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성인 남자와 남자아이

남자다움의 첫번째 규칙은, 자신이 무엇이든 여자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자신의 비겁함을 영웅적 자질이라고 부르면서, 여자를 바깥으로 - 인류(우화화한 남자의 인류)의 바깥, 어디든지간에 그의 활동영역의 바깥, 평가받고 보상받고 신뢰받는 모든 것의 바깥, 감소해 가는 그 자신이 돌볼 수 있는 능력의 범주 밖으로 - 배제한다. ... 남자아이는 희생자로 정의되는 것을 회피하고자 남자가 된다. - P102

남자들은 폭력에 대해 강한 충성심을 키운다. 폭력은 남자의 자아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이므로, 남자는 폭력과 타협해야 한다. 폭력은 스포츠나 군대 안에서 제도화되고, 성욕이나 역사나 영웅적 자질의 신화 속에 축적되어 어린아이들이 폭력의 옹호자 - 즉, 여자가 아닌 남자 - 가 될 때까지 남자아이에게 폭력이 주입된다. 남자들은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의 옹호자가 되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공포를 정복하는 것을 경험한다. 그리고 공포의 정복을 통해서 그들은 해방을 경험한다. 남자들은 남자의 폭력에 대한 자신의 공포를 남자의 초자연적인 신봉으로 변형한다. 폭력 그 자체가 모든 의미심장한 경험의 근본적인 정의가 된다. - P104

남성지상주의는 정확히 남자가 타인, 특히 여자에 대한 폭력행사를 습득하는 것을 의미하며, 남자의 폭력의 일정한 형태에 충성을 맹세하고, 언어나 행동으로 폭력을 옹호하는 것은 남자의 자아를 증명할 때 유효한 제일의 규준이 된다. - P106

남자들은 여자와의 공통 특질을 경험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그들이 지닌 무엇이든 여자와 공통성을 지닌 것을 거부한다. 그리고 남겨진 하나는 남자의 말에 따르면, 몇 인치 길이의 살점, 페니스이다. 페니스는 감각이고, 페니스는 남자이고, 남자는 인간이고, 페니스는 인간에게 의의를 준다.

...

남자가 남자로 되기 위해서 페니스가 남자의 폭력을 구현해야 한다. 폭력은 남성적이고, 남자는 페니스이고, 따라서 폭력은 페니스 자체, 그것으로부터 사출된 정자 자체이다. 남자가 남자로 되기 위해서 페니스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강제적으로 행해야 한다. 인가의 에로틱한 잠재능력을 원하지 않는 여성에게 강제로 들어간 페니스의 힘으로 정의된 <섹스>에 한정하는 것은 남성지상주의적 사회 안에서 지배적인 성의 시나리오이다. - P107

남자아이도 성인 남자도 성인 남자에게 현실적으로 성적 학대를 받았다. 부정할 수도 부정해서도 안 되는 이 사실을 호모혐오자들이 왜곡되게 강조함으로써 남자의 성적 학대의 첫번째 희생자는 여자와 여자아이라는 사실을 교묘하게 시야에서 배제한다. 이러한 현상은 남자나 남자아이에 대한 학대범죄는 남자의 정상성의 남용으로 보면서, 여자에 대한 학대범죄는 궁극적으로 남자의 정상성의 표현으로 본다는 사실과 일치한다. - P111

빈곤 또한 희생될 위험이 있는 남자가 지니는 특징이다. 감옥살이를 하는 남자는 가난하고, 매춘을 하는 남자도 가난하다. 금전은 남자의 힘의 도구의 하나다. 빈곤은 굴욕적인 경험이고, 따라서 남자를 여성화하는 경험이다. - P115

이성애(그 주요한 목적의 하나는 계급으로서의 남자의 특질인 격렬한 성적 공격성으로부터 남성 전체를 보호하는 것이다) - P116

남자가 여자를 인식하는 방식은 편견에 차 있고, 터무니없고, 부조리하다. 예술·문학·심리학·종교논문·철학에서 남자가 표현하는 여자의 모습은 시대를 불구하고 당대의 상식적 혜지를 동원하여 여자를 표현하더라도 기묘하고, 왜곡되고, 고작해야 단편적이며, 대부분은 정신착란의 모습이다. 여자를 지각의 영역에서 완전히 축출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한다.

