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직은 뜨거운 햇빛 아래 거리를 다리 아프도록 돌아다니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돈 없으면 (거의) 아무것도 못하는 세상인 건가. 당연하게 들리는 말을 또 몸으로 느끼는. 24시간 무제한 교통권을 갖고 있음에도 걸어야 할 이유는 있었고 넘쳐나는 사람들로 피곤한 몸은 휴식을 원했다. 휴식, 휴식, 휴식. 나는 돈이 없다, 고로 돈을 쓸 수 없다,의 망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나, 혹은 돈 쓰는 건 사치,라는 생각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나, 혹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순간판단력 상실 상태의 나, 혹은 하나를 마시더라도 괜찮은(?) 걸 마시겠다는 일념을 지우지 못하는 나. 이러한 이유로 간혹 보이는 까페에 안착하지 못했다. 똥멍충이. 








의지력 하나로 돌아다니다가 겨우 문 닫기 이십 분 전 까페의 소파에 앉았고 건강음료라 할 만한 신선한 과일채소주스를 마시면서. 이거 하나에 만 원이네. 두 잔에 이만 원이네. 내가 정말 '돈 없는' 여행자면 여기 앉아서 이걸 마실 수 있을까? 아무리 다리가 아프고 목이 말라도 거리의 벤치에 앉아 가장 싼 1.5리터 크리스탈린 물을 마시겠지. 슈퍼에서 사서. 혹은 저렴한 샌드위치로 점심을 때우고 여기 앉아 잠깐의 호사를 누릴 수도 있으려나? 그건 돈 7유로의 문제가 아니라 결국 마음의 문제인 건가, 가치관의 문제인 건가, 잠시 헷갈리기도. 아니, 여행이라는 것을 하려면 일단 돈이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런 세상이 되어버렸잖아 싶기도. 







'밖'에서 먹으며 돌아다니는 일에 드는 돈을 계산해 본다. 얼마나 많아야 이것저것 재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쓰면서 다닐까 어이없는 질문도 해가면서. 끝이 없지 않을까, 옆지기가 말한다. 그렇다, 세상은 이미 그렇게 바뀌었다. 돈이면 (대체로) 뭐든 다 되는 세상. 반대로 돈이 없으면 (대체로) 뭐든 안 되는 세상. 할 수 없는 세상. 돈으로 안 되는 게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도 한켠에 있어서 (대체로)라고 쓰고. 계산에 혀를 내두른다. 잠깐 현타가 왔으나 얼른 잊기로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예전처럼 여행을 상상할 수 없는 삶으로 돌아가게 되니까. 







셋째 날이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 아침에 잠깐, 반나절의 혼여를 상상했다. 이따 오후까지 따로 다니자. 점심도 각자 해결하고 만나자. 혼자 딱히 갈 곳은 없지만 옆에서 말거는 사람 없이 까페 테라스에 앉아서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 로망 역시 배부른 소리로 들릴 것을 알지만, 실제로 그렇게 했을 때 달리 무슨 의미를 부여할 만큼 특별하거나 한 일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잠깐 그렇게 책으로 멍때리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 또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럴 수 있다. 실제로 앞으로의 둘여행에서 각자 다니기는 지향해야 할 바라고 옆지기와 의견나눔도 한 터이다. 나에게 여행이란, 먹고 마시고 중간중간 책 보고, 이게 다인 것같다. 유명 스팟 안 가도 상관없고 역사 유적 안 봐도 상관없고 누가 살았던 누가 갔던 그런 데도 관심 없(진짜? 보부아르랑 사르트르가 묵었다는 호텔에는 가보고 싶은뎅)고 그냥 거리의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는 것, 난 그런 게 좋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 데에는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 내가 트러블로 여기니 트러블이다. 약간이라고 했지만 완전,이라고 해도 될. 암튼 생각의 계기가 되었고 계속 생각을 했고 결정을 했고 그리고 말도 했고. 그래서 만족. 격렬하게 혼자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아무도 나에게 말걸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24시간 함께 있는데 여행도 같이 가서 어쩌냐는 말에 그러게요 할 때, 분명 둘이 하는 여행의 장점도 크지만 그래도,라고 생각할 때,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때 내 방에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나에게 돈을 써야 겠다. 오롯이 나만을 위해서. 물론 나는 책을 사대는 것으로 나를 위한 돈을 쓰고 있지만.ㅋ 그래서 며칠 전에도 책을 샀지만.ㅋ 그건 그거고. 그건 죽기 전까지 계속 할 일이고.ㅋ 빠리만큼 크지 않고 번잡스럽지 않고 완전 관광핫스팟만 제외하면 한적함을 느낄 수 있는 도시, 이곳에 곧!!! 혼자 호캉스를 하러 와야 겠다. 책 몇 권 챙겨서 내 맘대로, 나가도 좋고 안 나가도 좋은, 여행을 하러 와야 겠다. 말 거는 사람 없는 시간을 만들어봐야 겠다. (근데 집에서 자판 두드리는 지금도 말 거는 사람 없기는 해... 또르르...) 나 한번도 프랑스에서 나를 위한 호캉스 해본 적 없다. 이제 좀 해도 되지 않겠나? 꼭 돈 많아야 하는 거 아니잖아? 어차피 럭셔리 호텔에는 못 가. 아 자꾸 변명하려고 함. 끝내야지. 









