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청

- 가부장을 치유하는 풍요로운 잔치 마당 (p.37~51)

먼저, 소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해야겠다. 심청이 살아 돌아와 왕비가 된 이후에 잔치를 열어 아버지 심봉사를 찾는다는 이야기는 모두들 알 터, 그런데 가부장을 치유한다니, 아버지 가부장이 또 중심이란 말인가?

글 맨앞에서 간단히 요약하고 있는 심청 이야기를 따라가며 맥을 한번 짚어보자.

옛날 어느 마을에 심봉사가 살았다. 부부가 살았다,도 아니고 심봉사가 살았다. 그가 주인공이다. 그의 아내는 아기를 낳다가 죽어버렸단다. 어머니의 죽음. 장르를 막론하고 어머니들이 죽는다. 왜? 어느 책에선가 본 적이 있다. 어머니가 살아있다면 어머니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 이야기가 진전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영웅이 될 수 없다고, 주인공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해 어머니의 존재는 지워져야 하는 거라고. 그러면 우리의 청이는 영웅인가? 남자 주인공이 영웅인 이야기를 떠올려보면 그 차이를 짐작할 수 있다. 청이는 용과 싸우지도 않고 결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험을 떠나는 게 아니라 바다에 몸을 던진다. 성차별적 서사를 벗어나지 않는다.

어머니의 죽음과 관련한 책의 구절을 보자.

"아내의 죽음이란 심 봉사 내면의 여성성과의 단절이라고 볼 수도 있고 동시에 심 봉사의 외적인 삶에 여성성의 영향이 차단되었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여성성이 차단된 심 봉사의 이미지를 현재 우리 남성성 중심의 사회에서 지치고 공허하고 우울한 남성, 혹은 남성성 우위의 사회 전체로 바라본다면 지나친 확대일까?"(35) 응, 지나친 확대야. 아내가 죽었다고 남성 안의 여성성이 차단된다면 결혼하지 않는 남성에게는 여성성이 없는가? 어릴 때부터 아니마, 아니무스를 제대로 키우지 못하는 가족과 사회제도의 관습/문화가 문제이지, 곁에 여성이 있고 없고가 아니마 자체를 좌우하는 건 아니지 않나. 남성들도 힘들고 우울한 거 안다. 그러나 개인에게 오로지 가족만이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여성성을 갖지 못한 남성들이 이 사회를 '차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아내의 죽음을 '심 봉사 내면의 여성성과의 단절'이라 보는 관점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여자의 돌봄 없이는 제대로 살지도 못하는 남자들의 모습, 왜곡된 시각을 갖고 있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남자들의 모습을 지나치게 우쭈쭈 해주는 건 아닌가?

청이 젖을 먹어야 하는 아기 때에는 아버지가 젖동냥을 해서 키웠지만(사실 젖동냥도 마음에 안 든다. 소 젖도 있고 염소 젖도 있는데 왜 굳이 다른 여자들의 젖을 구걸한단 말인가. 아기는 무조건 엄마 젖을 먹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창의력이 없어. 젖 먹여주는 여자들도 그렇다. 남자라 아기를 잘 키우지 못할 거라는 편견을 모두 갖고 있는 건 아닌가? 마찬가지네. 창의력이 없어.) 그 이후로는 심청이 아버지의 생계를 거의 책임진다. 아이가 아버지를 부양하는데 이웃에선 칭송이 자자하단다. 뭐라고? 그래 뭐 그럴 수 있지. 그럴 수 있다고 해두자.

이제 심 봉사가 사고를 칠 차례다. 공양미 삼백 석. 그래요 그래요 내 삼백 석 시주하리다, 내 눈만 뜰 수 있다면. 사고치고 어이쿠 어떡하나 고민하는 심 봉사에게 청이가 무슨 일이냐고 여쭙는단다. 이 문장 딱 걸린다. 청이의 감정노동. 털어놓을 용기도 없고 털어놓은 뒤의 상황도 감당하기 싫어 비겁한 남성의 모습, 거기다 "내 기분 알아달라~"고 떼쓰는 모습이 겹쳐진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특히 집안에서) 이런 식으로 행동한다. 상대가 어머니든 여자형제이든 아내든 딸이든간에 모든 여성에게, 나는 말하지 않을 테니 니가 알아서 내 감정 챙겨 줘, 그렇지 않으면 화낼 거야. 얼씨구절씨구.

삼백 석 대신 제물로 팔려가기로 한 "청이는 아버지가 혼자서 살아가실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했다". 앞이 안 보여도 혼자 잘 살 수 있다, 뭐 이런 말 하려는 건 아니지만 청이의 동동거림이 눈앞에 좍 펼쳐지는 듯해서 역시 열이 오르는 문장이다. 게다가 아버지를 위해, 죽으러 가는 날까지 말도 안 한다.

"심청이 아버지를 위하여 공양미 삼백 석을 받고 몸을 던지는 이미지를 어떻게 보아야 할까? 소극적인 여자아이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강요하는 '효'라는 가치를 수동적으로 답습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까, 아니면 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기 목숨까지 내어 놓는 천지가 감동할 희생으로 보아야 할까?"(49) 달리 어쩔 수 있었겠는가? "희생은 선택권이 주어진 상태에서 의식적으로 판단하는 행위를 의미할 것이다."(49) 그러니까. 청이에게는 선택권이 없다. 삼백 석을 바치면 눈을 뜰 수 있다는데 그럴까 말까를 결정하는 단계도 아니고, 행해야 하는 시점에서 어떤 선택권이 있을 수 있나? 수동적이라고도, 희생이라고도 하기 어렵다. 이런 식의 삶이라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혹시나 청이가 무조건적인 복종 혹은 무비판적인 수용을 했기 때문에 공양미가 시주되고도 심 봉사가 눈을 뜨지 못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심청의 거룩한 희생 뒤에는 의식적이고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라 강요된 규범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소극적인 자세가 숨어 있었는지 모른다."(50) 이건 또 무슨 말? 그럼 청이가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적극적으로 죽으러 갔다면! 심 봉사가 눈을 뜰 수도 있다는 이야긴가? 어째서 모든 것이 여성 탓인가? 뭣도 없으면서 네! 바칠게요! 허풍을 떤 심 봉사 탓 아닌가? 딸을 볼모로 삼아 제 눈 뜨겠다는 욕심 탓 아닌가? 처음부터 재물을 바치면 눈을 뜨게 해 준다는 게 어불성설이지. 돈 받고 소원 들어주는 신이 어딨어.