...

그리고 기피 대상인 여자가 물物thing이 아닌 인간으로 자신을 주목하게 되면, 그녀는 남자가 지닌 남자의 최고의 본질적 감각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 남자가 여자에 대해 하는 말은 무슨 말이든지 남자가 말했다는 이유로 진실이라고 본다. ... 남자는 여자가 물건처럼 지배할 수 있는 존재이기를 바란다. ... 남자가 지닌 억압한 여자 내부의 특질이 분출하여 남자를 파괴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여자에 대한 남자의 지배를 긴급하고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로 만든다. 남자들은 자신이 연약하다고 말할 뿐만 아니라 남자 위에 군림하는 여자의 힘이 거대하고 현실적이라고 감히 주장한다. - P121

그들이 이렇게 논리를 비약시키는 진의는 여자에게 충실하면 남자의 공동체에서 남자의 위치가 위협을 받기 때문이다. ... 그러나, 위협은 언제나 다른 남자로부터 비롯된다. - P124

포르노그래피는 폭로한다. 남자의 쾌락은, 다른 사람의 희생화, 상처 주고 착취하는 것에 얽히고 설켜 있으며, 남자의 상상력의 사사로움 안에서 성적 즐거움과 성적 정열이 남자의 역사의 광포성과 불가분리임을 폭로한다. 남자가 자신의 권리이자 자신의 자유로 요구하는 성적 지배의 사적인 세계는, 새디즘과 잔학의 역사(남자들은 자기를 정당화하면서 일관되게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하는데)라는 공적 세계를 거울에 비춘 모습이다. 남자의 역사의 의미를 발견하는 곳은 남자의 쾌락의 경험 안에서다. - P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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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2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너무 재미있죠! 저는 이 책이 우리동네 도서관에도 없어서 상호대차로 빌려 읽었었는데 엄청 낡았더랬어요. 다시 나온다면 사고 싶은 책 1위인데 이게 참... 안나오네요?
안드레아 드워킨, 진짜 똑똑한 사람입니다.

자매품, 맥키넌의 <포르노에 도전한다>도 꼭 같이 읽어주세요. (그런데 구하기 어려움)

아, 그러고보니 이 책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데 도대체 어디서 구해서 읽고 계신 거예요, 난티나무 님?????

난티나무 2023-03-28 18:28   좋아요 0 | URL
완전 재밌어요! 번역 좀 손봐서 다시 나오면 좋겠습니다. 똑똑하다에 완전 공감이요~
자매품도 절판 ㅋㅋㅋㅋㅋ 좋은 책은 왜 절판되는가!!!!!

2023-03-28 18: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안드레아 드워킨 <포르노그래피>
1장 권력

