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장 선거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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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해야할 일들이 많아서 한동안 글을 쓰지 못했다.  마음만 바쁘고 정작 해야할 일들은 여전히 그대로라는 생각에 한숨이 나온다.

면장선거, 이 책도 읽은지 꽤 됐는데 이제서야 손을 움직인다.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만났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어라? 어쩜 이렇게 내 맘을 잘 알고 있지? 내 맘을 꿰뚫어 보는 듯한 이야기들에 깜짝 놀라고, 맞아맞아~ 공감하며, 이라부의 기이한 행동에 킥킥거리면서 공중그네를 읽었다. 그 이후로 이 작가의 글들을 보면.. 늘 내 맘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면장선거가 나왔을 때도 주저없이 주문했고, 제일 먼저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역시...오쿠다 히데오! 녹슬지 않았어. 중얼거리며 읽은 이 책..

총 4편의 이야기가 나온다. 공중그네보단 좀 호흡이 길다. 그래서 공중그네보다는 좀 집중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었다. 그래도 오쿠다 히데오다! 인물의 심리파악에 정말 능숙한 작가다 싶다.

구단주, 안퐁맨, 카리스마 직업, 면장선거 이 총 4편의 이야기..

구단주는 미쓰오라는 은퇴와 죽음이 코 앞인 노인 구단주의 이야기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죽음을 거부하는 마음때문에 강박증에 시달린다.

안퐁맨은 젊은 벤처 사업가. 유능하고 실리적인 사람으로 너무 합리성을 따지다가 히라가나를 자꾸 잊어버리게 되는 병에 걸린다.

카리스마 직업은 폼생폼사 여배우 이야기이다. 여배우로 살아가기 위해서 다이어트나 피부관리에 강박증이 생긴다.

마지막 면장선거는.. 센주시마라는 섬에서의 면장선거의 풍경을 그린 이야기이다. 이 섬에서 면장선거를 할 때는 꼭 마을 주민들이 두 편으로 갈라져 온갖 부정선거를 하게 된다. 료헤이라는 이라부의 환자는 어느 편에도 속하지 못하고 갈등하는 인물이 나온다.

내가 유독 공감했던 이야기는 안퐁맨과 면장선거다.

안퐁맨은 매일 잘난 척을 하며 자꾸 적을 만든다. 아이들과 게임을 할 때도 꼭 아이들을 이겨먹어 그들의 흥미를 떨어뜨리고 만다. 매스컴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안퐁맨은 매스컴과 인터뷰를 하며 사과를 한다. 늘 잘난 척을 하고, 기고만장하던 청년이 갑자기 고개를 숙이니 다들 어리둥절한 반응과 함께 호의적인 기사를 내보낸다. 그로써 안퐁맨도 강박증에서 조금 헤어나오는데..

나 또한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부딪힐 때가 많다. 특히 원칙과 융통성 사이에서 주로 원칙을 택하는 나는 불가피하게 언성을 높여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그 순간이 많아질 수록 나는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좀 그런 순간을 피할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하다가 점점 책을 가까이 하게 되었다.)그 전에는 느끼지 못했지만 일을 하면서 내가 정말 고지식하단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다 내리게 된 결론 중에 하나가.. 아직 젊으니깐.. 나이들면 나아지겠지..였다. 예전엔 정말 융통성보다는 원칙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에도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근데 요즘은 좀 변했다. 사는 법을 익힌 건지.. 때가 탄 건지.. 헷갈린다.

근데 안퐁맨처럼.. 때론 고개를 숙이고 상대의 말도 귀담아 들으면.. 그 상대가 누그러진다는 걸 경험하고 느끼면서.. 또 면장선거처럼 원칙이 언제 어디서나 최고는 아니라는 걸 느끼면서..나도 천천히 변해감을 느낀다.

무조건 "안돼"를 먼저 외치던 내가..한템포 느리게 대답하거나 "좀 더 생각해보죠"라고 대답할 줄도 안다. 가끔은 이런 식으로 상황을 피하는 내가 너무 여우같게 느껴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현명한 것 같아 흐뭇하기도 하다. 3년 전이면 꿈도 못 꾸었을 대처 방법.