심청은 바다의 연꽃(연꽃은 바다에서 살 수 없는데)을 타고 살아돌아왔고 "임금님은 연꽃에서 나온 청이랑 결혼을 하였다". 아니 그렇게 족보 따지는 임금이 출신도 모르는데 결혼을? 여자는 예쁘고 신비로우면 된다 이 말이지? 여자에겐 모든 행복의 결말이 결혼이구만? 아버지를 위해 제물로 바쳐지고 임금을 위해 결혼대상으로 바쳐지고, 이게 다를 게 뭔가. 아무리 봐도 제물로서의 여성 심청밖에 안 보인다. 연꽃의 종교적 의미는 뭐 알겠으나 어쩔 수 없이 연꽃도 꽃이잖은가. '여성 = 꽃' 이것도 식상한 비유지 말이다. (어째서 상어를 타고 오면 안 되는 건가?) + (구라를 믿은 심 봉사 때문에 죽은 심청이 불쌍해서 바다의 신(옥황상제)이 살려준 것일 수 있는데 결국 남자 때문에 죽고 남자의 손에서 구해져 남자의 손으로 건네지는 형국...)

왕비가 된 심청은 "아버지 생각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고 한다. 그럴 수 있지... 하지만 공양미를 바치고 죽기까지 했는데 아버지가 눈을 못 떴으면 그건 '개구라'라는 말이잖아. 심청은 정말 아버지를 찾고 싶었을까. 못된 딸 마인드는 1도 없었을까. 그건 혹시 자동 장착된 죄책감 아닌가. 모든 여자들이 가지고 있는, 죄 책 감. 죽기까지 했는데 죄책감을 떨쳐버리지 못한다면 도대체 뭘 어쩌란 말이냐 싶기도 하다.@@ 오로지 부모이기 때문에 자식(그 중 유독 딸)이 무조건 희생해야 한다는 이런 강요, 그만 보고 싶다.

심청이 맹인 잔치를 연다. 아버지를 만난다. 모두 함께 해피해피! ㅠㅠ

(여기까지 쓰고 집에 있던 심청전 동화책을 찾아 휘리릭 읽고 왔다. 이름이 심학규였지. 사는 곳과 출신도 자세하게 나온다. 처음부터 눈이 안 보인 것도 아니야. 스무 살 무렵에 그랬다는데. 결혼해서도 아내가 생계를 꾸렸고. 중간에 딸 삼겠다는 승상부인이 나오는데 심청이 죽으러 가기 전에 둘이서 나눈 시가 새로이 눈에 띄었다. 시 쓰는 심청! 심청이 도움도 좀 청할 줄 아는 성격이었다면 좋았을 걸. 나누려는 자 있는데 어찌 거부하였느냐.ㅠㅠ 뭐든 혼자서 다 잘 할 수 있다는 건 착각이야. 그리고 뺑덕어미. 이쁜 애는 착하고 못생긴 애는 못됐다는 프레임 여지 없이 나와주시고. 마을 사람들 오지랖 쩔고. 아니 그리고 아버지를 찾으려면 살던 마을로 누군가를 보내면 되지 잔치는 왜 열어? 중간중간 버럭질을 유발한다. 여자들이 하나같이 넓다란 마음을 가졌다. 당연히 그래야지요,를 장착하고 있고. 동화 끝에 덧붙여놓은 말도 가관이다. 뭐니뭐니해도 효도지, 부모에게 어떤 효도를 하고 있는지 모두가 생각해 보아요~~~ㅠㅠ)

심청이 살아돌아온 것을 저자는 '완전한 여성의 탄생'이라고 말한다. 왕도 완성된 인간이라고 말한다. "연꽃으로 태어난 청이는 참 자신의 발견으로 자기 안에 만개한 생명의 힘을 마음껏 발하는, 기쁨과 신비로 충만한 완전한 여성의 탄생을 의미한다. 청이가 왕비가 된다는 표현도 이런 최상의 힘과 아름다움을 성취한 여성이 최상의 아름다움과 힘을 가진 남성을 상징하는 왕과 결합한다는 의미다."(55) 무엇이 '완전한' 여성이고 남성인가? 내가 보기엔 여전히 가부장적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캐릭터들이다. 저자의 말대로 심청이 다시 태어난 완성된 인간이고 왕도 그렇다면(왕은 어째서 완성된 인간인지 도통 이해되지 않지만) 효녀 심청을 다시 만나 눈을 뜨게 된 심학규도 완성된 인간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나? 심청을 다시 만나서 단절된 여성성과 다시 결합하고 어두움이 해결된다고 보는 것은 너무 억지스럽다. 빛 좋은 개살구. 그럼 진정한 여성성을 가지려면 청이처럼 죽음을 무릅써야 한다는 말인가. 심학규는 왕비가 된 딸 덕에 여생을 편안히 잘 살았겠지. 여전히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풍요를 제공하는 잔치 마당이란 또다른 권력 과시로도 볼 수 있다. 여전히 굳건하기만 한 가부장제 파티. "지혜의 보고인 옛이야기는 집단 심리의 문제만 부각시키는 것이 아니라 해결의 실마리도 제공한다."(56) "청이 이야기는 현대인이 안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인 삶의 우울함, 공허함, 외로움, 무의미, 무가치가 극단적인 남성성 위주 사회의 당연한 산물임을 보여 준다. 이런 오랜 눈멂에서 탈피하는 길은 청이라는 만개한 여성성을 다시 얼싸안는 이미지로 제공되었다."(57) 과연 그런가? 여성 혐오가 아니고? 무엇이 해결되었나? 심학규라는 인물은 가부장제의 대표 인물이다. 여성성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현실을 인식하지 못하는 불완전한 존재, 돌봄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존재. 그가 앞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은 남성들의 눈에 가부장적 안경이 달려있다는 말이다. 이것이 없는 남자는 없다. 많은 여자들도 그러하다. 이런 세상에서 진정한 여성성을 어디에서 어떻게 찾을 것인가. 단순히 옆에 여성이 있다고 남성의 여성성이 채워지리라는 기대는 이루어질 수 없는 희망에 불과하다.