+ 여행 비용을 생각하며 마신 비싼 건강주스는 젠장맞게도 너무 맛있었다. 

+ 제목의 여행비용은 여행의 비용만을 말하는 것은 아닌데, 돈 말고 다른 부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조금 아쉽긴 하다. 좀더 내밀한 이야기가 필요함. 

+ 사진 속 주말 여행 도시 : LY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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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9-12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혼자하는 여행은 사치스러운 기분이 드는것 같아요. 혼여를 하기위해 감내해야할것들이 때로 많다는 생각 때문인지. 흑백으로 보는 리옹 풍경 매력있네요. 사진까지 잘 찍으시는 난티나무님^^*

난티나무 2022-09-12 23:44   좋아요 1 | URL
어째서 그럴까요. 혼자 하는 여행은 사치,라는 생각도 어쩌면 우리 여자만 하는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지금 드네요? 1인가족이 아니라서 더 조건이 많은 걸까요? 음 이것도 좀더 생각을 해봐야 겠어요.^^
폰카가 구려서 아예 흑백으로 찍으니 나은 것 같더라고요. 헤헷

2022-09-12 20: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9-12 2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22-09-12 20: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 그냥 거리의 테이블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 관찰하는 것… 에서 제가 기립박수칩니다ㅋㅋㅋㅋㅋ 저도 이런 여행을 지향합니다. 커피숍에 앉아서 책 읽다가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기요 ㅋㅋㅋㅋ

난티나무 2022-09-12 23:47   좋아요 0 | URL
아 동지를 만나는군요! 여행 취향 동지~^^
어째서 여행지에서는 시간이 그렇게 빨리 갈까요?ㅋㅋ 어디 느긋하게 앉아있을 시간이 @@
담에 혼자 가서 꼭 멍때려 보겠어요!!!!

얄라알라 2022-09-12 21: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마지막에서야 느꼈는데요

난티나무님의 이 여행 소묘는 흑백 사진과 딱 어울리는 것 같아요. 컬러가 아닌 흑백..^^근데 마시신 건강 쥬스 색깔만큼은 궁금합니다 ㅎ

난티나무 2022-09-12 23:51   좋아요 1 | URL
헤헷 어울린다니 좋아요~^^
주스 색 음 뭐라 할까요, 그니깐 사과 베이스에 약간의 열대과일과 생강즙과 또 허브 뭐더라? 까먹었 ㅎㅎㅎ 아무튼 그런 거여서 색은 화사하고 청량하고 아주 밝은 오렌지빛? 찐한 아이보리? 하하 에렵네요.^^;;

책읽는나무 2022-09-13 2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사색적인 여행 에세이집 같은 글입니다.
제가 딱 좋아하는 난티님의 글입니다.^^
저도 어제 오늘 <작은 아씨들> 드라마를 보면서 ‘돈‘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었어요.
건강쥬스 한 잔 마시는 것으로도 풍족하게 썼다고 생각할 수 있고, 책 몇 권 더 사면 부자가 된 듯하여 분명 기쁜데...통장잔고를 보면 어? 부자가 아니네??? ㅋㅋㅋ
그런데 또 난티님 글 읽으면서 부자가 별 건가? 이런 삶이 절로 부유해지는 삶 아닌가?싶네요.
그리고 죽을 때까지 책 사겠다는 포부!!
이미 부자세요ㅋㅋㅋ

난티나무 2022-09-13 22:38   좋아요 1 | URL
통장잔고 ㅠㅠ 안 볼랍니다.....ㅎㅎㅎㅎ
그러니까 돈이 있어도 못 하는 게 세상에는 아직 있다, 고 생각하고 살려고요. 돈 많다고 행복이 그만큼 오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ㅋㅋㅋㅋ
그럼 부자인 저는 또 책을 둘러보러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
 

돈 버는 '번듯한' 직업이 없는 것? 부끄럽지 않다.

일정하게 출퇴근하는 직장이 없는 것? 부끄럽지 않다.

세금신고서에 0이라고 적는 것? 부끄럽지 않다.

공공기관서류의 직업란에 '주부'라고 적는 것? 이건 얼마전까지도 좀 부끄럽고 싫었다. 왜? 사회가 주부를 바라보는 시선, 나 역시도 그 시선으로 나를 보았으니까.

부끄럽지 않다는 말은 딱 그만큼의 무게만을 가진다. 부끄럽지 않다고 해서 당당하다는 말은 아니다. 아무도 '네가 옳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부끄러운 줄 알아'가 일반적이다. 사회는 사람들을 가스라이팅한다. 가끔 이런 생각들이 어떤 장면으로 상상되어 한꺼번에 몰려올 때 몸서리치게 세상이 무서워진다.