면장선거의 료헤이도.. 이 편도 저 편도 될 수 없고, 부정선거에 질려버리는 인물이다. 내가 거기 있었다면 꼭 료헤이처럼 시름시름 앓았을 것 같다. 하지만 늘 똑같은 일상의 그 섬에서는..그 부정부패로 얼룩진 면장선거가 축제와도 같았다. 두 패로 갈라져 으르렁거리면서 서로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이다. 그곳에선 원칙은 필요치 않다. 그저 한쪽에 서서 으르렁거리면서 나의 존재를 알려주면 된다. 나도 료헤이도 그 사실을 마지막에 가서야 알았다. 나는 사실 읽으면서도 면장선거의 결론을 알지 못했다. 처음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부정부패 투성이인 그 면장선거가 그렇게 의미있는 것인가? 하며 오쿠다히데오의 결론에 반신반의했지만.. 가끔 원칙이란 것이.. 본질을 흐릴 때가 있기도 하다.

원칙이라는 거.. 법이라는 거.. 우리가 사는데 조금 더 편하자고 만들어 놓은 건데.. 가끔은 그게 내 발목을 옭아매는 줄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며... 너무 뻣뻣하기만 한 나를 반성했다. 그래도 여전히 원칙이 중요하다 여기지만.. 나도 점점 부드러워지겠지 한다. 아직은 젊어서 젊은 패기로..아직은 좁은 시야때문에.. 라는 말로 나를 위로해주고 싶다.

이라부의 환자들은 주로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들이 많다. 그에 비하면 이라부는 정말 융통성이 많다고 해야하나? 제멋대로라고 해야하나? 솔직히 이라부가 내 주위 사람이면 정말 웃어줄 수 있을까? 나는 자신할 수 없다. 내가 좀 고지식해서 그런가보다. 그래서 환자들 모두 첫만남에서는 이라부를 거부하고, 황당해한다. 물론 알 수 없는 이유(?)로 또다시 그를 찾게 되지만..

옮긴이의 말에서 보면..

공중그네는 우리가 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반해, 면장선거는 유명인들의 이야기라는 점이 차이라고 한다. 그래서 공중그네보다는 덜 매력적이기도 하다. 그래도 여전히 유쾌하다. 나는 오쿠다 히데오의 책을 주위 사람에게 많이 선물하고 권한다. 이유는..유쾌함!이 단연 제일이다. 유쾌해서 마음을 가볍게 해주고, 시원하게 해준다는 거! 

머리 아플 때 읽으면 웃을 수 있어서 좋고, 더 나아가면 공감할 수 있어 좋고, 나를 돌아볼 수 있어 좋고, 여러모로 유용하고 유쾌한 책이다. 오쿠다 히데오.. 그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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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6-25 17: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첫만남은 공중그네를 추천해요^^ 저한테는 제일 좋았어요 ^^
 
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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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친구에게 선물로 이 책을 받았다.
아무 날도 아닌데, 그저 내가 좋게 읽었던 작품이라며 책을 선물하는 것... 그리고 상대가 그 책을 읽고 나와 공감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책선물은 이렇게 나를 유쾌하게 만든다. 언제부터인가 책을 주고 받게 되었는데, 이 책은 좀 의외였다.
멜로는 통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 친구이기에, 어떤 내용일까? 사랑이야기지만.. 숫자와 연관돼 있어서 독특함에 반해서 건네준 걸까?
궁금함에.. 그날 저녁 바로 그 책을 집어 들었다.

책을 다 덮고... 아... 따뜻하구나! 했다.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 이 책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이미지다.
박사도, 파출부도, 루트도... 요즘 보기 드문 따뜻한 사람들이다. 따뜻한 사람들이 만나 서로를 이해하고, 감싸주고, 정성스럽게 사랑하는 이야기.
요즘은 둘러보면 가볍고, 자극적인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영화, 드라마, 소설 등등... 실은 나도 “머리도 식힐겸“이란 말로 합리화를 시키며 가벼움을 찾는다.
암튼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포근함이였다.  책을 덮고 나니 온기가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쉬웠다.

미혼모 파출부가 80분만 기억하는 박사를 이해하고, 그를 걱정하는 모습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박사가 루트(파출부의 아이)를 위해 몸을 날리고, 루트를 위한 시간을 어김없이 내주는 모습.
루트가 엄마나 박사를 이해하고, 어린아이답지 않은 세심한 마음 씀씀이를 보여주는 모습.
박사가 숫자를 사랑하는 모습 (독특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숫자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시선이 좋았다) 등등
나이나 장애를 뛰어넘는 우정이 참 아름다웠다. 박사가 기억하진 못해도, 가슴으로는 늘 그 우정을 느끼고 있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흐뭇해진다.