"청이의 희생이나 우리 산천에 즐비한 처녀귀신으로 화한 수많은 어린 딸들의 이야기는 남성성의 원리에만 가치를 매기고 보상하는 편향된 사회에서 여성성이 이토록 쉽게 희생될 수 있다는 여성성의 운명을 보여 준다."(56) 그래서 이런 소설이 나온 것이다. 소설은 정치적 목적을 가질 수 있다. 너희들은 희생하는 존재야. 남편에 대한 무조건적 복종, 아버지에 대한 무조건적 효도, 그것이 너희에게 주어진 운명이야. 죽어서도 벗어날 수 없지. 부모(특히 아버지) 공양을 강제하는 유교적 발상의 끝판왕이다. 딸로, 아내로, 어머니로 살라고 강요하는, 이런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이 여전히 읽는다. 여성의 희생으로 남성의 이익을 채우는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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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1월 31일이 지났다. 프랑스 시간으로는 아직 31일 오후이기는 하다.^^;; 나는 미루기의 천재이다.ㅋㅋㅋ (1월 읽은 책들 감상조차 안 남기고 그냥 지나가는 중이라...) 


최근 읽은 책들 중 마지막 장들이 정말 눈에 띄게! 현저하게! 특별히! 어이없을 정도로! 끝내주게! 좋았던 세 권에 대한 이야기다. 이 페이퍼를 쓸 수 있도록 뽐뿌를 하신 공쟝*님께 이 기쁨을... 아 이거 아니구나, 감사드립니다아~ 

















웬디 브라운의 <남성됨과 정치> 

말일 전에 리뷰를 쓰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으나 내 깜냥으로는 리뷰 쓸 수 없다고 며칠 전에 미리 밝혔으므로, ㅎㅎㅎ 그러나! 마지막 장 느무느무 좋았다. 다 읽고 나서 감상을 한 줄 남겼는데 다음과 같다. "이 마지막 9,10장을 읽기 위하여 나는 그렇게 어려운 앞부분을 어지러이 헤매었나 보다." 

공쟝*님 말씀에 전적으로, 200% 동의하는 바이다. 중간에 포기하려는 당신, 9~10장을 읽으세요. 10장만이라도, 꼭. 아리스토텔레스/마키아벨리/베버 좀 모르면 어때요. 그래도 읽을 수 있답니다. 정치, 권력, 육체, 자유, 욕망, 생각, 지배, 공포, 필요, 친밀성, 존재, 용기 등에 대한 주옥 같은 문장들이 빼곡하다. 

밑줄을 엄청 그었다. 여기 다 옮기면 너무 긴데. 블로그에 올린 거 링크링크. ↓↓↓

https://blog.naver.com/nantee/222634171259















김은주 <페미니즘 철학 입문> 

역시 말이 필요없다. 마지막 6~7장, 오드리 로드 부분을 읽으세요. 두 번 읽으세요. 쉬었다 또 읽으세요. 김은주 선생님은 이 두 장을 위하여 앞의 모든 부분을 쓰셨음에 틀림없다(고 혼자 생각한다 ㅋ). 아무도 열광하지 않는다고 공쟝*님 서운해하셨는데 열광하는 사람 여기 있슴돠! 좋다고 페이퍼도 썼...^^;; '차이의 정치'와 '정체성의 정치'가 나오는데 이 책 읽은 이후 시작한 다른 책들에서 정체성의 정치 막 나온다. 연결, 연결, 연결~ 
















거다 러너 <가부장제의 창조> 

설 맞이 번개모임에서 마지막 11장을 함께 읽었다. 작년 6월에 읽으면서 플래그 붙여둔 부분들 역시 좋았고 그 땐 크게 눈에 들어오지 않던 단어와 문장들이 새로이 좋았다. 역시 책을 읽는 그 순간, 앞뒤전후의 상황과 생각과 감정에 따라 같은 문장도 달리 보인다.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그 문제와 얽힌, 그것을 연상하게 하는, 정확히 짚어주는, 생각지 못했던 뼈때리는, 그런 문장들. 이전엔 생각지 못했던 소망(?)의 발견. 막연하지만 다짐해보기. 다시 읽기, 좋다. 이거 6월 여성주의읽기 책 맞지요? 일년 후 다시 읽기가 되겠다. 유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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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2-01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가부장제의 창조는 6월에 다시 읽기 도서입니다 :)

난티나무 2022-02-01 15:51   좋아요 2 | URL
👏👏👏
2월 책 꺼내두었어요~~~~^^

청아 2022-02-01 12: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뼈때리는 책이었다니 6월책 기대만빵입니다! <남성됨과 정치>시의 적절했다고 생각해요♡
설 음식 해드시겠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난티나무 2022-02-01 15:57   좋아요 2 | URL
가부장제의 창조,는 필독서이지요.^^
시의 적절! 그렇죠! 선거는 다가오고… 시름은 깊어지네요..^^;;;;
월 초에 떡국 끓여먹고 땡입니다. ㅎㅎㅎ 미미님도 복 만땅으로 받으시길!!!!! 🥰

바람돌이 2022-02-01 1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2월에 읽으려고 사둔 페미니즘 철학입문 기대됩니다. 특히 마지막장은 말씀대로 2번읽고 쉬었다 또 읽고 할게요. ^^
먼곳에서 명절분위기는 안나시겠지만 그래도 맛난거 드시고 새해 복도 듬뿍 받으세요

난티나무 2022-02-01 15:56   좋아요 2 | URL
오 사셨군요~^^ 바람돌이님께도 좋은 책이 되기를 바랍니다!
바람돌이님도 복복복 트리플로 받으시길~!!!^^ 🎊

공쟝쟝 2022-07-07 1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쟝쟝님이 가부장제의 창조 페이퍼를 찾아 읽다가 이 글을 이제야 봅니다 💕 새해복많이받으세요!!! ㅋㅋㅋ (새해는 이제 시작이죠?ㅋㅋㅋ)

난티나무 2022-07-08 00:26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공쟝쟝님도 두번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그저께 오전 독서. 커피 한 잔 내려서 따뜻한 라디에이터 옆에 붙어앉아. 와 94페이지다, 이러면서. 기특기특.ㅎㅎㅎ 책갈피 대용으로 쓰는 초록 카드(유럽의 그림책 작가에게 묻다, 굿즈), 오래 굴러다니다 밑줄긋기용으로 자리잡은 지우개 달린 샤프, 자 대신 쓰는 빨간 책갈피(지극히 문학적인 취향, 굿즈), 뭐든지 끄적거리는 용도의 노트, 눈높이 맞추려고 뒤집어엎은 플라스틱 통, 그러고도 낮아서 책 두 권 깔고 얹은 독서대. 여기에 빠진 것은 오타 나오면 붙이는 플래그 정도. 대체로 책상 독서시의 모습. 