프랑스 생활 20여년 만에 구직사무소(?)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에게 주는 보조금이 많은 나라, 소득별로 지급금액이 나누어지고, 권리를 누리라고 말하는 것처럼 보이는 관리체제에 들어가려면 증명해야 하는 것이 많은 나라.(어디든 그러하겠지.) 보조금 중 한 가지가 얼마전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그걸 계속 받으려면 일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공무원이 말했다. 그 의지를 증명하라 했다. 나온 돈은 얼마 되지 않는데 기준금액보다 단 1유로가 더 나오는 바람에 관리대상으로 들어갔고 직원이 붙었으며 복잡한 서류처리과정이 시작되었다.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사회적 약자인 나는 시키는 대로 직업상담소에 이름을 올리고 상담을 받았다. 곧 쬐맨한 개인사업자 등록을 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구직을 위해 이름을 올린 건 아니고 보조금 지급관리를 위한 절차라 상담직원도 내 이력과 원하는 직장을 대충 입력하기 시작했는데, 전공이 무엇인지 묻고는 한국어교사,라고...ㅋㅋㅋ 이 좁은 시골에 한국어교사 구하는 데(학교)가 어딨...ㅎㅎㅎ 그 와중에, 이름을 올린 사실 하나만으로 지역교통수단과 전국박&미술관 등을 무료로 혹은 대폭할인가로 이용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 외에도 아마 '혜택'이 더 있을 것이다.) 처음엔 잠깐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잠시 생각해보라. 기차 75% 할인은 거주지 근방으로 한정된다. TGV 등을 제외한 그 지역 기차에만 적용되는 할인이다. 너는 되도록 빨리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니까 다른 지역으로 여행가지 말고 거주지 근방에 있어. 일을 해서 돈을 벌어 기차표를 사도록 해. 네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없이 살기는 불가능하므로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한다. 적게 버는 자, 장거리이동도 하지 말라! 경험 기회의 억압. 돈이 없어서 못하는 것들은 어떤 식으로든 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미술관 관람은 반대의 경우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또 생각해 보라.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은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다.(가까운 중소도시의 박/미술관은 이미 무료인지 오래다.) 지방에 사는 사람들은? 미술관 무료면 뭐해요? 가는 데 돈 드는데요? 기차비만 드나요? 잠은요? 식사는요? 사람은 기본욕구(의식주)충족이 안 되는 상황에 놓일 때 시야가 좁아진다. 오직 생존만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시간과 노력이 모두 생존에 투입된다. 오 자본주의!     


박물관 전시를 보기 위해 서류를 챙겼다. 매표소에서 '증명'하면 입장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 직원은 서류의 내가 신분증의 나와 일치하는지를 확인한다. 티켓에는 '구직자'라는 문구와 함께 0€가 찍혔다. 표를 받아드는데 미묘했다. 규정당하는 기분.


전시를 보고 나와서 옆지기와 그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옆지기는 직원이 무료티켓 끊는 우리를 좀 부러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일하고 있는 자와 일하지 않으면서 전시를 보러 온 자. 그 사이의 간극. 나는 생각이 달랐다. 과연 그럴까? 직원이 계약직이 아니라 정규직이라고 하고, 꼬박꼬박 안정적으로 월급을 받고, 일년에 한 달 휴가를 가고, 그래도 일 없는 우리를 부러워하겠니. 그 직원은 오히려 우리를 한심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면 직업상담소에 이름을 올리지 않을 테니까 말이야. 우린 실제로도 그렇지만 서류상으로도 저소득층의 사람들인 거야. 쉬고 있다고 말로 할 때보다 글자로 찍혀 나올 때 우리는 더 확실하게 규정당하는 거지.


물론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했을 수도 있다. 저것은 또다른 삶, 내가 뭐라고 판단하고 잣대를 들이밀 일이 아니라는 생각.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직장을 찾고 있는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별다른 감정이나 생각이 없을 수 있다. 열등감에서 나오는 생각일 수도 있고.

그러나... 자기가 내는 세금이 외국인/이민자 밑으로 다 들어간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과연 아무렇지도 않은 시선을 건넬 수 있을까? 정부보조금으로만 생활하는 프랑스인들도 얼마나 많은데? 저소득층을 위한 모든 제도는 사회적 규정짓기로 존재한다. 국가의 관리와 통제. 네가 국민이라는 것을 증명해라!

(+ 옆지기의 아무렇지 않은 당당함과 나의 생각의 차이는 또 젠더의 문제인가 싶어진다. 왜 나는 부러워할 거라는 생각을 털끝만치도 하지 않았지?)


시선의 문제. 나의 위치. 스스로 가난하다고 생각해본 적 없고 하층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나를 어떤 허상의 위치에 놓고 사는 것은 아닌가.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이런. 그러면서도 나는 그들과 달라, 나는 저렇지는 않아, 합리화의 언어로 포장한 시선을 은연중에 내비치며 살고 있지는 않은가. 다르긴 무엇이 다르단 말인가. 그 시선에 이미 차별이 들어있지 않나. 확실하게 선을 그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외국인이기 때문에 은연중에 장착해버리는 열등감은 참으로 아이러니다.


