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 송형석은 무한도전 '정신감정편'에 출연하면서 멤버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는 것은 물론 행동패턴까지 정확하게 예측하면서 시청자들의 뜨거운 호응을 샀다고 한다. 나는 그때 스치듯이 봤기 때문에 이 저자가 어떤 말들을 날렸는지 좀 궁금했다. 위험한 심리학도 같은 저자의 책이라고 한다.
한동안 심리학 책을 재미나게 읽었지만, 유행처럼 000 심리학 들이 난무하기 시작했을 때 좀 거부감이 일었었다. 특히 '위험한'이란 말은 더 그랬다.
어떤 내용이길래 위험한 이란 말을 붙였을까? 어쩐지 자극적인 제목 같아 피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펴자마자 '들어가는 글'에서 저자는 이 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흠.. 이제 좀 제목에 수긍이 간다.  


제목 수긍 시작한 후, 이 책을 살펴보니..
이 책은 우리가 맺는 인간관계를 나 자신, 부모, 형제자매, 친구, 직장동료, 이성, 이웃, 상상으로 맺어지는 관계까지 하여 총 8개로 나눈다.
부모와의 관계에서는... 강한 아버지와 약한 어머니,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버지, 부모 둘다 문제가 있는 경우 등으로 구분하여 사례를 통해 설명해준다.
형제자매의 관계는 외동이건, 장남이거나, 막내이거나에 따라 어떤 성격을 가질 수 있는지 풀어준다.  친구 관계를 이야기할 때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이야기도 잠깐 나와 흥미로웠다.
이성과의 관계는 '내가 만든 환상과 사랑에 빠진다'는 소제목이 붙어 있다.
가끔 첫사랑을 떠올릴 때, 그 사람보다는 그 당시 사랑하고 아파했던 나의 순수한 모습이 떠오른다. 내가 추억하는 건 그 사람이 아닌 그 시간인지도 모른단 생각과 맞아 들어가는 제목이 아닌가 싶다.
이성과의 관계 또한 그사람이 좋다기보단, 그사람이 내가 상상하는 이런 사람일 거란 환상에서 사랑이 시작된다는 이야기이다.
그런 환상으로 시작해서 환상과 좀 달라져도 여전히 다른 기대나 사랑으로 그 관계를 지속하기도 하고, 실망이 커져 배신감으로 이어지면 그 관계는 끝나지 않던가?
마지막 상상의 관계는 인터넷 공간이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 내용이다. 여기서는 유명인에게 유난히 혹독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특히 연예인에게...
다른 유명인보다 연예인에게는 환상이 더 많고, 더 자주 접할 수 있기 때문에, 우리가 상상한 그의 모습과 다른 모습이 나타나면 더 크게 배신감을 느끼고 마녀사냥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각 관계에 따라 사례를 곁들여 성격 유형을 알아보고, 3부에서는 타인과 잘 지내는 과계의 특별한 기술을 알려준다.

이 장이 특별히 중요하겠다 싶어 마음을 가다금고 이 책을 처음 펼친 마음으로 사뭇 진지하게 읽으려 했으나.... 온갖 조잡함과 얍삽함, 뻔뻔한 대응 기술들을 늘어놓는 저자 덕분에 빵! 터져버렸다. 물론 이런 기술들을 널리 사용하라는 말은 아니다. 그냥 도무지 안되겠을 때 가끔 써먹어 보라는 저자의 조언... 아무리 그래도 심하게 웃겼다.
물론 진지한 조언도 있었으니 안심하시길... 
 

내가 특별히 마음에 든 부분은 '마치는 글'이다.