어제 오전. 아예 아침을 들고 방으로 왔다. 흰밀가루와 소금의 중독성을 뼈아프도록 느끼게 만드는 브레첼과 커피 한 잔. 책과 함께 프레임에 넣으려고 노트 옆으로 치우고 ㅎㅎ 냠냠. 오 마키아밸리에 들어간다! 기특기특. 그런데 말이다. 어렵기는 하지만, 이거, 재, 재밌다????@@ 아리스토텔레스/마키아밸리/베버,를 이렇게 스윽 훑게 되는구나. 딱히 공부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읽다 보니 이 아저씨들 되게 웃기고 재밌다? (물론 부정적인 웃김과 재미^^;;) 이렇게 나는 또 아저씨들에 대한 편견을 차곡차곡.ㅋㅋㅋ 

(어제 마키아밸리까지 읽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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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i74 2022-01-16 21: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ㅎㅎ저도 독서대 책 쌓아 올려 놓고 봅니다. 커피와 간식은 필수품 *^^*이지요 ~

난티나무 2022-01-16 23:57   좋아요 2 | URL
독서대 책상에 얹으면 너무 낮죠. ㅎㅎㅎ
필수품 오늘도 잘 챙겨야 겠어요!^^

청아 2022-01-16 22: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많이 읽으셨네요! 저 어려워서 깜짝놀라 덮고 소설 읽었는데 내일부터 붙잡고 봐야겠어요~♡ 저도 맛있는거 준비해서ㅎㅎ독서자극,간식자극을 일으키는 멋진 사진입니다^^👍

난티나무 2022-01-16 23:59   좋아요 2 | URL
그게, 생각보다 잘 읽히더라고요? 물론 엄청난 집중력을 필요로 하지만요.ㅋㅋ
서재 여러분의 간식 사진에 힘입어 ㅎㅎㅎ 저도 올려봤어요. 🥰🥰🥰

책읽는나무 2022-01-16 23: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저 오늘 오후에 브레첼 사와서 먹었었는데...한 개 남겨 놨다가 내일 남성됨과 정치 읽을 때 먹어야지!! 봉투에 싸놨더니 아들 녀석이 홀라당!!!!!!!ㅜㅜ
근데 전 어제 잠깐 이 책 읽었는데 저도 어렵긴한데...겁 먹은 것보다 재밌더군요????
철학가 아저씨들!!!!! 누가 누군진 모르겠는데 그저 학창 시절 암기했었다는 것만으로도, 들어는 봤다는 느낌만으로도 뭐랄까요?? 꽤나 흥미로워서...와!!! 다락방님은 도대체 어떻게 이런 책을 고르신 걸까? 책에 대한 안목을 다시 보게 되었달까요?? 암튼 지금 제 느낌은 그렇습니다^^
난티님도 즐겁고, 맛있는 독서 시간 되시길요♡

난티나무 2022-01-17 00:00   좋아요 3 | URL
악 아들!!! ㅎㅎㅎ 즤집 아이들도 브레첼 좋아해서 하나씩 다 집어먹고 없어요. ㅎㅎㅎ
그쵸? 어렵지만 재밌어…. @@ 아저씨들 진짜! ㅋㅋㅋ
내일 브레첼 말고 다른 맛난 거 드시기를!!!!! 🙏🙏🙏

단발머리 2022-01-16 2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아직 이 책 시작 못한 이유가 브레첼 때문이었군요 ㅋㅋㅋㅋㅋㅋ 저도 마음 준비하고 간식 준비해서 얼른 시작해야겠습니다!!!

난티나무 2022-01-17 00:01   좋아요 2 | URL
ㅎㅎㅎ 브레첼 얼른 마련하시와요 ~~~^^
저는 오후 커피 한 잔 해야 겠습니다. ☕️☕️🍩🍩

수이 2022-01-17 00:0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작했어요, 더불어 읽을 게 많아서 진도만 휙휙 나가기가 좀 그렇지만 그래도 간식과 커피 준비해서 페이지 좀 휘리릭 펼쳐야겠어요!

난티나무 2022-01-17 00:10   좋아요 2 | URL
👍👍 저도 일단 진도만 빼고 있어요.^^;;; 뭐라도 쓸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ㅎㅎㅎ 🤣

다락방 2022-01-17 09: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앗 난티나무 님 많이 읽으셨네요. 저는 아직 아리스토텔레스에요. 아 무슨말이냐.. 하고 어려워하며 읽고 있습니다. 배경지식이 없으니 책 읽기가 힘드네요. 그래도 읽어두면 이것이 또 어디가서 배경지식이 되겠지, 하고 있습니다. 이 책 빨리 읽고 다른책 읽고 싶어요. ㅋㅋㅋㅋㅋ

난티나무 2023-01-16 09:56   좋아요 0 | URL
아니 일 년전 글을 보다가 여기 댓글을 안 단 것을 발견!!!! 이럴 수가 ㅋㅋㅋㅋ
 