남성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첫번째 교의(敎義)는, 남자들은 자기self를 가지고 있고, 여자는 정의상 필연적으로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 즉, 남자의 자기의 본질은 취하고, 따라서 정의상 절대적인 남자의 자아는 자기를 지탱하는 데 필요한 것은 전부 취할 수 있는 절대적 권리로 표현되는 순환논법이다. ... 데카르트식으로 이 신념은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다. 나는 원하고, 나에게는 지닐 권리가 부여되어 있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지닐 권리를 애초부터 부여받은 기생생물들인 남자가, 지닐 권리를 부여받지 못한 숙주들인 여자에게서 자기를 흡수함으로써 남자의 자기는 확대된다. 자기는 남자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약속된 신념이자 행동이다. 한편, 여자에게는 태어날 때부터 약속으로 배제된 현실에서의 부정이다. 남자의 자기는 아무리 커도 결코 충분하지 않다. 한편, 여자의 자기는 아무리 작아도 언제나 너무 크다.
...
남성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두번째 교의는, 남자는 여자보다 육체적으로 강하고, 그런 이유로 남자는 여자를 지배하는 권리가 있다. ... 한편, 남자의 육체적 강함은 확실한 척도와는 상관없이 의미가 깊다. 남자의 자기와 마찬가지로 권력으로 표현되는 남자의 육체적 강함은 단순히 주관적인 현상이 아니고, 그 의의도 요지부동이다. 법률과 관습이 그것을 보호한다. 예술과 문학이 그것을 흠모한다. 역사가 그것에 의존한다. 부의 분배가 그것을 지속시킨다. 그의 절대적 가치가 신화화·신비화한다. 그리하여 여자는 남자의 육체적 강함이라는 현실뿐만 아니라 그 전설에 의해서도 협박을 당한다.
...
세번째로, 권력은 자기self와 육체적 강함을 구사하여 모든 계층의 사람들 전원에게 자신들과 다른 계층의 사람들 전원에 대한 공포를 심어 주고, 위협의 능력으로 기능한다. 공포의 행위는 강간·구타·아동에 대한 성적 학대·전쟁·살인·불구화·고문·노예화·유괴·언어적 공격·문화적 공격·죽음의 위협·가해의 위협의 전 영역에 걸친다. 그러한 위협은 그것을 실행가능한 것으로 만드는 남자의 능력이나 허용하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의해서 지지를 받는다. 위협의 상징은 총·칼·폭탄·주먹 등 평범하고 지극히 익숙한 것으로, 보다 중대한 것은 위협의 감춰진 상징인 페니스이다. ... 남자가 그 일에 실패하면 위협이 그 약속을 이행할 것이다.
...
네번째로, 남자는 위대하고 숭고한 권력인 이름 붙이기의 권력을 지닌다. 이 이름 붙이기의 권력으로 남자는 경험을 정의하고, 경계나 가치를 명확히 하고, 각개의 영역과 특질을 지정하고, 표현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결정하고, 지각 그 자체를 지배한다. ... 남자는 적의와 폭력을 다양하게 섞어 <섹스>라고 명명한다.
...
다섯번째로, 남자는 소유하는 권력을 쥐고, 역사적으로 이 권력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 남성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다섯번째 교의는, 남자가 여자와 여자에게서 생겨나는 것을 소유하는 권리를 지닌 것은 역사 이전, 진보 이전에 결정된 것으로 자연스런 것으로 상정한다. ... 예를 들어... 제도로서의 결혼은 관레로서의 강간으로부터 발전하였다. 당초 유괴행위로서 규정된 강간은 포획으로서 결혼이 되었다. 결혼은 강탈이 시간적으로 확대되고, 여자에 대한 소유권의 행사뿐만 아니라, 일생에 걸쳐 소유권을 보유하려는 것이다.
...
여섯번째는, 돈의 권력은 명백히 남자의 권력이다. 돈은 말하지만 남자의 목소리로 말한다. ... 돈은 대단한 성적인 요소를 지닌다. ... 금전의 영역에서는 섹스와 여자는 똑같은 일용품이다. 부는 종류나 정도에 상관없이 남자의 성적 힘의 표현이다.
...
일곱번째로, 남자들은 섹스의 권력을 쥐고 있다. 남자들은 반대의 사실을, 즉 이 권력은 여자에게 있다고 주장하는데, 실은 그들은 여자를 섹스와 동의어로 본다. ... 이 주장은 가장 근본적인 단계 - 여자가 페니스를 발기시키고, 그러므로 여자는 성적으로 강대하다는 주장의 단계 - 에서조차 완고하고 무지하며 자기 이익적이다. ... 남자의 시스템에서는 페니스가 성적 권력이고, 성교에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남자다움이다. ... 남성지상주의 이데올로기의 일곱번째 교의는, 성적인 권력이 확실히 페니스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51~64) - P51

... 즉, 폭력적이고 자기 망상적이라는 의미, 다른 사람을 인간으로서 지각하지 않으므로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자기의 행동을 전혀 변경하지 않고, 자기 쾌락의 한 형태로써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하는 것을 포기하고 행동을 고친 적이 없다는 의미에서 자폐증적이다. 남자의 권력은 포르노그래피의 존재 이유이다. 그리고 여자를 격하시키는 것이 곧 이 권력을 달성하는 수단이다. - P67

보이지 않는 곳에서조차, 여자들은 여전히 남자에게 성적으로 봉사하고, 남자의 쾌락을 위해서 여자는 존재하게 된 것이다. 남자의 쾌락을 달성하는 것은 여자의 성적인 완전성을 소멸하는 것이다. 포르노그래피의 세계에서는, 여자와 여자만을 잇는 프라이버시도, 닫힌 문도, 자기가 결정하는 자신의 의미도 있을 수 없다. - P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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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26 07: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남자는 적의와 폭력을 다양하게 섞어 <섹스>라고 명명한다.˝

... 어후.

