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짓도 피곤해서 잠자코 있고 싶은데, 답답해서 또 끄적거리게 된다.




경찰과 학교는 비겁하다. 학부모와의 갈등은 휴대폰 감식만으로도 정황이 들어날 텐데, 그것도 아주 아주 아주 쉬운 방법으로. 조사하지 못하거나 조사하고 싶지 않거나 겠지. 


선생을 진즉에 그만둬서 다행이다(1). 


딸내미 재수시켜 교대에 들어가게 했는데 중간에 자퇴해서 진로를 바꿨다. 나보다 딸이 현명해서 다행이다(2).



옆의 기사....한겨레, MBC만 '현장 취재' 막은 도쿄전력..... 한겨레, MBC만 정직하다는 얘기를 이렇게 하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개울 건너에 초등학생이 두 명 살고 있다. 기존의 분교는 폐교 상태라서 읍내 가까운 학교에 다니고 있다. 대중교통 없는 오지라서 스쿨버스가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이 아이들을 데려가고 데려다준다. 아침마다 8시를 5분 남겨놓고 노란 봉고차가 동네에 들어서는데 오늘은 8시가 지났는데도 기척이 없다. 마침 우리 내외는 11 km 떨어진 계곡 초입에 있는 슈퍼로 택배를 가지러 가는 중이었는데 혹여 좁은 1차선 산길에서 이 스쿨버스를 마주칠까봐 남편은 천천히 차를 몰아야 했다. 절반쯤 지났을까. 노란색 스쿨버스가 비상등을 켠 채 도로(2차선) 가장자리에 서있는 게 보였다. 고장? 사고? 애들이 학교에 가야하는데... 걱정하며 옆을 지나가는데.... 기사 아저씨는 산딸기를 따고 있었다. 그러잖아도 우리도 산딸기가 있을 만한 곳을 살피면서 눈에 불을 켜고 있었는데 한발 늦었구나 싶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깨달음이 찾아왔다. 내년을 기약하자.





오늘 집 주변에서 채취한 산딸기. 가시에 찔려가며, 뱀 눈치를 살펴가며, 모기에 물려가며 채취하는 산딸기. 귀하고 귀하신 몸이다. 오로지 산딸기잼을 향한 집념의 산물이라고나 할까.



댓글(2)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서니데이 2023-07-12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과일가게에 많이 나와서 지나가면서 몇번 봤어요. 더운 날 힘드셨겠어요. 색감이 참 예쁩니다. nama님 더운 날씨 시원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nama 2023-07-12 21:42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잼을 좋아하시면 한번 만들어보시는 것도 좋을 듯싶어요. 기분전환도 되고요.
즐거운 날들 되시길 바랍니다.
 
사는 것은 싸우는 것이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고재운 옮김 / 바다출판사 / 2019년 12월
평점 :
품절



통째로 베끼고 싶은 책. 


흙과 힘들게 싸우면서 손톱이 갈라지고

혈관이 드러난 내 손을 보니

집필에 몰두하는 삶이

얼마나 속세를 벗어난 일인지 통감한다.

언어가 부재한 육체노동 속에야말로

굳건한 진리가 감추어져 있음을 새삼 느끼고

나 자신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p.6


마음껏 한탄해도 좋다. 그러나 체념해서는 안된다.
세상은 어차피 이런 거라고 단정해 버리는 순간
이 나라를 사유하고 국민을 노예로 만들어
실컷 즙을 빨아 먹는 자들의 승리에
가담한 결과가 된다. 학대받는 피해자이면서
어수룩한 가해자가 되는 꼴이다. - P105

속해 있는 회사나 국가에 그렇게까지
감사할 필요는 전혀 없다. 국가는 세금을 빼앗고
기업은 노동력을 착취하기만 할 뿐이다.
고맙다는 인사를 받아야 할 쪽은 오히려 당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그렇게 비굴하게 구는가. - P98

진정 국민을 위하는 마음으로 일하는 정치인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이
높은 뜻을 가지고 그 지위에 올랐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을 지지한 이들이 선량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에게 선동되어 한 표를 던진 결과
탐욕스러운 무리에게 큰 권한을 부여한 것이다. - P96

아무리 이상적인 국가라 할지라도 국가와 국민은
지배자와 노예의 관계로 성립한다. 그리고
국민의 99퍼센트 또는 그 이상이 피억압자로서
일생을 살다 간다. 부단히 노력하고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도 도무지 인생이 풀리지 않는 것을
재능의 결여나 불운 탓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 P91

다시 한번 말한다. 아니, 몇 번이고 말한다.
그것은 민중을 위한 국가가 아니라고.
특정 무리가 불로소득을 독점하기 위한 국가라고.
그들의 호사스러운 생활을 위해 우리가 존재하고
그들의 노예로 살다 일생을 마치는 것이라고.
국가란 헛된 것이라고. - P122

할 말이 있는데 침묵해서는 안 된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된다.
혼자가 되었다 하더라도
들을 귀를 가진 사람이 거의 없다 하더라도
말을 계속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억압받는 국민이야말로 국가의 주인이라고. - P119

적어도 예술에 종사하는 자, 그중에서도
언어와 깊게 관련된 문학인은
개인의 자유를 가장 싫어하는 국가 권력이
선도한 행사 따위에 참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예술가의 혼을 스스로 팔아넘기는
어리석고 부끄럽기 그지없는 행위다. - P17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 책들을 쓴 이유리 작가를 좋아한다. 80년대에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를 읽었고, 최근에는 양정무의 <난처한> 미술이야기를 7권까지 읽으면서 나름 뿌듯했는데 이 뿌듯함이 완벽하지 않음을 깨우쳐준 게 위의 책들이었다. 그래서 이따금 이유리 작가의 책을 검색하곤 한다. 그의 통렬하고 짜릿한 깨달음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저자 임승수. 이 작가의 책은 처음 접한다. 궁금하긴 한데 잘 모르니 도서관 희망도서로 위의 책을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읽으면서 뒷북치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서야 내 눈에 띄다니.. 이 작가의 책은 그냥 구매해서 봐야겠구나 싶었다. 도서관 희망도서야 다른 누군가가 할 수도 있으니까. 작가가 계속 글을 쓸 수 있게 작은 힘이라도 보태야겠구나, 모처럼 착한 생각을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알았다. 이 분의 아내분이 위의 이유리 작가라는 사실. 