"더 나은 인간이라는 것은 첫번째로 무엇이든 많이 소유한 인간, 두 번째로 독립적인 인간, 세 번째로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인간, 네 번째로 스스로에게 모순이 없는 인간, 다섯 번째로 그 모순을 무시하지 않는 인간, 여섯 번째로 모순이 없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다고 스스로 부족함을 알아 겸손한 인간, 그리하여 모순을 통합해내며 조각난 정신의 파편들을 맞춰가는 인간, 이것이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밟아가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직장생활을 시작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인간관계에 위기가 찾아왔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 없고, 상대의 머릿 속에 너무나 궁금해서 심리학 책을 사서 읽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난 타인의 심리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 자신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하단 생각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책도 더 가까이 하기 시작했다. 나 자신을 제대로 살펴 보는 일이 어렵단 사실도 그때 알았다.
저자는 그런 점을 제대로 알고, 위험한 관계에 있는 이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 책을 썼나보다. 정신과의사는 좋은 직업이겠다 싶었는데 처음으로 이 일도 사람 상대하려니 피곤하겠구나 싶어진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할 수 없으니 인간인가보다.
시니컬한 말투 덕에 간간히 웃었다. 심리학 책을 이런 식으로도 쓰는구나 색다르게 다가왔다.

하지만 그의 진심은 알 수 있다.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가장 우선적으로는 내 자신을 제대로 사랑하기 위해서 우리는 이런 책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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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보다 해법이 많다 - 못난 사람이 핑계만 찾는다
우간린 지음, 류방승 옮김 / 아라크네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책 표지에 적힌 "못난 사람이 핑계만 찾는다" 라는 말에 뜨끔했다.
문제나 해결해야 할 과제 앞에서 핑계만 찾는 못난 사람이 나는 아니였을까?
제목만 보고서도 나는 문제나 과제 앞에서 부정적으로 말했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반성하고, 배워야겠단 생각을 했다.

책은 크게 4부로 나뉜다.

1부. 실패를 숨기지 말고 해법을 찾아라.

우리 앞에 문제가 생겼을 때 우리는 종종 이걸 그냥 덮고 싶은 유혹에 흔들린다. 아무도 못봤다면, 아무도 모르게 넘어갈 수 있다면...하고 말이다.
그것도 아니면 누군가에게 탓을 돌리고 싶은 때도 있다. 누구때문에...무엇때문에... 이렇게 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지만, 마치 나는 상관없다는 듯이 그러고 싶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 장에서는 도망치지 말고, 적극적으로 문제에 임하고, 해법까지 찾아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문제보다는 해법이 많으니까!

또한 그런 사람만이 직장에서 인정받고, 직장에서 원하는 직원이니까.
비단 직장생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디서나 무슨 문제나 일이든 적극적으로 임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머뭇거리지 않고 추진하는 사람들을 보면 멋져 보이는게 사실이다.

제이슨 키드라는 NBA 농구선수의 일화에서 나온 말을 듣고 과거 내 자신을 떠올렸다.
그가 어렸을 적 아버지와 볼링을 치러 다닐 때 점수가 좋지 않을 때면 항상 이런 저런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런 그가 또 핑계를 대려하자 그의 아버지가 단호히 그의 말을 가로막으며 말했다.


   
  더 이상 변명하려 하지 말거라. 점수가 좋지 않은 건 네가 연습을 게을리하고 점수를 높일 방법을 찾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네가 열심히 노력한다면 변명 따윈 하지 않아도 될 거야
 
   

 

누구나 한번쯤 불만족스러운 결과에 이런저런 핑계나 변명거리를 찾아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은 몰라도 자신은 모른 척 할 수 없는 구차함을 맛보았을 것이다. 변명이나 핑계는 그렇게 사람을 구차하게 만든다.
그러니 이제 결과에 대해 쿨하게 인정하고, 노력하고 방법을 찾으려 애쓰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2부. 심리작전 : 문제에 대한 두려움을 이겨내라.

이 장에서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우리의 여러가지 모습들을 살펴보고,
우리가 어떤 태도를 지녀야 할지에 대해서 풀어놓은 장이다.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말처럼 어떤 마음가짐과 태도를 지니느냐가  

성공의 관건이라는 점에서
이 장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생각을 몰아내고, 얼마나 전력을 다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라고 말한다.
문제를 철저하게 분석해서  

'문제는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라, 해결해야 할 대상일 뿐'이란 점을 확인하고, 문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자신을 옭아메지 말라는 내용이다.