오늘은 <페미니즘 철학 입문> 낭독 마지막 날이었다. 오드리 로드가 마지막 두 장을 차지하고 있다. 그 두번째 부분을 읽었다. 김은주 선생님이 오드리 로드를 마지막에 배치한 이유가 오늘 읽은 부분에 절절하게 드러나 있다. 서로의 감상과 의견을 나누는 시간, 모두가 복잡다양한 감정에 휩싸여 긴 말을 하지 못했다. 나만 울컥 했나 싶었는데 모두가 그랬던 모양이다. 각자의 경험과 생각은 달라도 같이 글을 읽고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다는 건 위로와 같다. 오드리 로드 언니가 우리에게, 김은주 언니가 우리에게, 우리가 우리에게, 묵직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다양한 여성들로 살아가기 위해'. 7장의 제목이다. 이거 내 이야기, 저거도 내 말 하는 것 같아, 그렇지 그렇지, 나도 겪었지, 음 마더링, 그렇구나, 그런데 하아... 좌절은... 안 되는 건가, 읽는 내내 툭툭 생각했다. 소제목들도 좋다. '정체성의 정치, 차이를 단순한 대립관계로 보는 편협함에 대하여', '차이에 대한 왜곡된 이해', '특권을 인식하고 함께 존재하기', '억압의 구조를 파헤치기', '근대 주체의 환상과 굴레', '분노와 혐오의 방향을 바꾸기', '페미니즘의 윤리적 전회', '어머니되기', '스스로를 돌보는 페미니스트, 여자들', 그리고 에필로그의 제목 '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햐~ 


내 모습을 생각하게 되는 부분들을 가져와본다. 


"내가 열심히 도와줬는데 고마워하지도 않거나, 주든지 말든지 하거나, 나아지는 게 없으니까 더 내놓으라고 나오면 원조를 할까요, 안 할까요? 끊어버려요. 자기가 원하는 태도를 보여줘야 된다는 건데, 이게 일종의 대상화인 거죠." (384)


이런 거 흔히들 느끼지 않나. 내가 '이만큼' 했는데 너는 왜 나한테 '이만큼' 하지 않아? 내가 너한테 얼마나 잘했는데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상대가 누구든 주는 만큼의 대가를 바라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나. 서운한 감정, 그건 기대를 했기 때문에 생긴다. 기억하자, 대상화. 그건 '성적 대상화'에만 쓰는 단어가 아니었다. "이 대상화라는 건 실제로 그 집단의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설명할 권리를 안 주면서 그들이 어떻다고 다 말하는 거예요. 그들이 말하려고 하면, '조용히 해. 내가 대신 말해줄게. 너는 이런 사람이야' 하는 거요." (383)



"(미국인이 한국에 와서) 그런데 그들이 한국어 못해서 미안하다고 하는 거 봤어요? "제가 한국까지 왔는데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해요. 미안합니다" 이런 말 안 하잖아요?" (387) 


경우는 아주 살짝 다를 수 있으나, 나는 '프랑스어 잘 못 해. 미안해.' 이런 말 가끔 한다. 그러면 상대방은 대체로 '너 되게 잘하는 거야.' 로 응수한다. 웬만큼 눈치껏 말을 알아들으니 그렇게 보인다. 나는 내가 어느 정도로 프랑스어를 못하는지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늘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학부모들의 대화에 끼고 싶지도 않지만 그런 자리에서 절대로 끼어들지 못하는 내 모습에 '수치심'을 느끼기도 했다. 단순히 '언어'를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는 사실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이 또한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아무튼, 언젠가부터 조금 당당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프랑스에서 태어난 것도 아니고 어릴 때부터 말을 배운 것도 아닌데 말 잘 못 하는 거 당연한 거 아닌가. (라고 말하면서 아주 많이 찔린다. 훨씬 더 나이 많은 분들도 외국어 공부에 열심이고 잘 하는 사람들 많아서.) 여기에 적응 잘 하고 잘 사는 사람이 있으면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법이니.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했지만 나 같을 수도 있는 거다. 그냥 인정. 그러고 나니 아주 조금 마음이 편하다. 많이 부족한 건 사실이나 잘 하는 부분도 없지 않다. 너무 과소평가하는 것도 습관병이다. 이렇게 구구절절 늘어놓게 만들다니, 이 책 땜에 아주 미치겠다. 



"차이를 분열로 만드는 건 차이를 알려고 하지 않는 너희들 탓" (391) 


알려고 하지 않는 자(들). 설득할 필요를 못 느낀다고 말했다가 한참을 다퉜던 기억이 난다. "저는 이거 정말 싫어요. 왜 가르쳐야 되는지 모르겠어요."(386) 그러게 말입니다. 



"정상이라는 말 안에 우월성" (392) 


그렇지! 우월성! 그거였다. 



"내가 가진 일반의 지위에서 내려와서 나를 주변화된 지위나 특수화된 존재로 만드는 작업을 하라는 거예요." (395) 


내 위치를 생각해 보게 되는 지점. 나는 소수자이고 약자이지만, 이성애자(아직은 혹은 지금은)이고 소위 빈곤층은 아니다. 간단히 말할 수 없는 지점이긴 하다. 그러나 분명 내게도 특권이 있다. 때로 선생님들의 말씀은 실천하기 어려운 과제일 때가 많다. 중심을 잃지 말자는 정도로 새기고. 



" '여자로 태어난 게 너무나 억울하다' '내가 여자만 아니었어도 이렇게 차별 안 당했을 텐데' 이런 말을 하잖아요. 그런데 그 자체가 여성 비난인 거죠. 그 자체가 여성에 대한 가부장제의 정의를 공유하고 있잖아요. 그리고 그게 나라는 사실을 견디지 못하는 거잖아요. 억압을 당하는 사람들, 차이 나는 집단의 사람들이 자기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쉽지 않은 거죠." (397) 


다짐. 저런 말 비스무리한 것도 하지 말아야지. 살면서 얼마나 많은 '여성 비난/혐오'를 해왔을까? 



"서로가 서로를 이해해야 되나요? 이해를 만들어내도 되잖아요. 경험을 만들어내도 되잖아요. 서로 원자적 개인으로서 공유된 경험의 방식으로만 그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399) 


신선한 질문이자 평소의 고민. 



"우리가 흔히 정신, 이성이라고 하면 신체랑 구별되었다고 생각을 하는데 저는 이런 사고가 가진 문제가 또 뭐라고 보냐면, '모든 인간은 생각한다'라고 가정한다는 거예요. 저는 여기에 크게 반대합니다." (414) 


그러니까, 삶은 일종의 '습관'이다. 하루의 일과에서 생각하는 시간은 거의 없다. 몸에 박힌 대로 살아간다. 따라서 고정관념으로 뒤범벅인 사람은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말과 같다. 생각하지 않는 사람, 정말 기가 막히게 딱 들어맞는 표현 아닌가. 