난티나무 2023-03-27 04:16   좋아요 2 | URL
어후 2222222
책 재밌어요 수하님!
 

“지금까지와는 달리 밤에 혼자서도 당당하게 외출하는 일이었다. 신중하게 생각한 끝에 권리로서 뿐만 아니라 의무로서도 이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왜 여성은 자신에게 유일한 자유 시간, 즉 휴식에 해당하는 유일한 시간을 빼앗겨야만 하는가? 왜 나는 밤에 어딘가로 외출하고 싶을 때는 남성에게 부탁해야만 하는가, 또한 외출하기 위해 남성의 비위를 맞춰야만 하는가?
혼자 외출할 자유를 실현하려는 나의 주장에 대해 확고한 신념을 지닌 남성이 단호하게 반론을 제기한 적이 있다. 그는 『진짜 남자라면 누구나 여자가 밤에 외출할 때 따라갈 준비가 늘 되어 있다. 남성의 본성은 여성을 지키는 일이다』라고 열렬히 주장하였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지키는 것입니까?』라고 물었다. 사실 여자가 어두운 길에서 우연히 맞닥뜨리는 가장 두려운 대상은, 태어날 때부터 여성을 지킨다고 말하는 자들인 셈이다. 얼마나 기묘한 일인가?”

​(샬럿 퍼킨스 길먼 <샬럿 퍼킨스 길먼의 삶 - 자서전>)

서문에 실린 길먼의 인용구.
밑줄은 아래에.

포르노그래피는 여성의 몸과 정신에 대한 조직화된 파괴행위이며, 강간·구타·근친상간·매춘은 포르노그래피와 서로 활발히 연계되어 있다. 포르노그래피의 특질은 비인간화와 새디즘이다. 그것은 여성에게 선포하는 전쟁이며, 인간의 존엄이나 자아 그리고 인간적 가치에 대한 끝없는 공격이다. 살아남은 여성들은 각자 자기 자신의 인생경험을 통해서, 포르노그래피가 여성을 구속하고 있다는 사실 - 여성들은 포르노 필름 속에 붙잡혀 있으며, 그 필름이 또 다른 여성에게 사용되고 있으며, 남성이 그 필름을 갖고 있는 동안 여성은 계속해서 감금된 것이다 - 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 P27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사회에서 왜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은 당연하다고 믿는 것일까? 도대체 사람들은 어째서 그것을 믿는 것일까? 포르노그래피의 장면이 신뢰성을 가지려면,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가 되어야 하는 것일까? 포르노그래피를 사용하는 남성들에게 여성은 얼마나 인간 이하의 존재일까?포르노그래피가 남성들에게 오르가슴을 일으키도록 - 남성들이지 여성들이 아니다 - 한다는 이유 때문에, 남성들이 포르노그래피를 믿는다면 남성에게 섹스란 무엇인가? 또한 여성은 어떻게 해야 섹스를 무사히 지나쳐 살아남을 수 있을까? - P39

남성의 지배는 사라지지 않았고, 그들은 영화나 포르노 사진이나 포르노 책과 같은 산물 - 여성에게 가해진 범죄의 증거를 기록한 공문서 - 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다. 이것은 살아 있다. 특히 산업적으로 계속 살아 있는 공문서이며, 그런 까닭에 여성을 포식하듯 사용해도 좋다고 하는 이 공문서의 정신은 일상 생활환경에 침투해 지금도 폭발적인 기세로 확대되고 있다. 이와 같은 공문서인 포르노그래피는, 그것을 만드는 남성들과 그것을 사용하는 남성들 - 여성보다 우월한 자기의 권력에 빠져 자기가 여성에게 한 일과 여성을 사용한 방법을 사진에 담아 공개하고, 여성에게 더욱더 복종과 맹종을 끌어낼 것이라고까지 기대하는 오만하기 그지없는 남성들 - 에게는 섹스와 동의어이므로, 지금도 포르노그래피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이런 상황 속에서 우리들 여성은 당연히 포르노 사진에 내재한 명령에 따르게 되는 것이다. - P40