이 책의 좋은 점 세 가지. 

1. 어려운 내용을 쉽고 재밌게 썼다.

2. 언행일치의 글이다. 책상머리에서 나온 글이 아닌 일상의 체험에서 나온 글이다.

3. 잊고 있던 사회주의 감각을 깨우쳐준 점.


또 하나 알게 된 사실(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


북한에는 '생활총화'라는 독특한 비판 문화가 있는데 '말 그대로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계급장 떼고 공적 및 사적 생활에 대해 자아 비판 및 상호 비판을 수행한다'고 한다. 일종의 '반성회'라고 한다. 그래서 어떤 탈북자들은 남한 사회에 적응하는 게 어렵다고 한다. 이를테면, '북한에서는 자기보다 직급이 높은 사람에게도 잘못이 있으면 스스럼없이 직언하는 게 자연스러운 분위기인데 남한에 와서 북한처럼 하다가 회사에서 계속 잘'린다는 것.


이 책을 읽다보면 총체적인 반성을 하게 된다고나 할까. 나도 한때는 사회주의였다...는 뭐 그런 생각.


이유리/임승수, 이 분들의 글을 계속 읽을 생각에 행복해진 하루였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3-07-12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처한 미술이야기 일곱권을 완독하셨군요. 정말 뿌듯하시겠어요.
이유리.임승수라는 제목 보고 저는 배우 이름인가 했답니다 ㅋㅋ
임승수님의 책 장바구니 넣고 가요.

nama 2023-07-12 20:12   좋아요 0 | URL
사실은 7편은 몇 페이지 남겨뒀어요. 워낙 술술 읽히는 책이기도 하고요.
이유리님의 책도 좋아요.

1 2023-07-12 2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그런데 왜 김정은 한테는 찍소리도 못하는 걸까요 ? 일단 사적 생활에 대해 계급장 떼고 비판하는 그런 사회는 ,,, 지옥이 딱 떠오르는데, 저자는 이걸 어떻게 묘사하고 있는지 궁금하네요.

nama 2023-07-12 21:15   좋아요 0 | URL
글쎄요. 저자의 생각에 대해선 직접 읽어보셨으면 하고요.
저는 깊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면도 있구나...하는 정도로 받아들여요.

nama 2023-07-14 14:23   좋아요 0 | URL
그런데 이 책은 읽어보셨나요?
 
알자스의 맛
신이현 지음, 김연수 그림 / 우리나비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잼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잼 이야기는 두 번 등장한다. 까막까치밥(어떻게 생겼을까?) 잼과 야생 들장미 잼. 까막까치밥 잼을 50병 만들고도 아직 딸 것이 많이 남아있다니 부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50병이라... 식품 저장고엔 잼 병이 300개도 넘는다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우리네 된장만큼 잼을 즐겨 먹는다고 하니 비로소 이해가 된다.


그리고 들장미 열매 잼.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해당화를 많이 닮았다. 



해당화 열매로 잼을 만든다고? 설탕 넣고 졸이면 웬만한 건 잼으로 만들 수 있으니 가능한 얘기고 검색해보니 실제로 해당화 잼이 있다. 생태공원 산책로에 지천으로 줄지어선 해당화와 그 열매가 생각났지만 그건 불가능한 얘기고... 해당화는 향기가 뛰어나서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는데 잼을 만든다면 향이 어떨지 궁금하다. 해당화 술을 조금 담가본 적이 있는데 그 향과 맛이 향기롭다못해 고혹적이었다. 만화 몇 컷에 마음이 이렇게 울렁거릴줄이야.....



대신 내겐 산딸기 잼이 있다. 경사지에 있는 산딸기를 딸 수 없어 남편에게 부탁했더니 비를 맞으며 열심히 가지를 잘라주었다. 고장난 무릎 인대가 핑계였지만 사실 산딸기 따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다. 작은 가시를 헤치며 일일이 따야하니 조심스럽고 수고스럽다.





나는 잼 중에서 살구잼이 가장 맛있노라고 떠벌리곤 하는데 산딸기 잼을 만들면 마음이 변한다.

심오하게 새콤달콤한 맛 앞에서 살구잼이라니...



리뷰인지 페이펀지 모를 잡다한 글을 쓰면서 행복해하는 나. 다 잼 덕분이다. 


책을 이렇게 읽어도 되겠지요?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hnine 2023-07-11 09: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잼 속에 산딸기 씨가 콕콕 박혀있는게, 모양새부터 딸기잼과 다르네요.
잼 만들기 재미있는데, 이제 저희 집엔 잼을 먹을 사람이 없어 만들기도 뭐하네요.

nama 2023-07-11 08:39   좋아요 1 | URL
남편이 퇴직하고 아침밥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대신 밥이 아니라 빵이라서 이젠 된장보다 잼을 더 많이 먹어요.
산딸기 잼은 먹을 때마다 감탄하면서 먹는데 생산량이 너무 적어요.