3부. 문제의 핵심을 찾아 해결하는 방법

이 장은 2부 심리작전을 끝낸 후,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 방법이 들어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부분이 이 책의 핵심이고, 가장 중요한 장이 아닐까 생각한다. 저자는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14가지를 알려주고, 이를 이용해 성공한 사례를 들려준다.
일단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다음 해결법으로는 생각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찾아보란 이야기가 나온다.
생각을 바꾸는 방법에는 '장소를 바꿔 우물 파는 법', 유추법, 역발상, 측면 사고법, 체계적인 방법 등을 말하고 있고, 여러가지 사례를 곁들여서 우리 또한 해결책을 찾아보도록 유도하고 있다.

4부. 문제를 기회로 바꾸어라

3부까지 이 책이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 장에서는 적극적으로 먼저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법을 찾는 동시에 이를 기회로 이용하라는 이야기다.
문제가 있어야 성장이 있고, 위기를 기회로 삼을 수 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좀 흔하지만 진리인 이 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장에서 특히 인상깊었던 내용은 V형 사고이다.

V형 사고는 문제를 기회로 바꿀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고법으로
V라는 알파벳은 매우 생생하게 방향을 트는 사고의 적극적 의미를 표현하고 있다. 
 

   
 

왼쪽 절반은 아래로 향하고 있고, 오른쪽 절반은 위로 향하고 있다. 왼쪽의 추세를 보면 아래는 내려가고 있지만, 끝부분에서 하락을 멈추고 다시 위로 올라간다. 이는 소극적 상태에서 적극적 상태로 바뀌는 전환점이다.

 
   


    나에게 참신한 기회를 가져다줄까?

이 책의 저자 우간린은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이자 컨설던트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주 명료한 설명법이 눈에 띈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할 때 저자는...
먼저 사례를 들려주고 난 후  

저자는 독자에게 이 사람이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을까? 묻는다.
그렇게 독자가 생각할 틈을 주고난 후,  

그 사람이 어떻게 행동했는지 알려준다.
그리고 난 후 그 행동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독자를 이해하게 한다.

이론법을 먼저 설명하고, 이래야만 한다, 저래야만 한다라고 풀어썼다면  

많이 지루하고, 와닿지 않았을텐데
유명한 사람이나 자신 또는 가까운 사람들의 풍부한 사례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구체적인 상황을 상상할 수 있게끔 유도해서  

흥미 진진하게 이야기를 끌어간 점이 좋았다.

이 책을 통해 문제를 대하는 나의 태도가  

한단계 더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변할 수 있기를,  

또한 방법적인 면에서는 한단계 더 지혜로워지기를 바란다.

 

문제를 기회로 바꾸는 사고법의 관건은...

1. 문제가 닥쳤을 때 가능한 한 빨리 불평을 털어버린다.
2. 새로운 변화를 중시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 이 변화가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내가 중시하는 새로운 요소가 있을까?
3. 본인에게 자문하라.
 - 새로운 요소가 나에게 신천지를 열어 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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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1%
아름다운재단 지음 / 케이앤피북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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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은 2000년 8월, 시민들의 1% 나눔을 설립된 아름다운 재단에서 만든 책이다.

세상에서 가장 큰 1%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살펴보다보면 절로 마음이 따뜻해지고, 
얼굴에 미소가 잔잔히 퍼진다. 
나눔..기부..후원... 이런 것들의 근본적인 목적이 바로 그런 것 아닐까?
나누는 자의 마음을 절로 따뜻하게 만들어서, 
소소한 일상을 콧노래 흥얼거리게 즐겁게 만들어주는 그런 역할말이다.

이 책은 총 4가지의 테마로 구성되었다.

첫번째 테마는... 제목처럼 평범하면서도 다양한 사람들의 가지각색의 1% 나눔 이야기이다.

두번째 테마는...인생의 순간을 담은 나눔이라는 제목으로, 인생의 특별한 날에 나눔으로 
그 순간을 기념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세번째 테마는...희노애락을 나눔으로...말 그대로 기쁨과 분노, 슬픔과 즐거움을 
나눔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의 이야기다.