이 책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차 있다.. 세상이 미울 때, 아플 때, 슬플 때... 그런 때 읽으면 위로가 되지 않을까?
서평을 어떤 식으로 쓸까 생각하면서... 길게는 쓰지 말아야지 했다. 이러쿵 저러쿵 하지 말고 그 온기만 담자. 주인공들의 서로를 향한 그 정성스러움만 닮자.

따뜻한 온기를 선물해준 친구에게 고맙다. 내 머릿 속에 좋았던 책들을 끄집어내 책선물을 해야겠다. 어떤 책이 좋을까? 나도 좀 멋있는 책을 선물해봐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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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 벌레 이야기
이청준 지음, 최규석 그림 / 열림원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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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하나님의 품에 안겨 평화로운 마음으로 떠나가며, 그 자비가 희생자와 가족에게도 베풀어지기를 빌겠다.”
어린이 유괴살해사건의 범인이 사형 집행 전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란다.  참 기막히다.
이청준이란 작가는... 이 말에 충격을 받아 이 소설을 썼다고 서문에서 말한다.
사실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벌레 이야기” 서문을 보면 다 나온다.

 소설의 중심은 유괴사건이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은 아이의 엄마의 심리상태다. 결국 주인공은 아이의 엄마 이야기다. 따라서 벌레는 이 엄마다.
무참히 짓밟히고 상처 받았지만, 자신의 상처를 용서할 수 있는 권리조차도 허락되지 않은 벌레처럼 보잘 것 없는 존재인 아이의 엄마 이야기.

줄거리는 단순하다. 아이가 유괴되어 사체로 발견되고, 범인이 잡혀 사형을 당한다. 아이의 엄마는 처음엔 분노하다가, 교회를 통해 마음의 평안을 얻는다. 그리고 하나님의 자비하심을 믿고, 그 범인을 용서하기로 마음먹고 그를 찾는다. 그러나 그에겐  아이 엄마의 용서가 필요 없다. 그는 이미 자비하신 하나님께 용서를 받고 새 삶을 얻어 마음의 평안을 찾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용서가 필요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아이 엄마는 다시 한 번 절망에 빠지게 된다. 이젠 분노할 수도 없고, 용서할 수도 없어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하나님은 어떤 죄를 지은 자라도 용서하시고, 품어주신다. 그래서 우린 그 앞에 나가 고개를 숙이고 회개를 하고 그 자비하심에 감사한다. 그게 나라면... 그 인자하심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고 감사하다. 하지만 내게 상처 준 사람도, 아무 이유나 대가 없이 그저 하나님을 믿고, 그 앞에 나가 회계하는 것으로 용서하신다면 나는 좀 억울할 것 같다. 내 상처가 좀 쓰릴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아픈데... 아픈 내 맘, 내 상처를 봐서라도... 나중에 용서해주시면 좋을텐데 할 것 같다.
내 자식을 죽인 자도 용서하셨다면 어떨까? 나보다도 먼저 용서하셨다면... 그럼 분명 배신감을 느끼겠지. 화가 나겠지. 내가 지은 죄의 용서를 구하면서도 난 그에게 분노하겠지.

서문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내가 어떤 말을 덧붙여도 이 말을 넘어설 수 없단 생각이 든다.
“사람은 자기 존엄성이 지켜질 때 한 우주의 주인일 수 있고 우주 자체일 수 있다. 그러나 그 주체적 존엄성이 짓밟힐 때 한갓 벌레처럼 무력하고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은 그 절대자 앞에 무엇을 할 수 있고 주장할 수 있는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목사님의 기도 중에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지금 우리는 슬퍼하며 눈물짓고 있지만, 이 죽음에는 하나님의 더 큰 뜻이 숨겨져 있다고,
우리의 머리로는 알 수 없는 하나님의 뜻이 있으니 이젠 할머니를 좋게 보내드리자는 기도였다.
나는 그 순간 그렇게 기도했던 것 같다. 
“하나님! 저는 솔직히 하나님의 뜻을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이것 또한 우리를 위한 하나님의 뜻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이 순간이 우리의 무엇을 위한 것인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잘해드리지 못한 안타까움과 후회스러움만 가득한데... 이런 지난 일들에 대한 후회를 위한 것은 분명 아닐텐데... 할머니를 천국으로 모셔가는 그런 뜻인가요? 저는 하나님의 뜻을 알 길이 없으나 뜻대로 하시옵소서.“ 
그 뜻이 궁금했지만... 나는 더는 생각지 않았다. 주님의 뜻이기에..어차피 내가 더 생각해도 닿을 수 없다고 여겼던 때문이리라.