" '야, 화내지 말고 조용히 조곤조곤 이야기해' '울지 말고 이야기해' '네 말을 잘 전달하려면 화도 내지 말고 울지도 말고 냉정해져야 돼' " (418) 


열불 난다. 이런 말 안 들어본 여자가 있을까? 난 절대로 화를 내지 않지, 하는 사람 물론 있겠지. 최근에도 어디에선가 봤다. 나도 화를 잘 내지 않는 축에 속했었다. 그것이 '좋은 성격'인 줄 알았다.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오르면 말보다 눈물이 앞서 나왔다. 화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아예 차단되었다. 화를 내고 큰소리를 내기 시작하면서 저런 말을 또 듣는다. 화가 나는데 화도 내지 말고 살라니, 그런 법이 어디 있나. 바락바락 화를 낸다. 여자가 화를 내는 것을 남자들은 참지 못한다. 그들은 참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여자가 '대들면' 그건 자신의 자존심에 스크래치가 나는 일이라 배웠기 때문에, 자존심이 뭔지도 잘 모르기 때문에. 



" '쟤가 나랑 비슷하기 때문에 싫다'라는 거예요." (423) 


누군가가 몸서리치게 싫을 경우 대체로 그 사람과 나는 닮은꼴일 확률이 높다는 말을 예전부터 들었다. 그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닌가 보다. 싫어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가끔 그 말을 떠올리며 나는 도대체 왜, 걔의 어떤 면이 나랑 닮아서 싫었던 건가 생각해볼 때가 있다. 미스터리.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가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가 보다. 



"내가 받는 차별은 내가 가진 차이를 인정함으로써 소멸할 수 있다는 거예요." (426) 


차이를 인정한다. 이 일은 매우 어렵다. 이 부분 읽으면서 '어려운 일이다'라고 썼다. 그러나, 까짓 거 그리 어려울 건 또 뭔가. 그냥 인정. 나는 너와 달라. 차이가 있지. 그냥 난 지금 이래. 뭐 그렇게 나쁘지는 않다? 나도 내 나름 장점이 많거든. 너네가 나를 인정 못하는 건 너희 문제지. 이렇게 한번 읊어본다. 



"원래 그런 종자라는 게 있다면 절대 안 바뀌죠. '아, 나는 영원히 안 바뀔 거야' 그러면 뭣하러 분석을 하겠어요." (434)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변하기 무척 어렵지만 변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변화를 바라지 않는 마음만이 굳건할 뿐. 



"같은 경험을 하면 연대한다는 말에 저는 동의하지 않아요. 왜? 우선, 같은 경험도 없고, 모든 경험이 같지도 않죠. '같은 경험이 우리를 연대하게 할까?' ...... 그 경험에 대한 해석의 이해가 연대를 만드는 거지, 경험이 바로 연대를 만든다는 건 대단한 착각이에요." (434~435) 


전적으로 동의한다. 같은 경험은 없다. 모든 경험이 같지도 않다. "원래 한결같고 똑같은 게 있나요? 그래서 자매애'들'이겠죠. 자매애라는 단수의 이름이 아니라." (436~437)



"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 (438) 


이 한 문장이 가지는 의미들. 대부분이 생각하는 문장. 나 또한. 그러나 나는 얼마나 엄마처럼 살지 않았는지, 그랬다고 말할 수 있나? 아니. "가부장제와 공존할 수 있다는 환상"(403)은 떨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나는 엄마처럼 되지 말아야지, 나는 엄마처럼 살지 않을 거야, 나는 '좋은 남자와 결혼해서 행복하게 살 거야', 아이도 잘 키울 거야, 엄마처럼 하지 않을 거야, 엄마처럼, 엄마처럼... 수없는 다짐들은 결국 가부장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벽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다짐만 했다. 환상. 더 적합한 표현은 없다. 



" '운다'라는 건 나약해지는 게 아니라 사실은 공포로부터 해방되는 방식일 수 있어요. 나약해서 우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면 개방적일 수도 있는 거예요. 직면하기 때문에 보이는 태도일 수도 있는 거예요. ...... 직시한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큰 용기거든요." (448) 


다른 책 어디선가 눈물이 많다는 것(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같기도 하고...)은 그만큼 트라우마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고 했다. 맞는 말이라고 생각은 했으나 위로가 되진 않았다. 툭 하면 우는 나는 도대체 얼마나 많은 트라우마가 있다는 말인지? 다른 사람의 감정에 쉽게 이입하는 사람은 사기를 당할 확률도 높다고 한다.(이건 또 어디서 들었지?) 나약한 게 아니라 개방적이고, 공포에서 해방되는 방식, 직면하려는 태도... 여자의 눈물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또 있나 싶다. 위로다. 공감의 눈물, 슬픔의 눈물, 아픔의 눈물, 기쁨의 눈물까지 모두 사랑하기로 한다. 사실 난 내 눈물과 감성이 좋다. 진즉부터 좋았다. (눈물부터 쏟아서 화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만 어케 좀, 달라져보자.) 



*** 


"철학의 타자는 말할 수 있는가? 이제 이 타자는 그림자로 있지 않습니다. 반영하는 에코의 목소리 혹은 단일한 목소리가 아니라, 다성악polyphonic의 목소리들로 공명하는 철학의 목소리입니다. 이렇게 철학의 타자라 불린 목소리들은 타자, 차이를 역량으로 삼아 울려퍼집니다. 그리고 이 목소리들 속에서 페미니즘과 철학은 때때로 불협화음을 내면서, 결코 하나로 모아지지 않으면서, '우리'가 서로를 찾을 때까지 계속해서 목소리를 증식하며 더 많은 목소리들로 말해질 것입니다." (452,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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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2-01-07 07: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동의되는 말들이 정말 많네요. 모든 사람이 생각한다는 착각. 그리고 같은 경험이 연대를 만들어 낸다는 착각. 정말 그 착각들을 오랫동안 해오면서...어쩌면 상대방에 대한 기대, 그리고 좌절을 반복하면서 깨달아지는게 있어요.. 사람은 치열하게 생각하고 해석해내지 않으면 그냥 사는 거라고....