구직사무소에서 메일이 왔다. 매달 너의 상황을 업데이트해라. 직장을 구하는 일은 잘 되어가고 있는지 보여라. 사업자등록을 했다면 알려라. 한 통이 더 왔다. 너의 체류증 만료일이 다가오네? 갱신한 체류증 갖고 와. 일하려면(정부 돈 받으려면) 체류증 있어야 되니깐.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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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9-06 22: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외국에서 산다는건 자신의 출신 국가에서 사는 것과는 다르게 신경쓰이는 면이 많겠죠.
며칠 안되는 기간 여행만 갔다와도 집가까운 랜드마크 이런거 보이면 갑자기 마음이 놓이고 편안해지는 기분인데요. 어디에서 살든 내가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것을 요구하는건데 괜히 내 영역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거기에 다른 자괴감이 끼어들기도 하고.... 사는건 이렇게 어디에서든 쉽지 않네요.
그래도 글로벌 시대잖아요. 지구 모두가 우리의 고향인걸요. 밥 맛있게 먹고 힘내요. 역시 우울할 땐 밥이 최고!!! ^^

난티나무 2022-09-07 04:03   좋아요 2 | URL
맞아요 바람돌이님. 어디나 힘든 점이 있고 삶은 쉽지 않죠..
저녁에도 밥을 배부르게 먹고 아직 안 꺼져서 ㅎㅎㅎ 훅훅거리고 있습니다.
우울하지 않아요.^^ 우울해지려고 할 때도 있기는 하지만... 가끔 하는 생각들이고요. 이런 생각이 생활을 이루고 있어서 ㅋㅋ
그래도 맛난 거 찾아댕겨야죠. 저는 식당 밥이 그렇게 좋더라고요? 푸핫
 

며칠 전 북플에서 ***님 사진을 보고서는 그래, 나도 만들어 먹어야지, 했던 것이 토마토스프.ㅎㅎ 겨울에는 스튜 형식으로 간혹 끓여먹었다. 어젯밤 잠들기 전에, 내일 아침에 끓여야겠다 생각했다. 말 그대로 스프. 나도 빵이랑 먹어야지. 아, 치아바타가 아쉽다. 여기선 찾기가 어렵. 그렇다고 내가 만들쏘냐. 그럴 순 없지.ㅎㅎㅎ




사진 찍을 생각은 아녔는데 찍게 되었고 상차림 그게 뭔가요 이런 모드 유지중이라 늘 쓰는 그릇들에...ㅎㅎ 좀 덜 끓였다 싶은 토마토(야채)스프는 그래도 맛있었고 묽어서 빵에 올려먹지는 못하고 찍어 먹음. 버터 대신 올리브유. 이렇게 냠냠 아침을 먹고 나는 방으로 간다. 






나갔다가 방에 들어올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는 내 책상.ㅠㅠ 한 달 넘게 이 모습 그대로 먼지조차 그대로 유지 중이다. 컴터 쓸 때 안경만 똭 쓰고 ㅎㅎㅎ 고 자리에 그대로 내려놓고. 아 치워야 되는데 좀 닦아야 되는데 하면서 침대로 직행. 이게 다 허리 때문이야. 그런데 왜때문에 일케 보니 안 지저분해보이는 거지????@@ 






커피를 한 사발 내려 보온컵 가득 담아와서 컴터를 켰다. 오늘따라 왜 사진이 컴터에 저장이 안 되고 난리, 한참 버벅거리다 앗 커피 식었을라 마셔보니 아직 따땃하다. 오늘 커피는 케냐 음 뭐더라 온도노코? 8월 6일에 볶았는데 지금 향이 좋다. 운신의 폭을 좁히려고 침대 옆에 가져다 놓은 잡동사니들. 이제 댓글 달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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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19 18: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 제 상차림과는 다른 우아한 상차림인데요? 게다가 토마토 스프는 엄청 근사해 보이네요 ㅠㅠㅠㅠㅠ

난티나무 2022-08-19 18:46   좋아요 2 | URL
아니 우아하다니욧 ㅎㅎㅎ 다락방님 차림이 더 근사하던디유~~~!!!
저는 페이스트 없어서 그냥 토마토만 썰어 넣고 묽게 끓였어요. 간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도 맛나서 깜놀~ 덕분에 또 이렇게 요리도 하고~^^

수이 2022-08-19 19: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요리하는 그대들 모두 아름다워요!!