[밀양]을 봤다. 원작과는 조금 차이가 있었지만, 주제는 그대로였다.
포스터를 보니.. “사랑 이야기”라고 쓰여있다. 혹여나 러브스토리로 착각할까 걱정스럽다. 멜로물을 기대한 관객에겐 얼마나 당황스런 작품일까...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크레딧이 올라갈 때  “허~~”하는 마지막 탄성과 황당함을 호소하는 웅성거림을 느꼈다.
신 앞에 하찮은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진지한 작품을 혹여 오해하고 비난할까 안타깝다.

소설과 다른 점은... 엔딩장면이다.
소설에서는 아이 엄마가 자살을 선택하는데... 영화에서는 다시 꾸역꾸역 살아간다.
나는 사실 그 점이 맘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역꾸역 살아가는 게 인간의 특징이고, 멋이 아닐까?
아파서 가슴을 쥐어뜯고, 꺼이꺼이 울다가, 하늘을 바라보며 당신이 맘에 안 든다고! 신의 마음에 들지 않을 짓들을 골라가며 하지만, 결국엔 실패하고, 신의 뜻대로 제자리를 찾고 말아, 화가 나서... 그를 이길 수 없는 데 화가 나서... 여보란 듯이 손목을 그어보지만 이내 뛰쳐나가 아무나 붙잡고 살려달라고 눈물을 질질 짠다.
나약하기 짝이 없지만, 그래서 하늘에선 콧방귀를 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는 게... 맘에 든다. 그건 지지 않았다는 뜻이고, 나약하지 않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언제든지 다시 한 번 붙어볼 수 있단 가능성이기도 하고.

소설에서는 아프기만 했는데, 영화에서는 희망이 엿보였다. 그게 바로 태양의 비밀(밀양)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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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5-27 0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영화를 보고 들어와 이 원작이 궁금했는데 이 리뷰를 읽게 되어 반가왔습니다. 영화 이야기도요. 아이가 죽은 후의 아이 엄마의 이야기이며, 원작의 '벌레' 역시 아이 엄마를 가리키는 말임을...

fallin 2007-05-2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저도 댓글 반가워요^^ 영화가 아이엄마의 심리를 묘사하느라 좀 지루할 수도 있는데..극장에서 오래 못버티고 빨리 내릴까봐 걱정이 되네요~~시간되시면 원작도 읽어보세요. 영화 속 신애(전도연)를 좀더 이해할 수 있을 거에요^^
섬사이님-영화 개봉 전에 보려고 얼른 질렀었답니다^^ 전도연이란 배우를 참 좋아하거든요. 리뷰 기다릴게요^^

logos678 2007-06-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15년 전 고등학교 때 읽었어요. 전 책도 책이지만 이렇게 오래된 책 속에서 영화가 될 만한 것들을 골라내는 기획자와 감독의 눈이 더 놀랍더군요. 님 덕분에 누렇게 변한 옛날 책을 끄집어 다시 펼쳤답니다. 좋은 리뷰 감사해요.

香蓮 2007-06-02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영화를 봤어요,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하고 아파서 너무 힘들었어요. 전도연씨의 연기력이 받쳐주니 더 그랬죠. 소설에서는 자살을 선택하는군요.
원작소설 읽어보고싶네요, 리뷰 잘 봤습니다^^

fallin 2007-06-02 14: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logos678님 안녕하세요^^인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이런 책을 영화화할 수 있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렵고, 아프지만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작도 그렇죠. 인간에 대한 사랑 없이는 나올 수 없는 작품이죠^^
香蓮님..전도연씨의 인터뷰를 보면 이 영화를 찍으면서 무척 힘들었다고 그래요. 영화보면서 불편하고 아팠던 마음처럼 배우도 같은 맘이였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렇게 힘들게 탄생한 영화니 뜻깊은 거 같아요. 원작 꼭 읽어보세요~ 영화는 말했지만 내가 듣지 못했던 부분을 소설을 통해 들으실 수 있을 거에요. 전 읽고 봤는데도 영화가 좀 어렵더라구요 ^^;;;