네번째 테마는 나눔의 공동체라는 제목으로, 가족 혹은 커뮤니티, 팬클럽이 모여서 
함께하는 나눔의 이야기를 모아놓았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이토록 다양하게 나눌 수도 있었구나,  
그리고 참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참여하고 있구나... 새삼 놀라웠다. 
우리나라의 기부문화가 아직 멀었다고는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꼭 그렇지만은 않단 생각이 든다. 물론 나누는 일이 지금보다는 더 당연시되고, 덜 아깝게 생각되어진다면 좋겠지만...암튼 여러 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으로 이렇게 다양하고, 기발하고, 신선한 나눔을 한다는 사실을 읽다보면..신선한 충격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이 책을 읽다보면 역시 나눔은 물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니구나 깨닫게 된다. 이 책의 소제목인 "나눌 수 없을만큼 가난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 말처럼 말이다. 
이 제목 안에는... 노점상을 하며, 폐품을 팔아가며, 장애인으로써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도 
꼭 나눔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 내용들을 읽으며 
살림이 빠듯해지면 때론 후원하는 돈이 아쉽기도 했던 순간의 나를 반성했다.

 특히 내게 기억나는 나눔은... 돌잔치 나눔이다. 
이 책을 읽기 얼마 전에 나도 돌잔치 나눔에 대해 생각했고, 
그때 검색을 통해 ’아름다운 재단’을 처음 알았다. 
기쁜 일을 함께 나누고자 선택한 사람들이 참 행복해 보였다. 
비록 우리 아기 돌잔치는 끝났지만, 나 또한 조그만 돈이라도 나눠야겠다.

그리고 또하나 기억나는 나눔은...아주 가슴 아픈 나눔이였다. 
분노를 나눔으로 라는 제목에 있는 사연인데...
범죄사고로 어린 딸을 잃은 부모가 강력범죄 피해자 및 가족들을 돕기 위한 기금을 만들어
 기부를 한 내용인데, 아 어쩜.... 분노와 슬픔을 나눔으로 변화시킬 수 있었을까 대단하고 
존경스럽단 생각과 함께, 가슴이 아팠다. 
나눔의 힘으로 미연이 부모님의 마음의 상처도 잘 아물어갔으면 좋겠다.

이외에도 로또 당첨자의 전액 기부, 연예인 팬클럽의 기부, 기업가의 기부 등....
내가 알지 못했던 많은 나눔의 이야기들은 
’아직은 살아갈만한 세상이구나’ 란 생각이 들게 해줬다. 
연신 무서운 범죄들이 보도되고, 밖에 나가기도, 집에 가만히 있기도 겁나는 세상이구나 
생각이 들었는데, 우리 사회의 한편에서는 살만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이런 노력들도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든든했다.

 이 책이 많이 읽혀서 하루 빨리 나누는 게 당연시되는 날들이 왔으면 좋겠다.

ps. 이 책에서 조금 아쉬운 점은 기금이나 나눔 종류에 대한 설명은 좋았지만,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떻게 기부금이 전해지는지 설명이 없는 점이다. 
      아직 나눔을 시작하기 전의 사람들은 단체를 믿지 못하는 경향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설명이 있다면 좀 더 신뢰감을 주고,
      더 많은 사람들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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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 대하여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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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아릿해지는 소설이다.

마음에 뭐가 걸린 것만 같아 자꾸 가슴을 문지르고 싶게 만드는 그런 소설이였다.
웅크리고 앉은 소녀의 마음을 보듬어 주어서 다행이다 싶다가도...
그녀의 외로움이 청아하지만 아직은 찬.. 바람을 타고 내 마음을 시리게 만들었다.
오늘 아침 버스정류장에 서서 '찬바람이 불면...' 이 노래를 나도 모르게 부르고 있었다.
아직은 차구나....가을은 그저 한줄기 바람만으로도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그녀에게 불어닥친 찬바람이 이 소설의 시간들로 인해 조금은 따뜻하게 데워졌으리란  

생각...도 잠시 했다.
삶이 그런 거지. 끝을 알 수 없게 외롭다가도 누군가 건넨 손의 온기만으로도 평생을 살 수 있겠단 무모한 희망과 평온함을 갖게 되는...그래서 또 살아내는...