난티나무 2022-08-19 21:21   좋아요 2 | URL
와 나 댓글 세 번이나 썼다 지웠다 하고 있어요.ㅎㅎㅎ
심플하게, 감사해요~~!!!!^^

책읽는나무 2022-08-19 2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날 다락방님 토마토 스프 사진 보고 따라해볼까? 하다가 넘 더워 포기했어요.
대신 토마토 카레 뭐 그런 걸 사다 놓았었는데 전지현이 광고하는 그 ‘니가 먹던 카레하곤 달라~‘ 그 카레 중 하난데...거기에 토마토랑 버터랑 야채를 다지고 썰어 넣어 그 토마토 스프다!!! 하고 밥에 비벼 먹었는데 아...토마토 스프 맛이 났었어요ㅋㅋㅋㅋ 맛있더라구요ㅋㅋㅋ
난티님은 평소 사용하는 식기류가 넘 고급지시군요. 토마토 수프랑 빵이랑 올리브유가 먹음직스럽습니다.
프랑스 현지인의 가정식 상차림!!!^^
그리고 정갈하게 어질러 놓은 책상이라니...ㅋㅋㅋ

난티나무 2022-08-19 21:24   좋아요 2 | URL
아 아직 덥군요. 여기는 여름이 스르르 흘러 사라지려고 하고 있어요. 며칠 뒤에 다시 30도대로 들어간다는 예보가 있기는 하지만... 어제는 양말을 꺼내어 신었답니다?ㅎ
오 토마토카레를 토마토스프로 변신시키는 마법을 부리셨군요~^^ 그것도 좋은데요?
빵이랑 올리브유랑 토마토는 정말 쥑이는 조합이라고 아까 저대로 점심 먹던 큰넘이 그러더군요. 정말 그래요.ㅎㅎㅎ
책상은 지금 이케이케 둘러보면 참 난장판인데 사진은 어찌 그렇게 나오질 않는 걸까요? 푸핫

mini74 2022-08-20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책상 사진 보니 마음이 푸근한데요. 정리된 걸 보면 뭔가 ㅎㅎㅎ 토마토 스프 맛있겠어요 그러나 저도 더위가 좀 한김 식혀지면 그때 ㅎㅎㅎ 제 책상도 비슷해요,

난티나무 2022-08-20 17:12   좋아요 1 | URL
이게, 치워도 책 쌓여있는 건 비슷하고 ㅎㅎㅎ 그래서인지 공중에서 보니 실제 보는 것보다 왠지 정리된 느낌이 들어요? 앉아서 보거나 옆에서 보면 음... ㅎㅎㅎㅎㅎㅎㅎ 흩어져있는 서류들이나 좀 치워야 겠습니다.ㅋ
저만 그런 게 아니라니 (많으실 줄 알았..ㅎ) 헤헷

단발머리 2022-08-20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토마토스프가 젤 근사하지만ㅋㅋㅋㅋㅋㅋㅋㅋ 난티나무님 책상이 너무 멋지네요. 읽고 쓰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의 책상 같아요. 오래오래 롱런하시길요!!

난티나무 2022-08-20 17:13   좋아요 1 | URL
대박 좋은 말이네요! 읽고 쓰는 사람, 공부하는 사람의 책상!!!!! 책상 따라 공부하자!!!ㅎㅎㅎㅎ
롱런!! 감사합니다~~^^

그레이스 2022-08-20 14: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난티나무님은 아직 놀라시네요.^^
이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풍경인데... ㅋㅋ

난티나무 2022-08-20 17:15   좋아요 1 | URL
ㅋㅋㅋ 그레이스님도~
휘휘 둘러본다, 아 치워야 하는데, 그냥 지나친다, 의 반복입니다.ㅎㅎㅎ
책상 뿐만이 아니고요.^^;;;

바람돌이 2022-08-20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저녁은 쭈꾸미볶음으로 정했는데 지금 갑자기 빵이 먹고싶어지는 이 마음은 어쩌라고요. ㅠ.ㅠ 냉동실에 하나 넣어둔 스콘을 꺼낼까 하다가 나는 토마토수프가 없잖아 하면서 울고 있어요. ㅎㅎ
알라딘에는 뒤메질러분들이 참 많은데 난티나무님 책상은 그 중에서도 가장 정돈된 뒤메질러랄까? 혼돈속의 질서가 보입니다. 아름다워요. ^^
아 저는 뒤메질러과 아닙니다. 책상에 뭐가 있으면 아무것도 못하는.... 그래서 뭘 시작하려면 일단 청소부터하는 강박이 있어요. ㅠ.ㅠ

난티나무 2022-08-20 18:46   좋아요 2 | URL
와 저는 쭈꾸미볶음이 먹고 싶네요!!!! 추릅!
스콘도 맛있죠~ 저는 없어요.....^^;;;;;
아아 바람돌이님께서 제 방을 보시면 한숨을 얼마나 쉬실지 상상이 됩니다.ㅠㅋㅋㅋ
책상은 뭐 그렇다 치고 방도 집도 다 엉망으로 어질러져 있어요. 진짜 뒤메질은 책상이 아닙니다.ㅠㅠ

바람돌이 2022-08-20 18:52   좋아요 1 | URL
쭈꾸미 먹었어요. 스콘은 내일.... 비밀 한가지. 제가 뒤메질 아닌건 책상뿐입니다. 책상만 항상 청소하고 깨끗해요. 나머지 집구석은 전부 뒤메질....ㅠㅠ

난티나무 2022-08-20 18:57   좋아요 1 | URL
앗!!!! 책상 빼고 동지시닷!!!!!! 😍
 

[임신 중지] 밑줄

3장 뒷부분.