포르노그래피는 천박한 표적에 불과하며, 그것을 공격한 시점에서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지만, 그러나 진실로 말하자면 그것은 잘못이다.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우월성 구현에 불과하다. 그것은 남성 지배의 DNA라고도 할 수 있는 것으로서 성적 학대의 온갖 규칙도, 성적 새디즘의 온갖 미묘한 의미도, 공공연한 것과 비밀스러운 것을 포함한 온갖 성적 착취도 이 속에 암호화되어 있다. 포르노그래피란 우리들 여성에게는 그런 남성이 없었으면 좋겠다 싶은 상태이며, 남성에게는 여성이란 이러한 것이라고 생각케 하며, 또한 우리들을 그렇게 만들려고 하는 상태이며, 더욱이 남성이 우리들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내가 이 말을 하는 이유는, 그들이 생물학적으로 남성인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들 남성의 사회권력이 그렇게 조직되어 있다는 것이다. 정치활동가의 관점에서 보면, 포르노그래피는 남성 우위성의 청사진으로 남성의 우위성을 구축하는 방식을 나타내고 있다. 정치활동가는 이 청사진을 알 필요가 있다. 문화적 용어를 사용한다면,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지배라는 교의를 굳게 지키는 원리주의이다. 여성과 성충동을 규정하는 이러한 교의, 이 예정설에는 지비라곤 도무지 없다. 이 속에서 여성은 단지 강간과 매춘으로 이끌릴 뿐이며, 이의를 제창하는 사람은 파괴 또는 소멸된다. 포르노그래피는 남성의 권력과 증오·소유권·계급제도·새디즘·우월성이 성욕으로 표현된 것이다. 있을 수 있는 모든 강간, 예를 들어 여성이 구타당하고 범해질 경우와 매춘당하게 될 경우까지 포함한 모든 강간 사례, 아직 말도 제대로 못하는 유아였을 때 벌어진 근친상간을 포함한 있을 수 있는 모든 근친상간, 그리고 남편이나 연인이나 연쇄살인범 탓에 생긴 여성 살해 뒤에는 포르노그래피의 전제가 도사리고 있다. 만약 이것을 천박하다고 말한다면, 도대체 깊이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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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수하 2023-03-24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난티나무님 이 책을 갖고 계시다니! 난티나무님 글로 구경할게요 ^^

난티나무 2023-03-24 22:01   좋아요 1 | URL
전설의 그 책! ㅎㅎ 읽으면서 조금씩 밑줄 올려볼게요.^^

단발머리 2023-03-25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원서가 있사옵니다. 여즉 읽지 못하고 있으며.... 난티나무님 밑줄로 아쉬움을 달래겠어요^^

난티나무 2023-03-26 00:10   좋아요 0 | URL
오!!! 이상하다 싶은 문장을 단발머리님께 의뢰하여 원문을 찾아보고 싶지만! ㅎㅎㅎ 아니구요, 절반쯤 읽었는데 재미집니다??? ㅎㅎㅎ
 

계획에 없던 근거리 도시 왕복 중. 아침에 읽던 책을 들고 나왔다. 정말 오랜만에 펼치는 프랑스어책.^^;;;;
달리는 차에서 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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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3-03-25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이쁜 거 아닌가요 ㅠㅠㅠ 슬프도록 아름다운 프랑스어 스트라우트여!!

난티나무 2023-03-26 00:11   좋아요 0 | URL
슬프도록 아름다운, 이라니 너무 찰떡이에요.ㅠㅠ
 

<남성 특권>에서 케이트 만이 언급하는 책들은 대략 다음과 같다. 