난티나무 2022-01-07 15:22   좋아요 2 | URL
생각 아무나 하는 줄 저도 알았지요.^^;;; 그냥 사는 거, 맞아요. 저도 약간의 의문은 품었으나 그냥 살았던 거 같아요. 아 막 여러 관계들 떠오르고 또 반성모드로 들어가려 하네요.^^;;; 마지막 챕터 특히특히 더 좋아서 느낌이 흩어지기 전에 적었는데 책 앞부분도 다시 훑어야지 싶습니다.

청아 2022-01-07 09: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제가 그닥 트라우마가 있다고 생각은 안했는데 공감,감동을 너무 잘해서 울보긴 하거든요.<여성과 광기>에서 눈물에 대한 언급이 나오길래 좀 자제할까 생각도 하다가 그냥 저대로 살려고요.ㅎㅎ
이렇게 정리해 주시니 책을 읽어보고 싶고 생각꺼리가 많아지고 좋네요!! 저도 가지고 있는데 읽어보고 이 글을 다시 봐야겠어요!^^*

난티나무 2022-01-07 15:28   좋아요 2 | URL
미미님 눈물동지!!!^^ 저는 요즘 눈물 나려고 하면 내가 왜 지금 눈물 나지? 이거 생각해요. 대부분 그 사람의 상황이나 마음이 짐작되어 슬퍼서(혹은 기쁘거나 기타등등 감정이입), 이런 이유인데 아직은 그게 내 경험이나 생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 생각할수록 뭔가 좀 찜찜하기도 하고요.
저도 앞에서부터 다시 훑어보려고요.^^

책읽는나무 2022-01-07 13: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만 울고 있었던 게 아녔군요??
나는 나만 울고 있는 줄 알고 좀 창피했었다는...ㅋㅋㅋ
다른 분들은 냉철한 분석으로 글도 잘 쓰고,잘 이해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냉철하지 못하고 울고만 있을까? 그러면서요!!!ㅜㅜ
개방적인, 공포에서 해방되는 방식!!
오~~~가슴에 새기겠습니다^^

난티나무 2022-01-07 15:35   좋아요 3 | URL
저 진짜 책 읽으면서도 찔끔 티브이 보면서도 찔끔 진짜 몸 어디 버튼 누르면 물 나오는 것처럼 ㅎㅎㅎ 그래요. 그리고 여전히 식구들 땜에 화가 치솟아오를 때도 마찬가지로 눈물이 나지요… 억울하거나 분노해야 할 때 눈물 때문에 말을 못하는 건 좀 답답하지만 그 외의 눈물은, 음 그동안 참아왔던 감정들이 조금씩 같이 터져나오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암튼 저도 엄청 운답니다? 🤣
그래서 김은주샘의 말이 막!!! 일케일케!!!! 와닿았지요! 짱이야!!!!!!!!

mini74 2022-01-07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이 울면 그냥 따라 울게 돼요. 울 엄마 어디 나사빠졌냐고. 근데 울 엄마도 그래요. ㅎㅎ 발췌된 글들도 난티나무님 글도 위로가 됩니다. ㅎㅎ

난티나무 2022-01-07 19:33   좋아요 2 | URL
나사...ㅎㅎㅎ
비슷한 분들 많을 거 같아요. ㅠㅠ
위로가 된다니 다행이고요. 저도 글에서 위로받았어요. 위로만 받은 건 아니고 뭐랄까 복잡한 감정이 생기기는 했지만^^; 생각할 거리들이 너무 많은 거죠.ㅎㅎ
 



급한(?) 책들 몇 권 항공소포로 받음. 

빨리 보고 싶은 책, 함께 읽어야 하는 책. 


















데버라 리비 <살림 비용> 

이웃님이 올해의 책으로 꼽으셨길래 급급궁금. 책 이리 이쁘게 만들어도 되는 겁니꽈. 





아아 그런데.......



먼지 털겠다고 밖에 나가서 촐싹거리다가 그만 바닥에 철푸덕! 

비는 내렸던 것이고 땅은 지저분했던 것이고 하필이면 탁! 저렇게 하얗고 깨끗했던 쪽이 먼저 바닥과 만났던 것이고 그렇게 나의 이쁘고 귀여운 새(것이나 다름없었던 중고)책은 1초 만에 지저분한 책이 되고 말았...... ㅠㅠ

















오드리 로드 <블랙 유니콘> 

어느 책에선가 아무튼 최근에 본 책인데 거기 오드리 로드의 시가 좋았다. 번역시는 내 갬성이 따라가기 좀 버겁긴 하지만 (음 그러고 보니 한국 시도 못 따라가...ㅠㅠ) 얼른 보고 싶구나! 했다. 스르륵 넘겨보니 역시, 나의 갬성 아니 지성(?)을 탓하게 되는구나.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내 이름은 루시 바턴> 

솔!직히 말하면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페이퍼 안 썼다. 왜냐면... 모두 좋다고 하는데 나는 왜때문에 막막 좋지가 않지? 이랬던. 그러고 보니 <밤에 우리 영혼은> 그것도 그랬지. 흠. 그래 올리브도 나중에 다시 읽어야지 하던 차, 루시 바턴이 그렇게 좋다는 말에 또 홀라당 넘어가서.ㅎㅎㅎ 
















정현백 <연대하는 페미니즘> 

이웃님과 1월 시작과 더불어 함께 읽기로 했다. 최근 너무 외국책만 읽어댄 느낌적 느낌. 한국책도 많이 읽자. 2022년도 뽜이야!! 
















김선지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그림 막 나오고 여성화가들 막 나오고 막막 재미지겠다. 프랑스어책 함께 읽는 멤버들과 페미니즘 책도 같이 읽고 있다. 다음다음에 읽을 책 미리 받음. 
















실비아 페데리치 <캘리번과 마녀> 

역시 함께 읽을 책. 개별독서를 할 지 낭독으로 읽을지 들쳐보며 생각해야 할 듯. 

















안이희숙 <안젤라> 

소설집이고 선물받았다. 자세한 이야기는(음 자세할 것까지는 없지만 그래도) 담번에 따로 더. 