그렇게 살아내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그녀에 대하여' ...

[ 첫인상 ]

처음 표지를 보면서 이 책이 읽고 싶어졌다.
웅크리고 있는 그녀는 쓸쓸해 보였지만, 이쁜 표지였고, 팬시점에 진열된 소품처럼 그렇게  

이 책이 갖고팠다.그래서 상상하지 못했다. 이렇게 아릿할 줄은... 

이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나기 때문에 더욱 그러했는지도 모른다.
간결한 문체와 그 속에서 툭 튀어나오는 의미있는 말들. 이런 건 일본소설의 특징같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처음이였지만 예전에 일본소설을 좀 읽은 터라 쉽게 몰입해서 읽었다.

[ 이야기 ]

이 책의 주인공은 그녀인 유미코와 그녀와 함께 하는 쇼이치. 이 둘은 이종사촌지간이다.

마녀학교에서 마법을 배운 할머니 아래에서 자란 쌍둥이 엄마들.
어느날 할머니는 마법으로 좋은 것들을 불러내는 강령회를 하는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나쁜 것들이 나타났고,거기에 모인 사람들은 집단자살을 하고 만다.
옷장 속에 숨어있다가 살아남은 엄마들은 정신병원 같은 클리닉에 들어가서 재활치료를  

받게 된다.  


큰 충격과 상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쌍둥이 엄마들은... 

서로 전혀 다른 미래를 선택하게 된다.
유미코 엄마는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이용해 최대한 강해지기로,
쇼이치 엄마는 오히려 그런 능력을 숨기는 인생을 선택한다.

유미코의 집은 점점 부유해졌고, 번성했지만 불안했다.  

그리고 마침내 또 한번의 강령회때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정신이 이상해진 유미코의 엄마가 유미코의 아빠를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을 한다.

이 후.... 
 

쇼이치는 엄마의 유언으로 유미코를 찾게 되고, 둘은 유미코가 잊은 과거를 찾고,  

마주하기 위해 함께 한다. 그리고 그녀에 대한 진실이 하나 더 밝혀진다.


[ 소감 ]

아픈 과거와 마주할 자신은 누구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유미코처럼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이런 살인사건을 마주할 용기는  

더더욱 없겠지. 유미코는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잃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를 외면하기 위해 꽁꽁 숨겨두었다가 그 시절의 기억들을  

모두 잊고 마는... 사람은 때때로 살아내기 위해 망각을 선택하기도 하니까...

유미코에게 매순간 과거와 마주할 용기를 주는 쇼이치는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고, 소중하게 자란 소년이다. 물론 소년은 아니지만... 

그냥 소년처럼 느껴진다. 그녀가 소녀이듯이...
항상 쇼이치를 부러워했던 유미코.
이 소설에서는 너무도 단순해서 잊기 쉬운 행복의 조건을 알려준다.  


행복의 조건은 돈도, 명예도 아닌 사랑이라는 거.
그 사랑은 아주 크고 위대한 모습이 아니라는 거...

그저 일상에서 함께 웃고, 서로를 향해 눈을 마주치고,  

칭찬받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또 그걸 알고 듬뿍 칭찬해 주고,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 안에서 목욕을 하고, 맑은 공기를 마시고,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나는 걸 바라보는 소소한 모든 것들이 행복의 하나하나임을...
그리고 이런 소소한 행복이 한사람의 인생을 지탱해주는 힘이라는 걸 말해준다.

아주 폭...빠져서 읽었다. 첫 장부터 재밌고, 궁금해서 단숨에 읽었다.

마지막 반전 앞에 가슴이 아릿해서...  

책 뒷 표지에 한 줄만 읽었어도 미리 예측할 수 있었을텐데... 

예상치 못한 슬픔에 당황해서 책장을 덮은 후에도 잠시 멍....하게 있었다.  
슬픈 엔딩은 아니지만 너무 가슴이 저릿해서 흥겨운 명절 기분이 싹 가셨다.