프레이야 2007-06-05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나서 이 책을 읽었습니다. 정말 끔찍한 신의 사랑이었어요.
수많은 질문과 그앞에서 무력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저였어요.
그래도 그것으로 살아가는 것이겠지요. 신앙과 불화하며 갈등하고
그러면서도 어정쩡하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고.. 그러며 사는 사람입니다.
반갑습니다.^^

fallin 2007-06-05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님~ 저도 반가워요^^ 혜경님 말씀대로... 그러며 사는 사람이고, 그게 인간이지 싶어요. 영화처럼 그러고도 살아있음을 택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더 인간적이지 않나 생각해봤답니다^^
 
칠드런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6
이사카 코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작가정신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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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게 읽다보니 읽고나서 주인공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책들이 많다.

오늘까지 이 책을 꼭 다 읽고 말거야! 하면서 급하게 읽어버린다.

생각해보면 말이다, 살면서 꾸준히 책을 읽으면...굳이 그렇게 급할 건 없는데도...참 미련한 짓이다.

그래서 전혀 내 안에 흡수되지 못하고 지나쳐버리는 책들이 많다.

이런 걸 알면서도 늘 반복한다. 그래서 이제는 두번씩 읽어야지 생각해본다.

 

"칠드런"  이 책은 두번 읽었다. 그랬더니 뭔가가 쓰고 싶어졌다.

(사실 1번 후딱 읽고나면 쓰고 싶어도 기억에 남는 게 없어서 쓸 수 없을 때가 많다.)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중력삐에로. 칠드런. 사신치바.

이렇게 읽었다.

그 중 중력삐에로를 가장 좋아하고, 사신치바는 독특했고, 칠드런은 거의 기억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저 머리를 좀 식히고 싶어서..다시 읽어봤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를... 이라부를 떠올리게 한다.

칠드런의 진나이는.. 이라부처럼 어른답지 않다.

칠드런은.. 제목에서 느껴지듯이, 어른의 현실을 부정하고, 멋진 어른을 기대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안에 진나이가 있다.

멋있는 말을 툭 내뱉고 뒤돌아서면 자신의 말을 뒤엎는 행동을 서슴치 않는다.

주위는 안중에 없고,  모든 걸 자기 식대로 판단해버리지만..그래서 그가 매력적인 건...

겉과 속이 다른 아버지의 모습에 화를 내는 모습을 보면

그는..멋진 어른, 폼나는 어른이 어떤 것인지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사카 코타로는 추리소설처럼 이야기의 구성을 짠다.

중력삐에로, 사신치바, 칠드런 모두 그렇다.  이 책을 두번째 읽고 나니 이제야 그게 보였다.

사건을 펼쳐놓고, 읽는 내내.. 왜 그랬을까? 뭘까? 궁금하게.. 나만의 상상을 펼치게 한 후에..

전혀 엉뚱한 반전을 들이민다. 그게 아마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을 읽는 재미리라.

뛰어난 반전과 흥미진진한 전개. 가끔씩 마음에 턱! 내려 앉는 말들...매력적인 작가다.


마음에 드는 구절을 적어본다.

1.  가정재판소 조사관인 진나이가...

전임 주임조사관이 소년범죄의 패턴을 아니까 빨리 일을 처리하라고 했을때 화를 내며 했다는 말이..

"조사관은 담당하는 소년이 '다른 누구와도 닮지 않은, 세계엣 하나뿐인 놈'이라고 생각해야 해"

2. 도덕은 편의의 다른 말이다. '좌측통행'과 별다를 바 없다

3. 그런 삶의 방식도 있다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4. 세상의 모든 일 가운데 가장 슬픈 것은 개인에 관계없이 이 세상이 움직인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가 연인과 헤어진다면 세계는 그를 위해 멈춰야 한다 -트루먼 카포티 소설에 나오는 말이라고 함.

칠드런은.. 고지식하고, 편견에 사로잡혀서 알지도 못하면서 단정해버리는 어른을 ..