배혜경 <내가 당신을 볼 때 당신은 누굴 보나요> 

그냥 이벤트에 참여 댓글을 달았을 뿐 문제 맞추지도 못했는데 책을 보내주신 프레이야님~! 드디어 내 손에 도착. 잘 읽겠습니다!^^ 















전은주 외 <라키비움J 핑크> 

그림책 잡지. 그림책 전문 잡지라 해서 궁금궁금. 사놓은 지 꽤 되었는데 전번 소포 부칠 때 책을 동생이 못 찾았... ㅎㅎㅎ 이유는 잡지인 줄 몰라서,였다. 책모양만 디립다 찾았던 것. 



*** 

아니 책 읽고 페이퍼 쓰기 그렇게 어려운데 그냥 이 책 샀어 저 책 좋아 그 책 읽을 거야 이런 건 왤케 신나게 막 씀? 쓰다 보니 아아 약간의 현타가...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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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12-17 06:1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살림비용 저도 샀는데 비닐 포장 되어 오잖아요. 글 읽기 전에 응? 포장되어 있는데 왜 저런 책이 왔지? 했더니 떨어뜨리셨군요 ㅠㅠ 안타까워요.
<올리브 키터리지>는 그렇게 좋지 않았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다시, 올리브>는 난티나무 님도 좋아하지 않으실까요……..(은근히 권함 ㅋㅋ)
<싸우는 여성들의 미술사> 는 저도 사둔지 한참 됐어요. 안읽었지만요 ㅋㅋ
아 누가 책 산 얘기 하는 거 너무 좋아요. 또 해주세요, 난티나무 님! ㅋㅋ

난티나무 2021-12-17 15:55   좋아요 3 | URL
아아 새책은 비닐포장되어있군요. 중고책이라 먼지 터는 습관이 ㅎㅎㅎ 한 권씩 하는데 그 날 뭔 바람이 불었는지 네 권을 들고 나갔어요. 미끄러워서 탁! ㅠㅠ
음 올리브는 ㅎㅎㅎ 루시 바턴을 읽고 나서 생각해 보겠습니다.ㅋㅋ
에 또 책을 뭐뭐 샀더라… 뒤적뒤적 ㅎㅎㅎㅎㅎㅎㅎㅎ

청아 2021-12-17 08:0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제야 난티나무님 구입하신 책들 중에 저에게 있는 책들이 조금 나오네요?😆 (얏호~!)그래도 또 몇권 담아갑니다.ㅎㅎ올리신 책들만 보면 유독 다 사야될것 같아요.

난티나무 2021-12-17 15:56   좋아요 3 | URL
겹치는 겁니꽈! ㅎㅎㅎ 제가 문학을 멀리 해서 ㅠㅠ 그럴 거예요.ㅋㅋ

mini74 2021-12-17 08: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캘리번과 마녀들 등 3권 겹쳐서 더 반가운 *^^* 올리브ㅠ 전 좋아해서 드라마로도 봤어요. 제가 좋아하는 배우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나와서 더 좋았습니다. ~ 살림비용. 이 책 끌립니다.*^^*

난티나무 2021-12-17 15:58   좋아요 4 | URL
오 세 권!
올리브는 음 음음 다시 읽어보기로 혼자 맘먹고 있어요. 좀 지나서 읽으면 다를 수도 있겠죠? 드라마도 궁금합니다.^^ 다시 읽고 나서 드라마도 도전!
살림비용 기대 중이에요. 앞 몇 장 읽었는데 좋더라고요. ^^

그레이스 2021-12-17 10: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ㅠㅠ
마음 아픈 얼룩 ;;;

난티나무 2021-12-17 15:58   좋아요 3 | URL
ㅠㅠ 책 넘길 때마다 흐유 한숨이….. ^^;;;;;;;;

단발머리 2021-12-17 20: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라도 반드시 먼지 털겠다고 했을 것이고 그리고 떨어뜨렸을 것입니다.
위로를 전합니다^^

난티나무 2021-12-18 00:17   좋아요 1 | URL
으흐흑 단발머리님 고마워요!!!!!

공쟝쟝 2021-12-19 19: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읽고 다 똑같이 좋아할 순 없지않을까요? 저도 키터리지는 읽으면서 갸웃 하다가 내가 더 나이 먹고 읽자 하면서 덮고 <루시바턴>으로 왔거든요… 루시바턴의 나이대가 제 나이대 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유년시절이 저는 좋았고 읽으면서도 이건 나만 좋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감상 나눠주셔도 좋지만 안그래도 좋아요.

난티나무 2021-12-19 20:47   좋아요 1 | URL
그렇죠, 그렇지만 좋다는 피드백을 너무 많이 봐서 오히려 나의 감정이 이상한 것인가 뭐 일케 흐르는 것이죠.ㅋㅋㅋ
공쟝쟝님 더욱더 쌀랑해요! 갸웃 동지!!! 막 치댄다….ㅋㅋㅋ
루시바턴 읽어보겠어요!!!!!!

공쟝쟝 2021-12-19 22:26   좋아요 0 | URL
쌀랑하다 😊 제 경우의 갸웃은 이 소설이 좋긴 한데 아직 내가 중년의 삶에 대해 무언가를 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이런 갸웃도 있었구요~ 그리고 스트라우트가 연작 잘쓰는 소설가 인지.. 몰랐기 때문일지도 (저는 사전 정보 별로 없이 이거 스릴러 소설인 줄 알고 중간까지 읽었다?) 🙄 근데 <가능하다> 보면서 스트라우트 스타일 파악하고 나니까… 아아…. 아!!!! 이렇게 되버리더라고요. (나중에 읽으면 분명 더 좋을거야! 이럼서 아직 안열리는 책이구나- 봉인)
예전에는 책 읽고 내가 뭘 모르나? 이런 검열 많이 했는데😣😣 요즘엔 영화도 엄청 취향을 타고 음악도 그런것 처럼요 책도 그럴 수 밖에 없는 거라 생각하고 내가 느끼는 바에 집중하자!! 이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흐흐~ 다만 영화나 음악처럼 책을 수시로 읽기는 어려운 것도 사실이니까 ㅋㅋㅋ 독서친구들이 도움이 많이 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