이 소설은 유미코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엄마를 이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번 생에서 내가 아이를 갖는 일은 없었지만, 아이가 있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은 순순히 

 자리를 내 주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마음일 수도 있겠어. 엄마는 딸인 내게조차 그런 마음을 평생 품지 못한 가여운 사람이었던 거야."  


"나란 인간 자체가 엄마와 아빠의 꿈이었으니까 별 수 없지. 그렇게 행동하도록 배워서가  

 아니고, 나는 살아만 있어도 누군가의 꿈 그 자체야. 그런 걸 알았으니 건전해지지 않을 수 없지."


브모의 사랑이 크다고 하지만, 또 물론 크지만....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를 떠나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그들만 바라보는 자식들도...
사춘기 시절 때론 부모를 원망하기도 하지만,  

머리가 훌쩍 자라 부모와 어깨를 나란히 할 때쯤에는 부모 맘을 헤아리고,
부모의 뒷모습만 봐도 마음이 저미는 걸 느끼는 자식의 사랑 또한...크지 않을까 싶다.
때론 내 부모의 이런 점이 좋다고 소리 높이고, 또 때론 부모의 이런 점이 가엽다고 생각하며 아파하는 자식. 부모와 자식은 그런 관계인가보다.

부모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또 하나의 구절이 있다.

"바로 이 세상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힘이에요.  

누군가의 품에 꼭 안겨 본 경험, 귀염받고 자란 기억.  

비 오고 바람 불고 맑게 갠, 그런 날들에 있었던 갖가지 좋은 추억.  

부모가 맛있는 음식을 차려 주었던 일, 생각난 것을 얘기하고 받았던 칭찬,  

의심의 여지없이 누군가의 자식이었던 것, 따뜻한 이불 속에서 푸근하게 잤던 잠,  

자신이 있어도 좋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면서 이 세상에 존재했던 일.  

그런 것들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으면 새로운 사건과 부딪칠 때마다 그것들이 되살아나고, 또 그 위에 좋은 것들이 더해지고 쌓이고 하니까 곤경에 처해도 살아갈 수 있어요.  

토대니까, 어디까지나 그 위에서 무언가를 키워가기 위해 있는 거니까."

뉴스를 보면 자꾸 무서워지는 세상. 이런 토대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요즘 많은 것 같다.
이 구절이 내 마음에 박힌 건 그런 이유때문인 것 같다.
나쁜 맘을 먹고 싶을 때마다 이런 토대들이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자리잡아 그들을 붙잡아 주었으면 좋겠단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무서운 사건들은 다 과거 속 이야기가 되기를...

나 또한 힘이 들고 지칠 때 나의 토대를 꺼내봐야겠다.
나의 부모, 그리고 내 자신이, 그리고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만들어 준  

토대를 기억해야지.

웅크리고 있는 소녀가 이제는 훨훨 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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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어머니, 마더 데레사 - 마더 데레사 탄생 100주년 기념 전기
레오 마스부르크 지음, 김태희 옮김 / 민음인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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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만남

 

마더 데레사 수녀님은 워낙 유명하신 분이라서, 그분의 사랑과 봉사, 희생정신을 조금 구체적으로 보고 싶었다.

그리고 알고 싶었다.

그녀의 삶의 신념이 무엇일지...그리고 배워보고 싶었다.

 

책 이야기

 

나는 처음 이 책이 그녀가 태어나서부터 돌아가시기까지의 순서대로 일대기를 적은 내용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그런 전기문이나 자서전의 느낌이라기 보다는,

그녀 가까이에서 그녀를 지켜보던 한 신부의 개인적인 회고록 같은 느낌이였다.

주제를 정하여 각 장마다 그녀가 했던 행동이나 말들, 기도들이 나온다.  주제별로 신부님의 추억을 묶은 느낌이랄까?

처음 마더 데레사 수녀에 대해 읽는다면 일대기로 시작하는 책보다는 이런 에피소드로 묶인 책이 조금 쉽게 느껴질 거 같다.

이 책을 읽은 후, 그녀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나는 마더 데레사 수녀님의 이름을 하도 많이 들어서, 그녀를 잘 알고 있다고 착각했다.