지금까지 밑줄 그은 부분들 너무 많아 다 옮기지 못할 듯 싶다…@@

행복과 불행의 원인을 대상에게 돌리는 일은 단순히 특정 감정상태를 설명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한다. 여기엔 그 대상이 우리에게 좋은가 해로운가 하는 판단이 들어 있다. 쾌락을 극대화하고 고통을 최소화하는 공리주의적 윤리는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라는 일상의 주문이 되었다. 사라 아메드는 이 모든 ‘감정 단어‘ 가운데 행복이 윤리와 가장 가깝게 붙어있다고 보며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삶은 행복한 삶이다. 선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최고의 사회는 가장 행복한 사회다." 따라서 행복의 논리 안에는 ‘불행의 원인이라는 말로 무엇이든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단순하게 보자면, 모성을 행복으로 재현할 때 모성은 여성에게 좋은 것이 되고, 임신중지를 불행으로 가정할 때 임신중지는 여성에게 나쁜 것이 된다. 모성적 행복과 임신중지의 애통함은 임신중지 여성을 모성적 주체로 만드는 일로 수렴한다.
‘애통한 임신중지‘와 ‘즐거운 모성‘이라는 감정경제는 아이를 갖지 않은 여성을 ‘아이 없는 childless‘ 여성으로 부르는 식의 담론을 통해 힘을 얻는다. ‘아이로부터 자유로운childfree‘이라는 대안적 명칭과 비교했을 때, ‘아이 없는‘이라는 말에는 아이 없이 사는 삶이 상실과 불완전에 가깝고, 아이가 있어야 완전함이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아이 없는‘은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붙는 형용사인데, 완전함에 관한 전제가 특별히 젠더화되어있기 때문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아이로부터 자유로운‘이라는 형용사는 양육할 때 생기는 시간•돈의 제약 조건을 인지하면서, 모성을 (이를테면 이전의 독립성에 대한) 상실로 다시 상상할 여지를 준다. 단언컨대 모성에 대한 후회나 상실은 사실상 입 밖에 낼 수 없는 감정이다. (전자책 44%)

모성에 대한 환상이 여성을 모성으로 끌어당겨 문화를 화학반응처럼 느끼게 한다. 임신중지의 감정경제는 모성적 행복이라는 약속과 임신중지의 애통함을 포함한다. 이것이 규범적 여성성에 대한 비슷한 정서적 애착을 불러일으킨다. (전자책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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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17 0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제 겨우 서문인데도 밑줄 박박 그어요 ㅎㅎ 3장 이시라니, 곧 따라갈게요!

난티나무 2022-08-17 18:18   좋아요 1 | URL
밑줄 그은 목록에서 한없이 스크롤을 해야 하는 ㅎㅎㅎ(전자책이라서요^^)
저도 끝까지 아자아자!!!
그런데 머리가 너무 복잡합니다.....

책읽는나무 2022-08-17 2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 장에서도 계속 밑줄 긋기가 되는 책이군요?
저는 서문에서만도 밑줄 도배를!!!^^
지금 현재로선 제일 우등생이십니다.ㅋㅋㅋ

난티나무 2022-08-18 03:35   좋아요 1 | URL
진도만 나가고 있어서 ㅎㅎㅎ
밑줄 너무 많죠?^^
 

(어쩌다 보니 계속 빠리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럴 때 있잖은가, 꼭 뭘로 연결된 것처럼, 어제 본 건데 책을 펼쳐도 튀어나오고 사진을 봐도 튀어나오고 누군가가 이야기하는데 또 나오는, 우연이 겹치는 그 순간들.) 


월요일 읽은 12장 플라뇌르, 또는 도시를 걷는 남자, 에서는 빠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남자들의 길 걷기(배회하기)에 대한 이야기지만 장소들과 그 시대의 모습, 역사의 단편들까지, 앞부분에 비해 더 재미나게 읽었다.(물론 이 남자들 때문에 빡치는 부분도 있다.) 왜냐하면 익숙(?)한 장소들이 나와! 익숙하다고 해서 그 장소들을 잘 안다거나 자주 가봤다거나 역사를 꿰뚫고 있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ㅎㅎㅎ 그러면서 이 책에 나오는 다른 장소들을 내가 조금만 더 알고 있다면 훨씬 더 재미나게 읽을 수 있겠구나 싶었다. 빠리 뒤에 이어지는 장소는 체코의 프라하, 헝가리, 스페인의 바로셀로나다. 가본 곳의 거리 이름이 그리 반가울 줄.ㅋㅋ


12장 첫머리에 빠리의 겉모습이 묘사되어 있는데 적잖이 공감했다. 카페가 '길거리를 바라보'도록, '길거리로 흘러넘치게 되어 있'는 것, '청동이나 대리석의 누드 여자들이 길거리 곳곳에 조각으로 세워져 있거나 부조로 새겨져 있는' 것, '큰 건물들은 공원을 안뜰처럼 둘러싸'는 것 등. 특히 누드 여자에 대해서는 ㅠㅠ 조각이나 부조 말고도 길거리에 서있는 '거의 누드' 여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대체로 광고이미지들인데 자동차를 타고 지나갈 때도 안 볼 수 없게 큰 크기이다. 예전에 내가 스치면서 본 것들은 주로 명품광고들이었다. 하나같이 여자를 물건으로, 성적대상화한 것들이었다. 길거리를 걸으면서도 그런 이미지들을 봐야 한다는 건 고역이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도 마찬가지. 이런 이미지들을 의도와 상관없이 매일 접하고 살게 되는 사회... 반대합니다, 여성을 상품화/대상화하는 이미지들.