"이래야만 해"라고 선을 그어놓고는 자신은 그 선을 넘어버리는 어른을...꼬집는다.

잘 봐~ 세상은 꼭 그렇지만은 않아. 당신이 단정지은 것만이 세계가 돌아가는 방향은 아니야..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 잘 생각해봐. 당신이 이런 반전을 생각해낼 수 있겠어?
이렇게 놀리고도 있다.  우리의 편견, 선입견 이런 것들을 날려버리라고 말하는 유쾌한 진나이!

내 안에 얼마나 많은 원칙이 있는지 모른다. 정말 필요한 것들도 있지만,

때때로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내가 바라보는 사람들까지도  옭아매는 경우가  많다.

이래야만 한다! 는 그 원칙...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답답한 내 머릿 속이 뻥! 차인 기분이다.

그래서 머리를 식힐 겸, 일본소설을 자주 찾는다. 칠드런보다는 어른에 가까운 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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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lin 2007-05-27 0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댓글 감사해요 ^^ 저도 유행처럼~그렇게 일본소설을 접하게 됐는데요..솔직히! 쉽고 가벼우면서 즐거워지는 맛에 자꾸만 읽게 되네요. 가볍게 정곡을 찌르는 작품들이 많아요. 읽기엔 쉽지만 가볍지 않은 주제에 그런 유머를 군데군데 담을 수 있다는 점이 멋있어요. 가볍게 시작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쌓일 때 찾아서 아무데나 펴놓고 읽으며 쿡쿡 웃곤 합니다. 유머가 필요한 세상이잖아요^^
 
사신 치바 이사카 코타로 사신 시리즈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5월
평점 :
절판


 첫 번째 친구의 추천에 무심코 들었다.
두 번째 친구의 추천은 기억하려 했으나 제목이 낯설어 기억하지 못했다.
치바라는 사신이라고 했다면 기억했을텐데...
‘분신사바’처럼 무슨 주문인가보다 했으니 다시 기억날 리 없었다.
세 번째 인터넷 서점을 둘러보다가 다시 발견했다. 친구의 말이 생각나서 잠시 머물렀는데...
중력삐에로의 ‘이사카 고타로’라는 작가였다. ‘중력삐에로’의 인상이 강해 주저 없이 선택했다.

사신 치바는 색다른 소설이다. 추리소설인 듯도 하고, 아닌 것도 같다.
여러 가지 형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가보다.
그저 가볍고 좀 독특하다고 할까?
인간은 인간 자신에 대해 생각하지 않는다는 인간이 아닌 치바를 통한 은근한 비판.
그리고 추리소설처럼 자꾸 파고들게 만드는 구성.

죽음...
이 책을 읽으면서도 나의 죽음에 대해선 생각해보지 않았다.
치바가 말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일 것이다.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사실임을 알면서도 자신의 죽음은 생각해보지 않는다.
내 주위에 지금 사신이 있다면... “가”를 선택할까? 아니면 좀 더 살아보라고 할까?
한번 살려두고 재밌게 지켜볼만한 삶일까? 아니면... 지금 죽여도 별 볼일 없을 것 같은 그런 인생일까?
근데 사실... 치바가 무슨 기준으로 일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읽다보면 좀 살려둬도 될 것 같은데 왜 “가”라고 보고하는지..
문득 재미나게 살아야지 한다.
그래야 나를 지켜보던 사신도 재미나서 ‘그래 어디 좀 더 살아봐’하지 않을까?

기억에 남는 대사...
“그렇게 부질없이 엇갈리기만 하는 게 인간의 특기 아닌가?”
이 책과는 분위기가 전혀 다르지만...
내가 좋아하는 “깊은 슬픔” 소설이 생각났다. 엇갈리기만 하는 사랑.
한쪽만 쳐다보다 겨우 고개를 돌렸을 때는 이미 엇갈린 인생들.
조금 생뚱맞을 수는 있지만... 이 책을 읽었을 때... ‘엇갈림’에 대해서 생각했기에 저 대사가 마음에 콕 찔렸다.
그렇지... 부질없이... 엇갈리기만 하는 것이... 인간의 특기지...
하지만 그러다 마주보고, 뜻이 맞고, 생각이 맞으면, 그러다보면 행복하고 그런 거지.
그래서 인생 참 부질없다 하다가도 또 살게 되는 것.
그게 인간이고 인생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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