이 책을 읽으며 뭐랄까? 고집있으면서도, 유쾌하고, 따뜻한 할머니를 만난 기분이다.

글쎄...나는 그녀를 어떻게 짐작하고 있었을까? 조금 진지하고 융통성도 없고, 오직 기도와 봉사만이 전부인...

그런 노인을 생각하고 있었던 거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모든 모습들이 새로웠고, 신기했고, 감탄스러웠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할머니였다니...

 

저자는 그녀를 선의의 독재자라 부른다.

그건 아마도 신중한 선택을 통해 내려진 결정 앞에서는 과감한 추진력을 보여주고, 안된다는 선도 쉽게 넘어버리는 모습때문일테다.

안되는 걸 지켜야 하는 입장에서 그녀를 상대하기는 당황스럽겠지만...

그녀에게 지면서도 기분이 불쾌하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게 그녀의 힘이란 생각도...

나는 그녀가 왜 이런 사람이 되었는가를 알고 싶었지만...이 책에서는 그것보다는 그녀는 이런 사람이다를 알려준다.

 

가난한 자들, 이념이 다른 공산당, 총대를 겨누고 있는 군인들 모두에게 기적의 메달을 선물하는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믿음의 힘이 얼마나 강할 수 있는지를 알았다.

나는 믿는 사람이기 때문에 거부감 없이 읽었지만, 무교이거나 타 종교인 사람에게는 좀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를 알려면 그녀의 믿음을 기본으로 알아야 할 거 같다.

그녀가 왜 이런 사랑을 베풀 수 있었는지를...

그녀가 왜 가난한 자들 중 가장 가난한 자들과 함께 하며, 그들을 도울 수 있었는지를... 알려면 말이다.

이 책에 따르면...그녀는 오직 믿음과 하나님의 뜻으로 움직였던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우리를 대신해 십자가를 지신 예수님처럼, 가난한 자들의 고통을 함께하고자 기꺼이 무소유의 삶을 살아간다.

그래서 더욱 삶에 초월한 모습을 가질 수 있었나보다. 법정스님처럼...

예수의 겸허함을 본받아 그녀도 자신의 낯춘다.

하지만 가난하고 아픈 이들을 도울 수 있다면 자신의 유명세도 이용(?)할 수 있는 센스있는 할머니이다.

 

나는 이 책에서...

기도와 사랑과 행동으로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따르는 수녀.

유쾌하게 사람을 이끄는 멋있는 할머니.

모든 이들을 세세히 살피고, 챙기는 어머니.

화장실 청소도 마다않고, 걸레로 바닥을 닦는 궂은 일도 기꺼이 해내는 봉사자.

 등등... 여러 인물을 그녀 한사람에게서 보았다.

그리고 그녀를 본받아야겠다고 다짐한다.

모든 시간에 기도를 하는 그녀의 모습, 오직 사랑으로 상대를 대하는 모습,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기에 당당하게 주변에게 도움을 구할 수 있는 모습, 언제나 모든 곳에서 신의 뜻을 찾아내는 모습,

겸손하며, 욕심 부리지 않는 모습까지...

 

지금 이 순간 내가 기억하고 싶었던 구절은...

"콜카타에 부패가 있음을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또한 선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선을 보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이 누군가를 비판한다면 그를 사랑할 시간이 없게 됩니다."

이 구절들이다.

천사같은 그녀도 남의 비판하지 않았는데... 주변 사람들에게 불평불만했던 내 모습을 많이 반성하는 시간이였다.

 

아쉬운 점

 

저자가 신부이고, 수녀님의 이야기라서 성당이나 천주교와 관련된 용어들이 많이 나온다.

그래서 조금 어렵게 느껴진 부분도 있었다.

종교적인 내용이야 어쩔 수 없지만... 용어는 각주를 달아 설명해줬다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가 찎은 사진들이 담겨 있어서 수녀님의 생전 모습을 볼 수가 있다.

깊게 패인 수녀님의 주름살을 들여다보며...장면마다 그녀를 떠올릴 수 있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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