(빠리 한 카페 풍경. 좁은 길에도 이렇게 테이블과 의자를 빼곡히 놓는다. (출처: https://www.thefork.com/)



음 그러니까 여기서는 책에 나온 장소 이야기. 8월초 빠리에 갔을 때 걸었던 길에서 본 몇몇 장소가 책에 나와 반가웠다. 잠깐씩 짚어보자면, 먼저 아케이드. 

"아케이드는 실내와 실외의 경계를 더욱 모호하게 만든, 바닥은 대리석 모자이크 포석이고 좌우는 상점들이 늘어선 형태였다. 지붕은 강철과 유리라는 새로운 자재로 되어 있었고 조명은 가스등이었다. 파리에서 가스등을 처음 밝힌 곳이 바로 아케이드였다. 아케이드는 파리에서 생겨날 대형 백화점의 전신으로서 (그리고 그 후에 미국에 생겨날 쇼핑몰의 전신으로서) 사치품을 판매하고 할 일 없는 배회자들을 수용하는 품격 있는 장소였다. 베냐민은 아케이드 덕분에 배회자에 대한 관심을 보다 마르크스주의적인 다른 주제들과 연결할 수 있었다."(439/704) 

오호, 그렇구나. 빠리에는 빠사쥬(passage) 혹은 갈러리(galerie)라고 불리는 아케이드들이 있다. 책에 의하면 대대적인 빠리 공사 때 상당한 아케이드가 사라졌다고 한다. 공사에서 살아남은 아케이드들은 지금 여러 식당과 상점들로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장소가 되었다. 이번에 아주 조금 아케이드를 걸었다. 예전 여행할 때 이런 빠사쥬들만 골라서 길을 걸은 적이 있었는데 가게 구경, 식당 구경... 자연스레 느린 걸음이 되었다. 찍은 사진이 어디 있을 텐데 찾지를 못해서 펌으로 가져와본다.



(Passge des Panoramas 빠사쥬 데 파노라마)



(Galerie Vivienne 걀르리 비비엔느)



(Passage du Grand-Cerf 빠사쥬 뒤 그랑세르) 



(Passage des Princes 빠사쥬 데 프랑스) 



(Passage Jouffroy 빠사쥬 주프루아)


(사진들 출처 : https://www.parisinfo.com/)




다음으로는, 루브르박물관과 팔레 루아얄.

"(도시 재개발 이전의) 파리는 놀라울 정도로 계층 간 격리가 행해지지 않은 도시였다. 루브르 궁전의 안뜰에는 일종의 슬럼이 들어서 있었고, 팔레 루아얄 회랑 정원에서는 섹스와 사치품과 책과 음료는 유료, 구경거리와 정치 연설은 무료였다." (441/704) 

빠리는 재개발 시기를 지나면서 계층 간의 격리도 이루어졌는데 지금처럼 외곽에 하층민들이 살게 된 것도 그 때 이후라고. 2022년의 여름 35도의 땡볕 아래 들어선 루브르박물관의 드넓은 광장(?)에는 거대한 유리 피라미드와 박물관에 들어가기 위해 한없이 길게 줄을 선 여행객들, 그늘을 찾아 건물 아래 모여앉아있는 엄청난 사람들의 무리가 있었다. 웅장한 건물로 둘러싸인 그곳이 예전에 안뜰이었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여하튼 지금 그곳은 낮이나 밤이나 늘 오가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공간이 되었다.



(루브르박물관 풍경 일부) 


(루브르박물관 늦은 저녁 풍경 일부)




팔레 루아얄(Palais Royal)은 북쪽에서 걸어내려가면 입구를 찾기 어려울 정도이다. 좁은 통로를 찾아내어 들어서면 건물보다 정원을 먼저 보게 된다. 작은 분수와 분수를 따라 놓인 벤치들과 삼삼오오 앉아있는 사람들의 모습, 길게 늘어선 나무들 사이의 뽀얀 흙길. 양쪽으로 늘어선 회랑에는 작은 까페도 있다.


(출처 : https://www.vmfpatrimoine.org/)



(출처 : https://www.vmfpatrimoine.org/)



공중에서 내려다보면 이런 모습인 팔레 루아얄. (출처 : https://www.culture.gouv.fr/)



(땡볕을 나무그늘이 가려준다. 정원의 일부.)



* 친구들과 짧고 굵게 걸은 길의 지나온 장소들을 책 속에서 보게 된 즐거움.^^ 그래서 한번 늘어놓아보았다. 의도한 것도 아니고 책도 나중에야 읽었는데, 책 속의 장소들과 묘하게 겹쳐서 놀라웠다. 훗. 