- 록산 게이 <헝거> 

- 앤절라 가브스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 

- 캐럴라인 크리아도 페레스 <보이지 않는 여성들> : <보이지 않는 여자들>

- 지아 톨렌티노 <트릭 미러> (이름만 언급됨) 

- 마거릿 애트우드 <시녀 이야기> 

- 다시 로크먼 <은밀하고도 달콤한 성차별> 

- 제마 하틀리 <남자들은 항상 나를 잔소리하게 만든다> 

- 리베카 솔닛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 패트릭 해밀턴 <천사의 거리> : <가스등>(연극, 영화)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도 아니고 인용이 많이 되는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언급' 정도인 책들이다. 읽은 책이 많아 반가웠다. 이 목록에 포함할 수 없는 책이 한 권 있는데 잰시 던의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이라는 책이다. 저자 케이트 만은 이 책을 꽤 인용하면서 '가사노동의 문법'을 이야기한다(6장). 길게 인용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는 많은 책들에서 비슷한 말을 듣는다. 그게 몇 퍼센트이든, 어떤 식이든, 가사노동에 참여하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훌륭하다고. 왜 남자들이 가사노동을 하지 않는지 원인을 외면한 채 쳇바퀴 돌듯 이래라저래라 해결책의 모양을 한 조언들. 이 장 뒷부분에 인용된 던이라는 저자의 말은 충분히 '빡'칠 만하다. 뭐라고 하느냐면. 


" 나는 우리가 가사노동을 평등하게 분담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개의치 않는다. 중요한 것은 내가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인식이다. 나는 대개 상징적인 톰의 제스처가 쌓이고 쌓여 내게 얼마나 큰 울림을 주는지 깨닫고는 놀란다(그리고 떄로는 약간의 당혹감을 느낀다). 그가 꼭 내 옆에서 나와 함께 가사노동을 두고 씨름할 필요는 없다." (198) 


그 정도면 많이 '도와'주는 거지, 뭘 더 바라냐는 말. 그래도 네 남편은 집에서 잘 하지 않냐는 말.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는 말. 잰시 던이라는 사람은 이런 말들에 다시 파묻혔다. 자신의 위치를 다시 세우지 못했다. 결국 '도움을 받는다는 인식'을 위해서 그렇게 애를 썼다는 말인가. 안 되니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이 책이 그에게 어떤 과정 중의 하나일 수 있고 그의 경험과 생각을 써서 책으로 낼 수도 있지만, '가사노동 분담'과 관련해 이 책의 내용과 일화들에 공감하며 맞아맞아 할 여성들이 많기는 하겠지만, 그렇지만, 이건 아니잖아. 

아니라고 말하기 위해 케이트 만은 이 책을 인용했다. 문제는 이런 책들이 차고 넘친다는 것, 책이 아니라도 일상에 넘쳐흐른다는 것, '나는 밖에서 일 하잖아'에 적절하게 받아치는 사람도 적다는 것. '남성 특권'에 대해 남성들은 모르쇠로 일관한다는 것. 


이 장은 이렇게 끝난다. 


" 던의 기록에 따르면 톰은 여전히 자기 몫의 집안일을 완수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던은 톰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내비치며 책의 결론을 맺는다. "무엇보다 중요하게 나의 남편 톰에게 영원히 감사를 표한다.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 (198~199)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 ㅠㅠ 하... 남편에게 바치는 책이란 말인가???(뭐 제목부터가 그런 느낌...) 예... 잘 사세요... 


저 책 저자(잰시 던)도 자기 검열한 건 아닌가 싶다. 남편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기 위하여. 스스로를 남편 아래에 두고  알아서 기는 방식 : 오, 나쁘게 생각하지 말아요, 저는 당신을 완전 사랑한답니다??? (그러니 계속 이뻐해 주세요???) 


아내들아, 그대가 옳은 말을 하는데 상대방이 기분 나빠 한다면 그건 그 사람 몫이다. 상대방 몫까지 내가 신경쓰고 알아주어야 할 의무는 없다. 남편들아, 상처를 받는다면 그 상처 견뎌라. 기분이 나쁘다면 이유를 고민해라. 옳은 말에 상처를 받고 기분이 나쁜 건 특권의식이 침해당해서일 확률이 백퍼다. 


