생각에는 맥락이 적절히 작동하지 않았네???^^;; 무엇보다 인간에게 섹스는 무엇인가, 기혼여성/남성에게 섹스는 무엇인가,가 너무 최우선의 질문이었기에. 뭐 아직 명쾌하게 정리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고민들 속에 최근에야 흥분과 욕망이 같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니 의문을 갖게 되었다. 알긴 뭘 알아. 하. 나는 너무 모르겠다, 아직. 그러니까 개념을 정리하라면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걸 내 경우로 가져오면, 수많은 상황들이 뒤섞이면서 그만 방향을 잃어버리는 것. 그래도 어쩌면 예전부터 어렴풋이 느꼈던 것을 지금 책으로 읽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읽으면 읽을수록 헷갈리는데 이런 상태도 언젠가는 달라지겠지. 중요한 건, 여성의 욕망뿐 아니라 남성의 욕망에 대해서도 알 만큼은 알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내가 상대하고 있는 사람이 이성애자 남성이므로. 남성 욕망 탐구 안 하려 했는데. 탐구 말고 그냥... 맥락만 짚어보는 정도로만 하자. 아니, 그런데 저자가 말하지 않나? 여성의 욕망이 왜 탐구되어야 하나? 나는 왜 내 욕망을 알아야 하나???? 욕망을 '제대로' 알면 나는 해방되는가? 무엇으로부터??? 아니다. 저자가 하려는 말은, 여성의 욕망에 대한 설명이 '남성의 행동을 정당화'시킬 가능성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이다. 요점 파악은 중요하다. 암만. 그러면 여성욕망보다 남성욕망의 역학에 대해 더 탐구하고 말해야 하는 것인가? 띠로리.   그런데... 나는 정말 이성애자일까??? @@ 왠지 도루묵이 생각나네. 책 읽는 거 말짱 도루묵??? 뱅글뱅글 돌아서 제자리에 돌아오는 게 뭐가 있더라. 아무튼 가끔 나는 이렇게 뱅글뱅글 돌아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는 그 어딘가에서 뱅글뱅글 돌고 있을 때가 있다. 





... 사실, 많은 성 연구자는 성기의 흥분은 섹스 도중에 여성을 부상, 외상, 감염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진화해온 자동적 반응으로 추정한다. <있는 그대로 오라>에서 에밀리 나고스키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성기의 반응은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쾌락조차 아니다. 그것은 단순히 신체적 반응일 뿐이다." "

(118~119) - P118

그러나 과학 연구가 섹스를 다시 좋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 성기의 반응이 정말로 결정적인 데이터이자 가장 핵심적 정보인가? 브룩 매그넌티는 <섹스의 신화>에서 "여성들이 자신을 흥분시킨다고 보고하는 것과, 실제로 그들의 몸이 반응하게 만드는 것"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힌다. 우리는 "무엇이 사람들을 흥분시키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실험 결과는 연구자들에게 상당히 다른 그림을 제시한다." 매그넌티의 견해에 따르면, 어떤 사람의 섹슈얼리티는 그 사람의 생리적, 성기적 반응에 존재하며, 정신, 자아, 인격은 단순히 뒤따라오는 것일 뿐이다. 
비슷하게 - P124

비슷하게 알랭 드 보통은 애액이 흐르는 질과 솟아오른 음경은 "신실함의 명확한 대리인"이라고 썼다. 무엇보다 그것은 자동적이라 속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동적인 것은 단순히 하나의 반응일 뿐 그 이상이 아니다. 그리고 생리적 반응은 신실함을 지닐 수 없다. 오직 인간만이 신실할 수 있을 뿐이다. 생리적 흥분은 성적 욕망에 관해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심지어 그것은 흥분에 대해서조차 아무것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 P124

우리가 쾌락에 관심이 있고 열정만큼이나 동의에 관심이 있다면, 주관적인 것이야말로 정확히 우리가 주의를 기울여야 할 매우 중요한 대상이다. 우리는 가짜 과학주의의 이름으로 여성의 몸이 하는 일을 물신화하기보다, 그 모든 복잡성 속에서 여성이 말하는 바를 우선시해야 한다. - P137

작가, 픽업 아티스트, 크리스천 그레이가 알려주듯 여성은 자신의 몸이 ‘애원‘하고 있다는 진실로부터 단절되어 있거나 진실에 정직하지 못하다. 반면에 비아그라의 설명틀 안에서 남성의 감정은 그의 몸이 말하는 진실로부터 ‘단절될‘ 가능성이 없었다. 반대로 자신의 발기불능에도 불구하고 섹스를 향한 관심에 대한 남성의 주관적 감각은 진실로 받아들여진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그이지, 그의 몸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를 믿는다. 인격이 육체와 맺는 관계는 여성과 남성에게서 각기 다르다. 남성은 자기 스스로에 대한 권위를 가지고 있는 반면에 여성은 그렇지 않다. - P138

그러나 섹스를 다시 좋은 것으로 만들기 위한 부담은 왜 꼭 여성, 여성의 섹슈얼리티, 즉 우리가 밝혀낸 여성에 대한 진실이 떠안아야 하는가? 왜 여성이, 왜 섹슈얼리티 자체가 본질적으로 사회적이며 명백하게 집단적인 현상의 부담을 짊어져야 하는가? 심지어 그 현상은 남성성의 규범과 밀접하게 얽혀 있지 않은가? - P148

여성에게 자신의 억압된 욕망에 관한 진실을 발견하고, 인지하고, 말하라고 요구하면서 우리는 자기 지식을 억압과 대립시키고 자기-투명성을 어둠과 대립시킨다.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알지 못하고 말하지 않는다면, 그녀는 결과적으로 자기 자신을 억압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이 자신을 강제적으로 다루게 만드는 죄를 짓는 셈이다. 성 연구도 이렇게 엄격한 관점을 적용한다. 과학적 지식이 여성의 힘을 기르고 그들을 보호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좋은 섹스, 즉 흥분되고 즐거우며 비강제적인 섹스를 원한다면, 우리는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지 않아야 한다. - P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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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3-02-13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은근히 페이퍼 쓸게 많아 보이더라구요.ㅎㅎ 저는 다 읽고 쓰려다 흐지부지된ㅠ 생각해보니 난티나무님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안보셨을듯ㅋㅋ)영화 닥터스트레인지 에서 시간을 되돌리는 우주정복자가 나오는데
이름이 도루마무예요ㅋㅋㅋ

난티나무 2023-02-13 15:47   좋아요 1 | URL
아 도루마무가 거기 나오는 이름이었군요?! 미미님 글도 봤고^^ 애들이 도루마무도루마무거래를하러왔다 이러고 놀던데 저는 뭔지도 모르면서 따라하고 그랬네요? ㅋㅋㅋ 어쩜 이름을 그렇게? ㅎㅎㅎ
그러나 저는 도루묵 도루마무 하면 안 되는데 말이죠… 흐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