* 기타 :  "인기 있는 산책로로는 센 강 우안의 샹젤리제, 튀일리 정원, 아브뉘 드 라 렌, 팔레 루아얄, 불바르 데 이탈리엥, 그리고 센 강 좌안의 파리 식물원과 뤽상부르 공원이 있었다." (442/704) 여기서 말하는 '튀일리 정원'은 아마도 튈르리 정원을 말하는 것 같다. (Jardin des Tuileries) 이 단어만 영어식으로 읽은 건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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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08-17 06: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꺅 >.<
파리에 만 하루도 있지 않았건만 언급하신 곳들(사진으로 올려주신 곳들) 다 제가 보고 왔네요! 아 뿌듯합니다. 너무 좋네요. 껄껄. 좋은 길로 안내해주셔서 감사해요! :)

난티나무 2022-08-17 18:21   좋아요 2 | URL
책 읽다가 깜놀했어요.ㅎㅎ 이런 우연이???
의도한 거 아닌데 간 곳이 나오니 기분도 좋고~ 헤헷

mini74 2022-08-17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으로만 봐도 거리들이 정말 예쁘고 걷고 싶네요. 길가다보면 민망을 넘어서 화가 나는 광고판 사진을 보게 되기도 하지요. ㅎㅎ 사진들로 눈호강합니다. ~~

난티나무 2022-08-17 18:22   좋아요 1 | URL
저는 자동차길 말고 한적한 동네 까페 테라스 자리에 앉아 멍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고 싶어요.ㅎㅎㅎ 그때의 단 하나의 방해물은 바로, 담배연기, 되겠습니다.^^;;;;;;;
광고사진들이 거개가 여성혐오를 담고 있어서 눈에 띄면 화가....ㅠㅠ

바람돌이 2022-08-17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3분이서 이렇게 걸으셨단 말이지요. 아 저도 언젠가는 걸을 수 있겠지요? 다 가보고싶어 부러워서 눈물이....ㅠㅠ

난티나무 2022-08-17 22:25   좋아요 2 | URL
바람돌이님도 곧 걸으러 오실 수 있기를~!!^^
저도 또 가고 싶네요. ㅎㅎㅎ

공쟝쟝 2022-08-17 21: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그르니까 제가 걸어댕긴 곳들이네요?ㅋㅋㅋ 으히히히! 아케이드에 대한 설명이 매우 찰떡처럼 알아먹어지는 것이 보지 않았으면 몰랐겠죠? 게다가 베냐민 베냐민이라 ㅎㅎㅎㅎㅎㅎ 암 생각 없이 걷기만 했는 데 또 누구는 그걸 사색하고 ㅋㅋㅋ 인용된 책도 솔닛 책인 것!!! 추억 필터 입혀져서 또 아 진짜 넘 좋다 ㅠㅠ 넘 좋으네요 ㅠㅠ

난티나무 2022-08-17 22:40   좋아요 1 | URL
베냐민이 <아케이드 프로젝트>라는 책을 기획했었대요.(마지막 미완성 저서)
˝배냐민은 자기를 가리켜 ˝악어 아가리를 지렛대로 비틀어 열고 거기 들어가 사는 사람˝ 같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문학을 제일 좋아했고 거의 일평생을 프랑스 문학에 나오는 조연들처럼 배회하면서 살았다.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이 바로 프랑스 문학인 것 같기도 하다. 파리를 탈출할 시기를 놓친 것이 프랑스 문학 때문이었으니 말이다.˝
베냐민 죽음에 대한 일화도 나오고, 암튼 흥미로웠습니다, 베냐민 잘 모르지만서두.ㅎㅎㅎ
아렌트도 1960년대에 파리에 산 적이 있다네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나와 이 책이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때 빠리 두둥 나와서 잠 확 깨는 기분.^^ 추억 필터 ㅋㅋㅋㅋ 맞습니다 맞고요~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08-17 23: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빠리...자주 언급해 주시니 빠리가 친근해지고 빠리에 한 번 가보고 싶네요^^
전 빠리 한 번 걸어보는 게 약간 소원이었는데 다락방님이 냄새에 허걱~ 하시어 진짜 지저분한가보네? 싶어 살짝 보류했지만 또 난티님의 사진을 보니...홍야홍야~^^

난티나무 2022-08-18 03:38   좋아요 2 | URL
지저분한 건 맞습니다만 ㅎㅎㅎ 저는 그래도 가끔 생각나고 가고 싶어지기도 해요. 무엇보다 맛있는 한식을 파는 식당이 많고(응?ㅋㅋ) 한국식 신식(?) 커피를 마실 수도 있어서요.ㅋㅋㅋ 주로 먹는 데 진심이네요 제가? 푸핫.

mini74 2022-09-0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티나무님 ~당선 축하드려요.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요 ~

난티나무 2022-09-09 05:41   좋아요 0 | URL
앗 mini74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연휴 보내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