모든 일은 잘 하기 위해서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옳은 말을 끝까지 하는 것도, 잘못을 깨우치는 것도, 습관을 바로잡는 것도, 절대로 한번에 되지 않는다. 실패도 좌절도 잦다. 중요한 건 지지 않으려는 마음이다. 물러서지 않는 태도다. 버티고 서서 할 말을 한다. '내알바아님모드'를 켠다. 이게 안 되면 진다. 우리는 대체로 그래서 너무 자주 져 왔지 않나? 























+++ 그냥 넘어가면 아쉬우니까 목록의 책들 상품넣기. 그러나 던의 저 책은 빼겠다. 넣는 게 낫나 잠시 생각했다...




















































남성들이 더 일하지 않는 것은 건망증 때문이다. 고의적인, 상대적으로 행복한 무지의 상태 말이다.
......
이런 조건에서도 남성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일을 하지 않는 것은, 여성들로서는 그들에게 좀 더 일하라고 요구하는 것 자체가 또 하나의 노동이 되기 때문이다. - P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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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3-03-13 07: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당신이 내게 어떤 의미인지 생각할 때마다 눈물이 난다˝

아 증맬루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이게뭐예요 ㅠㅠ 제가 읽게 된다면 엄청 딥빡와서 던져버릴 책이네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난티나무 2023-03-13 15:53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ㅋㅋ 저도요. 절대 안 읽을 책 목록에 올라가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3-03-13 08: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또 언급되는 책들이 많네요?
저는 시녀 이야기 한 권만 읽은...ㅜㅜ
헝거는 사다 놓기만ㅋㅋㅋ
그나저나 3 월책은 아직도 안 산?
빨리 주문하러 가야겠습니다.
벌써 13 일...ㅜㅜ

난티나무 2023-03-13 15:55   좋아요 1 | URL
네 책읽는나무님, 잠깐씩 언급되기만 해요. 그래도 좋은 책 많죠?
아직 많이 남았으니 화이팅! 입니다~~^^

시에나 2023-03-14 17: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댓글 달려고 로그인했슴다..

<아기를 낳은 후에 남편을 미워하지 않는 법> >>> 이 책, 역시나 저런 빡치는 내용이 담겨있었군요? (제목부터 마음에 안 들었.... 좀 미워하면 안 되나요??) 저게 딱 ‘힘퍼시‘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 맞아요. 저런 식으로 여자들이 정신승리하면서 ‘그래도 내 남편 정도는 낫다. 고맙다‘라고 .심지어..‘페미니즘‘을 슬쩍 빌려와서 하는 이야기가 진짜진짜진짜 엄청 많져...그러면서 결론은 우리는 서로를 고마워하고 연민하면서 살아야 한다. 뭐 이따위.. 으아아악. 그리고 그게 사랑이라고도 하더라고요. 왜? 그걸 사랑이라고 믿고 부르게 하는 그건 무엇인가!! 정말 알고 싶고요..

˝물러서지 않는 태도다. 버티고 서서 할 말을 한다. ‘내알바아님모드‘를 켠다. 이게 안 되면 진다.˝ >>>그리고 이말에 백번 공감합니다. 제 말이요! 저는 이게 많은 여자들에게 어려울까 꽤 고민을 해보았는데, 불안과 외로움 때문인 거 같아요. 이렇게 하면 사랑받지 못하고 외로워질까 하는 것. (그런데 좀 외로워지면 안됩니까!)

저는 저 책을 읽고 서평을 써봐야겠습니다. 여자들을 더욱 더 가부장제 속으로 안온하게 안착시키는 저런 책들 가려봐야하니까... (정희진 샘이 읽지 말아야할 책들이야말로 비평을 써야 한다고 했...)

난티나무 2023-03-14 21:05   좋아요 1 | URL
ㅎㅎ 저는 <남편을 미워하는 법>이라는 제목을 만들어보았습니다.ㅋㅋㅋㅋㅋㅋ
시에나님 읽고 자근자근 밟아주세요. 기대할게요.
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읽지 말아야 할 책들이...ㅎㅎㅎ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저도 읽어야???^^;;;

남자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것... 남자에게 사랑받아야만 여성이다,라는 명제. 이성애 감옥이죠, 뭐. 거기서 벗어날 수 없으니. 존재의 이유가 그것이면 존재의 기반이 흔들리는 거니까. 여성 동료를 만듭시다. 우리의 살 길은 거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